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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2 제니퍼 여 넬슨감독의 리더쉽
어제 집 근처에 있는 극장에서 가족과 함께 쿵푸팬더2를 관람했다. 2008년 한국에서 무척 즐겁게 전편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기에 흔치 않은 극장나들이를 한 것이다.
영화는 내 비교적 높았던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권선징악의 스토리에 출생의 비밀, 악으로 똘똘 뭉친 악당캐릭터, 그리고 주인공의 무공에 대한 순간의 깨달음으로 인한 통쾌한 복수 등 홍콩 쿵푸영화특유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동물들이 나와 코믹하게 연기한다는 느낌이었다. 다 보고 나서 든 느낌은 “이제 쿵푸영화도 헐리웃이 더 잘 만드는구나”라는 것이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몰랐던터라 “미국의 어떤 감독이 쿵푸영화와 중국을 이렇게 잘 패러디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면서 영화가 끝나고 떠오르는 감독이름을 보니 ‘Jennifer Yuh Nelson’이었다. “아 역시 중국계 감독이었구나. 하긴 와호장룡의 이안감독(대만출신)의 경우도 있으니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제니퍼 여 넬슨은 4살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한국계 미국인여성인 ‘여인영’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한국계여성이 이런 블록버스터애니메이션영화를 감독하게 됐을까 궁금해서 조금더 정보를 검색해봤다.
그리고 검색을 하다가 지난 4월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기사를 찾았다. 그리고 천지일보의 동영상인터뷰도 보게 됐다. 인터뷰에 나온 여감독은 전형적인 조용한 한국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규모의 영화를 감독한 사람이란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내용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떡이게 됐다. 인터뷰에 나온 한마디, 한마디가 상당히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CEO로 일하고 있는 내 자신이 이런 리더쉽을 지향하고 있기에 (아니 이런 스타일이기에) 더 공감과 위안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미국에는 흔치 않은 이런 온유한 리더쉽을 인정해 일개 애니메이터를 고속승진시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중 하나를 맡긴 드림웍스라는 회사를 다시 보게 됐다.
다음은 인터뷰 기사중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몇 구절.
여 감독은 자신이 단지 ‘독한 아시아계’였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라고 했다. “(20여년 전) 처음 애니메이션 작업을 맡아 밤샘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함께 일하던 프로듀서가 와서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답이 아닐 수도 있어. 성공은 휴식(rest)과 명확성(clarity) 그리고 독창적인 생각(original thinking)이 필요하다고.’ 이 말이 제 머리에 ‘콱’하고 박혔죠. 그때부터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일에서 재미를 찾기로 했습니다. 그런 변화가 지금의 저를 팀에 보탬이 되는 존재로 만든 것 같습니다. 제가 독불장군이었다면 반대였겠죠.”
-(출처:조선일보) 아무 생각없이 일만하는 워커홀릭은 본인에게도 주위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적절한 휴식을 통해 일의 질을 높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여감독이 이런 훌륭한 충고를 해줄 수 있는 동료가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쿵푸팬더2를 제작하면서 20개 넘는 국적을 가진 300여명의 직원을 지휘했다. 관리자로서 그녀는 커뮤니케이션(소통)을 강조했다. “당신을 흠뻑 빠져들게 할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분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그들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출처:조선일보) 거의 2천억원가까운 예산으로 3년동안 20개국적의 3백여명의 직원을 지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여감독의 커뮤니케이션능력이 대단한 듯 싶다.
여 감독은 “내가 감독이지만 실제 내가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며 “대신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정확히 공유하기 위해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창의성인가? “아니다. 분명한 커뮤니케이션. 당신을 흠뻑 빠져들게 할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출처:조선일보) 혼자 아무리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업무능력이 발군이라고 해도 독불장군이면 소용없다. 여감독은 확실한 역할분담, 분명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부하들을 알아서 움직이게 하는 영향력의 중요성을 잘 아는 매니저인듯 싶다.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 하는 질문은 ‘이 영화가 성공할까’가 아니다. 내가 하는 질문은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나’는 것이다…. 당신이 좋아한다면 누군가도 좋아할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조선일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듯 싶지만 현실에서는 나부터도 잘 되지 않는 일이다.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가장 큰 이유는 경청하는 태도였을 겁니다. 경청하면 상대방이 이해하는 부분을 알게 되고 그것을 제 머릿속의 이해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300명의 제작진이 동일한 목표로 그림을 그려나가면 자연스럽게 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배우에게 슬픈 연기를 하라면 최악의 연기가 나오기 쉽지만 큰 실연을 당했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권하면 자연스런 연기가 나옵니다. 이처럼 지시하기보다는 여건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
-(출처 한국경제인터뷰) 톱다운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는 경청(listen)을 통해, 이해를 구해서 목표를 완수하도록 하는 리더쉽.
위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래와 같다. “드림웍스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이 된 소감”을 묻는 질문이었다.
“감독의 일반적인 유형(Stereotypes)은 목소리가 큰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단히 목소리가 작은 스타일이고 (Soft-spoken) 회의에 들어가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안들려서 모두 가까이 귀를 기울여야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사람들에게 더 안정감을 주고, 서로 더 잘 협력하게 하고, 그 결과 상당히 유연한(Smooth)한 제작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저와 일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천지일보 인터뷰동영상에서 (7분30초부터)
우리가 흔히 생각할때 미국인들은 다 자기주장이 강하며 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주로 승진되기 때문에 영어가 딸리고 문화적 차이로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국인들은 미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을 것이다. 키크고, 잘 생기고, 자신감이 넘치며, 말 잘하는 소위 “승자(Winner)”가 우대받는 사회다.
하지만 제니퍼 여의 경우처럼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 ‘다름’을 인정하고 발탁인사를 하는 리더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여감독의 상사인 드림윅스 CEO 제프리 카젠버그(Katzenberg)는 “드림웍스 전 직원 가운데 가장 조용하고 세련된 사람이지만 (결과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렇게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을 발탁해낸 카젠버그의 안목을 높이 사고 싶다.
사족으로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우리 회사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회의시간에 도통 말이 없고 자기 의견을 드러내지 않아 진면목을 알기는 어렵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실행해 나간다. 조용하고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미국인이라고 다 Outgoing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로 능력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매니저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거의 전원 이구동성으로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중 최고의 매니저”라고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항상 열심히 공부하며, 지식을 익히고, 트랜드를 따라가며 팀원한명한명과 1대1 소통을 통해서 잘하고 있는지 항상 경청하고 확실한 목표를 줘서 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단지 잘난 척을 안하고 말을 안할 뿐이었다.
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것을 알게 된 후 그를 더 신뢰하게 되고 점점더 많은 일을 맡기고 있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내고 있음도 물론이다.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문화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은 다 똑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알아주는 사람을 따르게 되어 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여인영감독의 인터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을 좀 길게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