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쓰는 것이 제일 쉬웠어요
규제를 없애는 것은 정말 어려우나 예산을 늘려서 돈을 푸는 것은 정말 쉽다. 정부가 바뀔때마다 기대를 해보지만 계속 반복되는 일 같다. 또 각 정부부처 입장에서는 예산과 조직을 늘리는 것은 조직의 힘과 자리 숫자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무척 적극적이다. 반대로 규제를 푸는 것은 반발도 심하고 나중에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에 소극적이다.
공무원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낙하산으로 갈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 오래동안 내 영향력 아래에서 말을 잘 들어온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어렵다. 스타트업인지 뭔지, 그런 작은 회사가 잘된다고 해서 솔직히 내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규제 권한이 없는 다른 부처 선수들이 규제를 없애라고 하는데 그들도 막상 자기가 규제권한을 갖게 되면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심하면 위원회를 만들어서 그쪽으로 공을 넘기면 된다. 결정이 어려운 문제는 다 위원회, 자문위원회, 심의기구 등을 만들어 그쪽으로 돌리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풀겠다고 나서도 국회라는 난공불락의 벽이 존재한다.
그저 창조경제, 혁신성장 등 지원한다고 말하고 열심히 사업 아이디어를 내서 기재부에 잘 말해서 예산을 늘리는 것이 제일 쉽다. 스타트업 지원한다고 하면 돈 잘준다. 사업이야 산하기관, 대행사시키면 잘 한다. 돈을 주겠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없다. 다들 와서 줄선다.
스타트업 몇군데 지원해줬다고 가능한한 숫자를 일자리위주로 많이 카운트하고, 스타트업들에게는 열심히 두꺼운 문서자료를 요구해 증거로 받아두면 안전하다. 일을 많이 한 것 같다. 감사가 떠도 안심할 수 있다. 행사하면서 기념사진 찍으면 남는 것도 있다. 그리고 내가 맡고 있을 때 새로운 브랜드, 기획의 조직과 행사를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그게 내가 만든 것이라고 두고두고 자랑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도 예산과 조직을 늘린 기관장이라고 칭송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멋진 건물이나 공간까지 만들어두면 금상첨화다.
시민들이 뭔가 불편하다고 불만을 표하면 또 예산을 들여서 직접 개발하면 된다. 세상에 아이디어는 지천으로 있고 적당히 비슷하게 해서 하청해서 개발해서 내놓으면 된다. 잘되면 내 공이고 안되도 상관없다. 잠깐 욕먹고 끝이다. 사람들은 다 잊어버린다. 나는 2년안에 그 성과로 승진해서 다른 자리 가면 된다.
어쨌든 공무원 입장에서는 돈 쓰는 일이 제일 쉽다. 규제를 푸는 일이 제일 어렵다.
(모든 공무원이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닙니다.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위와 같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에 든 짧은 생각을 페이스북에 끄적거렸던 것인데요. 블로그에도 가볍게 메모해둡니다.)
[…] 돈쓰는 것이 제일 쉬웠어요 […]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돈쓰는 것이 제일 쉬웠어요 - DEVBLOG - 개발자 메타블로그
2018년 12월 21일 at 1:07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