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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를 닮은 나사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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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올림픽 중계를 제쳐놓고 본 실황중계가 있었다.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큐리오시티 화성탐사선의 화성 착륙 중계였다. 시속 1600㎞의 무서운 속도로 화성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900㎏의 탐사선을 낙하산에 이어 로켓 분사력으로 감속시켜 안전하게 착륙시킨다는 어려운 임무도 그렇거니와 그 과정을 ‘7분간의 테러’라고 명명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나사의 홍보감각도 칭찬해주고 싶었다.

아담 스텔츠너 (CBS뉴스화면캡처)

아담 스텔츠너 (CBS뉴스화면캡처)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눈길을 끈 것은 방송에 등장한 독특한 나사 엔지니어의 모습이었다. 이 어려운 임무를 지휘하는 리더로 나오는 이 엔지니어는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듯이 머리에 기름을 발라 빗어 올리고 구레나룻을 기른 외모의 사나이였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공붓벌레 스타일의 천재 엔지니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어쩐지 범상치 않아 보여 이 사람에 대해서 찾아봤다. 그는 나사의 선임엔지니어인 애덤 스텔츠너였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음은 언론 보도와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부유한 가정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별로 똑똑하지 못한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친아버지에게서 “넌 막노동꾼 이상은 될 수 없을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부모가 얼마나 그에게 실망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고교 때는 기하학에서 F플러스(+)로 간신히 낙제를 면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두 번이나 계속 수준 미달의 결과를 가져오는 그를 담당 교사가 다시 보기 싫어서 그냥 플러스를 붙여 통과시켜 준 것이라고 한다. 공부 대신 그는 고교 시절 섹스, 마약, 로큰롤에 탐닉했다. 당연히 고교 졸업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클럽밴드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록스타가 되는 것을 꿈꿨다.

그렇게 생활하던 그는 어느 날 클럽에서 연주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가다가 밤하늘을 보고 별의 위치가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별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그는 커뮤니티칼리지에 들어가 천문학 강좌를 수강하려고 했다. 그런데 천문학을 듣기 위해서는 먼저 물리학 강좌를 이수해야 했다. 물리학 수업 첫번째 시간에 접한 공식을 통해 그는 자연현상의 법칙을 연구하는 이 학문이 그가 원하던 것임을 알게 됐다. 그는 “나는 나의 종교를 찾아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듬해 그는 음악을 완전히 접고 공부에 몰두해 결국 UC데이비스에 진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런 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석사,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다음 나사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0년 동안 큐리오시티 탐사선 프로젝트에서 화성 착륙 시스템의 디자인 및 실행 작업을 지휘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는 멋지게 성공시켰다.

스텔츠너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 보면서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또 천재는 꼭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평생 ‘동기부여’를 해줄 대상을 찾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를 찾아낸 스텔츠너가 무인탐사선의 화성 착륙이라는 전인미답의 일을 성취해낼 수 있었던 이유다.

명문대 입학만을 목표로 하는 암기형 공붓벌레 영재들을 키워내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참교육’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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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14일자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으로 기고한 글이다. 사실 CBS뉴스에서 접한 아담 스텔츠너의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동해서 찾아봤었다. 그리고 가볍게 ‘쿨한 나사엔지니어들’이란 블로그포스팅을 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칼럼용으로 조금더 가다듬어서 한겨레신문에 기고(라고 쓰고 재탕이라고 읽는다)한 것이다. 세상엔 참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4일 at 8:47 pm

쿨한 NASA 엔지니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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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uriosity 화성탐사선의 화성착륙이벤트를 보면서 NASA라는 조직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꽤 멋진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단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는 900kg의 탐사선을 스카이크레인으로 감속시켜서 안전하게 착륙시킨다는 위 프로모션 비디오가 너무 근사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착륙과정을 그야말로 멋진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SF영화를 보는 것처럼 설명해 낸 것이다. 게다가 또 그 홍보비디오에 나와 설명하는 사람이 뭔가 튀어보여서 배우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배우가 아니었다.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이 외모의 남자는 이번 프로젝트의 “Lead Engineer”, 아담 스텔츠너였다.

끼가 있어보이는 이 사람의 스토리를 NPR을 통해서 들어보니 확실히 특이했다. 샌프란시스코지역출신인 그는 초등학교때부터 “별로 똑똑하지 못한 아이”라는 말을 교장에게서 들어야했고, 친아버지에게서는 “넌 막노동꾼(ditch digger)이상은 될 수 없을거야”라는 말을 들었다.(청소년 시절 얼마나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았는지 짐작이 간다.) 고교때는 기하학에서 F플러스로 간신히 낙제를 면하기도 했는데 그건 담당교사가 그를 세번째 다시 보기 싫어서 그냥 +를 붙여서 통과시켜 준 것이라고 한다. 그는 고교시절 섹스, 마약, 록큰롤에 탐닉했다. 당연히 고교졸업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클럽밴드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록스타가 되는 것을 꿈꿨다. 그는 심지어 보스턴의 버클리음대에서 재즈를 1년동안 공부하기도 했다.

84년 그렇게 생활하던 그는 클럽에서 연주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가다가 밤하늘을 보고 별의 위치가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별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는 커뮤니티칼리지에 들어가 천문학강좌를 수강하려고 했는데 그 강좌는 먼저 물리학강좌를 이수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자연현상은 이해할 수 있으며 예측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나는 나의 종교를 찾아냈다.”(“I had found the religion.”출처:위키피디아)

이듬해 그는 음악을 완전히 때려치우고 공부에 몰두, 결국 UC데이비스에 진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런뒤 칼텍에서 응용 기계학으로 석사를, 위스콘신대에서 엔지니어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에 NASA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0년동안 Curiosity 탐사선 프로젝트에서 스카이크레인 착륙시스템을 디자인하고 테스트하고 만드는 작업을 지휘했다.

큐리오시티 탐사선을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스카이크레인시스템.

또 이번 NASA착륙 이벤트에서는 모호크인디언의 헤어스타일을 한 엔지니어의 모습이 잡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트위터팔로어도 4만4천명이 늘었다고 한다.

이런 색다른 NASA엔지니어의 모습을 보면 과학자, 엔지니어들의 모습도 이제는 바뀌어 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미국방송들도 “NASA가 다시 Cool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NASA 홍보전략의 승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CBS뉴스 인터뷰에서 한 아담 스텔츠너의 한마디가 뒷전에 남는다.

“큐리오시티 화성착륙 같은 프로젝트는 이 세상에서 단지 미국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창의력, 실용성 이런 것들이 모두 다 융합이 되서 이런 엄청난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8월 10일 at 2:37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