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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를 닮은 나사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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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올림픽 중계를 제쳐놓고 본 실황중계가 있었다.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큐리오시티 화성탐사선의 화성 착륙 중계였다. 시속 1600㎞의 무서운 속도로 화성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900㎏의 탐사선을 낙하산에 이어 로켓 분사력으로 감속시켜 안전하게 착륙시킨다는 어려운 임무도 그렇거니와 그 과정을 ‘7분간의 테러’라고 명명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나사의 홍보감각도 칭찬해주고 싶었다.

아담 스텔츠너 (CBS뉴스화면캡처)

아담 스텔츠너 (CBS뉴스화면캡처)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눈길을 끈 것은 방송에 등장한 독특한 나사 엔지니어의 모습이었다. 이 어려운 임무를 지휘하는 리더로 나오는 이 엔지니어는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듯이 머리에 기름을 발라 빗어 올리고 구레나룻을 기른 외모의 사나이였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공붓벌레 스타일의 천재 엔지니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어쩐지 범상치 않아 보여 이 사람에 대해서 찾아봤다. 그는 나사의 선임엔지니어인 애덤 스텔츠너였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음은 언론 보도와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부유한 가정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별로 똑똑하지 못한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친아버지에게서 “넌 막노동꾼 이상은 될 수 없을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부모가 얼마나 그에게 실망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고교 때는 기하학에서 F플러스(+)로 간신히 낙제를 면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두 번이나 계속 수준 미달의 결과를 가져오는 그를 담당 교사가 다시 보기 싫어서 그냥 플러스를 붙여 통과시켜 준 것이라고 한다. 공부 대신 그는 고교 시절 섹스, 마약, 로큰롤에 탐닉했다. 당연히 고교 졸업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클럽밴드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록스타가 되는 것을 꿈꿨다.

그렇게 생활하던 그는 어느 날 클럽에서 연주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가다가 밤하늘을 보고 별의 위치가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별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그는 커뮤니티칼리지에 들어가 천문학 강좌를 수강하려고 했다. 그런데 천문학을 듣기 위해서는 먼저 물리학 강좌를 이수해야 했다. 물리학 수업 첫번째 시간에 접한 공식을 통해 그는 자연현상의 법칙을 연구하는 이 학문이 그가 원하던 것임을 알게 됐다. 그는 “나는 나의 종교를 찾아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듬해 그는 음악을 완전히 접고 공부에 몰두해 결국 UC데이비스에 진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런 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석사,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다음 나사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0년 동안 큐리오시티 탐사선 프로젝트에서 화성 착륙 시스템의 디자인 및 실행 작업을 지휘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는 멋지게 성공시켰다.

스텔츠너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 보면서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또 천재는 꼭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평생 ‘동기부여’를 해줄 대상을 찾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를 찾아낸 스텔츠너가 무인탐사선의 화성 착륙이라는 전인미답의 일을 성취해낼 수 있었던 이유다.

명문대 입학만을 목표로 하는 암기형 공붓벌레 영재들을 키워내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참교육’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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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14일자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으로 기고한 글이다. 사실 CBS뉴스에서 접한 아담 스텔츠너의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동해서 찾아봤었다. 그리고 가볍게 ‘쿨한 나사엔지니어들’이란 블로그포스팅을 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칼럼용으로 조금더 가다듬어서 한겨레신문에 기고(라고 쓰고 재탕이라고 읽는다)한 것이다. 세상엔 참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4일 at 8:47 pm

아시안이 점령한 잡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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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실리콘밸리로 이사 온 지 두 달이 지났다. 비록 같은 나라 안이긴 하지만 동부에서 서부로 옮긴다는 것은 마치 다른 나라로 이주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전에 살던 보스턴의 교외지역은 백인이 주류인 유서깊은 곳이었다. 중국인, 인도인 등 아시안 인구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백인이 90% 가까운 인구를 점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백인들 사이에 끼여 소수자로 사는 것에 익숙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지역의 중심에 있는, 우리 가족이 자리잡은 쿠퍼티노는 그 반대다. 이곳은 아시안이 주인인 곳이다. 인도계와 중국계가 점령한 쿠퍼티노에선 백인들을 보기가 힘들다. 우리 애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중학교에는 한 반에 백인 학생이 1~2명밖에 없을 정도다. 그들마저 인도·중국계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얼마 전 지인의 초대로 그분이 다니는 반도체회사의 야유회에 간 일이 있다. 행사에 온 직원들 대부분이 아시안 등 비백인이었다. 백인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 보일 정도였다. 말레이시아계 화교가 창업한 회사라서 그런지 더더욱 아시안이 많고 백인은 마케팅이나 재무 부서에 좀 있는 정도라는 설명을 들었다. 전세계에 직원이 수천명인 수조원 가치의 회사가 그렇다.

집 근처에는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일본·인도·중국·아랍식 식료품 슈퍼가 있고, 차로 5분 거리에 한국 슈퍼가 있다. 각 민족의 인기식당에 갈 때면 중국, 인도, 일본 등에 가 있는 느낌이 난다.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본사입구.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본사입구.

쿠퍼티노는 애플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스티브 잡스가 쿠퍼티노의 홈스테드고교를 졸업하던 72년에는 거의 100% 백인만이 살던 동네였다. 잡스와 애플의 고향이 이렇게 아시안들에게 점령이 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인텔, 에이치피(HP), 시스코시스템스 등 글로벌 아이티(IT) 기업과 구글·페이스북 등 새로운 인터넷 강자들의 보금자리인 실리콘밸리는 미국 경제의 희망이다.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구원자이기도 하다. 그런 이곳이 아시안의 힘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 유입된 히스패닉 이민과 달리 대개 석·박사급의 고급인력인 아시안들은 이곳 기업들의 연구개발 분야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는 백인 엔지니어를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다.

유시(UC)버클리의 교수인 비벡 와드와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중 이민자가 창업한 비율은 52%에 달한다.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혁신의 힘이 이민자에게서 나온다는 증거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비결을 열대우림의 생태시스템에 비유해 분석해낸 ‘레인포레스트’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벤처캐피털리스트 빅터 황은 ‘왜 실리콘밸리는 계속해서 혁신을 이어나가는데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한가?’라는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열대우림의 다양한 잡초에서 억센 생명력이 나오는 것처럼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교류가 일어나면서 가장 큰 경제적 효과가 나온다고 설명한다. 또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피부색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관습과 문화를 뛰어넘어 열린 마음으로 서로 신뢰하고 일하는 곳이 실리콘밸리라고 한다. 이종 간의 협업과 실험을 통해 기발한 혁신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와서 살면서 이 지역의 다양성과 외부인에 대한 포용력에 새삼스레 감탄했다. 다문화에 대한 이런 관용과 포용력이 없이는 인재 부족으로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참, 항상 청명하고 쾌적한, 축복받은 날씨가 진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스티브 잡스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애플제2캠퍼스계획을 쿠퍼티노시의회에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그 공청회가 열렸던 장소.

스티브 잡스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애플제2캠퍼스계획을 쿠퍼티노시의회에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그 공청회가 열렸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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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2년 9월4일자로 기고했던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 기록을 위해서 블로그에 다시 옮긴다.

처음 쿠퍼티노에 가서 예상과 달리 도서관, 상점 등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 인도인이라는 것을 보고 “이곳이 애플의 본사가 있는 곳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일에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백인들은 자세히보면 애플직원이고 실제 주민들은 대부분 아시안이다. 학교에 가서 애들 학부모들과 이야기해보면 거의 획일화되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거의 대부분 IT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다들 어딘가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사람들이다. 사실 쿠퍼티노뿐만이 아니고 실리콘밸리 전체가 이렇게 변모해가고 있다. 내가 버클리에 다니던 10년전보다도 휠씬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이처럼 이방인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이 실리콘밸리다. 이방인들이, 특히 각국의 인재들이 와서 살고 싶게 만드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으뜸 경쟁력이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4일 at 8:26 pm

프로야구 선수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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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저녁모임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실리콘밸리 연수를 온 대학원생들을 만나는 자리였는데 스탠퍼드대에서 유학중인 공대 학생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학생들의 전공이 모두 전산학(컴퓨터과학)이었다는 점이다. “요즘 한국 학생들은 모두 전산 전공으로 몰린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기입니다”라고 그중 한 학생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에서는 공대와 전산학이 별로 인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요…”라고 토를 달았다. (참고 : [위기의 한국 SW 산업] 명문대 나와도 SW개발자는 시간급 인생…”장가가기도 힘들어” -조선일보 2011)

미국에서 전산학의 인기는 통계가 뒷받침한다. 스탠퍼드대에서 지난해 전산학 전공 학생은 220명으로 가장 많았던 2000년의 등록 인원보다도 25%가 더 많다고 한다. (참고: 스탠포드엔지니어링뉴스) 스탠퍼드대뿐만이 아니고 미국 대학 전반적으로 전산학이 인기를 얻고 있다. 높은 실업률 속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최고의 유망직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커리어캐스트. 2012년의 Best Job랭킹.

사진 출처 : 커리어캐스트. 2012년의 Best Job랭킹.

실제로 미국의 각종 직업 관련 조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유망직업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도전적인 직업인데다 나이를 먹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프트웨어가 첨단기술 회사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거의 모든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되면서 시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탠퍼드 학생들을 만난 이야기를 트위터에서 전하자 @doniikim님은 “우리나라와는 반대네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도 미달까지는 아니지만 매 학기마다 자퇴생들이 많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한국도 정보기술(IT) 강국의 반열에 드는 나라인데 왜 미국과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양국의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오래 일한 일본의 벤처기업가 나카지마 사토시는 “미국의 아이티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프로야구 선수 같은 존재”라고 비유한 바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터넷업체인 넷플릭스를 방문한 블로거 김동주씨는 “넷플릭스의 엔지니어들을 프로야구 스타플레이어처럼 대우하는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단은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스타플레이어에게는 그에 맞는 최상의 대우를 한다. 이처럼 회사도 뛰어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프로야구 선수 같은 대우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소프트웨어산업은 개인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분야이고 그렇기 때문에 개인을 예술가처럼 대접해줘야 한다는 철학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소프트웨어산업을 일종의 건설산업처럼 대한다. 대기업이나 정부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 대형 아이티 회사에 맡긴다. 대형 아이티 회사는 이런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작은 하청소프트웨어업체에 또 맡긴다. 하청업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납품 날짜까지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매달린다. 개인의 실력 차이를 인정하기는커녕 비용은 국가가 정한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를 기준으로 경력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진다. 단가가 높은 나이 많은 엔지니어는 관리자가 되지 못하면 밀려나야 한다. 이런 풍토에서 똑똑한 젊은이들이 전산학을 선택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최고와 평범한 엔지니어는 100배의 실력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그가 창의적 인재를 뽑기 위해 들이는 노력에 대해 설명한 바가 있다. 우리 인재들이 전산학, 더 나아가 이공계에 매력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재를 우대하는 문화와 제도를 우선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몇 안 되는 인재들마저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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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24일자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이다. 썼던 글을 정리하다가 빠진 것을 알고 블로그에 백업했다.

이 글은 2010년에 “일본에서 아이폰같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제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썼던 블로그포스팅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일본의 나카지마 사토시씨의 글을 읽고 공감이 되서 내용을 소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소개한지 몇년지난 지금에도 한국의 사정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듯 싶다. 능력있는 소프트웨어엔지니어들은 여전히 해외에서 일을 하는 것을 꿈꾼다.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와서 미국으로 전직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자문을 구한 엔지니어들도 몇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공학과정으로 이름난 미국의 한 대학 학부과정에 다니는 아는 한인학생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학생은 최근 2년간 두번의 여름방학 인턴을 미국의 인터넷기업과 한국의 IT대기업에서 각각 했다. 이번 여름에 또 섬머인턴자리를 구하는 이 학생과 한번 통화했는데 “한국에서 엔지니어생활을 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탑다운방식에다가 조직의 부속품처럼 시키는 일만 해야하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문화가 답답하게 여겨졌다는 것이다.

활발한 창업, 성공, 재창업이 이뤄지는 벤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엔지니어풀이 밑거름이 되야한다. 그러니까 이런 인력을 잘 양성하고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복돋워주는 정책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위 칼럼에 썼던 것처럼 몇 안되는 인재들마저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갈까봐 우려스럽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4일 at 2:24 pm

“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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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을 읽는데 이런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버지니아비치의 한 컵케이크집 주인이 고객의 주문을 받는 10명의 종업원을 태블릿컴퓨터를 이용한 무인주문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는 종업원에게 시간당 7.25달러를 주고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로 최저임금이 9달러로 올라갈 경우 채산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라는 것이다.

보스턴의 파네라브레드 매장에 있는 아이패드 주문시스템. 주문하고 카드로 결제하고 오른쪽의 번호 페이저를 가져가면 된다.

보스턴의 파네라브레드 매장에 있는 아이패드 주문시스템. 주문하고 카드로 결제하고 오른쪽의 번호 페이저를 가져가면 된다.

 이 기사를 보자 얼마 전 보스턴의 파네라브레드라는 빵집에 갔던 일이 기억났다. 오랜만에 가본 그 가게엔 사람이 주문을 받는 계산대가 절반 이하로 줄고 그 자리에 아이패드를 이용한 주문시스템이 대신 자리잡고 있었다. 화면 위의 음식 사진을 눌러 주문하고 신용카드를 긋고 번호표를 받아가면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준다. 생각보다 사용이 간편했다.

The Golden Gate Bridge Toll Plaza (photo by Isabel Angell)

The Golden Gate Bridge Toll Plaza (photo by Isabel Angell)

 지난주에는 또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요금징수소의 직원을 모두 없애고 완전 무인화된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카메라가 차량번호판을 촬영해 자동으로 차 주인에게 요금청구서를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금문교는 이렇게 해서 향후 8년간 1600만달러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수십년간 일하던 일터를 잃게 된 요금징수원의 아쉬움과 함께 이런 무인징수시스템이 머지않아 미국의 모든 유료도로와 교량에도 적용될 것 같다는 전망이 뒤따랐다.

지난해 8월 우연히 101고속도로에서 만난 구글의 무인자동차.

지난해 8월 우연히 101고속도로에서 만난 구글의 무인자동차.

 심지어 뉴스에 따르면 햄버거고기를 뒤집는 로봇도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한다.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에 구입할 수 있는 로봇이 인간이 하는 단순한 일을 대체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실리콘밸리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를 만나기도 한다. 일정 속도로 안정감 있게 주행하는 그 차를 보면 앞으로 버스나 택시운전사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http://www.youtube.com/watch?v=rjPFqkFyrOY

<위 동영상에 나오는 백스터같은 로봇이 바로 햄버거고기를 뒤집는 로봇으로 개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 중국 공장을 위협하는 로봇, 백스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컴퓨터로 인한 자동화와 급속히 발전하는 로봇기술이 인간을 단순작업에서 해방시켜줌과 동시에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스마트 기기 혁명과 함께 인간이 인간과 대면하고 대화할 기회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점이나 음식점에 갔을 때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고 안부를 나눌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상점에 설치된 태블릿컴퓨터가 당신을 맞아줄 것이다. 카메라로 당신의 얼굴을 인식해 인공음성으로 이름을 불러주고 당신이 선호하는 메뉴를 알아서 추천해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을 앞에 놓고도 스마트폰 화면과 대화하는 것을 더 편해하는 요즘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세상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기계와 대화하는 것은 즐기면서 인간과 직접 대면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앞으로 올 수십년 뒤의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까. 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더욱 편안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일까? 디지털혁명이 가져온 혁신을 즐기며 신봉해온 나였지만 요즘은 인터넷, 휴대전화 없이도 잘 살았던 수십년 전을 돌아보면서 혁신과잉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 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일자리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으며 인간은 더는 인간과 대화하지 않는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의 인간으로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계가 하지 못하는 비판적 사고능력을 키우며 역설적으로 인간과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래를 대비해 단순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교육의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

/2013년 4월2일자 한겨레지면에 실린 칼럼입니다.

Update: 위 칼럼에 나온 무인화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6월초에 통과할 일이 생겼다. 그리고 열흘만에 6불 요금고지서를 우편으로 받아서 온라인으로 크레디트카드로 납부. 정말 귀찮았다. 얼마나 인건비 절약한다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

Screen Shot 2013-06-28 at 11.11.58 AM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2일 at 10:46 pm

사바스에서 길러지는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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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올드시티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유대인들.

예루살렘의 올드시티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유대인들.

예전에 이스라엘 사람과 일한 적이 있다. 그는 유대교를 독실하게 믿는 사람이었다. 반면 나는 이스라엘이나 유대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평소에는 밤늦게라도 이메일이나 전화에 바로바로 응답을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이 사람이 금요일 오후부터는 매번 연락두절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토요일 저녁이 되면 비로소 답장이 왔다. 처음에는 급한 일로 연락했는데 간단한 질문에도 답을 안 해주니 섭섭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유를 알고 보니 그는 유대교의 안식일인 ‘사바스’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 시간 동안은 일을 해서도 안 되고 전화나 컴퓨터를 써도 안 되기 때문에 당연히 이메일을 읽고 답장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철저하게 쉬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부터는 안식일에는 그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일주일에 하루 일을 멀리하는 그가 그리 부럽지 않았다. 오히려 쓸데없는 구속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강제로라도 그런 안식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너무나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산다. 아침 일찍 조찬모임에 가거나 학원에 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야근도 다반사다. 그리고 또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한잔을 한다. 주말은 주말대로 등산·골프 등 취미활동에 바쁘다. 놀러 가는 것도 무슨 전투를 치르듯이 한다. 아이들도 부모와 마찬가지로 바쁜 일정 속에서 산다.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고, 주말에도 과외활동을 하기에 바쁘다. 한마디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열심히 사는 한국인들이 요즘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만났다. 덕분에 예전보다도 더 바쁘게 산다. 머리가 쉴 새가 없다. 남들을 따라가려면 유행하는 게임도 열심히 해야 한다. 쉴새없이 울리는 카톡메시지에도 답을 해야 인간관계가 유지된다. 인기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고 봐줘야 한다. 지하철을 타보면 온 국민이 스마트폰 화면에 머리를 박고 있는 듯싶다. 스마트폰은 바쁜 생활을 더욱 ‘스마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이제 우리에게 멍하니 있는 자투리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덕분에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조용한 아침이나 한가로운 주말도 없는 삶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 뉴욕에서 독실한 유대교 신자인 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컴퓨터프로그래머다. 그런 그도 안식일은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전화·컴퓨터는 건드리지도 않는단다. 그럼 주로 뭐 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철저하게 쉰다. 독서를 하고, 가족·친구와 대화하고, 사색을 많이 한다. 정말 머리를 식히기에 좋다”고 한다.

 삶을 열정적으로 바쁘게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처럼 여유롭게 사색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유대인들을 접하면서 그들이 얼마 안 되는 인구인데도 인류에 큰 족적을 남긴 수많은 창의적인 인물을 배출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면서 토론하고 사색하는 습관도 그들의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우격다짐으로 쥐어짠다고 창의적인 생각이나 혁신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유대인의 안식일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쉬면서 사색하고 대화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 창의력을 키우는 원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주일에 몇 시간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습관을 만들어보자.

2013년 3월12일자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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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무슨 내용으로 한겨레칼럼을 쓸까 고민하다가 유대인의 사밧(Sabbath), 즉 안식일과 관련해 써봤다. (원래 ‘사밧’이라고 써서 칼럼을 보냈는데 ‘사바스’로 고쳐져서 나왔다. 뭐 미국에서는 ‘사밧’이라고 발음하지만…) 어쨌든 이스라엘인과 유대인을 접하면서 이런 안식일을 갖는 전통이 그들의 생각의 깊이와 창의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평소 생각했었다. 물론 일반화는 위험하다. 많은 이스라엘인과 미국의 유대인들은 그다지 ‘종교적’이지 않다. 내가 위에 소개한 사람들처럼 안식일의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안식일에 그냥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민족과 비교할때 유대인은 안식일을 조용히 보내고 특히 사밧의 저녁은 모든 것을 끄고 가족과 함께 대화하는 만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이처럼 쉬면서 사색하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각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요즘 한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모두들 너무 바쁘게 산다. 이제는 조금있는 여유시간도 스마트폰과 보내면서 머리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카톡메시지에 답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보면 ‘스마트폰의 노예’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다들 너무 부지런해서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어 보인다. 다들 열심히는 사는 것은 좋은데 이야기를 해보면 의외로 생각의 폭이 넓지 않고,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도 많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학창시절 암기식 교육으로 자기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는데 사회에 나와서도 시키는 일만하고 남들 따라가느라 바쁘다보니 ‘내 생각’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의 경우 그래도 4년전 미국에 와서 살게 된 것이 나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보다는 삶의 속도가 한 템포 느린 미국에서 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블로그를 쓸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까 의문이다.

내가 4년전 라이코스CEO로 갈 때 절친한 미국인 CEO분에게 조언을 구한 일이 있다. 그 분이 해준 조언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몇시간은 외부 미팅이나 전화 등을 완전히 블락하고 자신의 시간으로 갖도록 해라. CEO가 너무 바쁘면 안된다. 일주일에 한번은 지금 상황을 냉정히 돌아보고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일부러 그런 시간을 꼭 만들어야 한다.” 참 귀중한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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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2일 at 11:1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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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혁신, 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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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창업국가이자 혁신이 넘치는 나라는 누가 뭐래도 미국이다.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미국의 혁신은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혁신기업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인류의 생활양식까지 바꾸는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이처럼 독창적인 스타트업이 넘쳐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창의성을 북돋우는 교육에서부터 기발한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그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주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 살면서 이런 혁신문화의 밑거름은 활발한 출판문화가 제공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국의 서점에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시각을 담은 책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온다는 것이다. 사회현상을 남다르게 바라보고 깊이있게 연구한 지식인들의 책이 신간 진열대를 가득 채운다. 매달 새로운 경영이론서는 물론 현직 대통령을 분석해서 쓴 정치분석서들이 계속 나오고, 어떤 인물의 일생을 연구한 흥미로운 전기들이 연이어 출판된다. 추리, 판타지, 로맨스, 과학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오락물도 계속 나온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찬이 계속 펼쳐지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재능 있는 잠재 작가들을 열심히 발굴해내어 큰돈을 투자한다. 블로그 등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찾아낸다. 저명한 작가들과는 장기계약으로 유대관계를 강화한다. 정성 들여 만들어낸 책은 적극적으로 마케팅한다. 책 한권 한권을 만드는 것이 일종의 벤처투자다.

 언론들도 좋은 책을 띄우기 위해 노력한다. 화제의 책이 나오면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잡지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저자를 초대해 책을 소개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지면을 크게 할애해 책의 핵심내용을 그대로 발췌해 소개하는 일도 잦다.

 전국의 기업, 학교, 도서관 등에서도 수시로 저자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강연회 내용은 인터넷으로 모두 공개된다. 엄청나게 바쁘게 활동하는 교수나 언론인들도 짬을 내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내어 대중들과 소통한다. 꼭 명문대 출신 교수가 쓴 책이 아니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으면 팔린다. 좋은 책을 꾸준히 사주는 두터운 독자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린스타트업 한글판표지와 에릭 리스

린스타트업 한글판표지와 에릭 리스

 얼마 전 <린 스타트업>이란 책의 저자인 에릭 리스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다. 그가 5년 전 다니던 스타트업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모색할 당시만 해도 그는 29살의 무명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그가 당시 남들과 달랐던 것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새로운 경영이론을 고안해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끊임없이 블로그로 소통하면서 벤처커뮤니티의 호응을 얻은 그는 여기저기서 강연을 통해 그 이론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판사의 도움으로 2011년에 <린 스타트업>이란 책을 출판해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명사가 됐다. 그의 경영이론은 이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 미국 정부까지 가져다 적용하고 있다. 그는 명문대 박사학위 소지자도 아니고 성공한 벤처기업인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참고:린스타트업의 에릭 리스 인터뷰 후기)

 이런 독창적인 책이 풍부한 미국의 출판문화를 보면서 치유(힐링)와 자기계발서에 지나치게 쏠린 한국의 독서문화를 우려한다. 외국 번역서가 많이 팔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저자의 유명세나 간판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과연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하버드대 교수가 아니고 미국의 덜 알려진 대학교수였다고 하더라도 정의론이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팔렸을까?

 책 문화에는 그 사회의 모습이 투영된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좀더 다양한 분야의 독창적인 생각을 담은 책들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2월19일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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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쓴 이유가 있다. 무조건 미국이 낫고 한국이 후지다고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난 4년간 미국에 살면서 느껴왔던 점을 쓴 것이다.

특히 지난해  <인사이드애플>을 번역해 내고 나서 한동안 미국에서 출간된 책중에 한국에 번역해서 낼 만한 책이 또 있는지 흥미를 가지고 살펴봤었다. 그래서 출판사도 도와줄 겸 미국의 서점에 가면 평소보다 더 자세히 신간을 보고 책 내용을 파악했다.(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책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NYT, WSJ 등의 북리뷰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정말 책이 많이 나오고 내용도 깊이가 있는 책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쉽게 쓰고 쉽게 읽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사회현상을 깊게 고찰하고 취재해서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정리해서 독창적으로 써낸 책이 많다는 것이다.

매주 일요일에 발간되는 뉴욕타임즈북리뷰. 26페이지. 1896년에 시작되어 117년의 역사. 매주 배달되어 오는 750~1천권의 책중에서 20~30권을 선택해 리뷰한다고.

매주 일요일에 발간되는 뉴욕타임즈북리뷰. 26페이지. 1896년에 시작되어 117년의 역사. 매주 배달되어 오는 750~1천권의 책중에서 20~30권을 선택해 리뷰한다고.

그리고 언론이 정말 열심히 책을 소개한다. 뉴욕의 대형출판사들의 로비력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단 일요일에 나오는 NYT 북리뷰섹션은 웬만한 잡지 한권 분량이다. 꼭 북섹션에서만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주말판 신문에서는 적극적으로 좋은 책의 내용을 발췌해서 소개한다. 그리고 이런 책소개가 가끔씩 뜨거운 논쟁을 부르며 사회적 담론을 형성한다.

사진출처 Chinese Grandma.

사진출처 Chinese Grandma.

예를 들어 2011년 1월에 예일대교수 에이미 추아는 WSJ 토요판 섹션 머릿기사로 “왜 중국엄마는 더 뛰어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며칠후면 출판되는 자신의 책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의 핵심내용을 발췌해 실은 엄청나게 긴 내용이었다. 이 기고에는 거의 9천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을 정도로 미국내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렀다. 이 글은 거의 2주간 WSJ의 페이지뷰 1위를 했고 모든 언론에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음은 물론이다.

TV나 라디오에서도 책을 열심히 소개한다. 저자를 초대하거나 전화로 연결해서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CBS This Morning이라는 모닝쇼에서는 매일아침 CTM Reads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화제의 신간저자를 초청해 책의 내용에 대한 대담을 나눈다.

CBS This Morning의 CTM Reads코너.

CBS This Morning의 CTM Reads코너

책을 낸 저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면서 북투어를 한다. 미국전역의 기업, 도서관, 학교 등에서 초청을 한다. 출판사가 섭외를 해서 대형서점에서도 강연회를 갖고 사인회를 갖는다. 내가 번역을 한 <인사이드애플>의 저자 아담 라신스키는 책을 낸지 일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북투어와 책관련 강연을 하러다닌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매주 다양한 책의 저자들을 구글캠퍼스에 불러서 Authors@Google이라는 강연행사를 갖고 이 내용을 모두 유튜브에 공개한다. 위 동영상은 구글에서 가진 아담 라신스키의 강연이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그의 인사이드애플 관련 강연이 수십개가 검색된다. 웬만한 유명저자는 거의 다 구글에 들러서 강연을 했고 그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있다고 보면 된다. (검색해보세요.)

린스타트업의 에릭 리스 인터뷰후기에도 썼지만 독특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분석한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책들이 새로운 혁신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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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500 Startup이라는 벤처인큐베이터의 CEO David McClure의 발표에서 본 슬라이드다. 그는 자신의 펀드자금을 몇몇 유망 스타트업에 몰아서 투자하는 것보다 수없이 작게 쪼개서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그의 방법론을 Venture Capital 2.0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개선하고 작은 실험을 반복하는 그런 방법론을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이나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같은 책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반디앤루니스서점의 베스트셀러서가

반디앤루니스서점의 베스트셀러서가

그래서 그런 미국의 출판문화와 비교해서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너무 산문집이나 자기계발서, 힐링서적 위주로 베스트셀러랭킹이 매겨지는 우리 출판문화가 좀 아쉬웠다. 한겨레칼럼은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서 써본 글이었다.

출판사는 독창적이고 깊은 내용을 다룬 책을 많이 내놓고, 언론은 다양한 책을 열심히 소개하고, 독자들은 그런 좋은 책을 많이 사서 읽고 즐기는 그런 출판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자리잡기를 바란다.

책값이 아깝다고 하기에 앞서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떤 훌륭한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데 있어 돈 1만원~2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거의 거져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

Written by estima7

2013년 2월 24일 at 3:25 am

총기에 찌든 미국, 이번엔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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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면서도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 미국인들의 총기소유에 대한 관대함이다. 한발 더 나아가 보수적인 미국인들은 총기소유를 종교적인 신념처럼 떠받들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인명사고는 그야말로 일상다반사다. 몇 명 정도 사망으로는 전국 뉴스에서 짧게 다뤄지기도 어렵다. 브래디 캠페인이란 단체에서 작성한 2005년 이후 3명 이상 사상자를 낸 총기사고 목록은 장장 64쪽에 달할 정도다. 너무 자주 일어나서 이제는 다들 무감각해진 것이다.

 하지만 2011년 애리조나 투손에서 일어난 국회의원 기퍼즈 저격사건과 2012년 7월 콜로라도 오로라의 심야극장 총기난사사건은 거의 몇주간 미국을 뒤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대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총기규제 이야기는 잠시 거론되다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한국 같았으면 이런 사건이 한번만 발생했어도 강력한 총기규제법안이 즉각 입안되는 등 난리가 났을 텐데 외국인으로서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의 샌디훅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로 6~7살의 어린 영혼 20명과 어른 8명이 한꺼번에 세상을 등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후 잠시 자숙하는 듯하던 미국총기협회(NRA)는 기자회견을 통해 “총을 든 악인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착한 사람들이 총을 들어야 한다”며 미국의 모든 학교에 총을 든 경비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궤변을 일삼고 있다. 또 오히려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나서 뉴스가 되면 될수록 총기와 총알은 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총기규제가 발효되기 전에 미리 총기를 구입해두려는 대중의 심리 때문이다.

 총기규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총기소유 옹호론자들은 “총기소유는 수정헌법 제2조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것이다. 또 미국의 내 지인들은 집안 대대로 총을 물려받아 왔으며 사냥이나 스포츠용으로, 그리고 호신용으로 총기소유가 일반화된 미국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

<오바마는 자신의 딸들을 총기를 든 경호원을 통해 보호하면서 왜 미국인들은 총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느냐며 위선자라고 공격하는 NRA홍보비디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 총이 없는 가정보다 더 위험하다. 의도치 않게 그 총기가 자녀나 제3자의 손에 들어가면서 우발적인 사고가 나거나 자살의 도구로 이용되곤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얼마 전 뉴욕에서는 8살짜리 초등학생이 몰래 엄마의 권총을 가지고 학교에 등교해서 난리가 난 일도 있다.

 더구나 수십발 연속발사가 가능한 기관총 등의 첨단무기가 대량으로 판매되면서 총기사고의 인명피해 규모도 더 확대되고 있다. 도대체 호신용으로, 사냥용으로 왜 자동기관총이 필요할까. 10연발 이상의 탄창이 왜 필요할까. 그리고 모두가 호신용으로 총을 소지해야 한다면 우리는 학교에서도, 극장에서도, 식당에서도, 어디에서나 모두 총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상은 안전하기는커녕 더 위험해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려고 요즘 미국의 교사들은 총기 사용 및 대응 방법을 익히는 모의군사훈련을 받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건 거의 전시상황이다.

Screen Shot 2013-01-28 at 11.18.08 PM

CBS뉴스캡처

 다행히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야말로 총기규제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157가지 반자동 총기와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을 규제하는 법안을 막 발의했다.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에 따르면 샌디훅초등학교의 비극 이후 겨우 한달 반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망자는 1300명이 된다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미국이 이런 비극의 악순환을 끝내기를 기대한다.

/1월29일자 한겨레신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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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8일 at 11:2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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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과 한국드라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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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10년 전 미국유학 시절 친하게 지내던 이웃 아저씨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서 다녀왔다. 50대 백인 아저씨 몇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요즘 인기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화제에 올랐다. “너무 멋지고 흥겨운 곡”이란 대답에, 내친김에 그럼 한국 드라마도 본 일이 있느냐는 질문을 해봤다.

약 일년여전 넷플릭스에 입성한 겨울연가.

약 일년여전 넷플릭스에 입성한 겨울연가.

그러자 다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 분은 “<겨울연가>를 감동적으로 봤고, 몇몇 드라마를 거쳐 지금은 <마이더스>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나도 잘 모르는 드라마 제목을 열거해 좀 당황했다. 티브이 없이 컴퓨터로만 티브이 프로그램을 본다는 또다른 분은 “요즘 <페이스>(신의)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항상 외국인들에게 권하는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을 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다. 그러자 “그건 3년 전에 벌써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그 긴 드라마에 푹 빠져 한번에 12시간을 내리 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훌루의 한국드라마코너에 있는 신의(Faith)

훌루의 한국드라마코너에 있는 신의(Faith)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내 아시안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지는 좀 되었다. 하지만 문화적 배경이 많이 다른 주류 백인층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못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라고 절친한 미국 지인들에게 DVD를 선물한 일도 있지만, 볼만한 콘텐츠가 넘치는 땅에 사는 그들이 한국 콘텐츠에 호기심을 갖게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한국 콘텐츠가 미국 주류층에 퍼지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인터넷의 힘이다. 미국 청소년은 이제 라디오보다 유튜브로 더 많이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유튜브 덕분에 케이팝이 미국 젊은층에 급속히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보스턴 교외의 중학교에 다니던 우리 아들은 백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친구의 누나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알고 보니 유튜브를 통해 한국 노래를 접하게 됐고, 더 나아가 한국 드라마까지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PC는 물론 아이폰, 안드로이드, 구글TV, Roku 등을 통해 한국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Dramafever의 서비스

PC는 물론 아이폰, 안드로이드, 구글TV, Roku 등을 통해 한국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Dramafever의 서비스

둘째는 그에 따른 대중의 미디어 소비 방법의 변화다. 예전에 티브이를 통해서만 영상 콘텐츠를 접하던 미국인들은 점점 피시,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를 통해 동영상을 소비하고 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훌루 등 방대한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쌓아놓고 언제든지 원할 때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인터넷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미국 전국방송을 통해 방영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의 사례에서 보듯 경쟁력 있는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들어가 있다면 입소문을 통해 세계적으로 3000만명이 넘는 넷플릭스 가입자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작년 7월 WSJ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몰아서보는 시청경향을 소개한 기사에서 한국드라마 Shining Inheritance, 즉 '찬란한 유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작년 7월 WSJ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몰아서보는 시청경향을 소개한 기사에서 한국드라마 Shining Inheritance, 즉 ‘찬란한 유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미 <겨울연가> 등 수많은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와 훌루를 통해 미국에 소개됐다. 위에서 소개한, 내가 만난 한국 드라마를 보는 백인 남성들도 모두 넷플릭스와 훌루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그들이 점차 한국 콘텐츠에 맛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예전부터 나는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아시아의 할리우드’라고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한국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강남스타일의 성공으로 모두가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강남스타일의 경우처럼 세계적으로 초대박을 내는 한국 드라마가 갑자기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한국 드라마에는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 일부 주먹구구식 제작관행, 허술한 구성, 지나친 드라마내 간접광고(PPL)들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준비된 모습으로 기회가 왔을 때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싸이처럼 한국 드라마도 치밀한 준비로 미국 시장에 본격 상륙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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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한겨레신문에 썼던 칼럼 내용을 이제야 블로그에 옮겼다.

이렇게 한국드라마가 미국의 온라인서비스에 침투하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는 미국 헐리웃영화사나 메이저방송국의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주류층까지 크게 저변확대는 안되어 있지만 의외로 꽤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리고 그 한국드라마 보급의 첨병역할을 하는 것이 드라마피버 같은 회사다. (광파리님의 드라마피버 박석대표 인터뷰기사 참고) 드라마피버는 자체사이트를 통해서 한국드라마를 비롯, 동양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훌루, 아이튠스스토어 등에 배급도 대행한다.

Screen Shot 2013-01-25 at 11.37.01 PM위는 작년에 뉴욕에 갔을 때 드라마피버의 새 사무실에서 박석대표(공동창업자중 한명)을 만나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한달 방문자수가 2천5백만이 넘으며 사용자의 대부분은 한국인은 커녕 아시안도 아니라고 했었다. 그는 스페인출신 교포다. 스페인어가 유창하고 히스패닉의 정서를 이해한다는 장점을 활용해 스페인어메뉴와 자막을 적극적으로 제공, 히스패닉층과 라틴아메리카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재가입한 덕분에 이 글이 생각나서 블로그로 옮겨 써봤다. 일년여만에 다시 들어가본 넷플릭스에도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꽤 많이 늘었다. 더 많이 늘어나서 아예 독립된 한국코너가 생기길 기대한다. (훌루에는 이미 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월 25일 at 11:52 pm

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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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책을 즐거움을 위해서 읽는가, 아니면 뭔가 얻기 위해서 읽는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책에서 즐거움을 찾기보다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는 편이다. 현기증이 나도록 빠르게 변화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경영서나 자기계발서, 심지어는 철학책이라도 한번 봐줘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다 놓고 읽다가 중단한 책, 아예 시작도 못한 책도 꽤 있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고 책에 관한 한 많은 한국인이 이런 것 같다. 뭔가 숙제처럼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경우도 많다.

Beach reading(출처 Flickr)

Beach reading(출처 Flickr)

하지만 미국에 와서 살며 놀란 것이 있다. 여기 사람들은 책을 온전히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치 리딩’, 즉 바닷가에서 하는 독서라는 말이 있다. 여름휴가를 가면서 책을 싸가지고 가서 바닷가에 누워 읽는 것이다. 당연히 즐거움을 위해 읽는 것이니 대체로 흥미로운 소설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여름휴가용 대중소설이 잔뜩 쏟아져 나오고 여름은 출판계의 대목이 된다. 여름이면 비수기로 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이렇게 오락의 한 수단으로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듯이 책을 읽다 보니 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정착된 듯싶다.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책에 관심이 많고 의외로 독서량이 많다는 데 놀라게 된다. 공부하듯이, 숙제하듯이 책을 읽어내리는 한국인보다 책을 더 많이 읽을 수밖에 없다.

나는 어떻게 해서 미국인들이 이런 즐거움을 위한 독서 습관을 갖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읽을 흥미롭고 좋은 책이 넘쳐난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퍼시 잭슨의 모험 시리즈 등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 읽도록 만드는 시리즈물이 많이 나와 있다. 학교에서도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독서 습관을 갖도록 독서 지도에 큰 비중을 둔다. 좋은 책을 나눠주고 내용에 대해 토론을 시키면서 흥미를 갖도록 한다. 미국 곳곳에는 이런 책을 쉽게 빌려 볼 수 있는 지역도서관이 많다.

이렇게 아이들이 책의 세계에 빠지다 보면 일종의 ‘소셜’ 효과도 발생한다. 인기 소설의 신간이 나오면 아이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대화에 끼기 위해서 아이들은 더 열심히 책을 읽는다.

읽기의 즐거움을 주고자 애쓰는 작가의 노력도 한몫한다. 매직트리하우스라는 인기있는 어린이책 시리즈물의 저자인 메리 포프 오즈번이란 작가가 있다. 지난해 그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읽기 능력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학생은 고등학교를 중퇴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4배 높다는 조사 결과를 접하고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읽기 능력이 미국에서 가장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된 뉴저지주 뉴어크의 초등학교 3학년생 4300명에게 28권짜리 자신의 책 전집을 한 질씩 무료로 선물했다. 자신의 책을 읽으며 독서의 즐거움에 눈을 뜬다면 읽기 능력도 자연히 향상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출처: Rock Center with Brian Williams)

매직트리하우스의 저자 메리 포프 오스본과 그녀가 뉴웍의 초등학생 4천3백명에게 기증한 28권짜리 전집. 약 12만권. (Rock Center, Amazon캡처)

매직트리하우스의 저자 메리 포프 오즈번과 그녀가 뉴어크의 초등학교 3학년생  4천3백명에게 기증한 28권짜리 전집. 약 12만권. (Rock Center, Amazon캡처)

트위터에서 어떤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책벌레이던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오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국 학교에서는 내신의 압박에 책 읽을 시간을 낼 수가 없는데다 아이들 사이에도 인기 책 시리즈를 읽고 공동의 기쁨을 나누는 문화도 없다는 것이다. 친구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으니 혼자 읽기가 재미없어 책을 더 안 읽게 되더란다. 출처( 이시영님 트윗 링크, 링크)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데 좋은 독서 습관을 갖는 것은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도록 이끌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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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한겨레신문 1월8일자에 실었던 칼럼. (원문 링크) 칼럼소재 고갈로 고민하다가 어설프게 써서 보낸 글인데 의외로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솔직히 고백하면 난 내 글에 참 자신이 없다.)

미국에 와서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한 일이 있다. 그리고 내 아들이 그렇게 즐거움을 위해 읽는 책의 세계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슬며시 기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재미로 읽는 책만 탐닉하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전 Rock Center with Brian William에서 매직트리하우스의 저자 메리 포프 오즈번에 대해 소개한 리포트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이 일이 한겨레칼럼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저런 분의 노력 덕분에 아이들이 책을 읽는 즐거움에 눈을 뜨고 상상의 세계로 빠지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읽기능력도 향상된다. 읽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지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책을 넘어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키워질 것이다. 그런 밑거름을 이런 작가들의 책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녀가 뉴어크의 초등학생 3학년생들에게 자신의 책을 기부하면서 쓴 칼럼의 내용도 감명깊었다. (출처 뉴저지저널)

그녀는 아이들이 직접 책을 소유하게 되면 ‘읽기’라는 놀라운 모험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확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희망한다. 그녀는 또 책을 집에 가지고 있는 것은 아주 중요하며 독서는 가족이 다같이 즐기는 행사가 되어야지 숙제처럼 여겨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녀의 글의 마지막 부분이 특히 공감이 간다.

Reading is the basic springboard for learning. And books provide the lift-off. They are the great equalizer, opening up new worlds to everyone. What could be more important than helping a third-grader learn and love to read — before it’s too late?

읽기는 배움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발판이다. 그리고 책은 읽기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책은 새로운 세상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어주는 위대한 매개체다. 더 늦기 전에 초등학교 3학년생이 읽기를 배우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나부터 실천!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자.

Written by estima7

2013년 1월 12일 at 12:52 pm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가 약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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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처음 온 이들은 인도인들의 강한 존재감에 놀라게 된다. 유명 테크기업에 방문해보면 최고경영진부터 핵심 엔지니어까지 인도계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경우 비즈니스 담당 최고임원(니케시 아로라, CBO)부터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핵심 수석부사장들 다수가 인도계다. 워낙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많다 보니 애플이나 인텔 같은 회사의 구내식당에 가면 따로 인도 음식만을 내는 코너가 항상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실리콘밸리는 인도계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민자 출신이 미국 기업의 상층부에 오르려다 부딪히는 장벽을 ‘글래스실링’(유리천장)이라고 하는데 인도계는 이런 벽도 뛰어넘은 듯싶다. 펩시콜라의 시이오인 인드라 누이처럼 인도계로서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진 자리에 오른 사례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특기할 만한 것은 그들의 왕성한 창업정신이다. 지난달 발표된 카우프먼재단의 조사결과를 보니 지난 6년간 미국에서 이민자가 창업한 테크기업 중 32%가 인도계에 의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2위 그룹인 중국계(8.1%)부터 8위 그룹인 한국계(2.2%)까지 7개 이민자그룹의 창업 숫자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 인용과 위 그래프는 조금 다름. 위 그래프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창업만을 통계로 잡은 것인듯.) – 출처  Then and Now: America’s New Immigrant Entrepreneurs, Part VII

도대체 인도계는 어떻게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흔히 말하듯 우리보다 영어를 잘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높은 교육열 때문일까. 항상 개인적으로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한 행사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다.

고교 테크클럽 학생들이 만들어 컬러프린터로 인쇄한 약간은 조잡한 팜플렛.

얼마 전 인도계가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공공도서관에서 테크심포지엄이 열렸다. 지역 고등학교의 테크클럽이 주최하는 학생 대상 행사인데 학교에 붙여진 포스터를 통해 이 행사를 알게된 중학생 아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갔다. 유튜브 등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의 간부와 CEO 등이 와서 강연하는 행사였다. 인도계 학생인 테크클럽 회장이 사회를 맡았는데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초중고생인 인도계 학생과 학부모였다.

유머가 넘치는 강연으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끈 라힘 파잘.

유튜브의 인도계 중역이 온라인비디오의 발전 현황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는 근처 인도레스토랑의 협찬으로 인도 음식이 제공됐다. 그 뒤 20대 후반의 젊은 인도계 청년이 연사로 나섰다. 알고 보니 그는 고등학생 때 인터넷회사를 창업해서 150만달러에 팔았다는 성공담의 주인공이었다. 수업을 받다가 고객에게 전화가 오면 화장실에 가서 응대했다는 등 익살이 넘치는 그의 창업 이야기에 학생들은 완전히 매료됐다. 얼마 전 자신이 세번째로 창업한 회사를 오러클에 매각했다는 그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 당장 창업하라”는 말로 어린 학생들을 자극했다. 학생들은 열성적으로 질문을 했고 강연이 끝난 다음 그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같이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었다. 아이돌 스타가 따로 없었다.

로봇기술 스타트업인 Willow Garage의 로봇 PR2를 연단에 올라가 만져보는 아이들. 오른쪽에 있는 학생이 쿠퍼티노의 몬타비스타고교 테크클럽 회장.

마지막으로 첨단로봇을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사장이 나왔다. 로봇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그의 강연과 로봇데모가 끝난 뒤 아이들은 줄을 서서 무대 위에 올라가 로봇을 만져보고 어떻게 하면 로봇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알고 보니 그날 초청된 연사들은 대부분 인도계 학부모들의 친척이거나 친구들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연사들은 꽃다발을 안고 인도인가족-친지들에 둘러싸여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인도계 학생들은 그들을 마치 삼촌이나 큰형뻘로 여기고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엔지니어나 창업자가 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앞서서 성공한 이들이 나서서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성공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는 모습. 거액의 펀드를 조성하거나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이 창업 생태계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한겨레신문 칼럼 기고글입니다.

참고로 인도계의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이유에 대해 비벡 와드화교수가 INC에 쓴 글이 있습니다. 일부를 발췌합니다.

  • The first few who cracked the glass ceiling had open discussions about the hurdles they had faced.
  • They agreed that the key to uplifting their community, and fostering more entrepreneurship in general, was to teach and mentor the next generation of entrepreneurs.
  • They formed networking organizations to teach others about starting businesses, and to bring people together. These organizations helped to mobilize the information, knowhow, skill, and capital needed to start technology companies. Even the newer associations had several hundred members each, and the more established associations had more than a thousand members.
  • The first generation of successful entrepreneurs—people like Sun Microsystems co-founder Vinod Khosla–served as visible, vocal, role models and mentors.  They also provided seed funding to members of their community.
  •  유리천장(the glass ceiling)을 뚫고 올라간 처음 몇몇이 그들이 처했던 어려움에 대해서 열린 토론을 갖는다.
  •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창업정신을 더욱 고양시키는 열쇠는 다음 세대의 창업자들을 가르치고 멘터링하는 것이라고 (위 성공한 첫 세대가) 결론짓는다.
  • 그들은 기업을 시작하는 것을 다른이들에게 가르치며 사람을 모으는 네트워킹단체를 만든다. 이런 단체들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정보, 노하우, 기술, 자본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생단체도 수백명의 멤버가 있으며 좀더 오래된 단체들은 수천명의 멤버를 가지고 있다.
  • 선마이크로시스템의 공동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 같은 성공한 1세대 창업자들이 선명하고 강력한 롤모델과 멘토역할을 한다. 그들은 또 커뮤니티멤버를 위해 초기투자까지 제공한다.

와드화교수는 인도계 단체들은 실리콘밸리에서의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를 배우고 마스터해서 그곳에서 가장 활발한 조직이 됐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도 이런 인도계의 성공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1월 26일 at 9:06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