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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의 몰락-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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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전에 끝없이 추락하는 블랙베리(당시 회사명은 RIM)에 대해 짐 콜린스의 명저 “How the Mighty Fall”에 비유해서 글을 써본 일이 있다. 이른바 잘 나가던 기업이 침몰하는 5가지 단계묘사에 블랙베리가 딱 떨어진다고 생각해서다. 참고 링크 블랙베리의 몰락-How the Mighty Fall

그리고 블랙베리의 1조 적자와 4천명 감원 뉴스에 맞춰서 그 내용을 한번 업데이트해봤다.

지난 10년간의 블랙베리의 주가그래프와 짐 콜린스의 5단계 그래프가 묘하게 닮아있다.

지난 10년간의 블랙베리의 주가그래프와 짐 콜린스의 5단계 그래프가 묘하게 닮아있다.(도표출처:Yahoo finance)

Stage 1: Hubris Born of Success 1단계성공에 도취된 자만.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세상은 일반소비자위주 마켓으로 바뀌고 있는데 기업시장, 공공시장고객위주로 큰 블랙베리는 계속해서 비즈니스시장을 고집한다. 스프린트같은 이통사조차도 카메라, 빅스크린, 뮤직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넣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블랙베리에 건의했지만 공공시장고객들이 싫어할지도 모른다며 개발을 거부한다. 마진도 박하고 경쟁도 치열하다며 컨슈머마켓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성공에 도취한 자만이다.

Stage 2: Undisciplined Pursuit of More 2단계, 원칙없는 확장.

그러다가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다. 이 시기 짐 발실리, 마이크 라자리디스 RIM의 두 공동창업자 겸 CEO들은 금전관련한 법적분쟁과 미국의 아이스하키구단인수 등 다른 일에 주의력을 빼앗기고 있었다. 아이폰이 가져올 파괴력을 과소평가한다. 하지만 아이폰 덕분에 스마트폰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블랙베리도 같이 순탄하게 동반 성장을 하게 된다.

Stage 3: Denial of Risk and Peril 3단계, 위험신호 무시, 긍정적인 데이터를 맹신.

아이폰의 도전에도 “우리는 여전히 잘나간다. 캐쉬가 많다. 펀더멘털은 끄떡없다”라고 블랙베리의 두 창업자들은 계속 언론에 나와 큰소리친다. 미디어가 우리의 잠재력을 몰라준다며 서운해한다. 당시에 아이폰이 급속히 뜨고 있었지만 블랙베리의 기업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안드로이드폰은 이제 겨우 기지개를 펴는 시기였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블랙베리는 북미스마트폰시장의 거의 절반정도를 점유했다. 2008년 중반 주가는 최고치를 치면서 80조원가까운 시가총액을 자랑할 정도였다. 위험신호를 무시할 만했다고 할까.

Stage 4: Grasping for Salvation 4단계, 구원을 위한 몸부림. 추락을 막기 위한 급진적인 딜이나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

아이폰의 부상과 함께 2009년말 모토로라 드로이드가 등장하면서 안드로이드도 급부상을 시작한다. 블랙베리도 점점 OS에서 좋은 유저경험(UX)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외부인재 영입을 시작한다. QNX등 OS업체를 인수한다. 이처럼 변화를 시도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터치스크린제품 등 어중간하면서 초점을 잃은 다양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모멘텀을 잃어갔다.

블랙베리 플레이북. 그야말로 나오자마자 사망한 DOA(Death on arrival) 제품이었다.

블랙베리 플레이북. 그야말로 나오자마자 사망한 DOA(Death on arrival) 제품이었다.

명확한 전략부재와 설익은 개발상태에서 2011년 타블렛 제품 ‘플레이북’을 내놓고 대실패를 했다. 5백불에 발표한 모델을 결국 2백불까지 떨이 판매하고 5천억이 넘는 손실을 반영했다. 2010년 붕괴가 시작된 블랙베리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49%에서 2011년 10%로 급감했다. 2011년 6월 전체 직원의 11%인 2천명을 감원했다.

2012년 1월 두 창업자는 물러나고 COO였던 토스텐 하인즈가 새 CEO가 됐다. 하인즈는 사운을 걸고 신제품인 블랙베리 10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동시에 비용절감, 감원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기대감에 주가는 약간 오르기도 했다.

블랙베리 Z10. 제품은 괜찮았지만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블랙베리 Z10. 제품은 괜찮았지만 경쟁자들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3년 3월 블랙베리 Z10이 발표됐다. 블랙베리의 트레이드마크인 퀄티자판을 버리고 터치스크린을 채택한 제품이었다. 나름 미디어의 반응도 좋았다. 이런 제품을 좀 진작 내놓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반응이 많았다. 3분기동안 계속되던 영업적자도 소폭의 흑자로 반전됐다. 아직 회사의 현금이 많은 만큼 잘 하면 블랙베리가 부활할 수 있을 거라는 일각의 기대도 생겼다.

이처럼 몇년동안 블랙베리는 추락을 멈추고 다시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Stage 5: Capitulation to Irrelevance or Death 5단계. 시장에서 무의미한 존재가 되거나 죽음을 향해 다가감.

하지만 2013년 후반기부터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5단계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내부적으로 Z10도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했는지 8월 블랙베리는 특별위원회미팅을 갖고 회사의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을 고려한다고 발표했다. 이 뉴스는 많은 기업고객들이 완전히 블랙베리에서 다른 경쟁제품으로 돌아서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회사직원들이 사용할 중요한 보안 커뮤니케이션기기를 향후 진로가 불투명한 회사의 제품으로 구매할 리가 있겠는가.

2013년 9월 블랙베리는 거의 10억불의 손실과 함께 4500명의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기대를 모았던 신제품 Z10이 거의 안팔린 탓에 할수없이 거의 1조원의 재고를 손실처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1년 플레이북의 재고 5천억을 손실처리한 일의 데자뷰다.

위 발표가 놀라운 것은 월스트리트는 2분기매출을 30억불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그 절반밖에 안되는 16억불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만큼 Z10 등 블랙베리폰이 안팔렸다는 것이다. 또 그나마 줄어들지 않고 유지하고 있었던 31억불정도의 현금보유고가 2분기에 5억불이 줄어든 26억불로 떨어졌다. Z10의 마케팅비용과 재고물량 때문에 현금이 빠르게 소모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금까지 바닥이 난다면 블랙베리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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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의 영업이익/손실과 제품 출고량을 보여주는 WSJ그래픽.

1년9개월전에 블랙베리의 몰락에 대해서 처음 글을 썼을 때는 그래도 혹시나 블랙베리가 재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충성스러운 고객과 좋은 제품을 보유한 회사 아닌가. 주위에 블랙베리를 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Z10의 발표로 조금이라도 다시 약진을 할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블랙베리를 쓰는 사람은 거의 멸종단계에 접어들었다. 요즘에는 정말 블랙베리를 쓰는 사람을 주위에서 본 기억이 없다.

오늘 블랙베리에 대한 NYT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At their peak, just a few years ago, BlackBerry smartphones were symbols of corporate and political power. When President Obama took office he made keeping his BlackBerry a personal priority, and when BlackBerry service had a hiccup so did business on Wall Street.
But after being upstaged time and again by industry rivals, the devices may soon remain only in memories.

겨우 몇년전 그들의 전성시대에 블랙베리스마트폰은 기업과 정치파워의 상징이었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할때 그는 블랙베리를 개인적으로 챙겼다. 그리고 블랙베리서비스가 장애가 생기면 월스트리트도 몸살을 겪었다.

하지만 업계의 경쟁자들에게 추월당한 지금 블랙베리는 곧 우리의 기억속에만 남게 될 것 같다.

정말 냉정하고 잔인한 테크업계의 현실이다. 아까 TV에서 본 블룸버그뉴스의 기자는 “이제 곧 블랙베리의 부고기사를 써야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블랙베리는 이제 어딘가로 통째로 헐값에 인수되던가, 사모펀드 등에 넘어가 상장폐지되서 특허, 소프트웨어 등을 나눠서 조각조각 팔리던가하는 수순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짐 발실리(왼쪽), 마이크 라자리디스.

짐 발실리(왼쪽), 마이크 라자리디스.

개인적으로 블랙베리가 이런 운명을 맞게 된 것은 전적으로 짐 발실리, 마이크 라자리디스 두 창업자 겸 CEO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그 향후 파괴력을 이해하고 빨리 대응만 했어도 이런 비극적인 결말은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50%의 마켓쉐어에 도취해서 잘난척하며 오만을 떨고 있는 동안 그들은 기둥뿌리가 썩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뭔가 바꿔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버스는 한참전에 지나간 뒤였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선장, CEO의 역할이 너무너무 중요한 이유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9월 21일 , 시간: 10:34 오후

15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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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전화와 메시징은 블랙베리로, 인터넷은 아이폰으로 쓰는데 이 조합도 오래 못갈거 같군요.. 블랙베리 서비스가 끝나버리면 강제 전환이.. ㅜㅜ

    totoro4

    2013년 9월 22일 at 6:25 오전

    • ㅎㅎ 아직도, 그것도 한국에서 쓰고 계신다니 대단합니다.

      estima7

      2013년 9월 22일 at 6:00 오후

  2. 정말 블랙베리 갖고 싶어했던 적도 분명 있었는데…
    요즘엔 뉴스조차 관심이 가지 않는 거 보면….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정말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이,.. 놀랍고, 무섭고, 두렵고, 한편 기대가 되네요.
    물론 시장 자체가 완연한 안정기에 들어서면 최근 몇년의 격동적인 변화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변화-안정 이라는 사이클에서 안주하는 회사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는 블랙베리가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노키아는 글쎄요.. 좀더 지켜봐야겠죠. 아예 다른 사업분야에서 휴대폰으로 업종 변경한것 처럼 이번엔 어떤 변화를 줄지.. 다음 타자로 노키아를 관찰해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Ray

    2013년 9월 22일 at 10:34 오전

    • 테크업계란 곳이 참 무서운 곳 같습니다. 조금만 안주하면 이렇게 되니까요. 노키아는 MS에 인수됐으니 좀 경우가 다른 것 같습니다만 이미 옛날의 영화를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stima7

      2013년 9월 22일 at 6:01 오후

  3. 음.. CEO의 역활과 관련해서… 갤럭시S 최초로 내놓을 당시의 이건희 회장님의 말이 떠오르네요.. 당시의 상태를 위기로 규정 했었는데… RIM의 경우에 비춰보면.. 정말 그때 대응 안했으면.. 지금의 삼성도 없었을 거란 생각입니다.. 그런면에서 삼성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창조자는 아니어도 최소한 FastMover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서정용

    2013년 9월 22일 at 3:02 오후

    • 네 맞습니다.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이회장의 능력과 용인술로 인해 삼성전자는 이런 기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합니다.

      estima7

      2013년 9월 22일 at 6:02 오후

    • 삼성의 fast mover 전략을 비판하곤 했었는데, 위 글과 덧글을 보고나니 fast mover만 하더라도 기업 생존적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freeismreeism

      2013년 9월 22일 at 8:03 오후

  4. 좋은글, 좋은insight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5가지 stage가 북미의 모 다른 거대 기업과 묘하게 일치해서 참 걱정되고 무섭네요…

    heejune

    2013년 9월 22일 at 6:14 오후

    • 어느 회사를 말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저도 사실 그 생각을 하면서 썼습니다….

      estima7

      2013년 9월 22일 at 6:40 오후

  5. 크흡.. 언젠가 꼭 블랙베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Q10도 기억 저편에나 남게 생겠네요 ㅠ.ㅠ

    orthros

    2013년 9월 22일 at 11:24 오후

  6. […] 길고 짧다면 짧은 추석 연휴를 뒤로 하고 출근 하려니 심신이 편치 않다. * 블랙베리의 몰락-업데이트 – “아이폰의 도전에도 “우리는 여전히 잘나간다. 캐쉬가 많다. […]

  7. 결국 블랙배리가 펀드에 팔리게 됐군요… 안타깝습니다..
    BlackBerry said on Monday that it had reached an agreement to be taken private by a group led by Fairfax Financial Holdings.
    http://dealbook.nytimes.com/2013/09/23/blackberry-reaches-4-7-billion-takeover-deal/?hp&_r=0

    Ellery

    2013년 9월 23일 at 12:18 오후

  8. 위에도 올려주셨지만, 결국 팔리게 되네요..
    참 무섭습니다..;;

    Hwang Sum

    2013년 9월 23일 at 2:38 오후

  9. […] 썼던 ‘블랙베리의 몰락-업데이트‘라는 글에서 아래와 같이 끝을 맺었었다. (1만회이상의 조회수를 올린 […]

  10. […] 그런데 최근 이 회사의 가파른 추락이 화제다. 블랙베리는 지난 분기에 약 1조원의 손실을 내고 곧 전체 직원의 40%인 45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아이폰의 등장 이후 급격한 시장의 변화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창업자들을 포함한 경영진의 몇 가지 전략적 실수까지 이어지면서 불과 몇년 만에 북미 시장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 안팎으로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보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참고 : 블랙베리의 몰락-업데이트(에스티마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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