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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 목마른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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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년간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정부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났고, 이를 통해 쭉쭉 성장하면서 수백 억원을 한번에 투자받은 스타트업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배달의 민족이나 송금앱 토스처럼 이제는 천만명이 사용하는 국민앱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큰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무작정 정부지원을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다음의 몇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다양한 신산업분야에서의 창업을 늘리기 위해 더 적극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사석에서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물어보는데 아직도 이구동성으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핀테크, 헬스케어 등 소위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기존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큰 기회가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분야에서 1조원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 스타트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관련 분야에서 유니콘스타트업이 나오기는 커녕 창업조차 많지 않다. 반면 규제가 없는 O2O서비스분야 등에 창업이 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도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골고루 활발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법규제의 틀을 쉽게 바꿀 수 없다면 규제 샌드박스, 규제프리존 등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보는 것도 좋겠다.

두 번째로 벤처캐피털(VC)산업을 민간주도로 선진화시켜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정부가 아니라 현지의 훌륭한 VC들이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며 키워냈기 때문에 혁신회사들이 즐비한 것이다. 우리도 모태펀드 등 주로 정부자금에 의존하는 창투사보다는 민간자금으로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 맞춰 소신 있게 투자하며 명문 VC 대접을 받는 투자회사들이 많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벤처캐피털 관련 규제를 줄여 VC들이 소신 있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며, 펀드의 운용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좋은 스타트업에 좀더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VC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좋은 스타트업도 같이 늘어나고 성장한다.

세번째로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더하기보다 빼기가 필요하다. 지난 박근혜정권에서는 각 부처별, 각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바람에 유사·중복 지원사업이 난립했다. 정부지원과제를 받은 스타트업이 사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종 보고서와 증빙자료 작성에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빼앗기는 일도 많았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정부과제를 따내기 위한 지원서 쓰는데 최적화된 스타트업도 많았다. 스타트업에게 일단 자금을 쥐어주는 창업정책보다는 간접지원으로 정책의 기조를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사령탑을 기존 관료나 교수보다는 실제 경험이 많고 스타트업계의 존경을 받는 명망가를 영입해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보다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네번째로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평등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들이 내부IT기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하청으로 싼 값에 소프트웨어를 사는 관행을 없애고, 공정하게 제값에 스타트업의 제품을 사주기만 해도 큰 시장이 형성된다.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시작하면 대기업들도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늘릴 것이다.

그 밖에도 필요한 것들은 많다. 학생들이 문제해결과정을 통해 창업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위주의 창업교육, 실패를 딛고 재도전하는 것을 격려하는 문화, 성공한 선배창업가가 후배창업자를 조건없이 돕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의 문화 등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문화가 앞서있는 실리콘밸리, 중국, 이스라엘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꾸준히 일관성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들을 우러러보고 롤모델로 삼는 방향으로 변하다 보면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업만 선호하는 사회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 디지털타임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6월 26일 , 시간: 11: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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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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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는 말씀이세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익명

    2017년 7월 7일 at 3: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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