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중의 기자, 밥 사이먼
지난주는 유난히 미국언론인들을 둘러싼 뉴스가 많았다. NBC뉴스 간판앵커 브라이언 윌리암스의 스캔들과 데일리쇼의 존 스튜어트(그는 코미디언이지만 언론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의 급작스러운 데일리쇼 하차 예고 발표가 뜨거웠다.
그리고 두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미국언론계를 흔들었다. CBS뉴스의 밥 사이먼과 NYT의 데이빗 카다. 밥 사이먼은 교통사고로 데이빗 카는 편집국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가 세상을 떴다.
특히 60미닛을 진행했던 밥 사이먼은 (그의 얼굴은 TV에서 가끔 봐서 익숙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기자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인지 몰랐다. 그는 어떤 사건을 보도하는데 있어 그만의 시각과 탁월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멋진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기자였다고 한다. 내가 놀란 것은 CBS뉴스소속으로만 47년간을 활약한 이 73세의 노기자에 대한 소속사를 초월해 쏟아지는 미국언론인들의 추모다.
이것은 CBS뉴스의 추모보도다. 한데 다른 방송사나 신문들도 일제히 그에 대한 기사를 크게 냈다.
밥 사이먼이 어떤 스토리텔링을 했는지 보여주는 60미닛 에피소드 한편을 소개한다. Joy in the Congo. 콩고에서 울려퍼지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다.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멋진 스토리다.
또 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토리텔러인 스티브 하트먼은 CBS이브닝뉴스에 밥 사이먼을 추모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스티브 하트먼의 On the road 소개 포스팅 링크) 그가 몰래 밥 사이먼의 뉴스보도를 보고 또 보고 외우기까지 할 정도로 따라하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해 배웠다는 고백이다. 아마도 이번주에 방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꼭지가 있었을텐데 위 리포트는 밥 사이먼의 부음을 듣고 급히 만들어서 내보내는 내용인 듯 싶다. 하지만 기자로서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을 때린다. 그도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하지만 그가 ‘질투’하고 몰래 따라했던 사람이 밥 사이먼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사이먼은 아주아주 겸손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73세의 나이에도 현장을 뛰며 직접 취재하고 대본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고 나레이션을 입히는 기자가 우리나라에 있을까 싶다. 3년만 더 했으면 저널리스트로서 50년을 채웠을텐데 그의 죽음이 아쉽다. 60미닛의 PD가 된 친 딸과 작업한 마지막 60미닛 에피소드가 오늘 방영된다고 한다.
어쨌든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때 이처럼 그의 일생을 기리며 추모하는 ‘Remembering’의 문화가 나는 아주 부럽다. 우리도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때 자녀들 이름과 빈소위치만 적은 부고글만 내지 말고 고인의 일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을 다같이 써보면 어떨까. 그것이 진정한 추모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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