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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창의력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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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글로벌포럼에 다녀왔다. 기조연설에 <프리>, <롱테일경제학> 등의 저서로 유명한 혁신전도사 크리스 앤더슨이 나왔다. 그는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반대중들이 인터넷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해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개방적 혁신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참여해서 낸 아이디어로 독특한 드론(무인비행기)을 만들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DIY드론 링크)

Screen Shot 2014-03-29 at 1.43.15 PM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가 창의적인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한 글로벌한 개방형 지식플랫폼에 실제로는 한국인들의 참여가 떨어지는데 그 이유를 아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앤더슨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글로벌한 개방형 혁신커뮤니티에서 한국 사람들의 활동이나 기여도는 낮다. 왜 그런지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 예전에 한국에 왔을 때 누군가에게 물어본 일이 있다. 그랬더니 ‘한국 사람들은 일하느라 매우 바쁘다. 보통은 늦게까지 일하느라 시간도 없고 지쳐서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마도 그게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한국인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기여가 적은 것은 아마도 영어장벽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헌도는 훨씬 높은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꼭 그것이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앤더슨의 말처럼 한국인은 너무 여유없이 바쁘게 살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국에 살면서 관찰해보니 미국인들에게는 여유로운 ‘저녁’과 ‘주말’이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지인인 한 벤처기업의 사장은 차고에서 아들들과 모형비행기를 같이 만들어서 주말마다 비행기를 날리러 갔다. (참고 글 – 창조경제는 ‘저녁이 있는 삶’에서 시작된다:한국아버지와 실리콘밸리 아버지의 차이-머니투데이 유병률기자)

 반면 우리는 너무 바쁘다. 보스의 눈치를 보면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대기업 직원들이 많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아침에 별 보고 출근에 나섰다가 매일 밤 야근으로 파김치가 돼서 늦게 귀가한다. 주말에는 잠만 자다가 영화 보기 등 여가생활도 밀린 일 하듯이 한다”며 “쌓이는 것도 없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다”라고 괴로워한다.

 또 즐길 줄 모르는 문화도 창의력의 적이다. 앤더슨은 “창의력은 놀이(Play)에서 나온다. 3D 프린터를 가지고 놀다 보면 창의적인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는 무엇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책도 순수히 즐거움을 위해서 읽지 않는다. 남들이 읽는 베스트셀러를 경쟁하듯 읽는다. 베스트셀러 수위에는 자기계발서가 다수 포진해 있다. (참고글 : 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얼마 전 보드게임을 만드는 회사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보드게임을 사는 엄마들이 반드시 물어보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거 뭐에 좋아요?”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어쩔 수 없이 틀에 박힌 대답을 한다고 한다. “두뇌개발에 좋고요. 인지능력도 향상됩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을 더 오래, 열심히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조직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조직의 창의력을 죽이는 일이다. 그것보다는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해서 더 효율적으로 빨리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일을 하는 방법과 문화를 바꿔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유로워진 남는 시간에 휴식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 ‘경쟁’이라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평등하게 토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 그러다 보면 창조경제가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

크리스 앤더슨이 준 깨달음(?)을 계기로 써본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

Written by estima7

2014년 3월 29일 at 1:55 오후

저녁이 있는 삶과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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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거의 5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최근 한국에 돌아왔다. 동부의 보스턴에서 3년 반, 서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1년 반을 살았다. 나름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쪽과 서쪽에서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혁신의 산실인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살아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미국 사회가 뿜어내는 혁신의 양에 감탄하기도 했다. 미국은 엉망인 의료보험제도, 풀리지 않는 총기 규제 이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혁신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혁신 대국이다.

나는 우선 서점에 갈 때마다 쏟아지는 신간 서적의 양에 놀라곤 했다. 매주 20~30권의 신간 책 비평을 소개하는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는 매주 1000권 가까운 신간 서적이 배달된다고 한다.

또 사업 모델이 독특한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나와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 나가는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애플, 야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몇 년마다 한번씩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등장해 수백조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해 간다.

나는 이런 창의력이 샘솟는 미국 사회의 저력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모이는 용광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거대한 시장 크기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창의력의 원천이 있다.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2009년 초 보스턴에 있는 미국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한동안은 간부 직원들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속을 잡고 바쁘게 살던 한국에서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였다. 친밀도도 높이고 회사 이야기를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들은 나와 같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을 꺼렸다. “집에 물어보고 가능한지 알려주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됐다.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회사일로 상대방의 저녁을 청하는 것은 실례였다. 반대로 내게 저녁 시간을 내주길 요청하는 미국인의 경우는 “가족들에게 폐가 되지 않겠느냐”고 꼭 물어봤다.

그런 문화를 알게 된 뒤에는 나도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 온갖 복잡한 사회관계, 각종 모임, 경조사에서 벗어나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보스턴으로 이사 간 나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비할 수 없이 많은 저녁과 주말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 시간 이외의 많은 시간을 미국 사회와 정보기술(IT) 업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과 경험을 블로그 등에 글로 옮길 수 있었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인들의 왕성한 창의력은 이런 여유로운 저녁 시간, 즉 잉여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첫 애플 컴퓨터는 회사일이 끝나고 취미로 컴퓨터를 만들던 스티브 워즈니악의 잉여 활동에서 태어났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다 보니 여백이 있는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울 때가 있다. 초경쟁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처질까봐 두려워 정신없이 사는 한국인들은 정작 깊이 사색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열심히 일하면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창의력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의는 잉여에서 나온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라면 우리도 조금은 느리게 살았으면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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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또 무슨 내용을 쓰나 고민하다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써봤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른 소재도 없고 해서 주말동안 고민하다가 써서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받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2천번이상 공유가 됐다.

이런 열렬한 반응을 접하면서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이 모두 “저녁이 있는 삶”에 뭔가 갈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송두리채 바꾸기 전에는 미국처럼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서울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사는 이유도 있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에 비해서 친구, 친지들과 휠씬 더 서로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런데 웬만하면 1시간이내에 다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고백하면 보스턴에서는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는데 지난 1년여동안의 실리콘밸리 생활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보스턴과 비교해서 워낙 한국분들도 많이 사시고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아서 보스턴보다는 몇배 바쁜 저녁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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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칼럼에서 살짝 쓴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은 다음 스토리볼 연재 1화로 “매니저들과 저녁같이 하기”라는 글로 몇주전에 썼던 것이다. 이때도 예상외로 3천번이 넘는 공감을 받았기에 한겨레칼럼으로도 비슷한 소재를 써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든 가능한 한 한국에서도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21일 at 11:39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