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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의 맥월드취재기를 읽고 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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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을 서핑하다가 제가 2003년에 썼던 이메일클럽 글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읽어보니 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 글을 쓴지 벌써 7년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많은 일들을 겪었네요.

한번 읽어보시죠. 읽고 나시면 제가 7년동안 겪은 변화를 설명드리겠습니다.

Screen shot 2009-10-03 at 8.05.50 PM

임정욱 기자의 맥월드 취재기

▶ 2003/1/10

안녕하세요. 임정욱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메일클럽 회원 여러분들과
만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취재현장에서 떠나있었습니다만 정말 오래간만에 해외 취재
출장을 나왔습니다. 저는 지금 맥월드 취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컨벤션센터에 와있습니다. 미디어센터 안입니다.

사실 저는 이번 맥월드 취재에 적합한 기자는 아닙니다. 맥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80년대 초반 애플II 호환기종으로 컴퓨터를 처음
접하긴 했지만 언제나 맥킨토시는 제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대였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윈도3.1이 나오기 이전인 90년대 초반까지 DOS환경에
익숙해 있던 당시로서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매킨토시는 그야말로
환상의 컴퓨터였습니다. 적어도 대부분의 국내 사용자에게는 말이지요.
사실 당시만해도 “아이콘을 클릭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자체가
명확하지 않던 때 였습니다. 당시 엘렉스라는 회사에서 독점 수입하는
맥은 정말 소수의 전문가만이 사용하는 컴퓨터로만 알았습니다.

가난한 학생으로서 그림의 떡으로만 여기던 맥을 가까이서 접한 것은
조선일보에 입사한 뒤 키드넷 캠페인을 하던 96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진짜 애플의 맥은 아니고 UMAX라는 대만 업체가 만든 클론 맥을 사용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미 윈도 95에 익숙해 있었던 탓인지 맥에 대한
신선한 감정은 많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급속히 발전하는
PC를 쫓아가기에도 벅찼고, 사실 모든 관심이 인터넷으로 집중되기
시작해 맥은 잊고 지냈습니다.

물론 97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며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이맥
Imac을 소개하며 부활의 노래를 불렀지만 그건 우리에게 먼 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했죠.

그런 제가 지금 맥월드 미디어센터에서 주위의 눈치를 보며 소니
바이오 노트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있는데 좀 과장하면 맥의 점유율이 90%이상입니다. 여기서 PC를 쓰고
있으면 핀잔을 듣기 일쑤라는군요.

각설하고 이번 맥월드에서 느낀 스티브 잡스와 애플컴퓨터, 그리고
맥에 관해서 느낀 점을 몇가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맥월드 기조연설

스티브잡스의 기조연설(Keynote speech)는 사실 처음 들어보는데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약 2시간동안 수천명의 청중을 휘어
잡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까만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섰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좀 늙어보이긴
하더군요.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선명하고 커다란 그래픽 화면과 힘있는 폰트의
커다란 글자를 적절히 섞어가며 진행됐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소개할 때는 필요한 부분의 그래픽을 화면
가득히 확대해 소개하고 기능 등을 구구절절 한 화면에 나열하지
않고 큰 글자로 한 구절 한 구절을 화면에 가득히 비추고 그 내용만을
힘주어 강조하는 식입니다. 최근 애플의 소식을 ‘Update’하면서
시작하고 아이라이프, 사파리 등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더니 마지막에는
새로운 17인치 파워북을 소개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한
아이템을 소개하고는 꼭 마지막에 그 제품의 특징을 간결하게 요약하고
지나가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간결하긴 하지만 힘있는 그의 스타일과 잘 조화되는 프리젠테이션
파일이 어떻게 제작됐는지 사실 그의 연설을 들으면서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MS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것 같지는 않고, 따로 그래픽 부서가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한 것인지 궁금했죠. 그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키노트’를 발표하면서죠.
파워포인트에 대응하는 키노트는 프리젠테이션에 관심이 많은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02년의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그가 베타버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실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자주 제작하는 요즘 비즈니스유저들에게
키노트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선 텍스트나
그래픽의 크기를 완전히 자유조절할 수 있고 앵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미지 라이브러리에는 그래픽에 강한 애플의 이미지를
충분히 살린 뛰어난 그래픽화면들이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클립아트가
아닌 진짜 사진으로 된 그래픽이 많습니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테마도 훌륭하며 슬라이드를 전환할 때 마다 화면을 360도 돌리는
등 3차원 입체효과기능도 뛰어납니다. 스티브 잡스는 “전문 그래픽
부서가 모두 매달려 밤새워 만든 것 같은 슬라이드를 누구라도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키노트 연설 참석자 전원에게
99불짜리 키노트소프트웨어를 즉석에서 선물,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다른 일반적인 IT업계의 CEO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세세한 부분을
스티브 잡스는 꼭꼭 챙기고 그런 모습에 장내를 가득 매운 청중(대부분
맥유저)들은 열렬히 호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맨 처음
소개한 제품이 애플의 MP3플레이어 IPOD를 장착할 수 있는 스노우보더용
재킷이었고 그런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너무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새로운 17인치 파워북의 경우 키보드가 주위 조명도를
자동으로 감지, 어두워지면 빛을 발하는 소위 쿨(COOL)한 기능이
들어있는데 잡스는 다른 것보다도 더욱 의기양양하게 이 기능을 소개했고,
맥 유저들은 좋아서 자지러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점을 보며 정말 애플의 모든 제품은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취향이
강하게 반영됐고, 맥유저들은 그 점 때문에 더욱 맥킨토시에 충성스러워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대단합니다. 스티브 잡스!

◆그래도 유지는 하는 맥월드

너나 할 것 없이 파리를 날리는 각종 IT전시회 중에 샌프란시스코
맥월드는 그래도 체면치레를 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맥월드는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연중
전시회중 최고의 참관객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약 8만명정도가
참가했고, 올해에도 비슷한 숫자가 참관할 것으로 전망하더군요.

컴덱스 등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맥월드 도쿄는 취소됐고
다른 지역의 맥월드 행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그래도 애플의 본거지 쿠퍼티노에 인접해 있고,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스피치 등이 관심을 끌어 체면치레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IT경기에 동요되지 않는(?) 맥유저들의 열성도 큰 힘입니다. 화요일
행사장에는 “I love 스티브 잡스” 피켓을 든 열성 여성팬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키노트 스피치를 보기위해 새벽 2시반부터 줄을 섰다고
합니다.

발표 내용을 키노트 스피치 전까지 철저히 함구하는 것도 애플 전략의
일부입니다. 바로 전날까지도 아이포드 2가 발표된다는등 잘못된
예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만큼 키노트스피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지요.
그래도 “그들만의 행사”가 되지 않도록 더욱 맥킨토시의 저변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맥의 한국에서의 위상

미국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다지만 한국에서의 맥의
위상은 사실 초라합니다.(제가 잘못 알고 있다면 죄송합니다.) 출판이나
그래픽 등 전문 직종에서의 맥사용을 제외하고 일반 사용자가 맥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미국 다음의 맥시장인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사실 이렇게 된 것은 고압적인 자세로 맥을 독점 수입해 왔던 엘렉스의
후유증이 큽니다. 워낙 맥이 비싸고 해서 일반사용자까지 저변 확대가
쉽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애플 코리아 지사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우선 맥킨토시가 훌륭한 컴퓨터긴 하지만 아직은 가격이 비쌉니다.
고성능이라고는 해도 국내 PC가격이 너무 낮아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PC와의 호환성 문제외에도 인터넷사용문제도 큰 문제입니다.
일부 인터넷뱅킹 사이트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맥킨토시가 지원
안되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리니지 등 인기 온라인게임의 매킨토시
버전이 전혀 나와 있지 않은 것도 젊은 층에 어필하기 어려운 요인중
하나입니다.

애플코리아측은 게임업체에 맥 버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지만
워낙 시장이 작아 업체쪽에서 난색을 표명한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사이에 급속히 성장한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MS쪽의 윈도OS하고만
프로토콜을 맞추며 앞질러 가버린 탓이죠.

저 개인적으로도 맥, 그중 파워북은 정말 탐나는 제품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몇 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또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이 되네요. 이번 맥월드에서 발표된
웹브라우저 사파리, 멀티미디어 편집 프로그램 아이라이프,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 키노트 등이 맥을 더욱 특별히 만들어주고 있긴 하지만
과연 애플이 윈텔제국의 아성에 얼마만큼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어쨌든 이번 출장에 애플의 MP3플레이어 iPod(PC용)는 꼭 하나 살
생각입니다. 20기가의 하드디스크로 최대 4000곡을 저장할 수 있다는
아이포드는 “COOL”하다는 영어표현이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샌프란시스코에서 임정욱 드림

제가 그때 스티브잡스를 처음보고 참 여러가지로 감탄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당시 사파리브라우저와 iLife 그리고 Keynote등이 발표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사파리브라우저는 왜 만들었나했습니다. 당시 맥유저가 아니어서 많은 부분을 정확히 이해는 못했지만 그래도 참 즐겁게 스티브잡스의 기조연설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에 보면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맥을 사용하기는 부담이 된다고 했는데… 그 시점에는 소니바이오노트북과 아이리버MP3플레이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녀오자마자 첫번째 아이팟을 구입했습니다. 당시는 아이팟신화가 시작되기 이전입니다. 그런데 별로 만족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샀던 아이팟을 동생에게 넘기고 아이리버를 다시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팟셔플을 사고 아이팟나노, 클래식 등 몇개를 거쳐가며 아이팟이 제 생활의 중심이 됐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Audible.com의 오디오북포맷을 지원하는 것과 Podcast가 아이팟을 구매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2006 년 6월에는 아이폰이 발매되던 주에 뉴욕에 있었던 죄로 영감(?)을 받아서 바로 아이폰을 구매했습니다. 그 이후 한국에서는 아이팟대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했고 미국 출장올때마다 Unlock을 해서 썼지요. 그래도 정말 일찍 아이폰을 써본 덕에 많이 배웠습니다. 써보자마자 아이폰이 전세계의 모바일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을 예감했다고 해야 할까요?

2005 년 6월에 다음으로 옮기면서 맥북프로를 처음 샀습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업계로 옮기는데 맥에 대해서 좀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때도 IE가 지배하고 있던 당시라 맥을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맥을 쓰게 된 것은 사실 해외를 다니면서입니다. 해외사이트를 보는데 맥이 아무 문제가 없고 특히 영문과 일문의 유려한 폰트때문에 맥에서 기사를 읽는 것이 휠씬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맥을 자주 사용하게 됐고 특히 사내외 발표를 많이하게 되면서 모든 발표자료를 키노트로 만들게 됐습니다. 지금은 열렬한 키노트애용자입니다. 발표자료를 ‘스티브잡스’스타일로 만들기 때문에 뭐든지 만들면 장수가 100장을 쉽게 넘어버려서 문제입니다. ㅎㅎ (대신 어디 출장을 갈때마다 노트북을 2개 들고 다녀야하는 문제가 있어서 힘들었습니다. T-Login이 끝까지 맥을 지원안해서…) 맥북에어는 사서 쓰다가 누구에게 양도했습니다. 너무 발열이 심해서 전 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나오자마자 사서 마루타가 된 것이 아닌가싶기도 합니다)

발표용으로 애용했던 키노트와 맥북프로. 지금은 가족용!

발표용으로 애용했던 키노트와 맥북프로. 지금은 가족용!

애플TV도 사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뭐 아주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TV에 연결해서 주로 Podcast를 보는데 이용하고 있습니다.(이것도 어떤 제품인지 궁금해서 완전 충동구매)

결론적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회사에서 iMac, MacBook을 같이 쓰고 있고, 가정용으로는 가족들이 제가 원래 쓰던 MacBook Pro를 쓰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제가 3GS, 와이프가 1세대 아이폰을 쓰고있고요. 물론 윈도랩톱과 PC도 또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애플빠라고 생각해본 일은 없는데 어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미국라이코스는 사내에 맥유저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맥을 쓴다고 해서 업무에 지장이 있는 점은 전혀 없으니까 자유롭게 쓰고 있습니다) 돈은 많이 썼지만 인터넷으로 밥을 먹고 사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윈도7이 나오면 윈도데스크탑도 하나 다시 장만할 생각입니다.

7년전(정확히 6년9개월전) 생각을 하다가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옛날에 이 이메일클럽 글을 보내고 많은 분들에게 답장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 스티브잡스가 얼마나 IT업계를 흔들어놓았는지를 생각하면 전율이 흐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은 맥을 쓰기 편한 환경이 아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itten by estima7

2009년 10월 3일 at 7:59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