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월 12th, 2012
코닥의 몰락에도 살아남은 로체스터시
코닥의 파산뉴스가 전해졌을때 내가 떠올린 것은 로체스터라는 도시였다. 가본 일은 없지만 뉴욕주북쪽의 추운 곳에 자리잡은 로체스터라는 도시의 이미지중 상당부분은 코닥이 차지했다. “스냅샷시티(Snapshot City)”라는 별명으로 불려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때 코닥이 6만명을 고용했다는 그 도시에서 코닥이 사라진다면 재앙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Big 3 자동차회사가 몰락하면서 고스트타운처럼 되어 버린 디트로이트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지난주 NYT에서 “No Rust in Rochester”라는 칼럼을 읽고 코닥의 몰락이후에도 로체스터는 건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먼 미래를 대비한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TV시청료수입을 팀간에 공평하게 나눈다는 50년전 총재의 선견지명으로 지금 NFL미식축구가 얼마나 대단하게 성장했는지에 대해서 얼마전 블로그에 소개한 바도 있다. 이것도 정책의 중요성의 한 예라고 생각한다. 참고 : NFL인기의 비밀-Level playing field 만들어주기)
로체스터대 교수인 던컨 무어가 쓴 이 칼럼을 읽으면 로체스터가 생존비결에 대해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간단히 핵심만 소개하면.
While no one here is glad to see Kodak go bankrupt, it’s hardly the catastrophe many imagine. Indeed, while over three decades Kodak’s Rochester-area employment dropped to fewer than 7,000 jobs from 61,000, the community itself gained a net 90,000 jobs. That’s because the Rochester economy is more diverse than most realize — in part, surprisingly, because of Kodak. The high-skilled workers it let go over the years created a valuable labor pool for start-up companies, particularly in optics and photonics.
누구도 코닥이 파산하는 것을 기뻐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재앙은 아니다. 사실 지난 30년간 코닥이 로체스터지역에서 고용한 인원은 6만1천명에서 7천명이하로 떨어졌다. 그동안 지역 전체로는 오히려 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그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로체스터의 경제가 더 다변화되어 있고, 또 놀랍게도 코닥덕분이다. 지난 세월동안 코닥이 내보낸 고급인력이 특히 광학분야의 스타트업회사들에게 있어 귀중한 인력풀을 만든 것이다.
이 글은 이어서 로체스터대학, 로체스터공대 등 인재를 끌어오고 강력한 연구단지를 조성한 지역대학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여기에도 오랜세월동안 코닥의 지원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또 다양한 문화시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로체스터를 살린 것은 창업을 복돋우는 정책의 지원이었다고 무어교수는 말한다. 몰락한 다른 도시들은 이런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 프로그램과 문화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Recognizing this risk, two decades ago Rochester began a network of private and nonprofit partnerships to diversify its economy. Organizations like High Tech Rochester and Greater Rochester Enterprise work with local government and academia to train entrepreneurs and support new business ventures. Since 1996, 51 start-ups —38 of which are still active — were created based on University of Rochester technologies alone.
20년전 로체스터는 경제를 다변화하기 위한 파트너쉽 네트워크를 시작했다. 하이테크로체스터와 그레이터로체스터엔터프라이즈 같은 단체들이 지방정부, 학교와 같이 창업가들을 교육하고 새로운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96년이후 로체스터대에서만 51개의 스타트업이 생겼으며 38개가 아직도 건재하다.
그리고 주정부, 연방정부를 통한 각종 창업기업 지원책, 펀드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고 한다.
이 로체스터의 이야기는 내가 예전에 소개했던 핀란드의 사례에 대한 글,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와 일맥상통하는데가 있다. 지난 몇년간 아이폰충격파로 한때 핀란드전체 기업세금의 20%를 내던 노키아가 급속히 추락했다. 주가, 매출, 이익 등 모든 것이 급속하게 추락하고 또 그 여파로 핀란드본사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많은 인원을 감원했다. 그래서 그 결과 핀란드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겨우 5백만명인구의 나라가 아닌가.) 그런데 WSJ기사를 보니 의외로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에 있어서 이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키아와 함께 20년동안 양성된 세계수준의 모바일엔지니어들이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스타트업생태계로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런 트랜드가 새로운 벤처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보스턴지역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 사무실이 있는 Waltham이라는 곳에는 한때 큰 기업이었던 폴라로이드의 폐허가 된 사무실과 공장빌딩이 있다. 하지만 이런 큰 기업이 사라져도 수많은 작은 벤처기업들이 계속 생겨나고 성장하면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한다. 하버드, MIT 등 지역의 대학들은 계속해서 창업을 꿈꾸는 인재를 배출하고 이런 인재들이 iRobot같은 회사를 세워서 다시 인재들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3년전 미국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을때 내가 여기 와서 20명가량의 직원을 감원한 일이 있다. 사실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Linkedin을 통해서 보니 거의 한두달안에 모두 번듯한 일자리를 찾아서 이직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대부분 엔지니어들의 경우) 인재들을 충분히 흡수할 만큼 지역경제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동네에는 이름도 못들어봤는데 수천억에서 조단위 가치를 자랑하는 바이오-테크기업들이 즐비하다. 작은 벤처기업들도 구석구석에 가득 숨어있다. 나도 가끔 깜짝 깜짝 놀랄 정도다.)
NFL도 그렇고, 로체스터도 그렇고 수십년뒤를 내다보고 밭을 갈아놓는 것이 훗날에 이렇게 큰 효과를 발휘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의 중요성이 이렇게 큰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공정하게 평등하게 경쟁하는 Level playing field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창업을 복돋워주면 된다.
갈수록 대기업의존도가 커져가는 우리의 경우에도 생각해볼만한 내용인 것 같아서 장황하게 소개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