Archive for the ‘스타트업’ Category
실리콘밸리에서 뜨고 있는 오토테크 스타트업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지난달 휴가로 미국에 다녀왔는데 마침 샌프란시스코로 입국한 7월6일이 포켓몬GO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미국을 뒤흔든 포켓몬GO광풍을 그대로 실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포브스지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다. 포켓몬GO를 만든 나이앤틱랩스가 1년전까지만해도 구글의 사내벤처였고 계속 존속될지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는 내용이다. 워낙 흥미롭고 우리에게 시사점도 있어서 그 내용을 가볍게 메모해본다.

존 행키 나이앤틱랩스CEO의 트위터사진.
나이앤틱랩스 CEO인 존 행키는 텍사스 시골출신이다. 그는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하고 90년대중반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여기서 만난 클래스메이트의 3D롤플레잉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그의 창업여정이 시작됐다. 그는 2000년 공동창업한 키홀을 2004년에 구글에 3천5백만불에 매각하면서 구글에 조인한다.
구글을 몇달만 다니다 바로 떠날 줄 알았던 그는 예상과 달리 10년넘게 구글에서 일하게 된다. 구글어스와 구글맵 개발 등을 지휘했던 그는 2010년에 구글 샌프란시스코오피스에서 구글의 비밀게임조직을 만들고 나이앤틱랩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인 잉그레스를 2012년말에 발표했다. 이 게임은 전세계에서 열렬한 사용자층을 형성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큰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였다.
2014년 봄 행키는 위치기반게임에 잘 알려진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들어보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리오나 돈킹콩 같은 캐릭터를 생각했는데 브레인스토밍과정에서 포켓몬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구글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서 포켓몬 만우절장난 프로젝트를 생각해내고 실행한 노무라 테츠오상. (사진출처: 그의 링크드인)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도 구글맵부문에서 일하는 일본인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노무라 테츠오라는 사람이 나이앤틱랩스와는 전혀 상관없이 흥미로운 일을 꾸미고 있었다. 만우절장난프로젝트용으로 구글맵에서 포켓몬을 사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구글은 매년 말도 안되는 황당한 만우절 장난프로젝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전통이 있다.) 그는 친구를 통해서 포켓몬컴퍼니를 소개받아 미팅을 가졌다. 마침 편리하게도 구글재팬과 포켓몬컴퍼니는 사무실이 롯퐁기힐스 같은 빌딩내에 있기도 했다. “포켓몬CEO는 이 딜을 바로 마음에 들어했고 별다른 협상없이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 노무라의 이야기다.
이 포켓몬챌린지 만우절장난비디오는 1천9백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행키는 이것을 보고 노무라에게 포켓몬컴퍼니와 미팅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행키는 포켓몬컴퍼니가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포켓몬컴퍼니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 사진 출처 포켓몬 위키.
2014년 5월 행키는 포켓몬 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씨와 통역을 대동하고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열렬한 인그레스 플레이어인 이시하라는 포켓몬을 이용한 위치기반게임의 가능성을 바로 이해했고 닌텐도CEO 고 이와타 사토루씨의 허락을 받아줬다. 행키는 덕분에 그해 여름부터 포켓몬 게임제작에 들어갔다.
한편 구글안에서 나이앤틱랩스의 위치는 갈수록 애매해졌다. 구글은 회사조직을 알파벳체제로 재편중이었는데 나이앤틱은 안드로이드그룹으로 통합되는 얘기가 나왔다. 행키는 관료적인 거대조직안으로 다시 들어가는데는 흥미가 없었고 독립회사로 스핀오프하는 것을 제안해 허락을 얻어냈다. 그리고 외부VC들에게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기업가치를 1억5천만불로 투자를 받으러 다녔는데 포켓몬 프로젝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은 행키에게 VC들은 너무 과한 밸류에이션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행키는 결국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로부터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더 높은 1억7천5백만불의 밸류에이션으로 3천5백만불을 투자받는데 성공한다.
알파벳Inc이 정식으로 설립된 2015년 10월에 나이앤틱랩스도 정식으로 분사했다. 처음 포켓몬 만우절 장난 아이디어를 냈던 노무라 테츠오상도 이때 구글을 떠나 나이앤틱에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 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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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흥미로운 스토리에서 내가 감탄한 몇가지 점들.
–만우절장난 아이디어에서 포케몬GO가 탄생했다. 이런 장난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구글의 일본인엔지니어 덕분에 포켓몬이 쉽게 나이앤틱에 연결됐다. 직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보수적인 일본회사와 처음 연락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노무라라는 구글직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기업들이 글로벌진출도 수월하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시하라 포켓몬 CEO가 선뜻 구글의 만우절장난프로젝트나 나이앤틱에게 포켓몬캐릭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 59세의 이시하라상이 열렬한 인그레스유저였다는 점이 놀랍다. 이런 나이 많은 고위임원들도 playful하고 말랑말랑한 마인드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즐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포켓몬CEO가 인그레스게임을 안해봤다면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해줬을까.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존 행키는 분사를 택했다. 대기업 구글이 주는 안락함을 던져버린 것이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시 스타트업창업에 나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가기질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기꺼이 분사를 허락해준 구글과 거의 2천억원이라는 큰 밸류에이션에 같이 투자를 해준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가 놀랍다. 존 행키가 외부 유명VC투자를 받아오지 못했음에도 믿고 거액을 투자해줬다.
구글이야 그렇다고 쳐도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본회사들이 이렇게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놀랍다. 대기업의 내부 혁신이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조직내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제품을 키우고 잘 살려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2천억원의 기업가치로 분사한 나이앤틱의 포켓몬GO는 지금 하루에 6백만불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6조원정도로 얘기되고 있다. 물론 이 포켓몬GO의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게임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영국의 19살 청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변호사

미국 CBS뉴스에서 인공지능 로봇변호사를 개발해 16만명이 약 40~50억원어치의 주차위반벌금을 안낼 수 있도록 도와준 19세 죠슈아 브로더란 청년을 알게 됐다.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블로그에도 소개해 본다.
96년 런던태생인 그는 18세에 면허를 취득하고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차위반티켓을 4번이나 받게 됐다. 부모님이 “이젠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하며 더이상 벌금을 대신 내주는 것을 거부하자 그는 연구에 들어갔다. 쉬운 방법은 변호사를 써서 항의레터를 보내는 것이었는데 그는 변호사에게 비싼 돈을 주기 싫었다.
그래서 그는 주차티켓이 어떻게 해서 발부되는지를 알기 위해 수백개의 정부문서를 찾아서 읽었다. 심지어는 정보공개청구를 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된 그는 조심스럽게 항의서한을 직접 써서 당국에 보냈다. 그리고 티켓을 취소시키는데 성공했다. 나름 요령을 알게 된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위반티켓도 취소시키는 것을 도와주다가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인공지능봇으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코딩을 배워서 컴퓨터프로그래밍에 능숙했다. 스탠포드에 입학해서 유튜브를 통해 머신러닝 등을 익혀서 3달간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집중적으로 코딩했다. 모르는 것은 머신러닝 전문가인 스탠포드 교수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리고 지난해 9월 DoNotPay.co.uk라는 사이트를 완성했다.

이 사이트는 대화형으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변호사가 써준 것 같은 항의레터를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처음에는 주위 친구들에게만 알렸는데 점점 입소문이 났고 허핑턴포스트에서 한번 소개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6만명이 이 사이트를 이용해 항의레터를 보냈고 티켓을 취소하는데 성공했다. 취소된 금액만 40~50억원정도. 많은 언론들이 이 소식을 소개했고 그는 유명해졌다.
그는 이 서비스를 뉴욕, 시애틀로 확장중이다. 또 항공편이 지연됐을 때 항공사에 배상을 청구하는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써주는 서비스도 개발했다. 그리고 시리아난민을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어를 모르는 난민들이 아랍어로 서비스를 이용하면 난민망명신청서를 영어로 써주는 것이다.
이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과 접근 방법, 실행력이 참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유대계 청년이었다. 유대인들의 교육이란 정말…

죠슈아 브로더는 DLD컨퍼런스에 참가해 로봇변호사를 소개하면서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느낀 것 두가지를 말했다.
첫번째로 앞으로 인공지능이 많은 인간이 숙련된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다. 자기처럼 어린 사람도 이처럼 쓸만한 인공지능변호사를 개발해 수많은 주차위반관련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는데 전세계 수천명의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대단한 인공지능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이냐는 것이다.
두번째로 이런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것이다. 그는 로봇변호사를 만들고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감사편지를 많이 받았다. 이들은 주로 무분별한 주차위반티켓으로 피해를 봤던 사람들이다. 이처럼 예전에는 비싸서 법률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란 얘기다.
어쨌든 겨우 19살 청년이 혼자 힘으로 이런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수천명 변호사를 대체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 펼쳐질 수십년 미래는 어떤 세상이 될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한국에도 죠슈아 브로더처럼 생각하고 실행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CBS뉴스의 보도 동영상.
죠슈아 브로더의 DLD컨퍼런스 발표 동영상.
카카오를 위한 변명

대기업이 된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이 많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분야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들어가 시장을 개척중인데 카카오가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예약 등 분야에 들어와서 막강한 자본력을 업은 마케팅으로 스타트업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에 들어가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는 재벌대기업과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대기업이 하면 반드시 스타트업을 이기고 O2O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릴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터넷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을 당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 대기업이 많았다.
지금은 재벌기업 취급을 받는 카카오도 원래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니다.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당시의 대기업이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내놓은 마이피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나는 다음의 미국자회사인 라이코스CEO를 맡고 있었다.

다음은 당시 최고의 인기였던 걸그룹 소녀시대를 기용해서 TV광고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카카오톡에 무릎을 꿇었고 합병되서 회사 자체가 사라졌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기업은 생각만큼 쉽게 스타트업을 이길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다.
우선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은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조직이다. 전직원이 밤낮없이 핵심 제품 하나만을 놓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 반면 대기업은 보통 이미 돈을 잘 벌어주는 기존 사업이 있다. 다음의 경우에는 검색, 뉴스, 카페, 게임 등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마이피플이라는 새로운 메신저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해도 회사전체의 역량을 집중해서 밀어주기는 쉽지 않았다.
두번째로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특히 관료주의에 시달리는 대기업은 의사결정이 느리다. 초기 카카오가 카카오톡에 사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을때는 팀에서 그냥 토의해서 합의한뒤 바로 실행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스타트업에서는 위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말단 개발자가 바로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해당 사업팀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되어 있다. 여러가지 사업을 동시에 맡고 있는 임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원회의에 안건으로 올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 실제 현장을 모르는 임원들과 CEO에게 왜 이런 기능을 집어넣어야 하는지 진땀을 빼며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현장에서 원하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료주의에 좌절한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세번째로 대기업직원들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스타트업직원보다 높기 어렵다. 성공에 대한 보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는 신사업이 성공해도 큰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사내 포상을 받거나 승진하는 정도가 전부다. 반면 스타트업구성원에게는 스톡옵션 등 큰 인센티브가 주어져서 성공하면 목돈을 마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 카카오의 경우가 그랬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라고 해도 스타트업과의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없다. 덩치가 크면 오히려 동작이 굼띨 수 있다. 민첩한 작은 회사가 현장에서는 실제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TV광고 등 마케팅공세를 퍼부어도 잠깐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결국 쓰기 편한 서비스로 돌아간다.
나는 오히려 카카오가 걱정된다. 5년전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전쟁에서 다음, 네이버, SKT(틱톡) 등 대기업을 멋지게 이겼다. 심지어 공룡회사들인 이동통신사들은 조인(Joyn)이라는 메신저를 만들어서 카카오에 도전하기까지했지만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카카오는 그리고 2014년 5월 다음과 합병해서 지금의 대기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는 오히려 너무 많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매출성장과 수익은 둔화되고 있다. 예전의 다음과 비슷하다.
카카오택시도 미완의 성공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수익모델은 없다. 콜비를 유료화하는 순간 지금의 사용자들이 상당수 외면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우버,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같은 수십조가치의 공룡경쟁기업들과 경쟁하기엔 갈 길이 멀다.
물론 나도 카카오가 한국에서 작은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글로벌무대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맞짱을 뜨면서 경쟁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카오가 내수사업을 하면 안된다고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악이고 작은 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누가 만들든 소비자를 위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결국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민첩한 스타트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대기업이 알게 되면 결국은 손을 들고 오히려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거나 인수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사실 카카오는 그동안 김기사, 파크히어 등 스타트업을 많이 인수해 왔다. 또 김범수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서도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이번에도 O2O시장에서 직접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카카오는 계속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스타트업을 응원한다. 대기업이었던 다음을 누르고 시장을 평정한 예전의 스타트업 카카오처럼 대기업이 된 카카오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시장을 압도하는 스타트업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우버식 교통혁명에 완전히 뒤쳐진 대한민국
최근 몇년간 전세계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자가용을 몰고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의 이동방식이 크게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위시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마트폰으로 차를 불러서 타고 다니기 시작한다. 직접 자동차를 몰지도 않는다. 심지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차를 소유할 필요도 없어진다. 스마트폰으로 차를 불러서 이용하는 것이 너무 편하고, 심지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요금은 계속 내려간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트랜스링크 캐피털코리아 허진호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우버에서 기본 설정이 UberX에서 UberPool로 변경되었는데, 신경 안 쓰고 신청하다 보니 거의 UberPool을 타고 다녔다. 예전 우리의 ‘택시 합승’인 셈인데, 실제로는 intelligent routing으로 추가로 걸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정.말. 싸.다.
SF 다운타운에서 팔로알토까지 최저 17불, 최고 40불. 50km가 넘는 거리를 고려하면, 최저 가격의 경우 우리나라 택시와 비슷한 수준. 이제는 rhetoric이 아니라 economically도 ‘차를 팔고 우버만으로도 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본다. 실질적인 ‘사회적 혁신’이 가능해지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 섰다는 생각. 20여년 SF 출장 다니면서 온전히 렌터카 없이 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우버가 시작한 교통혁명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하루 수백만명이 전세계에서 우버를 이용하면서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묶어서 움직이면서 이용가격을 계속 낮춘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니 더욱 많은 사람들이 우버드라이버로 참여해 네트워크효과는 더욱 커져간다.
이처럼 우버가 시작한 교통혁명이 세계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남는 차량을 나눠서 탄다는 의미로 이런 서비스를 승차공유(Ridesharing)서비스라고 한다.
그리고 각 지역마다 우버와 경쟁하는 로컬의 강자들이 있다. 미국의 리프트, 비아,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유럽의 블라블라카, 라틴아메리카의 캐비파이 등이 지역강자들이다. 이런 서비스에는 속속 거액이 투자되고 있다. 우버는 벌써 10조원가까이 투자받았다. 리프트에는 GM이 6천억을 투자했다. 5월중순 애플이 중국의 디디추싱에 10억불을 투자한다는 뉴스가 나왔고 또 5월말에는 토요타가 우버에 투자했고, 폭스바겐도 Gett에 3억불을 투자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Bloomberg TV

이런 뉴스를 보고 포브스 기자인 브라이언 솔로몬은 이런 트윗을 하기도 했다. 승차공유서비스와 자동차회사의 커플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계속 새로운 회사들이 이 분야에 쏟아져 나온다. 예를 들어 모바일메신저 바이버를 일본의 라쿠텐에 1조원에 매각한 이스라엘 창업가 탈몬 마르코는 주노(Juno)라는 승차공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곧 뉴욕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처럼 전세계 곳곳에서 승차공유서비스가 생겨나 무서운 속도로 성장중인데 한국만 엄격한 규제로 인해 진공상태다. 콜버스 등 비슷한 서비스를 해보려는 스타트업들은 각종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고전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국가기간산업인 조선, 해운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서 지원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승차공유 비즈니스도 미래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웬만하면 규제를 풀고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대로 몇년동안 글로벌 공룡 서비스들이 이 분야에서 다 자리를 잡고 나면 새로운 한국업체가 끼여 들어갈 틈도 없어질지 모른다.
한국에는 우버 같은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정도의 단순한 비즈니스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심지어 한 컴공과교수분은 “내 제자들을 겨우 그런 회사에 보낼 수 없다. 우버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들 온디맨드 카 업체들은 결국 근미래에 인공지능 로봇 자동차를 굴릴 플랫폼을 장악해가는 회사들이라고 말이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앤디 루빈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진정한 의미의 AI 기기는 ‘자율 주행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결국 자동차는 인류가 일상속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게 될 인공지능 로봇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일 전세계에서 수백, 수천만명을 실어나르는 플랫폼을 가진 이들 승차공유 업체들이 이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데 있어 최적의 기반을 가진 회사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고객과 운행 이력, 실시간 교통정보, 디지털 지도 등 관련 데이터를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우버는 카네기멜론대의 인공지능연구소 인력을 대거 흡수해가서 독자적으로 무인자동차를 개발중이다. 우버의 계획대로라면 우버는 5년뒤, 10년뒤 하루에 몇억명이 넘는 사람을 이동시키는 운송 플랫폼이 될지도 모른다.

우버가 피츠버그시에서 가동중인 자율주행차 (Photo by Uber)
정부는 알파고 충격에 인공지능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설정한다고 했다.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고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이 한국에서 나올 수가 없는데 말이다. 우버의 대항마가 될만한 회사가 한국에도 있었다면 이미 현대차가 투자하고 제휴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그런 회사가 없다. 카카오조차도 규제 때문에 카카오택시플랫폼을 성장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승차공유 분야에서 한국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도록 스타트업들을 그냥 놔두었으면 좋겠다. 카카오든 콜버스든 마음껏 뭔가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그리고 힘을 키워서 다른 나라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가만 좀 놔두자. 다행히 최근에 통근 카풀서비스를 제공하는 풀러스, 공항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벅시 , 택시 빈자리 공유서비스 캐빗 등 새로운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회사 창업자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제일 걱정하는 것이 항상 ‘규제’다. 승차공유서비스도 미래산업이라고 생각하고 키우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되길 기대한다. 제발 좀 스타트업들을 그냥 놔두자.
자녀를 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로 키우는 방법 5가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유명한 스타트업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뉴욕’에서 빔인터렉티브(Beam Interactive)라는 스타트업이 우승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게임중계를 수백, 수천명이 지연(delay)현상없이 같이 시청하고 또 집단으로 게임플레이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충분히 우승할만한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더 놀란 것은 이 회사의 CEO였다.

(Techcrunch 캡쳐)
발표에 나선 이 회사의 CEO 매튜 살라만디는 겨우 18살이다. 그것만해도 놀라운데 빔은 매튜의 첫번째 창업이 아니다. 이 친구가 14살때 게임서버를 호스팅하는 MCProHosting이란 회사를 만들었고 그 회사도 60만 게임을 호스트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초중고시절 암기식 시험공부에만 내몰리고 대학시절에도 스펙쌓기에 바쁜 한국의 학생들이 창업에 필요한 실제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레모네이드판매라든지 각종 방과후 활동을 통해 창업에 필요한 비즈니스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대학생때는 이미 많은 경험을 가진 예비창업자가 되어 있는 경우를 봤다.
그런데 빔CEO 매튜를 보며 마침 얼마전 읽었던 월스트리트저널(WSJ)기사가 생각났다. 스몰비즈니스섹션 커버스토리였는데 제목은 “내 아이를 마크 저커버크로 키우기”(How to Raise the Next Mark Zuckerberg) 즉 자녀를 장래의 테크스타트업창업자로 키워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내용이다. 어릴 적부터 SNS, 즉 소셜미디어를 배우도록 하라는 등 우리 통념과 벗어나는 좀 도발적인 내용인데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어서 요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닌 일부 번역하고 내 생각을 첨가한 내용이다.)

문제해결자로 키워라. (Raise problem solvers)
아이들은 항상 뭔가 불평하기 마련이다. 불평, 불만으로 끝내지 말고 뭐가 문제인지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해라. 불만을 해결하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아이들을 가르쳐라. 예를 들어 비디오게임을 친구와 같이 할 수 없다고 불평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함께 협력해서 즐길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게임을 만들수 있을지 상상해보라고 하라.
어떻게 트위터나 플릭커 같은 아이디어가 작은 우연이나 발견에서 나왔는지를 알려주고 일상에서 세심한 관찰과 생각으로 그런 기회를 찾도록 이끌어라. 컴퓨터를 고치거나 명함을 스캔하는 것 같은 컴퓨터를 활용한 일을 시키고 어떻게 하면 더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지 찾아내도록 하라.
13살이 넘기 전에 SNS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 (Get them social-media savvy-before they turn 13)
SNS는 젊은 창업자들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꼭 필요한 스킬이다. 일찍 배워서 나쁠 것이 없다. SNS의 부작용을 걱정하면서 애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부모가 일찍 모범적인 사용법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사춘기가 되면 다 쓰게 되고 그때는 부모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SNS를 잘 쓰는 것을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생각하라. SNS를 잘하면 창업해서 회사를 홍보하고 고객과 소통을 잘 하는데 유리하다.
아이가 자신의 테크 재능을 찾아내도록 도와줘라. (Help children discover their tech talents)
꼭 틴에이저 창업자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천재이여야만하는 법은 없다. 유튜브스타가 될수도 있고 뛰어난 글솜씨를 지닌 블로거나 뛰어난 감각의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 아이에게 비디오편집이나 포토샵, 코딩 등을 가르쳐보고 어디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재능이 있는지 알도록 하라. 온라인에는 이미 이런 것을 학습할 수 있는 리소스가 널려 있다. 어도비의 유튜브채널이나 칸아카데미, 코드아카데미 등을 보여주면 좋다. 아이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장차 테크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을 택하게 될지 직접 해보고 길을 선택하게 하라.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법을 가르쳐라. (Teach children to work like a startup)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각종 온라인도구를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일한다. 당신의 아이들도 에버노트, 구글독스, 캘린더, 원더리스트 등을 활용해서 일정과 숙제 등을 관리하도록 가르쳐라.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직접 찾아내서 평가하고 마스터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팀이 협업하는 것처럼 다른 가족멤버들과 가족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숙제마감기한을 공유하는 등 연습을 하도록 해라. 테크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면 나중에 자신들이 창업할때도 도움된다.
연습으로 벤처를 시작하게 하라. (Set up a practice venture)
창업을 배우기 위해 꼭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블로그를 하도록 하거나 자신의 게임을 만들어 보도록 해라. 자신의 게임노하우를 커뮤니티에 공유하도록 해도 된다. 블로그를 써보거나 유튜브에 비디오를 올려보거나 스크래치 등으로 게임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려보면서 온라인 광고를 붙여보도록 하거나 온라인장터에 올려서 팔아보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서 아이들은 비즈니스감각을 키우게 된다. 아이들이 예전에는 길에서 레모네이드를 팔거나 베이비시팅을 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비즈니스 감각을 익혔다면 요즘에는 블로그를 쓰거나 온라인장터에서 물건을 팔아보고 모바일앱을 만들면서 돈버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http://www.wsj.com/articles/how-to-raise-the-next-mark-zuckerberg-1462155391
[위 기사를 WSJ에 기고한 알렉산드리아 새뮤얼은 하버드대출신의 테크놀로지연구자다.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하는 책을 다수 펴냈으며 기업의 소셜미디어전략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딸도 이렇게 키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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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도 아마 이렇게 자라났을 것이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보고 해결방법을 생각해내고 직접 실행해봤을 것이다. 저커버그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저커버그는 치과의사였다. 그는 집에서 치과를 운영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과 컴퓨터들을 그대로 보고 가지고 놀면서 자랐다. 저커버그는 아빠의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치과사무실과 집을 연결하는 인스턴트메시징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하버드에 진학한 뒤에 바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으리라.
실리콘밸리의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주위에 창업자, 엔지니어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비즈니스가 뭔지, 컴퓨터프로그래밍이 뭔지 알게 된다. 본인들이 창업에 나설때 조언을 받을 사람도 많다. 매튜와 같은 천재들이 계속 나오고 성공하는 토양이 갖춰진 미국스타트업생태계를 다른 나라들이 쫓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 :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가 약진하는 이유)
그나저나 우리나라 아이들이 걱정이다. 그냥 얌전하게 교과서를 암기하고 시험공부만 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또 대기업입사를 위해 스펙쌓기에만 열중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서는 인공지능 알파고 시대에 순탄한 삶을 살기 어려울지 모른다. 애들이 게임과 SNS에만 빠져있다고 그저 야단칠 것이 아닌 것 같다. 공부만 하지 않고 적당히 놀기도 하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잘 활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부모들이 잘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위 기사를 읽으면서 다시 느꼈다.
TIPS의 원형인 이스라엘 TIP에 대한 메모

그래픽출처 : 팁스홈페이지
더벤처스 호창성대표의 구속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TIPS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위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민간투자회사가 1억원정도를 투자하면 정부에서 5억원, 경우에 따라 9억원까지 추가로 매칭 투자해주는 방식이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초기 기술스타트업에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취지다. 지금까지 팁스는 21개 투자파트너사와 함께 157개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나는 외국에서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보러온 외국손님들에게 항상 팁스프로그램을 가장 성공적인 한국정부의 스타트업지원프로그램으로 소개해왔다. 실제 스타트업업계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 이스라엘의 TIP(Technological Incubators Program)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난 막연히 이스라엘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역할을 다해서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고 그게 아닌 것을 알았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살아있고 잘 운영되고 있는 듯 싶다.
참고 삼아 이스라엘의 TIP에 대해 아래 메모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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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이 TIP은 1991년 시작됐다. 91년 2월 걸프워가 끝나고 아무도 이스라엘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라버린 기업투자에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 시작됐다.

TIP은 이스라엘정부기관인 OCS(오피스 오브 치프 사이언티스트)에서 주관한다. (OCS는 이스라엘 경제부 하부조직으로 국가R&D를 담당한다.)
현재 20개의 인큐베이터가 있다. 이 인큐베이터들 소속으로 160개의 기업이 프로그램에 들어와있다. 인큐베이터 라이센스는 받으면 8년간 유효하다.
프로젝트당 예산은 50만불에서 80만불사이에서 결정된다. 이중 15%를 인큐베이터가 부담하고 나머지 85%는 정부에서 제공한다. 성공할때 되갚으면 된다. 스타트업은 향후 나오는 매출에서 3~5%를 로열티로서 정부에 이자포함 전액을 갚을 때까지 내면 된다. (한국TIPS는 성공시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내는 방식으로 R&D출연금의 10%까지만 갚으면 된다.)
인큐베이터는 투입예산의 15%만 투자하면 되며 50%까지의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TIPS는 40%까지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60개 회사중 40%는 의료기기회사, 8%는 바이오테크 및 약품, 15%는 클린테크, 35%가 ICT다.
91년에서 2013년까지 이스라엘정부는 1900개의 기업에 누적으로 7억3천만불을 투자했다. (대략 8천3백억원정도의 돈으로 한 기업당 4억원정도 투자한 셈.)
이중 2년뒤 졸업한 회사는 1600개. (300곳은 2년안에 문닫았다는 뜻인듯) 그중 60%는 민간투자회사에서 후속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약 960사) 2013년말 졸업한 회사중 35%정도는 아직 살아있다. ( 약 560개사) 어쨌든 지금까지 이들 회사들이 받은 누적민간투자는 40억불이라고.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나서서 위험을 지는 방식으로 매년 70~80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OCS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3년 이후의 데이터는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이스라엘정부로서는 대외적으로 크게 자랑하는 정책이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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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5년이나 운영된 프로그램인데 항상 칭찬만을 받는 것은 아닌 듯 싶다. Haaretz라는 이스라엘매체에서 2년쯤전에 “테크인큐베이터 : 이제는 그 역할이 끝난 것인가?“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썼다. 이 기사의 부제는 “이 정부프로그램은 지난 20년간 스타트업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과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이용해먹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이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흥미로워서 소개해 본다.
The program still suffers the reputation of a refuge for lesser-quality startups. Many suffer from what the industry calls Death Valley — an inability to raise capital after leaving the incubator. According to one startup investor, it’s an open secret that investors shun incubator startups because they use their capital poorly.
이 프로그램은 질이 떨어지는 스타트업의 피난처라는 평판에 아직 시달리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터를 떠난 뒤 펀딩을 하지 못해 고전한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큐베이터스타트업을 기피한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중략
In addition, the government lets incubators take too large a percentage of startups’ shares, often between 30% to 50%, says the investor. In most cases they take the maximum. All this dampens an entrepreneur’s incentive to make a company a success, he says.
게다가 정부는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의 지분을 30~50%까지 너무 많이 가져가게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인큐베이터는 최대치를 지분으로 가져간다. 이렇게 하면 창업자가 회사를 성공시킬 동기부여가 안된다.
Critics say another problem is that life for incubator operators is too comfortable. They put up very little of their own money and the government takes most of the risk, making the upside sizable. It’s no wonder so many big companies and wealthy investors want in. There’s a suspicion that big companies use the incubators as an R&D arm at the public’s expense.
또다른 문제는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것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그들은 약간의 돈만 투자하면 되고 대부분의 위험은 정부가 가져간다. 덕분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있게 된다. 대기업이나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R&D용 인큐베이터를 공공자금을 들여 지탱해준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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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읽어보니 중기청이 디자인한 TIPS가 이스라엘 TIP과 아주 유사하다. 이스라엘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될때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 지분의 30~50%까지나 가져갈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좀 놀랍다. 25년전 당시만해도 워낙 투자가 말라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따라서 그래서 한국에서도 인큐베이터가 40%까지 지분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부분은 좀 다르게 했어도 좋았을텐데.
어쨌든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도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뒷말이 나온다. 하지만 크게 보아 이스라엘 TIP처럼 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었다면 그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창성대표의 구속 사건을 계기로 팁스프로그램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사실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재판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팁스프로그램이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계속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이스라엘TIP처럼 20년뒤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Update : 2016년 10월7일 호창성대표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성문님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이 스타트업투자와 팁스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하 인용.)
팁스 총괄 운영지침에 따르면 운용사에게는 창업팀이 팁스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추천하고 멘토링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호씨 등이 창업팀들에 반드시 팁스에 선정될 것을 약속했다거나 선정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다는 증거가 없으니 이는 직무 범위 내에서 적법한 것. 초기 기업은 정당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자본금 외 유무형의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투자계약 체결에서 고려된다. 이 때문에 해당 벤처 가치를 더 낮게 잡고 적은 액수의 투자금으로 더 많은 지분을 인정받고자 하는 투자자와도 계약체결이 가능하며 팁스 운용지침에도 운용사가 창업팀에 지원하게 될 보육서비스를 고려해 투자 지분을 획득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사건 창업팀들이 대등하게 투자 지분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협상이 유리했다 하더라도 이는 민간 투자주도형 기술투자를 효율적으로 하려는 팁스의 목적을 위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인센티브를 이용한 것이니 허위 계약서를 토대로 중소기업청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 투자계약서상에 피고인들이 제공한 서비스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은 것은 맞으나 관계자들이 당연히 아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창업팀 또한 법정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고 있고 만족한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을 통해 지급받을 자격이 없는 창업팀이 지원 범위를 초과한 보조금을 지급받은 근거도 없다.
정말 다행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고 잘 성장하도록 돕는지에 대해 VC들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다. 더구나 그 과정에 보조금으로 정부돈이 들어간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확실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 초기스타트업에 큰 위험을 감수하고 현금을 투자하는 벤처투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처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면 안된다. 잘못이 없는 투자자를 사기꾼으로 몰고 감옥까지 집어넣는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싱가포르와 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탐방

내가 참여한 세션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의 보니는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국 소속 공무원인데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최문기 전미래부장관의 제자라고.
2년전과 비교해 크게 확장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단지

2년전 방문했을때 찍은 블록71 건물 빌딩.

블록71 스타트업단지가 확장되고 있는 모습. 79, 73 건물은 이제 모두 오픈했고 그 옆에 휠씬 더 큰 빌딩을 건설중이다. 사진 출처 TechinAsia.

왼쪽 건물이 블록 79다.

블록79뒤에는 거대한 후드코트와 공연장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밤낮으로 모여든다.


스타트업부트캠프 핀테크.

배쉬의 브루어리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각 빌딩 입구마다 각종 행사와 구인광고 등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이 기존 빌딩들옆에 더 넓은 부지에 제2 단계 빌딩이 건설되고 있다.
동남아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랩과 우버의 대결


‘스타트업 타일랜드’로 변신하는 태국

내가 방문한 시기에 스타트업 타일랜드 행사가 열렸다. 미래부 최양희장관도 참석했다.

앤드류 DTAC CSO의 발표중 한 슬라이드. 태국인들이 하루에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평균 7시간에 이르고 그중 라인이나 페이스북을 쓰는 비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고. 스마트폰 중독에 있어 세계최고 수준인 듯 싶다.
지난해 9월 기준 태국 인구 6,700만명 가운데 3,700만명이 매달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의 월간 페이스북 이용자 수 1,600만명의 두 배가 넘는다.) 라인의 태국이용자수는 3,300만이다. 태국인들의 페이스북 평균 이용 시간도 하루 2시간35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페이스북과 라인은 모두 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태국 정부가 나서 스타트업 육성 계획인 스타트업 타일랜드를 선언한 배경이 수긍이 간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열심히 쓰는 국민들이 있는데 해외서비스만 쓰니까 아쉽다는 것이다. 토종 태국스타트업이 만든 모바일서비스가 나와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허바 2층에 있는 태국 스타트업 스토리로그. 맨 오른쪽이 CEO 피포다.
동남아서 큰 존재감 없는 우리 기업들


미얀마의 웨이브머니 홈페이지. 노르웨이 이통사인 텔레노어와 미얀마 요마은행의 모바일머니 조인트벤처다.

태국에서 열린 라인 타일랜드 미디어데이 행사 모습. 사진출처 라인.
투자받을때 기억해야 할 3가지

2016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서 Qeexo(킥소) 이상원대표가 소개한 스타트업이 투자받을때 주의해야 할 할 3가지 내용. 본인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행착오를 거쳐서 느낀 것이라고. 이대표의 발표내용에 내 생각을 곁들여서 메모.
“May take longer than you think”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정말 그렇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CEO들은 투자피칭을 시작하면서 투자받는 것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VC를 처음 만나서 아무리 빨리 딜이 이뤄져도 3개월에서 4개월은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딜 진행이 잘 되는 것 같아도 막판에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운영 자금이 최소한 6개월에서 9개월정도 남아있는 시점에서 펀드레이징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미리미리 준비하라.
“Interest” is NOT “Demand”.
어떤 VC는 스타트업의 발표를 보고 냉혹하게 “이 사업은 안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VC는 데모를 보고 흥미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흥미와 관심(Interest)을 보이는 것과 당신의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구체적인 요구(Demand)를 하는 것은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데 많은 초보 스타트업CEO들이 여기서 착각을 한다. VC가 조금만 호의적으로 대하거나 흥미를 보여주면 “아 이제 투자받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들뜨게 된다.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사실은 더 많이 VC를 만나서 이런 흥미를 더 끌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투자요구를 끌어내야하는데 그것을 못하게 된다.
VC를 많이 만나보지 못한 초보 창업자는 누군가의 호의에 감동을 받고 착각을 하게 된다. VC는 투자할 생각은 없으나 제품이나 사업모델에 흥미가 있어서, 아니면 원래 친절한 편이라 잘 대해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투자까지 이어지는 것은 다른 얘기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VC가 좋아하더라도 다른 파트너의 동의까지 얻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딜이 어그러지는 경우도 있다. 냉정해야 한다.
“It’s not done until you see the money in the bank.”
“돈이 통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다 됐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사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투자회사에서 갑자기 고위임원이 틀어버려서 망연자실해 하는 경우도 봤다. 투자하기로 한 대기업이 마지막에 투자계약서에 갑자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독소조항을 넣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딜을 깨버린 경우도 봤다. 돈이 통장에 들어와야 딜이 완료된 것이다.
***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투자피칭은 감정이 무뎌질 때까지 계속하고 거절하는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꼼꼼히 받아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거절당했다고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지인이나 멘토, 어드바이저의 소개를 받아서 자신에게 투자 안할 것 같은 (다른 분야의) VC들을 (연습삼아) 먼저 만나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그들의 솔직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발표내용을 보완한 뒤 진짜 투자를 받기를 원하는 중요한 VC를 만나는 것이 좋다. (몇년전 내가 아는 스타트업을 KTB이호찬대표에게 먼저 보내서 이런 피드백을 받게 한 일이 있다.)
이상 킥소 이상원대표, KTB실리콘밸리 이호찬대표 등 에게 듣고 내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짬뽕한 메모를 써봤다. 나는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제품과 서비스가 뛰어나다고 반드시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창업자들의 강한 멘탈과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발표내용을 개선해 가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자신감에 차 있는 것도 필요하지만 남의 말을 안 듣는 것은 곤란하다.
어쨌든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자본 싸움이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VC에게 투자를 잘 받는 것은 스타트업창업자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다. 겨울이 오고 있다지만 좋은 제품을 가진 스타트업창업자들은 어려움을 다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일본은 스타트업의 불모지인가
일본은 스타트업의 불모지인가. 전세계에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본은 아직도 도요타, 소니, 캐논 같은 대기업의 나라이며 요즘은 청년층 취업이 잘 되서 젊은이들의 창업의지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구글이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아시아에 처음으로 캠퍼스서울을 개소할 때 “왜 일본에 먼저 내지 않았느냐”고 구글 관계자에게 물어본 일이 있다. 그러자 “일본의 스타트업 열기가 그렇게 뜨겁지 않아서 그렇다”는 대답을 들은 일도 있다. 일본도 한국 못지 않게 규제가 엄격해서 일반 자가용을 가지고 택시영업을 하는 우버X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핀테크도 일본은 무풍지대였다.

파이오니어스페스티벌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매년 5월에 열리는 스타트업축제다. 지난 3월23일 처음으로 파이오니어스 아시아행사가 도쿄에서 열렸다. 비엔나시 부시장과 파이오니어스 CEO 등과 함께 찍은 사진. 닛케이신문 주최로 열린 행사라 그런지 일본의 큰 대기업들이 대거 스폰서로 나섰다.
그런데 내가 지난 3월말 도쿄에서 열린 ‘파이오니어스 아시아’라는 스타트업 컨퍼런스에 다녀오면서 일본도 더 이상 스타트업 열풍의 예외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다음은 일본의 스타트업 업계의 최근 변화에 대해 내가 느낀 점이다.

우선 일본열도에도 핀테크열풍이 상륙했다. 한국보다 정확히 일년이 늦었지만 그 열기는 한국 못지 않다. 지난해말부터 핀테크혁명에 대해 보도해 온 일본최대의 경제신문인 닛케이신문은 3월 닛케이핀테크라는 온라인전문지를 창간했다. 컨퍼런스참관권을 포함한 일년구독료가 48만6천엔, 즉 5백만원에 달한다. 경제주간지마다 핀테크특집을 커버스토리로 올리고 있다. 서점에 가보니 ‘핀테크혁명, 드디어 일본 상륙’이란 제목의 책이 맨앞에 진열되어 있다.

일본의 금융1번지라고 할 수 있는 마루노우치 도쿄은행협회빌딩에는 지난 2월1일 피노라보(FinoLab)라는 곳이 생겼다. 미츠비시도쿄UFJ은행, 미츠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의 3대메가뱅크본점이 있는 이 거리에 핀테크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우선 16팀의 일본 유망 핀테크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일본최대의 광고대행사인 덴츠가 운영하는 이 핀테크육성센터에는 매일처럼 전국의 금융관계자가 찾아온다. 일본의 3대메가뱅크와 전국의 지방은행들은 핀테크관련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직에서 핀테크 연구와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8일에는 KTB솔루션 등이 한국에서 참가한 코리안핀테크데모데이라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머니트리에는 일본의 3대 메가뱅크가 모두 투자했다.
일본에는 이미 사업이 상당한 궤도에 오른 핀테크스타트업도 많다. 개인자산관리분야에는 머니포워드와 머니트리가 유명하다. 머니포워드는 350만명, 머니트리는 1백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들은 모든 은행과 신용카드들의 사용내역을 자동으로 연결해 분석해 주는 일종의 온라인가계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에 대응되는 일본의 금융기관은 약 2600개사로 거의 모든 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에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놀랍게도 머니트리의 경우 호주인인 폴 채프먼CEO를 비롯해 직원의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국제화된 팀이다. 머니트리는 일본의 3대메가뱅크계열 벤처캐피털에서 모두 투자받았다.
한국의 경우 보안문제 등의 우려로 금융기관이 외부스타트업이 고객데이터를 긁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온라인가계부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프리(Freee)라는 핀테크회사는 클라우드회계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소규모기업이 엑셀 등을 쓰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회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다. 벌써 50만명의 비즈니스가 쓰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에는 원하면 회사의 재무데이터를 외부와 실시간으로 공유해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해 일본의 지방은행인 기타구니은행은 복잡한 대출심사과정 없이 중소기업에 효율적으로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됐다.
또 아마존재팬은 쇼핑몰 입점상인에게 복잡한 심사절차없이 현금흐름과 성장성 등을 보고 바로 대출해주는 아마존렌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못지 않게 지극히 보수적으로 알려진 일본의 금융업계에서 이미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핀테크스타트업이 나오고 있고 금융기관들과 폭넓은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왔다. 공인인증서, 액티브X 등을 사용해야만 하는 규제 때문에 갈라파고스화된 한국의 금융업계와 달리 일본만 해도 금융IT환경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고 있고 글로벌회사들이 들어와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두번째로는 내가 변화를 느낀 것은 실력있는 일본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부상이다. 내가 참석한 파이오니어스아시아 컨퍼런스의 최종결선에서 우승한 휠(WHILL)은 이 행사에서 만난 수많은 일본의 하드웨어스타트업중 하나였다. 이 회사는 기존의 사용하기 불편하고 디자인도 흉한 휠체어를 대폭 개선한 스마트 전동휠체어를 개발했다. 미래형 디자인에 스마트폰앱을 이용해서 제어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심지어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운전으로 가는 기능까지 있다.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얼마전 FDA승인을 받고 전세계로 판로를 개척중이다.

내가 인상적으로 본 것은 이 회사의 창업자 3명이다. 자동차회사인 닛산, 전자회사인 소니, 카메라-의료기기회사인 올림퍼스 출신의 30대 엔지니어 3명이 의기투합해서 창업했다. 각각 자동차, 카메라, 의료기기 엔지니어가 모인 것으로 스마트 휠체어를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조합이었다. 이들을 보니 대기업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던 일본의 엔지니어들이 이제 스타트업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장인정신을 가진 일본의 엔지니어들이 스타트업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만난 본엔젤스 김범석 일본지사장은 “시부야에 가보면 낡은 빌딩들 구석구석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는 일본의 창업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로 느낀 것은 일본 대기업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정부의 거창한 창업지원정책이나 멋진 창업지원공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많은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 모습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모닝피치라는 행사다. 도쿄 신주쿠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두시간동안 열리는 이 행사는 스타트업 4~5팀이 발표하고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털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만남의 장이다. 이번 4월 첫째주에 열린 모닝피치는 144회째로 핀테크특집이었다. 3년동안 꾸준히 운영된 것이다. 150명이 참석할 수 있는데 매번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일찍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커피는 커녕 물 한잔 주지 않는데도 대기업관계자들이 꽉꽉 들이차서 스타트업의 발표에 귀를 기울기고, 열심히 질문하고, 끝나고 명함을 교환하고 돌아간다. 정부의 입김 없이 완전히 민간기업중심으로 이런 행사가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밖에 글로벌하게 투자하는 일부 일본VC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DG벤처스의 다카히로상은 요즘 폴란드에 자주 출장을 다닌다고 했다. 폴란드에 좋은 스타트업이 많다는 것이다. “펀드에 지역제한이 있지 않느냐. 해외에 그렇게 제한없이 투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외부출자를 받지 않은 DG그룹 자체 펀드로 투자하기 때문에 괜찮다. 좋은 회사라면 세계 어디라도 투자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DG그룹은 가가쿠닷컴의 모회사로 MIT미디어랩 디렉터인 조이 이토가 창업자중 한명인 회사다.)

잠시 유리모토CEO에게 인사하러 들른 시부야의 글로벌브레인 사무실에서 투자기업 포트폴리오를 보니 MIT의 인공지능로봇 스타트업 Jibo라든지 스마트도어락 회사인 샌프란시스코의 오거스트 같은 유명회사들의 이름도 보였다. 물론 비트파인더, 팀블라인드 등 한국스타트업에도 많이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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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용히 내실있게 성장하는 일본의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일본은 적어도 역량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가 되어 있는 나라다. 게다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내수시장도 있다. 일본의 스타트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인재들도 많다. 일본의 스타트업생태계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내향적이며 글로벌행사에 나와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잘 하지 않으니 잘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대대적인 ‘창조경제’ 드라이브를 펼치는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는 일견 활발해 보인다. 잘 꾸며진 큰 규모의 스타트업지원센터들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지만 헤이딜러, 콜버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아직 시대착오적인 규제는 여전하다. 한국인들로만 이뤄진 스타트업들은 다양성이 부족하다. 높은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하드웨어분야에서의 창업과 성공사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한국대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이제 시작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마음껏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대기업 등 민간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와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생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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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보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