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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GO와 올레 캐치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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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GO열풍이 불면서 자꾸 5년전 한국에 AR과 캐릭터를 적용한 게임(KT 올레 캐치캐치)이 나왔을 정도로 AR기술이 앞서있었는데 캐릭터력 부재와 정부지원이 모자라서 실패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자꾸 보면서 신경이 거슬리는데 우리나라만 AR을 응용한 모바일앱이나 게임이 나왔던 것 아니다. 제대로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그동안 다른 나라도 이런 류의 앱이나 게임이 제법 많이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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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kai Camera 앱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돈치넷이라는 스타트업이 내놓은 세카이카메라다. 스마트폰카메라로 주위를 비추면 관련 정보가 떠오르는 이 앱은 무려 2008년 9월에 테크크런치이벤트를 통해 선보여 당시 실리콘밸리사람들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때는 아이폰이 나온지 1년밖에 안되고 애플이 앱스토어를 처음으로 열 즈음이었으니 돈치넷이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증강현실, AR이란 개념을 이 앱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당시 한국에는 아이폰조차 출시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세카이카메라가 별로 화제가 안됐던 것 같다.)
돈치넷은 추가 투자도 받고, 이 AR소셜태깅기술을 활용해 AR플랫폼을 만드려고 했으나 결국 2014년 1월 서비스를 접었다.
AR기술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열어젖히는데는 성공했으나 사람들이 매일 세상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며 정보를 찾게 하는 생활필수앱으로 만드는데는 실패했다는 해석이었다. 꼭 혁신적인 기술로 시작했다고 그대로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일본의 이 스타트업은 2008년말 당시 정말 창의적인 발상과 실행으로 세계IT업계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었다. 그때 2009년말 일본의 IT컨퍼런스에 간 일이 있는데 일본IT업계사람들이 어깨를 조금 으쓱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 비해 요즘 언론에 나오는 올레캐치캐치게임이나 세계 첫 MP3플레이어라는 새한MP맨은 조금 일찍 나왔는지는 모르나 한국에서도 써본 사람이 거의 없고 외국에서는 아예 아무도 모른다. 전혀 화제가 되지 못했다. 싸이월드도 사실 마찬가지다. 무척 앞선 서비스이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IT업계인중에서도 SNS의 역사를 연구한 정도의 사람이 아니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세계인들이 감탄할 정도의 화제를 일으킨 창의적이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냈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했다면 우리가 IT선발주자이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한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적어봤다.
진짜 지금 한탄해야 하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AR기술을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적용한 세카이카메라라는 제품을 2008년에 내놨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강력한 캐릭터인 포켓몬이라는 IP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세계적인 게임대국이다. 포켓몬GO는 일본에서 이미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정작 이 두 가지를 연결해 글로벌 메가히트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은 구글에서 스핀오프한 작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나이앤틱이었다.
작은 장난 같은 아이디어라도 잘 받아주고 키워내는 구글의 문화, 일단 하기로 했으면 빠르게 밀어붙이는 구글과 닌텐도의 대기업 답지 않은 의사결정과 실행력, 구글의 임원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 재창업에 도전하는 창업가의 열정,그런 도전을 믿고 안정된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따라가는 구글의 인재들, 이런 도전을 밀어주는 실리콘밸리의 자본 생태계 등이 포켓몬GO의 성공의 요인이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생태계가 따라잡기 힘든 실리콘밸리생태계의 장점이 잘 보이는 사례인 것이다. 우리가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이런 문화와 생태계를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관련 포스팅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그리고 생각해보면 포켓몬GO의 성공에서 미국이나 일본정부의 역할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민간에서 알아서 잘 해서 이런 성공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포켓몬GO같은 게임이 한국에서 나오지 못한 것을 가지고 또 정부의 부실한 지원책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핀트가 좀 어긋났다는 생각도 든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20일 at 9:29 pm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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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휴가로 미국에 다녀왔는데 마침 샌프란시스코로 입국한 7월6일이 포켓몬GO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미국을 뒤흔든 포켓몬GO광풍을 그대로 실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포브스지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다. 포켓몬GO를 만든 나이앤틱랩스가 1년전까지만해도 구글의 사내벤처였고 계속 존속될지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는 내용이다. 워낙 흥미롭고 우리에게 시사점도 있어서 그 내용을 가볍게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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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행키 나이앤틱랩스CEO의 트위터사진.

나이앤틱랩스 CEO인 존 행키는 텍사스 시골출신이다. 그는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하고 90년대중반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여기서 만난 클래스메이트의 3D롤플레잉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그의 창업여정이 시작됐다. 그는 2000년 공동창업한 키홀을 2004년에 구글에 3천5백만불에 매각하면서 구글에 조인한다.

구글을 몇달만 다니다 바로 떠날 줄 알았던 그는 예상과 달리 10년넘게 구글에서 일하게 된다. 구글어스와 구글맵 개발 등을 지휘했던 그는 2010년에 구글 샌프란시스코오피스에서 구글의 비밀게임조직을 만들고 나이앤틱랩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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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인 잉그레스를 2012년말에 발표했다. 이 게임은 전세계에서 열렬한 사용자층을 형성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큰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였다.

2014년 봄 행키는 위치기반게임에 잘 알려진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들어보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리오나 돈킹콩 같은 캐릭터를 생각했는데 브레인스토밍과정에서 포켓몬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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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서 포켓몬 만우절장난 프로젝트를 생각해내고 실행한 노무라 테츠오상. (사진출처: 그의 링크드인)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도 구글맵부문에서 일하는 일본인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노무라 테츠오라는 사람이 나이앤틱랩스와는 전혀 상관없이 흥미로운 일을 꾸미고 있었다. 만우절장난프로젝트용으로 구글맵에서 포켓몬을 사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구글은 매년 말도 안되는 황당한 만우절 장난프로젝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전통이 있다.) 그는 친구를 통해서 포켓몬컴퍼니를 소개받아 미팅을 가졌다. 마침 편리하게도 구글재팬과 포켓몬컴퍼니는 사무실이 롯퐁기힐스 같은 빌딩내에 있기도 했다. “포켓몬CEO는 이 딜을 바로 마음에 들어했고 별다른 협상없이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 노무라의 이야기다.

이 포켓몬챌린지 만우절장난비디오는 1천9백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행키는 이것을 보고 노무라에게 포켓몬컴퍼니와 미팅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행키는 포켓몬컴퍼니가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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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컴퍼니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 사진 출처 포켓몬 위키.

2014년 5월 행키는 포켓몬 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씨와 통역을 대동하고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열렬한 인그레스 플레이어인 이시하라는 포켓몬을 이용한 위치기반게임의 가능성을 바로 이해했고 닌텐도CEO 고 이와타 사토루씨의 허락을 받아줬다. 행키는 덕분에 그해 여름부터 포켓몬 게임제작에 들어갔다.

한편 구글안에서 나이앤틱랩스의 위치는 갈수록 애매해졌다. 구글은 회사조직을 알파벳체제로 재편중이었는데 나이앤틱은 안드로이드그룹으로 통합되는 얘기가 나왔다. 행키는 관료적인 거대조직안으로 다시 들어가는데는 흥미가 없었고 독립회사로 스핀오프하는 것을 제안해 허락을 얻어냈다. 그리고 외부VC들에게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기업가치를 1억5천만불로 투자를 받으러 다녔는데 포켓몬 프로젝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은 행키에게 VC들은 너무 과한 밸류에이션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행키는 결국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로부터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더 높은 1억7천5백만불의 밸류에이션으로 3천5백만불을 투자받는데 성공한다.

알파벳Inc이 정식으로 설립된 2015년 10월에 나이앤틱랩스도 정식으로 분사했다. 처음 포켓몬 만우절 장난 아이디어를 냈던 노무라 테츠오상도 이때 구글을 떠나 나이앤틱에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 조인했다.

***

이 흥미로운 스토리에서 내가 감탄한 몇가지 점들.

만우절장난 아이디어에서 포케몬GO가 탄생했다. 이런 장난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구글의 일본인엔지니어 덕분에 포켓몬이 쉽게 나이앤틱에 연결됐다. 직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보수적인 일본회사와 처음 연락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노무라라는 구글직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기업들이 글로벌진출도 수월하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시하라 포켓몬 CEO가 선뜻 구글의 만우절장난프로젝트나 나이앤틱에게 포켓몬캐릭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 59세의 이시하라상이 열렬한 인그레스유저였다는 점이 놀랍다. 이런 나이 많은 고위임원들도 playful하고 말랑말랑한 마인드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즐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포켓몬CEO가 인그레스게임을 안해봤다면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해줬을까.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존 행키는 분사를 택했다. 대기업 구글이 주는 안락함을 던져버린 것이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시 스타트업창업에 나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가기질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기꺼이 분사를 허락해준 구글과 거의 2천억원이라는 큰 밸류에이션에 같이 투자를 해준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가 놀랍다. 존 행키가 외부 유명VC투자를 받아오지 못했음에도 믿고 거액을 투자해줬다.

구글이야 그렇다고 쳐도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본회사들이 이렇게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놀랍다. 대기업의 내부 혁신이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조직내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제품을 키우고 잘 살려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2천억원의 기업가치로 분사한 나이앤틱의 포켓몬GO는 지금 하루에 6백만불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6조원정도로 얘기되고 있다. 물론 이 포켓몬GO의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게임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4일 at 9:37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