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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광고의 진화
예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Shutterfly.com이라는 온라인사진인화사이트에 접속한 일이 있다. 9년쯤 전에 미국에 있다가 쓰던 서비스라 오랜만에 기억을 더듬어 접속한 것이다. 사진을 인화하려다가 시간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몇시간있다가 다른 일로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보고 있는 Techcrunch라는 온라인뉴스사이트의 광고로 Shutterfly의 배너가 떠있는 것 아닌가? 마치 다시 방문해서 자기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친절히 다시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온라인상에서의 내 행동을 추적해서 광고가 따라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읽은 뉴욕타임즈기사(Retargeting Ads Follow Surfers to Other Sites:재타겟팅된 광고가 웹서퍼를 다른 사이트까지 쫓아다닌다)에서 그런 내 추측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유저가 특정사이트를 방문하면 자동으로 쿠키파일을 PC에 남기게 되는데 그 파일로 사용패턴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광고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하지만 꼭 빅브라더가 등뒤에서 내 온라인행동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듯 미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다보면 나날이 발전하는 인터넷광고기술을 몸소 실감하게 된다. 특히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검색하는지 인터넷사이트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에 맞는 맞춤광고를 보여준다. 일반대중을 상대로하는 광고보다 효과가 높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개인정보를 휠씬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같은 스마트폰의 사용이 늘어가면서 인터넷광고기술은 더더욱 발전되고 있다.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고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다보니 지역, 소득, 성별, 인종 등에 맞춰 광고를 타겟팅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광고기법이 시도되고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스턴에 살고 있는 필자에게는 보스턴지역에 타겟팅된 광고가 보인다. 텍스트가 아닌 배너광고라고 해도 그렇다. 호텔광고라면 보스턴인근지역의 호텔광고가 맞춤형식으로 보여지는 식이다. 웬만해서는 갈 일이 없는 캘리포니아지역의 호텔광고는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출장을 위해 캘리포니아의 여행정보를 검색한 뒤에 보면 캘리포니아의 호텔 예약정보를 보여주는 배너광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유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해주는 광고도 등장하고 있다. 아이패드의 뉴욕타임즈앱에 등장하는 캡제미나이어네스트영의 광고는 ‘터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를 ‘흔들어 주면’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더 많은 정보를 보고 싶으면 아이패드를 가로방향으로 세워서 보라고 유도하는 광고도 있다. 마우스클릭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최근에 스티브잡스가 들고 나온 iAd도 모바일광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본 ‘크론다이크’라는 아이스크림의 iAd는 모바일앱에서 보이는 배너를 터치하면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냉장고가 떠오른다. 냉장고에 서린 김을 문질러서 지우면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꺼내볼 수 있다. 주위의 어느 상점에 가면 그 제품을 살 수 있는지 구글맵을 통해서 바로 볼 수도 있다. 오더블닷컴(Audible.com)이라는 회사의 iAd는 광고내에서 최신베스트셀러의 오디오북 샘플을 맛보기로 들어볼 수 있도록 해준다. 모두 앱을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 배너광고를 터치해서 접할 수 있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광고형태다. 이렇게 독자와 상호작용이 많은 광고가 광고효과가 더 클 것임은 물론이다.
광고의 진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듯 싶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구글의 디스플레이광고담당 부사장인 닐 모한은 인터넷광고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다. 광고가 소비자의 인종, 나이, 성별, 관심사, 위치정보 등까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현재 있는 위치의 날씨, 더 나아가서 소비자의 현재 감정까지 파악해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보스턴지역에 햇볕이 쨍쨍할 때와 비가 내릴 때 상황에 맞는 광고를 다르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가 남긴 댓글이라든지, 트윗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 감정상태를 파악한다음 그에 맞는 광고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광고는 현재 기술수준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광고의 숨바꼭질 문제다. 내 마음을 속속들이 읽어내는 광고를 볼 날도 멀지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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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한달여전에 시사인에 기고한 글입니다. NYT기사에서도 힌트를 얻었지만 아래 구글의 MIXX 2010 키노트발표에서도 많이 공부가 됐습니다. 구글은 앞으로 디스플레이광고의 미래를 7가지 예측으로 정리합니다. 온라인광고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번 들어볼만한 이야기입니다.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