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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 Entrepreneur, 마이클 양
Serial Entrepreneur라는 말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창업해서 한번 성공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가를 지칭한다.
나는 항상 이 말을 들으면 Mysimon.com의 창업자이자 Become.com의 전CEO이신 마이클 양을 떠올린다. 오늘 마침 그를 인터뷰한 연합뉴스의 기사 ‘마이사이몬’ 마이클 양 “세계 겨냥 창업 바람직”을 읽으면서 그 분에 대해서 한줄 적어 본다.
나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UC버클리의 경영대학원인 Haas school of business를 다녔는데 2001년 당시 1학점짜리 인터넷관련강의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시간짜리인 이 강의는 학생들이 직접 섭외해서 외부스피커를 초청해 진행하는 시간이었다. 당시 나도 뭔가 기여를 하기 위해 초청을 할만한 외부인사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2000년 1월 쇼핑 가격비교 검색엔진인 Mysimon.com을 7억불에 CNET에 매각해 유명해진 마이클 양이 Haas MBA선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서 강의에 외부연사로 초청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누군가를 찾고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마이클 양이 강연요청을 수락해주셔서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닷컴버블이 꺼졌다고는 하지만 당시 환율로 거의 1조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회사를 매각한 것이기에 나는 강연에서 자신의 성공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접한 마이클 양은 조용히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며 성공은 단지 행운이었다고 계속 반복해서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특히 “내 손으로 만든 마이사이먼을 계속 키워나가고 싶었는데 CNET와서 사겠다고 했다. 나는 반대했지만 내 투자자들과 내 집사람까지 포함해 주위 모든 사람들이 모두 파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를 팔았는데 그리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나스닥시장이 폭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말 Lucky했다고 성공을 운으로 돌렸다.
그때까지 나는 (기자로서의 경력을 통해) 닷컴붐으로 벼락부자가 된 뒤 잘난 척을 하는 기업가들을 많이 봐왔기에 마이클 양의 그런 겸손한 태도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이클 양은 그뒤 오래지나지 않아 Netgeo라는 회사를 창업하셨고 그 뒤 이어진 한 만남에서 “왜 또 기업을 시작하셨는가?”라는 내 질문에 “창업은 나에게 주어진 소명(Mission)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즉, 첫 기업을 통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다시 또 기업을 시작해서 성공시키는 것이 사회에 다시 보답을 하는 길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 나는 평생 놀아도 될 만큼 돈을 많이 번 실리콘밸리의 거부들이 또다시 창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투자자로서만 유유자적하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왜 또 저런 고생을 사서 할까? 하지만 마이클 양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Serial entreprenuer들이 실리콘밸리의 오늘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티브 잡스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창업한 애플을 나와서 넥스트컴퓨터를 만들고 픽사를 인수해 성공시킨 Serial Entrepreneur 아닌가.
연합뉴스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 90년대 말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왕성하게 창업과 경영활동을 했는데 원동력이 무엇인가.
▲ 몸속에 창업 DNA가 있는지 모르겠다. 창업이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기회를 보고 아이디어를 이용하고 기술을 응용해 새 회사를 차린다는 게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기(실리콘밸리)서는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마이사이먼을 시작할 때 이미 37세였다. 40대, 50대에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한국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도 40대에 명예퇴직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또 내가 몰랐던 것은 “마이사이먼 당시 자금조달을 위해 200곳을 찾아갔으나 195곳에서 거절당했다. 전문 투자가들이 안 된다고 할 때 정말 안 되는 것인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라는 부분이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우리는 항상 “7억불 매각 대박”이라는 기사제목만 보고 쉽게 성공했구나 하는데 자세히 이면을 들여다보면 항상 지난한 노력이 있었다. 앵그리버드를 내놓기 전에 로비오도 51번의 그저그런 게임을 내놓으며 실패를 맛보았다고 하지 않던가.
2002년 5월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나는 한동안 마이클 양을 다시 뵙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7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Daum Knowledge Officer라는 직함을 가지고 실리콘밸리를 다시 왕래하면서 마이클 양을 다시 연락드리고 뵙게 됐다. 나를 잘 기억해주고 계셨다. 이번에는 Become.com이라는 마이사이먼과 비슷한 가격검색엔진 스타트업을 시작하셔서 왕성하게 또 기업을 이끌고 계셨다.
이후 2009년 내가 라이코스CEO를 맡게 되면서 더 자주 연락드리고 미국기업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자문받았다. 가끔 사람고민까지 포함해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받기도 했다. 나의 CEO멘토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연합뉴스인터뷰를 통해서 마이클 양 자신도 유료로 전직 CEO출신 “CEO코치”의 자문을 받고 계신 것을 처음 알았다. 내게 공짜로 조언은 물론 밥까지 자주 사주셨는데… (감사합니다!)
— 창업과 경영과 관련해 멘토가 있는지.
▲ 특별한 멘토는 없지만 주변에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지난 2년간은 CEO를 상대로 전문적인 조언을 주는 전직 CEO 출신 ‘CEO코치’의 도움을 받았다. 시간당 400달러나 되지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고 사적인 일까지 들어주고 중립적인 피드백을 준다.
이 기사를 보고 다시 느꼈는데 CEO에게는 믿고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멘토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회사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 정말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비용까지 들여가면서 CEO코치를 받고 계신지는 몰랐다. 그만큼 그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계신 탓이리라.
지난 3월 Become.com의 CEO에서 이사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기신 마이클 양을 뵙고 식사를 한 일이 있다. 8년간 쉼없이 이끌어왔던 Become.com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재충전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하시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평소 미국의 유대인이나 중국인, 인도인커뮤니티에 비해 한국인들의 네트워크파워가 약하다는 점을 안타까워하셨는데 이번에 ‘CKA(Council of Korean Americans)’를 결성하셨다. 권율, 샘 윤 등 성공한 한국계2세들이 참여한 CKA는 6월7일 백악관에서 Korean community를 위한 브리핑행사를 개최한다. 감사하게도 나도 초청해주셔서 그날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http://www.councilka.org
평소 존경하던 분의 인터뷰를 연합뉴스에서 접하고 블로그에 가볍게 그 분과의 인연을 적어보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연수하기
Update : 지난 5월 소개한 아래 유누들창업가여름캠프 포스팅. 예상을 뛰어넘는 반향에 많은 한국분들이 지원해 레베카에게 감사인사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좋은 결실의 하나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듯 싶다.
이름 하여 Younoodle Korea Incubation Pilot Program
유누들여름캠프에 참가하셨던 @curiouspaul님이 써주신 포스팅 덕분에 알게 되었다.
본 프로그램은 한국의 창업 혹은 예비창업 팀 중, 미국 진출을 원하는 팀들에게 실리콘 밸리식 스타트업 모델을 집중 코칭하여 성공적인 글로벌 스타트업으로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중소기업청(SMBA)과 창업 진흥원(KISED)이 함께 지원을 하는 사업입니다.
스타트업으로 글로벌시장 도전의 꿈을 이루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인듯 싶다. 아무쪼록 많이 지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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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광고성(?) 블로깅이지만 좋은 정보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샌프란시스코 유누들(YouNoodle)의 레베카 황이 오늘 좀 자기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내가 파워트위터유저(?)인 것을 알고 홍보를 부탁한 것이다. 내용은 자신이 주관하는 “YouNoodle Entrepreneurship Immersion Summer Camp” 즉,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창업가 섬머캠프 프로그램이다. 6월6일부터 7월1일까지 3주동안 진행된다고 한다.
4년전인가 알게 된 레베카는 아르헨티나출신의 한국계 천재소녀다.ㅎㅎ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MIT에 유학, 학석사를 마쳤으며 스탠포드박사과정중에 YouNoodle을 친구들과 공동창업했다. YouNoodle은 스타트업들의 소셜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회사다. 유망스타트업과 명문대출신의 인재들을 연결하고, 각국 정부나 인텔, IBM 등 대기업과 함께 벤처창업경진대회, 각종 창업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도 내가 본 중에 가장 영어로 말을 빨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여간 열정과 지성이 넘치는데다 무지무지 세상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경력, 학력, 취미 등을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엄친딸이다.) 실리콘밸리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YouNoodle에서 이번에 3주간 실리콘밸리를 압축해서 경험하고 공부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국인만을 위한 장학프로그램인줄 알고 반가와했는데 그것은 아니고, 전세계의 창업가들이 모이며 어느 정도의 실비(2천5백불)을 부담하는 유료프로그램이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에 소개해 본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레베카황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문의하면 된다. rebeca@younoodle.com
레베카가 보내준 파일을 살펴보니 실리콘밸리의 창업문화와 창업방법, 네트워킹방법, 지적재산권보호하기, 벤처캐피탈소개 등의 과정이 도움이 될 듯 싶다. 그밖에 트위터, 징가, 구글 등의 기업과 UC버클리, 스탠포드 등의 대학방문, 주말을 이용한 샌프란시스코, 나파밸리 등 투어, 각종 실리콘밸리 네트워킹이벤트 참가 등이 있어 짧은 기간동안에 실리콘밸리가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므로 최소한의 영어실력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듯! 한국에서 참가한다면 비행기삯도 더 들고 숙식비도 필요하므로 대략 5백만원은 들 듯 싶다. 물론 싼 비용은 아니다. (하지만 웬만한 컨퍼런스 등록비용이 1천~2천불인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오해를 무릅쓰고 유료프로그램을 이렇게 소개하는 것은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나는 1999년에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진행하는 SEIT프로그램 1기로 참가한 경험이 있다. 우연히 그런 프로그램을 정보통신부에서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의외로 합격이 됐었다. 그때 2주간의 스탠포드대에서의 교육은 실리콘밸리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었고 내 인생의 좋은 밑거름이 됐다. 그 프로그램은 당시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한인벤처기업가 이종문씨가 쾌척한 1백만불로 5년간 운영됐다. 단 2주간의 학비가 1만불에 달했는데 그 비용은 이종문장학금으로 충당하고 참가자는 숙식비와 비행기삯을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약 2백50만원정도를 당시 사비로 냈었어야 했기 때문에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전혀 후회가 없다.
그리고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UC버클리 Haas경영대학원에서 정규MBA과정을 마쳤다. 스탠포드와 버클리 양 대학에서의 공부가 내 실리콘밸리에 대한 지식과 네트웍확장에 크게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이런 배움의 기회가 보이면 무조건 지원하거나 내가 가기가 어려우면 주위사람에게 대신 지원해서 가보라고 했었다. 그 결과 2004년에 언론재단에서 지원하는 연수로 워싱턴DC의 API에서 운영하는 온라인저널리즘과정을 다녀왔으며 다음에 있을때는 간부연수프로그램으로 코넬경영대학원에서 2주간 공부하는 행운을 얻었다. 내가 갈 수 없을때 추천을 해서 3명을 이런 프로그램에 보낸 일도 있다. (그 덕분에 유학의 기회를 잡은 한 선배는 지금까지 내게 고맙다고 한다.)
물론 다 장학금이나 회사비용으로 간 것은 아니다. 내 돈을 내고 다녀온 일도 많다. 좀 아깝긴 해도 긴 인생에서 보면 그 값어치를 할 것이란 생각 때문에 그랬다. 2007년 6월에 뉴욕대에서 1주일간 연수할 때는 맨하탄에 처음으로 일주일 머물면서 뉴욕이란 도시에 대해 새롭게 많이 배웠다. 더구나 바로 그 주에 처음으로 아이폰이 발매되는 바람에 바로 아이폰을 사버리고 세상의 변화를 남들보다 빨리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쨌든 사람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실리콘밸리라는 혁신의 땅을 알차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프로그램을 믿을만한 사람이 진행한다고 하니 소개해본다. 나이, 성별, 학력 등 어떠한 제한도 없으며 (다만 영어실력은 좀 있어야 할 듯) 실리콘밸리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사람을 환영한다고 한다.
관심 있으신 분은 레베카황에게 연락해보시길! rebeca@younoodle.com
미래를 만들어 낸 창업자들
큰 깨달음을 주는 Steve Blank의 멋진 발표, “Days of Future Past”를 소개한다. Web 2.0 Expo에서 가진 발표다. 영어의 압박이 있지만 강추동영상이다.
이 강연은 ‘창업자’에 대한 4개의 이야기다. 그야말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꿈을 가진, 세상을 바꾼 창업자들의 이야기다. 그것도 그런 창업자들의 삶을 그 시대의 또다른 훌륭한 인물들과 비교해서 설명한다. 쉽사리 듣기 어려운 독특한 시각의 이야기지만 많은 울림을 준다.
첫번째는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스탠포드교수 프레드터먼의 이야기. MIT의 킬리안교수와 비교했다. 왜 실리콘밸리가 보스턴과는 다른, 전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실리콘밸리’가 됐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다.
요약하면 2차대전동안 미정부의 군수관련 연구자금을 MIT가 독식했다. 미국정부는 스탠포드에서는 터먼교수만을 동부로 데리고 가서 군수관련 연구를 시켰다. 스탠포드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전후 스탠포드로 돌아온 터먼교수는 거의 혼자 힘으로 스탠포드공대를 일으켜세웠다. 무기관련 전자기술을 제공하는 첨단센터로 변모시킨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터먼교수가 MIT의 킬리언교수와 차별되는 점은 제자들에게 창업을 장려했다는 점이다. 터먼교수는 스탠포드가 직접 장비를 제작해 사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그의 제자들이 스탠포드에서 연구한 지적재산을 자유롭게 들고 나가서 창업을 하도록 복돋웠다. 그의 제자들이 팔로알토, 마운틴뷰 일대에 나가서 회사들을 창업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씨가 뿌려졌다.
두번째는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낸 페어차일드 창업자 로버트 노이스와 인텔창업자 고든무어의 이야기. 그 유명한 쇼클리와 비교했다. 진짜 왜 실리콘밸리가 ‘실리콘’밸리가 됐는지 알 수 있다.
월리엄 쇼클리는 AT&T출신의 천재과학자로 트랜지스터의 Co-inventor이며 노벨상까지 수상한 사람이다. 그는 50년대에 서부에 와서 쇼클리반도체를 창업했다. ‘실리콘’을 실리콘밸리에 처음 가져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매니저, CEO로서의 자질은 정말 없었는지 그 밑에서 일하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1년여만에 다 짐싸서 나가서 독립했다. 그 ‘배신한 8명’중에 가장 유명한 2명이 인텔창업자 고든무어와 페어차일드창업자 로버트 노이스였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후 20년동안 65개의 반도체회사가 인텔이나 페어차일드에서 분가해 나왔다. 65개!
세번째는 누구나 다 아는 빌게이츠이야기. IBM PC제작을 지휘한 IBM의 필 에스트릿지씨와 비교했다. 왜 사람들이 대기업을 탈출해 창업에 나서는지 알 수 있다.
빌게이츠의 스토리는 다 아실 것이고… IBM의 필 에스트리지는 IBM PC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는 IBM내에서 PC프로젝트를 이끌며 사실상 PC혁명을 주도한 사람이다.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IBM내부에서도 놀란 큰 성공을 이뤄냈지만 그는 4년뒤 내부적인 정치싸움에서 밀려서 PC부문을 떠나 한직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뒤 항공사고로 사망했다.
네번째는 GM창업자 빌리듀란트 이야기. 그 유명한 현대 경영의 기틀을 닦은 알프레드 슬론과 비교했다. 슬론은 대기업의 아버지,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풍운아 빌리듀란트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빌리듀란트는 처음에 마차를 만들던 사업가였다. 그는 자동차에서 미래를 보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작은 자동차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해 GM을 만들었다. 하지만 좌충우돌의 경영으로 은행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났고 그러자 Chevrolet라는 다른 자동차회사를 세워 성공, 이번에는 GM을 인수해버렸다. 그런데 10년뒤에는 또 은행에 의해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알프레드 슬론이 들어와 오늘날의 GM을 만들어냈다. 결국 빌리듀란트는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이 볼링장을 운영하며 쓸쓸히 죽었다. 하지만, 빌리듀란트가 GM을 세우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GM이 있었을까?(물론 지금 GM은 미국국민의 세금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회사가 됐지만 말이다.)
이 강연을 듣고 그야말로 미국이 오늘날의 초강대국이 된 것은, 또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도 혁신이 흘러넘치는 나라가 된 것은, 지치지 않는 정열로 도전하는 창업자들과 창업가정신이 넘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다.
비슷한 맥락에서 트위터창업자 잭 도시의 3 Keys to Twitter’s Success도 챙겨볼만한 훌륭한 발표다. 창업가정신과 실행력, 행운, 그리고 그런 창업가들을 받쳐주는 사회적 분위기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역시 강추.
Startup School에 대거 참가한 실리콘밸리의 거물들
Startup School이라는 실리콘밸리 행사가 있다. Y Combinator가 주최하는 것인데 매년 이맘때쯤이면 젊은 벤처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선배 벤처인들이 모여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어주는 시간이다. (참가비는 무료다)
Y Combinator는 Paul Graham이 만든 VC인데 특히 Early stage의 젊은이들이 주축으로 만든 Startup을 펀딩해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Loopt, Reddit등 80여개의 벤처에 투자했다.

작년 행사는 아마존의 제프베이조스가 가장 거물로서 참석했다. 스탠포드에서 했던 것 같은데 참가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올해는 너무 신청자가 많아 자리가 없다”고. 아는 친구가 꼭 가보라고 했는데 좀 아쉬웠지만 행사의 취지에 그다지 맞는 경우는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모든 강연이 PT파일과 함께 완벽하게 동영상으로 공개되어 그걸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올해는 깜빡 잊고 지나가고 있었는데 테크크런치 기사를 보고 2009년 행사를 알게 됐다. (좀 미리 신청해서 구경을 좀 할 것을…) 이번엔 UC버클리에서 행사를 가진 것 같고 역시 화려한 스피커들이 참가했다. 와이어드 크리스앤더슨 편집장, Zynga 창업자 마크 핀커스, 트위터 에반월리암스, 비즈스톤, 얼마전 회사를 아마존에 매각한 Zappos 토니쉬, 페이스북창업자 Mark Zuckerberg 등등…
지난해 행사를 보면서 느꼈는데 Startup School에서 연사들은 후배 벤처인들을 위해 아주 솔직한 조언들을 해준다. 그들이 창업해서 회사를 꾸려나가고 VC들과 일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위대한 Products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Networking시간을 이용해 격의없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조언해준다. 성공한 벤처인들이 뒤에 숨어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와 참여하고 대화하는 이런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참 부럽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꼭 1세대 벤처인들의 잘못만은 아니고 사회분위기 자체가 이런 자유로운 벤처문화를 만들어나가기가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의 웹2.0서밋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봤다. 여기는 Google, Intel, AOL 등 기라성같은 미국의 Tech기업 CEO나 창업자들이 참가해 대담이나 발표를 통해 그들의 비전, 생각, 비즈니스에서 느낀 교훈들을 공유했다. 4천불이 넘는 참가비의 비싼 행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UstreamTV, JustinTV 등을 통해 생중계되거나 거의 실시간으로 트위터, Techcrunch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달됐다. 그리고 하루뒤에는 Youtube에 강연, 대담내용이 모두 공개됐다.
Startup School의 강연내용도 올해는 속속들이 테크크런치가 리포트를 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요점을 정리한 테크크런치 기사를 읽고 내주쯤이면 또 공개될 동영상을 통해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Update : 대부분의 스타트업스쿨 2009 강연이 Justin.tv를 통해서 공개된 듯 싶다. Justin.tv는 Y Combinator의 투자회사중 하나다. 참고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