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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2월 6th, 2012

NFL인기의 비밀-Level playing field 만들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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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살면서 놀라는 것중 하나가 미식축구의 인기다. 굳이 어제 열렸던 수퍼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미식축구의 인기에는 나도 놀랄 정도다. 몇십년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메이저리그 등 기를 펴지 못하는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경기불황과도 상관없이 변함없이 팬들의 사랑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가을의 경우 가장 많은 시청율을 올린 25개 TV프로그램중 23개가 NFL풋볼경기였다. 또 2011년 가장 높은 시청율을 올린 프로그램 10개중 9개가 풋볼 관련이었다.

미디어파편화현상이 가속되는 요즘에도 수퍼볼은 매년 시청율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어제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뉴욕자이언츠 vs. 뉴잉글랜드패트리오츠의 경기는 1억1천1백만명이 시청해 미국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한 TV프로그램의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수퍼볼경기의 TV광고는 가장 비싼 광고다. 어제의 경우 30초광고에 3백50만불의 가격표가 붙었다.

이렇다보니 NFL경기는 언제나 TV시청율톱이고 중계료는 매년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기만 한다. 2014년부터 새로 갱신되는  NFL TV중계권은 1년에 총 4.95B 즉, 5조5천5백억원수준이니 말 다했다. 그에 비해 웬지 메이저리그야구는 시들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내 주관적 느낌이지만.)

도대체 NFL은 무엇때문에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내가 궁금해했던 미식축구 성공의 비결에 대해서 힌트를 주는 칼럼을 지난주에 WSJ에서 발견했다. NFL에서 78년까지 춰터백으로 활약했던 프랜 타켄톤이란 사람이 기고한 “How Football Became the National Pastime”(미식축구는 어떻게 미국의 국민오락이 되었나)라는 글이다.

내용은 이 한줄로 요약된다. The NFL’s success is based on financial parity among teams and ruthless meritocracy among players. NFL의 성공은 팀간의 재정을 균형있게 맞춰준 것과 함께 선수들에게는 무자비할 정도의 실력주의를 적용한 것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놀란 것은 NFL에서는 모든 팀이 TV중계권료를 평등하게 나눠가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1962년 당시 커미셔너(총재)였던 Pete Rozelle이 구단주들을 설득시켜서 이뤄낸 것이라고 한다. 즉, 뉴욕 자이언츠 같은 빅마켓팀과 위스콘신 그린베이 같은 스몰마켓팀이 똑같이 돈을 나눠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머천다이즈판매수입등 빅마켓팀이 돈을 더 벌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큰 팀과 작은 팀이 어느 정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그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Rozelle recognized that the NFL is in the entertainment business and people don’t want to see big-market teams demolish outclassed opponents week after week. They want to see hard-fought games with evenly matched opponents, as in the 1958 championship game between the Baltimore Colts and the New York Giants—the sudden-death overtime thriller Baltimore won, 23-17, in what is commonly called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

로젤은 NFL이 엔터테인먼트비즈니스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빅마켓팀이 상대도 안되는 작은 팀을 매주 격파해나가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들은 실력이 균등한 팀들이 서로 치열한 경기를 펼치는 것을 보기를 원했다. 1958년의 볼티모어 콜츠와 뉴욕자이언츠의 챔피언쉽 경기처럼 말이다. 오버타임에서 볼티모어가 서든데스로 이긴 이 경기는 “역대 최고의 경기”로 불리운다.

내가 이 부분에서 감명받은 것은 피트 로젤의 선견지명으로 다윗과 골리앗이 평등하게 싸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즉, Level playing field다. 우리가 흔히 벤처기업을 위해서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지 않는 공평한 사업환경을 마련해줘야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바로 그런 환경의 토대를 NFL은 62년에 마련한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던 것은 당시 파이가 작았기 때문이다. 62년의 NFL은 겨우 총 4백65만불의 TV중계권료를 각 팀이 33만불씩 나눠가졌다고 한다. (당시는 AFL리그와 합병이전이었다.) 그러니까 공평한 배분을 하도록 구단주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정확히 50년뒤인 지금은 얼마나 전체 파이가 커졌는지 보자.

당시로서는 얼마되지 않았던 TV중계권료는 NFL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 각 팀은 9천6백만불씩을 배분받고 있고 2014년부터는 1억5천5백만불씩 배분받는다고 한다. (NFL은 총 32개팀)

전체 NFL TV중계권료와 각 구단이 배분받는 금액을 한화로 환산해서 한번 그려보았다.

영화 머니볼에서 보듯 적은 예산을 지닌 오클랜드애슬래틱스와 부자구단인 뉴욕양키스와의 불공평한 경쟁같은 상황은 NFL에서는 상대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전체 리그 팀들의 실력이 평준화되면서 더 다이내믹한 경기가 벌어지고 그것이 시청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면서 풋볼 생태계에 선순환이 일어나게 됐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고 그 혜택이 다시 모든 구단으로 고르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 한 예로 NFL팀의 가치도 같이 뛰어올랐다. 1961년에 NFL에 새로 가입한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당시 1백만불의 가입비를 냈었는데 2002년도에 조인한 휴스턴 텍산스는 자그마치 7억불의 가입비를 냈다.

사실 인터넷과 함께 수백개의 채널과 스마트폰, 타블렛 등 다매체로 파편화되는 미디어빅뱅시대에 시청자를 늘려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NFL이 그만큼 대단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NFL이 엔터테인먼트비즈니스라는 것을 일찌기 인식한 로젤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선수들을 실력주의로 대우하는 것(meritocracy)이야 어느 정도 다른 프로스포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에 NFL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이 TV중계권의 공평한 배분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펼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Level Playing Field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마침 예전의 에릭슈미트의 혁신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벤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First, start-ups and smaller businesses must be able to compete on equal terms with their larger rivals.

첫번째로 스타트업과 작은 회사들은 더 큰 규모의 라이벌회사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혜택을 주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공평하게만, 기존 강자들이 텃새를 부리지 않도록 경기장을 고르게 만들어주면 된다.

NFL의 경우에 비추어 보니 에릭 슈미트의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책 당국자들도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입안했으면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2월 6일 at 8:49 오후

경영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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