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만으로 쇼핑이 가능한 아마존 애플워치앱
애플워치를 착용하기 시작한지 3주쯤 됐다. 아이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을 중계해주고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트래커로서는 아주 훌륭하다. 그런데 가만보니 그외에 새로운 앱을 설치해서 적극적으로 쓰게는 되지 않았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좋은 애플워치앱이 나와줘야 할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한국출시도 안된 상태니 요원할 것 같다.
그러다가 아까 “순식간에 쇼핑완료가 되는 아마존 애플워치앱이 너무 편해서 무섭다”라는 일본IT미디어의 글을 읽었다. 아마존의 애플워치앱이 너무 쓰기에 간편해서 과소비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이미 내 애플워치에는 아마존앱이 깔려있다. 아이폰에 이미 설치되어 있어서 디폴트로 들어간 것 같다.
아마존 애플워치앱을 실행하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검색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검색이 가능하다. “Becoming Steve Jobs”라고 말해봤다.
이 책을 선택하고 스크롤해서 내려가본다.
앱에서 원클릭설정을 해두었기 때문에 한번 터치로 책을 살 수 있다.
원클릭버튼을 누르면 위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내가 실제로 저 책을 구매한 것은 아니어서 다른 리뷰어의 구매화면을 가져와 소개했다.) 미리 아마존에 입력해 둔 배송주소로 책이 자동으로 발송되고 구매금액은 저장해둔 신용카드로 청구된다.
애플워치에서 “앱구동->음성검색->상품선택->원터치주문”으로 끝이다. 확실히 쉽고 아이폰을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도 없어서 편하다.
일본IT미디어에 이 아마존 애플워치앱을 소개한 스즈키상은 “조깅중에도 갑자기 머리에 떠오른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고 한다.
PC는 커녕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도 없이 손목시계로 온라인쇼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물론 한국에서는 안된다. 지난번에도 쓴 일이 있지만 국민들의 과소비를 막기 위해서 이런 기능이 안되도록 막아주고 있는 한국의 정책당국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애플워치 사용기
오늘로서 애플워치 사용 5일째에 접어들었다. 거의 2년가까이 쓰던 나름 정든 핏빗플렉스(Fitbit Flex)를 벗어내고 애플워치를 왼쪽 손목에 착용하게 됐다. 현재까지는 제법 만족스럽다. 다음은 몇가지 떠오른 감상을 메모. (참고로 나는 다른 스마트워치는 사용해 본 일이 없어서 애플워치와의 비교는 어렵다.)
내 애플워치는 38mm 스포츠에디션이다. 기존에 나와있는 스마트워치들은 디자인이 튀고 너무 크고 무거워보였다. 마치 “난 첨단기기예요”하고 광고하는 것 같았다. 아마 중학생시절부터 거추장스러워서 시계를 차지 않는 습관을 가진 나는 그런 시계는 질색이었다. 다만 손목에 뭔가를 다시 차기 시작한 것은 운동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그나마 그동안 핏빗을 착용하고 다닌 것은 작고 가볍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게 실제로 본 애플워치는 적당히 작고 무엇보다 자연스러워 보였다. 첨단기기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시계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차고 있어도 무게나 두께에서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도 애플워치를 차고 첫 출근을 하며 손목을 힐끗 보는데 아내가 충동적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나도 이거 사줘.” 예뻐보인다는 것이다. 첨단기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여심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애플워치는 일단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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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설정은 생각보다 쉽다. 아이폰의 애플워치앱을 실행해서 왼쪽에 착용할지 오른쪽에 착용할지 등 몇가지 기본적인 내용을 입력하고 싱크하면 끝이다. 당연하지만 시계의 시간을 맞춰줄 필요도 없고 심지어 wifi 설정을 해줄 필요도 없다.
여러 리뷰에서 애플워치의 사용법에 적응하는 것이 조금 어렵다는 평이 있어서 어려울줄 알았는데 내게는 별로 복잡하지 않았다. 일단 착용을 시작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사용하면 된다. 현재 시간을 확인하고 가끔씩 날아오는 문자메시지, 메일, 카톡, 라인메시지 등 알림을 힐끗힐끗 봐주면 된다. 가벼운 딩~소리와 함께 시계가 살짝 진동한다. 적당한 정도의 울림에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짧은 문자메시지는 읽고 나서 바로 애플워치에서 답할 수 있다. “지금 가는 중입니다” 등의 미리 입력된 답을 하거나 음성인식기능으로 내용을 입력해 답하는 것이 가능하다. 애플워치로 처음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음성인식으로 답했다.
어쨌든 대부분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나 메일을 보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애플워치로 이처럼 가볍게 메시지를 확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답을 할 수가 있으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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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로 애플페이결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래도 보안에 문제가 없나”하는 생각을 했다. 시계를 신용카드결제단말기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폰으로 애플페이결제를 할때는 지문으로 인증을 해서 안전한데 애플워치는 시계를 훔쳐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애플워치는 시계를 풀었다가 다시 착용할때마다 4자리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애플워치의 뒷면에는 4개의 센서가 있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피부를 감지하고 있다가 피부에서 떨어지면 시계가 잠긴다.
즉 풀려진 애플워치를 누가 가져다가 착용한다고 해서 바로 애플워치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당연히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애플페이도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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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애플워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필요로 하는 기능은 운동측정기능이다. 지난 2년동안 핏빗을 착용하면서 가장 덕을 본 것이 매일 꾸준히 움직이도록 해주는 동기부여 덕분에 매일 1만보이상씩 걸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애플워치가 보다 정교한 운동량측정을 해준다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대부분 걸음수(Step)측정 위주인 기존 웨어러블기기에 비해 애플워치는 3개의 목표를 중심으로 운동량을 측정한다. 움직이기(움직여서 소비하는 칼로리측정), 운동하기(활발히 운동한 시간), 일어서기(일어서서 활동한 시간)를 측정한다. 내 기분이지만 핏빗보다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 같다.
워크아웃앱을 활용하면 실내외에서 운동할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5km, 150칼로리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운동할 수 있다. 운동하면서 시계를 볼때마다 목표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시간가까이 일어나지 않고 앉아만 있으면 자꾸 일어나라고 신호를 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복도를 한바퀴 돌고 올 때도 있다.
애플워치는 시계뒷면의 4개의 센서로 수시로 심박수를 측정한다. 이런 건강데이터가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아이폰에, 아이클라우드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애플워치가 얼마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지는 더 써봐야 알겠지만 많은 가능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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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를 쓰면서 은근히 편하게 느끼는 기능은 전화 걸고 받기다. 아이폰이 울리면 손목위의 애플워치도 자동으로 같이 울린다. 주머니나 가방에서 폰을 꺼내지 않고 전화를 받아 통화할 수 있다. 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짧은 통화는 충분히 할만하다. 덕분에 걸려오는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다.
자주 거는 12명의 전화번호를 애플워치에 입력해두고 가볍게 걸수 있다. 일단 애플워치로 걸거나 받은 다음에 아이폰을 집어들면 바로 통화가 폰으로 전환된다. 집에서 폰을 놔두고 돌아다니다가도 시계로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신기하다. 블루투스로 아이폰과 연결이 되지 않는 거리에 있어도 같은 wifi내에 있으면 역시 전화를 받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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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편리기능들이 좋다. 회의같은 것을 시작할때 방해금지나 무음모드로 선택해두기도 쉽다. 아이폰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안날때는 아이폰 핑하기 버튼을 누르면 아이폰에서 소리가 울려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폰에서 뭔가를 들을때 애플워치를 리모콘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심박수는 알아서 자주 측정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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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용 앱이 3천개가 나와있다지만 대부분은 애플워치에서 알림기능이 연동되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대부분인 듯 싶다. 아직까지는 별로 필요가 없어서 NYT 등 몇개 앱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설치해서 사용해보지는 않았다. 앞으로 이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각종 유용한 앱들이 쏟아져 나올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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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배터리용량도 별 문제가 없었다. 스마트폰처럼 매일 한번씩 충전하겠다는 각오만 되어 있으면 된다. 아니 사실은 스마트폰보다는 휠씬 배터리가 오래 간다. 나는 매일 아침 6~7시에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밤 11시~12시에 취침하기 전에 충전을 했는데 항상 40%정도 남아 있었다. 이 리뷰를 작성하는 오늘은 여러가지로 테스트를 많이 해서 그런지 밤 12시에 20%가 남아 있다. 어쨌든 하루를 보내면서 배터리가 떨어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기전에 꼭 시계를 벗고 충전을 해주는 습관을 익혀야 한다. 내 경우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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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플워치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1세대제품인만큼 부족한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사용법도 복잡할 줄 알았다. 처음에는 안사려고 했다. 그런데 하도 화제가 되길래 호기심에 구하기는 했지만 꼭 내게 필요한 제품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5일간 써본 지금은 “역시 애플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마트워치를 빨리 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왜 사람들이 스마트워치를 필요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물론 완전하지는 않지만 애플은 시계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하고 애플워치를 만들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사용하기 쉽다. 보통 사람 입장에서 복잡하지 않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애플워치는 복잡한 설정 없이 자연스럽게 아이폰과 궁합을 맞춰서 움직인다. “It just works”다. 그리고 튀지 않는다. 첨단테크기기라기 보다는 보통 예쁜 시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단테크에 열광하지 않는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아이폰이 나를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이메일, 검색내용, 내가 있는 위치 등등 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애플워치가 나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게 될 것 같다. 일단은 내 심장 박동수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체크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스마트워치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세상을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아니 10여년전에는 스마트폰없이도 다들 잘 살았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찰떡궁합으로 내 손목에 정보를 가볍게 전해주는 스마트워치는 사용해보니 제법 괜찮다. 내 건강관리까지 척척해준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40만원의 값어치를 할지는 사람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일 것이다. 애플워치는 아이폰을 일상생활과 업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운동을 통해 건강까지 챙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써볼만 할 것 같다. 애플워치로 맥북-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생태계의 옥죄는 힘은 더욱 강해졌다. Seamless하게 기기간에 연결되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어쨌든 스마트워치도 이제 대세가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애플이 또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혔다.
실리콘밸리의 역동성 : 대만친구와의 대화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환치기 송금과 트랜스퍼와이즈
동아일보 4월22일자의 ‘차이나타운 은행 송금실적 ‘0’,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등 중국 동포 밀집지역에서 환전소를 이용한 환치기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전소를 통한 환치기는 송금 기록이 남지 않아 탈세와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약 2만명의 중국동포가 거주하고 있지만 대림역인근의 신한은행, 하나은행, 한국SC은행 등의 시중은행지점에서는 위안화송금실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거의 송금수요가 ‘0’에 가깝다. 아무리 환율을 우대해줘도 중국동포들이 은행에서는 은행에서 송금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사설 환전소에서 한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10여 개의 환전소가 성업 중이다. 환전소를 통한 송금은 중국동포가 원화를 환전소에 가져가면 환전소가 중국의 중개조직에 연락해 원화만큼의 위안화를 중국동포의 중국계좌에 입금해주는 식이다. 이른바 불법 환치기다.
그럼 왜 은행대신 환전소를 통해 환치기를 할까?
중국동포가 환전소에서 송금하는 이유는 쉽고 빨라서다. 은행에서 중국으로 돈을 보내면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환전소를 통하면 30분 내에 송금이 끝난다. 수수료도 은행의 3분의 1 수준이다. 소액 환전만으로 점포 운영이 어려워진 환전소들도 추가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환치기 영업에 매력을 느낀다.
여기까지 읽고 든 생각은 “여기에 핀테크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위와 같은 이유로 영국을 대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트랜스퍼와이즈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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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일하던 타밧과 크리스토는 비싼 환전수수료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에스토니아에서 나온 인터넷전화서비스인 스카이프의 첫번째 직원이었던 타밧은 런던에 파견되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월급은 에스토니아에서 유로로 받았기 때문에 런던에서의 생활을 위해 매번 돈을 파운드로 환전해 런던으로 송금받았다. 반면 런던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던 크리스토는 매달 에스토니아에서 구입한 주택의 할부금을 갚기 위해 런던에서 파운드로 받은 월급을 유로로 환전해 에스토니아로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은행의 불편한 송금절차와 송금금액의 거의 5%에 이르는 비싼 수수료에 신음했다.
그러다가 서로 알게 된 그들은 자신들이 서로 돈을 교환하면 송금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밧은 에스토니아에서 크리스토의 주택할부금을 유로로 대신 내주고 크리스토는 그만큼의 돈을 런던에서 타밧에게 파운드로 주면 송금수수료를 전혀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한국에서는 ‘환치기’라고 한다.) 이들은 이것을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아이템으로 해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2011년 트랜스퍼와이즈를 창업했다. 웹과 모바일에서 쉽게 송금이 가능하며 송금수수료는 기존 은행들의 10분지 1 수준이라는 것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의 투자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6조원이 넘는 돈을 누적송금했으며 1천억원정도의 펀딩을 받았다. 영국의 금융규제기관인 FCA의 라이센스도 받았다. 송금 거래내역도 다 기록으로 남는다.
이들은 광고도 공격적이다. 런던시내의 위와 같은 가두 광고에서 “당신이 거래하는 은행은 국제송금에서 몰래 바가지를 씌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속고 있습니다. 당신은 백주강도를 당하는 셈입니다. 다음부터는 트랜스퍼와이즈를 이용해 90%의 수수료를 절약하십시오”라는 식으로 마케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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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불법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들이 은행을 외면하고 모두 이런 환치기 환전소를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이제는 외국환거래법이라는 법률을 좀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동아일보의 기사는 이렇게 끝이 난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환전소의 환치기 영업이 워낙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 단속이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중국동포가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환전소를 이용하는 등 ‘생계형 송금’ 수요도 많아 환치기 영업을 아예 뿌리 뽑기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동포가 송금 업무를 은행을 통해 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환전소의 불법 영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과연 교육을 강화하고 환전소를 더 감시하면 해결될 일인가? 오히려 저렴하고 편리하게 돈을 송금하길 원하는 중국동포들을 위한 국제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스타트업을 활성화시켜서 양성화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수많은 국제송금 핀테크스타트업들이 나와 성업중인 영국에는 아지모(Azimo)라는 회사가 있다. 위 홍보비디오를 보면 나오는데 타겟고객은 영국으로 와서 일하는 터키,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의 외국인노동자들이다. 한푼이 아쉬운 노동자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소액송금을 할때 모바일로 쉽게,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한국에 나와있는 중국동포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하는 생계형 송금인데 외환관리법을 완화해서 이런 핀테크형 송금을 양성화해야 하지 않을까.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사회구석구석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이런 금융약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틈새형 핀테크가 한국에 필요하다.
스타트업에 의해 해체되는 대기업: Unbundling 현상
지난 1년반동안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의 스타트업 동네를 자세히 둘러보고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알면 알수록 정부의 정책이 기존 기득권세력을 보호해주는 쪽으로 만들어져서는 스타트업이 크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작은 기업이 뭐든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혁신이 나온다.
그리고 파괴적인 혁신을 만든 회사는 필연적으로 기득권 세력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충돌이 나온 상황에서 규제당국이 어느쪽 손을 들어주느냐에서 혁신으로 새로운 회사가 나와서 기존업계의 질서가 바뀌느냐 아니면 기존 강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지가 판가름 난다.
만약 기득권회사들의 편을 들어서 계속 복잡한 규제 등 장벽을 만들어서 새로운 혁신의 성장을 방해한다면 우리 경제의 바람직한 신진대사는 이뤄질 수가 없다.

그래픽 출처 CB Insight
위의 그림을 보면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닷컴버블의 최고조였던 2000년 3월 나스닥 기업가치 톱10의 기업중 15년뒤에 톱10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사는 MS, 인텔, 시스코뿐이다. 당시에 거의 존재감이 없던 애플이 지금은 세계최대시총의 회사로 부활했다. 15년전에는 존재가 미미했거나 없었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2, 4, 5위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톱10랭킹에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공룡스타트업들이 곧 들어올지도 모른다. 이런 역동성은 틀을 깨부수는 파괴적 혁신에 너그러운 실리콘밸리의 토양이 있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이제 다시 기존 대기업에 대한 스타트업의 총공격이 시작된 것 같다. 백화점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은행, IT회사, 생활용품회사, 페덱스 등을 기민한 스타트업들이 공격하고 있다. CB Insights가 이런 현상을 멋지게 그래픽으로 정리했다.
미국의 소비자은행인 웰스파고의 서비스를 수많은 핀테크스타트업들이 공격중이다. 대출은 렌딩클럽, 온덱, 캐비지 등이, 자산관리는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같은 회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는 HSBC의 홈페이지를 사례로 들었는데 역시 수많은 핀테크스타트업들이 성업중이다.
생활용품으로 유명한 P&G같은 회사는 각 제품군마다 수많은 작은 스타트업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남성용품의 경우 달러쉐이브클럽같은 경우가 유료멤버로 가입하면 매월 남성용품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P&G의 시장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P&G를 해체하는 스타트업중에는 한국의 스타트업, 미미박스도 나와있다. [2016년 7월16일 업데이트. 유니레버가 달러쉐이브클럽을 10억불에 인수.]
가정용 온도조절계, 에어콘, 가습기, 도어록, 보안장치 등을 만드는 허니웰의 경우는 수많은 IoT스타트업의 공격을 받고 있다. 네스트, 드롭캠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배송업체인 페덱스의 서비스도 수많은 스타트업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우버도 배송의 영역에 군침을 흘리고 있으며 Shyp같은 회사는 모바일앱으로 어떤 물건이든지 사람이 와서 알아서 포장해서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페덱스의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이렇듯 작고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대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분해하는 시대다. 위 그림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왜 해외의 거대기업들이 열심히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에 나서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안하고 게으름을 피우다보면 나중에 호랑이로 변한 스타트업에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생태계도 이런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회사들이 치고 올라오고 혁신을 게을리하고 기존 시장에 안주하는 대기업은 도태된다.
이처럼 은행의 서비스가 핀테크스타트업에 의해 Unbundling되는 시대에 한국에서는 자본금 2천억원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든다. 위성DMB, 지상파DMB, 종편 등 이런 식으로 정부가 라이센스를 줘서 산업을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자본금 몇천억의 공룡회사를 또 만드는 것보다는 2천억을 수많은 작은 혁신회사에 투자하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규제와 불공정한 업계관행을 걷어내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택시안에서 느낀 “소프트웨어가 먹어치우는 세상”
대략 4년쯤 전에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마크 앤드리슨의 WSJ기고글을 블로그에 소개한 일이 있었다. 그는 그 글에서 “소프트웨어기업이 세상을 지배하는 트랜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며 넷플릭스, 아이튠스, 판도라, 픽사까지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썼다. 그리고 그는 특히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들이 이런 소프트웨어혁명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앞으로 10년동안 기존 업계의 강자와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반란군의 대결이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는 요즘 들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것을 특히 실감하고 있다. 특히 며칠전 카카오택시앱으로 불러서 탄 택시에서 그것을 실감했다.
아침에 종로쪽으로 갈 일이 있어서 집을 나서면서 카카오택시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이렇게 하면 택시를 잡으러 움직이는 3~5분정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서면서 카카오택시앱에 목적지인 종로의 XX빌딩을 입력했다. 그리고 바로 도착한 택시에 탑승했다. 그러자 택시기사님이 목적지를 물어보지 않고 스마트폰 카카오택시앱에 있는 “김기사로 목적지 안내하기”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바로 김기사앱이 길안내를 시작했다.
보통 요즘 택시를 타면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이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뒤에 출발한다. 터치스크린화면을 통해서 입력하느라 애를 쓰면서 몇분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김기사앱을 자동연결해서 사용하니 정말 편리해보였다.
도착할 즈음에 실제로 김기사를 연동해서 쓰는 것이 편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도착 예상시간도 신기하게 들어맞고 편리하네요”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카카오의 김기사 700억 인수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기사님과 이야기하면서 깨달은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카오택시앱을 주로 쓰게 되면 커다란 택시콜단말기와 내비게이션단말기가 필요없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내리면서 카드를 내고 카드결제단말기를 이용해 요금을 결제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버앱을 사용할 경우 위의 모든 택시콜 단말기, 내비게이션, 카드결제기, 택시미터기를 앱하나가 대체한다. 고객은 우버앱을 통해서 소개받으며 목적지로 가는 길은 내비게이션으로 자동으로 안내된다. 가는 동안 요금은 우버앱이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남산터널 등의) 유료도로 톨게이트 등을 지날때 기사가 낸 돈도 자동으로 계산되서 요금에 포함된다. 승객은 요금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내리지만 우버앱에 미리 입력해둔 카드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지불된다. 요금은 우버의 몫(20%)를 제외하고 기사의 계좌로 자동으로 이체된다.
심지어 우버는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의 제휴를 통해 자동차안의 라디오역할까지 하려고 한다. 일개 소프트웨어에 지나지 않는 우버앱 하나가 스마트폰을 타고 택시미터기, 카드결제기, 택시콜 단말기, 내비게이션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드는 셈이다. 그리고 차를 가지고 있는 누구나 택시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소프트웨어가 많은 것들을 삼켜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파괴적인 혁신을 한 회사가 마크 앤드리슨이 예언한대로 기존 택시업계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마법의 기기에 올라탄 수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모든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며 마찰을 만들어낼 것이다. 아니 이미 만들고 있다. 낡은 규제틀로는 이런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기존 규제의 틀을 완전히 재정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택시안에서 했다.
드론계의 애플, DJI – 팬텀 3를 보고
오늘 발표된 DJI의 팬텀 3 소개 동영상을 보고 “얘들은 정말 드론계의 애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제품 소개동영상의 분위기가 애플의 그것과 많이 흡사하다. 어려운 테크놀로지를 일반인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도 애플과 비슷하다. 세련된 영상과 배경음악, 자연스러운 나레이션은 조니 아이브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연상하게 한다. 드론본체, 카메라, 짐벌 등 뛰어난 하드웨어 제작 능력과 제어소프트웨어 제작 능력을 동시에 갖추었다. 동영상 어디에서도 도저히 이 회사가 중국회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새로운 기능 추가는 마치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서 경험하는 흥분을 느끼게 해줬다.
또 내가 놀란 것은 이 회사가 보여주는 빠른 제품의 진화다. 4K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한 3천불짜리 Inspire 1이 발표된 것이 지난해 11월이었는데 불과 반년이 안되는 사이에 4K와 Vision positioning 기능이 장착되었으면서도 가격은 1천불~1천2백불대의 팬텀 3를 내놨다. (인스파이어의 무게는 3kg인데 이 제품은 그대로 1kg다.) 가공할만한 제품개발스피드와 가격경쟁력을 보여주는 회사다. 자사의 3천불짜리 제품을 살 필요가 없게 만들어 버렸다. (관련포스팅 : 팬텀 2 드론 체험기)
아래는 이번 팬텀3 발표에서 몇가지 내가 놀란 부분이다.
저멀리 2Km 떨어진 지점까지 드론을 날려보낸 상태에서도 카메라영상을 실시간으로 HD급으로 전송받아서 볼 수 있다.
비전포지셔닝기능이 있어서 센서를 통해 땅바닥을 감지해서 비행한다. 즉 GPS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도 바닥에서 적정한 높이를 안정되게 유지하며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내에서 결혼식 같은 행사를 촬영할 때 유용할 듯 싶다.
리모콘에 ‘Return to Home’버튼이 들어갔다. 아무리 드론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버튼을 누르면 GPS를 통해 알아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잃어버릴 염려가 거의 없어졌다.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리모콘과의 접속이 끊길 경우에도 자동으로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오는 Autopilot기능이 있다. 드론 초보자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동영상을 찍는 파일럿앱 자체가 비디오 에디터역할도 한다.
앱을 통해 실제 촬영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완벽하게 카메라를 조종할 수 있다. 필요하면 아이패드를 떼어내서 한 사람은 드론을 조종하고 다른 한 사람은 카메라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가 들어있어서 앱을 통해 조종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비행연습을 미리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초보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기능이다.
조종한 내역과 관련 사진, 동영상은 로그로 다 남는다.
한마디로 이 드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종합예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1천불정도의 이전 모델보다 큰 차이없이 책정했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이 포브스의 분석이 정말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본사가 심천에 위치했다는 잇점을 십분 살린 것인가? 세계 테크업계에 또 하나의 스타기업이 탄생한 것 같다. 이제 중국기업이 그냥 짝퉁이나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할 때는 지났다. 이런 신세대 중국 테크기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우리도 분발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리프킨 차관보와의 만남 단상 :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미국대사관의 요청으로 미국 국무부 찰스 리프킨 경제담당 차관보와 한국창업자들의 만남행사를 지난 2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가졌다. 미국고위관료를 모시는 행사를 가진 덕분에 전날 미국대사관저에 초청받아 아침식사를 하며 차관보와 함께 그 유명한 리퍼트대사와 대화를 해보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리퍼트대사, 리프킨차관보와 함께한 조찬모임을 전하는 미국대사관의 트윗. 내가 눈을 감은 모습으로 나와서 좀 아쉽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해본 리퍼트대사는 아주 명석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얼굴과 손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반창고와 손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전혀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유쾌하게 행동했다.
리프킨 차관보와 창업자들의 만남행사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만족스럽게 진행됐다. 미국의 고위관료를 맞아 치룬 행사는 이번이 처음인데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 리프킨차관보의 이야기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하나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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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차관보는 미국 국무부 최초로 팟캐스트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경제외교정책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다. 나는 그가 무슨 계기로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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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차관보는 세서미스트리트와 머펫쇼로 유명한 짐핸슨컴퍼니에서 1988년부터 15년간 일했다. 88년에 그가 하버드MBA를 갓 졸업하고 짐핸슨에 입사했을때의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온통 머펫 등 인형과 스토리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만 있던 회사에서 뽑은 첫번째 비즈니스맨이었다.
입사후 그는 매일처럼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창업자인 짐 핸슨이 밤늦게 서성거리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것을 여러번 목격한 것이었다. 지하실쪽에는 지저분한 보일러룸이 있어 그가 내려갈 일이 없어보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결국 직접 내려가서 뭐가 있나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매튜라는 청소부가 있는 보일러룸이 나왔다.
그는 매튜에게 말했다. “매튜, 짐 핸슨이 이리 내려가는 것을 봤어요. 그를 봤나요?” 그러자 매튜가 말했다. “물론이죠. 그는 나에게 무슨 기발한(Creative)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어보러 왔어요.” “아니 이 회사를 혼자 힘으로 만든 짐 핸슨이 당신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보러 간다고요? 정말이요?” 그러자 매튜는 “그럼요(Absolutely)”라고 대답했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리프킨은 짐 핸슨에게 가서 따지듯이 물어봤다. “당신이 청소부 매튜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본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러자 짐 핸슨은 그런 질문을 하는 그가 아주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찰리,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네.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든지 나올 수 있네. (Creativity can come from anywhere.)”
짐 핸슨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창의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회사의 CEO이자 창업자다. 그런 위치에 있는 짐 핸슨이 조직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아이디어를 묻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젊은 리프킨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큰 깨달음을 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높은 지위가 사람을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Hierarchy doesn’t make you more creative.) 사실 헐리웃에서보면 어떤 사람들은 직급이 올라갈 수록 덜 창의적이 되는 현상이 있습니다.(웃음) 내가 국무부에서 처음으로 팟캐스트를 시도한 것은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입니다.”
그에게 큰 교훈을 준 짐 핸슨은 90년에 53세로 타계했다. 리프킨은 계속 승진해서 짐핸슨컴퍼니의 CEO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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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미국생활을 하고 들어와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한국은 일방향, 미국은 쌍방향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대화를 즐기는데 반해서 한국인들은 대화를 힘들어 한다.
그런 문화는 각종 행사, 모임 등 사회 곳곳에서 보인다. 행사에 가보면 참석자들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우리 아이 학교설명회에 갔다가 학교측에서 전달해야 할 내용을 일방적으로 설명만 하고 질문을 받지 않고 끝내서 황당했던 일이 있다.
반면 일방향보다는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타운홀문화가 깊게 자리잡은 미국에서는 Q&A 대화시간이 없는 행사는 상상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리프킨 차관보와 가진 행사에서도 차관보는 연설을 마치고 약 45분간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그가 청중의 재치있는 질문들을 받으며 정말로 즐거워 한다는 것을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려깊은 대답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그는 행사가 끝나고 참석자들과 일일이 명함이 다 떨어질 때까지 인사를 나누고 갔다.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이렇게 격의없이 대화하는 가운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소통이 된다. 위의 짐 핸슨 에피소드에서 설명한 것처럼 창의성은 누구에게나 나올 수 있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이렇게 한국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관련 포스팅 : 평등한 토론에서 나오는 혁신)
우리나라 행사에서는 고위인사들이 와서 진정성 없는 의례적인 인사말만 하고 먼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중들은 그들을 위한 들러리다. 이런 문화는 좀 사라졌으면 한다.
사족 : 리프킨 차관보는 이날 행사를 정말로 흡족해 하며 돌아갔다. 그가 와일드브레인에서 CEO당시 만들었던 ‘요 가바가바’라는 어린이용 프로그램이 있는데 청중들이 질문할때 여기에 대한 언급도 여러번 있어서 놀라고 즐거워했다. 작별인사를 할때 “워싱턴DC에 올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이야기했다. 아래는 그의 트윗.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했더니 “너는 트위터팔로어가 내 20배이던데 뭘 그러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 (그는 8천명, 나는 15만)
DJI 팬텀 2 드론 체험기
얼마전 미국출장을 다녀오면서 드론을 하나 사가지고 왔다. 아마존이 택배에 드론을 활용하겠다고 하는등 이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드론 기술이 실제로 어디까지 왔는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서였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취미로 드론을 사서 많이 날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보스턴의 전자제품 양판점에 가니 드론코너가 따로 있었다. 애들 장난감 같은 작은 드론부터 카메라를 달아서 날릴 수 있는 본격적인 드론까지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었다. 실제로 대중들에게 드론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구입한 모델은 DJI 팬텀2라는 모델이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모델이다. 본체를 5백불에, 카메라를 다는 짐벌이라는 장치를 3백불에 구매했다.
사실 2년전에 미국에서 드론을 샀다고 내게 보여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본 드론은 조잡했고 조종하기도 쉽지 않았다. “뭐하러 3백불씩이나 주고 저런 것을 샀나”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당시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본 팬텀2는 매끈한 디자인에 조종하기도 쉽다는 말에 이끌려서 구입한 것이다.
팬텀2의 조립은 간단했다. 상자에서 꺼내서 드론에 프로펠러날개를 붙이는 것뿐이었다. 다만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짐벌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좀 복잡하기는 했다.(솔직히 아들녀석이 대신 설치했다.) 카메라는 지인에게서 액션카메라인 고프로 히어로3를 빌려서 달아봤다.
조립을 하고 나서 보니 문제는 드론을 날릴만한 장소가 서울에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비행할때는 제법 윙윙거리는 큰 소리가 나고 몸체도 커서 눈에 잘 뜨이는 드론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날릴 수는 없었다. 조종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드론이 사람에게 떨어지거나 충돌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웬만큼 넓은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날리기가 어려웠다. 날릴만한 곳을 찾아 강남일대를 빙빙 돌다가 선릉공원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공원안에서 그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안된다”는 경비원의 제지를 받아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결국 한강시민공원에 나가서야 드론을 마음놓고 조종해볼 수 있었다. 국토가 넓고 공원, 운동장 등이 많은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드론대중화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론을 날려보고 나서야 나는 이 비행물체가 다양한 기술의 복합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항공역학은 물론이고 안정된 비행을 위한 GPS기능, 안정된 동영상촬영을 위한 카메라제어기술, 경량 배터리기술, 조종을 위한 AI 소프트웨어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잘 융합시켜야 좋은 드론제품을 만들 수가 있다. 팬텀2는 초심자도 안정된 카메라촬영이 가능하고 안정된 조종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훌륭한 드론제품이었다. 위 홍보동영상을 보면 DJI 팬텀2가 어떤 제품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신제품 Inspire 1도 매력적이다. 3천불가격의 이 제품은 프로수준의 동영상을 찍을 수 있어서 비즈니스용으로 많이 구매한다고 한다. 정교한 샷을 찍기 위해서 드론조종과 카메라조종을 2명이 각기 따로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니 대단하다.
MBC ‘나혼자산다’에 소개된 신화 김동완의 드론이 바로 이 Inspire 1이다. (‘나혼자산다’ 김동완 소유 드론, 가격만 400만원 ‘취미도 고급’)
내가 놀란 것은 이 DJI 팬텀2가 중국회사가 만든 제품이라는 것이다. 2006년 중국 심천에서 프랭크 왕이 설립한 이 회사는 급팽창하고 있는 세계 민간드론시장의 1위업체다. 이 회사는 외국제품을 카피해서 빠르게 내놓는 다른 중국회사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오리지널한 드론 제품을 내놓으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롱테일이론의 크리스 앤더슨이 창업한 드론업체 3D로보틱스와 프랑스의 패럿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DJI드론을 구입한 많은 미국인들은 이 회사가 중국회사인지도 모를 정도다.
DJI는 최근 4년간 직원수가 50명에서 3천명이상으로 급증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의 매출이 1천4백억원정도로 알려졌는데 2014년에는 5천5백억원정도로 3.5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패스트컴퍼니는 최근에 “DJI가 10억불매출을 넘기는 첫번째 드론업체가 될 것이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런 성장세를 보고 실리콘밸리의 명문VC들이 투자하겠다고 난리이며 시콰이어캐피털이 구주를 인수해 주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은 기업가치가 10조원까지 치솟았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다. 따져보면 경쟁사들은 취미로 즐기는 장난감에 가까운 드론을 내놓는데 반해서 DJI는 1천불의 가격에 프로페셔널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에 시장을 급속도로 확장시켰다고 할까.
액션카메라를 만드는 GoPro의 2014년 매출이 약 1.6조원이고 4월초주가로 본 기업가치가 6조원쯤 되는 것을 보면 드론은 물론 드론에 장착하는 액션카메라까지 잘 만드는 DJI가 10조원 기업가치가 된다는 것이 납득이 된다. DJI가 드론 장착용 카메라까지 직접 만들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GoPro가 직접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는 WSJ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TV, 컴퓨터, 에어콘,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등을 만드는 LG전자의 2015년 4월초현재 시가총액은 9조5천억이다. 이제는 하나만 잘하면 되는 시대다.)
팬텀2로 하늘에서 찍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멋진 전경 동영상을 보면서 드론이 생각보다 빨리 보급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면 드론의 발전을 규제가 못 쫓아갈 수 있다. DJI는 각국별로 드론관련 규제를 확실하게 정립해달라고 요청하며 관련 협상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드론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에스티마의 심천탐방기
올초 세계최대의 가전제품전시회인 라스베가스 CES에 다녀왔다.2년만의 방문이었다. 삼성과 LG의 거대한 부스의 위용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깜짝 놀란 것이 있었다. 중국, 그중에서도 심천기업들의 부상이었다. 참조: CES 단상-한국경제의 미래가 걱정된다
전체 참가사 3천6백개의 기업중 1천개가까이 중국기업이었고 그중 절반이 센젠(Shenzhen)을 회사이름에 넣은 심천기업이었다. CES안내책자에 4백여 심천기업의 이름이 4페이지 빼곡이 들어있었다. 심천회사 부스에 있는 몇몇 서양인들과 이야기해봤다. 왜 이렇게 심천에서 많이 왔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나 “심천은 전세계 전자제품의 수도니까”, “심천은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라는 약간 잘난 척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심천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좀 무리해서 기회를 만들어 2월초 심천을 방문했다.
심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하드웨어엑셀러레이터 핵스(HAX)였다. 설립된지 3년쯤되는 핵스는 하드웨어스타트업을 단기간내에 집중적으로 육성해주는 곳이다. 세계최대의 전자상가라는 화창베이역앞에 있는 고층빌딩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인 제네랄파트너 벤자민 조프는 한중일 등 아시아에서만 15년을 살다가 심천에 정착한 사람이다. 그는 심천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심천에는 어떤 부품이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자상가와 함께 소량으로도 시제품을 만들어주는 공장들이 가득합니다. 화창베이에는 10층짜리 규모의 전자상가빌딩이 한 20개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뭐든지 쉽게, 값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전세계 어디로든지 배송할 수 있는 글로벌배송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심천이 세계최고의 하드웨어생태계를 갖춘 곳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핵스는 심천의 하드웨어생태계를 이용해 외지에서 온 하드웨어스타트업이 빠르게 제품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화된 스타트업육성센터다. 심천을 이용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외국 스타트업들을 위해 다리를 놔주는 것이다.
현재 6번째 기수를 받아 육성중인 핵스에는 스타트업 15팀이 들어와 있다. 벤자민은 “지금 프로그램에 참가중인 15팀중 절반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왔고 4분지 1이 유럽팀 그리고 2팀이 중국, 1팀이 한국출신이다”라고 말했다. 핵스는 시제품출시이전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골라 2만5천불을 투자하고 6%의 지분을 받는다. 이는 3명팀이 심천에 와서 4개월간 지내면서 시제품을 개발하는데 적당한 금액이다. 4개월동안 시제품을 완성한 이들은 ‘졸업식’격인 데모데이는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한다. 제품은 심천에서 만들었지만 이들의 투자자와 잠재고객은 실리콘밸리에 있기 때문이다.
벤자민은 실제 스타트업 창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여기서 1년전에 IoT(사물인터넷)카메라를 만들어서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에 성공했다는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오토(Otto)의 데이빗이다. 그는 “심천에 대한 전설을 예전부터 들어서 한번 꼭 와보고 싶었다”며 “6개월전에 프로그램에 들어와 심천을 경험한 뒤로는 계속 샌프란시스코와 심천을 왕복하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천의 강점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소량으로 주문하기도 어렵고 주문을 해도 받는데 몇달 걸리는 카메라부품을 심천에 와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10분의 1가격에 구했다. 그게 진품이었는지는 내게 묻지마라.(웃음) 어쨌든 제품을 테스트하고 만드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어떤 카메라 센서는 온라인 타오바오몰을 통해 5개를 주문했는데 45분만에 배달을 받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부품가게가 내가 있는 곳 바로 아래층에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하드웨어엔지니어들에게는 천국같은 곳이다.”
화창베이의 전자상가상인들이 크고 작은 공장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스타트업에 아주 우호적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조프씨는 “몇십개, 몇백개의 소량을 주문해도 제품의 가능성을 보고 기꺼이 만들어 주는 공장주인들이 많다”며 “이중에서 백만개이상씩 파는 히트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공장쪽도 같이 모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스에서 제품을 준비하는 BBB의 최재규대표는 “한국의 공장들은 대기업눈치를 엄청보면서 스타트업을 상대해주려하지 않는다”며 “반면 영어가 잘 안통해도 어떻게든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오픈마인드로 스타트업을 대하는 심천의 분위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핵스는 전세계에서 온 하드웨어스타트업이 심천의 하드웨어생태계를 이용해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도록 도와준뒤 4개월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 팀들을 모두 샌프란시스코로 데리고 가서 투자자들에게 제품을 선보이는 데모데이를 갖는다. 조프씨는 “심천이 훌륭한 하드웨어생태계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은 얼리아답터마켓은 아니다”라며 “이들이 만든 혁신적인 제품을 사줄 최고의 얼리어답터마켓은 역시 아직도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데모데이를 갖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천에는 세계최대의 전자제품 공장이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의 제품 대부분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공장이 심천시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싶다며 공장구석구석을 안내해준 조슈아 다이씨는 “폭스콘은 혁신 전자제품을 스타트업과 같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사물인터넷(IoT)분야에서 같이할 스타트업을 전세계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27만명이 일한다는 폭스콘공장은 그야말로 작은 도시였다. 1백여개의 건물들이 있고 12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는 심천 폭스콘내에는 공장직원들이 생활하는 아파트같은 모습의 기숙사들과 함께 수퍼마켓, 은행, 우체국, 식당 등이 자리잡은 상가건물들도 있었다. 이런 거대기업조차 스타트업과 일하겠다는 모습이 놀라웠다.
우리는 중국전자제품하면 짝퉁을 연상하지만 그런 면에서도 심천은 변화하고 있었다. 화창베이전자상가에는 생각보다 짝퉁제품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곳곳에 자리잡은 비공식 애플과 샤오미가게를 통해서 애플과 샤오미의 대결구도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폰6와 함께 다시 중국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한 애플과 샤오미, 화웨이, 레노보와 각종 중국신생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각축속에 삼성이 밀리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참고 포스팅 : 중국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애플, 샤오미 그리고 삼성.)
드론시장에서 세계 1위인 심천의 DJI는 변화하는 중국의 신세대 전자업체를 상징한다. 2006년 프랭크 왕이 설립한 이 회사는 연간 수천억원규모로 추정되며 급팽창하고 있는 세계 민간드론시장의 1위업체로 드론시장에서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카메라를 달아서 멋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이 회사의 팬텀2 모델은 전세계에서 드론매니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드론중 하나다. 전세계 드론관련 뉴스에 가장 자주 나오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이 회사는 해외제품을 카피해서 빠르게 내놓는 다른 중국회사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오리지널한 제품을 내놓는다.
최근 4년간 직원수가 50명에서 3천명이상으로 급증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실리콘밸리의 명문VC들이 투자하겠다고 몰려드는 회사다. 얼마전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들은 루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명문VC인 시콰이어캐피털이 기업가치 2조원에 이 회사의 구주를 인수했으며 지금은 기업가치가 10조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사실 많은 드론매니아들은 DJI가 중국회사인지도 모를 정도다. DJI는 새롭게 떠오르는 신세대 중국테크회사를 상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실제로 팬텀2를 사서 날려보고 이 회사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이렇듯 심천은 급성장하며 전세계의 하드웨어혁신을 빨아들이고 있다. 생각이상으로 현대화된 심천시내 곳곳에 첨단빌딩이 속속 건설되고 있었다. 거리도 깨끗한 편이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심천에서 뻗어나가는 중국의 기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소수의 대기업에 성장과 혁신을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이대로 괜찮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