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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역동성 : 대만친구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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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티노 커뮤니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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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동기가 서울에 출장을 와서 만났다. 그 친구는 대만출신인데 2002년에 버클리하스를 졸업한 이후 실리콘밸리에 남았다. 역시 MBA동기인 대만출신 여성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팔로알토에서 살고 있는 친구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때 미처 연락을 못해서 미안했는데 페이스북 메시지로 “한국출장을 왔는데 볼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내 페이스북 포스트의 사진을 보고 내 근황은 대충 알고 있다고 한다. 포스트를 몽땅 한글로 하는데도 이처럼 외국친구들이 내 존재를 페이스북에서 느끼고 연락해오는 경우가 많다. 참 놀라운 세상이다.
이 친구는 실리콘밸리에 살지만 IT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일하지는 않았다. 주로 제조업분야의 회사에서 일을 했다. 조용하고 진중한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에 독일계 제조업 회사로 옮겨서 남가주의 어바인(Irvine)으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친구와 가진 잡담을 기억해두고자 메모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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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인, 좋다. 그런데 너무 평화롭다.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을 항상 느끼던 나에게 조용한 어바인에 사는 것이 괜찮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팔로알토에서는 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일주일에 하루 이틀 오전에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거의 항상이라고 해도 될만큼 옆자리에서 VC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피치하는 사람들을 본다. 거의 예외가 없이 매번 갈때마다 이처럼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사람들을 본다. 이런 사람들을 보며 나는 실리콘밸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risk taking) 사람들이 넘쳐흐른다는 생각을 한다. 실리콘밸리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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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동기생인 아내는 지금 산호세의 모 글로벌IT기업 재무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직하지 않고 어바인으로 이사가더라도 그냥 텔레커뮤트(Tele commute)하기로 했다. 완전히 재택으로 일하는 것이다. 어차피 그 회사 재무파트는 인도, 유럽 등 전세계에 흝어져 있어서 어디서 일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어바인으로 옮긴다고 해서 연봉이 줄었다든지 금전적으로도 손해보는 것도 없다. 다만 향후 승진 등을 고려하면 본사 동료들과 계속 얼굴을 보고 일하는 것이 좋기는 하다.”
확실히 이제는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결과, 성과가 중요할뿐 직원이 어디에서 일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미국회사들이 이런 면에서도 가장 앞서나간다. 대만기업들도 이런 면에서는 너그럽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일의 방식을 회사가 받아들여야 글로벌인재들을 계속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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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가 어바인으로 옮겨야 하는 것을 알게 된 아내가 자기도 새로 일자리를 어바인쪽에서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구직활동에 나섰었다. 그런데 얼마 안되서 페이스북에서 오퍼를 받았다. 그것도 지금과 비교해서 굉장히 좋은 패키지로 오퍼를 받았다. 다만 실리콘밸리에 계속 있어야 하는 조건이다. 어바인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바람에 페이스북에 못가게 되서 아주 아쉬워했다. “대신 당신이 나 평생 먹여 살려야 해”라고 농담을 한다. 이처럼 지금 구글, 페이스북 등이 미친듯이 사람을 뽑는다. 또 다른 내 친구는 최근에 스냅챗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했다. 요즘 정말 실리콘밸리는 인재전쟁이다.”
지난 2월에 스타트업으로 초호황을 누리는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다녀와서 “창조경제가 불을 뿜는 지역을 탐험한 느낌”이라고 썼었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여전히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4월 26일 at 12: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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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차이나타운의 환치기 송금과 트랜스퍼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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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월22일자의 ‘차이나타운 은행 송금실적 ‘0’,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등 중국 동포 밀집지역에서 환전소를 이용한 환치기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전소를 통한 환치기는 송금 기록이 남지 않아 탈세와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 : 다음 로드뷰

왼쪽은 하나은행 대림동출장소, 오른쪽은 사설 환전소. 이미지출처 : 다음 로드뷰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약 2만명의 중국동포가 거주하고 있지만 대림역인근의 신한은행, 하나은행, 한국SC은행 등의 시중은행지점에서는 위안화송금실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거의 송금수요가 ‘0’에 가깝다. 아무리 환율을 우대해줘도 중국동포들이 은행에서는 은행에서 송금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사설 환전소에서 한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10여 개의 환전소가 성업 중이다. 환전소를 통한 송금은 중국동포가 원화를 환전소에 가져가면 환전소가 중국의 중개조직에 연락해 원화만큼의 위안화를 중국동포의 중국계좌에 입금해주는 식이다. 이른바 불법 환치기다.

그럼 왜 은행대신 환전소를 통해 환치기를 할까?

중국동포가 환전소에서 송금하는 이유는 쉽고 빨라서다. 은행에서 중국으로 돈을 보내면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환전소를 통하면 30분 내에 송금이 끝난다. 수수료도 은행의 3분의 1 수준이다. 소액 환전만으로 점포 운영이 어려워진 환전소들도 추가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환치기 영업에 매력을 느낀다.

여기까지 읽고 든 생각은 “여기에 핀테크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위와 같은 이유로 영국을 대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트랜스퍼와이즈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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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15-04-24 at 10.31.12 AM

에스토니아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일하던 타밧과 크리스토는 비싼 환전수수료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에스토니아에서 나온 인터넷전화서비스인 스카이프의 첫번째 직원이었던 타밧은 런던에 파견되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월급은 에스토니아에서 유로로 받았기 때문에 런던에서의 생활을 위해 매번 돈을 파운드로 환전해 런던으로 송금받았다. 반면 런던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던 크리스토는 매달 에스토니아에서 구입한 주택의 할부금을 갚기 위해 런던에서 파운드로 받은 월급을 유로로 환전해 에스토니아로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은행의 불편한 송금절차와 송금금액의 거의 5%에 이르는 비싼 수수료에 신음했다.

Screen Shot 2015-04-24 at 10.31.30 AM

그러다가 서로 알게 된 그들은 자신들이 서로 돈을 교환하면 송금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밧은 에스토니아에서 크리스토의 주택할부금을 유로로 대신 내주고 크리스토는 그만큼의 돈을 런던에서 타밧에게 파운드로 주면 송금수수료를 전혀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한국에서는 ‘환치기’라고 한다.)

이들은 이것을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아이템으로 해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2011년 트랜스퍼와이즈를 창업했다. 웹과 모바일에서 쉽게 송금이 가능하며 송금수수료는 기존 은행들의 10분지 1 수준이라는 것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의 투자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6조원이 넘는 돈을 누적송금했으며 1천억원정도의 펀딩을 받았다. 영국의 금융규제기관인 FCA의 라이센스도 받았다. 송금 거래내역도 다 기록으로 남는다.

Screen Shot 2015-04-24 at 10.32.00 AM

사진출처 : 트랜스퍼와이즈 홈페이지

이들은 광고도 공격적이다. 런던시내의 위와 같은 가두 광고에서 “당신이 거래하는 은행은 국제송금에서 몰래 바가지를 씌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속고 있습니다. 당신은 백주강도를 당하는 셈입니다. 다음부터는 트랜스퍼와이즈를 이용해 90%의 수수료를 절약하십시오”라는 식으로 마케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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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불법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들이 은행을 외면하고 모두 이런 환치기 환전소를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이제는 외국환거래법이라는 법률을 좀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동아일보의 기사는 이렇게 끝이 난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환전소의 환치기 영업이 워낙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 단속이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중국동포가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환전소를 이용하는 등 ‘생계형 송금’ 수요도 많아 환치기 영업을 아예 뿌리 뽑기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동포가 송금 업무를 은행을 통해 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환전소의 불법 영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과연 교육을 강화하고 환전소를 더 감시하면 해결될 일인가? 오히려 저렴하고 편리하게 돈을 송금하길 원하는 중국동포들을 위한 국제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스타트업을 활성화시켜서 양성화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수많은 국제송금 핀테크스타트업들이 나와 성업중인 영국에는 아지모(Azimo)라는 회사가 있다. 위 홍보비디오를 보면 나오는데 타겟고객은 영국으로 와서 일하는 터키,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의 외국인노동자들이다. 한푼이 아쉬운 노동자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소액송금을 할때 모바일로 쉽게,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한국에 나와있는 중국동포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하는 생계형 송금인데 외환관리법을 완화해서 이런 핀테크형 송금을 양성화해야 하지 않을까.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사회구석구석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이런 금융약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틈새형 핀테크가 한국에 필요하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4월 24일 at 11:39 오전

스타트업에 의해 해체되는 대기업: Unbundling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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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반동안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의 스타트업 동네를 자세히 둘러보고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알면 알수록 정부의 정책이 기존 기득권세력을 보호해주는 쪽으로 만들어져서는 스타트업이 크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작은 기업이 뭐든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혁신이 나온다.

그리고 파괴적인 혁신을 만든 회사는 필연적으로 기득권 세력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충돌이 나온 상황에서 규제당국이 어느쪽 손을 들어주느냐에서 혁신으로 새로운 회사가 나와서 기존업계의 질서가 바뀌느냐 아니면 기존 강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지가 판가름 난다.

만약 기득권회사들의 편을 들어서 계속 복잡한 규제 등 장벽을 만들어서 새로운 혁신의 성장을 방해한다면 우리 경제의 바람직한 신진대사는 이뤄질 수가 없다.

그래픽 출처 CB Insight

그래픽 출처 CB Insight

위의 그림을 보면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닷컴버블의 최고조였던 2000년 3월 나스닥 기업가치 톱10의 기업중 15년뒤에 톱10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사는 MS, 인텔, 시스코뿐이다. 당시에 거의 존재감이 없던 애플이 지금은 세계최대시총의 회사로 부활했다. 15년전에는 존재가 미미했거나 없었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2, 4, 5위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톱10랭킹에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공룡스타트업들이 곧 들어올지도 모른다. 이런 역동성은 틀을 깨부수는 파괴적 혁신에 너그러운 실리콘밸리의 토양이 있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이제 다시 기존 대기업에 대한 스타트업의 총공격이 시작된 것 같다. 백화점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은행, IT회사, 생활용품회사, 페덱스 등을 기민한 스타트업들이 공격하고 있다. CB Insights가 이런 현상을 멋지게 그래픽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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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자은행인 웰스파고의 서비스를 수많은 핀테크스타트업들이 공격중이다. 대출은 렌딩클럽, 온덱, 캐비지 등이, 자산관리는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같은 회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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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는 HSBC의 홈페이지를 사례로 들었는데 역시 수많은 핀테크스타트업들이 성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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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으로 유명한 P&G같은 회사는 각 제품군마다 수많은 작은 스타트업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남성용품의 경우 달러쉐이브클럽같은 경우가 유료멤버로 가입하면 매월 남성용품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P&G의 시장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P&G를 해체하는 스타트업중에는 한국의 스타트업, 미미박스도 나와있다.

unbundlinghoneywell2가정용 온도조절계, 에어콘, 가습기, 도어록, 보안장치 등을 만드는 허니웰의 경우는 수많은 IoT스타트업의 공격을 받고 있다. 네스트, 드롭캠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Screen Shot 2015-04-21 at 6.09.53 PM심지어는 배송업체인 페덱스의 서비스도 수많은 스타트업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우버도 배송의 영역에 군침을 흘리고 있으며 Shyp같은 회사는 모바일앱으로 어떤 물건이든지 사람이 와서 알아서 포장해서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페덱스의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이렇듯 작고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대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분해하는 시대다. 위 그림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왜 해외의 거대기업들이 열심히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에 나서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안하고 게으름을 피우다보면 나중에 호랑이로 변한 스타트업에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생태계도 이런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회사들이 치고 올라오고 혁신을 게을리하고 기존 시장에 안주하는 대기업은 도태된다.

이처럼 은행의 서비스가 핀테크스타트업에 의해 Unbundling되는 시대에 한국에서는 자본금 2천억원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든다. 위성DMB, 지상파DMB, 종편 등 이런 식으로 정부가 라이센스를 줘서 산업을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자본금 몇천억의 공룡회사를 또 만드는 것보다는 2천억을 수많은 작은 혁신회사에 투자하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규제와 불공정한 업계관행을 걷어내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4월 21일 at 11:40 오후

택시안에서 느낀 “소프트웨어가 먹어치우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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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4년쯤 전에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마크 앤드리슨의 WSJ기고글을 블로그에 소개한 일이 있었다. 그는 그 글에서 “소프트웨어기업이 세상을 지배하는 트랜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며 넷플릭스, 아이튠스, 판도라, 픽사까지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썼다. 그리고 그는 특히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들이 이런 소프트웨어혁명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앞으로 10년동안 기존 업계의 강자와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반란군의 대결이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는 요즘 들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것을 특히 실감하고 있다. 특히 며칠전 카카오택시앱으로 불러서 탄 택시에서 그것을 실감했다.

아침에 종로쪽으로 갈 일이 있어서 집을 나서면서 카카오택시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이렇게 하면 택시를 잡으러 움직이는 3~5분정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서면서 카카오택시앱에 목적지인 종로의 XX빌딩을 입력했다. 그리고 바로 도착한 택시에 탑승했다. 그러자 택시기사님이 목적지를 물어보지 않고 스마트폰 카카오택시앱에 있는 “김기사로 목적지 안내하기”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바로 김기사앱이 길안내를 시작했다.

Screen Shot 2015-04-15 at 8.08.20 AM

내가 탄 택시의 내부 모습. 위 오른쪽의 큰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고 아래 스마트폰의 김기사앱을 사용.

보통 요즘 택시를 타면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이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뒤에 출발한다. 터치스크린화면을 통해서 입력하느라 애를 쓰면서 몇분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김기사앱을 자동연결해서 사용하니 정말 편리해보였다.

보통은 이렇게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느라 길에서 어정쩡하게 시간을 허비한다.

보통은 이렇게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느라 길에서 어정쩡하게 시간을 허비한다.

도착할 즈음에 실제로 김기사를 연동해서 쓰는 것이 편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도착 예상시간도 신기하게 들어맞고 편리하네요”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카카오의 김기사 700억 인수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기사님과 이야기하면서 깨달은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카카오택시앱을 주로 쓰게 되면 커다란 택시콜단말기와 내비게이션단말기가 필요없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내리면서 카드를 내고 카드결제단말기를 이용해 요금을 결제했다.

Screen Shot 2015-04-19 at 7.43.19 PM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버앱을 사용할 경우 위의 모든 택시콜 단말기, 내비게이션, 카드결제기, 택시미터기를 앱하나가 대체한다. 고객은 우버앱을 통해서 소개받으며 목적지로 가는 길은 내비게이션으로 자동으로 안내된다. 가는 동안 요금은 우버앱이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남산터널 등의) 유료도로 톨게이트 등을 지날때 기사가 낸 돈도 자동으로 계산되서 요금에 포함된다. 승객은 요금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내리지만 우버앱에 미리 입력해둔 카드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지불된다. 요금은 우버의 몫(20%)를 제외하고 기사의 계좌로 자동으로 이체된다.

콜롬비아의 한 우버 기사가 운전하는 모습.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콜롬비아의 한 우버 기사가 운전하는 모습.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심지어 우버는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의 제휴를 통해 자동차안의 라디오역할까지 하려고 한다. 일개 소프트웨어에 지나지 않는 우버앱 하나가 스마트폰을 타고 택시미터기, 카드결제기, 택시콜 단말기, 내비게이션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드는 셈이다. 그리고 차를 가지고 있는 누구나 택시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소프트웨어가 많은 것들을 삼켜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파괴적인 혁신을 한 회사가 마크 앤드리슨이 예언한대로 기존 택시업계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마법의 기기에 올라탄 수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모든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며 마찰을 만들어낼 것이다. 아니 이미 만들고 있다. 낡은 규제틀로는 이런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기존 규제의 틀을 완전히 재정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택시안에서 했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4월 19일 at 8:40 오후

드론계의 애플, DJI – 팬텀 3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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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표된 DJI의 팬텀 3 소개 동영상을 보고 “얘들은 정말 드론계의 애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제품 소개동영상의 분위기가 애플의 그것과 많이 흡사하다. 어려운 테크놀로지를 일반인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도 애플과 비슷하다. 세련된 영상과 배경음악, 자연스러운 나레이션은 조니 아이브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연상하게 한다. 드론본체, 카메라, 짐벌 등 뛰어난 하드웨어 제작 능력과 제어소프트웨어 제작 능력을 동시에 갖추었다. 동영상 어디에서도 도저히 이 회사가 중국회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새로운 기능 추가는 마치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서 경험하는 흥분을 느끼게 해줬다.

또 내가 놀란 것은 이 회사가 보여주는 빠른 제품의 진화다. 4K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한 3천불짜리 Inspire 1이 발표된 것이 지난해 11월이었는데 불과 반년이 안되는 사이에 4K와 Vision positioning 기능이 장착되었으면서도 가격은 1천불~1천2백불대의 팬텀 3를 내놨다. (인스파이어의 무게는 3kg인데 이 제품은 그대로 1kg다.) 가공할만한 제품개발스피드와 가격경쟁력을 보여주는 회사다. 자사의 3천불짜리 제품을 살 필요가 없게 만들어 버렸다. (관련포스팅 : 팬텀 2 드론 체험기)

아래는 이번 팬텀3 발표에서 몇가지 내가 놀란 부분이다.

Screen Shot 2015-04-10 at 12.05.39 AM

저멀리 2Km 떨어진 지점까지 드론을 날려보낸 상태에서도 카메라영상을 실시간으로 HD급으로 전송받아서 볼 수 있다.

Screen Shot 2015-04-10 at 12.19.37 AM

비전포지셔닝기능이 있어서 센서를 통해 땅바닥을 감지해서 비행한다. 즉 GPS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도 바닥에서 적정한 높이를 안정되게 유지하며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내에서 결혼식 같은 행사를 촬영할 때 유용할 듯 싶다.

Screen Shot 2015-04-10 at 12.09.31 AM

리모콘에 ‘Return to Home’버튼이 들어갔다. 아무리 드론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버튼을 누르면 GPS를 통해 알아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잃어버릴 염려가 거의 없어졌다.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리모콘과의 접속이 끊길 경우에도 자동으로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오는 Autopilot기능이 있다. 드론 초보자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Screen Shot 2015-04-10 at 12.13.03 AM

동영상을 찍는 파일럿앱 자체가 비디오 에디터역할도 한다.

Screen Shot 2015-04-10 at 12.13.57 AM

앱을 통해 실제 촬영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완벽하게 카메라를 조종할 수 있다. 필요하면 아이패드를 떼어내서 한 사람은 드론을 조종하고 다른 한 사람은 카메라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다.

Screen Shot 2015-04-10 at 12.14.08 AM

시뮬레이터가 들어있어서 앱을 통해 조종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비행연습을 미리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초보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기능이다.

Screen Shot 2015-04-10 at 12.14.39 AM

조종한 내역과 관련 사진, 동영상은 로그로 다 남는다.

한마디로 이 드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종합예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1천불정도의 이전 모델보다 큰 차이없이 책정했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Screen Shot 2015-04-05 at 8.01.19 AM

이 포브스의 분석이 정말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본사가 심천에 위치했다는 잇점을 십분 살린 것인가? 세계 테크업계에 또 하나의 스타기업이 탄생한 것 같다. 이제 중국기업이 그냥 짝퉁이나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할 때는 지났다. 이런 신세대 중국 테크기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우리도 분발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4월 10일 at 12: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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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차관보와의 만남 단상 :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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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사관의 요청으로 미국 국무부 찰스 리프킨 경제담당 차관보와 한국창업자들의 만남행사를 지난 2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가졌다. 미국고위관료를 모시는 행사를 가진 덕분에 전날 미국대사관저에 초청받아 아침식사를 하며 차관보와 함께 그 유명한 리퍼트대사와 대화를 해보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리퍼트대사, 리프킨차관보와 함께한 조찬모임을 전하는 미국대사관의 트윗. 내가 눈을 감은 모습으로 나와서 좀 아쉽다.

두 분과 각각 찍은 셀카.

두 분과 각각 찍은 셀카.

실제로 만나서 대화해본 리퍼트대사는 아주 명석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얼굴과 손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반창고와 손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전혀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유쾌하게 행동했다.

리프킨 차관보와 창업자들의 만남행사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만족스럽게 진행됐다. 미국의 고위관료를 맞아 치룬 행사는 이번이 처음인데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 리프킨차관보의 이야기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하나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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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차관보는 미국 국무부 최초로 팟캐스트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경제외교정책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다. 나는 그가 무슨 계기로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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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차관보는 세서미스트리트와 머펫쇼로 유명한 짐핸슨컴퍼니에서 1988년부터 15년간 일했다. 88년에 그가 하버드MBA를 갓 졸업하고 짐핸슨에 입사했을때의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온통 머펫 등 인형과 스토리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만 있던 회사에서 뽑은 첫번째 비즈니스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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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서미스트리트와 짐 핸슨.

입사후 그는 매일처럼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창업자인 짐 핸슨이 밤늦게 서성거리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것을 여러번 목격한 것이었다. 지하실쪽에는 지저분한 보일러룸이 있어 그가 내려갈 일이 없어보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결국 직접 내려가서 뭐가 있나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매튜라는 청소부가 있는 보일러룸이 나왔다.

그는 매튜에게 말했다. “매튜, 짐 핸슨이 이리 내려가는 것을 봤어요. 그를 봤나요?” 그러자 매튜가 말했다. “물론이죠. 그는 나에게 무슨 기발한(Creative)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어보러 왔어요.” “아니 이 회사를 혼자 힘으로 만든 짐 핸슨이 당신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보러 간다고요? 정말이요?” 그러자 매튜는 “그럼요(Absolutely)”라고 대답했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리프킨은 짐 핸슨에게 가서 따지듯이 물어봤다. “당신이 청소부 매튜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본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러자 짐 핸슨은 그런 질문을 하는 그가 아주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찰리,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네.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든지 나올 수 있네. (Creativity can come from anywhere.)” 

짐 핸슨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창의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회사의 CEO이자 창업자다. 그런 위치에 있는 짐 핸슨이 조직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아이디어를 묻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젊은 리프킨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큰 깨달음을 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높은 지위가 사람을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Hierarchy doesn’t make you more creative.) 사실 헐리웃에서보면 어떤 사람들은 직급이 올라갈 수록 덜 창의적이 되는 현상이 있습니다.(웃음) 내가 국무부에서 처음으로 팟캐스트를 시도한 것은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입니다.”

그에게 큰 교훈을 준 짐 핸슨은 90년에 53세로 타계했다. 리프킨은 계속 승진해서 짐핸슨컴퍼니의 CEO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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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미국생활을 하고 들어와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한국은 일방향, 미국은 쌍방향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대화를 즐기는데 반해서 한국인들은 대화를 힘들어 한다.

그런 문화는 각종 행사, 모임 등 사회 곳곳에서 보인다. 행사에 가보면 참석자들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우리 아이 학교설명회에 갔다가 학교측에서 전달해야 할 내용을 일방적으로 설명만 하고 질문을 받지 않고 끝내서 황당했던 일이 있다.

반면 일방향보다는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타운홀문화가 깊게 자리잡은 미국에서는 Q&A 대화시간이 없는 행사는 상상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출처:알버트님

사진출처:알버트님

리프킨 차관보와 가진 행사에서도 차관보는 연설을 마치고 약 45분간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그가 청중의 재치있는 질문들을 받으며 정말로 즐거워 한다는 것을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려깊은 대답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그는 행사가 끝나고 참석자들과 일일이 명함이 다 떨어질 때까지 인사를 나누고 갔다.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이렇게 격의없이 대화하는 가운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소통이 된다. 위의 짐 핸슨 에피소드에서 설명한 것처럼 창의성은 누구에게나 나올 수 있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이렇게 한국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관련 포스팅 : 평등한 토론에서 나오는 혁신)

우리나라 행사에서는 고위인사들이 와서 진정성 없는 의례적인 인사말만 하고 먼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중들은 그들을 위한 들러리다. 이런 문화는 좀 사라졌으면 한다.

사족 : 리프킨 차관보는 이날 행사를 정말로 흡족해 하며 돌아갔다. 그가 와일드브레인에서 CEO당시 만들었던 ‘요 가바가바’라는 어린이용 프로그램이 있는데 청중들이 질문할때 여기에 대한 언급도 여러번 있어서 놀라고 즐거워했다. 작별인사를 할때 “워싱턴DC에 올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이야기했다. 아래는 그의 트윗.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했더니 “너는 트위터팔로어가 내 20배이던데 뭘 그러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 (그는 8천명, 나는 15만)

Written by estima7

2015년 4월 4일 at 7:54 오후

DJI 팬텀 2 드론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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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출장을 다녀오면서 드론을 하나 사가지고 왔다. 아마존이 택배에 드론을 활용하겠다고 하는등 이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드론 기술이 실제로 어디까지 왔는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서였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취미로 드론을 사서 많이 날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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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전자제품 양판점에 가니 드론코너가 따로 있었다. 애들 장난감 같은 작은 드론부터 카메라를 달아서 날릴 수 있는 본격적인 드론까지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었다. 실제로 대중들에게 드론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구입한 모델은 DJI 팬텀2라는 모델이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모델이다. 본체를 5백불에, 카메라를 다는 짐벌이라는 장치를 3백불에 구매했다.

2년전에 구경한 프랑스 패럿의 드론.

2년전에 구경한 프랑스 패럿의 드론.

사실 2년전에 미국에서 드론을 샀다고 내게 보여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본 드론은 조잡했고 조종하기도 쉽지 않았다. “뭐하러 3백불씩이나 주고 저런 것을 샀나”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당시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본 팬텀2는 매끈한 디자인에 조종하기도 쉽다는 말에 이끌려서 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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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2의 조립은 간단했다. 상자에서 꺼내서 드론에 프로펠러날개를 붙이는 것뿐이었다. 다만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짐벌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좀 복잡하기는 했다.(솔직히 아들녀석이 대신 설치했다.) 카메라는 지인에게서 액션카메라인 고프로 히어로3를 빌려서 달아봤다.

한강시민공원에서 날려본 DJI 팬텀 2.

한강시민공원에서 날려본 DJI 팬텀 2.

조립을 하고 나서 보니 문제는 드론을 날릴만한 장소가 서울에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비행할때는 제법 윙윙거리는 큰 소리가 나고 몸체도 커서 눈에 잘 뜨이는 드론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날릴 수는 없었다. 조종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드론이 사람에게 떨어지거나 충돌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웬만큼 넓은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날리기가 어려웠다. 날릴만한 곳을 찾아 강남일대를 빙빙 돌다가 선릉공원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공원안에서 그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안된다”는 경비원의 제지를 받아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결국 한강시민공원에 나가서야 드론을 마음놓고 조종해볼 수 있었다. 국토가 넓고 공원, 운동장 등이 많은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드론대중화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론을 날려보고 나서야 나는 이 비행물체가 다양한 기술의 복합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항공역학은 물론이고 안정된 비행을 위한 GPS기능, 안정된 동영상촬영을 위한 카메라제어기술, 경량 배터리기술, 조종을 위한 AI 소프트웨어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잘 융합시켜야 좋은 드론제품을 만들 수가 있다. 팬텀2는 초심자도 안정된 카메라촬영이 가능하고 안정된 조종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훌륭한 드론제품이었다. 위 홍보동영상을 보면 DJI 팬텀2가 어떤 제품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신제품 Inspire 1도 매력적이다. 3천불가격의 이 제품은 프로수준의 동영상을 찍을 수 있어서 비즈니스용으로 많이 구매한다고 한다. 정교한 샷을 찍기 위해서 드론조종과 카메라조종을 2명이 각기 따로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니 대단하다.

Screen Shot 2015-04-04 at 6.24.18 PM

MBC화면 캡처

MBC ‘나혼자산다’에 소개된 신화 김동완의 드론이 바로 이 Inspire 1이다. (‘나혼자산다’ 김동완 소유 드론, 가격만 400만원 ‘취미도 고급’)

DJI 창업자 프랭크 왕. (사진 출처 DJI)

DJI 창업자 프랭크 왕. (사진 출처 DJI)

내가 놀란 것은 이 DJI 팬텀2가 중국회사가 만든 제품이라는 것이다. 2006년 중국 심천에서 프랭크 왕이 설립한 이 회사는 급팽창하고 있는 세계 민간드론시장의 1위업체다. 이 회사는 외국제품을 카피해서 빠르게 내놓는 다른 중국회사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오리지널한 드론 제품을 내놓으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롱테일이론의 크리스 앤더슨이 창업한 드론업체 3D로보틱스와 프랑스의 패럿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DJI드론을 구입한 많은 미국인들은 이 회사가 중국회사인지도 모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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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는 최근 4년간 직원수가 50명에서 3천명이상으로 급증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의 매출이 1천4백억원정도로 알려졌는데 2014년에는 5천5백억원정도로 3.5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패스트컴퍼니는 최근에 “DJI가 10억불매출을 넘기는 첫번째 드론업체가 될 것이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Screen Shot 2015-04-05 at 8.01.19 AM

이런 성장세를 보고 실리콘밸리의 명문VC들이 투자하겠다고 난리이며 시콰이어캐피털이 구주를 인수해 주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은 기업가치가 10조원까지 치솟았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다. 따져보면 경쟁사들은 취미로 즐기는 장난감에 가까운 드론을 내놓는데 반해서 DJI는 1천불의 가격에 프로페셔널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에 시장을 급속도로 확장시켰다고 할까.

액션카메라를 만드는 GoPro의 2014년 매출이 약 1.6조원이고 4월초주가로 본 기업가치가 6조원쯤 되는 것을 보면 드론은 물론 드론에 장착하는 액션카메라까지 잘 만드는 DJI가 10조원 기업가치가 된다는 것이 납득이 된다. DJI가 드론 장착용 카메라까지 직접 만들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GoPro가 직접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는 WSJ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TV, 컴퓨터, 에어콘,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등을 만드는 LG전자의 2015년 4월초현재 시가총액은 9조5천억이다. 이제는 하나만 잘하면 되는 시대다.)

팬텀2로 하늘에서 찍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멋진 전경 동영상을 보면서 드론이 생각보다 빨리 보급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면 드론의 발전을 규제가 못 쫓아갈 수 있다. DJI는 각국별로 드론관련 규제를 확실하게 정립해달라고 요청하며 관련 협상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드론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4월 4일 at 3: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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