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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이야기 22] 미국 의료보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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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대부속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MGH. 미국의 일등병원이자 보스턴사람들의 자부심이다. (사진 출처 Wikipedia)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찜찜하게 생각했던 것이 가족의 의료보험이었다. 나는 미국의 의료보험체계는 워낙 돈도 많이 들고, 복잡하고, 의료서비스도 형편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내가 미국에 간 2009년 당시에는 막 대통령으로서 첫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가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추진하던 때였다.

그래서 약간의 우려속에 라이코스를 통해 우리 네 가족의 의료보험을 가입했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3년동안 미국병원을 이용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만족스러웠다.

회사마다 복지혜택이 다른데 라이코스는 의료보험혜택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 메디컬보험, 치과보험, 안과보험 등 4가지를 들어 내가 부담하는 금액은 매달 대략 4백불이 조금 넘었다. (급여에서 떼고 받는다.)

미국회사에 입사해서 의료보험을 선택할때 HMO로 할 것이냐 아니면 PPO로 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받는다. 이게 무엇인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알고보니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은 자신의 지정의사(Primary doctor)를 정하고 일단은 그 의사만 만나야 한다. 그리고 전문의(Specialist)를 만나려면 지정의사의 소개를 통해서 HMO네트워크안의 의사만 찾아갈 수 있는 제도였다. 건강한 가족이라면 평소에 주치의만 만나다가 특별히 문제가 있으면 주치의를 통해서 전문의사를 소개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은 지정의사가 없이도 PPO네트워크안의 의사 누구나 바로 직접 만나서 진찰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PPO네트워크 바깥의 의사를 만날 경우 추가로 비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의를 따로 만나야 하는 특별한 질병이 없으면 보통 보험료가 저렴한 편인 HMO를 가입한다고 해서 나도 HMO를 선택했다. 그리고 가족 모두 각각 주치의(Primary doctor)를 정했다.

나는 회사와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보스턴시내의 하버드계열병원의 한국인의사를 선택했다. 특별히 아픈데가 없어도 일년에 한두번 의사에게 가서 진찰을 받는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와 만날때는 꼭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의사가 있는 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작은 진찰실에 가서 먼저 간호사와 혈압, 체중 등을 재고 기다리면 의사가 온다. 의사가 책상앞에 앉아있고 환자인 내가 옆에 앉는 스타일의 한국병원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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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병원에서 의사에게 진찰받는 모습은 대충 이런 분위기다. 사진은 HBO미드 실리콘밸리의 한 장면.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가 성의를 가지고 비교적 오래 환자와 대화한다는 점이다. 어디 아픈데는 있는지, 있다고 하면 증상이 어떤지, 조근조근 물어보면서 한 20분정도는 천천히 대화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마음에 걸렸던 증상이 있었는데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내시경을 포함해 충분히 검사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의사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매번 의사를 방문할 때마다 Co-pay라는 명목으로 15불정도를 지불하는 정도로 (미국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의료비가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아주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 처방은 거의 해주지 않는 편이었다. (한국에서 의사를 하다가 보스턴으로 와서 의사생활을 하는 한국인의사는 “한국에서는 솔직히 과잉진료가 많다”고 내게 말하곤 했다.)

한번은 미국의 의료보험체계에 문제가 많으니 개혁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HR매니저인 존에게 한 일이 있다. 그랬더니 그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자기가 볼 때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의사들이 많은 돈을 벌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의료보험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보스턴지역은 세계 최고수준의 병원과 의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라는 자랑도 곁들였다. 이런 세계최고의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의료보험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이런 시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경우 의료보험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중에 은퇴해서 65세이상이 되면 메디케어제도(노년층을 위한 국가의료보험)를 이용하면 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의료보험 없이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회사에서 의료보험은 가장 중요한 복지혜택이다. 가정이 있는 직원의 경우 채용인터뷰를 할 때 회사가 어느 정도의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배우자가 좋은 직장에 다녀서 의료보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경우 마음놓고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한다.

나는 미국의료보험제도의 무서움을 라이코스를 그만두고 나서야 알게 됐다.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는 동안 가족의 의료보험은 유지해야겠기에 실직자를 위한 보험인 코브라(COBRA)보험을 들었다. 그런데 이 비용이 월 1천6백불(170만원)이 넘었다. 전혀 병원을 가지 않아도 보험료를 내야 했다. 이 돈이 아까워서 해지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의료보험을 다시 가입하는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료를 냈다.

그런데 한번은 발을 삔 것 같아서 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혈액검사와 X레이를 찍어보라고 해서 각각 따로 검사를 담당하는 진료소에 갔다. 그리고 몇달후에 내과, 혈액검사소, X레이촬영소에서 각각 따로 청구서가 날아왔다. 1천6백불의 의료보험료를 내고도 또 도합해서 수백불의 추가 진찰료, 검사비용을 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1년뒤에 청구서가 온 병원도 있었다. 의료비를 청구하는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느꼈다. 다행히 다리에 이상은 없었다.

의료보험혜택을 제공하는 좋은 회사에 다니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다. 하지만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잔인한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다. 아무쪼록 오바마케어가 성공하길 빈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16일 , 시간: 8: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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