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를 줄여주는 한국의 온라인결제기능
며칠전 온라인쇼핑몰에서 뭘 좀 사야할 것이 있었다. 온라인뱅킹-쇼핑 전용으로 쓰는 오래된 윈도비스타랩탑을 켜고 구매에 나섰다. 맥북에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상품을 윈도랩탑에서 그냥 결제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송 추가 요청사항과 변경 전화번호 등을 넣고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자 안심클릭플러그인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다시 하란다. 액티브엑스를 설치하고 나니 처음(쇼핑몰톱화면)으로 돌아간다. 짜증이 치밀어올랐지만 참고 다시했다. 그리고 결제하기버튼을 누르니 또 같은 ‘안심클릭’을 설치하라는 안내창이 나온다. 울분을 참고 또 다시 설치했다. 그러자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또 다시 입력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결제버튼을 누르니 또 같은 ‘안심클릭’안내가 나온다…. 그냥 ‘안산다’하고 포기했다. 날린시간 30여분.
그런데 화를 삭이고 잘 생각해보니 국민들의 ‘과소비’를 막기 위한 정부의 현명한 정책 덕분에 내가 돈을 절약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과소비를 유도하는 나쁜 미국의 IT회사들이 떠올랐다.
지난주에 미국출장을 갔다가 아이튠스카드를 샀다. 보통은 X1292GXW83883 같은 식으로 짜증나게 길고 헷갈리는 알파벳과 숫자로 된 코드를 입력해 Redeem(구매금액을 아이튠스계정에 입력)을 하게 되어 있는데 USE CAMERA(카메라로 입력하기)버튼이 있었다. 카메라에 카드를 가져다대자 갑자기 ‘번쩍’하더니 구매금액이 순식간에 아이튠스에 입력되는 것이 아닌가. 사용이 너무 쉬워서 어르신들도 음악이나 책, 앱구매를 너무 많이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됐다. 한국에서는 이런 기능이 안되도록 규제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보니 이번 iOS 8의 사파리브라우저에는 신용카드정보를 저장해둘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있다. 사파리옵션으로 들어가서 신용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카메라를 사용해서 쉽게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카드를 가져다대면 순식간에 카드번호, 이름, 유효기간을 저장해준다. 이후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카드정보를 입력하는 페이지가 나오면 자동으로 이 정보를 불러서 입력할 수 있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기능이다. 보안사고라도 나면 어쩔 것인가. 애플이 한국에서는 이렇게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그리고 보니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대신 Uber와 Lyft를 많이 이용했는데 그 이유중 하나가 신용카드정보를 쉽게 저장할 수가 있어서였다. 카드정보 하나 입력하는데 몇십초면 되고 차를 이용한다음에 원터치로 지불하면 된다. 너무 사용하기가 쉬워서 Uber를 자주 이용하게 되어 버렸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돈을 절약해야 하는데 말이다. 한국에서 이런 서비스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좋겠다.
안그래도 미국에서 살때는 아마존의 원클릭구매기능 때문에 지나친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물건을 보다가 사고 싶으면 버튼 한번만 누르면 되니까 말이다. 얼마나 많은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과 책을 이 기능 때문에 구매하게 됐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복잡한 결제과정 덕분에 소비충동을 자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하게 됐는지 정말 이런 멋진 정책을 만든 분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더 복잡하게 만들어주시고 절대 외국의 나쁜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어주세요!
알라딘에서 도서구매를 많이해서 ActiveX 를 걷어낸 효과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Life
2014년 9월 24일 at 2:28 am
주인장님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군요. ㅎㅎ
HP
2014년 9월 24일 at 5:03 am
한국사람들이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입니다. 한국에 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해외교포의 한사람으로 한국 웹사이트에서 뭘좀 사려고 시도한 적이 열번 넘게 있었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한시간 넘게 이것저것 해보다가 포기하면서… 이런 인터넷 후진국을 무슨 근거로 IT 강국이라고 난리를 치는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부끄러워해야 할 정도로, 우물안 개구리 짓을 하고 있는게 많습니다. 한국사람들 중국을 우습게 아는데… 머지않아 배우러 가야할 분야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정인환
2014년 9월 24일 at 6:35 am
네 위에는 쓰지 않았지만 휴대폰 본인인증을 의무화하는 것도 과소비를 막는 방법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특히 해외교포들이 한국 쇼핑몰에서 과소비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는 정말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
estima7
2014년 9월 25일 at 11:08 am
국민들의 즉흥구매(?)를 막아 가정지출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니…놀라운 IT와 실생활의 밀접한 관계이군요..ㅎㅎ
Aaron Jeon
2014년 9월 24일 at 10:34 am
아직도 적응을 못하셨군요. 저도 한국 사이트 결제할 때 기도하고 시작합니다. ㅎㅎ
아마존 결제할 땐, 원클릭 결제하면 너무 허무해서 가끔 세번 클릭해서 주문하곤 하는데요…
Active X도 문제지만, 휴대폰 인증에 너무 의존해서 전 한국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가 있는데도 성인인증 조차 안되더군요.
Elca Ryu (@elcaryu)
2014년 9월 24일 at 11:43 am
미국에 있었던 지난 5년간을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갈수록 모든 사이트가 휴대폰 본인인증을 의무화하더군요. 저는 적절한 시점(?)에 제 명의의 폰을 만들어서 문제를 간신히 피해나간 느낌입니다. 해외에 계신 분들은 아예 한국사이트 이용을 포기하신 분들이 많죠.
estima7
2014년 9월 25일 at 11:09 am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 고위층에서 받아먹는 떡값, 관련 업체의 로비 ??
– 고위층에서는 인터넷에서 물건사본적이 없어서?? 비서 시키거나 백화점에서 극존한 대접받으며 구매만 해봐서 ??
– 공무원 특유의 잘못되면 내탓이니 그냥 현상유지만 ??
– 알고보니 우리나라 관련 정치인은 외국에 뇌를 조작당해서.. 음모론 ??
– 기술부족 ??
– 다 필요없고 쇄국정책 ??
성은
2014년 9월 24일 at 11:45 am
제 생각에는 뭐 대단한 음모론이 있다기 보다는 처음에 잘못 끼운 단추가 너무 오래가면서 너무 얼기설기 얽혀버려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엉킨 실을 다시 풀려면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estima7
2014년 9월 25일 at 11:10 am
엉킨실을 풀려고 하기보다는, 어쩌면 잘라버리는것이 나을지도…
Steve.J
2014년 9월 26일 at 6:08 pm
비슷한 느낌으로 요즘의 텔레그램… 근해님이 우리를 괴롭힐수록 국내 IT가 쪼그라드는 게 느껴집니다.
아크몬드
2014년 9월 25일 at 3:38 am
팝업설정을 안해놓으면 다시 처음부터 진행을 해야 합니다. 모바일 결제 역시 문제가 많은데 국내 pg사에서
제공하는 모듈은 엑티브 x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데, 임베디드 된 방식이 아니라 팝업형식이 많아서 모바일
에서 브라우져 세팅을 안하면 결제가 안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bj
2014년 9월 25일 at 9:22 am
완전 공감입니다.
저의 경우, 화면 배율울 조정하였을 때는 설치가 되었어도 화면에 결재 버턴이 가려져서 누를 수가 없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카드사의 경우 자사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과소비를 방지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
공정기
2014년 9월 28일 at 8:51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