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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5] 미국직장의 점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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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직장문화에서 점심은 누군가와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다. 적어도 신문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는 그렇게 배웠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아서 식사를 하면서 사람을 사귀고 정보를 얻는 시간이 점심식사시간이었다. 아니면 따로 약속이 없더라도 같은 부서의 동료들과 같이 나가던지 아니면 어느 누구라도 잡고 둘이서 나가서 밥을 같이 먹어야 되는 문화였다. 혼자서 가서 식사를 하면 웬지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루저’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점심약속을 미리미리 잡아놓고는 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는 대개 다같이 찻집이나 카페로 이동해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과정이 뒤따른다. 일이 바쁘거나 입맛이 없어서 점심을 거르거나 간단히 하겠다고 하면 “다 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하면서 같이 식당에 가자고 권유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비생산적일 수는 있지만 이런 문화를 통해서 동료들과 더 많이 소통하게 되고 외부인맥도 늘리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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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보이는 빌딩에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걸어가야 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보니 사뭇 문화가 달랐다. 미국직장인들은 특별한 점심약속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라이코스의 경우 일단 구내식당이 없고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파는 카페테리아는 걸어서 5분정도 떨어져 있는 옆 건물에 있었다. 그외의 식당은 제일 가까운 곳도 차를 몰고 가야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간단히 가까운 곳에서 먹을 거리를 사와서 혼자 먹는 정도였다.

회사에는 보통 이런 키친이 있다.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뒀다가 꺼내서 전자렌지로 데워먹는다.

회사에는 보통 이런 키친이 있다.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뒀다가 꺼내서 전자렌지로 데워먹는다.

동료들과 같이 담소하면서 먹는 것을 즐기는 몇몇 직원들은 냉장고와 싱크대가 있는 ‘키친’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냥 자기 책상에 앉아서 가볍게 점심을 먹는다. 그야말로 우걱우걱 먹는다.

삼삼오오 이런 곳에 모여앉아서 먹기도 한다. 대개 사교적인 친구들이 이런 곳에서 먹는다.

삼삼오오 이런 곳에 모여앉아서 먹기도 한다. 대개 사교적인 친구들이 이런 곳에서 먹는다.

사람들이 싸오는 그 도시락이라는 것도 천차만별이어서 중국인등 아시아인들은 우리처럼 제대로 밥이 들어간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간단히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싸온다. 심지어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파스타나 햄버거 같은 냉동식품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저런 것을 먹나 싶은데 다른 사람의 눈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몇명이서 같이 피자를 주문해서 한조각씩 먹기도 한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런 이미지들이 많이 나온다. 이것이 평균적인 미국직장인들이 점심을 먹는 모습이라고 해도 좋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런 이미지들이 많이 나온다. 이것이 평균적인 미국직장인들이 점심을 먹는 모습이라고 해도 좋다.

즉, 한마디로 미국인들의 직장 점심문화를 정의하면 “대충 때운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구내식당이 있더라도 음식을 자기자리로 가지고 가서 책상에 앉아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직장인의 67%가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할 정도다. 뉴저지에 있는 삼성전자의 미국지사 구내식당에 가본 일이 있는데 그 곳에서도 한국인들은 자리에 앉아서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외국인들은 식사를 가져다 자리 자리에 가서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화로운 공짜점심을 제공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미국전체로 보면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회사가 공짜점심을 제공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통해 소통을 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회사에서도 점심거리를 식당에서 받아다 자기자리에 혼자 앉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점심을 간단히 먹는 문화는 아마도 식사시간을 최소화하고 일에 집중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식당이 멀어서 밖에서 먹고 오면 한시간이 훌쩍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그럴 시간이 10분만에 식사를 후딱 해치우고 일을 빨리 끝내려는 것이다. 상사의 눈치를 보는 야근이 없는 문화기 때문에 일을 빨리 끝낸만큼 집에 제시간에 갈 수 있다.

솔직히 이런 미국인의 점심문화는 내 마음에 안들었다. 미국직장에서 동료간에 ‘정’이 한국과 비교해서 없고 개인주의적인 것은 아마 이런 드라이한 점심문화의 영향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라이코스에 갔을 때 꺼꾸로 이런 문화를 이용했다. 나는 한국식으로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점심을 같이 하자고 청했고 같이 인근 식당에 가서 식사했다. 점심같이하자고 물어보면 상대방이 선약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므로 쉽게 식사상대방을 구해서 점심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을 데리고 차로 한 15분 거리에 있는 렉싱턴시내 한국식당에 가서 돌솥비빔밥을 시켜주고 한국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많은 직원들과 서로 간의 벽을 허물 수 있었다. 음식을 앞에 놓고는 업무미팅때는 할 수 없는 가볍고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개인사를 털어놓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디에서 자라났으며 학교를 다녔고 형제자매는 어떻게 되고 자녀들은 어떤 상황인지 심지어는 기구한 가족사와 이혼경력까지 술술 털어넣는 경우도 있었다. 덕분에 미국인들의 삶과 고민 등에 대해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간의 신뢰를 쌓았다고 할까. 그들도 알고보면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식당에 내 차를 타고 나란히 앉아 같이가고 식당에 마주 앉아 대화하면서 덤으로 영어회화실력도 많이 늘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직원들에게 저녁식사를 청하는 것은 “NG(No Good)”이지만 점심식사를 청하는 것은 미덕이다. 밀린 일을 따라잡기 위해서든, 공부를 위해서든, 인맥을 넓히기 위해서든 점심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은 직장인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8월 26일 at 12: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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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4] 나이와 호칭을 따지지 않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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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게 가장 편했던 것은 ‘나이와 호칭을 따지지 않는 문화’였다. 물론 미국이라고 나이와 호칭이 전혀 상관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따진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에 돌아와서 짜증이 나는 것은 끊임없이 나이를 따지는 문화다.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누가 연장자인지 따진다. 감추려고 해도 감추기가 어렵다. 참석명단을 돌리면서 무신경하게 요구하는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서로의 나이를 쉽게 알게 된다. 관에서 하는 행사에 가면 필수요건처럼 이름옆에 나이를 표시한다.

***

처음 라이코스에 가서 직원들 면담을 하면서 가끔 상대방의 나이가 궁금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알수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보는 것은 실례라는 것쯤은 알아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HR매니저 존과 찍은 사진.

HR매니저 존과 찍은 사진.

그래서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볼 수 있는 회사 인트라넷이 있느냐”고 인사담당(HR)매니저인 존에게 물어봤다. 펄쩍 뛴다. 직원들의 개인적인 인적사항 정보는 사장이라고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입사나 퇴사 등의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HR정보를 확인해야 경우에 한해 HR담당자인 자신만 보는 것이지 그외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줄 수 없단다. 이력서나 지원서에 나이를 적는 것이 당연시 되고 또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항상 타인에게 자신의 나이를 드러내보일 수 밖에 없는 한국의 문화와 달라서 좀 놀랐다.

그래도 직원 면담을 할때 내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미리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존에게 이야기하니 이메일로 사전에 취합된 이력서를 보내준다. 하지만 사진, 성별, 나이 등이 없이 학력과 경력이 건조하게 나열된 이력서를 봐서는 정확히 나이를 알기 어려웠다. 그나마 학교졸업연도 등으로 대강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졸업연도도 안 쓴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직원들의 나이가 궁금할 일은 없었다. 나이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보다 휠씬 나이가 많아보이는 일부 엔지니어들이 있어서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하지만 존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어차피 중요한 것이 아니니 나이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

나이를 따지지 않는 것보다 내가 더 편하게 여긴 것은 이름을 그대로 부르며 존댓말이 없는 영어 언어습관이었다.

한국에서는 나이나 출신학교, 출신지역에 따라 손윗사람의 경우 형님, 선배로 부르거나 아랫사람의 경우는 “준현”, “준현씨”하는 식으로 그냥 이름을 부른다. 연배가 높은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을 “정희”, “재현”하는 식으로 이름만 부르는 것은 큰 실례일 수 있다. 또 이름이 아니고 성에 대표, 부사장, 전무, 국장, 과장, 대리 등 직함을 꼭 붙여서 불러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뭔가 어색해서 상대방을 부를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상대방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망설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호칭문화와 달리 미국에서는 직함없이 상대방 이름을 그대로 부르면 된다. 영어의 특성상 존댓말도 없다. 아무나 그냥 이름만 기억하고 부르면 된다. 심지어 가족간에도 그렇게 한다.

서로 나이에 상관없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문화가 너무 편했다.

서로 나이에 상관없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문화가 너무 편했다.

직원들과 복도에서 마주치면 “헤이, 정욱 하우아유”(Hey Jungwook, how are you?)라고 말을 건넨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사장에게 말단직원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렇게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직원들과 휠씬 평등한 관계에서 말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서 일을 할 때도 서로 나이와 직위를 (한국과 문화와 비교해서) 덜 의식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 편이다. 미국에서도 동부보다는 서부가, 기존 전통산업계보다는 IT업계의 신생기업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일반적인 미국인의 경우 이름이 참 기억하기 쉽다. 크리스, 존, 조, 다이애나, 케빈, 에드, 티파니, 마크… 이들이 내가 밀접하게 일하던 라이코스 핵심매니저들의 이름이다. 몇년이 지나도 잊어버릴 수가 없을 정도로 이름이 쉽다. 크리스처럼 너무 흔한 이름은 사내에서 동명이인이 여럿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성은 보통 다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된다.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쉽게, 더 자주 불러주기 때문이다. 이름을 불러주다보면 쉽게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복잡한 호칭없이 퍼스트 네임만을 불러주고 쉬운 이름을 쓰는 문화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생활속에서 매일 마주치는 주위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코스의 동료들은 자주 다니는 샌드위치가게의 점원이름이나 헬스클럽의 매니저이름이 제니퍼라든지 톰이라는지 하는 것을 모두 기억하고 그들을 이름으로 불러줬다. 심지어 매일 아침에 사무실을 청소해주는 여성도 “제인”이라고 이름으로 불러줬다. 더 인간적으로 상대방을 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매일다니는 식당의 종업원이름이나 방을 매일 청소해주는 분의 이름도 “아줌마, 아가씨, 아저씨”, 아니면 “저기요”로 호칭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문화와 비교해 나는 이런 미국의 호칭문화를 참 부럽게 느끼곤 했다.

***

물론 미국인이라고 나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일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는 재무팀장인 티파니에게 한 재무팀원의 나이를 아느냐고 물어본 일이 있다. 그랬더니 펄쩍 뛴다. 자기가 어떻게 그걸 아느냐는 것이다. 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단다.

나중에 다른 미국인 임원과 이야기했더니 티파니의 이런 반응은 과장이란다. 절대로 나이를 안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일하다보면 편하게 나이를 공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비공식적으로는 대충은 서로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대충이다.)

솔직히 자신보다 드러나게 나이가 많은 사람의 매니저가 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관찰해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팀에서 적응을 못하는 것은 나이가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고 그 사람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보다 젊은 세대와 일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우에 문제가 됐다. 나이가 많더라도 유연하게 젊은 마인드로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은 나이가 어린 동료나 매니저와 일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어쨌든 직장에서 서로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나보다 나이어린 사람이 상관이 되더라도 개의치 않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때문에 회사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스트레스도 적은 편이다. 후배가 자기보다 위로 승진하거나, 나이는 들어가는데 일정 직급이상 승진하지 못하면 자의반타의반 조직을 떠나야 하는 한국문화와는 확실히 다르다.

라이코스의 HR디렉터 다이애나

라이코스의 HR디렉터 다이애나

인사담당인 존의 후임으로 들어와서 1년반동안 나와 같이 일했던 HR디렉터 다이애나는 처음 면접때 만났을때 나이가 나보다 휠씬 많아보였다. 어림짐작으로 나보다 10살은 위일 것 같았다. 하지만 존의 강력한 추천도 있었고 일을 잘 할 것 같아서 뽑았다. 그리고 이후 한번도 나이를 물어본 일이 없었다. 본인도 절대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같이 일하면서 나이가 부담스럽기는 커녕 오히려 다이애나의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조직을 원만히 운영해가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몇년뒤 둘다 라이코스를 그만두고 나온 뒤에 같이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이 이야기가 나왔다. 그녀는 빙그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자기 나이가 얼마나 될 것 같냐고 맞춰보라고 했다. 그녀의 실제 나이는 내 예상보다 거의 십년은 위인 60세였다. 같이 일하면서 그녀의 나이를 몰랐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알았으면 쓸데없는 편견에 사로잡혀 “다이애나는 나이가 많아서 이런 일은 못할거야”라고 지레 짐작하지 않았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8월 25일 at 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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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만 찍은 모던패밀리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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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전체를 아이폰으로 찍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모던패밀리 시즌 6의 16회 에피소드를 이제야 봤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때는 “애플 홍보를 위해서 오버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시청후 감상은 “브라보!”다. 드라마제작팀의 실험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잘 만들었다. 스토리도 기발하고 카메라테크닉도 훌륭하다. 군더더기없이 스피디하게 넘어가는 20분간의 구성도 좋다. 한마디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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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무대는 시카고 공항에서 탑승대기중인 클레어(엄마)의 맥북프로다. 전체 스토리가 컴퓨터 스크린위에서 펼쳐진다. 클레어는 잠시도 쉬지 않고 온 가족의 아이폰에 맥북의 페이스타임프로그램으로 화상통화를 걸면서 스토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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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남편과 작은 딸과 연결해 이야기하던 클레어는 연락이 안되는 큰 딸의 행방을 찾다가 딸의 페이스북페이지를 훔쳐본다. (딸에게 Unfriend 당했기 때문에 가짜로 만든 젊은 남성의 계정으로 딸의 페이스북에 접근했다.) 그리고 딸의 페이스북 상태가 18시간전에 결혼(Got Married)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패닉상태에 빠져든다.

Screen Shot 2015-08-24 at 11.11.40 PM

그러면서 온 가족과 대화하면서 법석을 떨고 딸의 아이클라우드(iCloud)계정에 해킹해 들어가서 Find My iPhone기능으로 딸의 행방을 쫓는다. 그리고 딸이 라스베가스의 웨딩채플앞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 모든 것이 시카고공항에 앉아있는 클레어의 맥북프로화면위에서 펼쳐진다. 카메라는 현란하게 움직이지만 모두 컴퓨터의 바탕화면위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화면속에서 iMessage, iPhoto, Safari브라우저, 페이스타임 등 맥북의 인기프로그램들이 수시로 열렸다 닫혔다한다.

이 스토리는 가족 전원이 맥북과 아이폰을 쓴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 에피소드다. 하지만 솔직히 미국가정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이다. 요즘 분위기 같아서는 가족의 구성원 대부분이 맥북과 아이패드, 아이폰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드라마에 나오듯 그렇게 하면 아주 편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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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패밀리를 총지휘하는 스티브 레비아탄이 이 에피소드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대학생인 딸과 매일처럼 페이스타임으로 통화하면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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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전체를 아이폰을 이용해서 촬영했다는 것도 놀랍다. 그렇게 해서 그런지 페이스타임화면속의 가족 모습이 더 리얼하게 느껴진다. 6년간 이 인기드라마를 이어오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이런 신선한 시도를 한다는 것이 놀랍다.

어쨌든 이 에피소드를 보면 미국인들이 얼마나 애플의 생태계에 lock-in이 되었는가를 느낄 수 있다. 삼성이 아무리 하드웨어를 잘 만들어도 사람들이 삼성으로 쉽게 넘어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플생태계의 네트워크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족 한사람이 아이폰을 사면 나중에는 컴퓨터도 맥으로 바꾸고 주위 가족들도 결국에는 다 애플제품으로 바꾸게 된다. 이런 가족안에서 안드로이드폰을 쓰면 왕따처럼 느끼게 될 수 있다.

맥과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삼성이나 LG의 임원들은 이 에피소드를 반드시 시청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야 적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스티브 잡스의 애플복귀이후 거의 15년 넘게 공고히 만들어온 이 애플의 소프트웨어생태계를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참고: 위 글을 쓰는데 스크린샷을 가져온 ABC 굿모닝아메리카의 보도.

Written by estima7

2015년 8월 24일 at 11: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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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경영철학을 다룬 ‘참여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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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인 리완창이 쓴 ‘참여감’이란 책의 번역본을 다 읽었다. (추천사를 써달라고 출판사인 와이즈베리에서 부탁을 받아 미리 읽어본 것이다. 이 책은 8월말에 번역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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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완창은 샤오미의 경영진 소개페이지에서 레이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레이쥔이 CEO로 있던 소프트웨어회사인 킹소프트에서 2000년부터 일했다. 10여년간 레이쥔과 고락을 같이 한 샤오미의 핵심멤버다. 샤오미 초기에는 MIUI 연구개발을, 나중에는 샤오미닷컴을 총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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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철학은 고객에게 굴복하거나 고객에게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과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그림 출처 : 참여감)

이 책은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좋은 제품을 (인터넷)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지게 한다는 샤오미의 핵심철학에 대해서 쓴 것이다. 샤오미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실제로 어떻게 제품개발을 하고, 고객과 소통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참여감이라는 ‘태풍’은 돼지도 하늘을 날게 한다”라는 제목의 레이쥔 서문은 이 책이 그의 철학을 그대로 표현해 냈다는 인상을 준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이 책에 실린 샤오미의 철학, 전략이 과장이 아니고 실제로 조직내에서 다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면 샤오미는 앞으로 무서운 회사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회사 못지 않은 제품중심주의, 사용자중심주의, 그리고 수평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자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여감을 갖게 하고 ‘친구’로서 끌어들이는 힘은 왠만한 실리콘밸리 회사 이상이다. 게다가 마치 애플처럼 디자인중심문화까지 가졌다.

이 회사는 모바일, 소셜미디어(SNS)시대라는 글로벌트랜드에 딱 맞는 체질을 가진 회사다. 그런 회사가 실리콘밸리가 아닌 중국에서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삼성, LG는 샤오미를 배워야 하겠지만 이렇게까지 회사를 변화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샤오미는 출발부터가 스타트업이었던 회사고, 레이쥔을 비롯한 경영진이 모바일기술, 소프트웨어기술과 소셜미디어를 뼈속 깊이 이해하고 솔선수범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기존 회사들이 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송두리채 바꾸지 않으면 따라하기 힘든 부분이다. DNA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샤오미는 계속 주시해야 할 회사다. IT강국이라고 자부했던 한국에서는 이런 새로운 문화를 지닌 강력한 성장회사가 거의 나오지 못하고 재벌계열기업들만 융성하게 되었다는 점이 좀 아쉽다.

참여감의 마지막 장인 ‘인터넷 체질로의 전환, 폭-편-상이 관건이다’라는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몇군데 발췌해서 아래 소개한다. 회사가 제품 라인을 단일화하고 조직 구성을 효율화하면 직원들은 홀가분해진다는 뜻의 제목이다.

***

“조직은 평평하게, 즉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적극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층층이 이루어진 수직 구조 안에서 과연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까? 제안 하나 하려 해도 일곱, 여덟 단계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 최종 피드백을 받기까지 다시 두세 달이 걸린다면, 어느 누가 대담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을까? (중략) 샤오미의 연구개발 조직은 엔지니어, 핵심 주관, 협력 파트너, 이렇게 세 개 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특히 연구개발 부문에는 과장, 부장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관리체계가 없다.

“직원들을 세세한 규정으로 옭아매지 말고, 회사 안에서도 자유롭고 홀가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실 샤오미의 방법은 다른 기업에 맞을 수 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의 관리자들이 좀 더 자세를 낮추고 직원들과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좀 더 참여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귀 기울여 듣고 직원들을 격려해야 한다. 자신의 일터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직원들은 자연히 최고의 열정을 불태우며 일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직원들을 뽑을 때 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동시에 창업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원했다. 우리 또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회사의 이익도 함께 공유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금전적 보상을 하고 자긍심과 참여감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자연히 높아진다.”

“KPI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샤오미에는 사실상 KPI가 없다. 그러나 KPI가 없다고 해서 회사 차원의 목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KPI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창업자들이 KPI를 책임진다. (중략)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한다. 모든 직원들이 과정에 최선을 다 하면 자연히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피라미드형 조직에 층층시하, 상명하달의 경직된 조직문화로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고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동기부여가 어려운 한국의 대기업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다.

“레이쥔은 크게 절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마인드로 샤오미를 만들었다. 창업 당시에도 그는 20년 가까이 기업 활동을 하면서 돈과 명예와 성공을 거머쥔,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엔젤투자자였다. 사람들은 믿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그가 샤오미를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 위대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동창업자들은 물론 핵심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이익과 권한을 보장하고, 직원 존중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했던 것이다.”

한번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창업에 도전해 성공하는 이런 사람을 연쇄창업자(Serial entrepreneur)라고 한다. 몇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의미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하는 창업가들을 실리콘밸리에서 가끔 봤다. 레이쥔도 그런 사람의 하나인듯 싶다.

“직원 채용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인재를 요구한다. 연구 개발 업무는 창의적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으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최고의 인재’란 혼자서 10명, 100명의 몫을 해내는 인재를 가리킨다. 특히 핵심 엔지니어는 천금을 아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 적당히 똑똑한 대학생을 뽑아 잘 양성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최고의 인재는 스스로 강한 동기와 추진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회사는 단지 그가 좋아하는 일에 그를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에게 영감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핵심 인재를 감동시켜야 다른 직원들에게도 널리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지금 샤오미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모두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창의적으로 일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를 찾았다면, 그가 가장 잘하고 좋아 하는 일을 하게 하라. 특히 연구개발 부문의 직원들은 너무 엄격하게 관리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창의적 인재일수록 엄격히 관리하려 들면 갑갑함을 느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엔지니어들은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데 관심이 없고, 형식에 맞춘 보고서 작성도 골치 아파한다.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 엔지니어들은 사용자에게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신이 나서 혼을 불사르며 일하고,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스스로 참지 못해 문제 개선에 매달린다.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중국기업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윗 글은 중국기업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회사의 문화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다.

베이징의 샤오미 본사 건물.

베이징의 샤오미 본사 건물.

지난해 8월 아무 생각없이 베이징의 샤오미본사에 갔다가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때 쓴 샤오미 방문기 맨 아래부분에 내가 직원들에게 받은 좋은 인상에 대해서 썼다. 참여감을 읽고 직원들의 친절함과 적극성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오미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잘 나가는 회사의 실적보다도 우리를 맞아준 직원들의 친절함이었다. 회사에 들어가는데 있어 복잡한 보안절차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스티커하나를 나눠주고 붙이라는 것 정도. 회사내에서도 마음껏 사진을 찍으라고 놔두었다. 찍어서 SNS에 올리든 어떻게 하든 전혀 상관없다는 자세였다. 아마 회사의 보안체계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어쨌든 신선했다.

우리를 안내해준 MIUI담당 신디는 중앙대에서 유학한 경력이 있어서 조금 서툴지만 한국어로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4년전부터 샤오미에 조인했으니 창업멤버나 다름없는데도 전혀 뽐내지 않는 겸손한 모습이었다.

거의 2시간동안 회사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우리 스타트업일행의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듣고 500미터 떨어진 MI스토어에 가서 안내까지 해준뒤에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샤오미 직원들은 우산을 받쳐주며 떠나는 우리 일행이 모두 택시를 잡을때까지 기다리고 도와주었다. (변두리 지역이라 택시가 거의 오지 않았다. 모두 떠나는데 한 20분정도는 걸렸다.)

급성장하는 잘 나가는 회사의 직원들이 거만하게 행동하지 않고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내게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말랑스튜디오 김영호대표의 이야기에 따르면 대체로 샤오미의 문화가 그렇다는 것 같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가 계속 잘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회사는 특허도 없고 모방을 통해 싸구려 제품을 만들기만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외진출이 불가능한 회사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경제가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 샤오미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뉴스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회사든지 어려움은 겪게 되어 있고 그런 난관을 극복하면서 더 강한 회사가 된다. 그런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훌륭한 리더와 좋은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샤오미를 방문해보고, 일부 제품을 써보고, 참여감을 읽고 나니 이 회사가 우리 생각보다는 더 큰 역량을 지닌 회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계속 지켜봐야겠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8월 14일 at 8:06 오후

폭스뉴스와 페이스북이 합작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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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6일밤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을 보고 느낀 것 몇가지 메모.

나는 항상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거대한 미디어쇼라고 느끼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들은 대선과정을 통해서 높은 열독률과 시청률을 올리고 그를 통해서 돈을 번다. 지난 6일의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도 마찬가지였다. (아래 사진들은 폭스뉴스의 대선토론회를 보도한 NBC나이틀리뉴스와 CBS모닝쇼에서 캡쳐한 것들이다.)

Screen Shot 2015-08-09 at 9.47.20 AM

일단 어마어마한 행사장 규모. 클리블랜드 스포츠 아레나다. 보통 농구경기가 열리는 곳인데 2만명까지 수용가능하다고 한다. 대충 보니 대선토론을 보기 위해 1만명쯤은 온 듯 하다.

Screen Shot 2015-08-09 at 9.46.16 AM

10명의 공화당 대선후보가 나왔다. 지지율 여론조사로 이 10명을 선정한 것인데 여기에 못들어간 7명은 직전에 먼저 토론을 가졌다.

Screen Shot 2015-08-09 at 9.55.21 AM행사를 주최한 폭스뉴스에서는 3명의 앵커가 나왔다.

Screen Shot 2015-08-09 at 9.47.02 AMScreen Shot 2015-08-09 at 10.12.48 AM

흥미로운 것은 이 행사가 폭스뉴스와 페이스북의 공동주최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각 후보가 화면에 비칠때마다 양쪽으로 폭스뉴스와 페이스북 로고가 같은 크기로 보이도록 배치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얻고 또 젊은 층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폭스뉴스가 페이스북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하면 방송사 행사에 인터넷회사가 협찬하는 것처럼 진행할 것 같은데 두 회사가 공동주최로 나온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크고 또 실제로 돈도 많이 협찬했을 가능성이 크다.

Screen Shot 2015-08-09 at 10.14.02 AM

이 토론은 그야말로 ‘썰전’이다. 말의 향연이다. 10명의 후보들은 3명의 사회자들에게 불편하고 어려운 질문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물론 사전에 질문내용은 알려주지 않는다. 열심히 예상질문을 공부하고 가야 한다.) 서로 치열한 공격을 하기도 한다. 준비되지 못한 후보는 망신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참고 포스팅 : 미국에서는 토론을 잘 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릭 페리의 웁스 모우먼트)

Screen Shot 2015-08-09 at 9.49.32 AM

Screen Shot 2015-08-09 at 10.13.32 AM

그리고 그 썰전은 토론회가 끝나도 그대로 온라인으로 이어진다. 각 후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쏟아낸다. 사회자인 메간 켈리의 터프한 질문에 일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는 분을 삭이지 못했는지 새벽 3시에 트윗을 쏟아냈다.

이번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의 승자는 폭스뉴스와 페이스북일듯 싶다. 닐슨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이 2시간의 이벤트중계를 통해 2천4백만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2012년의 대선토론회에 비해 거의 2배의 시청자를 모은 것이다. 트럼프 효과인듯 싶다.

오죽하면 트럼프도 이런 트윗을 날렸다. 폭스뉴스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폭스뉴스에 최고의 시청률을 안겨줬는데도 자신에게 그렇게 불편한 질문을 쏟아냈냐는 원망이다.

페이스북은 이 이벤트에 약 7백50만명의 유저가 2천만개의 포스팅, 댓글, 좋아요를 남겼다고 밝혔다.

확실히 TV와 소셜미디어의 결합효과가 있었을 듯 싶고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을 얻어내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라는 국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상업적인 미디어쇼로 변질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이런 치열한 토론쇼(?)를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최적의 후보를 찾아내고 부적합한 후보를 낙마시키는 필터링효과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정파적이긴 하지만 미국의 미디어가 정치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도 2017년 대선에서는 가급적 많은 후보를 대선후보토론회에서 만나고, 열심히 그들의 토론을 시청하고, SNS를 통해서 같이 토론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한국의 미래를 위한 최적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었으면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8월 9일 at 11:03 오전

미래의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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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15-08-02 at 9.30.10 PM

얼마전 테크스타런던(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디렉터인 타쿠 로(Tak Lo)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어떤 핀테크서비스를 즐겨쓰냐”고 물어봤다. 런던이 핀테크로 아주 뜨거운 상황이기 때문에 궁금해서였다. 그러자 그는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com)를 즐겨쓴다”고 대답했다. 홍콩출신에 미국시민이며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고 출장을 자주 다니는 그는 국제송금을 할 일이 많은데 트랜스퍼와이즈는 은행에 가서 하는 것보다 싸고 아주 편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트랜스퍼와이즈가 영국에서 엄청나게(huge) 인기가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그래서 그의 아이폰 Finance폴더를 보여달라고 해서 찍어두었다. 일견 평범하다. 바클레이스은행(영국), 시티은행(미국), HSBC은행(홍콩) 등 은행앱중심이다. (그가 어느 나라에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는지 대충 짐작된다.) 그리고 돈을 자주 송금해서 그런지 트랜스퍼와이즈앱이 중심에 있다. 그리고 자산을 관리해주는 핀테크스타트업인 Nutmeg의 앱이 들어있다. 그는 그가 가장 안쓰는 것이 페이팔이라고 했다. 조만간 지워버릴 것이라고 한다. 그럼 그 자리를 아마 또 다른 핀테크스타트업의 앱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의 폴더를 보면서 결국 미래의 은행은 이같은 스마트폰의 앱을 모아놓은 폴더자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몇년안에 애플페이나 삼성페이가 일반화되면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줄어들고 자연히 ATM현금카드도 필요없게 될 것이다. 은행은 단지 내 월급을 받거나 예금해두는 역할을 할 뿐이다. 종이통장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고 은행지점에 실제로 갈 일도 없게 된다.

대부분의 금융활동은 트랜스퍼와이즈나 Nutmeg같은 핀테크스타트업의 앱으로 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예금, 대출, 송금, 카드, 결제 등 다양한 금융활동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앱을 골라서 쓰기만 하면 된다. 은행의 언번들링(Unbudling)현상이 스마트폰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이다.

unbundling-of-european-bank-v2

실제로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은행의 언번들링현상이다. 그래픽 출처 : CB Insights

한국에서도 송금이라면 Toss같은 각 분야에서 특화된 앱이 나오고 있다. 이런 앱들이 앞으로 스마트폰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1~2개 허가해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은행과 비교해서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와봐야 각 분야에서 특화된 핀테크스타트업보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기는 어렵다. 소비자입장에서는 기존 은행의 지루하고 불편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다양한 핀테크스타트업이 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의 금융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 더 좋다.

이런 의미에서 작은 핀테크스타트업이 기존 서비스를 혁신해 나가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걷어내고 기존 금융기관과의 협업관련 장벽을 제거해 주는 것이 정부당국이 할 일이다. 그런데 우선 순위를 대기업위주의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센스를 주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금융위에 대해서 좀 유감이다. 한국인의 스마트폰 금융폴더에도 다양한 핀테크스타트업의 앱으로 가득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우리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해외 핀테크스타트업들의 앱들이 들어와서 자리잡게 될 것이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8월 2일 at 10: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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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3] 미세한 문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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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한다고 해놓고 너무 글을 안써서 무안. 그래서 이번에는 가볍게 쉬어가는 글. 미국직장에서 느낀 미세한 문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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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라이코스에 CEO로 부임해 갔을 때의 내 사무실이다. 비어 있던 방 하나를 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매니저들의 방을 ‘오피스(office)’라고 부른다. 당신 방(room)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오피스에 간다고 한다. 처음 라이코스에 갔을 때 임원들과 General Counsel(법무팀장정도), HR매니저가 자기 오피스가 있었다.

Screen Shot 2015-08-02 at 9.26.59 AM

그리고 일반 직원들과 중간매니저들은 이런 큐비클에서 근무한다.

Screen Shot 2015-08-02 at 9.27.12 AM

개인 공간은 좀 넓은 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무실안에 혼자 있으니 직원들과 도통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얼마 안있어 직원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서 사무실을 포기하고 직원 근무공간 구석으로 HR매니저와 함께 옮겨 갔다. 그렇게 하니 출퇴근할 때나 커피 한잔 하러 갈 때나 화장실을 드나들때 복도에서 직원들과 마주치는 기회가 수십배는 늘어났다. “Hi Jungwook”, “Hi Chris” 그렇게 인사를 교환하고 잡담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되니 직원들과 휠씬 가까워 졌다.Screen Shot 2015-08-02 at 9.11.57 AM

그런데 오피스에 있건 바깥 오픈된 자리에 있던 처음에 적응이 안되는 일이 있었다. 사람들이 내가 자리에 없을 때 종이 서류를 놓고 갈 때는 책상위에 놓지 않고 내 의자위에 놓고 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르고 깔고 앉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황당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니 중요한 서류를 놓치지 않고 바로 발견하는 장점은 있었다. 미세한 문화의 차이다.

사족 : 라이코스를 떠난 뒤 몇년간 이런 습관을 잊고 있다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기대이사가 내 의자에 서류를 이렇게 놓고 가서 다시 떠올렸다. 역시 미국에서 일할 때 배운 습관이라고 한다. 테크앤로 구태언변호사도 김앤장에서는 이렇게 한다고 전해줬다. (경칭생략)

Written by estima7

2015년 8월 2일 at 10: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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