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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와 부하가 평등하게 토론하는 이스라엘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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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스라엘을 3번째로 방문해서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만남을 가졌다. 특히 스타트업업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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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대학의 벤처인큐베이터인 StarTAU의 행사에 갔다가 한국 중진공의 프로그램으로 이스라엘의 유명 스타트업 Wix.com에서 인턴으로 몇달간 일한 노경민씨와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니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약간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무엇보다 보스와의 관계가 한국과 다른 것이 가장 놀란 점이었습니다. 정말 보스에게 뭐든지 이야기할 수 있더라고요. 정말로 평등한 관계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그때 상사와의 한국식 상하관계를 돌이켜보면 보스와 부하가 평등하게 소통하는, 아니 부하가 보스에게 들이받기도 하는 이스라엘 회사에서의 경험은 아주 놀랍다는 것이다. (Wix는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되서 회사가치가 1조가 넘는, 이미 크게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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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u씨.

Dudu씨.

영작문 교정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Ginger software의 CMO인 Dudu씨와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나는 또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의 평등한 조직 문화에 대해서 한번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좀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이란 단서를 달며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부하가 CEO와 CMO인 자기와 같이 회의를 하는 경우에 자신이 낸 의견에 대해서 “It’s stupid”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발언에 대해서 자기나 CEO도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직장에서 사장, 상무와 함께 일반 과장이 회의를 하면서 과장이 상무의 의견에 대해서 “멍청한 생각이다”라고 발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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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말 직선적이다. 돌려말하지 않는다. 궁금하면 바로 속사포 질문을 날린다.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이야기한다. 이스라엘사람들을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같이 일을 시작한뒤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척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다.

라이코스를 인수한 이스라엘회사와 일할 때의 일이다. 이스라엘쪽과 화상회의를 하면서 내가 회의 마무리를 좀 잘못한 일이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지라 내가 진행한 회의를 좀 어색하게, 찜찜하게 끝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보스에게서 바로 왓츠앱으로 메시지가 왔다. “정욱, That was rude. I don’t like it.” 그는 내가 잘못한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무례를 범한 상대에게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내가 잘못한 일이니까 사과하기는 했지만 신속하고 직선적인 그의 피드백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일에 대해서 나중에 그에게 다시 이야기한 일이 있는데  그는 이스라엘사람들은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자기에게 그렇게 솔직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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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스타트업생태계를 다룬 ‘창업국가(Startup Nation)’이란 책을 보면 이런 농담이 소개되어 있다.

Four guys are standing on a street corner . . . an American, a Russian, a Chinese man, and an Israeli. . . . A reporter comes up to the group and says to them: “Excuse me. . . . What’s your opinion on the meat shortage?”

The American says: What’s a shortage?
The Russian says: What’s meat?
The Chinese man says: What’s an opinion?
The Israeli says: What’s “Excuse me”?

—MIKE LEIGH, Two Thousand Years

이스라엘 사람들과 일하기 시작한지 한달쯤 지난 시점에서 이 조크를 라이코스매니저들에게 읽어준 일이 있다. 다같이 동감하면서 폭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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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벤치마크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윗사람에게 얌전(?)하고 고분고분하게 대하는 것이 한국의 조직문화다. 그리고 윗사람들이 부하들의 의견을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한국문화에서 정말로 이스라엘의 장점을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곤 한다. 이스라엘에서 느낀 점중 하나를 잊어버리기 전에 가볍게 메모해봤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1월 30일 , 시간: 4:10 오후

4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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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www.osnews.com/story/19266/WTFs_m
    이게 생각나는군요.

    마지막 의견은 참 공감이 갑니다. 다른 나라의 장점을 배우자는 발상 자체는 좋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최근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강점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단점이 가려지거든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성공 모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k

    2014년 2월 3일 at 11:19 오전

  2. 최근 우연한 기회에 “청년! 후츠파로 일어서라” 라는 다큐를 보게 되었는데 그 다큐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 문화가 가진 의사소통과 질문식 토론의 장점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더군요. 문화의 특징과 의사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absolujin

    2014년 2월 4일 at 11:34 오전

  3. 지네 문화가 직선적으로 말하는거라고 해서 외국인에게도 지네 문화 적용하며 똑같이 대하는게 과연 합리적인걸까?

    ㅇㅇㅇ

    2014년 2월 21일 at 12:44 오전

  4. […] 있었습니다. (진저가 이스라엘회사인줄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참고-보스와 부하가 평등하게 토론하는 이스라엘 조직문화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그에게 한국에 돌아가면 진저를 소개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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