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노키아 시대에 대처하는 노키아의 자세-브리지프로그램
지난해(2011년8월)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라는 블로그포스팅을 한 일이 있다. WSJ에서 읽은 Nokia’s Losses Become Finland’s gain이라는 기사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링크)
핀란드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하던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핀란드경제에 큰 위기가 닥치게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 만큼의 위기는 아니고 오히려 노키아와 함께 20년동안 양성된 세계수준의 모바일엔지니어들이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스타트업생태계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새로운 벤처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핀란드는 특정 대기업에 쏠려있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위기와 함께 맞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오늘 또 주간조선의 헬싱키발 기사에서 비슷한 내용을 읽었다. 99년부터 핀란드현지에 거주하면서 여러매체에 글을 기고하시는 이보영님의 “헬싱키에서 본 2012“라는 기사다. 핀란드에서 본 2012년을 리뷰하는 이 글에서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을 소개한다. (주간조선기사 링크)
핀란드는 오히려 요즘 ‘포스트 노키아(Post Nokia)’ 시대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걸고 있다. 앵그리버드 게임을 만들어 세계 모바일게임계를 평정한 업체 로비오(Rovio)를 필두로 세계가 주목하는 여러 신생 회사들이 핀란드에서 속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도 이전에는 노키아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했지만 요즘은 스스로 스타트업(Start-up)을 창업하거나 아니면 취업을 하더라도 성장의 가능성이 더 큰 스타트업 회사가 인기다.
중략….
또 하나 놀라운 것은 포스트 노키아 시대에 대처하는 노키아의 자세다. 회사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직원을 해고할 때 이들을 그냥 거리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창업의 길을 열어주려 한다. 노키아는 ‘브리지(Bridge)’라는 해고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고자들이 창업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1인당 2만5000유로(약 35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해고자들을 적당히 팀으로 짜주어 창업 자금의 크기도 키워주고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언도 해준다.
자신의 집에 난 불도 끄기 어려운데 나가는 사람 창업까지 지원해 주는 것이 잘 이해가 안 가서 이 분야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에게 질문하니 “노키아가 세계적 기업이 되기까지 핀란드 정부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았는데 그때 받았던 은혜를 나라에 되돌려준다는 의미가 있으며, 또 하나는 기업이 단순히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져 나가는 좋은 예”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록 예전의 영화는 사라졌지만 뒷모습까지 아름다운 기업, 노키아를 보유한 핀란드가 살짝 부러웠다.
윗글을 읽고 감탄해서 검색을 해보니 이 프로그램에 대해 2011년 4월에 나온 노키아의 공식보도자료도 있다. (링크) 노키아의 이 브리지센터는 핀란드뿐만이 아니라 덴마크, 영국, 루마니아, 인도 등 핀란드의 주요지사가 있는 곳에 다 설치된 듯 싶다.
지난 7월에 나온 Zdnet의 기사 “인사이드 노키아브리지: 어떻게 노키아가 전직원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가“라는 기사에 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300여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창업이 있었다고 한다.
핀란드 창업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앵그리버드’의 로비오는 현재 약 5백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공룡이었던 노키아에 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기업들이 열개정도만 나와도 노키아의 자리를 메꿀 수 있지 않을까?
중년의 엔지니어들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치킨집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나라(너무 자조적?)에서는 필히 참고해야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어서 소개해본다.
Update : 핀란드 현지에 계신 현지의 분위기에 대해서 아주 좋은 글을 댓글로 아래 남겨주셨습니다. 핀란드 현지의 분위기는 노키아의 몰락과 스타트업붐의 상관관계가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핀란드에서 Linux가 태어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글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생의 한 가운데에서에서 이 항목을 퍼감.
tertoen
2012년 12월 31일 at 3:05 pm
새해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tertoen
2012년 12월 31일 at 3:05 pm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stima7
2013년 1월 1일 at 5:13 pm
노키아는 아마 나중에 이렇게 생겨난 벤쳐기업들의 도움으로 다시 재기에 성공할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kimjunho79
2012년 12월 31일 at 3:12 pm
ㅎㅎ 그것은 좀 어렵지 않을까요?
estima7
2013년 1월 1일 at 5:13 pm
업종 불문하고 퇴직하면 자영업자되는 현실에선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네요 하루아침에 바뀔 거 같진 않지만요
orthros
2012년 12월 31일 at 3:44 pm
네 그러게요. 우리 입장에서는 어쨌든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estima7
2013년 1월 1일 at 5:14 pm
지난 1년도 좋은글 너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스마일 도기 (@YoungkPark0)
2012년 12월 31일 at 5:16 pm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stima7
2013년 1월 1일 at 5:14 pm
과거 핀란드와 노키아의 역사적 사실을 본다면, 노키아의 몰락이 곧 핀란드의 몰락으로 이어질거라 생각했는데… 노키아 답네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시구요.
MJ Kim
2012년 12월 31일 at 8:38 pm
그래도 노키아는 어렵고 재기도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stima7
2013년 1월 1일 at 5:14 pm
다들 삼성,애플에 밀려서 끝이라고 비웃었지만 그들은 또 다른 2부를 시작하고 있었군요.
겨울이 와서 마른 가지만 남았지만 씨앗을 뿌리고 그리고 언젠가는 올 새로운 새싹을 틔울 그때를 보고 준비를 하는 노키아의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Jihoon Kong
2013년 1월 1일 at 2:53 am
그리고 우리도 지금은 영광의 한때를 맞이하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는 겨울이 찾아올것입니다.
앞의 노키아의 선례를 보고 힘든 시기일지언정 희망의 씨를 뿌릴수있는 선견지명을 가져줬으면 좋겠네요.
Jihoon Kong
2013년 1월 1일 at 2:55 am
노키아가 회생할 수 있을지 저도 참 관심이 갑니다. 과거의 영화를 되찮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어쨌든 핀란드가 노키아 못지 않은 기업을 또 낳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estima7
2013년 1월 1일 at 5:16 pm
안녕하세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핀란드에서 공부하고 있기에, 현지 사정을 조금 잘 알고 있는 학생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Slush와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 중심에 있는 Aaltoes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컬럼을 쓰신 이보영님도 만나뵈었습니다.)
밖에서 ‘언론’이 보는 시각과 안에서 핀란드인이 인식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는듯 합니다. 제 주변의 기업가나 투자자, 그리고 제 자신이 보더라도, 노키아의 쇠락과 스타트업붐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오묘한 상관관계 때문에, 직접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마치 노키아의 몰락이 스타트업 붐의 원동력이라고 오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인과관계로 따져보자면 가장 큰 원동력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직접 그리고 중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주류적인 생각은)은 학생 주도의 Bottom-up 스타트업 진흥노력이 시발점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Aaltoes (http://aaltoes.com)이라는 학생 조직은 북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행사인 슬러시, 액셀러레이터인 스타트업 사우나, 인턴십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라이프 등을 탄생시킨 조직입니다.
물론 핀란드 정부 펀딩 에이전시인 Tekes의 스타트업 집중 펀딩, 정부의 정책상 지원 (예를 들어 슬러시에는 핀란드 총리가 직접와서 기조 연설을 했었습니다.), 노키아에서 이탈한 인재들도 분명 영향을 주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촉매 정도였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가장 보편적으로 근본적인 동인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드는 비용이 2000년에 비해서 매우 저렴해다는 점, facebook 같은 롤모델의 등장, 능력있는 엔지니어 인재풀 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제 주변 친구들은 로비오, 수퍼셀 (핀란드 게임회사, 최근 topgrossing monthly revenue iOS app을 만든)등에 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핀란드가 MySQL, Linux, Nokia 등을 탄생시킨 고향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이것이 갑작스럽거나 너무나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부탁드립니다. 항상 좋은 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동훈
2013년 1월 1일 at 4:20 am
이동훈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핀란드 현지에 계신 분이 이렇게 현지 분위기에 대해서 알려주시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블로그를 하는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키아의 쇠락과 핀란드의 스타트업붐이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크지 않다는 말씀은 잘 이해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언론이나 외부의 시각에서는 노키아라는 공룡기업이 몰락한 뒤의 핀란드 경제에 대해서 관심과 우려의 시각이 많은데 노키아 출신들이 나와서 많이 창업을 한다는 소식에 그렇게 해석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비슷하게 대기업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입장에서 핀란드의 사례는 참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키아대신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로비오라는 스타트업이 핀란드에서 나온 것도 놀라운 일이고요. 다만 말씀하신대로 핀란드가 Linux, MySQL 등을 탄생시킨 고향이라는 것을 생각할때 핀란드의 스타트업붐이 자연스럽게 생각되기도 하는군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stima7
2013년 1월 1일 at 5:13 pm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떤것이라는것을 몸소 보여주는군요. 멋지네요.
황상철
2013년 1월 1일 at 4:45 pm
지난해에 2013년 위기와 기회의 책이나 칼럼을 읽은 내용을 토대로 보면 긍정도 부정도 아니지만 사회적 연결 고리들이 기존 엔지니어 기반의 회사와 사람들을 브리짓 하여 성공 하고 있는 홀 모델이 아닐까도 생각 합니다.. 좋은 고찰과 의견들 감사 합니다..
rapael99
2013년 1월 1일 at 7:00 pm
노키아에 근무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모든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익’보다는 “지속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먼저 있답니다. 그런데 그 ‘지속 가능’의 주체라는 것이 ‘노키아’ 자체가 아니라, ‘사회’라는 거죠. 그래서 어쩌면 노키아의 실패는 사회의 실패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서당개
2013년 1월 25일 at 1:53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