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5월 17th, 2010
미래를 만들어 낸 창업자들
큰 깨달음을 주는 Steve Blank의 멋진 발표, “Days of Future Past”를 소개한다. Web 2.0 Expo에서 가진 발표다. 영어의 압박이 있지만 강추동영상이다.
이 강연은 ‘창업자’에 대한 4개의 이야기다. 그야말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꿈을 가진, 세상을 바꾼 창업자들의 이야기다. 그것도 그런 창업자들의 삶을 그 시대의 또다른 훌륭한 인물들과 비교해서 설명한다. 쉽사리 듣기 어려운 독특한 시각의 이야기지만 많은 울림을 준다.
첫번째는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스탠포드교수 프레드터먼의 이야기. MIT의 킬리안교수와 비교했다. 왜 실리콘밸리가 보스턴과는 다른, 전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실리콘밸리’가 됐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다.
요약하면 2차대전동안 미정부의 군수관련 연구자금을 MIT가 독식했다. 미국정부는 스탠포드에서는 터먼교수만을 동부로 데리고 가서 군수관련 연구를 시켰다. 스탠포드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전후 스탠포드로 돌아온 터먼교수는 거의 혼자 힘으로 스탠포드공대를 일으켜세웠다. 무기관련 전자기술을 제공하는 첨단센터로 변모시킨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터먼교수가 MIT의 킬리언교수와 차별되는 점은 제자들에게 창업을 장려했다는 점이다. 터먼교수는 스탠포드가 직접 장비를 제작해 사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그의 제자들이 스탠포드에서 연구한 지적재산을 자유롭게 들고 나가서 창업을 하도록 복돋웠다. 그의 제자들이 팔로알토, 마운틴뷰 일대에 나가서 회사들을 창업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씨가 뿌려졌다.
두번째는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낸 페어차일드 창업자 로버트 노이스와 인텔창업자 고든무어의 이야기. 그 유명한 쇼클리와 비교했다. 진짜 왜 실리콘밸리가 ‘실리콘’밸리가 됐는지 알 수 있다.
월리엄 쇼클리는 AT&T출신의 천재과학자로 트랜지스터의 Co-inventor이며 노벨상까지 수상한 사람이다. 그는 50년대에 서부에 와서 쇼클리반도체를 창업했다. ‘실리콘’을 실리콘밸리에 처음 가져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매니저, CEO로서의 자질은 정말 없었는지 그 밑에서 일하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1년여만에 다 짐싸서 나가서 독립했다. 그 ‘배신한 8명’중에 가장 유명한 2명이 인텔창업자 고든무어와 페어차일드창업자 로버트 노이스였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후 20년동안 65개의 반도체회사가 인텔이나 페어차일드에서 분가해 나왔다. 65개!
세번째는 누구나 다 아는 빌게이츠이야기. IBM PC제작을 지휘한 IBM의 필 에스트릿지씨와 비교했다. 왜 사람들이 대기업을 탈출해 창업에 나서는지 알 수 있다.
빌게이츠의 스토리는 다 아실 것이고… IBM의 필 에스트리지는 IBM PC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는 IBM내에서 PC프로젝트를 이끌며 사실상 PC혁명을 주도한 사람이다.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IBM내부에서도 놀란 큰 성공을 이뤄냈지만 그는 4년뒤 내부적인 정치싸움에서 밀려서 PC부문을 떠나 한직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뒤 항공사고로 사망했다.
네번째는 GM창업자 빌리듀란트 이야기. 그 유명한 현대 경영의 기틀을 닦은 알프레드 슬론과 비교했다. 슬론은 대기업의 아버지,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풍운아 빌리듀란트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빌리듀란트는 처음에 마차를 만들던 사업가였다. 그는 자동차에서 미래를 보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작은 자동차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해 GM을 만들었다. 하지만 좌충우돌의 경영으로 은행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났고 그러자 Chevrolet라는 다른 자동차회사를 세워 성공, 이번에는 GM을 인수해버렸다. 그런데 10년뒤에는 또 은행에 의해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알프레드 슬론이 들어와 오늘날의 GM을 만들어냈다. 결국 빌리듀란트는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이 볼링장을 운영하며 쓸쓸히 죽었다. 하지만, 빌리듀란트가 GM을 세우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GM이 있었을까?(물론 지금 GM은 미국국민의 세금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회사가 됐지만 말이다.)
이 강연을 듣고 그야말로 미국이 오늘날의 초강대국이 된 것은, 또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도 혁신이 흘러넘치는 나라가 된 것은, 지치지 않는 정열로 도전하는 창업자들과 창업가정신이 넘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다.
비슷한 맥락에서 트위터창업자 잭 도시의 3 Keys to Twitter’s Success도 챙겨볼만한 훌륭한 발표다. 창업가정신과 실행력, 행운, 그리고 그런 창업가들을 받쳐주는 사회적 분위기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역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