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Self-Driving Car의 시대
실리콘밸리에서는 가끔씩 어렴풋이 미래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와 닛산 리프 같은 100% 전기차를 도로에서 하루에 수십대씩 보다보면 “앞으로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겠구나”처럼 느끼는 것이다. 내가 2007년말 실리콘밸리로 오랜만에 출장을 갔을때 만난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아이폰을 쓰는 것을 보고 앞으로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겠다는 것을 직감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 실리콘밸리의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새로운 미래를 예감케 하는 차를 가끔씩 만난다.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Self-driving car)가 바로 그것이다. (Autonomous car라고도 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지붕에 빙글빙글 도는 레이더를 장착한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를 고속도로에서 목격했을 때는 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차를 내가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래서 일부러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중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윗을 했을 정도였다.(위 사진) 그런데 이제 실리콘밸리에서는 도로를 달리는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를 드물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최근 팝퓰러사이언스 기사에 따르면 구글 무인자동차는 대략 동시에 12대정도가 운행중이다. 사진공유SNS 인스타그램에는 이 차를 목격하고 찍어서 올린 사진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구글 쇼우퍼가 기사노릇을 하는 구글 직원의 출퇴근길
이런 차들은 구글의 직원들이 직접 테스트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무인자동차 제품담당 매니저인 앤소니 레밴도스키씨는 매일아침 8시 버클리자택에서부터 마운틴뷰의 구글본사까지 72km의 거리를 매일 무인운전자동차로 출퇴근한다. 집에서부터 고속도로 입구까지는 본인이 직접 운전한다. 그리고 차가 고속도로 내부로 진입하면 ‘자동운전모드’가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온다. ‘온(On)’버튼 누르면 그 순간부터의 운전은 ‘구글쇼우퍼(Google Chauffeur-구글운전사)’라는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액셀페달에서 발을 떼고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차가 자연스럽게 교통흐름을 따라서 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면 된다. 약간 복잡한 상황판단이 요구될때 구글쇼우퍼는 사람에게 운전대를 넘긴다. 아직은 100% 자동운전은 아니라는 얘기다.
레밴도스키씨는 편도 한시간의 승차시간중 처음과 마지막의 평균 14분정도 직접 운전하고 나머지는 구글쇼우퍼에게 맡긴다. 이 구간의 고속도로는 워낙 차가 많고 교통체증이 심한 곳인데 그는 매일 전용 운전기사를 두고 부담없이 출퇴근하는 셈이다.
실리콘밸리는 구글 무인자동차의 테스트베드
이처럼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는 구글직원들의 출퇴근을 도우면서 베타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실리콘밸리전체가 거대한 베타테스트시험장이 되고 있다고나 할까.
위 구글의 홍보동영상에 나오는 시각장애인 스티브 매핸씨는 산호세쪽에 거주하는 실리콘밸리 주민이다. 타코벨의 드라이브쓰루를 통해 산 타코를 주행중에 양손으로 먹는 모습이 재미있다.
세르게이 브린은 5년안에 대중화 장담
구글에 따르면 구글무인운전자동차는 지금까지 80만km의 무사고 운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정확히 하면 2년전 단 한번의 추돌사고가 있었는데 그것도 자동운전상태가 아닌 사람이 운전할때 난 사고였다고 한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5년안에 일반인들도 무인운전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무인 자동차의 장점
미국의 언론에는 벌써 무인운전자동차시대가 열리면 생길 변화에 대한 기사가 나올 정도다. 무인운전자동차가 일반화되면 무엇이 바뀔까.
일단 자동차사고가 줄어들수 있다.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6백만건의 자동차사고중 93%가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데 한눈을 팔지 않는 로봇이 운전하면 자동차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 두번째, 자로 잰듯이 정확히 운행하는 차들이 늘어나면서 도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같은 도로에 더 많은 차량이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번째 자동차들의 연료효율이 높아진다. 길을 헤매곤 하거나 급가속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곤 하는 인간과 달리 로봇은 항상 가장 빠른 길로 목적지를 정숙운행으로 가면서 기름을 많이 아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간을 운전 노동(?)에서 해방시킨다. 로봇운전사(?)를 두게된 인간들은 출퇴근중에 운전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독서나 밀린 업무 등 다른 생산적인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해준다.
신기해하는 인간들의 시선은 아랑곳 없이 항상 일정한 속도로 차분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구글 무인운전자동차를 보면서 머지 않아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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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최근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무인자동차가 보편화되면.. 저항과 정책적 제동이 있긴하겠지만, 결국에는 대리기사, 버스운전사, 택시기사, 트럭운전사 분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요. 운전기사하시는분들 대부분이 서민계층이실텐데, 기술이 발전될수록 서민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집니다..
행인
2013년 10월 27일 at 1:35 am
행인님 말씀대로 노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마 자동차 회사나 구글에서는 아무런 고려가 없어 보입니다. 어디선가는 해야 하는 고민일테고, 그 고민의 결과가 다시 기술개발 측에 전달되어야 하겠지요.
또한 다른 문제로, 사고율 자체는 감소할 수 있겠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책임 소재가 법적, 경제적 쟁점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돌방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자동운전 프로그램이 파악, 대처해야만 하는 물리적 최소 공간은 전방 몇 미터까지는 되어야 하는지 등 안전과 기술 한계, 현재의 도로 구조, 그리고 규제가 만나는 곳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요.
또다른 법적 문제로, 제한 속도의 재규정 문제 또한 불거질 거라 봅니다. 사람이 운전할 때는 특정 구간에서 법적 제한 속도 이상으로 추월선을 달리는 경우는 자연스레 용인되었는데 운전 프로그램에게 법적 제한 속도를 넘기면서 운전하도록 하는 것이 허용가능한지, 만약 불가능하다면 기존 도로체제에서 추월선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지, 혹은 주행선의 최고 속도와 추월선의 최고 속도가 별도로 규정되어야 하는게 아닌지 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지요.
보다 심각한 점은, 만약 일시적 법적 제한 속도를 넘기는 운전을 자동 운전 프로그램의 선택에 맡긴다면, 기존 인간의 시야 및 운동 능력, 자동차의 제동거리 등을 고려해 만들었을 법적 제한 속도가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논쟁입니다.
위의 쟁점과 관련해, 모두가 자동운전을 택하지는 않으리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운전을 말그대로 즐기는 사람도 많지요. 출퇴근 시에는 자동운전을 선택하다가 가끔 자신이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전체 교통 안전을 위해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종국에는 나올 수도 있는게 아니냐 (특히 제한 속도가 의미가 없어져서 자동 운전하는 차량은 언제나 사람보다 빠르게 운전이 가능한 고속도로에서라면요) 하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자동 운전이 보다 보편화된다면, 결국 자동 프로그램 운전과 사람 운전의 한계가 적절히 만나는 곳에서 타협이 이루어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되어 있는 자동차 제조사 및 구글과 같은 기술개발업체, 그리고 보험사의 영향력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할 수 있고요.
아무튼 자동차 운전이 걸쳐있는 사회, 문화, 경제, 법적 영역이 큰만큼, 이 기술개발 와중에 같이 살펴보고 평가, 대안을 고민할 내용이 많다고 봅니다.
팽이송
2013년 10월 31일 at 1:46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