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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VR체험사진을 보고 느낀 점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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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기어VR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느낀 점 몇가지를 페이스북에 메모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1천2백개가 넘는 좋아요가 붙었다. 좀 놀랍기도 해서 블로그에도 이 내용을 남겨둔다. 페친분들이 추가로 알려주신 정보까지 담았다.

오바마의 VR체험 사진을 보고 느낀 점 몇가지.
-대통령집무실(오벌오피스)과 개인비서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
-대통령의 양복상의가 비서앞 의자에 걸려 있다. 거기 앉아서 잡담을 했던 모양.
-대통령이 뭘하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을 하는 비서.(연출된 사진은 아닐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은 백악관전속사진가 피트 수자는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수많은 사진촬영속에 이런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사진이 찍힌다. 이런 사진을 Candid photography라고 한다.)
-비서는 맥이 아니고 PC를 쓰는 것 같다.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지만 소형선풍기와 작은 화분까지 놓여있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의 책상모습이다.
-비서가 앉아있는 의자는 Herman Miller Aeron Chair다. 아마존에서 세금제외 939불이다.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소프트웨어회사에서 인기있는 모델이라고 한다.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대통령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오바마가 쓰고 있는 VR제품은 삼성 갤럭시를 장착한 삼성 기어VR이다. 그리고 헤드폰은 Bose의 제품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직접 출연하고 나레이터 역할까지 한 내셔널파크VR동영상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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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에 옆에 앉아있는 비서의 실명이 나와있다. Ferial Govashiri다. 구글링해보니 링크드인프로필, 위키피디아, 트위터프로필이 차례대로 나온다. 놀랍게도 파시(페르시아어)에 능통한 이란계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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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ial의 링크드인프로필을 보니 오마바비서가 된지 2년4개월째다. 자신이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지 소상하게 밝혀놓았다. 매일 대통령에게 들어가고 나오는 정보를 관리하고, 대통령의 일정을 관리하는 업무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사람이다.
-그 바로 밑에는 전 백악관대변인인 제이 카니의 추천글이 붙어있다. 그는 지금은 아마존 부사장으로 이직했다. Ferial과 5년간 같이 일했는데 대통령의 조언자와 게이트키퍼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는 사람이라 추천한다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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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ial은 트윗도 열심히 한다. 자신이 나온 오바마의 VR사진을 리트윗하며 “Never a dull day in the office!”라고 썼다. 정말 지루할 틈이 없겠다.
겨우 사진 한 장을 통해 정말 이렇게 쿨하게, 투명하게, 자신감 있게 일하는 백악관사람들의 일상을 엿본 듯한 느낌이 든다.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가 이렇게 격의없이 일하는 것도 신선한데 자신이 하는 일을 당당하게 링크드인에 밝히고 트윗도 한다. 더구나 그 비서는 미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이란계 여성이다. 자신감에서 이런 투명함과 소탈함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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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청와대에서 대통령 개인비서의 자리는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이 사진을 떠올렸다. 2015년 9월 박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 공약신탁에 가입할 당시 공개된 사진이다. 가입신청서에 사인하는 대통령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왜 저렇게 멀리 떨어져서 박수를 치고 있을까 보면서 의아했었다. 책상이 너무 깨끗하고 집무실이 너무 넓다. 너무 휭해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안들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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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의 VR체험사진은 이미 두번이나 공개됐다. 한번은 위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아래는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개소식에서 공개된 사진이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29일 at 8:05 am

짧은 생각 길게 쓰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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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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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오기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요즘 다시하고 있다. 이제는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입이 아픈 ‘규제’ 때문이다. 좀 나아졌나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좌절하게 된다.

한국NFC 황승익 대표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가져다 대고(NFC태그) 비밀번호 2자리를 누르는 것만으로(경우에 따라서는 지문인증도 추가) 본인인증을 할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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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휴대폰본인인증과 아이핀본인인증에 불편해하는 것을 보고 더 편리한 신용카드본인인증방법을 제공하면새로운 비즈니스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오랜 기간동안 관련 회사들과 협의해 이 서비스를 준비해 지난 6월 론칭하려고 했으나 지금은 방통위 때문에 좌절한 상태다. 최근 방통위는 (금융서비스를 제외하고) 본인인증은 정보통신망법에 의거, 아이핀, 휴대폰 인증 2가지 방법으로만 가능하다고 한국NFC에 통보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09/2016080901269.html

신용카드로는 하지말라는 얘기다. 아이핀도 가입하려면 휴대폰번호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므로 결국 휴대폰본인인증만된다는 얘기다. http://news.mk.co.kr/newsRead.php?no=564445&year=2016 (매경 관련기사)

NFC간편 결제기술을 개발해놓고 규제때문에 거의 2년을 고생하다가 타이밍 다 놓치고 간신히 론칭했던 황대표로서는 2번째로 겪는 좌절이다. 사실 이 기술로 성공할지 실패할지 해보기 전엔 미리 알기 어렵다. 아이디어를 빨리 실행해보고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또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시작조차 해볼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하면 도대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도전해 비즈니스를 만들 방법이 없다. 앞으로 각종 생체정보를 이용해서 본인인증을 하는 것도 가능해질텐데 우리나라는 온라인에서는 천년만년 휴대폰만을 이용해서 본인임을 증명해야하는가? 민간기업이 알아서 하면 안되나? 문제가 생기면 그 기업이 끝까지 책임지고 고객에게 보상하도록 하면 안되나.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닌가? 자기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온라인에서 어떻게 본인임을 증명하라는 것인가.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아예 고국의 온라인서비스는 절대 쓰지 말라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하는데 어떻게 글로벌서비스를 만들겠는가.

고려대 박경신교수는 “외국에서는 다양한 신원확인방식이 국가 개입 없이 개발되고 이용되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신원을 확인해서 서비스제공을 하고 혹시 잘못되면 리스크는 자기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렇기 때문에 구글에서 identity verification service(신원확인서비스)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본인확인서비스가 나온다. 이들 회사는 심지어 글로벌베이스로 본인확인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원천봉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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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웹사이트에 1년 가까이 접속하지 않아 휴면고객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내게 온 안내메일.

온라인사이트에 겨우 1년 로그인을 안하면 모조리 휴면 계정으로 만들어버리고 휴대폰번호가 없으면 본인인증을 못해서 아예 쓸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규제도 가관이다. 요즘 오랜만에 네이버에 로그인하려고 했다가 비밀번호가 기억안나 영영 못쓰게 된 해외교포가 많다. (한국휴대폰이 없으니 본인인증을 해서 패스워드리셋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다.

이 정도로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을 하고 시어머니 노릇을 해서 새로운 혁신의 싹을 잘라버리는 나라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 기존 업계를 뒤흔들고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혁신 스타트업이 거의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런 꼼꼼한 규제와 기존 업계의 견제 때문이다. 규제의 폐해를 그토록 몇년간 이야기해왔지만 계속 문제는 진행형이다.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이 갑자기 공하게 느껴진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20일 at 9:42 pm

포켓몬GO와 올레 캐치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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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GO열풍이 불면서 자꾸 5년전 한국에 AR과 캐릭터를 적용한 게임(KT 올레 캐치캐치)이 나왔을 정도로 AR기술이 앞서있었는데 캐릭터력 부재와 정부지원이 모자라서 실패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자꾸 보면서 신경이 거슬리는데 우리나라만 AR을 응용한 모바일앱이나 게임이 나왔던 것 아니다. 제대로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그동안 다른 나라도 이런 류의 앱이나 게임이 제법 많이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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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kai Camera 앱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돈치넷이라는 스타트업이 내놓은 세카이카메라다. 스마트폰카메라로 주위를 비추면 관련 정보가 떠오르는 이 앱은 무려 2008년 9월에 테크크런치이벤트를 통해 선보여 당시 실리콘밸리사람들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때는 아이폰이 나온지 1년밖에 안되고 애플이 앱스토어를 처음으로 열 즈음이었으니 돈치넷이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증강현실, AR이란 개념을 이 앱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당시 한국에는 아이폰조차 출시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세카이카메라가 별로 화제가 안됐던 것 같다.)
돈치넷은 추가 투자도 받고, 이 AR소셜태깅기술을 활용해 AR플랫폼을 만드려고 했으나 결국 2014년 1월 서비스를 접었다.
AR기술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열어젖히는데는 성공했으나 사람들이 매일 세상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며 정보를 찾게 하는 생활필수앱으로 만드는데는 실패했다는 해석이었다. 꼭 혁신적인 기술로 시작했다고 그대로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일본의 이 스타트업은 2008년말 당시 정말 창의적인 발상과 실행으로 세계IT업계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었다. 그때 2009년말 일본의 IT컨퍼런스에 간 일이 있는데 일본IT업계사람들이 어깨를 조금 으쓱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 비해 요즘 언론에 나오는 올레캐치캐치게임이나 세계 첫 MP3플레이어라는 새한MP맨은 조금 일찍 나왔는지는 모르나 한국에서도 써본 사람이 거의 없고 외국에서는 아예 아무도 모른다. 전혀 화제가 되지 못했다. 싸이월드도 사실 마찬가지다. 무척 앞선 서비스이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IT업계인중에서도 SNS의 역사를 연구한 정도의 사람이 아니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세계인들이 감탄할 정도의 화제를 일으킨 창의적이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냈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했다면 우리가 IT선발주자이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한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적어봤다.
진짜 지금 한탄해야 하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AR기술을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적용한 세카이카메라라는 제품을 2008년에 내놨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강력한 캐릭터인 포켓몬이라는 IP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세계적인 게임대국이다. 포켓몬GO는 일본에서 이미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정작 이 두 가지를 연결해 글로벌 메가히트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은 구글에서 스핀오프한 작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나이앤틱이었다.
작은 장난 같은 아이디어라도 잘 받아주고 키워내는 구글의 문화, 일단 하기로 했으면 빠르게 밀어붙이는 구글과 닌텐도의 대기업 답지 않은 의사결정과 실행력, 구글의 임원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 재창업에 도전하는 창업가의 열정,그런 도전을 믿고 안정된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따라가는 구글의 인재들, 이런 도전을 밀어주는 실리콘밸리의 자본 생태계 등이 포켓몬GO의 성공의 요인이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생태계가 따라잡기 힘든 실리콘밸리생태계의 장점이 잘 보이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이런 문화와 생태계를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관련 포스팅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그리고 생각해보면 포켓몬GO의 성공에서 미국이나 일본정부의 역할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민간에서 알아서 잘 해서 이런 성공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포켓몬GO같은 게임이 한국에서 나오지 못한 것을 가지고 또 정부의 부실한 지원책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핀트가 좀 어긋났다는 생각도 든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20일 at 9:29 pm

[라이코스 이야기 24] M&A가 활발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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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캠퍼스서울 임정민총괄이 최근 쓴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엑싯하나”라는 블로그글을 읽었다. 벤처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을 엑싯이라고 하는데 보통 주식시장상장(IPO)이나 회사매각(M&A)의 방법의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IPO나 M&A 모두 쉽지 않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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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엑싯 유형 비교 (출처: 임정민총괄 블로그)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며 놀란 것은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엑싯방법의 80%가 M&A인데 반해서 한국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IPO나 M&A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장외시장 등에서의 구주거래로 자금회수가 이뤄진다고 한다. 벤처투자자가 이렇게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우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나는 2009년부터 3년간 미국에서 인터넷포털인 라이코스CEO로 일했다. 당시 미국업계의 활발한 M&A활동에 대해서 감탄한 경험이 있다. 라이코스가 운영하는 인터넷홈페이지서비스나 게임포털서비스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여러번에 걸쳐서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홈페이지퍼블리싱 서비스업계의 경쟁업체(Webs.com)에게 연락이 왔다. 비슷한 성향의 고객을 가지고 있는 라이코스의 홈페이지 서비스(Tripod.com, Angelfire.com)를 인수해서 스케일을 키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딜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인수제안을 했던 회사는 2년뒤 더 큰 업계회사(Vistaprint)에 1천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렸다. (그 인수제안의 당사자였던 Webs.com의 공동창업자 셜빈 피시바는 회사를 매각한 돈을 종자돈으로 우버에 투자해 성공,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거물투자자가 됐다. 선순환을 만든 것이다.)

 게임포털인 게임빌닷컴을 인수하고 싶다고 연락온 곳은 뉴욕의 작은 부띠크펌을 운영하는 젊은 흑인이었다. 어떤 큰 대기업이 작은 게임회사인수가 필요해서 찾고 있는데 자신이 그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는 것이다. 우리 게임포털이 그 대기업의 인수타겟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그 대기업에 제안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같이 작은 서비스를 어떻게 알고 연락했냐고 했더니 인터넷시장조사데이터를 분석해서 우리 게임서비스의 지표가 최근에 좋아지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이렇게 M&A를 도와주는 회사들이 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란 기억이 있다.

2011년에 결국 라이코스를 인도의 와이브랜트에 매각하게 된 계기도 야후출신 M&A브로커인 벤의 방문덕분이었다. 미국에서 인수할만한 회사를 찾아달라는 와이브랜트의 요청을 받고 벤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많은 회사들을 방문해 인터뷰를 가진 뒤 라이코스를 추천했던 것이다. 벤은 인수협상과정까지 같이 참여해서 진행하고 커미션을 챙겼다.

내가 라이코스CEO로 부임하기 전에도 라이코스는 Quote.com, Wired.com이라는 두 개의 서비스를 각각 약 3백억원, 2백50억원에 매각한 일이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미국에서는 M&A가 대단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어느 정도만 괜찮은 밸류를 가진 회사를 만들어내면 누군가 사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탈출구(?)가 있다는 것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럼 이들은 왜 이렇게 M&A에 적극적일까? 미국기업에게 있어 M&A는 빠른 기업성장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을 빠르게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워낙 M&A가 일상화되어 있다보니 뭔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개발하기 보다는 시장을 조사하고 관련된 회사 인수에 즉각 나서는 것이 미국의 기업들이다. 그 덕분에 실력있는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스타트업을 해도 인수제안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대기업이 비슷한 아이템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설사 회사 매각을 하고 싶어도 관련되서 도움을 받고 협상과정을 도와주는 인수전문 프로페셔널회사가 별로 없다. 인수제안이 있어도 거의 다 헐값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작은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무형의 가치에 댓가를 지불하는데 극히 인색하다. 기업정보가 투명하게 나오지 않는 불신사회다 보니 인수회사도 피인수회사의 정보를 믿지 않는다. 외국회사들에게 배타적이며 영어로 제공하는 정보도 부족하고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다보니 외국회사들도 한국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꺼린다. 기업간에 인수경쟁이 없으니 인수가가 올라갈 이유가 없다. 더 M&A기회가 적어진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투자도 많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엑싯은 극히 드물다. 특히 올해(2016년) 들어서 아직까지 내 기억에 단 한건의 의미있는 테크 스타트업 IPO나 M&A가 없다. 정말 우려할 일이다.

M&A활성화를 위해 법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인수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우선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 외부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제값을 주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되야 한다.

결국 M&A을 잘하는 회사가 글로벌기업이 된다. 구글이 창사이래 지금까지 행한 주요 M&A는 거의 2백회가 된다. 물론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겠지만 그중 안드로이드와 유튜브가 나왔다. 안드로이드와 유튜브가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여전히 잘나가는 회사였겠지만 애플이나 페이스북과 휠씬 더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부혁신을 사들여서 빠르게 본체에 붙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회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이다. 한국기업들도 변해야 된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10일 at 10: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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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뜨고 있는 오토테크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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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내용과 관련해서 8월11일 목요일 오후 5시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오토테크 미니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제가 요즘 오토테크 트렌드에 대해서 발표하고 카페인, 팝콘사, 지오라인, 볼트마이크로 등 오토테크스타트업들이 소개세션을 갖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석신청페이지 링크. http://onoffmix.com/event/7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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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7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테슬라의 자율주행(Autopilot)모드중 일어난 첫번째 인명사고로 시끄럽다. 테슬라 오너인 조슈아 브라운이 자율주행모드에서 트럭트레일러와 충돌해 사망한 사고로 지난해 10월 공개한 이후 찬사를 받던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아직 멀었고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이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편 오히려 이런 사고가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기술 발전과 관련 제도 정비가 가속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이티클 최완기대표는 “이런 사고들을 통해 자율주행차기술이 더 보완되고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CB인사이츠오토테크도표
[사진설명 – 급증하고 있는 오토테크 스타트업들을 정리한 CB인사이츠의 그래픽]
사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는 ‘오토테크’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차량공유, 디지털지도 등 각종 첨단 자동차 관련 기술에 실리콘밸리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자동차가 점점 전자제품화되고 있고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보강해서 자동차가 움직이는 인공지능 컴퓨터 로봇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첨단기능을 맞보기 위해서 꼭 새로운 첨단 고급자동차를 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앱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예방하면서 자동차운행을 보다 똑똑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에 센서와 컴퓨터장치 등을 추가로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자율주행차로 개조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 키트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자동차가 완전자율주행으로 가는 과도기에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운전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인간의 운전부담을 줄여주고 교통시스템을 효율화한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주목받는 해외 스타트업회사들을 소개한다.
넥사앱
[넥사의 스마트폰앱. 주위 차량의 사고 이력 조회를 해준다. 사진출처 넥사]
넥사라는 이스라엘스타트업은 차량용 블랙박스카메라를 대체하는 스마트폰용앱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앱은 인공지능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다. 앞에 가는 자동차들중 부주의한 운전을 하는 차를 발견하면 차번호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한다. 데이터를 wifi로 회사서버로 전송한다. 이미 7백만대의 주행정보가 입력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위험한 차가 근처에 보이면 경고해준다. 또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이나 도로지점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미리 운전자에게 경고해 준다.
안전운전스마트폰센서들-우버
[우버앱은 GPS, 가속기센서, 자이로스코프 등의 스마트폰 센서를 통해 우버운전사의 안전운전이력을 감지해 보여준다. 사진출처 우버]
우버안전운전점수
우버는 최근 업그레이드를 통해 우버운전사의 운전스타일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즉, 스마트폰 우버앱을 통해서 운전사의 주행속도와 가속이나 브레이크패턴을 측정해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하는지를 보여주도록 했다. 매번 주행중 얼마나 자주 급가속을 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알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의 자이로스코프센서를 통해서 주행중에 운전사가 문자 등을 보내기 위해서 전화를 움직이는 것도 확인해 경고를 보낸다. 너무 지나치게 쉬지 않고 오래 운전하면 쉬라고 경고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방식으로 매번 운행시마다 안전운전기록을 보여줘 우버의 1백만명의 운전사들이 안전운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이뤄진다. SK텔레콤은 T맵 최신 버전에 주행이력을 바탕으로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안전습관’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2013년 구글이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내비게이션앱 웨이즈도 최근 흥미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웨이즈 이용자중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매칭시켜 주는 웨이즈 카풀서비스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것이다. 이미 카풀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버, 리프트 등과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웨이즈에 주소를 잘못 입력해서 범죄율이 높은 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살해당한 여성의 사례도 나왔다. 그래서 웨이즈는 범죄율이 높은 지역으로 운전해 들어갈 때에는 경고로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크루즈오토매이션자율주행키트장착아우디
크루즈오토매이션자율주행센서
[크루즈 오토메이션의 자율주행키트를 장착한 아우디자동차. 사진출처 크루즈 오토메이션]
기존 자동차를 해킹(?)해서 자율주행자동차로 바꾸겠다는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이들은 기존 자동차에 센서와 컴퓨터키트를 붙여서 비교적 값싸게 자동운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얼핏 들으면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이런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거액에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자동차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하는 3천5백불짜리 키트를 개발한 크루즈 오토메이션이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GM이 지난 3월에 인수했다. 인수가는 약 7억불정도였다. 겨우 40명정도의 3년된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는데 한화로 7~8천억원을 지불한 셈이다. 자율운행기술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 GM은 이런 거액의 딜을 감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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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오토메이션은 GM인수후 쉐보레 볼트에 자사의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테스트중이다.
콤마아이자율주행테스트차
[콤마아이의 자율주행키트를 장착한 어큐라자동차. 사진출처 콤마아이]
콤마아이라는 스타트업은 한술 더 뜬다. 어큐라 자동차에 장착하면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1천불짜리 키트를 개발중이다. 이 회사는 쇼퍼(Chffr)라는 스마트폰앱을 통해서 사용자들의 운전패턴 데이터를 흡수해 자율주행기능을 더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위에 소개한 넥사처럼 차량블랙박스앱으로 작동하면서 운전중 주위 데이터를 수집함과 동시에 우버앱처럼 운전자의 주행속도, 가속 및 브레이크패턴을 통해 운전습관을 분석해 차량의 자율주행기능이 향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콤마아이를 창업한 조지 호츠는 2007년 아이폰을 첫번째로 해킹한 경력이 있는 천재개발자다.
Otto자율주행트럭
[자율주행트럭키트를 개발중인 스타트업 Otto의 트럭. 사진출처 Otto]
구글의 자율주행차프로젝트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했던 앤서니 리반도우스키와 테슬라와 애플엔지니어 등이 모여서 만든 오토(Otto)라는 스타트업은 기존 대형트럭을 자율주행차로 만들어주는 애프터마켓 키트를 개발중이다. 트럭운전사들이 고속도로에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운전대나 액셀, 브레이크페달없이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죽스(Zoox)라는 스타트업은 미국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총 2천3백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이런 식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인간의 도움이 전혀 없이 운행하는 완전자율주행차는 언제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수준으로 가는 단계에서 자동차주행을 더욱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기술은 나날히 발전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앱을 통해서 수집되는 각종 데이터가 첨단기술없이 스마트폰에 의존해 운전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확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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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의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관련 센서기술은 모빌아이라는 이스라엘기업이 앞서 있으며 최근 BMW, 인텔과 협업해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도 이 모빌아이의 센서를 쓴다. 원래 그래픽카드칩으로 유명한 엔비디아도 맹렬하게 자동차용 자율주행칩을 개발중이다.
특히 구글, 테슬라, 애플 등에서 자율주행이나 디지털지도관련해서 일하던 핵심인력들이 빠져나와 속속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트렌드에 주목할만 하다. 이런 스타트업에 실리콘밸리VC들이 거액을 투자하고 GM 등 대기업이 더 큰 금액에 인수하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이런 변화는 완성차판매이후에 또 큰 시장을 형성하는 애프터마켓시장에서 또 큰 변화를 초래할 조짐이다.
반면 한국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로 인해 우버 등 승차공유, 카풀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고 주행관련 데이터분석도 쉽지 않다. 자율주행분야 관련해서도 차량 센서 분야도 취약하며 관련 법령도 정비되어 있지 못하다. 관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도 거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급변하는 전세계 자동차산업 트렌드에서 한국은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이런 변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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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5일 at 4:04 pm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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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휴가로 미국에 다녀왔는데 마침 샌프란시스코로 입국한 7월6일이 포켓몬GO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미국을 뒤흔든 포켓몬GO광풍을 그대로 실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포브스지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다. 포켓몬GO를 만든 나이앤틱랩스가 1년전까지만해도 구글의 사내벤처였고 계속 존속될지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는 내용이다. 워낙 흥미롭고 우리에게 시사점도 있어서 그 내용을 가볍게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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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행키 나이앤틱랩스CEO의 트위터사진.

나이앤틱랩스 CEO인 존 행키는 텍사스 시골출신이다. 그는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하고 90년대중반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여기서 만난 클래스메이트의 3D롤플레잉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그의 창업여정이 시작됐다. 그는 2000년 공동창업한 키홀을 2004년에 구글에 3천5백만불에 매각하면서 구글에 조인한다.

구글을 몇달만 다니다 바로 떠날 줄 알았던 그는 예상과 달리 10년넘게 구글에서 일하게 된다. 구글어스와 구글맵 개발 등을 지휘했던 그는 2010년에 구글 샌프란시스코오피스에서 구글의 비밀게임조직을 만들고 나이앤틱랩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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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인 잉그레스를 2012년말에 발표했다. 이 게임은 전세계에서 열렬한 사용자층을 형성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큰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였다.

2014년 봄 행키는 위치기반게임에 잘 알려진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들어보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리오나 돈킹콩 같은 캐릭터를 생각했는데 브레인스토밍과정에서 포켓몬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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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서 포켓몬 만우절장난 프로젝트를 생각해내고 실행한 노무라 테츠오상. (사진출처: 그의 링크드인)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도 구글맵부문에서 일하는 일본인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노무라 테츠오라는 사람이 나이앤틱랩스와는 전혀 상관없이 흥미로운 일을 꾸미고 있었다. 만우절장난프로젝트용으로 구글맵에서 포켓몬을 사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구글은 매년 말도 안되는 황당한 만우절 장난프로젝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전통이 있다.) 그는 친구를 통해서 포켓몬컴퍼니를 소개받아 미팅을 가졌다. 마침 편리하게도 구글재팬과 포켓몬컴퍼니는 사무실이 롯퐁기힐스 같은 빌딩내에 있기도 했다. “포켓몬CEO는 이 딜을 바로 마음에 들어했고 별다른 협상없이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 노무라의 이야기다.

이 포켓몬챌린지 만우절장난비디오는 1천9백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행키는 이것을 보고 노무라에게 포켓몬컴퍼니와 미팅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행키는 포켓몬컴퍼니가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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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컴퍼니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 사진 출처 포켓몬 위키.

2014년 5월 행키는 포켓몬 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씨와 통역을 대동하고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열렬한 인그레스 플레이어인 이시하라는 포켓몬을 이용한 위치기반게임의 가능성을 바로 이해했고 닌텐도CEO 고 이와타 사토루씨의 허락을 받아줬다. 행키는 덕분에 그해 여름부터 포켓몬 게임제작에 들어갔다.

한편 구글안에서 나이앤틱랩스의 위치는 갈수록 애매해졌다. 구글은 회사조직을 알파벳체제로 재편중이었는데 나이앤틱은 안드로이드그룹으로 통합되는 얘기가 나왔다. 행키는 관료적인 거대조직안으로 다시 들어가는데는 흥미가 없었고 독립회사로 스핀오프하는 것을 제안해 허락을 얻어냈다. 그리고 외부VC들에게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기업가치를 1억5천만불로 투자를 받으러 다녔는데 포켓몬 프로젝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은 행키에게 VC들은 너무 과한 밸류에이션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행키는 결국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로부터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더 높은 1억7천5백만불의 밸류에이션으로 3천5백만불을 투자받는데 성공한다.

알파벳Inc이 정식으로 설립된 2015년 10월에 나이앤틱랩스도 정식으로 분사했다. 처음 포켓몬 만우절 장난 아이디어를 냈던 노무라 테츠오상도 이때 구글을 떠나 나이앤틱에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 조인했다.

***

이 흥미로운 스토리에서 내가 감탄한 몇가지 점들.

만우절장난 아이디어에서 포케몬GO가 탄생했다. 이런 장난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구글의 일본인엔지니어 덕분에 포켓몬이 쉽게 나이앤틱에 연결됐다. 직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보수적인 일본회사와 처음 연락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노무라라는 구글직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기업들이 글로벌진출도 수월하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시하라 포켓몬 CEO가 선뜻 구글의 만우절장난프로젝트나 나이앤틱에게 포켓몬캐릭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 59세의 이시하라상이 열렬한 인그레스유저였다는 점이 놀랍다. 이런 나이 많은 고위임원들도 playful하고 말랑말랑한 마인드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즐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포켓몬CEO가 인그레스게임을 안해봤다면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해줬을까.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존 행키는 분사를 택했다. 대기업 구글이 주는 안락함을 던져버린 것이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시 스타트업창업에 나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가기질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기꺼이 분사를 허락해준 구글과 거의 2천억원이라는 큰 밸류에이션에 같이 투자를 해준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가 놀랍다. 존 행키가 외부 유명VC투자를 받아오지 못했음에도 믿고 거액을 투자해줬다.

구글이야 그렇다고 쳐도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본회사들이 이렇게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놀랍다. 대기업의 내부 혁신이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조직내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제품을 키우고 잘 살려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2천억원의 기업가치로 분사한 나이앤틱의 포켓몬GO는 지금 하루에 6백만불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6조원정도로 얘기되고 있다. 물론 이 포켓몬GO의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게임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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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4일 at 9:37 pm

영국의 19살 청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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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뉴스에서 인공지능 로봇변호사를 개발해 16만명이 약 40~50억원어치의 주차위반벌금을 안낼 있도록 도와준 19 죠슈아 브로더란 청년을 알게 됐다.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블로그에도 소개해 본다.

96년 런던태생인 그는 18세에 면허를 취득하고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차위반티켓을 4번이나 받게 됐다. 부모님이 “이젠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하며 더이상 벌금을 대신 내주는 것을 거부하자 그는 연구에 들어갔다. 쉬운 방법은 변호사를 써서 항의레터를 보내는 것이었는데 그는 변호사에게 비싼 돈을 주기 싫었다.

그래서 그는 주차티켓이 어떻게 해서 발부되는지를 알기 위해 수백개의 정부문서를 찾아서 읽었다. 심지어는 정보공개청구를 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된 그는 조심스럽게 항의서한을 직접 써서 당국에 보냈다. 그리고 티켓을 취소시키는데 성공했다. 나름 요령을 알게 된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위반티켓도 취소시키는 것을 도와주다가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인공지능봇으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코딩을 배워서 컴퓨터프로그래밍에 능숙했다. 스탠포드에 입학해서 유튜브를 통해 머신러닝 등을 익혀서 3달간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집중적으로 코딩했다. 모르는 것은 머신러닝 전문가인 스탠포드 교수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리고 지난해 9월 DoNotPay.co.uk라는 사이트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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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트는 대화형으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변호사가 써준 같은 항의레터를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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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주위 친구들에게만 알렸는데 점점 입소문이 났고 허핑턴포스트에서 한번 소개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6만명이 사이트를 이용해 항의레터를 보냈고 티켓을 취소하는데 성공했다. 취소된 금액만 40~50억원정도. 많은 언론들이 이 소식을 소개했고 그는 유명해졌다.

그는 서비스를 뉴욕, 시애틀로 확장중이다. 또 항공편이 지연됐을 때 항공사에 배상을 청구하는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써주는 서비스도 개발했다. 그리고 시리아난민을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어를 모르는 난민들이 아랍어로 서비스를 이용하면 난민망명신청서를 영어로 써주는 것이다.

이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과 접근 방법, 실행력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유대계 청년이었다. 유대인들의 교육이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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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슈아 브로더는 DLD컨퍼런스에 참가해 로봇변호사를 소개하면서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느낀 것 두가지를 말했다.

첫번째로 앞으로 인공지능이 많은 인간이 숙련된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다. 자기처럼 어린 사람도 이처럼 쓸만한 인공지능변호사를 개발해 수많은 주차위반관련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는데 전세계 수천명의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대단한 인공지능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이냐는 것이다.

두번째로 이런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것이다. 그는 로봇변호사를 만들고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감사편지를 많이 받았다. 이들은 주로 무분별한 주차위반티켓으로 피해를 봤던 사람들이다. 이처럼 예전에는 비싸서 법률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란 얘기다.

어쨌든 겨우 19살 청년이 혼자 힘으로 이런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수천명 변호사를 대체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 펼쳐질 수십년 미래는 어떤 세상이 될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한국에도 죠슈아 브로더처럼 생각하고 실행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CBS뉴스의 보도 동영상.

죠슈아 브로더의 DLD컨퍼런스 발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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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6일 at 12:21 pm

디즈니에서 50년 근속한 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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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미국에 어학연수하러 갔을때 알게 되서 거의 25년간을 가깝게 지내고 있는 페기 페리스 아주머니가 올해 UCLA Extention(평생교육원) 졸업식 기조연설자로 멋진 발표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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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시절 알게 된 이 분을 통해 미국인에 대해서 참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 영화와 뉴스, 소설 등을 통해 접한 미국인에 대한 내 선입관을 깨버렸다고 할까. 워낙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인데 이런 멋진 키노트연설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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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평생 한 회사에서 50년을 일했다. 그 회사는 디즈니다. 나는 미국인은 뻔질나게 직장을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페기를 통해서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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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고교를 졸업한 65년 동네에 있는 디즈니랜드 스토리북라이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손님들이 보트에 타면 마이크로 친절하게 라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안전하게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었다. 페기는 이후 캘리포니아주립대 영문과를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디즈니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디즈니와의 인연이 50년간 이어졌다.

그렇다고 페기의 디즈니에서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여러번 좌절이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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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대학시절 디즈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디즈니랜드 앰버서더 프로그램에 매년 도전했다. 디즈니홍보대사를 뽑는 이 프로그램에 3번을 도전했지만 그녀는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몇몇 디즈니 사람들의 눈에 들었다. 그래서 플로리다에 막 건설하기 시작한 월트디즈니월드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일하다가 구조조정이 있었다. 원래 원하던 오퍼레이션매니저는 되지 못했지만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를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LA의 디즈니 이미지니어링로 옮겨서 기업협력을 담당하게 된다. 디즈니랜드에 가서 놀이기구를 자세히 보면 코카콜라, 제록스, 코닥, AT&T 등 스폰서회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런 회사들을 끌어오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페기가 하는 일이었다. 파리, 도쿄, 홍콩 등 새로운 디즈니의 테마파크가 오픈할 때마다 할 일이 많았다. 회사와 함께 성장해 간 것이다.

페기는 다른 동료들은 모두 은퇴할 즈음인 환갑을 넘긴 나이에 또 새로운 일을 맡게 된다. 2010년 페기는 회사에서 파리 디즈니랜드의 이매지니어링 오피스를 총괄하는 일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토박이로 평생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를 오가며 일했던 페기에게 낯선 외국으로 이주해서 이방인들로 구성된 팀을 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나이에 대개는 거절하고 편안한 삶을 택하겠지만 호기심 넘치는 페기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5년간의 파리 근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페기는 올초 캘리포니아로 복귀했고 동료들의 축하속에 50년 근속상을 받고 디즈니를 퇴사했다.

내가 페기에게 또 감탄하는 점은 끊임없는 호기심을 통한 평생 배움의 자세다. 페기는 우선 책을 좋아한다. 처음 만나자마자 내게 가르쳐준 것이 동네 도서관 이용하는 법이었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긴 출퇴근시간동안 차에서 항상 오디오북을 듣는다. 25년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차트렁크안에 오디오북 여러권이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주말에는 뉴욕타임즈를 정독한다. 처음 발매된 킨들을 선물하고 일년쯤 지나서 만나니 70권쯤 전자책을 구매해서 넣어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놀란 일이 있다. 파리에 가서도 지인들과 독서클럽을 조직했을 정도다.

또 페기는 업무에서 모르는 것을 마주치면 피하지 않고 공부를 통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 22년전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가 IRR, NPV 등 알수없는 용어를 듣게 됐다. 그게 재무관련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UCLA 익스텐션에 등록해서 주말마다 파이낸스수업을 받아서 재무 및 회계지식을 익혔다. 거기에 재미를 붙인 페기는 이후 계속해서 프로젝트매니지먼트 등 업무와 연결되는 각종 비즈니스코스를 40개이상 UCLA익스텐션을 통해서 마쳤다. 어려움을 겪을때마다 관련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배운 것을 바로 써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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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의 리치와 페기.

페기는 디즈니에서 처음 만난 한 남자만을 평생 사랑하고 한번도 결혼하지 않았다. 리치는 페기가 디즈니랜드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할 때 매니저였다. 그들은 이후 50년간 한 동네에서 살면서 부부처럼 지내왔다. 하지만 둘 다 한번도 결혼한 일이 없는, 결혼하지 않고도 행복한 보기드문 커플이다. (리치는 공화당지지, 페기는 민주당지지로 정치성향은 반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 대화하는 또 보기드문 커플이다.)

페기는 엘리트는 아니다. 아이비리그스쿨을 나와서 월가은행이나 탑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가 명문비즈니스스쿨에서 MBA학위를 받고 고위임원으로 고액연봉을 받으며 언젠가 CEO가 되기 위해서 달리는 그런 트렉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 중산층 출신으로 평범한 주립대를 나와 자신이 하는 일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전형적인 미국인이다.

디즈니안에서 좌절도 있었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자세로 열심히 하다보니 계속 예기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됐고 50년 근속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를 옮기지 않았으니 안정을 추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롤을 맡아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본인의 커리어를 ‘우연한 커리어'(Accidental career)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기조연설을 끝맺는다.

“I hope you will let your curiosity drive you to unknown places, let your courage give you the strength to leave your comfort zone, to pursue your dreams, to fill your life with interesting people, and to follow your heart.” 호기심이 당신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 흥미로운 사람들과 일하며 당신의 열정을 쫓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갖길 바랍니다.

위 UCLA익스텐션 졸업식 동영상 44분지점부터 16분간 계속되는 페기의 기조 연설은 디즈니에서의 그녀의 커리어를 상징하듯 설득력있고 유쾌하고 재미있다. 열정적이며 밝고 쾌활한 페기의 캐릭터가 살아있다. 디즈니에서 오래 일해서 그런지 그녀는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는지 안다. 내가 MBA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페기가 내 에세이 리뷰를 해줬는데 그녀의 유려한 글솜씨 덕을 많이 봤었다. 덕분에 원하는 학교(UC버클리)에 갈 수 있었다. 내가 항상 페기에게 감사하는 이유중 하나다. Congratulations! Peggie!

Written by estima7

2016년 7월 3일 at 11:02 pm

대통령의 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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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 after dark이라는 NYT기사를 인상적으로 읽었다. 내가 항상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대통령이나 큰 기업의 CEO같은 리더들이 자신의 시간, 특히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이다.

최근 몇년간 대통령, 장관, 한국 주요 대기업의 CEO 등 높으신 분들을 지근거리에서 뵐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이들의 일정이 얼마나 바쁜지를 목도하면서 나와 똑같이 하루 24시간밖에 없는 이 높은 분들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엄청난 정보를 흡수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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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트리티룸에서 국민들에게 온 편지를 읽는 오바마. 사진 : 피트 수자.

하물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있는 리더인 오바마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이 NYT기사가 오바마의 밤 시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도록 해줬다.

-오바마는 매일 저녁 6시30분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

-7시15분쯤 게임룸에서 요리사와 함께 당구게임을 한다.

-그런 다음 그는 Treaty room이라는 자신의 서재로 간다.

-그는 여기서 보통 4시간에서 5시간정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

-많은 경우 그는 이 시간에 자신의 연설문을 가다듬는다. 정말 중요한 연설문을 쓸 경우에는 연설문작성 비서를 불러서 같이 작업한다.

-행정부 각 부서에서 온 데일리브리핑 문서를 읽는다.

-그에게 온 국민들의 편지중 비서가 골라준 10개의 편지를 읽는다.

-중요한 스포츠경기가 있을 때는 ESPN을 본다. 경기내용 관련해서 스탭들에게 장난스러운 이메일을 보내곤 한다.

-소설을 읽기도 하고 NYT, 워싱턴포스트, WSJ 등을 아이패드로 읽는다.

-밤에는 물만 마신다. 커피나 알콜은 마시지 않는다. 간식으로는 아몬드 7알을 먹는다.

-부부가 케이블 드라마를 같이 보기도 한다. 그는 보드웍 엠파이어, 게임오브쓰론스, 브레이킹 배드의 팬이다.

-금요일밤은 무비나잇이다. 백악관에 있는 40명 좌석이 갖춰진 스크리닝룸에서 최신 개봉영화를 가족이 같이 보기도 한다.

바쁜 리더일수록 이렇게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는 조용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고 잘 사용하는 것 같다. 특히 그 시간을 연설문 작성에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중 하나는 효과적인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나가는 메시지를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작성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

한편 우리 박대통령은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는 대통령이 너무 딱딱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오바마처럼 TV, 영화도 시청하고, 가족, 친지들과 편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여유가 있어야 생각도 할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위 사진 출처 SBS [비디오머그] 이원종 “가장 슬픈 분이 대통령”…’세월호 보도통제’ 공방

그런데 “대통령이 공식 일정이 없을 때 주로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보시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휴식이라는 말씀에 동의할 수 없고 대통령께서는 제가 보기에 주무시는 시간을 제외하고 100% 일을 하고 있고 그 분 마음속에 오직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 외에는 없다”고 대답한 것을 보고 실망했다. 나라 걱정 그만하시고 좀 한국드라마도 보고, 편하게 소설책도 읽고, 조카의 재롱도 보고, 친구들을 불러서 수다도 떨고 그랬으면 좋겠다. 여유가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국가경영도 잘 된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잉여롭고 여유로운 모습을 언론을 통해서 살짝 공개해주면 좋겠다.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낄 때 국민들은 더욱더 대통령을 공감하고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Written by estima7

2016년 7월 2일 at 11:59 pm

질문이 창의력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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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블룸버그

요즘 여기저기 강연을 할 기회가 많다. 나도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강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

그러면서 ‘질문’의 힘에 대해서 요즘 생각할 때가 많다. 강연을 마치고 항상 질문을 받는데 그룹에 따라서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국학생들보다 외국학생들에게서 더 질문이 많이 나온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외국학생들

가장 열렬(?)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외국학생들 을 대상으로 강연했을 때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해서 강연을 4~5번쯤 했던 것 같다. 미국, 싱가폴에서 온 학생들들 각각 수십명그룹,  그리고 세계각국에서 스타트업프로젝트를 하러 온 1백여명 그룹앞에서 어눌한 영어로 강연을 하고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는다고 하자마자 바로 손을 들고 질문이 나오기 시작해서 시간이 다 되서 멈출 때까지 거의 끝도 없이 질문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아주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하기하면서 질문한다.

반면 한국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할 때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큰 그룹으로 수업을 할 경우 특히 그런데 “질문해달라”고 요청하면 잠시 정적이 흐른다. 다른 강사들은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해 “질문이 없으면 이만 끝내겠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가능하면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30초에서 1분정도는 질문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둘러본다. 그러다 보면 멈칫거리다가 질문을 하는 학생이 나온다. 보통 누군가 질문을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봇물터지듯 다른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진다.

어떤 학교 학생들은 질문이 많고, 어떤 학교 학생들은 질문이 별로 없다. 왜 그런 차이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학생과 외국학생들이 반반씩 섞여있는 수업에서 강연해 본 일도 몇번있다. 질문은 거의 외국인 학생들이 도맡아 한다. 나중에 수업이 끝나고 나왔는데 교정에서 어떤 학생들이 쫓아와서 “수업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왜 아까는 질문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어보니 영어를 잘 못하기도 하고 자기가 너무 유치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됐다고 한다. “영어와 질문은 많이 해봐야 느는 것이니 다음부터는 그런 걱정하지 말고 용감하게 질문하라”고 조언해줬다.

보수적인 문화의 회사일수록 질문이 없다

기업강연을 나가보면 조직문화가 보수적일수록 질문이 없는 편인 것 같다. 회사가 전통산업보다는 좀 새로운 영역에 있고 강연대상이 젊은 직원들일수록 질문을 많이 한다. 회사가 전통산업쪽에 기운 오래된 회사일수록, 강연대상자들이 중년남자 일색일 경우 질문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머리가 굳어버린 것일까. 질문이 나오는 경우에도 그 강연장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분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사장님이 질문을 먼저해야 그 옆에 있는 임원들의 질문이 따라나오는 경우도 있다.

외국에서 컨퍼런스 등에 가보면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패널토론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단방향 강연보다는 ‘대화’를 더 중시한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일을 해보면 회의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적절하게 질문을 하면서 상사와 동료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내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문을 하지 않는 문화에서 성장한 한국인의 국제경쟁력이 이래서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질문하는 힘은 반복하면 키울 수 있다

고백컨대 내성적인 성격의 나도 성장하면서 전혀 질문이 없던 학생이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기사를 써야 하니 취재원과 1대1로 질문은 했지만 기자회견장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질문을 하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고 질문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내가 작은 회사의 CEO를 해보고, 다음으로 옮겨서 조직의 장이 되고, 특히 SNS를 통해서 많은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서 상당히 바뀌었다.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되고 호기심과 생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면서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내 생각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좋은 질문은 관심과 준비를 통해서 나온다

가끔은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사회자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리 다른 분들이 발표할 내용을 리뷰하고, 세미나의 주제분야를 더 깊이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게 된다. 좋은 질문은 그렇게 ‘준비’를 해야 나온다. 그리고 대화할 때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맥락에 맞는 적확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경험해본 가장 질문을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뭐든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참지 않고 질문을 해댔다. 무례하게 보여도 상관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다. 당신도 우리처럼 바로바로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질문하는 교육이야말로 ‘호기심’을 키우는 교육이다. 항상 의문을 갖고 진리를 탐구하는 소위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있는 아이디어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다.

 

Screen Shot 2016-06-26 at 7.22.16 PM

영화 빅 숏에서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영화 빅숏에서 계속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분)의 모습을 보면서 ‘전형적인 유대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교는 물론 밥상머리에서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유대인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 강연에서 이렇게 질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어떤 분이 자신의 딸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신의 초등학생 딸이 유난히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하루는 학교담임선생님 면담을 하는데 “따님이 너무 질문을 많이 해서 진도를 나가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러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들었단다. 너무 충격을 받은 그 분은 아이를 지금은 제주도의 국제학교로 전학시켰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창의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학교에서, 직장에서 항상 누구나 평등하게 질문을 하고 답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6월 26일 at 7: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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