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사회를 읽고
대리사회 – 부제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YES 24 구매링크 https://goo.gl/52IoH2 )
김민섭님의 대리사회를 한달음에 다 읽었다. 지방대 시간강사출신으로 대학원을 뛰쳐나와 대리운전으로 돈을 버는 경험을 다음스토리펀딩에 ‘우리 모두는 대리인간이다’라는 프로젝트로 연재중인 분이다. 1천8백만원이나 펀딩한 그 내용을 르포형식의 책으로 낸 것이다. 소설가 장강명님의 추천사처럼 “대리기사들의 ‘따뜻하고도 무서운 생태계’를 간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히 뽑는 기분이다. 생생한 삶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할까.
책을 읽고 든 생각을 아래 가볍게 메모.
–나는 사실 차를 거의 몰지 않는다. 운전대를 직접 잡는 것은 한달에 한번도 없을 정도다. 그나마 해외출장을 가면 렌트카를 운전하고는 했는데 그것도 지금은 우버 등으로 충분하다. 스마트폰 세상이 되고 나서 운전을 직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대리기사를 직접 써본 것은 그래서 내 기억에 광화문의 직장을 다니던 10년전이 마지막이다. 그래서 카카오드라이버쿠폰을 얻었지만 써볼 길이 없었다.
-요즘에는 강북에서 한잔후 선배의 차를 얻어타고 갈때만 대리기사를 몇번 간접 경험한 정도다. 아무말 없이 조용히 차를 몰고 가시는 그 분들의 생각과 애환을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강사에서 카카오대리기사가 된 김민섭님의 절절한 이야기를 통해 대리기사의 세계를 간접 체험한 느낌이다. 남의 차에 타고 대신 운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철저한 ‘을’이 되는 것이었구나. 외딴 곳에 가면 기사분이 어떻게 돌아가시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힘들게 발품을 팔고 ‘택틀‘(택시셔틀)’ 등 온갖 방법을 통해서 이동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힘들게 돈을 버는 대리기사들을 상대로 배려를 해주기는 커녕 갑질을 일삼는 일부 업체들과 대리운전 진상 고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인 갑을관계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다. “타인을 주체로서 일으켜 세우는 이들을 종종 만났다. 이들은 “선생님의 차라고 생각하고 운전해 주십시오.”, “더우실 텐데 에어콘을 좀 켜드릴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기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럴 때면 나는 그 배려에 감격했다.” – 나도 말한마디라도 이렇게 하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반성했다.
-철저하게 을의 자세로 고객의 차에 자신을 맞춰서 조용히 운전하는 한국대리기사들의 모습은 내가 해외에서 경험한 우버기사들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한 백인 젊은이는 나에게 쉴새 없이 떠들어대며 “(몸이 불편해서 하루종일 일을 못하는 관계로) 집에 갇혀있으면 너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데 우버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또 필리핀 이민출신이라는 한 여성은 내 직업을 물어보며 “승객중에 스타트업창업자나 투자자들이 많아서 이들을 서로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차내에 비치한 자신의 명함을 줬다. 자신의 차를 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남의 차를 대신 운전해주는 것은 이렇게 다른 것일까.
–나는 사실 대리운전이라는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한국사람만큼 술을 마시는데도 기어코 차를 가지고 갔다가 대리운전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벌써 4조원규모라고 하니 작은 시장이 아니긴 하다. 그래도 더 성장할지는 모르겠다. 해외에서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잘 될지 모르겠고.
–카카오드라이버가 잘되는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갑질을 일삼는 업체가 많은 대리업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 대리기사들의 삶의 질을 올려주길 바란다. 다만 읽으면서 정말 카카오드라이버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수많은 수천, 수만명의 대리기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서 이동하는데 뭔가 혁신적인 방법을 제공해줄 수 있지 않을까. 카카오택시를 연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보다 효율적으로 덜 고생해가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하지만 많은 부분이 규제 때문에 안될 것이다.
-카카오드라이버앱에서 주위에 있는 다른 기사들을 찾아내서 같이 택시비용을 나눠내고 합정으로 이동했다는 부분을 읽으며 스마트폰이 인간과 물류의 이동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껏 뭔가 만들도록 해보면 이 분야에서 놀라운 혁신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규제로 촘촘히 막혀 있다. 우버 같은 회사는 이런 실시간 데이터를 가지고 우버풀, 우버이벤트, 우버홉 등 다양한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우리는 꽉 막혀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책에 나온 삽화가 인상적이라 소개. “대리운전 기사들은 기계와 한몸이 되어 기다리고, 걷고, 뛴다. 기계가 신체에 종속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다. 지문이 없어진 그들의 신체는 이미 기계화되었다. 막차가 끊긴 시간부터 첫차가 움직이기 이전까지 ‘기계들의 밤’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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