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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3월 2nd, 2017

매달 5천억원 움직이는 국민송금앱 ‘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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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이 있다. 바로 토스(Toss)다. (https://toss.im) 토스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돈을 보낼 수 있는 송금앱이다. 친구에게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주거나, 다같이 식사를 하고 더치페이를 할때도 너무 쓰기 편해서 애용되고 있다.

토스 다운로드 링크 http://janguk.kr/t4877tqfqd

누적 다운로드 550만회에 매달 5천억원이라는 거액이 이 앱을 통해 움직인다. 대한민국 계좌이체의 1.5%를 토스가 움직인다고 할 정도다. 성장률도 엄청나서 몇달뒤면 월간 송금액이 1조원을 넘어설 기세다. 한달에 몇백만명이 사용하고 있으니 가히 국민앱이라고 해도 될만한 수준이다. 한국 핀테크스타트업중 대표주자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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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사진 : 나라경제

이 토스를 만든 회사는 비바리퍼블리카라는 6년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인 이승건대표(36)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5월, 즉 2년반전이다. 그는 당시 창업이후 8가지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했다가 다 실패하고 송금앱인 토스에 기대를 걸던 중이었다.

사실 한국만큼 은행계좌이체가 복잡한 나라도 없다. PC에서는 우선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스마트폰이라도 송금을 하려면 우선 공인인증서를 설치해야 하고, 복잡한 비밀번호를 계속 입력해야 하고, OTP(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를 가지고 다녀야한다. 단돈 만원을 보내려고 해도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니 무척 번거롭다.

이대표는 은행의 자동자동출금(CMS)시스템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보험회사나 통신회사가 매달 자동으로 은행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것처럼 토스가 이 CMS망을 통해 송금을 원하는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빼서 실시간으로 송금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은 간단한 5자리 패스워드나 지문인증만으로 돈을 송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토스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통해 전자금융업자로 정식등록되어 있어야 하며 각 은행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2년반전 처음 만났을때 이대표는 열정적으로 내게 이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그게 될까”하는 생각을 했다. 우선 대형은행들이 작은 스타트업에 문을 열어줄 리가 없었다. 틀림없이 사고가 날 가능성을 운운하며 안해줄 것이 뻔했다. 두번째로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았다. 고객이 무료로 송금하게 해주면 돈은 어떻게 벌 것인가? 이런 이유로 비바리퍼블리카에 돈을 투자해줄 투자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불가능해보이는 일에 도전해서 성공시키는 것이 진짜 창업가다. 이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리콘밸리에서 온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가 비바리퍼블리카에 10억원을 투자했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투자가 비바리퍼블리카를 살렸다. 당시만해도 한국벤처캐피털은 금융쪽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제한되어 있었다.

청와대사진

미래창조과학부 등 6개 부처 합동으로 진행된 2015년 정부부처 업무보고 행사. 사진 왼쪽부분에 이승건대표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는 오른쪽에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이대표에게는 다른 운도 따랐다. 2014년말부터 한국에 핀테크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2015년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해 업무보고에 핀테크업계 대표로 참석했다. 그때 그는 “핀테크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핀테크기업과 기존 금융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현장에서 느끼는 은행태도는 여전히 보수적”이라고 박근혜대통령에게 호소했다. 그 호소가 통했는지 이후 핀테크산업을 키우는 정책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속속 토스에게 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이대표는 “핀테크 바람이 없었으면 토스를 절대 시작 못했다. 은행들이 작은 회사와 협력해서 일하게 하는데 이런 바람이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응원해주고 도와주신 금융위와 규제당국에게 감사드리고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기업, 부산, 경남은행과 제휴해서 토스앱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토스앱을 내놓고 9개월동안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다운로드가 60만회에서 늘지를 않았어요. 안되는 은행이 많으니 확대가 안되는거예요. 이걸 계속해야 하는지 포기해야 하는지 망설였을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성장의 전기는 2015년말 메이저은행인 국민은행과 농협이 토스에 들어오면서 생겼다. 2016년 1월부터 엄청나게 빠르게 가입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한달동안 60만명의 추가 가입자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월 30~40%씩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들은 한번 써보고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되니 계속 사용했다. 토스의 재사용률도 SNS앱 못지 않게 높았다.

급성장이 시작되자 투자자들도 신뢰를 보내며 거액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6년 4월 KTB네트워크와 미국 굿워터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65억원을 투자받았다. 한국의 핀테크스타트업으로서는 최대 금액의 투자유치였다.

이제는 토스에서 월 7백만회 송금이 이뤄진다. 월 5번까지는 무료로 송금할 수 있지만 6회부터는 500원씩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주저없이 돈을 내고 쓰는 사람이 많다. 또 음식값을 자동으로 나눠서 송금받는 더치페이기능도 인기다. 간편대출기능도 생겼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중계수수료를 받으며 매출도 나오고 있다. 금융플랫폼으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남들이 부러워할 성과를 내고 있지만 원래 그는 금융업계나 IT업계와는 전혀 관계없는 치과의사였다. 안정적으로 돈도 잘 버는 치과의사가 왜 이런 어려운 일에 뛰어들었을까? “저는 원래 컴퓨터를 엄청 좋아하고 프로그래밍도 잘 합니다. 다만 학창시절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서 무조건 돈을 버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람은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군대 다녀와서 바로 창업을 했지요.” 창업하고 바로 성공한 것은 물론 아니다. 몇년간 하는 것마다 실패하는 고난이 뒤따랐다. 토스는 10여번 실패한 끝에 나온 절실함의 산물이다.

토스의 성장과 함께 직원수도 쑥쑥 늘어나 2017년 1월 현재 65명이 됐다. 역삼동 본사는 이제 공간이 모자라서 회의실을 다 허물고 사무실로 쓰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중 고객응대팀이 16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작은 회사에서 고객응대를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을 채용할 필요가 있을까. 왜 그런지 물어봤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고객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이런 것까지 돼?”하고 놀랄 정도로 미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엄청난 거래량에도 한번도 사고가 나지 않은 점도 놀랍다. 사고는 커녕 장애가 발생한 일도 거의 없다. 이대표가 얼마나 서비스의 보안과 안정성 그리고 고객만족을 신경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대표는 핀테크스타트업들이 모인 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회사를 키우기에도 바쁜데 업계의 리더역할까지 맡은 이유를 물었다. “핀테크가 대한민국의 신성장산업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규제가 많습니다. 정부가 시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작은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협회장을 맡았습니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금융에 있어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애용하는 필수앱이 되지 않을까. 이승건대표의 앞으로의 행보를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이유다.

<나라경제> 2017년 2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블로그에 그대로 옮겨서 게재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3월 2일 at 7:16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