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Archive for the ‘짧은 생각 길게 쓰기’ Category

모든 것을 다 찍는 경찰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엑손 플렉스

with 5 comments

Screen Shot 2013-04-25 at 12.01.02 AM

일년전 시사인칼럼에서 “테이저건 만든 회사의 으스스한 신제품” 칼럼을 통해 미국경찰이 도입을 고려중인 선글래스에 붙이는 담배 한개비 크기의 비디오카메라를 소개한 일이 있다. 마치 스마트폰 역할을 하는 카메라가 달린 구글글래스를 연상케하는 제품이다.

전기충격기 테이저건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테이저인터내셔널이 내놓은 ‘엑손 플렉스 비디오카메라’라는 이 제품은 경찰관의 선글래스에 장착해서 2시간 분량의 비디오를 저장할 수 있다. 경관이 시민에게 법집행을 하는 현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경관의 시선에서 녹화할 수 있는 이 제품이 실제로 경찰에 보급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일년이 지난 지금 실제 이 제품을 도입해 사용한 한 미국지방경찰의 사례가 공개되었다. 경찰 한명한명이 소위 ‘블랙박스’를 달고다니면 어떤 변화가 나올지 뉴욕타임즈기사리알토시의 자료(PDF)를 참고해 소개한다.

사진출처:테이저인터내셔널

사진출처:테이저인터내셔널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근교 리알토시의 경찰서장 월리엄 파러씨는 일년전 자청해서 이 실험에 나섰다. 비디오카메라로 경찰의 활동을 낱낱이 기록하는 것이 경찰과 시민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되는가를 평가해 보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비디오카메라를 착용한 경관들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접수와 불미스러운 사고건수가 줄어드는가를 측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2012년 2월부터 인구 10만의 이 도시에 근무하는 54명 제복경관중 절반을 매일 무작위로 선택해 이 카메라를 착용하게 했다. 물론 “빅브라더의 감시를 받기 싫다”는 경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모르는 사이에 시민들에게 경찰에게 불리한 장면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경찰쪽에서 완전하게 상황을 찍어놓는 것이 낫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시민과 접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카메라를 작동시키도록 했다. 근무가 끝난 경관은 경찰서에 돌아와 이 카메라를 충전기에 꼽으면 자동으로 그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업로드되어 evidence.com이라는 클라우드서비스에 올라가 증거자료로서 자동분류, 보관된다. 이후 단순히 법규를 위반한 시민을 검문하는 동영상뿐만 아니라 긴박하게 범인을 뒤쫓는 영상등 수많은 자료가 실시간으로 쌓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카메라에는 “Pre-event video recording”이란 비디오버퍼가 있어서 녹화버튼을 누른 시점에서 30초전의 영상부터 녹화가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는지 맥락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모수가 대단히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도입이후에 확실히 건수가 줄었다.

물론 모수가 대단히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도입이후에 확실히 건수가 줄었다.

카메라를 도입한 이후 1년간의 결과는 놀랍다. 도입 이전과 비교해서 시민들의 경관에 대한 불평민원신고가 88% 줄어들었다. 그 뿐이 아니다. 경관이 법집행을 위해서 무력을 사용한 경우도 60% 줄어들었다. 설사 무력이 사용된 경우도 카메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경우가 착용한 경우보다 2배 높았다. 카메라를 착용했을 경우 경관이 법집행과정에서 행동을 조심하려 한 것이 역력한 것이다.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한 시민들도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카메라의 모습이 드러나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자기중심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가 동영상을 보고 순순히 물러난 경우도 있었다. 이 동영상을 계속 관찰해온 경관은 인터뷰에서 “카메라로 찍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시민들의 태도도 바로 변한다. 온순하게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NYT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내용이 앞으로 구글글래스같은 안경형 스마트기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된 세상이 어떻게 될지 힌트를 준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안경이나 시계 등에 달린 카메라가 나도 모르게 나의 모습을 항상 촬영하고 즉시 인터넷에 올리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양해없이는 촬영을 못하게 하는 방법이 나오겠지만 빈틈을 타서 사방에서 모습이 찍히고 내 목소리가 녹음당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프라이버시의 종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다 카메라가 되는 세상이 되니까 말이다. 리알토 경찰의 사례처럼 구글글래스가 보급되면 사람들이 좀더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조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경찰이 법집행과정에서 카메라를 착용하는 것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공공기관의 법집행은 투명하게 하면 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테이저사에는 미전역의 경찰에서 이 비디오카메라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앞으로 경찰을 만날 때는 내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조심해야겠다.

테이저인터내셔널의 ‘엑손 플렉스 비디오카메라’홍보동영상.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25일 at 12:23 am

칭찬과 격려, 감사의 문화

with 4 comments

어제 NBC나이틀리뉴스를 보다가 미소를 머금었다. 시카고트리뷴이 지난주에 큰 고생을 한 보스턴글로브의 동료들에게 피자를 쏜 것이다. 그것을 단신뉴스로 가볍게 다루고 간 것이다.

Screen Shot 2013-04-23 at 5.20.23 PM

아마도 일주일간 전 편집국기자들이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을 보스턴글로브는 이 소식을 신문 블로그코너를 통해서 전했다. (링크: Chicago Tribune sends pizza, kind words to Boston Globe staff)

사진:NBC뉴스 캡처

사진:NBC뉴스 캡처

보스턴지역의 인기피자가게인 Regina pizza 라지사이즈를 수십개 주문한 듯 싶다.

Screen Shot 2013-04-23 at 5.21.15 PM시카고트리뷴은 위와 같은 편지를 보스턴글로브에 보냈다.

We can only imagine what an exhausting and heartbreaking week it’s been for you and your city. But do know your newsroom colleagues here in Chicago and across the country stand in awe of your tenacious coverage. You make us all proud as journalists.

We can’t buy you lost sleep, so at least let us pick up lunch.

Your friends at the Chicago Tribune.

우리는 여러분들과 여러분의 도시가 얼마나 힘들고 가슴아픈 일주일을 보냈는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 시카고와 전국에 있는 신문사의 동료들이 여러분의 집요한 뉴스리포트에 감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여러분은 저널리스트로서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여러분들의 잠을 보충해줄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점심이라도 사겠습니다.

시카고트리뷴에 있는 여러분들의 친구들이.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나는 정말 이런 미국의 칭찬과 격려, 감사의 문화가 좋다.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다. 이런 진정성, 위트가 녹아있는 감사의 메모 한장에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

이것을 뉴스로서 다뤄준 NBC나이틀리뉴스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브라이언 월리암스의 마지막 멘트도 좋았다.

“전국에 있는 많은 병원과 경찰서들도 보스턴에 있는 동료들에게 같은 일을 했다.” (A lot of hospitals and police departments around the country have done the same for their colleagues in Boston as well.)

NBC나이틀리뉴스 링크 Chicago Tribune uses pizza to thank Boston Globe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23일 at 6:00 pm

혁신을 낳기 위해서 ‘아주 이상한 사람’을 응원하자

with 3 comments

일본에서 ‘신경제서밋’이란 행사가 열렸던 것 같다. 일본인터넷업계의 거물인 라쿠텐 미키타니사장이 이끄는 신경제연맹이 주최한 행사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 트위터 창시자 잭 도시 등 쟁쟁한 인물들이 참가해 인터넷을 통한 일본갱생의 길을 논한다는 행사였던 것 같다.

MIT미디어랩소장 이토 조이치

MIT미디어랩소장 이토 조이치

그런데 이 행사를 다룬 IT미디어의 기사에서 일본인으로서 MIT미디어랩의 소장(디렉터)을 맡고 있는 이토 조이치씨의 흥미로운 발언을 접했다. “혁신을 낳기 위해서 ‘아주 이상한 사람’을 응원하자”라는 제목의 짧은 기사인데 ‘일본’을 ‘한국’으로 바꿔도 그대로 들어맞는 얘기같다. 재미있어서 전문을 아래 의역해보았다. “変な人”는 ‘이상한, 독특한, 튀는 사람’정도의 뜻으로 바꿨다.

혁신을 낳기 위해서 ‘아주 이상한 사람’을 응원하자.(원문링크)

일본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신경제서밋2013’에서 MIT미디어랩의 소장인 조이 이토씨는 “이상한 사람을 지키고, 응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사회전체를 중심부터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변방에 있는 특이한 사람을 지원해야한다. 특이한 사람에게는 대단한 가치가 있고 그런 일본인은 아주 많다. 예를 들어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세계로 나가면 대단한 사람이 된다.”

미국에서 성장한 이토씨는 일본의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범생’을 키우는 일본의 교육이 창의적인 인재를 말살하고 있다. 권위를 부정하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행동하면서 가설을 생각해 나가는 인재가 필요하다. (그렇게) Creative를 Unlock하지 않으면 안된다.”

Screen Shot 2013-04-21 at 8.48.07 PM

그런데 이 글을 읽고 나서 바로 머니투데이 유병율기자의 “싸이가 창조경제? 너무 심각한 어른들이 문제”라는 기사를 접했다.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싸이의 젠틀맨을 모범사례로 들고 나온 정부와 창의성을 말살하는 한국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다. 이 중에서 아랫 부분을 읽으며 이토씨의 말을 떠올렸다.

1년 전쯤 인터뷰에서 싸이는 한국교육에 대해 내내 분노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늘 듣던 말이 ‘산만하다. 딴 생각하지마. 잡생각 하지마’였어요. 이골이 날 정도로 혼나고 맞았죠. 지금도 그게 억울해요. 저는 산만해서, 딴생각 많이 해서, 잡생각 많이 해서, 재미있는 이상한 아이였고, 그런 게 지금 제 음악의 모든 것이 된 거에요. 산만하고 딴짓만 하는 아이가 한번 몰입하면 얼마나 무섭게 하는데, 맨날 혼만 내면 어쩌라는 거죠? 잡생각을 잡스럽게 보니까 잡생각이지, 좋게 보면 창의에요. 잡생각에서 창의가 나오고 창의가 반복되면 독창적이 되고, 독창적인 게 반복되면 독보적인 게 되는 거 아닌가요?”

어떤가 위 조이씨의 말에 나오는 ‘아주 이상한 사람’이 바로 싸이가 아닐까?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암기에 능한 모범생보다는 튀고 자기 생각이 있는 ‘이상한 학생’을 복돋워주는 교육을 먼저 만들고 실패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그런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야 제 2의 싸이가 계속 나오지 않을까.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21일 at 8:55 pm

웨이터법칙

with 19 comments

기내에서 항공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모대기업 상무가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대화제다. 기존 언론은 두리뭉실하게 몇줄만 보도했지만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서 그 임원의 실명과 항공사의 내부 대응기록(?)이 전파되면서 겉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그러다 타임라인에서 “Waiter Rule”이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싶어서 찾아보았다. (위키피디아 링크)

“If someone is nice to you but rude to the waiter, they are not a nice person.”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는 잘 대해주지만 웨이터에게는 거만하게 행동한다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이것이 소위 “웨이터법칙”이다. 사실 웨이터뿐만 아니라 호텔메이드, 경비원, 청소부 등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그들이 자신의 부하들을 어떻게 대할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적항공사 비즈니스클래스에서 일하는 항공사승무원의 경우는 우리 사회의 소위 ‘지도층인사’들을 항상 접할 텐데 정말 많은 것을 느낄 것 같다.

이 웨이터법칙을 소개한 USA투데이기사에서는 웨이터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하는 이런 사람일수록 “난 이 레스토랑을 사버리고 널 잘라버릴 수 있어”라든지, “난 이 레스토랑 주인을 잘 아는데 널 날려버릴 수 있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불행히도 이런 발언은 그의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그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가를 나타낼 뿐이다.

절친한 선배의 형수가 모항공사승무원이셨다. 하루는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는데 모대기업의 특급VIP가 체크인을 하려고 왔다. 그런데 규정을 넘어서는 가방을 기내로 체크인하겠다고 해서 규정상 안된다고 짐을 부치라고 정중히 말씀드렸단다. 그런데 내가 얼마나 대단한 고객인데 이렇게 대할 수 있냐며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밀리언마일리지카드를 두동강 내면서 떠났다고 한다. 너희 회장에게 널 자르라고 얘기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격분하던 선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런 비슷한 일들이 정말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스튜어디스룰’이라는 것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21일 at 12:47 am

짧은 생각 길게 쓰기에 게시됨

Tagged with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with 6 comments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통해 방금 알게 된 Dove의 광고캠페인이다. 지금 보고 나서 그 훌륭한 메시지에 감탄했다.

경찰에서 오래 근무했던 몽타주 전문가가 한 여성의 자신의 용모에 대한 묘사를 듣고 (실제로 보지 않고) 스케치를 한다. 그런 다음에 방금 몽타주를 그렸던 그 같은 여성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묘사를 듣고 또 하나의 스케치를 그린다. 그리고 그 본인과 함께 두개의 그림을 비교해 본다.

Screen Shot 2013-04-18 at 10.54.07 PM

놀랍게도 어느 그림이나 자신이 묘사한 자신의 모습보다 다른 사람이 묘사한 자신이 모습이 휠씬 나아보인다.

Screen Shot 2013-04-18 at 10.53.40 PM“당신은 당신이 챙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이 광고의 메시지다. 자신의 외모에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살자. 당신은 사실은 못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 파워풀한 메시지가 아닌가. 정말 멋진 광고캠페인이다.

지난 일요일 게시된 이 광고의 유튜브동영상은 5일만에 벌써 8백만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여러분들도 한번 감상해보시길. 3분.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8일 at 11:11 pm

코플리스퀘어 단상

with one comment

10개월전까지 내가 살던 곳에 폭탄테러라니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폭탄이 터진 코플리스퀘어(Copley square)는 보스턴공립도서관이 위치한 곳으로 내가 시내에 나갈때마다 즐겨가던 곳이다. 나는 보스턴도서관의 신관보다 구관쪽이 휠씬 마음에 들었었다. 참 멋진 도서관이다.

Screen Shot 2013-04-15 at 10.18.11 PM

이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이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그리고 코플리스퀘어역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올드사우스처치도 내가 좋아하는 건축물이었다. 보스턴은 미국의 도시중 보기드물게 아담하고 유럽의 향기가 흐르는 멋진 곳이다.

Screen Shot 2013-04-15 at 10.22.22 PM

마침 오늘은 Patriots’ Day였다. 매사추세츠주와 메인주에서만 휴일로 지정된 미국독립전쟁의 시초인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날이다. 새벽 6시에 렉싱턴에서 당시의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매년 보스턴마라톤이 열리는 뜻깊은 날이다. 아직도 보스턴에 살고 있었으면 나도 시내에 가족과 함께 나가서 봄나들이겸 마라톤을 구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렉싱턴 배틀그린의 동상.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렉싱턴 배틀그린의 동상.

이 멋진 코플리스퀘어거리가 오늘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니 가슴이 아플뿐이다.

위에 소개한 보스턴공립도서관과 올드사우스처치사이에서 폭탄이 터졌다.

이 분 말씀에 동감한다. 이 시대에 이 세상에서 어디가 과연 안전할까. 지난 연말 비극적인 총격사건이 일어난 커넥티컷 뉴타운도 보스턴에서 불과 2시간 거리다.

오늘 폭탄테러에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한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5일 at 11:06 pm

RIP 로저 이버트

leave a comment »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가 오늘 2013년 4월4일 세상을 떴다. 향년 70세.

2010년 2월의 에스콰이어지 커버스토리. 로저 이버트의 건강하던 옛날 모습을 기억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진은 큰 충격을 줬다.

2010년 2월의 에스콰이어지 커버스토리. 로저 이버트의 건강하던 옛날 모습을 기억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진은 큰 충격을 줬다.

내가 에스콰이어지의 The Essential Man이란 기사를 읽고 “목소리를 읽어버린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 이야기“라고 블로그에 썼던 것이 약 3년전이다.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말을 하는 재담꾼이었던 그가 암으로 아래턱을 잃고 음식도 먹을 수 없고 목소리도 잃게 됐지만 절망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글을 쓰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When I am writing, my problems become invisible, and I am the same person I always was,”

“내가 글에 몰입할 때면, 나의 장애는 사라지고, 나는 예전의 나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있다.” 에스콰이어지에 했던 이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2011년 TED에 나와서 자신이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과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목소리를 되찾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출처:로저이버트저널

출처:로저이버트저널

불과 그저께 로저 이버트는 “Leave of presense”라는 마지막 블로그포스팅을 통해 “암이 재발해서 방사선치료를 받느라고 예전처럼 영화를 많이 볼 수가 없다”며 “할 수 없이 일의 양을 줄이겠다”고 썼었다.

그는 그리고 자신이 평소 매년 2백개가량의 영화리뷰를 쓰는데 작년에는 306개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병마와 싸우면서 좀 영화평을 줄이고 암투병과 관련된 글을 좀 써볼까 한다고 블로그에 밝혔었다. 그런데 불과 이틀만에 세상을 등진 것이다.

나는 트위터로 그를 팔로우하고 그의 열정적인 트윗도 항상 봐왔기 때문에 웬지 마음이 찡하다. 소문난 리버럴인 그는 오바마를 열렬히 지지했고 총기규제 등에 대한 이슈에 대해서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왔다.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정열을 불태우는 모습이 웬지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한다. 잡스도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지막까지 수척한 모습으로 키노트이벤트를 진행하고 애플 제2캠퍼스계획을 설명하기 위해서 쿠퍼티노시의회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IP. Roger Ebert.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4일 at 4:27 pm

당신의 오피스맘은?

with 6 comments

IMG_5733

어제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다. 기사 제목은 “Who’s Your Office Mom?”. 누가 당신의 오피스맘인가?

그리고 그 아래에 실린 오피스맘의 정의는 (대충) 이렇다. 1. 당신의 생일을 기억하는 동료. 컵케익을 가져오고 ‘해피버스데이’를 가장 크게 불러주는 사람. 휴지와 밴드에이드를 상비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 2. 마치 엄마같고 터프하게 챙겨주는 나이많은 동료. (하지만 진짜 엄마와 달리 당신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3. 당신이 관심을 받으면 더 열심히 일하고 분발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멘토. (한글판WSJ 기사링크)

즉,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직장에서 동료들을 챙겨주고 도닥여주는 푸근한 왕언니 이야기다. 나는 이 기사 제목을 보자마자 전에 라이코스에서 같이 일하던 HR디렉터 다이애나를 떠올렸다.

거의 환갑이 다 된 나이지만 그녀는 약 60여명의 라이코스직원들을 정말 잘 챙겨주었다. (나는 그녀의 나이를 전혀 몰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내 생각보다 10년은 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우선 전 직원의 생일을 다 챙겼다. 매달 말이면 다음달 직원들의 한달치 생일축하카드를 사와서 나를 비롯한 임원진의 생일축하사인을 챙겨갔다. 그리고 생일 당일날 아침 일찍 해당 직원의 책상위에 축하카드를 놓아두었다. 생일날 자동으로 날아가는 이메일보다는 이런 것이 휠씬더 효과가 있다.

발렌타인데이라든지, 세인트패트릭스데이, 할로윈 등 뭐든지 기념할 만한 날이 있으면 다이애나는 미리 초콜릿이라든지 도넛 등을 준비해서 아침일찍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내놓았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피자런치를 한다든지 금요일오후에 맥주파티를 한다든지 하고 싶을때 그런 아이디어만 다이애나에게 이야기하면  열성적으로 준비하고 홍보해주었다. 비빔밥유랑단이 라이코스에 찾아오고 싶다고 했을 때도 다이애나에게 이야기하자 “그거 좋은 생각이다!”라고 일사천리로 준비해줘서 너무 고마왔다. (참조 : 라이코스를 방문한 비빔밥 유랑단)

푸근한 아줌마의 이미지라서 직원누구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다이애나에게 가서 상담을 했다. 아무리 CEO나 임원에게 와서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해도 (어려워서) 안오는 직원들이 그녀에게는 편하게 가서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했다. 직원들은 보스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니면 부당한 일을 시켰거나,  동료에게 문제가 있거나,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거나 할때 그녀에게 가서 털어놓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다이애나는 회사내부를 살피며 누가 표정이 좋지 않거나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으면 먼저 다가가 안부를 체크한다. 덕분에 다이애나는 회사안의 사정에 대해서 항상 휜하다.

사정상 수술을 받게 된 어떤 젊은 직원의 경우 부모대신 병원에 데려가서 거의 엄마처럼 보호자역할을 해준 경우도 있다. 성전환수술을 한 한 직원에 대해서 우리가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모두들 그 사실을 모른척 해달라고 회의시간에 당부를 하던 것도 기억난다. 다이애나는 “사람을 일로서 평가를 해야지 다른 업무외적인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물렁물렁하게 좋은게 좋은 식으로 일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녀만의 룰이 있다. 어떤 팀장이나 직원이 문제가 있으면 일찌감치 파악해서 당사자나 그 상관과 상담을 해서 개선방법을 조언한다. 그리고 CEO인 내게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다. 항상 내가 듣지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이야기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기술이 있다. 나의 리더쉽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해주었다.

문제가 있는 직원에게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그것을 고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정확히 피드백을 준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렇게 피드백을 줘도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반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도 다이애나는 뭐가 문제인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정확히 피드백을 주는 편이었다.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의 경우는 다이애나는 보통은 한달간의 말미를 준다. 뭐가 문제인지 피드백을 준뒤 한달뒤에 문제가 호전이 됐는지 다시 평가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이 호전이 안되면 냉정하게 해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내게 보고한다. 그리고 해고로 결정이 되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한다. (워낙 많이 해봐서 베테랑이다.)

이런 식으로 내보낸 직원도 꽤 된다. 하지만 나중에 비교적 잡음이 없는 것은 다이애나가 편파적이 아니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녀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을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기본적인 품성과 함께 오랜 HR매니저생활을 통한 경험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정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참고: 다이애나의 북마크-이상적인 인재의 조건)

어쨌든 이런 다이애나와 같은 ‘오피스맘’의 존재가 회사의 푸근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는 절대적이다. 이런 직원이 직접적인 생산성에의 기여는 적더라도 회사전체 직원들에 대한 간접적인 동기부여에의 기여는 엄청나다. 모든 직원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없으면 회사를 떠나는 인재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이런 오피스맘은 CEO가 꼭 챙겨야 한다.

어쨌든 이 기사를 보고 보스턴의 다이애나에게 기사링크를 메일로 보냈다. 그러자 날라온 답장.

“A-hothis is me! “

Written by estima7

2013년 3월 28일 at 11:15 pm

긍정적인 피드백의 힘

with 12 comments

조직에서 상사가 부하에게 주는 긍정의 피드백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존경하는 부서장의 칭찬 한마디에 고무되어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심혈을 기울여서 했던 일을 상사에게 보고했는데 잘했다는 칭찬을 담은 메일을 받고 너무 기뻐서 그 메일을 두고두고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불과 몇마디만 적혀있던 간단한 메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내 그런 경험을 떠올리며 팀원들의 열정을 복돋워주는 이메일 답장을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가능하면 꼭 팀원들의 메일에 답장을 빨리하고 간단하더라도 힘이 되는 말을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내 경험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루먼전기, “Truman”을 읽다가 공감가는 내용을 만났다. 한국전당시 국무장관이던 딘 애치슨이 나중에 회고록에서 공개한 트루만대통령에게서 받았던 메모다. 애치슨은 한국전이 발발하자마자 워싱턴에서 긴급히 가진 안보회의에서 회의를 주도하면서 한국전에 빠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해 성공시켰다. 그는 몇주뒤 트루먼에게서 아래와 같은 친필로 쓴 메모를 받는다.

트루먼대통령(왼쪽)과 딘 애치슨 국무장관(트루먼라이브러리)

트루먼대통령(왼쪽)과 딘 애치슨 국무장관(트루먼라이브러리)

7/ 11/ 50

Memo to Dean Acheson

Regarding June 24 and 25— Your initiative in immediately calling the Security Council of the U.N. on Saturday night and notifying me was the key to what followed afterwards. Had you not acted promptly in that direction we would have had to go into Korea alone. The meeting Sunday night at Blair House was the result of our action Saturday night and the results afterward show that you are a great Secretary of State and a diplomat. Your handling of the situation since has been superb. I’m sending you this for your record.

 Harry S. Truman

 1950년 7월11일

딘 애치슨에게 보내는 메모

 6월24일과 25일의 일에 관해-당신이 토요일밤에 UN안전보장이사회를 즉각 소집하고 나에게 알린 것은 그 이후 조치에 있어서 핵심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신이 그 방향으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한국에 홀로 참전했을 것입니다. 일요일밤에 블레어하우스에서 가진 미팅은 토요일밤의 조치의 결과였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당신이 훌륭한 국무장관이자 외교관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당신의 조치는 훌륭했습니다. 나는 이 메모를 당신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보냅니다.

 해리 S 트루먼.  

한국전 발발이후 애치슨의 훌륭한 대처에 대해 공로를 치하하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말로 해도 될 것을 일부러 친필 메모를 썼다. “그 상황에서 당신의 대응은 훌륭했다”고 치하하면서 “나는 이 메모를 당신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보낸다”라고 썼다.

미국의 국무장관이면 엄청나게 파워풀한 자리다. 웬만한 나라의 원수이상이다. 그런 그도 이 메모를 받고 정말 감동했던 모양이다. 트루먼전기에는 수년뒤 (아마도 대통령과 국무장관 퇴임후) 애치슨이 이 메모를 공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나와있다.

Acheson said, (this memo) well illustrated the quality of the man who “bound his lieutenants to him with unbreakable devotion.”

“이런 메모는 부하들이 굳건한 헌신을 하도록 만드는 상사의 품성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애치슨이 무조건 트루먼의 말에 받들어 충성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필요하면 부하로서 쓴 소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필요하면 트루먼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트루먼은 그런 의견을 내치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

Screen Shot 2013-03-21 at 8.56.48 AM

그렇게 두사람이 신뢰를 쌓아온 탓일까. 트루먼과 애치슨은 53년도에 각각 대통령과 국무장관직에서 퇴임하고 나서도 꾸준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았다. 미주리와 워싱턴을 꾸준히 오간 이들의 편지는 애치슨이 사망한 71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편지내용이 ‘Affection and Trust’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나오기도 했다. 직장에서 이렇게 평생 사랑과 존경, 신뢰를 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Update : 추가로 “감사합니다” 인사의 힘 뉴스페퍼민트의 포스팅도 추천하고 싶다. 하버드의 프란체스카 지노교수의 감사 피드백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한 것인데 감사의 표현을 담은 이메일을 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배이상의 동기부여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지노 교수는 감사를 표현할 기회를 놓친다는 건 조직의 리더들이 비교적 비용이 덜 들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3월 21일 at 6:07 am

오디오북 단상

with 18 comments

위스콘신의 한 도서관. 미국도서관들은 오디오북을 적극적으로 빌려준다.(사진출처:Flickr)

위스콘신의 한 도서관. 미국도서관들은 오디오북을 적극적으로 빌려준다.(사진출처:Flickr)

글을 읽는 것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텍스트를 읽는 것이 부담이 될 때가 있다. 눈도 힘들고 지친 머리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탓이다.

그럴 때 오디오북이 유용하다. 눈으로 읽는 것이 부담이 될 때 의외로 성우가 경쾌하게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책의 내용을 부담없이 귀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나는 오디오북을 즐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과 오디오북을 같이 사서 듣기도 한다. 책이 읽히지 않을때는 오디오북으로 듣고 들은 부분만큼 건너뛰고 책으로 읽는 식이다. 예전에 엄청나게 두꺼운 스티브 잡스 전기를 그런 방식으로 읽었다. (참고: 디지털시대의 책 읽기 : 스티브 잡스 전기의 경우) 돈이 좀 들긴 하지만 할인해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는 방법도 있고 그렇게라도 해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초 미국에 처음와서 오디오북을 접했는데 그때는 대부분 카세트테이프로 나와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을 축약한 Abridged버전이 주류였다. 당시엔 영어가 잘 안들렸기 때문에 그냥 영어공부 삼아 들었다. 그러다가 CD버전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질도 좋아지고 편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긴 책의 경우는 CD가 10장이 넘기 때문에 번거로왔다. 가격도 비쌌다.

내가 알기로 90년대까지는 주로 베스트셀러만 오디오북으로 나왔다. 그것도 오디오북팬들을 대상으로 Booksontape같은 회사가 회원제로 오디오북을 제작해 보급하곤 했다. 그런데 오디오북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사실 스티브 잡스의 덕이다.

Screen Shot 2013-03-06 at 10.35.19 PM

오디오북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Audible.com이란 회사가 있다. 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오디오북을 다운로드받아 디지털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초창기 이 회사는 오디오북 디지털파일을 휴대해서 들을 수 있는 기기가 적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이 회사는 아이팟의 대중적인 보급과 함께 기사회생했다. 아이팟이 초기부터 Audible파일포맷을 지원해주었고 아이튠스에서 오디오북을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3년 내가 애지중지하던 아이리버MP3플레이어를 포기하고 아이팟으로 갈아탄 이유도 Audible 오디오북을 아이팟에서 재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난 Audible은 꾸준히 성장해 2008년에 3억불에 아마존에 인수됐고 지금까지 성업중이다. (난 12년째 유료회원이다.) Audible에는 10만권이 넘는 오디오북타이틀이 있다고 한다.

Audible의 아이폰앱화면. 앱에서 구매한 오디오북을 다운받아서 바로 들을 수 있다. 많이 들으면 마치 게임처럼 배지를 준다.

Audible의 아이폰앱화면. 앱에서 구매한 오디오북을 다운받아서 바로 들을 수 있다. 많이 들으면 마치 게임처럼 배지를 준다.

어쨌든 아이폰을 위시로 한 스마트폰의 대중화 덕분에 미국의 오디오북시장은 완전히 자리잡았다. 미국의 오디오북시장규모는 약 1조원가량된다고 한다. 이제는 상상할 수 없이 긴 책도 축약없는 Unabridged버전으로 나온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해리 트루먼 전기는 총 54시간분량이다. 요즘 웬만한 책은 모두 오디오북버전이 (전자책버전과 함께) 같이 발매된다.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오디오북을 다운로드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오디오북이 더욱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긴 운전을 많이 하는 미국인들에게 오디오북은 좋은 길동무가 된다. 내가 아는 미국 분은 LA남부의 오렌지카운티에서 LA인근 글렌데일까지 교통상황에 따라 편도 1시간에서 2시간이 걸리는 길을 수십년간 출퇴근했다. 그 분이 그 긴 통근길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디오북 덕분이었다. 차 트렁크에 오디오북CD를 가득 넣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원하는 책을 들으셨다.

또 한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 건너 마린카운티로 출퇴근하는 분과 식사를 한 일이 있는데 그 분도 항상 오디오북을 듣는다고 했다. 그 분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남아있다. “집에 도착해도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은 적이 많아요. 오디오북 스토리에 푹 빠져서 중단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나는 오디오북을 오래 즐겨왔지만 지금도 영어로 듣는 책 내용이 100%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두리뭉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구나”하고 넘어갈 때도 많다. 조금만 딴 생각을 하면 스토리를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흥미로운 책을 접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래도 덕분에 영어가 많이 늘기도 했다.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오디오북을 듣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요즘은 머리가 많이 지쳤는지 한글로 된 책을 제대로 읽기도 힘들다. 진도가 잘 안나간다. 읽고 싶은 화제의 신간이 많은데도 말이다. 이럴 때 성우가 멋진 목소리로 책 내용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이 글을 써봤다.

(요즘은 책의 저자나 유명배우들이 읽어주는 오디오북도 많다. 위는 앤 해서웨이가 읽은 오즈의 마법사)

Written by estima7

2013년 3월 6일 at 10:4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