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위협하는 세상의 빠른 변화
가끔 받는 CB Insights의 메일을 통해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 From 1973 to 1983, 350 corporations fell out of the Fortune 1000.
- From 2003 to 2013, 712 corporations fell out of the Fortune 1000.
즉, 1973년에 1천대기업랭킹에 있던 기업중 10년뒤에 350개의 기업이 탈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3년의 랭킹을 10년뒤인 2013년에 보면 712개의 기업이 이 랭킹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포춘1000랭킹은 비즈니스잡지인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것으로 매출액기준으로 미국의 1천대기업을 선정한 것이다.)
물론 단순히 탈락했다기 보다 다른 기업에게 흡수 합병되어 랭킹에서 빠진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70년대에는 10개의 대기업중 7개가 10년뒤에도 대기업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최근 2000년대에는 10개의 대기업중 3개만이 남아있었을 정도로 세상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73년에서 83년사이에는 아마 76년 설립된 애플같은 회사가 새로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새로운 도전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2003년에서 2013년사이에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IT업계에서만 셀수없이 많은 회사들이 새로 랭킹에 들어갔다. 그동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구태의연한 회사들은 매년 랭킹이 떨어지다가 1천위 바깥으로 밀려났을 것이다.
이런 변화의 속도는 지금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을 것이다. 당장 Airbnb, Uber같은 회사들이 몇년안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 호텔체인이나 운송회사가 랭킹에서 빠질 수 있다. 특히 미국처럼 다윗(스타트업)이 골리앗(대기업)에 도전해 넘어뜨리는 일이 많은 나라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이처럼 경제의 신진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미국기업들이 계속 글로벌혁신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료화된 대기업은 스스로 혁신하기 어렵다. 외부의 혁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 미국, 일본, 중국의 대기업들이 열심히 인수합병과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대기업들은 그들에게 우호적인 정부 규제와 언론환경으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하게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들이 스타트업 투자나 인수합병에 그토록 둔감한 것도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정부에만 잘보이면) 그동안 자기들의 위치를 쉽게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벤처투자업무보다 대관업무가 더 중요한 시대였던 것이다.
과연 앞으로의 10년도 그렇게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할 수 있을까.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이런 체제가 유지되면 될 수록 한국의 국가경쟁력도 같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어쨌든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현재까지는 재벌계열사로 가득차 있는 한국의 대기업순위에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길 기대한다.
구글은 M&A를 통해 분야를 넓혀가고 혁신을 실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그에 비해 소극적인듯ᆢ지금까지 스마트폰, 철강 등 굳건히 1위를 지켜 온 산업들이 점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잡아 고도성장을 기대해 봅니다.
김범식
2014년 10월 12일 at 5:22 pm
대기업도 그렇지만 국내 벤처캐피탈도 마찬가지 아니던가요. 제가 창업 후 겪은 경험으로는 이름 높은 국내 VC의 판단 기준도 다를 바 없더군요. 어쩌면 요즘은 기업이 더 다양한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더군요.
버디원
2014년 10월 12일 at 9:08 pm
스타트업이 성공하여 어느덧 공룡(?)이 되면서 그들도 대기업과 같은 답답한 조직이 되지 않았나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그들과 접촉하려는 또다른 스타트업들에게 거대한 벽을 느끼게 한다면… 그들은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히고 글로벌 시대의 경쟁자들에 패배하고 사라지게될 것입니다.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심우진
2014년 11월 16일 at 10:0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