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볼을 보고 든 잡생각 몇가지
갑자기 떠오른 몇가지 수퍼볼 관련 상념을 메모. 스포츠문외한으로서의 아마추어적인 시각임.
-어제 SF 49ers와 Baltimore Ravens의 수퍼볼 경기는 거의 처음으로 집중해서 관전한 미식축구경기다. (매년 수퍼볼때만 관전.) 초반전은 그저 그랬지만 정전이후 후반전은 정말 손에 땀을 쥐었다. 만약 49ers가 이겼으면 내가 샌프란시스코지역으로 이사온 뒤에 샌프란시스코연고팀이 월드시리즈와 수퍼볼을 연속제패했다고 두고두고 자랑하려고 했는데 아쉽다. 내가 보스턴에 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아이스하키팀인 Boston Bruins가 2011년 스탠리컵을 제패하고 New England Patriots가 작년 수퍼볼 결승까지 나갔던 일이 있어서 웬지 비슷한 일이 서부에서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2001년 Haas에서 MBA공부하던 시절 마케팅담당교수가 “수퍼볼을 꼭 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인도계 여교수가 말한 것은 경기를 보라는 것이 아니고 ‘광고’를 보라는 것이었다. 수퍼볼은 미국기업들의 거대한 마케팅전쟁이기 때문에 꼭 놓치지 말고 보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유튜브도 없고 트위터도 없던 시절이어서 광고를 놓치지 않고 보려고 TV앞에 꼼짝 않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광고를 보자마자 즉각 트위터타임라인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확인하고 즉각 유튜브로 다시 볼 수도 있으니 참 놀라운 세상이 됐다는 생각을 한다.
-광고가 중요한 수퍼볼 관람 경험의 일부다. 수퍼볼 광고를 보지 않고서는 수퍼볼을 봤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아는 미국인 여성들중에서도 “미식축구는 관심이 없지만 광고와 그 분위기 때문에 수퍼볼을 본다”는 분들이 많았다. 수퍼볼을 캐나다에서 (휴가가서) 보는 바람에 많은 미국기업의 광고를 볼 수 없어서 마치 수퍼볼을 안보고 지나간 거 같다는 NYT기자 데이빗 카의 위 트윗에 공감이 간다.
-소셜미디어가 수퍼볼관람을 휠씬 즐겁게 한다. 인상적인 플레이가 있을때 뿐만 아니라 광고하나하나가 나올때 마다 타임라인에서 지인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것도 전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
-쌍둥이처럼 닮은 두 헤드코치 존과 짐 하버의 대결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연년생으로 50세, 49세인 이 형제는 잘 생기고 매너도 좋고 “NFL이 경기규칙을 바꿔 무승부를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한 부모의 모습도 좋았다. 그나마 형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할까. 경기가 끝나고 포옹하는 모습이나 동생을 칭찬하는 형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서 “참 자식 잘 키웠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형제의 큰 형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느끼는 감정.)
-비욘세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참 대단한 가수다.
-한국기업들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일본기업으로는 토요타밖에 없었던데 반해서 초반부터 현대-기아광고 스폰서 마크와 광고가 워낙 많이 나왔다. 그리고 싸이의 피스타치오 광고가 나오고 게임종료 2분전에 삼성모바일의 2분짜리 1천5백만불짜리 광고가 나왔다. 삼성의 광고는 제법 많이 비튼 코미디성 광고였는데 대중들에게는 조금 어렵지 않았나 싶다. 현대 소나타광고가 재미있었다. 2001년 봤던 수퍼볼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당시 수퍼볼을 보라고 권했던 마케팅교수는 현대자동차를 굉장히 칭찬하면서 앞으로 엄청 뜰테니 두고보라고 했었다.
-미식축구는 너무나 미국적인 스포츠이자 자본주의의 결정체다. 거대한 콜로세움에서 진행되는 현대의 검투사들의 땅따먹기 전쟁이다. 이런 오락거리를 만들어낸 NFL의 경영능력에 탈모. (참고 : NFL인기의 비밀-Level playing field 만들어주기)
슈퍼볼 광고는 다 재미있는듯
kimjunho79
2013년 2월 4일 at 3:25 pm
이번 광고 중엔 버드와이저가 가장 반응이 좋은 것 같더군요^^
박영하
2013년 2월 4일 at 9:30 pm
저도 처음으로 끝까지 관전한 경기었습니다. 첫째가 Elementary 4th Grade인데도 반 친구들이 수퍼볼 얘기 많이 한다고 합니다. 정말 어렸을때부터 열광하는 미국인들! ^^
Elca Ryu (@elcaryu)
2013년 2월 4일 at 10:10 pm
짐 하버는 매너가 좋다고 하긴 좀 어렵죠. 🙂 좋은 말로 competitive하다고 하긴 하는데 너무 성격이 불같고 과도한 불평과 액션이 많아서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도 시간의 대부분을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 토로로 보내 말이 많았어요. 물론 훌륭한 코치임엔 틀림없지요.
cookins
2013년 2월 5일 at 6:28 am
아, 하긴 그런 기사를 본 것도 같습니다. ㅎㅎ 사실 위에서 매너가 좋다는 말은 “가족끼리” 예의가 바르고 따뜻해보인다는 얘기였습니다. 형이 상대편 코치니까 나름 자제했겠군요.
estima7
2013년 2월 5일 at 9:02 am
미국인들과 친해지는 방법중 하나가 스포츠인 것 같네요. 월요일만 되면 풋볼얘기 많이 하더군요. 그 외 메이져리그, 아이스하키, NBA 등등
Ellery
2013년 2월 5일 at 7:21 pm
저는 Dritos 광고가 제일 재미있었는데, 염소 나왔던 거. 우리나라 기업 광고들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랬어요.
jogabbani
2013년 2월 6일 at 6:36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