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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50년 근속한 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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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미국에 어학연수하러 갔을때 알게 되서 거의 25년간을 가깝게 지내고 있는 페기 페리스 아주머니가 올해 UCLA Extention(평생교육원) 졸업식 기조연설자로 멋진 발표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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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시절 알게 된 이 분을 통해 미국인에 대해서 참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 영화와 뉴스, 소설 등을 통해 접한 미국인에 대한 내 선입관을 깨버렸다고 할까. 워낙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인데 이런 멋진 키노트연설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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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평생 한 회사에서 50년을 일했다. 그 회사는 디즈니다. 나는 미국인은 뻔질나게 직장을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페기를 통해서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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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고교를 졸업한 65년 동네에 있는 디즈니랜드 스토리북라이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손님들이 보트에 타면 마이크로 친절하게 라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안전하게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었다. 페기는 이후 캘리포니아주립대 영문과를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디즈니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디즈니와의 인연이 50년간 이어졌다.

그렇다고 페기의 디즈니에서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여러번 좌절이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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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대학시절 디즈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디즈니랜드 앰버서더 프로그램에 매년 도전했다. 디즈니홍보대사를 뽑는 이 프로그램에 3번을 도전했지만 그녀는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몇몇 디즈니 사람들의 눈에 들었다. 그래서 플로리다에 막 건설하기 시작한 월트디즈니월드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일하다가 구조조정이 있었다. 원래 원하던 오퍼레이션매니저는 되지 못했지만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를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LA의 디즈니 이미지니어링로 옮겨서 기업협력을 담당하게 된다. 디즈니랜드에 가서 놀이기구를 자세히 보면 코카콜라, 제록스, 코닥, AT&T 등 스폰서회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런 회사들을 끌어오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페기가 하는 일이었다. 파리, 도쿄, 홍콩 등 새로운 디즈니의 테마파크가 오픈할 때마다 할 일이 많았다. 회사와 함께 성장해 간 것이다.

페기는 다른 동료들은 모두 은퇴할 즈음인 환갑을 넘긴 나이에 또 새로운 일을 맡게 된다. 2010년 페기는 회사에서 파리 디즈니랜드의 이매지니어링 오피스를 총괄하는 일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토박이로 평생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를 오가며 일했던 페기에게 낯선 외국으로 이주해서 이방인들로 구성된 팀을 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나이에 대개는 거절하고 편안한 삶을 택하겠지만 호기심 넘치는 페기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5년간의 파리 근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페기는 올초 캘리포니아로 복귀했고 동료들의 축하속에 50년 근속상을 받고 디즈니를 퇴사했다.

내가 페기에게 또 감탄하는 점은 끊임없는 호기심을 통한 평생 배움의 자세다. 페기는 우선 책을 좋아한다. 처음 만나자마자 내게 가르쳐준 것이 동네 도서관 이용하는 법이었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긴 출퇴근시간동안 차에서 항상 오디오북을 듣는다. 25년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차트렁크안에 오디오북 여러권이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주말에는 뉴욕타임즈를 정독한다. 처음 발매된 킨들을 선물하고 일년쯤 지나서 만나니 70권쯤 전자책을 구매해서 넣어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놀란 일이 있다. 파리에 가서도 지인들과 독서클럽을 조직했을 정도다.

또 페기는 업무에서 모르는 것을 마주치면 피하지 않고 공부를 통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 22년전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가 IRR, NPV 등 알수없는 용어를 듣게 됐다. 그게 재무관련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UCLA 익스텐션에 등록해서 주말마다 파이낸스수업을 받아서 재무 및 회계지식을 익혔다. 거기에 재미를 붙인 페기는 이후 계속해서 프로젝트매니지먼트 등 업무와 연결되는 각종 비즈니스코스를 40개이상 UCLA익스텐션을 통해서 마쳤다. 어려움을 겪을때마다 관련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배운 것을 바로 써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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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의 리치와 페기.

페기는 디즈니에서 처음 만난 한 남자만을 평생 사랑하고 한번도 결혼하지 않았다. 리치는 페기가 디즈니랜드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할 때 매니저였다. 그들은 이후 50년간 한 동네에서 살면서 부부처럼 지내왔다. 하지만 둘 다 한번도 결혼한 일이 없는, 결혼하지 않고도 행복한 보기드문 커플이다. (리치는 공화당지지, 페기는 민주당지지로 정치성향은 반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 대화하는 또 보기드문 커플이다.)

페기는 엘리트는 아니다. 아이비리그스쿨을 나와서 월가은행이나 탑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가 명문비즈니스스쿨에서 MBA학위를 받고 고위임원으로 고액연봉을 받으며 언젠가 CEO가 되기 위해서 달리는 그런 트렉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 중산층 출신으로 평범한 주립대를 나와 자신이 하는 일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전형적인 미국인이다.

디즈니안에서 좌절도 있었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자세로 열심히 하다보니 계속 예기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됐고 50년 근속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를 옮기지 않았으니 안정을 추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롤을 맡아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본인의 커리어를 ‘우연한 커리어'(Accidental career)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기조연설을 끝맺는다.

“I hope you will let your curiosity drive you to unknown places, let your courage give you the strength to leave your comfort zone, to pursue your dreams, to fill your life with interesting people, and to follow your heart.” 호기심이 당신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안정적인 자리를 떠나 흥미로운 사람들과 일하며 당신의 열정을 쫓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갖길 바랍니다.

위 UCLA익스텐션 졸업식 동영상 44분지점부터 16분간 계속되는 페기의 기조 연설은 디즈니에서의 그녀의 커리어를 상징하듯 설득력있고 유쾌하고 재미있다. 열정적이며 밝고 쾌활한 페기의 캐릭터가 살아있다. 디즈니에서 오래 일해서 그런지 그녀는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는지 안다. 내가 MBA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페기가 내 에세이 리뷰를 해줬는데 그녀의 유려한 글솜씨 덕을 많이 봤었다. 덕분에 원하는 학교(UC버클리)에 갈 수 있었다. 내가 항상 페기에게 감사하는 이유중 하나다. Congratulations! Peggie!

Written by estima7

2016년 7월 3일 at 11:02 오후

직장학교 추천사-이제는 호기심이 새로운 학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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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학교

16년지기인 박이언님(필명)의 ‘직장학교’ 저서출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부족하나마 추천사를 썼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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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직장인’은 어떻게 가능할까?

내가 박이언 님을 처음 만난 것은 1999년 여름이었다. MBA과정 유학을 위해 GMAT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에서 만났다. 과묵하고 진중한 성격의 그는 국내 대기업을 다니다가 나와 같은 시기에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그리고 나는 원래 있던 신문사로 돌아갔고 그는 다국적기업의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가끔 만났지만 그가 가진 생각의 깊이에 대해서는 몰랐다. 이후 2009년 나는 라이코스 CEO로 일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도 다국적회사의 중국과 대만, 일본 지사를 거치면서 해외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 출장이 겹쳐 다시 만난 우리는 해외에서의 근무를 통해 참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한국과 외국의 직장문화 차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의에서는 총명함이 실종되는 한국인이라든지, 지나치게 권위적인 문화에 눌려 있는 한국의 직장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감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한국 직장생활에서의 규범이 얼마나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의 성취를 가로막고 있는지를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느낀 것을 나처럼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남겨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이후 ‘개똥이’라는 아이디의 트위터 유저가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아주 좋은 글을 쓰는 것을 발견했다. 꼭 읽어야 할 글이라고 몇 번 내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소개했고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다 궁금증이 일어 “도대체 누구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정욱씨, 저 모르세요? 박이언(필명)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후 지금까지 그의 글을 통해 많이 자극을 받고 배우고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생각을 모아 책을 펴낸다니 무척 반가웠다.

그의 역작인 『직장학교』를 읽으면서 내 지난 20년의 커리어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사실 행운아다. 매년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맡게 되거나 직장을 옮기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받아가며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생활을 통해 새로운 문물,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직장은 마땅히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특히 나는 이 책에서 “이제는 호기심이 새로운 학벌이다.”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혁신경제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은 민첩한 배움이고 그 근간은 세상사에 대한 호기심이다.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는 습관이 새로운 학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항상 자신에게 ‘나는 남들보다 호기심이 부족하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라 한다. 그리고 호기심이 가득하다면 자부심을 가지라 한다. 부족하다면 스트레스를 받으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새로운 학벌이기 때문이란다. 졸업장과 성적표에 매달려 사는 직장인의 인생에서 탈출하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게도 이런 호기심이 직장생활의 원동력이었다. 직장에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직장학교』는 혁신경제로 인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준다. 직장을 단순히 돈을 벌어 먹고살기 위한 대상이 아닌 배움을 추구할 수 있는 학교로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한국과 해외기업을 오가며 쌓은 저자의 20년 내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성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천착한다. ‘직장=개인의 삶=성공=행복’ 방정식이 성립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각 장별로 나오는 <실전 특강>이 유용하다.

여기 나오는 방법만 숙지하고 따라서 해도 유능한 직장인이 될 수 있다. 상사가 시킨 일을 수동적으로 반복하는 로봇 같은 직장인보다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찾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7월 20일 at 11:15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