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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처럼 생각하라’-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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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페이스북(Facebook)’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2005년 초였다. 하버드대학에서 생겨난 페이스북이라는 SNS가 아이비리그 학교들을 중심으로 급성장 중이라는 것이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미국의 이야기였고 또 대학생이 아니면 가입할 수도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2006년 9월, 드디어 페이스북은 이메일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나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가입해 사이트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그간의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세상에 처음 공개된 페이스북은 무엇보다 쉽고 단순한 인터페이스(연결장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는 당시 유행하던 SNS인 마이스페이스(MySpace.com)사이트의 산만한 디자인과 넘쳐나는 스팸에 실망한 터라 페이스북의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나서 오래전 미국 유학 시절에 알고 지내다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 다시 연결되는 기쁨도 누렸다.

미국 언론은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를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에 10억 달러에 이르는 야후의 인수 제안을 차버린 겁 없는 젊은이로 소개했다. 우리 돈으로 1조 원에 이르는 거액을 보기 좋게 거절한 그의 배짱도 놀라웠지만 겨우 20대 초반의 청년이 1조 원 가치의 회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후 2007년 5월,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 ‘f 8’에서 페이스북을 전 세계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셜 그래프(social graph)’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저커버그의 발표 동영상을 보고 그 창의적인 개념과 비전에 놀랐다. 분명 그는 대단한 천재이자 비저너리(visionary-혜안가)였다.

나는 당시 스티브 잡스가 처음 선보인 아이폰과 함께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앞으로 세상을 바꿀 거라고 주위에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페이스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당시 한국에서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고 내 페이스북친구 가운데 한국에 사는 사람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9년 3월, 보스턴의 라이코스 CEO로 부임한 나는 페이스북이 얼마나 미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 실감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시간대가 서로 다른 드넓은 국토에 흩어져 사는 경우가 많은 미국인들에게 페이스북은 그야말로 서로를 연결하고 안부를 전하는 소중한 ‘끈’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시 20대 초반의 미국인 직원에게 “고향에 계신 80대 할머니가 자기와 연락을 하고 싶어 페이스북을 쓰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감동하기도 했다. 확실히 페이스북은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내 블로그 참고글 : 미국인들에게 있어 페이스북이란(2009년),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페이스북(2010년))

놀랍게도 그즈음부터 한국에서도 페이스북 이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구 반대편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모두에게 잊힌 사람이 될 뻔했던 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Twitter를 통해 한국의 친구나 지인들과 예전보다 더 끈끈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인맥을 유지하고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준 셈이다.

이러는 동안 저커버그라는 인물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 갔다. 도대체 무엇이 이 젊은 청년을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제국의 창업으로 이끌었을까? 세상을 바꾸는 소셜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얼마 후 그런 의문에 해답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에 만난 NHN 김상헌 대표에게서 저커버그에 관해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2011년 11월,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투자가인 유리 밀너(YuriMilner)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밀너의 생일파티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다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인터넷 기업 CEO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는가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풀이 죽어 있던 김 대표 앞에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김 대표는 자신이 한국 최고의 검색엔진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CEO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저커버그가 예상외로 반색을 하며 “네이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 내일 우리 회사에 와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느냐”고 하더라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던 김 대표가 정중히 거절하자 저커버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 오면 꼭 연락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 대표는 다른 오만한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달리 의외로 겸손하고 호기심 많은 저커버그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우리 모두가 저커버그를 과소평가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에 창업한 회사를 10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커버그는 어린 나이에 전례 없는 최강 기업을 설립했을 뿐 아니라 이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커버그의 나이와 경험 부족 너머에 있는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한다.

인텔의 소셜마케팅 전문가인 예카테리나 월터(Ekaterina Walter)가 쓴 《저커버그처럼 생각하라 Think Like Zuck 》 는 저커버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저커버그가 어떻게 해서 지난 10년 동안 10억 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사이버 제국을 세울 수 있었는지 열정, 사명, 사람, 제품, 파트너십이라는 다섯 가지 요인을 들어 설명한다. 저커버그의 신념과 경영 원칙을 비롯해, 그의 성장 과정과 페이스북의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고 있어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에 대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저커버그의 창업가정신, 혁신적 아이디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명감, 그리고 강력한 실행력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자세히 다루고 있어 저커버그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재포스, 컬리지유머, 엑스플레인 등 다른 혁신적인 회사들의 사례를 소개한 점 또한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요소다.

저커버그가 제대로 된 기업문화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페이스북의 기업공개 투자설명서에 쓴 ‘페이스북의 존재 이유’ 라는 그의 서신을 읽어보면 그의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개발자 출신답게 그가 제시한 ‘해커웨이(the Hacker Way’) 는 최고의 개발자 집단인 페이스북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임을 알 수 있다. 해커웨이는 개발자의 힘으로 뭔가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끈질기게 매달려 일을 완성시키는 페이스북의 접근방식이다.

'The hacker way'를 표방하는 페이스북답게 멘로파크의 페이스북본사에는 거대한 'HACK' 문자가 그려져 있다. (구글맵에서)

‘The hacker way’를 표방하는 페이스북답게 멘로파크의 페이스북본사에는 거대한 ‘HACK’ 문자가 그려져 있다. (구글맵에서)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단시간 내에 페이스북을 구글, 애플, 아마존닷컴과 함께 세계를 이끄는 4대 IT 기업으로 부상시킨 저커버그의 성공 방정식을 통찰력 넘치는 필치로 소개한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이 책은 이미 창업을 해서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는 신생기업가들에게 기업을 키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일깨워줄 것이다. 그리고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영자들에게는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어떤 문화를가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좋은 힌트를 준다. 경영자로서 마크 저커버그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임정욱

저커버그처럼 생각하라. 예카테리나 월터 지음|황숙혜 옮김|청림출판|320쪽|1만5000원 -다음책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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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아이패드혁명‘, ‘인사이드애플‘로 인연을 맺은 청림출판의 송상미팀장의 부탁으로 감수하게 된 책. 평소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좋은 책을 추천해주셔서 감수를 수락했다. 바쁜 와중에 짬짬이 틈을 내서 감수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2012년 5월의 IPO이후 공모가 38불에 휠씬 못미치는 25불정도의 주가(7월1일현재)를 보이고 있어 페이스북이 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페이스북이 그렇게 쉽게 주저앉을 회사라고 보지 않는다.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아직 젊고 큰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돈에 그다지 욕심이 없는 것 같고 프로덕트를 최우선시하며 쉐릴 샌드버그 같은 인재를 포용해 일을 맡길줄 아는 경영자로서의 그릇이 있다.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가 아직은 큰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IPO이후 부진은 어느 정도 작은 역경이라고 볼수도 있겠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 정도의 고난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실패의 경험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6월 30일 , 시간: 8:31 오후

4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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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늘 임정욱 님의 글을 잘 읽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글에는 제 이야기가 조금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별 것 아닌 제 경험이 임정욱 님께 도움이 되다니 정말 기쁘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써 주십시오. 서울에 오시면 연락 주시고요.

    김상헌

    2013년 6월 30일 at 9:27 오후

    • 앗. 직접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저번에 해주신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 써먹었습니다. 책이 회사로 갔을텐데요.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서울에 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estima7

      2013년 6월 30일 at 9:35 오후

  2. ‘2012년 5월의 IPO이후 공모가 38불에 휠씬 못미치는 25불정도의 주가(7월1일현재)를 보이고 있어 페이스북이 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페이스북이 그렇게 쉽게 주저앉을 회사라고 보지 않는다.’ -> 실제로 지금 주가를 보니, 월가의 투자자들 보다 에스티마님이 더 멀리 보고 계셨던것 같네요^^ 실제로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페이스북이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내려가 있었을 때, 스톡옵션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인재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들 하더라고요.

    Youngdae Son

    2013년 9월 21일 at 11:09 오후

  3. […] 네이버 김상헌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우연히 마크 저커버그를 조우했을때도 그가 반색을 하면서 “네이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궁금한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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