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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창의력의 원천이다

사진출처 : 블룸버그
요즘 여기저기 강연을 할 기회가 많다. 나도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강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
그러면서 ‘질문’의 힘에 대해서 요즘 생각할 때가 많다. 강연을 마치고 항상 질문을 받는데 그룹에 따라서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국학생들보다 외국학생들에게서 더 질문이 많이 나온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외국학생들
가장 열렬(?)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외국학생들 을 대상으로 강연했을 때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해서 강연을 4~5번쯤 했던 것 같다. 미국, 싱가폴에서 온 학생들들 각각 수십명그룹, 그리고 세계각국에서 스타트업프로젝트를 하러 온 1백여명 그룹앞에서 어눌한 영어로 강연을 하고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는다고 하자마자 바로 손을 들고 질문이 나오기 시작해서 시간이 다 되서 멈출 때까지 거의 끝도 없이 질문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아주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하기하면서 질문한다.
반면 한국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할 때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큰 그룹으로 수업을 할 경우 특히 그런데 “질문해달라”고 요청하면 잠시 정적이 흐른다. 다른 강사들은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해 “질문이 없으면 이만 끝내겠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가능하면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30초에서 1분정도는 질문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둘러본다. 그러다 보면 멈칫거리다가 질문을 하는 학생이 나온다. 보통 누군가 질문을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봇물터지듯 다른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진다.
어떤 학교 학생들은 질문이 많고, 어떤 학교 학생들은 질문이 별로 없다. 왜 그런 차이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학생과 외국학생들이 반반씩 섞여있는 수업에서 강연해 본 일도 몇번있다. 질문은 거의 외국인 학생들이 도맡아 한다. 나중에 수업이 끝나고 나왔는데 교정에서 어떤 학생들이 쫓아와서 “수업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왜 아까는 질문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어보니 영어를 잘 못하기도 하고 자기가 너무 유치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됐다고 한다. “영어와 질문은 많이 해봐야 느는 것이니 다음부터는 그런 걱정하지 말고 용감하게 질문하라”고 조언해줬다.
보수적인 문화의 회사일수록 질문이 없다
기업강연을 나가보면 조직문화가 보수적일수록 질문이 없는 편인 것 같다. 회사가 전통산업보다는 좀 새로운 영역에 있고 강연대상이 젊은 직원들일수록 질문을 많이 한다. 회사가 전통산업쪽에 기운 오래된 회사일수록, 강연대상자들이 중년남자 일색일 경우 질문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머리가 굳어버린 것일까. 질문이 나오는 경우에도 그 강연장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분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사장님이 질문을 먼저해야 그 옆에 있는 임원들의 질문이 따라나오는 경우도 있다.
외국에서 컨퍼런스 등에 가보면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패널토론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단방향 강연보다는 ‘대화’를 더 중시한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일을 해보면 회의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적절하게 질문을 하면서 상사와 동료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내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문을 하지 않는 문화에서 성장한 한국인의 국제경쟁력이 이래서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질문하는 힘은 반복하면 키울 수 있다
고백컨대 내성적인 성격의 나도 성장하면서 전혀 질문이 없던 학생이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기사를 써야 하니 취재원과 1대1로 질문은 했지만 기자회견장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질문을 하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고 질문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내가 작은 회사의 CEO를 해보고, 다음으로 옮겨서 조직의 장이 되고, 특히 SNS를 통해서 많은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서 상당히 바뀌었다.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되고 호기심과 생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면서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내 생각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좋은 질문은 관심과 준비를 통해서 나온다
가끔은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사회자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리 다른 분들이 발표할 내용을 리뷰하고, 세미나의 주제분야를 더 깊이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게 된다. 좋은 질문은 그렇게 ‘준비’를 해야 나온다. 그리고 대화할 때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맥락에 맞는 적확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경험해본 가장 질문을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뭐든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참지 않고 질문을 해댔다. 무례하게 보여도 상관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다. 당신도 우리처럼 바로바로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질문하는 교육이야말로 ‘호기심’을 키우는 교육이다. 항상 의문을 갖고 진리를 탐구하는 소위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있는 아이디어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다.

영화 빅 숏에서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영화 빅숏에서 계속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분)의 모습을 보면서 ‘전형적인 유대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교는 물론 밥상머리에서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유대인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 강연에서 이렇게 질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어떤 분이 자신의 딸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신의 초등학생 딸이 유난히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하루는 학교담임선생님 면담을 하는데 “따님이 너무 질문을 많이 해서 진도를 나가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러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들었단다. 너무 충격을 받은 그 분은 아이를 지금은 제주도의 국제학교로 전학시켰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창의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학교에서, 직장에서 항상 누구나 평등하게 질문을 하고 답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카카오를 위한 변명

대기업이 된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이 많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분야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들어가 시장을 개척중인데 카카오가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예약 등 분야에 들어와서 막강한 자본력을 업은 마케팅으로 스타트업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에 들어가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는 재벌대기업과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대기업이 하면 반드시 스타트업을 이기고 O2O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릴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터넷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을 당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 대기업이 많았다.
지금은 재벌기업 취급을 받는 카카오도 원래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니다.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당시의 대기업이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내놓은 마이피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나는 다음의 미국자회사인 라이코스CEO를 맡고 있었다.

다음은 당시 최고의 인기였던 걸그룹 소녀시대를 기용해서 TV광고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카카오톡에 무릎을 꿇었고 합병되서 회사 자체가 사라졌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기업은 생각만큼 쉽게 스타트업을 이길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다.
우선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은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조직이다. 전직원이 밤낮없이 핵심 제품 하나만을 놓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 반면 대기업은 보통 이미 돈을 잘 벌어주는 기존 사업이 있다. 다음의 경우에는 검색, 뉴스, 카페, 게임 등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마이피플이라는 새로운 메신저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해도 회사전체의 역량을 집중해서 밀어주기는 쉽지 않았다.
두번째로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특히 관료주의에 시달리는 대기업은 의사결정이 느리다. 초기 카카오가 카카오톡에 사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을때는 팀에서 그냥 토의해서 합의한뒤 바로 실행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스타트업에서는 위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말단 개발자가 바로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해당 사업팀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되어 있다. 여러가지 사업을 동시에 맡고 있는 임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원회의에 안건으로 올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 실제 현장을 모르는 임원들과 CEO에게 왜 이런 기능을 집어넣어야 하는지 진땀을 빼며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현장에서 원하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료주의에 좌절한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세번째로 대기업직원들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스타트업직원보다 높기 어렵다. 성공에 대한 보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는 신사업이 성공해도 큰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사내 포상을 받거나 승진하는 정도가 전부다. 반면 스타트업구성원에게는 스톡옵션 등 큰 인센티브가 주어져서 성공하면 목돈을 마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 카카오의 경우가 그랬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라고 해도 스타트업과의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없다. 덩치가 크면 오히려 동작이 굼띨 수 있다. 민첩한 작은 회사가 현장에서는 실제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TV광고 등 마케팅공세를 퍼부어도 잠깐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결국 쓰기 편한 서비스로 돌아간다.
나는 오히려 카카오가 걱정된다. 5년전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전쟁에서 다음, 네이버, SKT(틱톡) 등 대기업을 멋지게 이겼다. 심지어 공룡회사들인 이동통신사들은 조인(Joyn)이라는 메신저를 만들어서 카카오에 도전하기까지했지만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카카오는 그리고 2014년 5월 다음과 합병해서 지금의 대기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는 오히려 너무 많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매출성장과 수익은 둔화되고 있다. 예전의 다음과 비슷하다.
카카오택시도 미완의 성공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수익모델은 없다. 콜비를 유료화하는 순간 지금의 사용자들이 상당수 외면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우버,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같은 수십조가치의 공룡경쟁기업들과 경쟁하기엔 갈 길이 멀다.
물론 나도 카카오가 한국에서 작은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글로벌무대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맞짱을 뜨면서 경쟁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카오가 내수사업을 하면 안된다고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악이고 작은 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누가 만들든 소비자를 위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결국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민첩한 스타트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대기업이 알게 되면 결국은 손을 들고 오히려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거나 인수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사실 카카오는 그동안 김기사, 파크히어 등 스타트업을 많이 인수해 왔다. 또 김범수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서도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이번에도 O2O시장에서 직접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카카오는 계속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스타트업을 응원한다. 대기업이었던 다음을 누르고 시장을 평정한 예전의 스타트업 카카오처럼 대기업이 된 카카오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시장을 압도하는 스타트업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자녀를 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로 키우는 방법 5가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유명한 스타트업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뉴욕’에서 빔인터렉티브(Beam Interactive)라는 스타트업이 우승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게임중계를 수백, 수천명이 지연(delay)현상없이 같이 시청하고 또 집단으로 게임플레이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충분히 우승할만한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더 놀란 것은 이 회사의 CEO였다.

(Techcrunch 캡쳐)
발표에 나선 이 회사의 CEO 매튜 살라만디는 겨우 18살이다. 그것만해도 놀라운데 빔은 매튜의 첫번째 창업이 아니다. 이 친구가 14살때 게임서버를 호스팅하는 MCProHosting이란 회사를 만들었고 그 회사도 60만 게임을 호스트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초중고시절 암기식 시험공부에만 내몰리고 대학시절에도 스펙쌓기에 바쁜 한국의 학생들이 창업에 필요한 실제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레모네이드판매라든지 각종 방과후 활동을 통해 창업에 필요한 비즈니스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대학생때는 이미 많은 경험을 가진 예비창업자가 되어 있는 경우를 봤다.
그런데 빔CEO 매튜를 보며 마침 얼마전 읽었던 월스트리트저널(WSJ)기사가 생각났다. 스몰비즈니스섹션 커버스토리였는데 제목은 “내 아이를 마크 저커버크로 키우기”(How to Raise the Next Mark Zuckerberg) 즉 자녀를 장래의 테크스타트업창업자로 키워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내용이다. 어릴 적부터 SNS, 즉 소셜미디어를 배우도록 하라는 등 우리 통념과 벗어나는 좀 도발적인 내용인데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어서 요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닌 일부 번역하고 내 생각을 첨가한 내용이다.)

문제해결자로 키워라. (Raise problem solvers)
아이들은 항상 뭔가 불평하기 마련이다. 불평, 불만으로 끝내지 말고 뭐가 문제인지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해라. 불만을 해결하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아이들을 가르쳐라. 예를 들어 비디오게임을 친구와 같이 할 수 없다고 불평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함께 협력해서 즐길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게임을 만들수 있을지 상상해보라고 하라.
어떻게 트위터나 플릭커 같은 아이디어가 작은 우연이나 발견에서 나왔는지를 알려주고 일상에서 세심한 관찰과 생각으로 그런 기회를 찾도록 이끌어라. 컴퓨터를 고치거나 명함을 스캔하는 것 같은 컴퓨터를 활용한 일을 시키고 어떻게 하면 더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지 찾아내도록 하라.
13살이 넘기 전에 SNS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 (Get them social-media savvy-before they turn 13)
SNS는 젊은 창업자들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꼭 필요한 스킬이다. 일찍 배워서 나쁠 것이 없다. SNS의 부작용을 걱정하면서 애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부모가 일찍 모범적인 사용법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사춘기가 되면 다 쓰게 되고 그때는 부모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SNS를 잘 쓰는 것을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생각하라. SNS를 잘하면 창업해서 회사를 홍보하고 고객과 소통을 잘 하는데 유리하다.
아이가 자신의 테크 재능을 찾아내도록 도와줘라. (Help children discover their tech talents)
꼭 틴에이저 창업자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천재이여야만하는 법은 없다. 유튜브스타가 될수도 있고 뛰어난 글솜씨를 지닌 블로거나 뛰어난 감각의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 아이에게 비디오편집이나 포토샵, 코딩 등을 가르쳐보고 어디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재능이 있는지 알도록 하라. 온라인에는 이미 이런 것을 학습할 수 있는 리소스가 널려 있다. 어도비의 유튜브채널이나 칸아카데미, 코드아카데미 등을 보여주면 좋다. 아이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장차 테크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을 택하게 될지 직접 해보고 길을 선택하게 하라.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법을 가르쳐라. (Teach children to work like a startup)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각종 온라인도구를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일한다. 당신의 아이들도 에버노트, 구글독스, 캘린더, 원더리스트 등을 활용해서 일정과 숙제 등을 관리하도록 가르쳐라.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직접 찾아내서 평가하고 마스터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팀이 협업하는 것처럼 다른 가족멤버들과 가족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숙제마감기한을 공유하는 등 연습을 하도록 해라. 테크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면 나중에 자신들이 창업할때도 도움된다.
연습으로 벤처를 시작하게 하라. (Set up a practice venture)
창업을 배우기 위해 꼭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블로그를 하도록 하거나 자신의 게임을 만들어 보도록 해라. 자신의 게임노하우를 커뮤니티에 공유하도록 해도 된다. 블로그를 써보거나 유튜브에 비디오를 올려보거나 스크래치 등으로 게임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려보면서 온라인 광고를 붙여보도록 하거나 온라인장터에 올려서 팔아보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서 아이들은 비즈니스감각을 키우게 된다. 아이들이 예전에는 길에서 레모네이드를 팔거나 베이비시팅을 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비즈니스 감각을 익혔다면 요즘에는 블로그를 쓰거나 온라인장터에서 물건을 팔아보고 모바일앱을 만들면서 돈버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http://www.wsj.com/articles/how-to-raise-the-next-mark-zuckerberg-1462155391
[위 기사를 WSJ에 기고한 알렉산드리아 새뮤얼은 하버드대출신의 테크놀로지연구자다.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하는 책을 다수 펴냈으며 기업의 소셜미디어전략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딸도 이렇게 키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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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도 아마 이렇게 자라났을 것이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보고 해결방법을 생각해내고 직접 실행해봤을 것이다. 저커버그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저커버그는 치과의사였다. 그는 집에서 치과를 운영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과 컴퓨터들을 그대로 보고 가지고 놀면서 자랐다. 저커버그는 아빠의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치과사무실과 집을 연결하는 인스턴트메시징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하버드에 진학한 뒤에 바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으리라.
실리콘밸리의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주위에 창업자, 엔지니어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비즈니스가 뭔지, 컴퓨터프로그래밍이 뭔지 알게 된다. 본인들이 창업에 나설때 조언을 받을 사람도 많다. 매튜와 같은 천재들이 계속 나오고 성공하는 토양이 갖춰진 미국스타트업생태계를 다른 나라들이 쫓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 :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가 약진하는 이유)
그나저나 우리나라 아이들이 걱정이다. 그냥 얌전하게 교과서를 암기하고 시험공부만 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또 대기업입사를 위해 스펙쌓기에만 열중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서는 인공지능 알파고 시대에 순탄한 삶을 살기 어려울지 모른다. 애들이 게임과 SNS에만 빠져있다고 그저 야단칠 것이 아닌 것 같다. 공부만 하지 않고 적당히 놀기도 하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잘 활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부모들이 잘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위 기사를 읽으면서 다시 느꼈다.
[라이코스 이야기 19]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
서부 샌프란시스코옆의 버클리에서 2년동안 유학을 했고 동부보다는 주로 서부 실리콘밸리에 업무차 출장을 다녔던 나는 서부와 동부의 직장문화차이에 대해서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UC버클리 새더타워에서 샌프란시스코쪽을 바라본 모습 (직접 촬영)
실리콘밸리가 있는 북캘리포니아 베이에어리어지역이나 LA가 있는 남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날씨가 항상 좋고 따뜻한 편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항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비교적 친절하고 느긋하고 개방적이다. 직장에서 양복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캐주얼하게 남방셔츠나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재킷도 걸치지 않고 셔츠만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스턴의 라이코스도 인터넷기업이라 복장은 자유로웠다. 캘리포니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동안 일하면서 양복을 입고 출근한 기억이 한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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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부의 문화가 다르구나하고 실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알고 지내던 VC(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있었다. 그는 내가 보스턴으로 옮겨갔다고 하자 자기 회사의 보스턴본사에서 투자자와 벤처기업가들이 모이는 이벤트가 있으니 와보라고 초대해주었다. 보스턴 백베이의 하버드클럽에서 열린 행사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캐주얼한 복장으로 갔다. 캐주얼한 상하의에 재킷정도를 걸친 것이다.
그런데 행사장에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캘리포니아의 VC모임에 가보면 항상 모두 캐주얼한 차림이었는데 같은 VC모임이라도 동부의 분위기는 아주 달랐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같았다고 할까) 그날 하루종일 내가 잘못된 복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절부절했다. 나중에 보니 나처럼 자유롭게 입고 있는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이 VC들이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다.
또 한번은 모욕적인 취급을 당한 일도 있었다. 라이코스의 전직 임원이 CEO인 회사에 방문한 일이 있다. 제휴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논의하러 간 것이었는데 그 중년의 백인CEO는 나와 같이 방문한 우리 회사 부사장인 에드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듣다가 아무말 없이 갑자기 일어나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바이바이”하면서 방을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황당해 하는 나에게 에드는 “우리와 협업할만한 것이 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것”이라며 “원래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모욕을 당한 내게 미안해했다. 사실 서부에서는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기에 “동부에는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내가 재수가 없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미국에서 비즈니스하면서 그런 모욕적인 일을 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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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부의 전통적인 항구도시인 보스턴지역에서 3년,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지역에서 대략 3년을 살아보았다. 내가 느낀 두 지역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토박이들이 사는 동네, 이방인들이 사는 동네

UC버클리 새더타워에서 샌프란시스코쪽을 바라본 모습 (직접 촬영)
보스턴지역은 뉴잉글랜드지역 토박이들이 주류다. (뉴잉글랜드는 매사추세츠, 메인, 버몬트,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커넥티컷주를 통칭하는 명칭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깊은 고장인만큼 자기 동네에 대한 자존심이 남다르다. 라이코스직원들중에 대부분은 백인이며 대를 이어 뉴잉글랜드에 살아온 후손들이다.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모험심(?)이 거의 없다. 당연히 보수적인 편이며 스타트업에 가서 대박을 노리기 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 셀틱스, 뉴잉글랜드 패트리오츠 등 지역 프로스포츠팀의 성적에 열광하고 하나로 뭉친다.
샌프란시스코지역은 캘리포니아토박이보다 전세계곳곳에서 이민온 이방인들이 주류다. 토박이들도 1840년대 골드러시당시부터 일확천금을 꿈꾸고 온 사람들의 후예다. 웬만한 회사에서 백인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인도, 중국계 등 아시아계의 비율이 대단히 높다. (백인들도 유럽 등등 세계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다.) 전통보다는 자유를 중시하고 모험정신이 높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월급보다는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내가 살던 쿠퍼티노 같은 지역은 인도 이민자들이 주류고 (애플직원들을 빼고는) 백인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지역스포츠팀에 열광하기는 하지만 이방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보스턴사람들에 비하면 그 열광정도는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보스턴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를 마치 다른 나라처럼 느낀다. 비행기로 6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곳이니 그럴만도 하다. 평생 한번 캘리포니아에 못가본 사람들도 제법 있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보스턴과 비슷한 느낌의 유럽을 더 가깝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보스턴에서 런던까지도 비행기로 6시간 40분정도 걸린다.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거리다.
캘리포니아에서 호기심에 보스턴 우리 회사에 와서 취직을 한 젊은 여성 디자이너가 있었다. 1년만에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간다고 회사를 그만뒀는데 HR매니저 존은 사내미팅에서 그 사실을 직원들에게 전하면서 그녀가 “캘리포니아 공화국”(Republic of California)로 돌아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스턴에서 아시아는 너무 먼 곳
특히 보스턴에서 아시아는 너무도 먼 곳이다. 지금은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에 가는 직항편이 생겼지만 내가 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만 해도 보스턴에서 아시아로 가는 직항편이 하나도 없었다. 라이코스직원들과 이야기해보면 아시아에 한번도 못 가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된 한국음식점 등 아시아요리점이 많지 않은 것이 항상 아쉬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캘리포니아와 비교해서.)
보스턴지역의 사람들은 뉴욕과 워싱턴DC와 같은 시간대에 위치해서 그런데 정치와 경제뉴스에 많이 민감하고 이야기화제로 많이 올린다. 반면 캘리포니아사람들은 동부에서 나오는 정치나 경제뉴스에 둔감하다. 거리와 함께 3시간의 시차가 있으니까 그런 것 같다. 중앙정부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런만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부규제나 기존 전통적인 산업질서에 반하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고 느낀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지역사람들은 거의 IT이야기만 화제에 올리는 것 같아서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중에 보니 위에서 소개한 나를 초대해준 벤처캐피털회사의 실리콘밸리사무소가 없어졌다. 나중에 그 VC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실리콘밸리사무소 VC들과 보스턴본사 VC들이 서로 싸우다가 실리콘밸리VC들이 보스턴회사를 나가 독립해버렸다는 것이다. 같은 미국인이라고 해도 문화차이로 인한 동부인와 서부인의 갈등이 제법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메일실명제의 기억

린다 힐 교수. 출처 조선일보.
지난주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실린 기사중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교수의 인터뷰기사가 와닿았다. 그중에 특히 아랫 부분.
―천재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한 리더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경험이 적거나 젊은 직원의 의견도 무시하지 말고, 직원들이 의견을 말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치약과 세제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미국 콜게이트 파몰리브(Colgate Palmolive)는 S&P500에 포함된 상장사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합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제너럴일렉트릭(GE)보다 자본력이나 영업이익률 등이 더 높은 회사입니다. 특이하게도 콜게이트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배려’인데,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배려하고 합리적인 실패를 용인합니다. 2007년 퇴임한 콜게이트의 장수 CEO인 루벤 마크는 ‘리더로서 경영자가 할 일은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이를 상용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십여년 전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때 제가 경영학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인터넷 시대에는 어떤 기업이 뜰까요?’라고 물었습니다. 한 학생이 이베이를 추천해주더군요. 제 눈에는 수익 모델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작은 신생 기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당시 제 상식으로 이베이는 연구 대상이 될 만한 기업이 아니었지만, 인터넷 문화에 더 친숙한 학생의 눈에는 달랐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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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천재적인 조직까지 가지 않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빠르게 실행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평등하게 경청하고 실행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18년전의 내 경험이 떠올라 소개해 본다.
98년초 나는 조선일보 경제과학부기자로 일하다가 사장실로 발령이 났다. 회사의 경영전략 등을 실행하는 부서였는데 내가 막내였다. 인터넷 등에 밝다고 해서 그렇게 발령이 난 것이었다.
가서 보니 사장실에는 당시 김문순실장부터 다들 나보다 휠씬 연배가 높은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다. 기자생활 3년을 마치고 경영쪽으로 막 옮긴 나로서는 어떻게 일해야 할지 좀 막연하고 걱정도 됐다. 처음에는 그냥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시키는 일을 했다.
그런데 매주 주간회의에서 김실장은 실원 한명 한명에게 잘하고 있느냐고 확인했다. 그리고 뭔가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보라고 했다. 막내인 나에게까지 항상 “뭐 없냐”고 물어봤다.
매번 그렇게 물어보시니 뭔가 아이디어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시에 인터넷을 열심히 쓰며 전세계인과 주고 받을 수 있는 통신수단인 이메일에 특히 매료된 상태였다. 경제과학부기자시절이던 96년 4월에는 미국 USA투데이 부사장과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한 일도 있었다. (이메일인터뷰는 아마 한국언론 최초였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나는 기자들이 독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서 의견이나 제보를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도자료도 이메일을 통해서 받으면 편리할 것이다. 기사로 쓰려고 팩스로 받은 보도자료를 가방에 하나 가득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이 무척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사의 기자이름에 이메일주소를 같이 붙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주간회의시간에 용감하게 그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런데 신문지면에까지 이메일을 쓰자는 것은 좀 급진적인 것 같아 인터넷기사에만 이메일주소를 붙이자고 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이메일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시대였다. 인터넷조차 안써본 사람이 많았다. 선배기자들중에는 이메일을 쓸 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아예 이메일주소를 발급받지도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메일주소를 모든 기자이름에 붙이자는 것은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실장이 그 자리에서 “그게 무슨 필요가 있냐”며 묵살했어도 사실 아무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거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받아주셨다. 그리고 밀어주셨다.
사장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편집국장은 반대했다. “뉴욕타임즈도, 아사히신문도 안하는 것을 왜 우리가 먼저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사실 그때 모든 기사에 기자이메일주소를 집어넣은 언론은 내가 알기로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IT관련기사 정도에 제한적으로 독자제보를 위한 이메일주소를 공개했을 뿐이다.
그런데 사장실장은 내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밀어주셨다. 사장을 설득하고 편집국장을 설득해냈다. 방상훈사장은 한술 더 떴다. 아예 신문지면에도 이메일주소를 모두 표기하자고 했다.
나는 신이 났다. 편집국기자들의 절반정도는 이메일주소가 없었는데 내가 한명 한명 연락해서 직접 발급했다. 일주일만에 편집국 전원의 이메일주소가 발급되고 나서 98년 4월24일 1면 사고를 통해서 ‘이메일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막상 실시하고 보니 당시에는 사람들이 이메일을 많이 쓰지 않던 시기라 기대만큼 이메일이 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하는 이메일이 반드시 날라와 좀 언짢아 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하지만 독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이런 채널을 오픈했다는 사실은 회사의 이미지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모두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러자 경쟁지가 불과 일주일만에 우리를 따라서 기자이름뒤에 이메일주소를 붙이기 시작했다. 몇달이 지나자 심지어는 공중파방송뉴스도 모두 이메일주소를 쓰기 시작했다.
그 여세를 몰아 기자들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또 냈다. 독자들이 기자들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편집국’이라는 기자 소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편집국 모든 기자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린 미니 홈페이지였다. 좋은 편집기가 없던 시절이라 내가 직접 FTP로 HTML파일에 직접 들어가서 내용을 편집하고 직접 찍은 기자들의 사진을 올렸다.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한국언론의 전향적인 변화에 주목한 일본신문 특파원들이 와서 나를 인터뷰해갔다. 결과적으로 내 사진이 처음 신문지면에 등장한 것은 조선일보가 아니고 산케이신문이었다. (아사히와 마이니치신문에도 내 인터뷰가 실렸다.)

이렇게 좋은 반응이 있었다는 것을 자랑할 겸 기사로 쓰기도 했다.

오래전 일이라 아주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초년병이었던 내가 정말 신이 나서 일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문순사장실장이 주간 회의에서 모든 실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었기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애송이 어린 직원의 설익은 아이디어도 무시하지 않고 믿고 밀어주었기 때문에 더 신이 나서 일할 수 있었다.
린다 힐 교수의 “경험이 적거나 젊은 직원의 의견도 무시하지 말고, 직원들이 의견을 말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접하고 18년전 내 경험이 떠올라 장황하게 적어봤다. 솔직히 나는 그때 김실장처럼 경청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내가 간부가 되고 나서야 그때 김실장의 리더십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탐방

내가 참여한 세션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의 보니는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국 소속 공무원인데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최문기 전미래부장관의 제자라고.
2년전과 비교해 크게 확장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단지

2년전 방문했을때 찍은 블록71 건물 빌딩.

블록71 스타트업단지가 확장되고 있는 모습. 79, 73 건물은 이제 모두 오픈했고 그 옆에 휠씬 더 큰 빌딩을 건설중이다. 사진 출처 TechinAsia.

왼쪽 건물이 블록 79다.

블록79뒤에는 거대한 후드코트와 공연장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밤낮으로 모여든다.


스타트업부트캠프 핀테크.

배쉬의 브루어리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각 빌딩 입구마다 각종 행사와 구인광고 등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이 기존 빌딩들옆에 더 넓은 부지에 제2 단계 빌딩이 건설되고 있다.
동남아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랩과 우버의 대결


‘스타트업 타일랜드’로 변신하는 태국

내가 방문한 시기에 스타트업 타일랜드 행사가 열렸다. 미래부 최양희장관도 참석했다.

앤드류 DTAC CSO의 발표중 한 슬라이드. 태국인들이 하루에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평균 7시간에 이르고 그중 라인이나 페이스북을 쓰는 비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고. 스마트폰 중독에 있어 세계최고 수준인 듯 싶다.
지난해 9월 기준 태국 인구 6,700만명 가운데 3,700만명이 매달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의 월간 페이스북 이용자 수 1,600만명의 두 배가 넘는다.) 라인의 태국이용자수는 3,300만이다. 태국인들의 페이스북 평균 이용 시간도 하루 2시간35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페이스북과 라인은 모두 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태국 정부가 나서 스타트업 육성 계획인 스타트업 타일랜드를 선언한 배경이 수긍이 간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열심히 쓰는 국민들이 있는데 해외서비스만 쓰니까 아쉽다는 것이다. 토종 태국스타트업이 만든 모바일서비스가 나와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허바 2층에 있는 태국 스타트업 스토리로그. 맨 오른쪽이 CEO 피포다.
동남아서 큰 존재감 없는 우리 기업들


미얀마의 웨이브머니 홈페이지. 노르웨이 이통사인 텔레노어와 미얀마 요마은행의 모바일머니 조인트벤처다.

태국에서 열린 라인 타일랜드 미디어데이 행사 모습. 사진출처 라인.
댄 샤피로의 핫시트

‘핫시트’라는 책을 감수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감수의 글을 썼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얼마전 시애틀 출장을 간 김에 일부러 이 책의 저자인 댄 샤피로를 연락해서 만나기까지 했다. 그와 나눈 이야기와 책의 흥미로운 내용을 일부 블로그로 소개하고 싶은데 게으르기도 하고 짬이 안나서 하지 못했다. 일단 감수의 글부터 공유.
***
“실리콘밸리가 왜 강한가”라는 이야기를 할 때 나는 항상 이렇게 설명한다. 실리콘밸리의 강점중 하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실패를 겪고, 또 다시 시작해 성공시켜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어서 그렇다고. 실리콘밸리는 전세계의 어떤 곳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곳이며 그리고 그들의 경험과 지식이 적극적으로 전파되고 공유되는 문화를 갖고 있다고.
(비록 실리콘밸리는 아니고 시애틀에 살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 댄 새피로도 그런 풍부한 스타트업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다. LA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얼네트웍스 같은 시애틀의 테크 대기업을 거쳤다. 그리고 10년전인 2005년 그의 첫번째 스타트업인 온텔라를 창업했다. 온텔라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 시대에 휴대폰에 들어있는 사진을 온라인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포토버킷이란 당시 유명했던 스타트업에 매각됐다. 그의 두번째 스타트업인 스파크바이는 온라인쇼핑몰의 물건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쇼핑검색엔진이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구글에 매각됐고 그는 구글의 자회사CEO로 2년넘게 일했다. 그의 3번째 스타트업인 로봇터틀스는 보드게임을 통해 코딩의 개념을 배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그의 이 제품은 킥스타터에서 당시 가장 많은 돈을 모금해 화제를 모았었다. 그는 다시 또 도전을 시작해 2014년부터는 글로우포지라는 3D레이저프린터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스타트업창업자로서 겪을 수 있는 과정을 대부분 경험했다. 소프트웨어 대기업에서 제품개발 과정을 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B2B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창업해 대기업과 협업했다. 그리고 매각했다. 그런다음 쇼핑검색엔진을 창업해 바로 구글에 팔고 또 인수된 스타트업회사의 창업자로서 구글에 들어가 일해봤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자녀들을 위한 보드게임을 만들어 당시 뜨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사이트에 공개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드웨어스타트업에 도전중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소프트웨어에서부터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가진 창업가를 만나기는 힘들 정도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마도 수백번 이상의 투자협상과 회사 매각협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한마디로 360도 전방위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CEO라고 할 수 있다.
이 핫시트는 그가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녹여서 진솔하게 써낸 책이다.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초기 제품을 개발하고, 투자자들에게 열심히 제품과 비즈니스계획을 발표한 뒤 투자를 받고, 회사를 경영하고, 또 매각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경우에 대해서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위주로 풀어냈다. 특히 투자과정에서 어떻게 벤처캐피털들을 소개받는지, 투자자에게 피칭하기 위한 발표자료는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해서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쓰기 어려운 아주 현실적인 내용으로 조언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우선 스타트업 창업자나 구성원들이 읽기에 적합하다. 공동창업자와 함께 창업하고 지분을 나누는 방법, 벤처캐피털리스트나 엔젤 등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투자를 받는 방법, 이사회를 잘 운영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교훈과 팁이 가득하다. 물론 주로 미국의 스타트업문화를 담고 있어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일부있다. 하지만 많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실리콘밸리VC에게 투자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다.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도 점차 진화하면서 미국처럼 변화해 하고 있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스타트업과 관련이 없더라도 평소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책이다. 창업자의 관점에서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매각까지의 과정이 잘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어떻게 창업되고 투자받아 성장해 나가고 매각을 통한 엑싯을 하는 것인지 궁금한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무쪼록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에서도 댄 새피로와 같은 경험을 한 창업자들이 후배들을 위해 이런 좋은 책을 많이 써내기를 기대한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혼자서만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이들과 나눠야 전체 생태계가 건강하게 발전해 나갈 수가 있다.
생각하는 경영자, 김봉진 대표
며칠전 프라이머데모데이에 갔다가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김봉진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그의 창업스토리부터 회사의 기업문화, 경영철학까지 망라되서 펼쳐지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듣다가 귀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어서 가볍게 메모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참고: 김봉진 대표, ‘푸드테크’는 배달의민족이 만들었다-플래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불행한 사람을 뽑아서 행복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행복해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맞다. 이것을 피눈물 흘리며 배웠다.”
공감이 되었기 때문에 공유한 것이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공명을 일으킬지는 몰랐다. 이 짧은 글을 보고 김대표를 비난하는 코맨트도 있었는데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을 회사에서 내보내겠다는 뜻이 아니라 회사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은 처음부터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했다. 나도 조직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했기 때문에 공감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회사에 붙여져 있다는 포스터를 담은 이 슬라이드다. 이미 SNS에서 크게 회자된 내용인데 나는 처음 봤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출처 비주얼다이브)
1.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우리는 규율 위에 세운 자율적인 문화를 지향합니다.)
2.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 (조직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수직과 수평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3. 간단한 보고는 상급자가 하급자 자리로 가서 이야기 나눈다.
4.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5.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6. 휴가 가거나 퇴근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작은 농담이나 말장난이 꼰대의 시작입니다. 생리휴가 장기휴가 칼퇴 등)
7. 팩트에 기반한 보고만 한다. (본 것을 본대로 보고하고, 들은 것을 들은대로 보고하자. 본 것과 들은 것을 구분해 보고하고, 보지 않고 듣지 않은 것은 절대 이야기하지 말자 -이순신)
8. 일을 시작할 때는 “목적, 기간, 예상산출물, 예상결과, 공유 대상자”를 생각한다.
9. 나는 일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있다. (이 일로 인해 미칠 영향을 미리 고려해봅니다. “개발, 법무, 재무, 데이터사이언스, CS, 영업부서 등”)
10.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 (결정을 내린 사람은 실무자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11. 솔루션 없는 불만만 갖게 되는 때가 회사를 떠날 때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어쩌라고~~~)
얼마나 실질적인 기업문화인가!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규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봉진대표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 같다.

이런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전하는데 있어 항상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우아한 형제들의 멋진 점이다.

맨 마지막에는 책 추천을 잊지 않는다. 항상 독서를 하는 경영자답다.

얼마전 공유했던 우유 배달로 독거노인 안부 확인 기사도 반응이 뜨거웠다. 행정자치부의 서주현과장은 아래와 같은 멘션을 보내오기도 했다.

1년여전 우아한 형제들 사무실을 방문했을때 찍어두었던 포스터 사진이다. 이런 좋은 일을 기획하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봉진대표는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경영자다. 그의 이런 노력과 독특한 스타일이 회사안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우아한 형제들이 아무쪼록 잘 성장해서 이런 멋진 기업문화를 한국의 기업계에 널리 퍼뜨리고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가볍게메모
창업자의 호기심은 기업의 성장동력
최근 언론에 보도된 소프트뱅크 손정의회장 닛케이신문 인터뷰와 NYT의 구글 래리 페이지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들에게는 뭔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 기업의 성장동력이 된다.

손정의회장은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범으로 여기는 경영자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일본에서는 혼다자동차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상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 혼다상과 같은 치과에 다닌 인연으로 그의 생일을 축하해 드리자 자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청받은 일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젊었고 무명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거물급 인사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다상은 나를 붙잡고 “PC란 것이 무엇이냐?”, “CPU(중앙연산처리장치)라는 것은 뭐냐?”, “그것이 진화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등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드리면 그는 눈을 반짝거리며 “그런 것이구나! 대단하다!”라며 진심으로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혼다자동차가 잘 나가는 이유는 여기에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감동해주는 할아버지(오야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혼다의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을 했죠.

구글에서 혼다 소이치로를 검색하니 ‘엔지니어’라고 나온다.
장인정신으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를 만들어낸 혼다 소이치로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는 생전에 직원들에게 사장님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고 ‘오야지'(할배)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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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래리 페이지의 집착이 구글의 비즈니스가 됐는가”라는 NYT의 기사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3년전 록히드마틴의 핵융합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엔지니어인 찰스 체이스씨가 구글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갔을 때다. 그는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처음보는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20분동안 핵융합반응을 통해 어떻게 태양에너지 같은 클린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토론했다. 그리고 나서 체이스씨는 그 남자의 이름을 물어봤다.
“저는 래리 페이지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체이스씨는 자신이 억만장자인 구글의 창업자 CEO와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아’하는 투의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죠.”
래리 페이지는 이제는 지주회사 알파벳의 CEO를 맡고 그룹(?)의 주력인 구글의 CEO자리는 순다 피차이에게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구글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래리 페이지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모이는 컨퍼런스에 가서도 전혀 티를 내지 않고 행사의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내용을 다 듣는 경우가 많아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너무 자연스럽게 청중들속에 녹아들어가 실리콘밸리밖에서 온 사람들의 경우 그가 구글의 창업자인지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넘치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데 컴퓨터 공학과 교수였던 래리 페이지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로보틱스컨퍼런스 등에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구글에서 래리 페이지의 이름을 검색하니 ‘컴퓨터 과학자’로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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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호기심을 이야기하니 네이버 김상헌대표께 들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이야기도 생각난다.
김 대표는 2011년 11월,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투자가인 유리 밀너(YuriMilner)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밀너의 생일파티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다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인터넷 기업 CEO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는가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풀이 죽어 있던 김 대표 앞에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서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한국 최고의 검색엔진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CEO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저커버그가 예상외로 반색을 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네이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 내일 우리 회사에 와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느냐”.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던 김 대표가 정중히 거절하자 저커버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 오면 꼭 연락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 대표는 다른 오만한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달리 의외로 겸손하고 호기심 많은 저커버그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마크 저커버그를 구글에서 검색하니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나온다.
이렇게 호기심이 넘치는 창업자들이 이끄는 회사들이 잘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래리 페이지의 알파벳(구글)은 곧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꺾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로 등극할 전망이다. 생각해보면 역시 호기심이 넘치는 창업자 CEO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애플이 쭉쭉 떠오르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하기 벅찰 것 같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호기심 넘치는 창업자 CEO가 건재한 회사가 있는가? 한국의 재계에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 한국경제가 가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
덕후들의 회사 블리자드 구경
이달초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갔다가 블리자드 엔지니어 박종천님의 도움으로 블리자드 본사를 견학할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의 그 블리자드 말이다. Geek, 게임매니아들이 한번 가보기를 꿈꾸는 게임회사다. 그때 찍어둔 사진 몇장을 블로그에 남겨둔다.

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그림인데 박종천님은 이렇게 설명을 해줬다. 블리자드는 게임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가 왕인 회사다. 특히 이런 환상적인 세계를 생각하고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높은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웨이 왕이라는 중국인이다. 십여년전 이 사람이 웹에 올린 그림을 블리자드가 발견하고 너무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웨이 왕에게 연락을 해서 중국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우리 회사로 오라”고 했는데 웨이 왕은 “나는 영어도 못하고 중국을 떠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단념하지 않고 그에게 전담 통역까지 붙여주는 조건으로 결국 본사로 데리고 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가 됐다.
11년간 블리자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박종천님도 처음에는 영어가 안되서 좌절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영어가 안되서 괴롭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매니저는 “괜찮다. 영어 잘하는 사람을 쓰려면 길거리에서 거지를 데려다 쓰지 왜 널 데리고 왔겠냐”고 격려했다.

회사입구에는 이렇게 오래 근속한 직원들의 이름을 써놓고 축하한다. 오른쪽 아래 Wei Wang의 이름도 있다.

20년 근속상인 투구. 5년단위로 칼, 방패, 반지, 마스크 등을 기념으로 받는다.

회사 중심광장에는 거대한 오크동상이 있다. 회사 곳곳에 이런 것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 오크동상을 둘러싸고 블리자드의 미션스테이트먼트와 8대 핵심가치가 적혀있다.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오크동상을 정가운데 놓고 이렇게 8방향으로 코어밸류를 새겨놓았다.
미션스테이트먼트
Dedicated to creating the most epic entertainment experiences…ever.
- 8가지 코어밸류
gameplay first 흥미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최고로 중요하다.
commit to quality 게임의 품질이 중요하다.
play nice; play fair 고객, 동료, 비즈니스파트너에게 친절하게 공정하게 대하라.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나 모두.
embrace your inner geek 당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덕심을 걱정말고 꺼내서 즐겨라
every voice matters 훌륭한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
think globally 글로벌을 생각하고 게임을 만들라.
lead responsibly 우리는 세계의 게임업계를 이끄는 리딩게임회사다.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하자.
learn and grow 배우며 성장한다.
http://us.blizzard.com/en-us/company/about/mission.html
이렇게 회사의 핵심가치를 정해두고 회사 곳곳에 잘 보이도록 붙여두었다.


이렇게 하니 직원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가 하려는 일이 회사의 방향과 가치에 부합하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근면성실, 정직, 주인의식, 품질제일 같은 추상적인 사훈보다는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embrace your inner geek라는 핵심가치 덕분에 마음놓고 덕질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여간 이런 멋진 캐릭터들이 회사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블리자드는 오덕들의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내부 직원이 추천한 사람이 채용되었을 경우 주는 ‘블리자드 헤드헌터’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