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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8월 31st, 2014

우버 같은 서비스를 무조건 규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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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서울경제신문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버’ 서비스 도입해야 하나“라는 찬반논쟁 지면기사를 게재하는데 ‘찬성’편에서 써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쓴 글이다. 무조건 우버의 한국도입을 찬성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데빌스애드버킷’을 한다는 심정에서 가볍게 써봤다.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한적으로이라도 서비스도입을 허용해서 새로운 혁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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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5년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4년전쯤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에어비앤비라는 서비스는 말도 안되는 것처럼 들렸다. 집의 남는 방을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빌려준다는 아이디어는 그만큼 생소했다.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끌자 나는 직접 한번 써보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 잠재력을 이해하게 됐다. 모르는 타인을 자신의 집에 들인다는, 또는 타인의 집에 가서 묵는다는데서 오는 사람들의 우려를 에어비앤비는 멋진 사진과 인터넷평점 등을 보여주는 잘 디자인된 서비스를 통해서 날려버린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며 호텔, 모텔이라는 형태가 수백년동안 지속되어 온 숙박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에어비앤비가 실정법을 어기고 탈세를 하는 서비스라고, 개인정보가 잘 보호되지 못한다고, 숙박객이 강도로 돌변할 위험성이 있다고 미국정부가 처음부터 에어비앤비를 금지를 했다면 이런 거대한 공유경제형 숙박비즈니스자체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전 방문한 베이징에서 우버앱을 실행해보니 우버블랙, 우버X, 피플스우버 등 세가지 방식의 서비스가 모두 실행중이었다.

얼마전 방문한 베이징에서 우버앱을 실행해보니 우버블랙, 우버X, 피플스우버 등 세가지 방식의 서비스가 모두 실행중이었다.

서비스의 성격은 다르지만 우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버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원터치로 간단히 차를 불러서 원하는 곳까지 가고 지갑없이도 앱에 저장된 신용카드로 자동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해냈다. 너무 사용하기 쉽고 간단해 보여서 별게 아니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혁신인 것이다. 택시를 쉽게 잡기 어렵고 비싸고 불친절한 경우가 많은 서구대도시들에서 우버는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혁신의 산실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런 변화에 너그러운 편이다. 기득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보다는 혁신기업과 시민의 편에 서서 판단을 내린다. 그렇게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를 본거지로 우버, 리프트, 사이드카, 히치 등등 대중교통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의 무인자동차까지 달리고 있다. 테슬라와 닛산의 전기차들이 길거리에 이미 가득하다. 무인자동차가 사고를 냈을때 보험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자동차도 환경오염분담금을 내야 하는가? 기존의 법규와 잣대로는 이런 무인자동차, 전기자동차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누구나 말하듯 세상의 변화를 낡은 규제와 법제도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버를 막는 서울시의 결정은 실망스럽다.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시민의 입장에서 편리한 서비스이면 제한적이라도 우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보는 것을 기대했다. 우버를 막으면 같은 영역에서 혁신을 꾀하는 수많은 한국스타트업들이 등장하는 길도 같이 막는 것이다. 그리고 출퇴근길에 불편을 겪는 서울시민들에게 등장한 새로운 선택수단을 앗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교통혁신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가 금지한다고 해서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을 막을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중국 베이징에 출장을 와 있는데 우버를 실행하자 수많은 차들이 가득 나타났다. 그리고 교통지옥인 베이징에서는 이미 디디다처, 콰이디다처 같은 택시앱을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중국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해 경쟁에 나설 것이다.

사실 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택시요금이 싸고 잡기도 쉬운데다 서비스의 질도 높은 편인 한국에서 우버가 큰 반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택시를 위협하기 보다 택시를 잡기 어려울때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완적인 서비스가 될 것으로 여겼다. 그 결과 우버에 자극받아 한국택시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한국에서도 다양한 경쟁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것은 택시회사에게는 경쟁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택시운전사들에게는 같은 시간을 운전해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5년 10년뒤의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서울시의 무조건적인 우버 규제는 우버의 마케팅만 도와준다는 생각이다. 서울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8월 31일 at 9:47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