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6월 2012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부러운 미국의 졸업식 축사 문화
해마다 5월에서 6월초까지는 미국의 졸업시즌이다. 이 즈음엔 교육도시인 보스턴의 호텔은 방이 완전히 동이 난다. 자식들의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날아온 학부모들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졸업식에서 내가 유독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 졸업식축사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미국대학의 가장 훌륭한 전통중 하나다.
전현직 대통령부터 뉴스앵커, 소설가, 대법관, 기업인, 영화배우, 코미디언까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미국전역의 대학에서 새롭게 세상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을 축복하고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한다. 더구나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이들의 축사가 학교울타리를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돼 감동을 주고 있다. 그래서 나도 이맘때에는 이런 훌륭한 졸업식 축사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며 인생의 지혜를 배우곤 한다.
명사들의 축사가 감동을 주는 것은 이들이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판에 박힌 공자님 말씀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인생경험에서 우러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성공담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실패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역경과 고난을 어떻게 극복해냈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가를 졸업생들과 공유한다.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대 졸업식축사 원문과 번역-사계블로그)
그 대표적인 예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졸업식축사 중 하나인 2005년 스탠포드대의 스티브 잡스 졸업식축사다. 유명한 극작가인 애론 소킨에게 졸업식축사작성을 부탁했던 그는 소킨이 마지막까지 도와주지 않자 할 수 없이 졸업식 직전 어느날 밤 직접 축사를 작성한다. 암투병을 포함한 그의 인생에서의 3가지 역경이야기를 담은 그 졸업식축사는 가슴을 때리는 진실된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그는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내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해리 포터시리즈의 작가인 JK롤링의 2008년 하버드대 축사 도 그렇다. 그녀는 애딸린 실직 이혼녀로서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며 “실패를 겪고 나서 더 강인하고 현명해졌다. 실패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그 어떤 자격증보다도 가치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에게도 졸업식축사는 소중한 시간이다. 올해 보스턴대에서 있었던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했던 월드뱅크의 이기훈씨는 “축사를 맡은 구글의 에릭 슈미트회장이 얼마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지 학생과 학부모들 모두 폭소를 터뜨리며 들었다”고 말했다. 슈미트회장은 이날 축사 에서 “하루 한시간은 스마트폰을 끄고 진짜 사람과 대화하라”고 충고했다. 이씨는 특히 전체 졸업식외에도 단과대별로 졸업식이 따로 있는데 아들이 속한 단과대에서는 7살때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됐으나 평생의 노력으로 장애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동문이 와서 축사 를 해 숙연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17년전 내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는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 이외에는 어떤 기억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졸업식풍경이 어떤지 트위터를 통해서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요즘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학교 높으신 분들의 틀에 박힌 이야기만 이어져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경우도 있었다. 더 가슴아프게 느꼈던 것은 취업에 실패한 졸업생의 경우 아예 졸업식에 가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대학졸업식에서도 미국의 경우처럼 이런 멋진 전통이 생겨나고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축사연사의 이야기를 즐겼으면 좋겠다. 적어도 졸업식때만큼은 한국의 대학졸업생들도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긍정과 도전의 에너지로 가득찬 희망의 시간을 갖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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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지난 6월12일자 한겨레신문에 칼럼으로 기고한 것입니다. 어떤 내용을 주제로 첫 칼럼을 쓸까 고민하다가 평소 마음속으로 부러워하던 미국의 졸업식 문화에 대해서 썼습니다. 사실 소개하고 싶은 졸업식 축사가 많이 있었는데 위에 몇가지만 칼럼에 언급했습니다. 저부터도 시간이 없어서 다 들어볼 수도 없었고 부족한 영어실력때문에 100%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몇번씩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위에 소개한 3개의 동영상중 스티브 잡스의 축사는 다 보셨을테고 JK롤링의 축사를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녀의 약간 수줍어하는 듯한 모습과 진솔한 표정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자신의 솔직한 실패담과 경험의 공유가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해리포터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그녀의 축사를 듣고 조금 이해가 갔습니다.
에릭 슈미트회장의 보스턴대 축사 동영상은 졸업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미국대학 졸업식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쨌든 미국에 와서 3년째 봐오고 있는 졸업식축사인데 이제는 거의 모든 졸업식 축사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한국의 졸업식도 이렇게 의미있는 이벤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을 바꾼 선구자들-여성마라톤의 경우
미국에 살면서 나이, 성별, 인종 등을 차별하지 않도록 잘 법제화된 사회시스템을 보고 가끔씩 감탄할 때가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니 물론 완벽하게 차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서도 소수자를 배려하는 법과 문화가 잘 갖춰진 곳이 미국인듯 싶다.
이런 말을 미국인들에게 하면 미국도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도 잘 아는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여성에 대한 차별, 나이에 의한 차별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대신 미국은 이런 부당한 차별에 대해 항의하고 기존 권위에 도전해 변화를 이끌어낸 선구자들이 있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또 그 법제도를 실제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여서 이런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어제 CBS뉴스를 보다가 이런 선구자를 또 한명 발견했다. 여성마라톤에 처음 도전한 캐서린 스위처라는 65세의 여성이다. 나는 사실 여성이 마라톤을 뛰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45년전에는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40년전 제정된 타이틀9이라는 법안이 제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소개됐다.
동영상 보기 Marathon pioneer Kathrine Switzer looks back on Title IX (CBS뉴스)
당시 20세의 캐서린은 코치에게 감화를 받아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코치조차도 여성이 마라톤을 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지도한 코치조차도 여성이 마라톤을 뛸 수 있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여성이 그런 운동선수가 된다면 커다란 다리를 갖게 되며, 가슴에 털이나고, 장차 아이도 갖게 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60년대는 여성에 대한 이런 인식이 지배적인 시기였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Mad Men이란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을 한다. 60년대의 뉴욕 광고업계의 모습을 다룬 이 드라마에는 백인남성중심의 미국사회의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은 그야말로 남성을 보조하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여성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니셜로만 마라톤대회에 등록한 다음,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했다. 코치가 대신 번호표를 받아왔다. 그리고 출발점에 그녀가 나타나자 난리가 났다.
대회운영자인 디렉터가 이 사실을 알고는 이성을 잃었다. 그는 레이스중인 캐서린을 쫓아와 “그 번호표를 내놓고, 내 마라톤대회에서 꺼져라”(Get the hell out of my race and give me those numbers)라며 번호를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남자친구가 끼여들어 그녀를 구해냈다. 성난 디렉터를 붙잡아 레이스에서 끌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무사히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했다.
이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전 미국에서 화제가 된 것 같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과 취업, 스포츠에서 여성의 권익향상에 대한 토론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데 기여했으며 결국 72년 “타이틀 9(Title IX)”이라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게 됐다. 이 타이틀9은 교육프로그램에 있어서 성별로 차별을 하면 안되고 남녀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담은 법안이다. 물론 법안 제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으며 이후에도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수많은 논쟁과 법적다툼끝에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어쨌든 그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캐서린처럼 두려움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65세가 된 캐서린은 내년 4월에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40번째 마라톤완주를 노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캐서린이후 1만명이 넘는 여성이 보스턴마라톤을 달렸다고 한다. 캐서린이 없었으면 여성의 마라톤참가는 십년은 더 늦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Belaunch Going Global세션과 인사이드애플 강연회 공지
제가 6월 11일주에 한국에 가서 ‘인사이드애플’강연회를 한번 더 갖고 Belaunch 2012컨퍼런스에 참가합니다.
우선 Belaunch 2012 컨퍼런스는 한국스타트업의 글로벌진출을 주제로 한 이벤트입니다. 6월13일~14일 양일간에 걸쳐서 열립니다. 저는 첫날 11시30분에 열리는 Going Global세션에 사회자로 참가해 위에 보이는 훌륭하신 네 분을 모시고 30분간 토론을 가질 예정입니다. 아래는 간단한 세션 설명입니다. (이 세션은 영어로 진행되고 동시통역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글로벌로 간다.”(Going Global)세션.
어떻게 한국의 스타트업이 글로벌마켓에 진출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세션. 글로벌비즈니스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토론참가자들이 각기 한국의 벤처커뮤니티를 위해 자신의 경험과 팁을 공유한다.
스타트업바이블의 저자이자 스트롱벤처스의 공동대표인 배기홍씨는 뮤직쉐이크라는 스타트업을 미국에서 4년여동안 이끌면서 겪은 경험을 공유한다. 특히 그는 한국의 벤처기업가들이 미국시장에 들어오면서 범하기 쉬운 실수와 그 실수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구글이스라엘지사의 신사업개발부서 Principal로 일하는 Jachin Cheng은 구글에서의 그의 경험을 나눌 예정이다. 특히 그는 가장 창업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스타트업국가’ 이스라엘에서 현지스타트업들의 멘토역할을 하고 있어 이스라엘벤처기업들의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서원일 넥슨아메리카 부법인장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올해 도쿄증시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낸 넥슨의 해외진출스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인큐베이터인 Plug and Play Tech센터의 Canice Wu사장은 오랜 기간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쌓은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스타트업의 해외진출과 관련한 조언을 해줄 예정이다.
이날 대담 진행은 전 라이코스CEO였던 임정욱씨가 맡는다.
이 Belaunch행사는 글로벌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벤처기업인이나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아주 유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료는 아니고 유료입니다. 행사참가신청은 여기서 하시면 됩니다.
온오프믹스 Belaunch 2012 참가신청 링크
그리고 제가 또 인사이드애플 강연회를 한번더 갖습니다. 6월11일 월요일 저녁 7시30분부터 강남역인근 비트교육센터에서 가질 예정입니다. 예스24와 청림출판 주최입니다. 좀 쑥스럽지만 예스24의 소개배너입니다.
불과 얼마전 강연회를 갖고 여러번 보도가 된 바가 있어서 이번에는 그리 많이 오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번 강연회내용보다는 좀더 보강을 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안오셔도 수십명정도의 분들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Q&A시간에 애플 이야기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환영합니다.^^
참가신청은 Yes24 참가신청 페이지에서 (Yes24아이디로 로그인하셔서) 댓글로 해주시면 됩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 신청만 하시면 다 참가하실 수 있을 겁니다.
Yes24 인사이드애플 강연회 참가신청 페이지 가기
그럼 이번 한국방문에서 또 많은 분들을 만나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