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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12월 10th, 2010

나의 트위터 2주년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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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2주년을 맞았다. 트위터계정을 처음 만들어 둔 것은 2008년초였다. 하지만 왜 내 일상생활을 140자이내로 전해야하는지 당시에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번 써보고 나서도 그냥 휴면계정 상태였다.

그러다가 2년전 2008년 11월의 어느 날인가 미국에 출장오면서 호기심에서 트위터를 내 휴대폰 SMS(미국번호)와 연결시켜 문자를 날려서 영어로 몇번 트윗을 했었다. 모바일로 처음 트위터를 써본 것이다. PC로 할 때와 달리 그때 그때 떠오른 즉흥적인 내 생각을 날릴 수가 있겠다 싶었다. (아이폰 상륙전의 당시 한국에서는 휴대폰으로 트위터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2008년 11월 업무협의차 처음 라이코스에 출장을 왔었다. 미팅 막간에 “라이코스서비스가 생각보다 괜찮다”고 시험삼아 트윗을 날려봤다. 그러자 1분만에 “라이코스에 대한 당신생각을 계속 알려달라”고 누군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깜짝 놀랐다. 아무도 나를 팔로하지 않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당신 누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나는 라이코스PR매니저”라는 답이 즉각 날아왔다.

알고보니 저쪽에 앉아있던 라이코스PR매니저 케이시가 Lycos란 단어를 트위터에서 모니터하다가 무슨 말이 나오면 즉각 반응하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 다음본사에서 출장온, 저쪽에 앉아있는 사람이 날린 트윗이란 것은 전혀 모른채.

매사추세츠 월쌤의 라이코스본사가 있는 건물

월가의 붕괴가 가시화되고 1백년만의 경제불황이 찾아왔다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온, 어쩌면 자신들의 살생부를 쥐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의 트위터계정을 몇명의 라이코스직원들이 팔로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미국에서도 트위터가 본격적으로 뜨기 전이었고, 트위터를 쓰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때였다. 나도 Mention, DM의 개념도 몰랐을 때였다. “아, 그래도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팔로어가 없다고 내 맘대로 아무 말이나 쓸 수는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처음하게 됐다.

어쨌든 이런 경험을 통해 트위터의 가능성에 처음 눈떴다. “트위터란 것이 직접 써보지 않으면 그 잠재력을 느낄 수 없는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처음에는 영어로 써보다가 출장에서 돌아온 뒤에는 한글로 독백처럼 쓰기 시작했다. 한국인 사용자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일기쓰듯이 트윗을 날리기 시작했다.

Web 2.0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팀 올라일리의 트위터에 대한 글(Why I Love Twitter)을 읽고 내 자신의 생각, 철학을 주위에 전파하는 수단으로서의 트위터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주위에 “페이스북처럼 트위터도 대박이 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것인지 이해하려면 눈팅보다는 직접 써봐야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2월에는 아마도 인터넷기업협회 허진호회장님 등과 함께 아마도 한국최초의 트위터사용자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마치 20여년전 PC통신을 처음 시작하던 때의 설레임을 느꼈다.

그리고 3월초 난데없이 미국 라이코스CEO발령을 받았다. 2004년 다음 인수이후 한번도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라이코스를 구조조정하고 정상화시키는 임무였다. MBA로 미국유학경험은 있지만 미국에서 한번도 일해본 경험은 없는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솔직히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2009년 3월 15일부터 미국 보스턴근무가 시작됐다. 미국인 60여명이 있는 회사에 가족도 없이 단신부임했다. 회사앞에 있는 장기투숙호텔에 3개월치를 계약하고 사무실과 호텔을 오갔다. 큰 외로움을 느끼던 때였다. 미국동부시간으로 일이 끝나는 오후 6시정도면 한국은 오전 8시. 한국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초기 부임했을때 내 사무실 모습

밤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부담없이 내가 미국에서 접하는 미국 IT업계 뉴스, 내가 느끼는 미국에 대한 생각, 경험 등을 가감없이 트윗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영어를 써야하는 상황에서 하루 일과가 끝나고 답답한 호텔방에 들어와서 모국어로 트윗을 날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팔로어는 수백명수준에서 조금씩 늘어갔다.

갑자기 팔로어가 쑥쑥 늘어날 때가 있었다. 알고보면 무림의 고수께서 날 추천해주셨을 때였다. 특히 드림위즈 이찬진사장님(@chanjin)과 권정혁님(@xguru)의 ‘추천파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참고 : 꼭 Follow해야할 한국인트위터 6인) 그러다보니 어느새 팔로어가 몇천명대로 진입해있었으며 내 트윗에 대한 반응도 갈수록 늘고 있었다. 일일이 멘션에 답할 수 있는 상황은 휠씬 지나갔다.

팔로어가 늘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트윗은 꾸준히 했다. 내가 생각해도 감탄할 정도로 참 일관성을 가지고 해왔다. 사실 적자투성이의 회사를 살리러 온 만큼 초기에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보스턴에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었다. 트위터로 한국에 계신 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찌보면 좋은 스트레스해소수단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게 된 새로운 정보, 미국이라는 사회, 직장에서 느끼는 새로운 경험, 그리고 그에 따른 내 생각을 가볍게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느끼는 기쁨도 남달랐다. 내 생각을 공감해주는 분들을 만나면 기뻤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아는 것도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보를 나누면 그 이상으로 실시간으로 돌아왔다. 설익은 이야기를 해도 더 높은 식견을 갖고 계신 전문가분들이 바로 더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실제 그 제품-서비스를 개발하시는 분들이 답을 주셨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한 소통을 하면 할수록 내 지식과 식견에 더 보탬이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새로운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자체가 지식습득에 대한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단 140자에 지나지 않지만 제대로 알고 트윗하지 않으면 즉각 반응이 오기 때문에 빠르게 핵심내용을 정리해내는 요령도 늘게 됐다(고 믿는다) 마치 빠르게 촌철살인의 제목을 만들어내야하는 신문사의 편집기자가 된 것 같은 느낌도 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내가 트위터에 감사하는 것은 덕분에 “한국과의 끈”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라이코스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비즈니스는 전혀 없다. 사실 보스턴 부임이후 본사와의 연락이외에는 한국과 할 일이 없다. 사실 아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출장갈 일도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미국에 있는 동안 가족, 친지, 지인들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나는 한국에서는 잊혀진 사람이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트위터덕분에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옮겨온 내가 한국에 있을때보다 더 유명해졌다. 업계에 있는 친한 후배가 “정욱님, 한국업계에서 이제는 많이 알려졌습니다. 트위터 에스티마님하면 다 알아요”라고 과장섞인 이야기를 했을 때 “설마 그럴리가…”라고 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3월 한국 방문때 가볍게 번개모임을 제안했다가 2백명가까운 인원이 모였을 때 정말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참고 :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을 트위터번개이야기) 트위터가 아니었다면 진짜 있을 수 없는 일이 었을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트위터리안중 하나라는 얼마전 보도에는 나도 놀랐다. (참고 : 진정한 파워트위터리안은 누구?)

한국에서 가진 트위터번개때의 사진

트위터덕분에 기존에 알고 지내던 분들과도 더욱 공고한 유대관계를 쌓게 됐다. 트윗을 서로 읽고 있다보면 매일 만나는 사이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훌륭한 분들도 너무 많다. 보스턴을 방문할때 잊지 않고 나를 찾아 연락해주셔서 흥미로운 대화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진 일도 많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보스턴에서도 멋진 트친들을 알게 됐다. 새로운 차원의 인맥을 쌓게 된 것이다.

바쁜 와중에 트윗을 하느라 멘션에 대한 답도 잘 안하고 어찌보면 재미없는 IT, 미국이야기만 하는 나를 팔로해주시는 3만가까운 팔로어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팔로어분들을 통한 동기부여덕분에 지난 2년동안 나는 엄청난 공부와 수양을 했으며 휠씬 현명해진 느낌이 든다.

미국업계사람들과 만나서 내 이런 경험을 이야기해주면 다들 깜짝 놀란다. 자기들에게도 3만팔로어는 엄청난 숫자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트위터를 통해서 내공을 끌어올린 덕분에 미국인들과 이야기할 때도 나는 화제 등에서 전혀 꿀리지 않는다. (영어실력은 꿀릴 망정)

물론 부작용도 있다. 너무 자주 보게 된다는 것. 그래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 그래도 나는 트위터에서 잡담을 나누기보다는 최대한 생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듯 나는 소셜네트워크는 쓰기에 따라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휠씬 크다고 확고하게 믿고 있다. 보다 많은 이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아니면 토종SNS를 통해 더 깊은 지식을 쌓고 인맥의 폭을 넓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얼마전 시사인에 기고했던 “2년동안 일기쓰듯 트윗 날리니 유명해졌다“(내가 붙인 제목 아님)라는 내용에 살을 더 붙여서 포스팅한 것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12월 10일 at 8:0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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