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8월 2018
베이징에서 접한 신기한 문물 – 인터넷커피, 무인상점
지난주 베이징에 번개처럼 다녀오다. 체류시간이 24시간도 안되는 엄청 짧은 출장. 그 와중에 접한 베이징의 신기한 트렌드 메모.
우선 VIPKID 사무실에 갔다가 1층에서 만난 Luckin coffee. 놀랍게도 카운터에서 사람이 주문을 받는 것이 아니고 오직 앱을 통해서만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고.
가게 앞에서 만난 분이 자기의 앱으로 주문하는 모습을 보여주심. 앱으로 음료를 선택하고,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하고, 바코드로 본인임을 확인하고 음료를 받아가면 된다고. 당연히 사무실로 커피 배달도 가능. 스타벅스보다 20%정도 싸다고.
이렇게 선택해서 주문한뒤…
이 바코드를 보여주며 음료 수령을 하면 된다고.
Luckin Coffee는 올초 시작해서 벌써 6백개 이상의 지점으로 확장했다. 지난 6월에 2억불(2천2백억원)의 자금을 투자받고 10억불(1조1천억원)가치가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됐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레전드캐피탈 등 세계 유수의 투자회사, VC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게다가 Lucking Coffee의 창업자는 “스타벅스가 독점이다, 배달도 안해준다” 등등 도발적인 선언을 하면서 관심을 모으며 급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신흥 인터넷커피체인의 부상에 견디다 못한 스타벅스가 마침내 8월초 알리바바와 제휴해 중국에서 커피배달을 시작한다고 전략을 수정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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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가본 곳은 그 아래층에 있는 무인 수퍼마켓. 수입품만을 파는 가게.
사람이 별로 없을 4시쯤에 가서 그런지 쇼핑객은 많지 않았다. 무인이라지만 상품진열대에 재고를 채워넣는 직원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서 쇼핑하려면 반드시 위챗이 설치된 스마트폰이 있어야 한다.
제품에는 모두 QR코드가 붙은 태그가 달려있다.
하나 골라서 위챗앱으로 바코드를 스캔해봤다.
그러면 위와 같은 화면이 열린다. 이 수퍼의 앱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위챗을 통해서 바로 열리는 샤오청쉬(小程序미니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오른쪽 버튼을 눌러서 장바구니에 넣으면 된다.
나가는 출구앞에 이 과정이 간단히 설명되어 있다. 위챗에서 바코드를 스캔하면 샤오청쉬가 열리고 상품QR코드를 스캔해서 장바구니에 넣는 방식이다.
이 수퍼의 전용앱을 다운로드받아서 본인 확인하고 회원가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서 간단하다.
시험삼아 물건 하나를 장바구니에 넣고 위챗페이로 결제하고 출구로 나갔다. 무사 통과! 앞에 나가는 사람과 3초의 간격을 두고 나가야 한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아마존고Amazon Go처럼 완전 자동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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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를 마치고 중국분들과 함께 식당에 갔다. 한분이 스마트폰 배터리가 모자란다며 종업원에게 보조배터리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랬더니 위 사진과 같은 보조배터리를 가져다 준다. QR코드를 스캔하고 1위안정도를 결제하면 녹색라이트로 바뀌며 충전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회사의 제품은 식당 카운터에 가서 빌려야 하는데 이 제품은 자기 테이블에서 바로 결제하고 이용할 수 있어서 더 편리한 것 같다.
간편한 모바일페이 덕분에 모든 곳에 이런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중국회사들 사무실에는 이런 음료나 스낵 판매대가 있는데 QR코드를 스캔하고 사려는 제품을 선택해 결제하고 가져가서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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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갔다가 사온 ‘닛케이컴퓨터’에 중국 특집이 나왔는데 중국에 얼마나 모바일페이가 보편화됐는지 보여주는 내용이 있어서 소개.
-생활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완결.
-상하이대학에 다니는 20대 31명에게 조사했는데 알리페이와 위챗은 31명 전원 스마트폰에 이미 설치된 상태. 그중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30%정도. 현금을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비상시를 위해서 가지고 다닌다고 대답. 절반정도는 한달동안 현금을 쓴 일이 한번도 없다고 대답.
그리고 이 일본기자는 꼼꼼하게도 상하이의 점포앞에서 결제를 하는 사람들을 관찰. 그 결과는 패스트후드점 35명(스마트폰결제) vs. 1명(현금 등 다른 결제수단), 커피숍 41명(스마트폰) vs. 4명, 편의점 37명(스마트폰) vs. 3명, 거리노점 19명(스마트폰) vs. 1명.
이 정도로 스마트폰 결제가 확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배달 커피, 무인상점 등 온갖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나오고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중국. 스마트폰을 이용한 구매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모바일을 통해 쉽게 지갑을 연다.
어떤 의미에서 신천지. 이처럼 요즘은 중국에 가서 다닐 때마다 신문물을 접하는 느낌. 이런 중국의 변화를 보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보면 불편하고 뒤떨어진 나라같다는 느낌도 들 정도다. 그리고 이런 격차는 점점 더 커질 듯.
스타트업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으로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스타트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일을 5년째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해서 남녀노소 정말 많은 분들에게 설명하고 질문을 받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편견 혹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자주 대합니다. 몇가지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봤습니다.
스타트업은 루저들이나 가는 작은 회사다?
예전에 만난 한 대기업 임원분이 서슴없이 “대기업에 들어갈 실력이 안되는 사람이나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 가는 아니냐”는 말을 해서 놀란 일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떤 좋은 회사든지 갈 수 있는 출중한 능력자들이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편송금앱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스의 이승건대표는 치과의사출신입니다. 신선식품 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의 김슬아대표는 골드만삭스 출신입니다. 삼성전자출신 창업자들도 요새는 흘러 넘칩니다.
스타트업이 매출을 올려봐야 얼마나 올리겠나.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스타트업은 작은 회사라 해봐야 몇억, 몇십억 매출밖에 못 올릴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큰 기업은 1천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며 한국에서 스타트업, 특히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이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분들은 스타트업이 몇십억만 투자받아도 대단히 많은 돈을 투자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매출을 올리며 단시간에 고속성장을 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창업 3년째인 지난해 530억 매출을 올리고 올해는 1800억 매출을 바라봅니다. 새로운 시도라 수익모델이 불투명해보이다가도 한번 매출의 물꼬가 트이면 거침없이 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플랫폼 회사가 스케일을 키우는 것이 쉬워서 하드웨어나 오프라인베이스 회사보다도 더 빨리 성장합니다.
이런 스타트업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자들이 거액을 투자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한번에 100억원 이상 넘게 투자받은 스타트업 소식이 거의 매주 나올 정도입니다. 해외에는 한번에 1천억 이상 투자를 받아 소위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가 10억불, 1조원이 넘는 회사)의 반열에 오른 회사가 약 260여곳쯤 됩니다. 스타트업을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칩니다. 스타트업은 정부지원대상이 아닙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엄청난 적자를 내더라. 부실경영기업 아닌가.
매출액보다 휠씬 큰 적자를 내는 스타트업의 손익계산서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업은 무조건 이익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 부실 경영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당장 이익을 내는 것보다는 적자를 내더라도 성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회사의 규모를 키워야 나중에 더 큰 가치를 가진 회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자는 성장을 위해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발생합니다. 흑자를 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성장이 정체될 수 있고 또 많은 돈을 투자받은 경쟁회사에 추월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투자금을 많이 받아서 성장을 위해서 달리는 것입니다.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 성장하는 대표적인 예가 약 70조원의 세계최고의 기업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인 우버입니다. 설립된지 이제 10년인 우버는 아직도 매년 조단위의 적자가 납니다. 하지만 이런 적자에도 불구하고 우버가 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년에 얼마의 기업가치로 상장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큰 적자를 내면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민간투자자가 뒤에 있습니다. 제 3자인 우리가 그렇게 걱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어차피 스타트업은 대부분 실패합니다. 그리고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입니다. 실패를 겁내고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사회보다 실패하더라도 괜찮다고 다들 도전하는 사회가 더 건강합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다 망한다?
스타트업의 영역에 대기업이 들어오면 다 망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빼앗아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합니다. 그러니 어차피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을 해도 안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한국에서는 그만큼 대기업에 대한 일종의 공포심이 강한 것 같습니다. 자금력과 인재에서 우월한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영역에서든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저는 대답합니다. 현실에는 죽기 살기로 한가지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이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신사업확장에 있어서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비해 불리한 경우도 많습니다. 고액연봉에 안주하는 대기업직원들이 신사업에 죽기살기로 뛰어들지 않습니다. 절실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은 잦은 인사이동으로 신사업 담당자가 바뀌며 사업에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열정이 있는 대기업직원들은 이런 분위기에 좌절하고 요즘에는 오히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에 조인합니다.
게다가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는 투자자들이 수백억에서 심지어는 수천억까지도 투자해주는 세상이 됐는데 오히려 대기업은 그러기 어렵습니다. 보수적인 재무부서는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있는 것 같으면 돈을 안주겠다고 버텨서 신사업담당자를 힘들게 합니다. 이런 경우 죽기살기로 한가지만 깊게 파는 스타트업이 더 유리합니다. 리디북스는 교보문고, KT, 네이버 등 수많은 대기업이 뛰어든 전자책시장에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스타트업이 다 망한다고 의심하기 보다는 대기업에 지지 않게 응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것만 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인공지능, 로봇, 드론, 블록체인, 핀테크 같은 뭔가 혁신적인 기술을 추구하거나 아니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을 소개했더니 “그게 무슨 스타트업이냐“며 언짢아 하시는 분도 뵀습니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파는 그런 회사는 널리고 널렸고 대단한 새로운 기술도 아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남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풀면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그 푸는 방법이 꼭 첨단 기술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꼭 예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리멤버라는 명함관리 앱을 만드는 드라마앤컴퍼니는 스캔한 명함을 입력할때 100%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OCR자동인식 대신 사람 타이피스트가 입력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랬더니 “스타트업이 기술로 문제를 풀지 않고 무슨 가내수공업을 하냐”는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몰라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 일부러 인력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한번 입력된 명함은 자동으로 입력되게 하는 등 다양한 자동화 방법을 통해 명함입력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이제는 200만 회원이 넘었고 네이버에 인수된 뒤 일본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또 마켓컬리는 신선식품이 주로 낮에 배송되는데 고객들은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에 착안했습니다. 반면 냉장 차량은 주로 낮에 배송이 몰리고 심야에는 일이 없습니다. 마켓컬리는 새벽에 배송해 고객이 아침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샛별배송이라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얼핏보면 단순해 보이는 신선식품 배송에 수요를 예측해 매일 정확히 상품을 사입하고 당일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IT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처럼 스타트업이 집요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면 처음에는 단순한 수작업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첨단 기술을 적용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타트업을 잘 모르는 분들은 이처럼 우습게 생각하거나 의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대기업을 탐욕스럽다고 욕하면서도 대기업의 제품을 애용하고 자신이나 자신의 자식들은 대기업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생을 걸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의심하거나 비평하기 보다는 박수를 쳐주고 그들의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주는 방향으로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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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에 기고했던 글을 조금 더 보완해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