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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7월 23rd, 2019

소프트뱅크월드 2019 손정의 회장 기조연설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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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잠시 도쿄에 다녀왔다. 소프트뱅크월드라는 행사를 참관하고 싶어서 한달전에 계획했던 출장이다. 이 행사는 약 1천억불(약117조원)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조성해 전세계의 혁신기업에 거액을 퍼붓고 있는 손정의회장이 만든 행사다.

손회장이 자신의 투자 비전을 설명하는 기조연설이 있고 그가 투자한 유니콘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발표도 있다. 특히 지난 7월 4일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대통령을 만난 손회장은 “인공지능은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조언했다. 그가 왜 그렇게 이야기했을까도 궁금했다.

하지만 조금 늦게 신청했더니 손회장의 기조강연은 완전 매진이라 직접 볼 수는 없었다. 거대한 스크린이 7개나 되는 수천명을 수용하는 엄청난 크기의 강연장인데도 그랬다.

메인 강연장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방에서 원격으로 손회장 기조 강연을 중계해줬다. 하지만 여기도 자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일반 전시장에 가서 부스를 살펴보고 있는데 그곳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도 손회장의 강연을 중계하고 있었다. 소리는 거의 안들렸지만 무슨 얘기를 하나 보고 있었더니 행사 스탭이 “원격 강연장에 자리가 났다”고 안내해 줬다.

이런 우여곡절끝에 간신히 옆에 있는 작은 강연장에서 원격으로 중계되는 손회장의 기조강연을 수백명의 일본인들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강연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AI(인공지능), AI, AI”였다. 백번 가까이 말한 것 같다. 그는 인공지능이 미래 진화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여년간 인터넷이 크게 발전했지만 광고와 유통 등 미국GDP의 6%정도만 영향을 줬을 정도로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기기에 인터넷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과 초고속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인 5G로 인해 향후 30년간 세계의 데이터는 100만배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이런 빅데이터를 분석해 수요와 소비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예측을 통한 혁신으로 모든 산업에 변혁을 일으킬 것이란 얘기였다.

인터넷 초창기 야후와 알리바바 등 혁신기업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손회장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전세계의 인공지능기술로 혁신하는 1등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중이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글로벌 유니콘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을 무대로 초대했다. 전세계80개국에 1백10만실의 호텔객실을 제공해 2위의 호텔왕이 된 인도 OYO의 리테시 아가왈, 겨우 25세다.

말레이시아에서 승차공유업체 그랩을 창업해 이제는 동남아를 석권하는 16조원이상 가치의 회사로 키운 앤소니 탄,

QR코드 결제앱으로 인도의 금융을 혁신중인PayTM의 비제이 샤마, 

맷 버나드 스마트팜 플랜티 CEO 등이 무대로 올라와 각각 어떻게 인공지능으로 자신이 속한 산업을 혁신중인지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손회장은 “일본은 AI후진국”이라고 작심 비판을 했다. 일본은 기술로 세계첨단을 걷는 나라였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완벽한 개발도상국이 되어 버렸다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비전펀드는 일본 회사에는 조금도 투자하지 않는다. 무슨 딴 생각이 있는거냐”는 비판을 많이 듣는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세계에 내놓을 인공지능 유니콘이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하기 어렵다”라며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니 (일본은) 지금이라도 인공지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손회장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82개사는 전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톱을 달리는 신성장 스타트업들이다.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투자했다. 이날 무대에 올라온 4명의 창업자들도 인도출신 2명, 말레시이아출신 1명, 미국출신 1명이었다. 이처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실력위주로 투자하다 보니 비전펀드가 투자한 일본 회사는 없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에서 손회장이 비판받는 모습이다.

유일하게 비전펀드가 투자한 한국회사가 쿠팡이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 첫 투자이후 지금까지 약 3조4천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유통분야에서 쿠팡이 혁신적인 회사라는 손회장의 믿음 때문이다. 또 혁신적인 한국 스타트업이 나오면 비전펀드가 투자할 한국 회사가 더 나올 수도 있다. 문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손회장에게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일본회사이니 불매운동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는데는 할말을 잃었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댄 국가는 사실 일본이 아니고 사우디아라비아다.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다.

소프트뱅크와 협업해 소프트뱅크월드에 출전한 한 유망 한국 인공지능스타트업도 이런 분위기에 몸을 사리고 있었다. “일본에 온다는 것도 주위에 알리지 않았고요. 행사에서 한국기업이라는 것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 그 스타트업 관계자 얘기다. 맹목적인 반일감정이 혹시 쭉쭉 글로벌하게 뻗어나가야 하는 우리 스타트업의 기회까지 빼앗아가는 것 아닐까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7월 23일 at 12:03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