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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고 책 읽고, 의무적으로 독후감까지… 그럼에도 트레바리를 찾는 이유는?
책을 안 읽고 다들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보는 시대. 뭔가 읽기보다는 유튜브로 보고 듣는 것을 휠씬 편안해 하는 시대. 당장 나부터 그렇다. 이런 시대에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몇년전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독서모임을 사업화해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트레바리가 국내 대표VC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패스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45억원, 5억원 등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생각난 김에 지난해 2018년 10월에 나라경제에 기고한 트레바리 윤수영대표와의 인터뷰글을 내 블로그에 다시 소개해 둔다.

한국의 출판업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희귀동물이 됐다. 당연히 책도 잘 안 팔린다. 서점은 줄어들고, 출판사들은 경영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클럽을 만들어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트레바리’다. 트레바리는 ‘매사에 남의 말에 반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2015년 당시 27세의 윤수영 대표가 창업해 지적호기심을 가진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불과 3년 만에 3,500명이 참여하는 대형 독서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공짜로 강연도 듣고 식사까지 제공하는 무료 행사가 넘치는 시대에 트레바리는 4개월에 최고 29만원(클럽장 모임의 경우, 클럽장이 없는 클럽은 19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한다. 게다가 매달 자기 돈으로 책을 사 읽고, 독후감까지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될 리가 있나”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특히 출판계에 있는 분들일수록 더 그런 반응이다. 그런데 3,500명이 가입해 돈을 내고 참석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궁금해서 나도 지난 2018년 5월부터 트레바리에 직접 참가해봤다. 윤 대표의 집요한 요청에 스타트업에 관한 책을 읽는 클럽장을 맡아 트레바리를 경험한 것이다.
트레바리는 이렇게 진행된다. 클럽장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클럽을 개설하면 기존 멤버에게 신청 우선권이 주어지고, 일주일 뒤에는 외부에도 오픈된다. 참가비가 29만원이나 되는 내 클럽은 놀랍게도 며칠 만에 바로 마감됐다. 박지웅 패스트트렉아시아 대표 같은 스타급 클럽장의 경우는 오픈하자마자 바로 마감된다.
기본적으로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진행된다. 참가자는 미리 정한 책을 읽고 모임이 열리는 주 월요일 저녁까지 최소 400자의 독후감을 내야 한다. 모임은 저녁 7시 40분에 시작해 11시 20분에 끝나는 것이 기본이다. 뒤풀이 모임이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임이 시작되면 클럽장인 내가 책 내용에 대한 미니강연을 진행하고 토론이 이어진다. 스타트업이 전문 분야다 보니 보통은 내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참가자들이 고르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 질문하도록 유도한다. 3시간 40분은 의외로 후딱 지나간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30대의 직장인이고 여성이 조금 더 많은 편이었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는 직장생활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사람과 색다른 생각을 접하고 싶은 갈증에서 트레바리에 참여한단다. 상당수가 트레바리를 시작한 뒤 길게 쭉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클럽을 몇 개씩 가입한 사람도 있다.
각 모임에는 ‘파트너’가 할당돼 모임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운영한다. 클럽장이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해도 독후감 제출을 독려하고 모임 내용을 정리해 공유한다.

독서모임 멤버가 되면 4개월 동안 클럽회원들을 위해 열리는 각종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책 강연회, 위스키·와인 시음회, 영화 시사회 등에 참가할 수 있다. 고급 콘텐츠를 즐기고 지적 호기심이 강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클럽에 가입한 셈이라고 할까. 어떻게 이런 매력적인 클럽을 만들어냈는지 윤 대표에게 창업동기를 물어봤다.
윤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2014년 1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다. 순탄하게 대학을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당시 다음은 포털시장의 헤게모니가 PC에서 모바일로 급속하게 변하면서 진통을 겪을 때였다. 신입사원이었던 윤 대표는 1년 내내 조직개편을 경험했다. 돈을 벌지 못하는 서비스는 가차 없이 정리됐다. 결국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와의 합병을 거쳐 사라졌다. 윤 대표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입사 1년 만에 창업을 결심했다.
“겨우 1년이었지만 다음에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텐센트, 버즈피드 같은 회사들이 급부상하면서 미디어·콘텐츠 시장이 급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대기업에 머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안전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실패해도 아직 젊기 때문에 전혀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 초 처음 생각한 창업 아이디어는 실패했다. 다음으로 도전한 것이 독서모임이다. 윤 대표는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의미 있는 성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독서모임이 많아져야 정상인데 왜 잘 안 될까 의문을 갖게 됐다.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료로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용을 들여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가설이 가능할지 확인하기 위해 2015년 중반에 월회비 3만원의 소규모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베타테스트였다. 그런데 반응이 좋았다. 독서모임에 참여한 10명 전원이 한 달 뒤 계속 하겠다고 답했다. 독서모임을 3개로 늘렸다. 그렇게 ‘가설이 검증’된 것을 확인하고 2015년 9월부터 3개월 단위의 시즌제로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정식 시작했다. 첫 시즌에는 4개의 클럽에 80명이 참가했다. 이제 3주년이 지난 트레바리는 10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200개의 클럽에 3,500명이 참가하고 있다. 3년간 40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런 트레바리의 급성장을 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이 목적이 아닌 사교클럽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윤 대표는 트레바리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트레바리에 오는 분들의 절반은 책을 전혀 읽지 않던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트레바리를 통해 습관적으로 책을 읽게 됩니다. 독서의 허들을 낮추는 것이 ‘트레바리 효과’입니다.”
또 책을 많이 사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쌓은 지식과 생각을 남들과 나누고 토론해야 진짜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이 윤 대표의 신념이다. 덕분에 시즌마다 1만개가 넘는 독후감이 트레바리에 쌓인다.
내가 직접 경험한 트레바리의 경쟁력은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제공한 기획력이다. 가치 있는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정확히 가격했다.
또 트레바리는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유명 작가나 SNS에서 인지도가 있는 유명 인사들을 윤 대표가 나서서 삼고초려하며 집요하게 설득해 클럽장으로 끌어들였다. 윤 대표는 “트레바리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번 돈은 좋은 기획을 위해 대부분 재투자한다.
윤 대표는 계속 성장을 갈구한다.
“트레바리가 만드는 변화가 커지면 세상을 꽤 의미 있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입니다. 어느 때보다 지적 업데이트가 필요하죠. 트레바리가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독특한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독서플랫폼이 된 트레바리가 이제 50억원을 투자금을 가지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궁금하다.
2018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 리뷰
나는 우리 스타트업생태계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경제규모나 인구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는 것보다는 우리와 비슷한 인구를 가진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의 스타트업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프랑스는 인구는 6천6백만에 1인당국민소득도 3만7천불수준으로 한국(인구 5천1백만, 3만불)보다 높지만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또 대통령제 국가에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 중심국가로 영어가 잘 안통하는 편이다. 유럽에 위치하고 있지만 자기들도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프랑스는 최근 몇년간 라프렌치테크라는 국가혁신브랜드의 성공으로 스타트업네이션으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에서 나서서 창업을 장려하고 스타트업 지원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한국과 비슷하다.
마침 CB인사이츠에서 프랑스 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한 자료를 발표했기에 내 블로그에도 주요 내용을 기록해 둔다.

프랑스의 벤처투자는 2017년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마크롱은 2017년 5월에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2018년 3.4B달러가 699개의 회사에 투자됐다. 한화로 3조8천900억원정도의 돈이다.

참고로 한국은 3조4천2백억원정도가 지난해 투자됐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4천6백억원정도가 더 투자됐다. 약 13% 정도 더 많은 돈이다. 2015년까지만해도 한국의 벤처투자금액이 더 많았다.

역시 프랑스도 대부분의 딜은 파리에 집중되어 있다. 파리 기업에 311딜이 집중됐다. 그 다음으로 활발한 곳은 리용, 낭트, 그르노블, 툴루즈의 순이다.

유럽의 주요국가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투자액수에서도 3강이다. 그런데 투자액수에서 보면 영국이 압도적이다. CB인사이츠의 유니콘리스트를 보니 영국의 유니콘이 16개, 독일이 9개, 그리고 프랑스가 2개밖에 안된다. 영국이 어느 사이에 이렇게 유니콘이 많아졌나 싶은데 Monzo, Atom Bank 같은 핀테크스타트업의 부상덕분인 것 같다.

전체 분류를 보니 인터넷분야의 딜이 절반 이상이다. 그런데 이 분류에서는 바이오분야가 빠진 것 같다. 한국의 벤처투자금액에는 바이오분야가 포함되어 있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혹시 프랑스의 벤처투자 통계에 바이오분야는 빠져있다면 한국과 프랑스간의 투자금액 격차는 휠씬 더 클 것 같다.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는 프랑스 투자사순위다. 1위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창업가인 자비에르 니엘이 만든 키마 벤처스다. 매주 평균 스타트업 2군데씩 투자한다는 자칭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초기투자사다. 자비에르 니엘은 스테이션F, 에콜 42 같은 곳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순위인데 Paris&Co는 파리시산하의 경제개발, 혁신에이전시라고 하는데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육성한다고 한다. 2위는 실리콘밸리의 플러그앤플레이와 제휴한 곳인 듯 싶다.

2018년 스타트업 투자 순위다. Voodoo라는 회사에 2억불이 투자됐다. 찾아보니 모바일게임회사다. 2위는 역시 2억불가까이 투자된 Deezer다. 유럽에서는 잘 알려진 뮤직스트리밍회사다. 3위는 블라블라카로 장거리카풀스타트업이다.

투자액 톱 10을 보면 톱이 2천2백억원에서 10위가 470억원규모로 꽤 큰 투자가 이뤄지는 편이다. 벤처중기부에서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상위 투자유치기업을 보면 1위가 475억에서 10위가 220억이었다.

큰 엑싯을 몇개 소개했는데 M&A로 피플독이란 회사의 M&A가 3천3백억원대의 큰 소프트웨어회사 인수건으로 나와있다. 한국에서는 수백억원짜리 M&A가 고작인데 프랑스에서는 그래도 꽤 큰 인수딜이 나오는 것 같다. 반면 소개된 IPO 두 건은 밸류에이션이 1천2백~1천3백억원대로 그렇게 크지 않다.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IPO는 카페24의 상장이었고 밸류에이션은 1조원정도가 됐다.

마지막으로 주요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현황이 소개됐다. 파리의 Meero라는 스타트업은 인공지능 기반 사진편집기능을 제공하는데 약 500억원정도의 시리즈B펀딩을 받았다. 프랑스에도 꽤 큰 투자를 받기 시작한 AI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 정부가 CB인사이츠와 어떤 계약을 했는지 매년 이렇게 프랑스의 테크스타트업현황을 전하는 깔끔한 자료가 발표되고 있다. 지난 몇년사이에 프랑스의 이미지가 많이 바뀌어서 혁신스타트업이 많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CES에서 La French Tech라는 국가 브랜드로 프랑스 스타트업이 매년 대거 참가하면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프랑스내에서도 창업열기와 함께 벤처투자액도 크게 증가하는 원인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1조원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스타트업은 프랑스에 블라블라카와 OVH 2군데 밖에 없다.
한국의 벤처투자도 프랑스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늘어나고 있다. 조금만 더 잘하면 몇년안에 프랑스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앞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니콘스타트업은 한국이 6곳이나 있어서 휠씬 앞선다. 한국은 모빌리티나 헬스케어, 핀테크 등의 뒤쳐진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글로벌하게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이 더 많이 나오면 스타트업생태계가 또 한단계 올라설 것으로 생각한다.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공부 겸 메모. 2018 한국 벤처투자 동향 리뷰와 비교해서 보면 좋다.
한국과 미국의 벤처엑싯규모 비교
최근에 2018년 미국과 한국의 벤처투자 경향을 분석한 블로그 포스팅을 썼다. 양국 모두 사상최고의 벤처투자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보고 나서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아직도 상대적으로 크게 빈약한 한국의 엑싯활동이다.
엑싯(Exit)는 벤처투자자가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투자한 원금과 이익을 몇년뒤에 다시 돌려받는 것이다. 보통은 투자회사의 주식상장(IPO)과 매각(M&A)를 통해서 이뤄진다. 엑싯이 활발하고 많은 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당연히 스타트업생태계의 선순환이 생긴다. 한국은 벤처투자로 인한 엑싯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VC에게 돈을 맡기려는 민간자본이 적었고 그 부분을 정부의 모태펀드가 대신했던 것이다.
한국의 VC들은 2018년 총 1,328개사로부터 26,780억원을 회수했다. 역대 최고치다. 벤처투자 원금 대비 약 2.1배의 수익배수를 달성했다.

유형별 회수금액과 비중을 조금 더 자세히 그래프로 그려봤다.

M&A를 통한 회수비중이 전체의 겨우 2.5%밖에 안된다. 한국의 VC가 일년동안 M&A를 통해서 회수한 금액이 겨우 670억이다. 너무 적다. 그래도 IPO를 통한 회수는 33% 정도 됐다. 아직도 절반이상은 장외매각, 즉 구주 매각이다. 투자 주식의 손바꿈을 통해서 VC들이 수익을 실현한다는 것인데 한국시장에서 얼마나 M&A가 미약한지 알 수 있다.
144건의 IPO를 통해서는 기업당 평균 회수금액이 60.5억원으로 그다지 크지 않다. 수익배수는 3.1배였다. 이중에서는 테슬라요건으로 상장한 카페24가 1718억원의 회수를 실현해서 평균을 그나마 많이 높였다.
M&A를 통한 회수는 25개사로 총액은 670억원이고 기업당 평균 회수금액은 26.8억원이었다. 수익배수는 1.6배였다. M&A를 통한 회수비중이 겨우 2.5%다. 너무나 낮다.
장외주식 매각을 통한 수익배수는 2.4배였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블루홀을 통한 회수가 3763억원, BTS의 빅히트를 통한 회수가 1553억원이었다. 이 두 건이 한국 VC전체 수익율을 크게 높여줬다.
프로젝트 회수는 영화 및 지식재산권에 대한 투자다. 2192억원을 투자해 22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겨우 원금만 건진 것이다.
그럼 미국의 엑싯은 어떨까?

엑싯유형별 금액으로 비교하면 IPO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그리고 M&A는 40%정도 되어 보인다. Buyout은 사모펀드(PE)가 인수하는 유형의 엑싯이다.

놀라운 것은 엑싯사이즈다. 미국의 IPO엑싯평균(median)은 거의 4천억원 수준이다. 한국은 60억원이다. 미국의 M&A엑싯평균은 거의 1천2백억원수준이다. 한국은 약 27억원이다. 한국에서 지난 1년간 있었던 M&A엑싯을 다 합쳐도 670억원이다. 미국에서 평균적인 M&A 한 건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MODERNA THERAPEUTICS라는 회사가 약 8조원대의 시총으로 상장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Github를 역시 8조원대에 인수했다. 그러니 이렇게 큰 엑싯사이즈가 나온다.
어쨌든 이렇게 데이터를 비교해 보니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엑싯규모를 늘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 엑싯사이즈를 지금의 적어도 몇배는 늘려야 스타트업투자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일 정도로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고성장 회사가 많이 나와야 하고, 코스닥 같은 유가증권시장이 분발해서 좋은 상장회사를 많이 유치해야겠다. 또 국내외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수하도록, 좋은 스타트업을 놓고 인수전을 벌이도록 더 많은 규제완화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국내대기업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해외기업이 국내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도 거부감을 갖지 말고 환영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더이상 국수주의적으로 “외국기업에 팔리면 안된다”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다. 좋은 스타트업을 경쟁 글로벌기업에 빼앗겨야 국내대기업들도 긴장해서 인수전에 나설 것이다.
스타트업 광고가 몰려온다
내가 하는 일은 거의 매일처럼 스타트업 동향을 살피는 것이다. 스타트업 관련 뉴스도 항상 챙겨보고 창업자들도 많이 만난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사업하는 스타트업, 특히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들은 아주 친숙하다. 이런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동네, 즉 우리가 자주 만나는 스타트업 사람들, 투자자들, 미디어 기자 등에게는 아주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버블’ 한꺼풀 밖으로 나가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의외로 그런 스타트업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당황스럽다.
이제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예를 들어 토스, 마켓컬리, 미미박스, 리디북스 등 스타트업동네에서는 유명한 스타트업의 이름이나 제품을 이야기했을 때 “처음 들어본다”고 해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역시 대중적인 인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전에 배달의 민족이 했던 것처럼 TV광고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배달의 민족은 2014년 4월 류승룡을 기용한 이 재치있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국민배달앱 브랜드로 올라섰다. 당시 거액을 투자받아서 비싼 TV광고에 써버린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나서 보니 브랜드인지도를 올리고 경쟁자를 따돌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성장단계에 들어선 스타트업들도 당시의 배민처럼 과감하게 TV광고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매출도 쭉쭉 성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나는 사실 TV를 잘 안봐서 몰랐다. 생각난 김에 그런 스타트업의 TV광고를 모아봤다.
Update 추가 : 이렇게 스타트업의 TV광고가 많아진 이유중 하나는 정부의 지원정책 덕분인 것 같다. ‘혁신형 중소기업 방송광고 지원 제도’가 있어서 지상파TV, 라디오 등 방송광고를 70% 할인받거나 보너스도 250% 더 틀어주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믿기지 않아서 튜터링 김미희대표에게 물어봤는데 정말 그 지원제도를 잘 활용해 과감하게 TV광고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은 참고하면 좋겠다. 관련정보 링크 – 혁신형 중소기업 방송광고 지원 제도(코바코), 혁신형 중소기업 방송광고 활성화 지원 사업(방통위, 기사링크)
우선 톱모델 전지현이 등장하는 마켓컬리 광고. 전지현씨가 마켓컬리를 실제로 애용하는 고객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광고모델 의사를 적극적으로 타진했고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광고가 나간 이후 주문이 폭주.
Update 추가 : 개인을 위한 금융자산관리앱인 뱅크샐러드도 지난해 12월에 TV광고를 냈다. 영화 <마녀>로 유명한 배우 김다미를 통해 앱을 통해서 편리하게 돈 관리를 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역시 톱모델 한혜진을 기용한 온디맨드 영어학습앱인 튜터링의 광고다. 원할때 앱을 켜고 영어선생님을 고른 뒤 1대1로 공부할 수 있다. 광고가 나간 뒤 하루매출 1억원을 찍고 있다고 한다.
자유여행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은 정유미씨를 기용했다. 600개 도시에서 현지에 사는 자유여행가이드를 연결해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직 초기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월정액구독 전자책 독서앱인 밀리의 서재는 미스터선샤인의 이병헌과 변요한을 기용해 멋진 광고를 만들어내서 놀랐다.
대체식사 푸드쉐이크를 만드는 랩노쉬도 변요한씨를 기용해서 광고를 만들었다.
작년 중반에 떴었던 야놀자 광고다.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를 소개하는 왓챠플레이 광고다.
이사업체, 청소업체를 고르는 플랫폼인 위매치다이사의 광고다.
대략 이 정도가 생각나는데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이런 스타트업 제품 광고는 앞으로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지하철, 버스 등에서는 스타트업광고가 예전보다 휠씬 많이 보이고 있다. 아래는 그 중 일부.






이들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아는 국민브랜드로 쑥쑥 성장하길 바란다.
2018 한국 벤처투자 동향 리뷰
나는 스타트업 투자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취미. 마침 지난주에 2018년의 한국 벤처투자 통계 및 동향을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가 나왔길래 참고삼아 메모해 둔다.

지난해 벤처투자금액은 3조4천249억원으로 2017년보다 무려 1조446억원이나 더 늘어났다. 이전 추이를 보면 매년 1천억~4천억사이로 증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투자금액이 점프한 것이다. 전년 대비 기업수 기준 10.5%, 금액기준 43.9% 증가한 것이다. 기업당 평균 투자금액도 2017년 18.8억원에서 24.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금액은 국내벤처펀드의 지난 한해 투자금액을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합산한 것이다. (그래서 해외VC펀드가 국내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찾아보니 전체 국내벤처펀드에서 모태펀드(KVIC)이 출자한 펀드의 비중은 73%정도 된다. (그림 출처 : KVIC MarketWatch 12월호)

투자금액도 초기기업에도 많이 가고 있고 특히 3~7년된 중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이 늘어났다.

그리고 벤처펀드 결성액도 4조6천868억원이 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역대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벤처펀드는 항상 정부에서 출자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올해는 정책금융 비중이 33.5%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할 때 한국의 연금, 공제회 그리고 은행은 정부의 영향력을 받는 분위기다. 그래서 일반회사들, 즉 대기업들이 벤처펀드에 더 많이 출자하는 것이 중요한데 위 자료를 보면 2016년, 2017년에 조금 늘어나는듯 하다가 다시 줄어들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

중요한 것은 회수다. 2018년은 총 1,328개사로부터 26,780억원을 회수했다. 역시 역대 최고치다. 벤처투자 원금 대비 약 2.1배의 수익배수를 달성했다.

대략 회수의 비중을 보니 이렇다. 그래프로 그려봤다.

M&A를 통한 회수비중이 전체의 겨우 2.5%밖에 안된다. 한국의 VC가 일년동안 M&A를 통해서 회수한 금액이 겨우 670억이다. 너무 적다. 그래도 IPO를 통한 회수는 33% 정도 됐다. 아직도 절반이상은 장외매각, 즉 구주 매각이다. 투자 주식의 손바꿈을 통해서 VC들이 수익을 실현한다는 것인데 한국시장에서 얼마나 M&A가 미약한지 알 수 있다.

IPO를 통해서는 기업당 평균 회수금액이 60.5억원으로 그다지 크지 않다. 수익배수는 3.1배였다. 이중에서는 테슬라요건으로 상장한 카페24가 VC들이 가장 높은 1718억원의 회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줬다.
M&A를 통한 회수는 25개사로 기업당 평균 회수금액은 26.8억원이었다. 수익배수는 1.6배였다.
장외주식 매각을 통한 수익배수는 2.4배였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블루홀을 통한 회수가 3763억원, BTS의 빅히트를 통한 회수가 1553억원이었다. 이 두 건이 한국 VC전체 수익율을 크게 높여줬다.
프로젝트 회수는 뭔가 했더니 영화 및 지식재산권에 대한 투자였다. 2192억원을 투자해 22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그냥 본전치기다. 아니 못받은 이자를 생각하면 사실상 손해다…

벤처캐피탈 전체 숫자는 157개사로 늘었다. 2018년말 기준 창투사가 133개사, LLC가 24개사였다. 2017년 10월 창투사 자본금 요건이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되면서 2018년에 신규 등록한 창투사가 20개사로 늘었다.

2018년 투자유치 순위. 해외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통계는 여기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도합 약 1천4백여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같은 회사는 순위에 없는 것 같다. A사는 어디인지 모르겠고 B, C사는 대충 어디인지 알겠다. (투자유치사실의 공개를 원하지 않아서 익명처리했다고 한다.)

지난해 투자를 많이 한 VC순위다. 한투파, 소뱅, SBI의 순이다. 한국에서 유니콘스타트업 4군데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는 실리콘밸리VC라 이 통계에는 전혀 잡히지 않는지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는 지난 5년사이에 정말 활발해지고 벤처투자액은 놀랄 정도로 늘어났다. 정부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회수, 특히 M&A의 부족함 등을 보면 이런 벤처붐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조금 든다.
또 위 통계는 너무 국내에서의 움직임을 중심으로만 전하고 있어서 좋은 성과를 내며 글로벌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안보여서 아쉽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글로벌 투자 통계까지 적절히 보여주는 내용으로 내년에는 보완이 됐으면 좋겠다. 메모 끝!
14기 프라이머 데모데이


1월24일 오후 2시 건설회관에서 열린 프라이머 데모데이에 오랜만에 가보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데모데이에 가보라고 권유하고는 한다. 보통 10분정도 발표를 하는데 논리적으로 압축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열정적인 발표를 통해서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오셨다. 프라이머는 2010년 시작한 한국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처음에는 권도균, 송영길, 이택경, 장병규, 이재웅 대표 등이 파트너로 시작했다.

권도균대표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9년간 열정적으로 같이 해오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 처음 뵈었을 때 밤마다 화상통화로 한국에 있는 창업자들과 멘토링을 한다고 하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스타트업액셀러레이터란 초기 스타트업이 압축성장을 하도록 돕는 일종의 학교다.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된 와이콤비네이터(YC)가 시초다. 보통 3개월짜리 프로그램에 신청을 받아서 한정된 수의 스타트업을 뽑는다. 그리고 1. 몇천만원에서 1억가량의 초기 자금을 투자해 준다. 2. 3개월동안 액셀러레이터의 파트너들이 스타트업들이 제품과 비즈니스모델 등을 더 가다듬을 수 있도록 치열하게 멘토링을 해준다. 3. 3개월과정이 끝나는 날 일종의 졸업식이라고 할 수 있는 데모데이를 개최한다. 보통 벤처캐피털(VC)들을 초청해서 이 스타트업들에게 후속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한국에서는 프라이머 외에도 스파크랩스, 메쉬업엔젤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기업에서 하는 롯데액셀러레이터도 있다. 한정된 기간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고 수시 모집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데모데이는 중요하다. YC나 500스타트업 등 실리콘밸리의 액셀러레이터들은 투자자들만 초대하는 것에 비해 한국의 데모데이는 누구나 올 수 있도록 개방해 스타트업들에게 홍보, 마케팅의 기회로까지 활용하도록 하는 것 같다.
발표는 YC의 경우는 겨우 3분이고 보통 5분에서 10분사이다. 오늘 프라이머데모데이는 10분정도 발표한 것 같다. 질문은 받지 않는다. 발표가 끝나면 투자자들과의 후속미팅을 주선해준다.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도록 최대한 매력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제품에 대해서 설명한다.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데 우리 제품은 이렇게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 꼭 들어간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매력적인 성장 곡선이다. 이렇게 급성장하는 회사이니 꼭 우리에게 투자하라고 유혹하는 것이다.



모든 팀의 발표에 이런 그래프가 나온다.

시장크기에 대한 장표도 꼭 나온다. 자신들이 들어가려는 시장이 크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 우리는 이런 팀멤버로 구성되어 있다는 설명도 보통 나온다.



행사장 바깥에서는 발표팀들이 열심히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오늘의 발표팀들이다. 절반밖에 못보고 나와서 아쉽다. 스타트업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꼭 한번 데모데이에 가서 참관해 보시길 추천한다.
2019 글로벌 유니콘 스타트업 업데이트 : 한국스타트업이 6곳!

기업가치가 10억불(오늘 환율로 1조1천284억원)이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을 전세계적으로 집계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조사회사 CB인사이츠가 1월22일 기준으로 글로벌 유니콘 클럽 인포그래픽을 업데이트했다. 작년에 8월 버전이 260개였는데 지금은 309개회사로 대폭 늘어났다. 이 회사들의 총 기업가치는 1085B이며 총합해서 261B을 투자받았다. 특기할만한 것은 이번에 한국스타트업이 3곳이 늘어나서 6곳이 됐다.

기존 쿠팡,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외에 블루홀스튜디오, 우아한 형제(배민),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새로 들어갔다. 한국스타트업의 위상을 글로벌하게 높인 것 같다. 이제는 너무나 많은 회사들이 한장의 그래픽에 들어가서 나눠서 보지 않으면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나하나 나눠서 들여다 봤다.

가장 유니콘이 많은 분야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쪽이다. 전체의 26% 유니콘이 여기에 해당한다. 게임카테고리가 따로 없어서 그랬는지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블루홀이 여기에 들어가 있다. 기업가치는 5B.
Saas회사로서 슬랙, 워드프레스의 오토메틱 등이 보인다. 중국의 인공지능회사들인 센스타임, 페이스++도 보인다. 중국의 영어교육스타트업인 VIPKID도 있다.
게임회사로 로블록스(Roblox)도 보인다.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실리콘밸리 회사다. 알토스는 쿠팡, 블루홀, 우아한 형제, 비바리퍼블리카에 로블록스까지 무려 5개의 유니콘스타트업에 투자한 VC가 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전자상거래에는 쿠팡이 9B의 평가액으로 들어가 있고 우아한 형제가 2.6B으로 새로 들어갔다. 여기서는 에어비앤비가 29.3B의 평가액으로 가장 비싼 유니콘이다. 시장이 큰 중국회사들이 많다. 그 사이에 인도네시아의 토코피디아, 불카라팍, 인도의 스냅딜, 호텔스타트업 OYO도 보인다. 안경 스타트업 와비파커, 운동화스타트업 올버즈도 있다.

핀테크에는 한국스타트업으로 처음 토스가 들어갔다. 여기서는 중국의 Lu.com이 38B로 제일 크다. 트랜스퍼와이즈, 스트라이프, 크레딧카마, 로빈후드 등 이제는 유명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유럽의 챌린지뱅크인 Monzo, Revolut 등도 보인다. (카카오뱅크도 들어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도의 페이TM(One97), 폴리시바자(인슈어테크) 등도 눈길을 끈다.

기타 영역에 메디힐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L&P코스메틱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힘이 빠진 옐로모바일도 들어있다. 전자담배로 급성장중인 (논란도 많은) Juul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포켓몬고의 나이앤틱, 중국 선전의 로봇회사인 유비테크, 공유오피스 Wework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특이하게 중국의 다이소인 미니소Miniso도 있다…

헬스케어스타트업 분야에 한국회사가 있으면 좋을텐데 없어서 아쉽다. DNA분석을 통해 건강정보 등을 주는 23andme, 온라인 보험 플랫폼 오스카, 의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Zocdoc 등이 눈에 익은 회사다.

어찌보면 큰 유니콘회사들이 가장 각축을 벌이는 곳이 이 온디맨드영역이다. 승차공유회사들이 주로 이쪽에 포진해 있다. 프랑스의 브라브라카, 중동의 카림, 중국의 디디추싱, 미국의 Gett, 인도네시아의 고젝, 싱가포르의 그랩, 미국의 우버, 리프트, 인도의 올라, 유럽의 택시파이 등 많이 보인다. 음식배달, 심부름, 쇼핑대행 플랫폼으로 도어대시, 포스트메이츠, 인스타카트가 보인다.

소셜앱으로는 핀터레스트, 레딧 등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의 짧은 동영상앱인 콰이쇼우, 인도의 옐프인 조마토, 캐나다의 메신저인 Kik등이 보인다.

하드웨어는 유니콘이 나오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회사는 세계 드론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중국 선전의 DJI다. 이번 CES에서 폴더블폰으로 화제를 모은 로욜도 들어가 있다.

자동차 플랫폼회사나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주로 중국과 미국의 회사들이다. 자율주행 중국 회사인 Pony.ai, 그리고 미국의 Zoox가 보인다. 중국의 전기차 회사인 시아오펑도 보인다.

미디어쪽에는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있는데 현재 가장 비싼 유니콘이다. 기업가치가 75B으로 우버의 72B보다 조금 높다. 버즈피드, Vox미디어, VICE 등 미국에서 잘나가는 온라인미디어회사들이 포진해 있다.

트래블테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유스쿠터업체인 버드와 라임이 들어가 있다. (분류가 좀…) 동남아시아의 여행 플랫폼인 Traveloka와 Klook도 여기에 벌써 들어와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분석회사에는 그 유명한 팔란티어소프트웨어가 보인다.
전체 유니콘스타트업의 절반인 49%가 미국회사다. 중국의 비중은 약간 떨어져서 27%가 됐다. 3번째는 16개사의 영국(5%), 4번째는 14개사의 인도(4%)다. 예전보다 영국 유니콘이 상당히 많아진 것 같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도 비슷한 스타트업 인포그래픽을 만들고 있지만 카테고리 분류가 쉽지 않다. 위에서도 좀 납득이 안되는 분류가 있는데 나름 노력해서 저 정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해하면 안될 것이 유니콘스타트업은 어디까지나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 평가액이 10억불을 넘은 회사를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잘되는 회사도 외부 투자를 전혀 받지 않으면 위 리스트에 들어갈 수가 없다. (투자를 받지 않은 회사는 사실 객관적인 기업가치 평가가 정확히 안되기 때문이다.) 또 상장(IPO)를 하거나 대기업에 M&A가 되서 엑싯(Exit)이 되면 위 리스트에서 빠진다. CB인사이츠가 잘 몰라서 못넣은 회사도 많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회사들이 가장 이 리스트에 들어가기 쉽다.
비즈니스가 잘되고 있는지 애매모호한 상태인데도 예전에 10억불이상 기업가치로 투자받았다는 이유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애매한 유니콘도 제법 있다.

어쨌든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블루홀, 우아한 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가 한꺼번에 새로 들어갔다. 아마 알토스벤처스에서 잘 자료제공을 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중에 5개의 유니콘을 보유한 VC라니 정말 대단하다. 그것도 모두 초기단계에 투자해서 유니콘이 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어느 VC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실적이 아닐까 싶다.
승차공유, 디지털헬스케어, 핀테크 등에서 한국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가 더 활성화된다면 어렵지 않게 10개가 넘는 유니콘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부삼아 메모.
부산의 B2B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모두싸인 이영준 대표
내가 일하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종이로 된 계약서를 쓸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창업 관련 행사가 빈번히 열리는데 초청연사에게 강연료를 지급하기 위해 매번 종이를 출력해 사인을 받는 것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수고가 없어졌다. 초청연사에게 이메일로 강연료 서류를 보내고 전자서명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모두싸인’을 사용하면서다. 모두싸인은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계약서비스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로그인만으로 전자계약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고, 서로 만나지 않고 계약이 가능하다. 이메일로 받은 링크를 클릭하면 서명을 입력할 수 있어서 5분 만에 모든 계약을 완료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된다. 모두싸인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두산, 대웅제약 같은 대기업부터 작은 스타트업까지 현재 8천여개의 회사가 이 전자계약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대면해서 일을 진행하는 문화가 일반적인 한국에서도 전자계약서비스는 급성장 중이다.

그런데 이런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어낸 기업은 놀랍게도 서울이 아닌 부산에 있었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B2B 스타트업을, 그것도 고객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데도, 어떻게 부산에서 이런 멋진 솔루션을 만들고 성장시켰는지 궁금해 창업자인 이영준 대표를 만나봤다.
고객이 간편 계약과 문서보관 서비스에 가치 둔다는 걸 깨닫고 방향 선회
이영준 대표는 부산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초 군 제대 후 서울 신림동에서 3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노력했지만 고시는 잘 안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뭔가 만들고 개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2013년 학교로 돌아가 개발동아리를 만들고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앱을 이것저것 만들어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적성이 사업에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느 성공한 창업가가 그렇듯 그도 본인 주변의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시장에서 문제를 찾았다. 법적 분쟁으로 변호사를 찾는 분들이 많아 소개해준 일이 많은데, 아는 변호사 중에서 찾으니 사건과 변호사의 전문 분야에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사고 때문에 변호사를 찾는데 엉뚱하게 부동산분쟁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를 소개받는 식이다. 변호사 역시 자신을 제대로 알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재학 중이던 2015년 1월 변호사 검색서비스인 ‘인투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개발동아리 3명이 원룸에서 합숙을 하면서 ‘로아팩토리’라는 회사를 시작했다.

인투로는 수임 사건, 전문 분야, 경력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의뢰인은 필요한 변호사를 찾을 수 있고 변호사는 효율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런데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다른 문제를 만났다. 소액분쟁의 경우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번거롭기도 하고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였다. 종이계약서를 분실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대표는 여기서 착안해 챗봇과 대화하면 자동으로 계약서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3일 만에 만들었고, 2015년 6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디비스타스(DB-Stars)에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자동 계약서 작성 기능을 가진 ‘오키도키’라는 제품을 만들어 모바일앱으로도 출시, 디비스타스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런데 공들여 만든 이 서비스가 생각보다 많이 쓰이지 않았다. 다양한 계약서 양식을 만들어 제공했는데 의외였다. 고객데이터를 검색해보니 자유양식으로 된 계약서를 더 많이 썼다. 그리고 사람들이 종이 없이 계약서를 보관할 수 있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보다 저희 제품을 만드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그런데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사용자 반응을 분석하고 원하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간편히 계약을 하고 그 문서를 보관해두는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 대표는 방향을 선회했다. 고객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도장 이미지만 만들어주는 사이트가 있었던 것이다. 계약서를 실제로 주고받고 도장을 찍는 과정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이 도장 이미지를 만들어 PDF에 넣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도장 이미지를 더 쉽게 만들고 PDF를 생성해서 삽입한 다음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 내놨다. 그 다음부터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수집해 핵심만 빠르게 개발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문화가 바뀌었다.
“우리가 만들고 싶다고 기능을 추가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이메일보다 카카오톡이 더 익숙한 고객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카카오톡에서도 계약이 가능토록 했습니다.”

지방 소재라는 불리함 극복하고 회원 22만명의 전자계약 플랫폼으로 성장
이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쳐 회사의 역량을 전자계약서비스로 모아서 2016년 2월 ‘모두싸인’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나는 당시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이 대표의 발표를 들었는데, ‘전자계약은 신뢰성이 생명인데 대기업이 아닌 작은 스타트업, 그것도 부산에 있는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람들이 이용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난 2년여 만에 모두싸인은 약 3만개 기업, 22만명의 회원이 약 45만개의 문서를 교환하는 전자계약 플랫폼이 됐다.
이미 시장에는 국내외 대기업의 경쟁제품이 20여개나 될 정도로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검색해보면 모두싸인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단 11명의 직원을 가진 부산의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를 가능케 했는지 그에게 물었다.
“모두싸인 홈페이지를 온라인 검색에 최적화시켰습니다. 전자계약에 관심이 있는 고객이 저희 사이트를 찾아서 방문하면 쉽게 문의를 남길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연락해온 고객을 제가 찾아가 만나 제품을 소개하고 이용하도록 설득합니다.”
이렇게 티끌을 모으듯 고객을 하나씩 끌어 모았다. 큰 회사가 이용하는 것을 보고 신뢰를 느낀 다른 회사들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작정 아무 곳이나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고 도입 문의가 있는 곳에 영업을 집중하니 효율적이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빠르게 대응한 것도 중요했다. 잘하고 있는 회사들은 어떻게 하나 철저히 연구하고 벤치마킹했다. 또한 고객대응 등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젠데스크 등 잘나가는 스타트업들이 사용하는 IT 도구들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이렇게 지방회사로서의 불리한 점을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프라이머, 케이브릿지, 디캠프 등에서 약 5억원의 투자금도 받았다. 2018년초에는 회사이름도 모두싸인으로 변경했다. 이젠 더 큰 도약을 위해 추가 투자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싸인의 성장을 보며 지방의 스타트업도 얼마든지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과 호기심에서 나오는 학습능력이 창업가의 핵심역량이라는 것도 다시 확인했다.
나라경제 2018년 12월호에 기고한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글입니다.
돈쓰는 것이 제일 쉬웠어요
규제를 없애는 것은 정말 어려우나 예산을 늘려서 돈을 푸는 것은 정말 쉽다. 정부가 바뀔때마다 기대를 해보지만 계속 반복되는 일 같다. 또 각 정부부처 입장에서는 예산과 조직을 늘리는 것은 조직의 힘과 자리 숫자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무척 적극적이다. 반대로 규제를 푸는 것은 반발도 심하고 나중에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에 소극적이다.
공무원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낙하산으로 갈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 오래동안 내 영향력 아래에서 말을 잘 들어온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어렵다. 스타트업인지 뭔지, 그런 작은 회사가 잘된다고 해서 솔직히 내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규제 권한이 없는 다른 부처 선수들이 규제를 없애라고 하는데 그들도 막상 자기가 규제권한을 갖게 되면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심하면 위원회를 만들어서 그쪽으로 공을 넘기면 된다. 결정이 어려운 문제는 다 위원회, 자문위원회, 심의기구 등을 만들어 그쪽으로 돌리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풀겠다고 나서도 국회라는 난공불락의 벽이 존재한다.
그저 창조경제, 혁신성장 등 지원한다고 말하고 열심히 사업 아이디어를 내서 기재부에 잘 말해서 예산을 늘리는 것이 제일 쉽다. 스타트업 지원한다고 하면 돈 잘준다. 사업이야 산하기관, 대행사시키면 잘 한다. 돈을 주겠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없다. 다들 와서 줄선다.
스타트업 몇군데 지원해줬다고 가능한한 숫자를 일자리위주로 많이 카운트하고, 스타트업들에게는 열심히 두꺼운 문서자료를 요구해 증거로 받아두면 안전하다. 일을 많이 한 것 같다. 감사가 떠도 안심할 수 있다. 행사하면서 기념사진 찍으면 남는 것도 있다. 그리고 내가 맡고 있을 때 새로운 브랜드, 기획의 조직과 행사를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그게 내가 만든 것이라고 두고두고 자랑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도 예산과 조직을 늘린 기관장이라고 칭송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멋진 건물이나 공간까지 만들어두면 금상첨화다.
시민들이 뭔가 불편하다고 불만을 표하면 또 예산을 들여서 직접 개발하면 된다. 세상에 아이디어는 지천으로 있고 적당히 비슷하게 해서 하청해서 개발해서 내놓으면 된다. 잘되면 내 공이고 안되도 상관없다. 잠깐 욕먹고 끝이다. 사람들은 다 잊어버린다. 나는 2년안에 그 성과로 승진해서 다른 자리 가면 된다.
어쨌든 공무원 입장에서는 돈 쓰는 일이 제일 쉽다. 규제를 푸는 일이 제일 어렵다.
(모든 공무원이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닙니다.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위와 같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에 든 짧은 생각을 페이스북에 끄적거렸던 것인데요. 블로그에도 가볍게 메모해둡니다.)
라쿠텐벤처스 안세민 매니징파트너

어제 라쿠텐벤처스 안세민 매니징파트너를 모시고 런치클럽을 가졌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안파트너가 한국에 온다고 연락이 와서 오는 김에 라쿠텐벤처스를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좀 설명을 해주고 가시면 어떠냐고 제안한 것인데 흔쾌히 승락해준 것이다. 안파트너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아쉽게도 녹음해두거나 메모해 두지를 못했는데 기억나는대로 적어둔다.

우선 라쿠텐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97년 일본에서 미키타니 코지 회장이 창업한 라쿠텐은 일본의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인터넷 1세대 벤처라고 보면 된다. 라쿠텐이치바(시장)이라는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성장했으며 이제는 금융, 마케팅에 이동통신사업까지 진출하는 인터넷 그룹이라고 보면 된다. 2018년 매출이 처음으로 1조엔(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프로야구구단도 소유하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중 하나다. 시가총액은 약 12조원대다.

라쿠텐벤처스는 그 라쿠텐그룹의 벤처캐피탈이다. 약 2억불의 글로벌펀드와 8천9백만불의 일본펀드를 가지고 2013년부터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는 17개다.


미국, 싱가포르,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스타트업까지 투자영역을 넓히고 있다. 투자회사중에 인도네시아의 고젝이 유니콘회사다. 라쿠텐은 이밖에 호창성, 문지원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비키를 2013년에 2억불에 인수했으며, 이스라엘의 모바일메신저 바이버를 2014년에 9억불에 인수한 바 있다. 그리고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에 투자해 지분 약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핀터레스트에도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만큼은 안되지만 스타트업투자로도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안세민파트너는 이런 딜에 대부분 다 관여했으며 상당수 투자 회사에 보드멤버로 참가하고 있다. 도대체 젊은 한국인이 어떻게 일본 인터넷기업의 투자를 총괄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일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싱가포르에서… 게다가 라쿠텐벤처스 투자팀 5명중 무려 3명이 한국인이다. 일본인은 한 명도 없다.

안파트너는 2007년 서강대를 졸업했다. 신문방송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문과생이다. 어릴 적에 외교관인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와 폴란드에서 살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현대카드에서 브랜드매니저로 일년여동안 일했다. 그리고 2008년에 구글코리아로 이직할 기회를 잡게 된다.
구글에서 애드센스매니저로 시작했다. 그리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신나게 일했다. 그러다가 구글 싱가포르로 옮길 기회를 얻었다. 프로덕트에서 파트너쉽개발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었다. 2013년에 구글이 너무 커진 것 같아서 또 다른 기회를 찾다가 라쿠텐과 인터뷰하게 된다.
“어차피 라쿠텐에 꼭 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어서 편하게 하고 싶은 말 썰을 다 풀었습니다. 그런데 합격이 되고 들어가서 나중에 보니 제가 한 말이 대부분 그대로 들어 맞았어요. 그러면서 승진을 하게 된 것이죠.”
미키타니 회장의 눈에 든 그는 VC경험이 하나도 없이 투자를 맡게 됐다. 게다가 그는 일본말도 잘 못한다. “야쿠자 영화를 좋아해서 저는 좀 이상한 일본어를 합니다. 라쿠텐은 영어가 공용어인 회사기 때문에 일본말을 못해도 전혀 일하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특히 엔지니어의 80%가 외국인입니다.” (라쿠텐의 직원수는 1만2천명이다.)
안파트너는 일년에 한달이상을 일본에서, 또 한달이상을 미국에서 그리고 나머지를 싱가포르에서 보낸다. 라쿠텐벤처스의 다른 2명의 멤버는 싱가포르에 그와 같이 있고 한국인 멤버 둘은 도쿄에 있다. 왜 싱가포르에 있냐고 물어봤다.
“싱가포르에 있으면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전세계에 투자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자리잡고 있으면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미키타니회장과는 비디오채팅을 많이 합니다.”
투자팀에 어떻게 한국인이 3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역시 한국인이 제일 같이 일하기 좋습니다. 뛰어납니다. 회사에서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습니다.”
어떻게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는지 물었다. “레퍼럴(소개)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투자할 영역을 열심히 리서치합니다. 그냥 구글링을 합니다. 어떤 분야가 중요하고 뜰 것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파면서 좋은 회사를 찾아냅니다. 그런 다음에 우리가 먼저 연락해서 투자합니다. 그런 식으로 인도네시아의 고젝을 찾아내서 초기에 투자했습니다.” 라쿠텐은 고젝에 2016년 4월에 투자했다. 고젝의 지금 기업가치는 거의 10조원이다.
모바일 메신저 바이버의 경우는 괜찮아서 미키타니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했는데 너무 잘 설득했는지 덜컥 거의 1조원을 주고 2014년 2월 인수를 해버렸다. 그래서 일본인 경영진에게 “미친 한국인에게 넘어가 회장이 너무 비싸게 샀다”는 비판을 들었는데 다행히 그해 10월에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21조원이나 주고 사는 바람에 잘 넘어갔다. 유저당 인수금액을 따져보면 휠씬 싸게 샀다는 것이다. 바이버는 지금도 러시아 등 발틱 국가에서 잘 된다고 한다.
한국스타트업에는 센드애니웨어라는 파일전송기술을 가진 이스트몹에 유일하게 투자했다. 뛰어난 파일전송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찾아서 메일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한국회사였더라는 것이다.
한국스타트업에도 많이 투자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냥 아무 회사나 좋으면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투자하고 싶은 영역이 굉장히 구체적이다. 인공지능 회사, 모빌리티 회사, 이런 것이 아니고 특정한 문제를 풀어주는 회사를 찾는다. 한국의 개발자수준은 굉장히 뛰어나서 기대가 된다고 한다. (하이퍼커넥트 칭찬을 상당히 했다.)
그 정도로 큰 회사면 회장님이나 사업부에서 지시하거나 요청하는 것을 실행하느라 바쁠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상당히 독립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몇년전 안세민님을 처음 만났을 때 “아니 어떻게 이렇게 젊은 한국사람이 라쿠텐의 투자부문을 이끌고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 의문이 많이 풀렸다. 능력만 있으면 거침없이 국적을 초월해 과감히 인재를 등용하는 미키타니회장의 용인술이 새삼 감탄스럽게 느껴진다. 이상 생각나는대로 메모. 세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