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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the ‘스티브잡스’ Category

애플의 인상적인 광고 2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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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애플매킨토시 TV광고

84년 1월 수퍼볼광고로 방영. 82년에 ‘블레이드러너’를 끝낸 리들리스콧이 감독.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에게 조종당하는 대중을 깨우는 맥킨토시를 상징. 여기서 빅브라더는 IBM을 은유. 스티브 잡스는 이 광고에 열광했으나 애플이사회멤버들은 이 광고를 싫어하며 반대. 이미 확보한 90초의 에어타임을 다시 팔아버리라고 압력. 스티브 워즈니악은 “이사회가 반대하면 내 개인비용으로라도 방영시키겠다”고 하기도. 우여곡절끝에 30초에어타임은 팔아버리고 60초분량을 결국 방영.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광고가 됨.

The Simpsons – Steve Mobs 패러디

심슨즈다운 코믹한 패러디.

모토롤라 줌 수퍼볼광고(2011)

재미있는 것은 모토롤라의 이 광고에서 1984년에 IBM에 조종당하던 일반 대중이 이제는 애플에 조종당하는 것으로 나옴. 모토롤라가 결국은 구글손에 넘어간 것도 아이러니.

‘Think Different’ TV광고(1998년)

<나레이션>

“Here’s to the crazy ones. The misfits. The rebels. The troublemakers. The round pegs in the square holes. The ones who see things differently. They’re not fond of rules, and they have no respect for the status quo. You can quote them, disagree with them, glorify and vilify them. About the only thing you can’t do is ignore them because they change things. They push the human race forward. And while some may see them as crazy, we see genius. Because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who do.”

(여기 미친 사람들이 있다. 부적응자. 반항아. 문제아들. 우리 사회의 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그들은 정해진 규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에 안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인용하거나, 그들을 부정하거나, 추켜올리거나,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류를 진보시킨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미친 것으로 보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천재성을 본다. 자기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들이야 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광고 등장인물

Albert Einstein, Bob Dylan, Martin Luther King, Jr., Richard Branson, John Lennon (with Yoko Ono), Buckminster Fuller, Thomas Edison, Muhammad Ali, Ted Turner, Maria Callas, Mahatma Gandhi, Amelia Earhart, Alfred Hitchcock, Martha Graham, Jim Henson (with Kermit the Frog), Frank Lloyd Wright and Pablo Picasso.

잡스가 97년 애플CEO로 복귀한뒤 마케팅전략을 바꾸고 첫번째로 만든 광고캠페인. 잡스가 이 인물들을 좋아했고 집에 흑백포스터를 많이 걸어놓고 있었다고. 전적으로 그의 의지와 지휘로 만들어진 광고캠페인. 죽어가던 애플브랜드를 다시 살리고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다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음.

The Crazy One — Steve Jobs tribute

우연히 발견한 스티브 잡스에 헌정하는 동영상. 위의 Think Different광고 나래이션에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재구성했음. 잡스의 CEO사임소식에 한 팬이 만든 것 같음. 사실 위 Think Different광고는 마치 스티브 잡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음. 위 나레이션에서 “Them”을 “Him”으로 바꾸면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

잡스는 정말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한 사람으로서 뿐만 아니라 광고계에 기념비적인 마케팅캠페인을 끌어낸 사람으로서도 기억에 남을 것임. 그의 삶 자체가 거의 모든 앵글에서 봐도 드라마틱하며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된다는 점이 놀라움….

Written by estima7

2011년 9월 7일 at 10:17 pm

Run by ideas, not hierar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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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잡스를 신경질적으로 디테일에 집착하는 마이크로매니저, 부하를 괴롭히는 폭군으로 묘사하는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소개했던 구글 빅 곤도투라의 잡스와의 일화에서도 “일요일날까지도 부하를 괴롭히는 최악의 보스”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도저히 그런 식으로 회사를 경영해서는 애플같은 회사를 키워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애플이 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위대한 제품을 만들어낸 세계최대 가치의 회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편집광적인 리더가 이끄는 회사는 단기적인 성공을 거둘지는 모르지만 결국 인재들이 떠나가며 오래지 않아 붕괴하기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무리 인류가 낳은 천재라고 해도 그도 결국 한명의 인간일 뿐이다. 4만명 직원이 있는 회사를 독불장군이자 마이크로매니저 혼자서 이끌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시 토목공사만 하는 건설회사라면 또 모르겠는데 애플은 창의력이 핵심역량인 IT회사다.

그렇지만 가끔씩 흘러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디테일에 대한 병적인 집착 관련한 에피소드는 그의 리더쉽에 대한 오해를 더욱 깊게 할 뿐이었다. 애플의 임원들과 직원들은 모두 스티브 잡스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꼭두각시들일까? 분명히 그의 리더쉽에는 뭔가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평소에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갈까? 그런 궁금증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궁금증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얻은 것이 지난해의 D8컨퍼런스다. WSJ의 베테랑기자 월트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도 평소에 잡스가 애플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의문이었던 것 같다. 이 대담에서 그들은 아주 작심을 하고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그리고 잡스의 답변을 들어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이 대화에서 그의 리더쉽의 일단을 엿볼 수 있기에 한번 옮겨봤다.(위 동영상 처음부분부터 3분40초부분까지의 이야기다. 아래 스크립트에서는 생략하고 어설프게 번역한 부분이 많기에 꼭 직접 동영상을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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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a: “What do you do all day?”(당신은 하루종일 무엇을 하면서 보냅니까?)

Jobs: “I have one of the best jobs in the world. I get to hang out with some of the most talented, committed people around and together we get to play in this sandbox and build these cool products….(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가장 재능이 넘치며 열정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저런 실험을 합니다. 그리고 멋진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Mossberg : What is your personal role? (개인적으로 애플에서 맡고 있는 롤이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합니다. 정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Jobs : Apple is an incredibly collaborative company. You know how many committees we have at Apple? Zero. We’re organized like a start-up. We’re the biggest start-up on the planet. And we all meet 3 hours once a week to discuss our business, everything we do…and there’s tremendous teamwork at the top and that filters down throughout the company.(애플은 놀라울 정도로 협업이 잘 되는 회사입니다. 애플에 위원회가 몇개있는지 아나요? 제로입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마치 스타트업처럼 조직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입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3시간씩 만나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토의합니다. 그리고 우리 임원진은 대단한 팀웍을 가지고 있고 그 팀웍이 회사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And teamwork is dependent on trusting the other folks with come through their part without watching them all time. That’s what we do really well.(팀웍은 각 분야를 맡고 있는 친구들을 감시하지 않고 잘 할 것이라고 믿고 맡기는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정말 잘하는 것입니다.)

Jobs: What I do all day is meet with teams of people and work on ideas and solve problems to make new products, to make new marketing programs, whatever it is. (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은 팀원들과 만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궁리해내거나 신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마케팅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등입니다.)

Mossberg: And are people willing to tell you you’re wrong? (그럼 직원들이 (잡스가 틀렸을때) 당신이 틀렸다고 기꺼이 발언을 하는지요?)

Jobs: (laughs) Yeah.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럼요.”)

Mossberg: I mean, other than snarky journalists, I mean people that work for… (내 말은, 짜증나는 기자들이 아닌, 당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Jobs: Oh, yeah, no we have wonderful arguments. (아, 물론이죠. 우리는 항상 멋진 논쟁을 벌입니다.)

Mossberg: And do you win them all? (그럼 당신이 항상 모든 논쟁을 이기겠지요?)

Jobs: Oh no I wish I did. No, you see you can’t. If you want to hire great people and have them stay working for you, you have to let them make a lot of decisions and you have to, you have to be run by ideas, not hierarchy. The best ideas have to win, otherwise good people don’t stay. (아닙니다. 내가 모든 논쟁을 다 이겼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만약 뛰어난 사람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당신을 위해서 계속 일하게 하고 싶다면 그들이 많은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회사의 계급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되며 아이디어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항상 논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들은 회사를 결국 떠나게 됩니다.)

Mossberg: But you must be more than a facilitator who runs meetings. You obviously contribute your own ideas. (하지만 잡스 당신은 단순히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 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자신의 아이디어로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Jobs: I contribute ideas, sure. Why would I be there if I didn’t? (물론 나도 내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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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요약하면 잡스의 리더쉽은 “Trust에 기반한 Teamwork”, “아이디어존중(You have to be run by ideas, not hierarchy)” 그리고 이런 권한이양(Empowerment)의 리더쉽을 통해 인재들을 끌어안는다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어떤 훌륭한 인재도 압도하는 그의 비전과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의 별명중 하나는 “Talent Magnet”이라고 한다. 물론 그의 이런 리더쉽이 젊은 시절부터 자연적으로 갖춰진 것은 아닐터이고 오랜 시간동안 시련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잡스가 황야에서 배운 것. 참고)

Written by estima7

2011년 9월 4일 at 10:14 pm

빅 곤도투라의 스티브 잡스와의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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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애플의 CEO사임소식에 그야말로 미국이 난리다. 동부시간으로 어제 오후 늦게 발표된 그의 사임소식후 블룸버그는 2시간 넘게 특집방송을 내보내고 거의 모든 뉴스사이트가 1면톱으로 이 뉴스를 다뤘다.

읽어보면 역시 권위지답게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들이 돋보인다. 그냥 여기저기 퍼져있는 내용을 짜깁기 해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새로운 앵글에서 조명한 기사를 소개한다. Steve Jobs’s Patents라는 스티브잡스가 이름을 올린 313개의 애플특허를 소개한 NYT의 인터렉티브기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최고의 테크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WSJ의 월트 모스버그와 NYT의 데이빗 포그는 각각 잡스의 공적을 돌아보는 글을 썼다.

링크: Jobs’s Legacy: Changing How We Live -Walt Mossberg  Steve Jobs Reshaped Industries -David Pogue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가진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잡스의 가장 큰 공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Getting technology out of the picture”라고 답했다. 즉, 테크기기에서 테크놀로지를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다. 항상 스티브잡스가 이야기하는 “It just works”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이 스티브 잡스의 가장 위대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출처:블룸버그TV

한국에서 어떤 CEO가 퇴임할때 이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봤다. 몇몇 재벌회장을 생각해봤지만 잡스에 비하면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잡스에 대한 글중 지금은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된 구글의 모바일부문을 이끌었고 지금은 소셜네트워크부문을 이끌고 있는 빅 곤도투라(Vic Gundotra)의 잡스와의 일화소개(구글플러스)가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다. 다음은 그 간략한 발췌소개.

빅 곤도투라(출처:그의 구글플러스)

2008년 1월6일 일요일 가족과 함께 종교행사에 참여중인 빅에게 “Caller ID unknown”으로 전화가 왔다. 그는 받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보니 “집으로 전화를 달라”고 스티브잡스에게 온 보이스메일이 남겨져 있었다. 바로 콜백했다.

빅은 “예배를 보던 중이며 발신자불명으로 전화가 오길래 당신의 전화를 받지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잡스는 “Vic, unless the Caller ID said ‘GOD’, you should never pick up during services”라고 답했다.

당시 구글의 모바일앱을 총괄했던 빅은 잡스와 정기미팅을 갖고 있긴 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일요일에 전화를 했을까 싶었다. 천하의 스티브 잡스가 아닌가.

다음은 스티브잡스가 당시 빅에게 한 말이다.

“So Vic, we have an urgent issue, one that I need addressed right away. I’ve already assigned someone from my team to help you, and I hope you can fix this tomorrow” said Steve.

“I’ve been looking at the Google logo on the iPhone and I’m not happy with the icon. The second O in Google doesn’t have the right yellow gradient. It’s just wrong and I’m going to have Greg fix it tomorrow. Is that okay with you?”

즉, 아이폰에 있는 구글로고에서 ‘Google’의 두번째 O가 노란색 그라디언트가 맞지 않다고 바로 고쳤으면 한다고 연락한 것이다.

잡스가 수정을 원했던 아이폰의 구글앱로고. 출처:2008년 키노트이벤트.

빅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러자 몇분후 잡스는 “Icon Ambulance”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서 애플 휴먼인터페이스팀의 그레그 크리스티와  작업해서 바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빅은 이후 리더쉽, 열정, 디테일에 대한 주의력을 생각할 때마다 당시 잡스와의 이 일화를 떠올린다고 한다. CEO는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단지 아주 작은 노란색 그림자에도. 그것도 일요일에도.

Since I was 11 years old and fell in love with an Apple II, I have dozens of stories to tell about Apple products. They have been a part of my life for decades. Even when I worked for 15 years for Bill Gates at Microsoft, I had a huge admiration for Steve and what Apple had produced.

But in the end, when I think about leadership, passion and attention to detail, I think back to the call I received from Steve Jobs on a Sunday morning in January. It was a lesson I’ll never forget. CEOs should care about details. Even shades of yellow. On a Sunday.

난 솔직히 스티브 잡스의 발끝에도 못 쫓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글을 읽고 다시 절감했다.

 

Written by estima7

2011년 8월 25일 at 8:44 am

스티브 잡스가 황야에서 배운 것(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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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만약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애플이 있었을까?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이 HP이사회가 마크 허드를 내보낸 것을 두고 NYT에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애플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쫓아낸 이래 가장 최악의 인사다“(the worst personnel decision since the idiots on the Apple board fired Steve Jobs many years ago.) –(Update : 일년이 지난 지금 이 악담은 현실화되고 있다. HP주가는 일년동안 거의 반토막이 났고 지금도 회사의 진로를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12년간의 넥스트컴퓨터와 픽사를 경영하는 외도기간이 없이, 그대로 애플창업자겸 회장으로 남아있었다면, 애플은 지금보다 더 위대한 회사가 됐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망하거나 다른 회사에 흡수합병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가정에서 2010년 10월 2일자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랜달 크로스의 “What Steve Jobs Learned in the wilderness“라는 글은 참 읽어볼만한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이 글에 따르면 애플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컴퓨터를 창업하고도 본인의 문제(독선)를 전혀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자신의 취향에 집착해서 아무도 사지 않을 지나치게 비싼 컴퓨터를 만드는데 열을 올리다 결국 하드웨어생산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당시 넥스트컴퓨터의 중역들이 회사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스티브잡스는 전혀 듣지 않았다. 92~93년 2년간 넥스트컴퓨터의 부사장 9명중 7명이 자의반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다.

Mr. Jobs’s lieutenants tried to warn him away from certain disaster, but he was not receptive. In 1992-93, seven of nine Next vice presidents were shown the door or left on their own. (잡스휘하의 간부들은 그에게 재앙으로부터 피할 것을 경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92년부터 93년까지 9명중 7명의 넥스트사 부사장이 해고되거나 아니면 자의로 회사를 떠났다.)

이처럼 이 글에서 당시 스티브 잡스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부하들에게 권한위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In this period, Mr. Jobs did not do much delegating. Almost every aspect of the machine — including the finish on interior screws — was his domain. The interior furnishings of Next’s offices, a stunning design showplace, were Mr. Jobs’s concern, too.(이 시기에 잡스는 그다지 부하들에게 권한위임을 하지 않았다. 컴퓨터에 있어서 거의 모든 부분-심지어는 내부의 나사못까지-그의 결정사항이었다. 사무실의 내부가구-인테리어(멋진 디자인전시장이었던)도 잡스만의 관심영역이었다.)

특히 중요한 비지니스파트너사의 중역들이 방문했는데 서서 기다리게 해놓고 잡스는 회사 조경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스프링쿨러헤드의 정확한 방향을 지시하느라 20분을 소비했다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그 답다.

According to one of them, while a delegation of visiting Businessland executives waited on the sidewalk, Mr. Jobs spent 20 minutes directing the landscaping crew on the exact placement of the sprinkler heads.(당시 한 간부의 이야기에 따르면 회사를 방문한 파트너사의 중역들을 옆에 서서 기다리게 한채 잡스는 20분간 회사 조경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스프링쿨러를 놓을 정확한 위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언제나 잘했던 것은 인재를 끌어모으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강력한 자석이나 되는 것처럼 그에게는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잡스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뿐 그 인재를 끌어안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애플을 떠나있던 12년간의 고행(?)에서 그는 자신의 결점을 고친듯 하다. 최근 애플의 내부 사정을 들어보면 임원진이 아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한다.

And he had always been able to attract great talent. What he hadn’t learned before returning to Apple, however, was the necessity of retaining it. He has now done so. One of the unremarked aspects of Apple’s recent story is the stability of the executive team — no curb filled with dumped managers.(잡스는 언제나 대단한 인재를 끌어모아왔다. 하지만 그가 애플로 복귀할때까지 배우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인재를 잡아두어야할 필요성이었다. 그는 지금은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애플의 성공신화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중 하나는 견고한 임원진이다. 예전처럼 버려진 매니저들은 보이지 않는다.)

즉, 스티브잡스는 리더진의 팀웍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고 나서 깨달은 듯 싶다. 그가 이런 자신의 결점을 고쳤기 때문에 오늘날의 애플이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런 성격을 완전히 다 고쳤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부하의 말을 듣는듯 싶다)

넥스트컴퓨터시절 스티브 잡스의 비즈니스파트너였던 케빈 컴톤은 애플로 복귀한 다음의 잡스를 이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He’s the same Steve in his passion for excellence, but a new Steve in his understanding of how to empower a large company to realize his vision.” Mr. Jobs had learned from Next not to try to do everything himself, Mr. Compton said. (“그는 최고를 추구하는 열정에 있어서는 똑같은 스티브다. 하지만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큰 조직을 움직이고 권한이양을 하는 방법을 깨달은 점에 있어서는 새로운 스티브기도 하다.” 넥스트에서의 경험을 통해 스티브는 모든 것을 자기가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케빈 컴톤)

랜달 크로스는 아래와 같이 글을 끝맺는다. 그의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니 위에 썼던대로 잡스가 이런 고난의 시간을 겪지 않고 애플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오늘날 애플컴퓨터는 사라졌을 수도 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스티브잡스의 독선과 오만때문에.

It took 12 dispiriting years, much bruising, and perspective gained from exile. If he had instead stayed at Apple, the transformation of Apple Computer into today’s far larger Apple Inc. might never have happened. (잡스가 이것을 깨닫는데 고난의 12년이 걸렸다. 만약 그가 애플에 그대로 남았다면 ‘애플컴퓨터’가 오늘날의 휠씬 거대한 ‘Apple Inc’로 변신하는 것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나도 내 결점을 깨닫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실행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 타고난 성격대로 살게 되어 있으니까.

10개월후의 Update : 잡스가 CEO에서 사임한 지금 2011년 8월말시점에서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다. 세계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의 정권교체(?)를 큰 잡음없이 이뤄낸 것도 잡스의 성숙한 리더쉽과 경영능력이 아닐까 싶다.

또 한가지 독불장군이었던 그가 이처럼 부하들을 배려하고 따라오게 만드는 리더쉽을 가지게 된 데는 안정적인 결혼생활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일본의 지인 유카와상이 쓴 스티브잡스에 대한 글에 이런 부분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친구가 스시레스토랑을 하는데 스티브 잡스가 그곳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스시집주인의 이야기다.

友人によると家族で食事にくるとジョブズは、まったく別人のように夫人に甘えるのだという。「奥さんはスティーブをまるで子供のように扱うんだよ」ー。世界を変革してきたCEOという外の顔とは、正反対の別の顔があるのだそうだ。(스시레스토랑을 하는 친구이야기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러 오는 잡스는 평상시와는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부인에게 아양을 떤다고 한다. “잡스부인은 그를 마치 어린애다루듯이 한다니까”(친구의 말). 세상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왔던 위대한 CEO라는 외부에 알려진 얼굴과는 정반대의 얼굴이 있는 듯 싶다.)

잡스는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초청강연을 하다가 만난 로렌 파웰과 1991년에 결혼해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고 있다고 한다. 사랑스런 가족에 둘러싸인 안정된 가정생활이 독불장군이며 날카로왔던 그를 그나마 둥글게 둥글게 인간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10월 3일 at 9:26 am

훌륭한 아이디어에 매일같이 No를 연발하는 회사-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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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Apple COO Tim Cook이 Goldman Sachs annual tech conference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We are the most focused company that I know of or have read of or have any knowledge of. We say no to good ideas every day. We say no to great ideas in order to keep the amount of things we focus on very small in number so that we can put enormous energy behind the ones we do choose.

The table each of you are sitting at today, you could probably put every product on it that Apple makes, yet Apple’s revenue last year was $40 billion. I think any other company that could say that is an oil company. That’s not just saying yes to the right products, it’s saying no to many products that are good ideas, but just not nearly as good as the other ones.

I think this is so ingrained in our company that this hubris you talk about that happens to companies that are successful and sole role in life is to get bigger, I can tell you the management team at Apple would never let that happen. That’s not what we’re about. Small list of things to focus on.”-From 9to5Mac

무슨 이야기인지 의역을 섞어서 한번 풀어서 써봤습니다. 컨퍼런스 팀쿡의 세션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애플의 이노베이션문화”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그 질문에 대해 팀쿡은 아래와 같이 대답합니다. (대답중 후반부분입니다)

내가 알기로 애플은 가장 포커스된 회사다. 우리는 사내의 훌륭한 아이디어에 대해 매일같이 No를 연발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기존 제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좀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많은 것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가 집중하기로 선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집약시킨다. 일단 만들기로 한 제품에 대해서는 세계최고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다.

예를 들어 무슨 말이냐하면 당신들 책상위에 아마도 우리 애플이 만드는 전 제품을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경쟁사들은 흘러넘칠 정도로 제품군이 많다는 뜻) 애플은 작년에 40B매출(약 46조원)을 올린 회사다. 이 정도 규모에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는 사실 얼마 없다. 아마 Oil회사뿐일 것이다.

그렇게 (집중된 소수의 제품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적합한 제품아이디어에 Yes를 하는 것뿐만아니라 수많은 훌륭한 제품아이디어를, 그 아이디어가 다른 경쟁제품보다 확실히 뛰어나지 않다면 No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문화는 애플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반면 많은 성공적인 회사들은 성공하면 할수록 더 욕심을 부리며 이것도 추가하고 저것도 추가하고 그런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Adding this and that).  확실히 말하면 애플의 매니지먼트팀은 절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 우리는 항상 집중할 수 있는 작은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팀쿡의 육성을 듣고 싶으면 여기에 가시면 됩니다. 맨 마지막 3분정도 남겨두고 이 이야기를 합니다.(Update: 지금 확인해보니 이 컨퍼런스콜내용은 시간이 지나서 애플사이트에서 지워진 모양입니다. 아쉽게도. 2011년 8월말현재)

팀쿡의 이 이야기를 들으며 단순함을 위해 과감히 기능을 빼버리는 스티브잡스를 떠올렸습니다. iPad라는 디바이스자체도 그런 문화의 산물인 것 같고요. COO가 이렇게 정돈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회사내에 철학이 확실히 서있는 회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이것이 애플인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2월 24일 at 12:48 am

7년전의 맥월드취재기를 읽고 든 단상

with 8 comments

웹을 서핑하다가 제가 2003년에 썼던 이메일클럽 글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읽어보니 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 글을 쓴지 벌써 7년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많은 일들을 겪었네요.

한번 읽어보시죠. 읽고 나시면 제가 7년동안 겪은 변화를 설명드리겠습니다.

Screen shot 2009-10-03 at 8.05.50 PM

임정욱 기자의 맥월드 취재기

▶ 2003/1/10

안녕하세요. 임정욱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메일클럽 회원 여러분들과
만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취재현장에서 떠나있었습니다만 정말 오래간만에 해외 취재
출장을 나왔습니다. 저는 지금 맥월드 취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컨벤션센터에 와있습니다. 미디어센터 안입니다.

사실 저는 이번 맥월드 취재에 적합한 기자는 아닙니다. 맥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80년대 초반 애플II 호환기종으로 컴퓨터를 처음
접하긴 했지만 언제나 맥킨토시는 제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대였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윈도3.1이 나오기 이전인 90년대 초반까지 DOS환경에
익숙해 있던 당시로서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매킨토시는 그야말로
환상의 컴퓨터였습니다. 적어도 대부분의 국내 사용자에게는 말이지요.
사실 당시만해도 “아이콘을 클릭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자체가
명확하지 않던 때 였습니다. 당시 엘렉스라는 회사에서 독점 수입하는
맥은 정말 소수의 전문가만이 사용하는 컴퓨터로만 알았습니다.

가난한 학생으로서 그림의 떡으로만 여기던 맥을 가까이서 접한 것은
조선일보에 입사한 뒤 키드넷 캠페인을 하던 96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진짜 애플의 맥은 아니고 UMAX라는 대만 업체가 만든 클론 맥을 사용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미 윈도 95에 익숙해 있었던 탓인지 맥에 대한
신선한 감정은 많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급속히 발전하는
PC를 쫓아가기에도 벅찼고, 사실 모든 관심이 인터넷으로 집중되기
시작해 맥은 잊고 지냈습니다.

물론 97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며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이맥
Imac을 소개하며 부활의 노래를 불렀지만 그건 우리에게 먼 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했죠.

그런 제가 지금 맥월드 미디어센터에서 주위의 눈치를 보며 소니
바이오 노트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있는데 좀 과장하면 맥의 점유율이 90%이상입니다. 여기서 PC를 쓰고
있으면 핀잔을 듣기 일쑤라는군요.

각설하고 이번 맥월드에서 느낀 스티브 잡스와 애플컴퓨터, 그리고
맥에 관해서 느낀 점을 몇가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맥월드 기조연설

스티브잡스의 기조연설(Keynote speech)는 사실 처음 들어보는데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약 2시간동안 수천명의 청중을 휘어
잡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까만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섰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좀 늙어보이긴
하더군요.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선명하고 커다란 그래픽 화면과 힘있는 폰트의
커다란 글자를 적절히 섞어가며 진행됐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소개할 때는 필요한 부분의 그래픽을 화면
가득히 확대해 소개하고 기능 등을 구구절절 한 화면에 나열하지
않고 큰 글자로 한 구절 한 구절을 화면에 가득히 비추고 그 내용만을
힘주어 강조하는 식입니다. 최근 애플의 소식을 ‘Update’하면서
시작하고 아이라이프, 사파리 등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더니 마지막에는
새로운 17인치 파워북을 소개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한
아이템을 소개하고는 꼭 마지막에 그 제품의 특징을 간결하게 요약하고
지나가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간결하긴 하지만 힘있는 그의 스타일과 잘 조화되는 프리젠테이션
파일이 어떻게 제작됐는지 사실 그의 연설을 들으면서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MS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것 같지는 않고, 따로 그래픽 부서가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한 것인지 궁금했죠. 그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키노트’를 발표하면서죠.
파워포인트에 대응하는 키노트는 프리젠테이션에 관심이 많은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02년의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그가 베타버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실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자주 제작하는 요즘 비즈니스유저들에게
키노트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선 텍스트나
그래픽의 크기를 완전히 자유조절할 수 있고 앵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미지 라이브러리에는 그래픽에 강한 애플의 이미지를
충분히 살린 뛰어난 그래픽화면들이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클립아트가
아닌 진짜 사진으로 된 그래픽이 많습니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테마도 훌륭하며 슬라이드를 전환할 때 마다 화면을 360도 돌리는
등 3차원 입체효과기능도 뛰어납니다. 스티브 잡스는 “전문 그래픽
부서가 모두 매달려 밤새워 만든 것 같은 슬라이드를 누구라도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키노트 연설 참석자 전원에게
99불짜리 키노트소프트웨어를 즉석에서 선물,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다른 일반적인 IT업계의 CEO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세세한 부분을
스티브 잡스는 꼭꼭 챙기고 그런 모습에 장내를 가득 매운 청중(대부분
맥유저)들은 열렬히 호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맨 처음
소개한 제품이 애플의 MP3플레이어 IPOD를 장착할 수 있는 스노우보더용
재킷이었고 그런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너무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새로운 17인치 파워북의 경우 키보드가 주위 조명도를
자동으로 감지, 어두워지면 빛을 발하는 소위 쿨(COOL)한 기능이
들어있는데 잡스는 다른 것보다도 더욱 의기양양하게 이 기능을 소개했고,
맥 유저들은 좋아서 자지러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점을 보며 정말 애플의 모든 제품은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취향이
강하게 반영됐고, 맥유저들은 그 점 때문에 더욱 맥킨토시에 충성스러워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대단합니다. 스티브 잡스!

◆그래도 유지는 하는 맥월드

너나 할 것 없이 파리를 날리는 각종 IT전시회 중에 샌프란시스코
맥월드는 그래도 체면치레를 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맥월드는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연중
전시회중 최고의 참관객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약 8만명정도가
참가했고, 올해에도 비슷한 숫자가 참관할 것으로 전망하더군요.

컴덱스 등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맥월드 도쿄는 취소됐고
다른 지역의 맥월드 행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그래도 애플의 본거지 쿠퍼티노에 인접해 있고,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스피치 등이 관심을 끌어 체면치레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IT경기에 동요되지 않는(?) 맥유저들의 열성도 큰 힘입니다. 화요일
행사장에는 “I love 스티브 잡스” 피켓을 든 열성 여성팬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키노트 스피치를 보기위해 새벽 2시반부터 줄을 섰다고
합니다.

발표 내용을 키노트 스피치 전까지 철저히 함구하는 것도 애플 전략의
일부입니다. 바로 전날까지도 아이포드 2가 발표된다는등 잘못된
예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만큼 키노트스피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지요.
그래도 “그들만의 행사”가 되지 않도록 더욱 맥킨토시의 저변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맥의 한국에서의 위상

미국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다지만 한국에서의 맥의
위상은 사실 초라합니다.(제가 잘못 알고 있다면 죄송합니다.) 출판이나
그래픽 등 전문 직종에서의 맥사용을 제외하고 일반 사용자가 맥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미국 다음의 맥시장인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사실 이렇게 된 것은 고압적인 자세로 맥을 독점 수입해 왔던 엘렉스의
후유증이 큽니다. 워낙 맥이 비싸고 해서 일반사용자까지 저변 확대가
쉽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애플 코리아 지사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우선 맥킨토시가 훌륭한 컴퓨터긴 하지만 아직은 가격이 비쌉니다.
고성능이라고는 해도 국내 PC가격이 너무 낮아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PC와의 호환성 문제외에도 인터넷사용문제도 큰 문제입니다.
일부 인터넷뱅킹 사이트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맥킨토시가 지원
안되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리니지 등 인기 온라인게임의 매킨토시
버전이 전혀 나와 있지 않은 것도 젊은 층에 어필하기 어려운 요인중
하나입니다.

애플코리아측은 게임업체에 맥 버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지만
워낙 시장이 작아 업체쪽에서 난색을 표명한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사이에 급속히 성장한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MS쪽의 윈도OS하고만
프로토콜을 맞추며 앞질러 가버린 탓이죠.

저 개인적으로도 맥, 그중 파워북은 정말 탐나는 제품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몇 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또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이 되네요. 이번 맥월드에서 발표된
웹브라우저 사파리, 멀티미디어 편집 프로그램 아이라이프,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 키노트 등이 맥을 더욱 특별히 만들어주고 있긴 하지만
과연 애플이 윈텔제국의 아성에 얼마만큼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어쨌든 이번 출장에 애플의 MP3플레이어 iPod(PC용)는 꼭 하나 살
생각입니다. 20기가의 하드디스크로 최대 4000곡을 저장할 수 있다는
아이포드는 “COOL”하다는 영어표현이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샌프란시스코에서 임정욱 드림

제가 그때 스티브잡스를 처음보고 참 여러가지로 감탄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당시 사파리브라우저와 iLife 그리고 Keynote등이 발표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사파리브라우저는 왜 만들었나했습니다. 당시 맥유저가 아니어서 많은 부분을 정확히 이해는 못했지만 그래도 참 즐겁게 스티브잡스의 기조연설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에 보면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맥을 사용하기는 부담이 된다고 했는데… 그 시점에는 소니바이오노트북과 아이리버MP3플레이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녀오자마자 첫번째 아이팟을 구입했습니다. 당시는 아이팟신화가 시작되기 이전입니다. 그런데 별로 만족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샀던 아이팟을 동생에게 넘기고 아이리버를 다시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팟셔플을 사고 아이팟나노, 클래식 등 몇개를 거쳐가며 아이팟이 제 생활의 중심이 됐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Audible.com의 오디오북포맷을 지원하는 것과 Podcast가 아이팟을 구매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2006 년 6월에는 아이폰이 발매되던 주에 뉴욕에 있었던 죄로 영감(?)을 받아서 바로 아이폰을 구매했습니다. 그 이후 한국에서는 아이팟대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했고 미국 출장올때마다 Unlock을 해서 썼지요. 그래도 정말 일찍 아이폰을 써본 덕에 많이 배웠습니다. 써보자마자 아이폰이 전세계의 모바일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을 예감했다고 해야 할까요?

2005 년 6월에 다음으로 옮기면서 맥북프로를 처음 샀습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업계로 옮기는데 맥에 대해서 좀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때도 IE가 지배하고 있던 당시라 맥을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맥을 쓰게 된 것은 사실 해외를 다니면서입니다. 해외사이트를 보는데 맥이 아무 문제가 없고 특히 영문과 일문의 유려한 폰트때문에 맥에서 기사를 읽는 것이 휠씬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맥을 자주 사용하게 됐고 특히 사내외 발표를 많이하게 되면서 모든 발표자료를 키노트로 만들게 됐습니다. 지금은 열렬한 키노트애용자입니다. 발표자료를 ‘스티브잡스’스타일로 만들기 때문에 뭐든지 만들면 장수가 100장을 쉽게 넘어버려서 문제입니다. ㅎㅎ (대신 어디 출장을 갈때마다 노트북을 2개 들고 다녀야하는 문제가 있어서 힘들었습니다. T-Login이 끝까지 맥을 지원안해서…) 맥북에어는 사서 쓰다가 누구에게 양도했습니다. 너무 발열이 심해서 전 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나오자마자 사서 마루타가 된 것이 아닌가싶기도 합니다)

발표용으로 애용했던 키노트와 맥북프로. 지금은 가족용!

발표용으로 애용했던 키노트와 맥북프로. 지금은 가족용!

애플TV도 사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뭐 아주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TV에 연결해서 주로 Podcast를 보는데 이용하고 있습니다.(이것도 어떤 제품인지 궁금해서 완전 충동구매)

결론적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회사에서 iMac, MacBook을 같이 쓰고 있고, 가정용으로는 가족들이 제가 원래 쓰던 MacBook Pro를 쓰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제가 3GS, 와이프가 1세대 아이폰을 쓰고있고요. 물론 윈도랩톱과 PC도 또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애플빠라고 생각해본 일은 없는데 어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미국라이코스는 사내에 맥유저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맥을 쓴다고 해서 업무에 지장이 있는 점은 전혀 없으니까 자유롭게 쓰고 있습니다) 돈은 많이 썼지만 인터넷으로 밥을 먹고 사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윈도7이 나오면 윈도데스크탑도 하나 다시 장만할 생각입니다.

7년전(정확히 6년9개월전) 생각을 하다가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옛날에 이 이메일클럽 글을 보내고 많은 분들에게 답장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 스티브잡스가 얼마나 IT업계를 흔들어놓았는지를 생각하면 전율이 흐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은 맥을 쓰기 편한 환경이 아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itten by estima7

2009년 10월 3일 at 7:59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