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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진정한 문화는 보상, 승진, 해고가 결정한다”-남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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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Storm Ventures

사진출처: Storm Ventures

오늘 스톰벤처스 남태희매니징디렉터(변호사)의 코너오피스 인터뷰가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이 코너오피스는 매주 NYT일요판에서 미국의 주요 기업리더들과 문답을 통해 리더십에 대해서 탐구하는 코너다. 주옥같은 인터뷰가 많다.

마침 남변호사는 내가 실리콘밸리에 있을때 만나뵙고 대단한 내공에 감탄했던 분이다. 미국에 5살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가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으나 실리콘밸리로 가서 결국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분이다.

인터뷰내용중 기업문화에 대한 문답이 인상적이라서 기억해두려고 번역해봤다.

질문은 “당신은 수많은 다양한 기업문화를 지켜봐왔다. 문화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큰 차이를 가져오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남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내게 있어서 문화란 사람들이 위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일이 지시를 받지 않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회사안에서 누가 승진되며, 누가 연봉을 올려받고, 누가 해고되는지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CEO는 우리 회사의 문화는 이런 것이라고 공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진정한 문화는 보상(compensation), 승진(promotions), 해고(terminations)에 의해 정의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회사내의 누가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관찰하면서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회사내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회사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를 보여주는 롤모델이 됩니다. 그리고 그러면서 회사의 문화가 형성됩니다.

“Culture, to me, is about getting people to make the right decision without being told what to do. No matter what people say about culture, it’s all tied to who gets promoted, who gets raises and who gets fired. You can have your stated culture, but the real culture is defined by compensation, promotions and terminations. Basically, people seeing who succeeds and fails in the company defines culture. The people who succeed become role models for what’s valued in the organization, and that defines culture.”

“만약 CEO가 회사의 비전선언문의 일부로서 기업문화가 어떤 것인지 공식화하고 그것이 회사의 (누가 보너스를 받고 승진하고 해고되는지에 기반한) 비공식적인 문화와 일관성을 가지고 합치된다면 최고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공식적인 문화와 실제 비공식문화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회사조직내에는 혼란(chaos)이 발생합니다.”

“If the C.E.O. can outline, as part of the vision statement, what the stated culture is, and if that official proclamation of culture is aligned and consistent with the unofficial culture — based on who gets raises and promotions and who gets fired — then you have the best culture. When the two are disconnected, you have chaos.”

위 글을 읽고 “과연”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장이 아무리 우리 회사의 최고 가치는 ‘청렴’(integrity)이라고 강조해도 거래처담당자에게 뇌물을 써서 높은 매출을 올린 영업담당자를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보너스까지 준다고 하면 직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과연 자신들도 청렴하게 일을 하려고 할까.

어떤 회사 사장이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 회사는 실리콘밸리회사처럼 운영한다”고 항상 자랑하고 다닌다고 하자. 그런데 정작 본인은 사내회의석상에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의견을 낸 사람을 강등시키고, 해고하고, 결국 예스맨만 승진시켜 자신의 심복으로 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리 매일처럼 리더가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들 그 조직은 과연 창의성이 넘치는 문화를 갖게 될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회사의 문화에 맞는 인재에게 적절한 보상과 승진을 제공하고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은 내보내거나 아예 뽑지 말아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내세우는 문화와 실제 인사가 일치해야 한다. 지향하는 문화와 실제 조직내 인사가 일치하지 않으면 혼란이 발생한다. 사실 우리는 전국민이 그것을 매일처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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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8일 at 7:27 오후

[라이코스이야기 1] 매니저들과 저녁 같이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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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본사가 있던 Waltham의 빌딩. 회사가 잘 나가던 90년대말에는 저 건물 전체를 다 썼는데 내가 갔던 2009년에는 규모를 많이 줄여서 3층만 쓰고 있었다.

라이코스 본사가 있던 Waltham의 빌딩. 회사가 잘 나가던 90년대말에는 저 건물 전체를 다 썼는데 내가 갔던 2009년에는 규모를 많이 줄여서 3층만 쓰고 있었다.

내가 보스턴인근 월쌤(Waltham)에 위치한 라이코스의 CEO로 발령을 받은 것은 2009년 2월이었다. 2008년말 리먼브라더스가 붕괴하면서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도래해 세상이 얼어붙은 때였다. 미국의 실업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상승하던 때였다.

미국 유학 경험은 있지만 미국직장에서 일을 해본 경험은 없었던 나로서는 이런 암울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미국인들 80여명으로 구성된 회사를 끌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더구나 10여명을 구조조정으로 내보내는 와중이어서 직원들은 혹시 자기도 잘릴 수 있다는 공포심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었다. 사무실을 걸어 다니다 보니 PC화면에 이력서를 띄우고 다듬고 있는 직원들도 보일 정도였다. 후일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회사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회사의 문을 닫으러 온 것이라고 믿는 직원들도 많았다.

직원들과 친밀해지기 : 차 한잔하면서 담소.

어떻게 하면 나를 저승사자로 대할 직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내가 택한 방법은 1:1 면담이었다. 한 사람당 30분씩 최대한 시간을 내서 차 한잔을 놓고 만나서 이야기했다. 일단 아무 얘기나 하다 보면 친밀감이 형성될 것 아닌가. 직원들도 새로운 CEO가 뭔가 들으려고 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2002년 MBA졸업후 7년동안 영어를 쓸 일이 별로 없어서 도대체 영어가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다보니 영어도 늘었다. 하루에 몇명씩이라도 부지런히 이렇게 대화를 했더니 한달이 지나니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과 안면을 틀 수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인도계 직원은 “이 회사에 10년을 다녔는데 CEO와 직접 1대1로 이야기해본 것은 처음”이라며 지나치게 흥분해 당황하기도 했었다.

물론 뒤숭숭한 상황에서 본사에서 온 CEO에게 처음부터 친밀하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설사 있었다고 해도 돌이켜보면 다 살아남기 위해서 내게 잘 보이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이름과 얼굴을 익혀 놓으니 서로 휠씬 대하기가 편해졌다.

직원들과 친밀해지기 : 같이 점심 먹기

그리고 점심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한두 명씩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사람은 밥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는 것이 내 경험이었다. (혼자 밥을 먹지 않는 것은 기자시절부터 베인 버릇이다.) 미국사람이라고 그게 다르겠냐 싶었다. 그리고 밥을 같이 먹고 내가 돈을 내면 고마워하고 기뻐했다. (물론 이것은 회사비용으로 했다.) 사장하고 같이 밥을 먹는다고 꼭 사장이 자신 몫까지 계산해 줄 것이라고 생각 않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웬만하면 윗사람이 밥값을 내는 한국식 문화를 적용한 결과 많은 직원들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

당시 가끔 점심을 같이 했던 오퍼레이션 매니저 조 프라노비치와.

당시 가끔 점심을 같이 했던 오퍼레이션 매니저 조 프라노비치.

하지만 내 점심시간은 하루에 한번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모든 직원들과 밥을 먹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단은 매니저급부터 같이 식사하기 시작했다. (1년쯤 지나니까 거의 전 직원과 점심을 한번씩은 따로 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보스턴에 단신 부임이었다. 가족들은 몇 달 뒤에 오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회사 바로 앞에 있는 Extended Stay America라는 모텔에 장기 투숙중이었다. 보스턴에는 아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회사에 나가는 것 외에는 할 일도 없었고 쓸쓸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직원들과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부족한 내 영어 실력을 보완하는 영어 회화 연습 시간이라고 위안을 삼기도 했다.

한국식 친밀해지기 : 저녁 약속

그런데 문제는 저녁시간이었다. 5시에서 6시사이에 직원들은 거의 다 집에 가버리는데 나는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었다. 모텔에 돌아가서 한국에서 사온 3분카레나 컵라면을 먹기도 했는데 그것도 조금 지나니 질렸다. 저녁 6시이후에는 사무실에 별로 사람이 없고 모텔방은 빛이 잘 안드는 골방같은 곳이어서 있기가 싫었다. 그래서 주요 매니저들에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미국의 패밀리 타임

그런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더니 몇몇 매니저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단박에 OK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와이프에게 물어보고 알려주겠다”는 답이 많았다. 아니 그걸 왜 와이프에게 물어보지? 이 사람들 알고 보니 공처가들이구나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한 2주일 정도 거의 매일 저녁시간에 매니저들을 데리고 저녁을 먹었다. 맥주 한두 잔을 곁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점심과 달리 별로 호응도가 높지 않은 것 같았다. 이래저래 집에 일이 있다고 변명을 하면서 빼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가까워진 매니저에게 저녁을 하면서 진심을 물어봤다. 그 친구는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라 아내와 별거 중이었다.

그 친구왈 “여기서는 웬만하면 모두 점심약속으로 하지 저녁약속을 하는 경우는 없다. 비즈니스 때문에 저녁을 하는 경우는 거래처 사람이 출장을 와서 계약을 하거나 하는 중요한 경우에 한하지 웬만해서는 저녁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 특히 결혼한 기혼자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한국 모회사에 낙하산으로 온 저승사자 같은 사장이 “저녁 먹자”하니까 내키지 않으면서도 따라 나온 것이었다. 사장이 저녁 먹자고 하면 있는 약속도 취소하고 따라오는 한국식 문화에 익숙해진 나의 실수였다.

1년쯤 지나서 휠씬 친밀해진 HR(인사) 담당 매니저 존과 그때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 존은 “미국에서는 웬만하면 저녁은 가족과의 시간(패밀리타임)으로 간주하며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면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 저녁시간을 내달라고 회사에서 요구 못한다. 자꾸 그런 일이 반복되면 배우자에게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때 내가 그걸 모르고 실수한 것이라고 따끔하게 한마디했다.

자기가 좋아서 회사에 남아있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회사에서 직원에게 패밀리 타임을 건드리면서까지 회식(?) 등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 계기였다. 예전에 미국에서 공부도 하고 그렇게 많이 출장을 다녔지만 미처 몰랐던 것이었다. 항상 상대방에게 시간을 청할 때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시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미국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너무 바쁘게 사는 한국인은 여기에 너무 무감각해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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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8일 at 10:29 오전

라이코스이야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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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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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14-10-18 at 11.20.06 AM

2013년 8월 다음의 임선영본부장에게 “스토리볼에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대표 글을 싣고 싶은데 소개 좀 부탁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알았다고 하자 “정욱님도 한번 써보시면 어떠냐”는 답장을 받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서 가볍게 10편정도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을 써보려고 했던 것이 ‘한국 vs 미국직장 1mm 차이‘ 스토리볼 연재가 됐다. 10편에서 20편, 20편에서 30편까지 연장하며 매주 2편씩 쓰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급히 쓰느라 엉성하게 쓴 글이 대부분이었는데 편집자인 민금채님의 노력과 감칠맛 나는 박소라님의 일러스트 덕분에 분에 넘치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나는 2009년 2월 역시 다음CEO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최세훈대표로부터 라이코스CEO 발령을 받았다.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나를 2006년 다음으로 인도한 석종훈대표의 사임이후 내 다음내부에서의 진로에 대해 “그만둬야 하나”하는 고민을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다음에서 서비스혁신본부장, Daum Knowledge Officer, 대외협력본부장을 거쳐 글로벌센터장을 맡고 있었다. 글로벌이라고 해도 당시 다음은 일본과 중국지사를 닫고 라이코스는 경영난에 빠져있는 상황이라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따로 면담 몇번 한 것이외에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최대표가 나를 라이코스대표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라이코스가 잘 나가던 97년도의 Annual Report표지. 넷스케이프와 비슷한 시기에 IPO를 하면서 닷컴붐의 선두주자였던 원조글로벌포털이었다.

라이코스가 잘 나가던 97년도의 Annual Report표지. 넷스케이프와 비슷한 시기에 IPO를 하면서 닷컴붐의 선두주자였던 원조글로벌포털이었다.

다음이 2004년 당시 1억불을 주고 인수한 라이코스는 다음에게 있어 애물단지나 다름 없었다. 매년 수백만불의 적자를 내면서 네이버와의 경쟁에 힘겨워하는 다음의 뒷다리를 잡았다. 한국에서 직항편도 없는 보스턴에 위치한 회사를 원격으로 다음이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미국동부와 서울의 시차가 14시간이 나고 서로 업무시간이 겹치지 않는 탓에 양사의 커뮤니케이션조차 쉽지 않았다.

2008년 가을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붕괴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당시 분위기는 흉흉했다. 미국의 실업율은 두자리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내가 라이코스 발령을 받은 당시에도 라이코스 직원 2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논의를 진행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코스에 CEO로 가는 것 자체가 사실 두려운 일이었다. MBA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에서 2년간 유학한 것 외에는 미국에서 제대로 일해본 경험이 없는 내가 과연 미국 회사를 맡아서 꾸려갈 수 있을까. 더구나 나를 도와주는 다른 한국인직원과 팀으로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홀로 가는 단신부임이었다.

당시 다음의 윤석찬님은 “정욱님, 이건 축하할 일이 아니죠? 구조조정하고 회사 문닫으러 가시는 것인가요”라고 내게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한번은 더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잘 된 것 아닌가. 실패해도 최소한 영어회화 수업은 잘 받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좀 유치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나서 라이코스 CEO로서 지난 3년간은 정말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이었다. 경영상황은 호전됐지만 그안에서 여러가지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겼다. 대충 3년간 벌어진 주요한 일은 다음과 같다.

2009년

  • 20여명 구조조정.
  • 4가지 큰 법률소송중 3개는 합의. 1개는 패소. 2백50만불을 배상.
  • 15년 라이코스 역사상 첫 흑자 달성. (매출 약 2천4백만불 EBITDA 약 50만불)

2010년

  • 라이코스를 인수하겠다는 Ybrant라는 인도회사와 회사 매각협상 진행.
  • 옐로북과 연간 1천2백만불 매출 계약 체결.
  • 라이코스를 3천6백만불(4백20억)에 Ybrant로 매각 발표.
  • Ybrant는 인수대금을 현금으로 2백만불만 지불.
  • 나머지 인수대금은 라이코스의 2010년 경영성과에 따라 정산하기로 합의.(Earnout딜)
  • 라이코스를 인수한 Ybrant 이스라엘 자회사의 지휘하에 라이코스 경영 시작.
  • 8백여만불 흑자 달성. (매출 약 2천9백만불)

2011년

  • 회계감사 결과 2010년의 예상보다 높은 흑자로 최종인수가가 약 600억여원가량으로 산출.
  • 매각발표금액보다 약 200억원이 더 높은 가격.
  • Ybrant와 다음간에 최종 인수가 관련한 분쟁이 갈등이 발생.
  • 다음이 Ybrant를 뉴욕법원을 통해 소송.
  • 다음은 Ybrant가 라이코스의 현금을 마음대로 빼갈 수 없도록 TRO(일종의 가처분조치)를 뉴욕법원에서 받아냄.

2012년.

  • Ybrant는 2월에 급거 이사회를 소집해 임정욱 CEO를 해임.

이후 2년간의 지리한 법정공방후 2014년 5월 싱가폴에서 열린 중재재판에서 다음은 Ybrant에게 99.9% 승소했다. 하지만 밀린 매각대금 4백여억원은 아직도 못받고 있다.

어쨌든 라이코스CEO로 재직한 3년간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회사를 경영하는 것 외에도 미국인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미국이라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든 일이 많았다. 간신히 회사의 경영이 호전되고 있을때 보스턴 법원에서 소송에 패소해서 3백만불을 배상하라는 뉴스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한달이면 끝날줄 알았던 회사의 매각 협상이 거의 반년을 이어갈 때는 정말 지쳤다. 회사 매각후 엄청나게 터프한 이스라엘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구나 알고보니 그들이 엉터리 회사였고 그나마 경영이 호전되고 있었던 라이코스를 말아먹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때는 절망적이었다. 갈등이 있었던 임원 때문에 온갖 마음고생을 하다가 결국 해고하는 일도 정말 어려웠다. 인터넷회사로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리고 분쟁이 붙은 다음과 Ybrant의 중간에서 라이코스를 중립적으로 경영하던 반년간은 바늘방석에 있던 것 같았다. 오히려 그들이 나를 갑자기 해고해줬을때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고 할까.

스토리볼 덕분에 이런 내 경험의 일부나마 나눌 수가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스토리볼에 썼던 내용은 대부분 가벼운 한미간의 직장 문화차이에 대한 글이나 좋았던 일을 중심으로 썼다. 힘들었던 일, 후회되는 실수 등은 쓰지 못했다. 그래도 라이코스에서 경험한 일들을 추가로 더 써놓을 수 있을때 나를 위해서라도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스토리볼 연재내용을 중심으로 추가적으로 보완해 가면서 내 블로그에 ‘라이코스 이야기’를 남겨놓으려고 한다. 항상 부족한 글이지만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읽어주시길….

[라이코스이야기 1] 매니저들과 저녁 같이 먹기

Written by estima7

2015년 6월 28일 at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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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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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Asia 2015에서 본 한 중국 드론업체의 부스.

CES Asia 2015에서 본 한 중국 드론업체의 부스.

한달전 상하이와 도쿄를 연달아 다녀왔다. 상하이에서는 CES아시아에 들렀는데 그야말로 중국인들의 창업열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홈, 가상현실(VR), 드론, 웨어러블 등 새로운 분야에서 뭔가 만들겠다고 창업하는 회사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잡해 보이는 제품이 많지만 이렇게 도전하고 뭔가 만들어낸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빠른 실행을 하다보면 실력이 쌓인다.

도쿄역앞.

도쿄역앞.

도쿄는 근래 20여년중 가장 분위기가 밝아보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경기가 좋다”고 하고 시내곳곳에 새로 올라가는 빌딩 천지였다. 긴자거리에는 중국관광객이 흘러넘쳤다. 내가 출장가있는 동안 일본신문에는 “닛케이지수가 10일 연속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27년만의 일”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돈이 넘쳐나니 일본대기업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의지도 높았다.

이번 출장을 통해 내가 실감한 것 또 하나는 애플과 중국회사들의 공세에 샌드위치가 된 한국 대표기업 삼성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어려움을 겪게 될 한국경제에 대한 걱정이었다.

Screen Shot 2015-06-21 at 3.27.48 PM

우선 상하이에서 지하철을 타보니 애플의 약진, 삼성의 몰락이 그대로 느껴졌다. 차량을 이동해 가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수십명의 사람들을 관찰했는데 반이상이 아이폰이었다. 지난해 방문했을때와 비교해서 아이폰의 비중이 높아진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아이폰이외에는 샤오미, 레노보, 쿨패드 다양한 중국산 안드로이드폰이 많이 보였다. 삼성폰을 쓰는 사람은 거의 보기가 어려웠다.

상하이 현지분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제품인 갤럭시S6 엣지도 거의 반응이 없다고 한다. 반면 샤오미는 여전히 잘 나가고 특히 샤오미 노트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삼성의 문제는 소프트웨어라고 지적했다. 샤오미의 OS인 MIUI는 중국현지에 맞게 튜닝이 잘됐고 중국인에게 쓰기 편리하다. 반면 삼성은 그런 장점이 느껴지지 않고 오래 쓰면 쓸수록 소프트웨어가 느려진다는 평판이 있다는 것이다. 이 분의 경우 몇년전까지만 해도 샤오미를 깔봤고 삼성을 높이 평가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생각하게 됐다. 지금은 샤오미 구매를 고려하고 있고 삼성은 다시 생각이 전혀 없어졌다.

이미 중국에서는 안드로이드폰은 다양한 현지브랜드가 제품이 쏟아져 나와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화웨이, 레노보, ZTE 같은 대기업외에도 오포, 메이주, 쿨패드 등 다양한 브랜드의 꽤 괜찮은 스펙의 중국스마트폰이 삼성폰의 절반값인데 삼성을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즉, 안드로이드시장은 중국업체들이 거의 평정했다.

아이폰은 중국의 비즈니스맨들과 젊은 여성층에서 특히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최근에 만난 알리바바의 임원들은 모두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CES아시아전시장과 쇼핑몰, 공항 등에서 보면 젊은 여성일수록 예외없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

일본 도쿄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아이폰점유율이 높은 일본이었지만 이제는 더 높아진 것을 체감했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중 70%정도는 아이폰을 쓰는 것 같다. 일본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는 소니의 엑스페리아가 가장 많이 보였다. 역시 삼성폰은 볼 수가 없었다. 일본의 휴대폰판매랭킹을 집계하는 BCN사이트에서 찾아보니 갤럭시 S6는 34위에 불과하다.(6월21일 현재)

Screen Shot 2015-06-21 at 2.51.03 PM

삼성이 전력투구한 명품 하드웨어폰인 갤럭시S6와 엣지가 왜 이렇게 먹히지가 않을까.

그것은 스마트폰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하드웨어만 잘 만들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소프트웨어나 관련 IoT제품 생태계로 차별화를 해야 한다. 애플이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 애플워치까지 소프트웨어로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해 놓았고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만들어놓았는지 애플유저들은 잘 안다. 하드웨어는 아이폰과 비슷하게 고급으로 만들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삼성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샤오미의 제품은 요즘 한국의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인기다. 한국에서도 점점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샤오미의 제품은 뛰어난 가성비로 요즘 한국의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인기다. 한국에서도 점점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샤오미 같은 중국회사들은 그것을 삼성보다도 잘 한다.  샤오미는 중국고객들이 쓰기 편하게 최적화되어 있는 모바일 소프트웨어OS를 만들고 좋은 앱들을 발굴해 자체 앱생태계를 만들었다. 미밴드, 스마트체중계, 액션카메라 등 샤오미폰에서 쓰기 편하면서도 값이 싼 IoT제품을 쏟아내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샤오미가 중국고객들을 충성스럽게 만드는 동안 삼성은 중국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와 생태계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이제는 애플조차 iOS에 중국고객을 의식한 각종 편의 기능을 넣는데 노력하고 있는 판국에 말이다.

비용만 지불하면 원하는 스펙으로 스마트폰을 설계해주는 디자인하우스가 심천에는 1백여곳이 있다. 여기서 받은 설계도로 폭스콘 등에 스마트폰을 주문생산하는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스마트폰의 심천모델이다. (출처 : 닛케이비즈니스)

비용만 지불하면 원하는 스펙으로 스마트폰을 설계해주는 디자인하우스가 심천에는 1백여곳이 있다. 여기서 받은 설계도로 폭스콘 등에 스마트폰을 주문생산하는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스마트폰의 심천모델이다. (출처 : 닛케이비즈니스)

심천발 중국스마트폰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다. 하드웨어는 중국업체들에 의해서 평준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충분히 좋으면서도 (good enough) 가격은 프리미엄폰의 절반가격인 폰들이 넘쳐난다.  샤오미외에도 심천의 하드웨어생태계에서 수많은 가격대성능비가 뛰어난 저가 스마트폰이 넘쳐난다. 원플러스원 같은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중국내수시장을 넘어서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폰을 한번 써본 소비자는 안드로이드폰을 아이폰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고 사려하지 않는다. 삼성의 프리미엄폰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비용만 지불하면 원하는 스펙으로 스마트폰을 설계해주는 디자인하우스가 심천에는 1백여곳이 있다. 여기서 받은 설계도로 폭스콘 등에 스마트폰을 주문생산하는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스마트폰의 심천모델이다. (출처 : 닛케이비즈니스)

2014년 1분기와 2015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비교

삼성의 중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은 급전직하중이다. 과연 4월에 출시한 갤럭시 S6로 얼마만큼 점유율을 만회했을까 궁금한데 내가 체감한 느낌으로는 큰 회복은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저만치 앞서가는 혁신기업 애플과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는 중국의 스마트폰업체들. 삼성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그리고 사실 삼성이 처한 현실이 한국경제가 처한 그것을 그대로 투영한다. 여전히 혁신으로 앞서나가는 미국, 엔저로 호황을 맞은 일본, 창업열기를 통해 역동적인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중국,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가.

/최근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을 보완.

Written by estima7

2015년 6월 20일 at 8:17 오후

하버드 출신 부자에 약한 우리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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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에 차는 운동량 측정기를 만드는 핏빗(Fitbit)이란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이 6월19일 기업공개(IPO)에 멋지게 성공했다. 주가는 20불의 공모가에서 첫날 거의 50% 급등한 30불이 됐고 기업가치는 61억불짜리 회사가 됐다. 지금 환율로 대략 6조7천억원짜리 회사가 된 것이다. 이 회사는 2007년 창업되어 혼자 힘으로 웨어러블마켓을 개척해서 2014년 8천억원이 넘는 매출에 1천5백억원수준의 흑자를 낸 대단한 회사다. 이런 성공을 거둘만 하다.

그런데 핏빗의 상장이 미국에서는 화제가 될만한 중요한 IPO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잘 알려진 회사의 뉴스는 아니다. 한국의 대중들이 매일처럼 쓰는 인터넷SNS를 제공하는 회사도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이런 회사의 상장소식이 일간지에 크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경제신문의 국제면 정도에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각 종합일간지에서 제법 크게 소개됐다. 창업자인 제임스 박이 한국계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온라인에 실린 주요신문의 이 기사 제목을 보면서 또 어떤 패턴을 읽게 됐다.

‘하버드’와 ‘돈을 많이 번 부자’에 약한 우리들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오늘 아침 주요 일간지의 온라인사이트에 소개된 기사 제목을 아래와 캡처해봤다.

Screen Shot 2015-06-20 at 12.32.06 PM

나는 2년전에 샌프란시스코의 핏빗 본사에 방문해 본 일이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핏빗을 구입해 써보고 있었을 정도로 이 회사에 관심이 많아서 핏빗의 CEO가 한국계인 제임스 박인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버드출신인 것은 몰랐다. 어떤 미국의 언론보도에서도 그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 같다.

이처럼 우리 언론에서 자주 보는 패턴인데 소개되는 인물이 해외 명문대, 특히 아이비리그 학교를 나왔다면 제목에서 그 부분을 부각시킨다. 또 기업공개 등에 성공했을 경우 다른 것보다 “XXXX억 대박”하는 식으로 돈을 얼마를 벌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만큼 고생해서 일군 성취인데도 ‘대박’이라고 마치 일확천금을 한 것처럼 소개하는 것도 좀 문제가 있다. 또 본인 재산이 아니고 회사의 전체매출인데도 마치 그 돈이 그 사람의 재산인 것처럼 부정확하게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IT거물들의 경우에도 “OOO조의 재산을 가진 세계 몇번째 부자”하는 식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은연중에 우리는 이런 제목을 보면서 성공의 기준을 오로지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과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언론이 이런 속물적인 성공의 기준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얼마전의 하버드-스탠포드 동시 합격 스캔들도 우리 언론이 이런 편집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엉뚱하게 핏빗의 IPO기사를 보면서 하게 됐다. 앞으로는 좀 이런 식의 제목을 안보고 싶다. #잡생각메모

Written by estima7

2015년 6월 20일 at 12:56 오후

일본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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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기무라 마사유키 토마츠 벤처서포트 해외영업부장.

왼쪽이 기무라 마사유키 토마츠 벤처서포트 해외영업부장. 스타트업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얼마전 한국의 스타트업컨퍼런스에 참석하러 방한한 토마츠벤처서포트의 기무라 마사유키 해외영업부장을 만났다. 토마츠벤처서포트는 일본의 대형회계법인인 딜로이트토마츠의 자회사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결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기무라상은 공인회계사로서 일하면서도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 주말마다 열심히 스타트업을 만나고 각종 회계자문을 하면서 도와줬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는 아예 자회사로 옮겨서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수립, 펀딩, 상장 등을 자문해주고 대기업들의 스타트업투자를 돕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는 실리콘밸리로 파견되서 일본스타트업의 해외진출과 해외스타트업의 일본진출을 돕는 일을 맡고 있다. 이런 일을 하는 토마츠벤처서포트는 도쿄에 30명, 전국에 150명정도의 직원이 있다고 하니 일본에서 스타트업열기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무라상이 일본의 스타트업투자열기에 대해서 내게 해준 이야기를 그의 슬라이드를 곁들어 메모해봤다. 그는 발표자료를 한글로 번역해서 가져왔다.Screen Shot 2015-06-14 at 11.19.56 AM

그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스타트업투자금액은 2006년 1천4백억엔대에 이를 정도였지만 계속 감소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토막이 됐다. 그리고 2012년에는 5백억원대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의 스타트업붐을 타고 2014년에는 1천1백억엔대까지 회복됐다. 그리고 올해에는 2006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열기에 비해 의외로 투자금을 받은 스타트업의 수는 오히려 소폭 하향세다. 이에 대해 기무라상은 “아직도 일본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창업이 활발하지 못하다”며 “특히 실패하면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때문에 일본에서는 좋은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덜 가는 편인데 이것도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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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런 이유로 해서 소수의 좋은 일본스타트업은 몸값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스타트업별 평균 투자금액은 2006년의 5천만엔에 비해 2014년은 7천2백만엔으로 휠씬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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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백억원규모의 거액 자금조달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뉴스, 구노시 등의 모바일뉴스앱을 내는 스타트업들도 수백억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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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본의 스타트업 열기속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대기업의 CVC설립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CVC는 Corporate Venture Capital의 약자로 대기업이 스타트업투자를 목적으로 만든 벤처펀드를 말한다. 야후재팬 같은 인터넷기업이 YJ캐피탈이란 약 2천억원규모의 벤처캐피털을 만들어서 모바일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추세가 인터넷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NTT도코모, KDDI 같은 이동통신회사와 니콘, 오므론 같은 제조업체 그리고 심지어는 후지TV, 도쿄방송같은 미디어까지 CVC를 만들고 스타트업투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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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DDI, NTT도코모 등은 스타트업육성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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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아주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토마츠가 매주 개최하는 모닝피치 이벤트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에 도쿄 신주쿠에서 일본의 대기업 신규사업담당자 150명이 모여서 스타트업 4~5개사의 발표를 듣고 열띤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90회이상 개최됐고 50건이상의 사업제휴가 이뤄졌다. 이번 7월16일에는 한국의 스타트업 2팀이 참가할 예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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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내의 스타트업 몸값이 너무 올라가고 투자할 스타트업의 숫자가 부족하다보니 이들은 해외에까지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라쿠텐은 호창성, 문지원부부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비키(ViKi)를 2013년에 약 2천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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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모바일게임회사인 DeNA는 비트윈앱으로 유명한 한국의 VCNC에 투자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리쿠르트, KDDI,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 등은 해외투자가 가능한 펀드를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해외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기무라상은 이것은 한국스타트업에게도 일본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본 대기업의 스타트업투자열기는 한국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 조금 다르다. 정부의 스타트업지원정책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 이런 대기업의 움직임은 자발적인 것이다. 기무라상은 급격히 변화하는 디지털경제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부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오픈이노베이션’철학이 일본기업에서는 대세가 됐다고 말한다. 반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오픈하고 스타트업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기업들처럼 완전히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정말 필요를 느끼서 한다기보다는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에 화답하는 느낌이 강하다.

회계법인인 토마츠가 스타트업생태계육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정부기관에서 하는 일을 민간에서 한다. 토마츠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이런 활동을 한다. 스타트업들이 성장해서 장차 그들의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보수적인 문화의 일본대기업들도 이처럼 변신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싫든 좋든 혁신을 더 빨리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국의 대기업들도 스타트업과의 소통이 필수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늦기 전에 빨리 이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6월 14일 at 5: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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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탠포드, MIT에 참 약한 우리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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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탠포드대에 동시합격했다는 천재소녀 해프닝을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가 하버드, 스탠포드, MIT 등 미국 명문대 브랜드에 약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런 내용을 기사로 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다. 팩트체킹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분명히 문제다.

그런데 가만보면 우리가 너무 미국 명문대 브랜드에 유독 약하다. 일반 대중이 미국명문대에 붙은 학생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니까 언론이 쓰는 것이다.

예전에 출판사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안 사실인데 번역서의 경우 한국에서는 미국 명문대교수가 쓴 책이라고 해야만 잘 팔린다고 한다. 책 내용이 아무리 좋고 해외에서 화제가 된 책이라도 지명도가 떨어지는 미국대학의 교수가 쓴 책이라면 별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래처럼 원저 표지에는 나오지 않는 학교 타이틀이 번역서에는 대문짝만하게 등장하고는 한다. 출판사 편집자가 학벌을 숭상하는 속물이어서가 아니다. 극심한 출판불황속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책을 한권이라도 더 팔아보고자하는 노력인 것이다.

Screen Shot 2014-11-15 at 12.32.50 PM

MIT스타트업바이블의 원제는 ‘Disciplined Entrepreneurship’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잘 훈련된 창업가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창업해서 회사를 키워가는 과정을 잘 정돈해서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책 표지에는 MIT라는 말이 어디에도 없는데 한국판역서에는 대문짝만하게 ‘MIT’라고 박혀서 나왔다. 저자 이름보다도 크게 추천글을 쓴 교수의 이름이 나와있는데 하버드교수다. 물론 책의 내용에는 MIT창업센터의 센터장인 빌 올렛씨가 MIT에서 경험한 내용이 많이 나와있기는 하다.

Screen Shot 2014-11-15 at 12.34.56 PM

위 책도 마찬가지다. 하버드대 교수가 쓰기는 했지만 저자 이름 아래 조그맣게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라고 출판사명이 들어있는 것을 빼면 어디에도 하버드가 강조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번역서의 제목은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이다.

한국에서 2백만부가 넘게 팔렸다는 ‘정의란 무엇인가’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책을 쓴 마이클 샌델이 하버드대교수가 아니고 무슨 주립대 교수였다면 과연 이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 일이 있다. 아마 어렵지 않았을까.

Written by estima7

2015년 6월 13일 at 10: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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