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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6] 직원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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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를 쓰겠다고 선언하고 5편까지만 쓰고 중단한지 5개월이 됐다. 예전에 스토리볼에 썼던 글을 더 잘 가다듬어 써보겠다고 하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안되겠다. 그냥 그 글을 블로그에 그대로 옮겨놓는다고 생각하고 빨리 마무리해야겠다. 이번에는 직원면접 이야기다. 예전에 썼던 내용인데 또 재탕한다.

*****

2009년초 라이코스에 CEO로 간지 얼마되지 않아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당시 말단 직원을 뽑더라도 최종면접은 CEO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수천~수백명도 아니고 80명정도의 회사였으니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마음에 걸렸던 것은 한국에서 온지 얼마되지 않은, 영어도 어눌한 CEO가 인터뷰를 할 경우 오히려 입사지원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만약 회사의 다른 점은 다 마음에 드는데 CEO가 별로라서 안오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돌이켜보면 참 소심한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그렇게 느꼈다.

그래도 (CEO로서의 책임감에) 새로 뽑기로 한 직원은 마지막으로 내가 한번 만나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 충원하는 직원은 보통 HR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담당매니저와 같이 일할 팀원들이 인터뷰를 해서 뽑는다. 채용이 거의 확정된 마지막 단계에서 내가 가볍게 만나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HR매니저인 존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오히려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예전 CEO들은 중요 포지션을 뽑는 경우가 아니면 직접 면접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면접때 뭘 질문할 작정이냐고 물어본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문화적 차이를 이해못하고 직무와 불필요한 질문을 면접당사자에게 하는데 그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차별혐의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니 날 뭘로 보고… 뭘 그렇게 과민반응을 하나 싶었다.

그런데 몇시간 있다가 존은 정말 걱정이 됐는지 “면접시 물어봐서는 안될 것”이 적힌 한 장의 메모를 내게 줬다. “DON’T ASK”라고 그 메모에 적힌 해서는 안될 질문들은 내 예상이상으로 범위가 넓었다. 대충 다음과 같다.

  • 당신은 Miss/Ms./Mrs./Mr. 어디에 해당하나요?
  • 독신/기혼/이혼자인가요?
  • 자녀가 있나요? 있다면 몇살인가요?
  • 앞으로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나요?
  • 누군가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요?
  • 생년월일은 어떻게 되나요?
  • 고교나 대학의 졸업연도가 어떻게 되나요?
  • 체포된 일이 있는지요?
  • 미국시민인가요? 원래 어디 출신인가요?
  • 당신의 영어 액센트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요?
  • 군대 다녀왔나요?
  •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지 모두 알려주세요.
  • 어떤 휴일을 쇠는가요? (각 종교나 민족의 문화에 따른 휴일을 쇠는지 물어보는 것)
  • 복지수당을 받아본 일이 있나요?
  • 노조원이었던 경험이 있나요?
  • 예전에 아팠거나 부상을 당했던 경험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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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이 준 리스트를 기억해두고자 그때 바로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이 질문리스트를 읽고 사실 깜짝 놀랐다. 결혼여부, 자녀유무나 어느 나라-지역 출신인가, 학교졸업연도 등은 인터뷰를 하면서 상황에 따라 물어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물어볼 수 있는 것들을 물어보면 안된다니 놀랐다.

존의 설명은 “뽑고자 하는 포지션의 업무와 관련된 질문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미국시민이냐”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법적으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느냐”고 돌려서 직무적합성과 연결해서 물어보면 되지 단도직입적으로 국적 등을 물어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존의 조언을 명심하고 잠재 후보자인 한 백인엔지니어와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내가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결국 그 사람은 라이코스에 입사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심한 나는 그뒤부터는 내게 직접 보고하는 포지션의 직원을 뽑는 경우가 아니면 각 담당매니저들이 알아서 뽑도록 했다. 대신 입사가 확정된 직원은 따로 점심을 같이 하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중에 보니 미국사람들도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밥먹으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 아이들 문제 등등을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는 사람도 많았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신상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가까운 동료에게도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He (or she) is a very private person”이라며 주위 사람들이 가끔 결혼여부 등 개인신상을 궁금해하긴 하지만 그 이상 나가는 법은 없었다.

심지어 모 임원은 늦게 결혼을 했는데 회사전체는 물론 자기 부서부하들에게까지 전혀 알리지 않은 일도 있었다. 나중에 지역 신문의 웨딩란에서 결혼소식을 발견하고 일부 부하들이 섭섭해했지만 그뿐이었다. 어쨌든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니 이처럼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개인적인 시간은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 미국의 보통 직장 풍경이다.

어쨌든 직원채용과정에서 나중에 차별로 느껴질만한 질문은 절대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존에게서 내가 배운 교훈이다. 이후로 항상 명심하고 조심하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인터뷰를 하다보니 업무와 관련된 그 사람의 능력만을 평가하게 되는 장점이 있었다.

나이가 많아서, 딸린 식구가 많아서, 특정 인종이 아니라고, 영어발음이 이상하다고, 이혼했다고 등등의 이유로 능력은 충분히 있는데 채용과정에서 떨어진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3일 , 시간: 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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