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10월 3rd, 2010
스티브 잡스가 황야에서 배운 것(NYT)
1985년에 만약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애플이 있었을까?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이 HP이사회가 마크 허드를 내보낸 것을 두고 NYT에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애플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쫓아낸 이래 가장 최악의 인사다“(the worst personnel decision since the idiots on the Apple board fired Steve Jobs many years ago.) –(Update : 일년이 지난 지금 이 악담은 현실화되고 있다. HP주가는 일년동안 거의 반토막이 났고 지금도 회사의 진로를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12년간의 넥스트컴퓨터와 픽사를 경영하는 외도기간이 없이, 그대로 애플창업자겸 회장으로 남아있었다면, 애플은 지금보다 더 위대한 회사가 됐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망하거나 다른 회사에 흡수합병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가정에서 2010년 10월 2일자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랜달 크로스의 “What Steve Jobs Learned in the wilderness“라는 글은 참 읽어볼만한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이 글에 따르면 애플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컴퓨터를 창업하고도 본인의 문제(독선)를 전혀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자신의 취향에 집착해서 아무도 사지 않을 지나치게 비싼 컴퓨터를 만드는데 열을 올리다 결국 하드웨어생산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당시 넥스트컴퓨터의 중역들이 회사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스티브잡스는 전혀 듣지 않았다. 92~93년 2년간 넥스트컴퓨터의 부사장 9명중 7명이 자의반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다.
Mr. Jobs’s lieutenants tried to warn him away from certain disaster, but he was not receptive. In 1992-93, seven of nine Next vice presidents were shown the door or left on their own. (잡스휘하의 간부들은 그에게 재앙으로부터 피할 것을 경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92년부터 93년까지 9명중 7명의 넥스트사 부사장이 해고되거나 아니면 자의로 회사를 떠났다.)
이처럼 이 글에서 당시 스티브 잡스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부하들에게 권한위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In this period, Mr. Jobs did not do much delegating. Almost every aspect of the machine — including the finish on interior screws — was his domain. The interior furnishings of Next’s offices, a stunning design showplace, were Mr. Jobs’s concern, too.(이 시기에 잡스는 그다지 부하들에게 권한위임을 하지 않았다. 컴퓨터에 있어서 거의 모든 부분-심지어는 내부의 나사못까지-그의 결정사항이었다. 사무실의 내부가구-인테리어(멋진 디자인전시장이었던)도 잡스만의 관심영역이었다.)
특히 중요한 비지니스파트너사의 중역들이 방문했는데 서서 기다리게 해놓고 잡스는 회사 조경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스프링쿨러헤드의 정확한 방향을 지시하느라 20분을 소비했다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그 답다.
According to one of them, while a delegation of visiting Businessland executives waited on the sidewalk, Mr. Jobs spent 20 minutes directing the landscaping crew on the exact placement of the sprinkler heads.(당시 한 간부의 이야기에 따르면 회사를 방문한 파트너사의 중역들을 옆에 서서 기다리게 한채 잡스는 20분간 회사 조경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스프링쿨러를 놓을 정확한 위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언제나 잘했던 것은 인재를 끌어모으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강력한 자석이나 되는 것처럼 그에게는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잡스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뿐 그 인재를 끌어안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애플을 떠나있던 12년간의 고행(?)에서 그는 자신의 결점을 고친듯 하다. 최근 애플의 내부 사정을 들어보면 임원진이 아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한다.
And he had always been able to attract great talent. What he hadn’t learned before returning to Apple, however, was the necessity of retaining it. He has now done so. One of the unremarked aspects of Apple’s recent story is the stability of the executive team — no curb filled with dumped managers.(잡스는 언제나 대단한 인재를 끌어모아왔다. 하지만 그가 애플로 복귀할때까지 배우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인재를 잡아두어야할 필요성이었다. 그는 지금은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애플의 성공신화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중 하나는 견고한 임원진이다. 예전처럼 버려진 매니저들은 보이지 않는다.)
즉, 스티브잡스는 리더진의 팀웍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고 나서 깨달은 듯 싶다. 그가 이런 자신의 결점을 고쳤기 때문에 오늘날의 애플이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런 성격을 완전히 다 고쳤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부하의 말을 듣는듯 싶다)
넥스트컴퓨터시절 스티브 잡스의 비즈니스파트너였던 케빈 컴톤은 애플로 복귀한 다음의 잡스를 이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He’s the same Steve in his passion for excellence, but a new Steve in his understanding of how to empower a large company to realize his vision.” Mr. Jobs had learned from Next not to try to do everything himself, Mr. Compton said. (“그는 최고를 추구하는 열정에 있어서는 똑같은 스티브다. 하지만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큰 조직을 움직이고 권한이양을 하는 방법을 깨달은 점에 있어서는 새로운 스티브기도 하다.” 넥스트에서의 경험을 통해 스티브는 모든 것을 자기가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케빈 컴톤)
랜달 크로스는 아래와 같이 글을 끝맺는다. 그의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니 위에 썼던대로 잡스가 이런 고난의 시간을 겪지 않고 애플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오늘날 애플컴퓨터는 사라졌을 수도 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스티브잡스의 독선과 오만때문에.
It took 12 dispiriting years, much bruising, and perspective gained from exile. If he had instead stayed at Apple, the transformation of Apple Computer into today’s far larger Apple Inc. might never have happened. (잡스가 이것을 깨닫는데 고난의 12년이 걸렸다. 만약 그가 애플에 그대로 남았다면 ‘애플컴퓨터’가 오늘날의 휠씬 거대한 ‘Apple Inc’로 변신하는 것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나도 내 결점을 깨닫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실행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 타고난 성격대로 살게 되어 있으니까.
10개월후의 Update : 잡스가 CEO에서 사임한 지금 2011년 8월말시점에서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다. 세계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의 정권교체(?)를 큰 잡음없이 이뤄낸 것도 잡스의 성숙한 리더쉽과 경영능력이 아닐까 싶다.
또 한가지 독불장군이었던 그가 이처럼 부하들을 배려하고 따라오게 만드는 리더쉽을 가지게 된 데는 안정적인 결혼생활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일본의 지인 유카와상이 쓴 스티브잡스에 대한 글에 이런 부분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친구가 스시레스토랑을 하는데 스티브 잡스가 그곳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스시집주인의 이야기다.
友人によると家族で食事にくるとジョブズは、まったく別人のように夫人に甘えるのだという。「奥さんはスティーブをまるで子供のように扱うんだよ」ー。世界を変革してきたCEOという外の顔とは、正反対の別の顔があるのだそうだ。(스시레스토랑을 하는 친구이야기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러 오는 잡스는 평상시와는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부인에게 아양을 떤다고 한다. “잡스부인은 그를 마치 어린애다루듯이 한다니까”(친구의 말). 세상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왔던 위대한 CEO라는 외부에 알려진 얼굴과는 정반대의 얼굴이 있는 듯 싶다.)
잡스는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초청강연을 하다가 만난 로렌 파웰과 1991년에 결혼해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고 있다고 한다. 사랑스런 가족에 둘러싸인 안정된 가정생활이 독불장군이며 날카로왔던 그를 그나마 둥글게 둥글게 인간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