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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빅뱅, 뒤쳐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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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일본을 대표하며 세계최대의 자동차회사중 하나인 도요타와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이동통신회사이자 벤처투자회사이기도 한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날 양사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도요타 아키오 회장과 손정의회장이 웃으면서 악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30분에 걸쳐서 제휴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담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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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회사는 모네테크놀로지라는 신회사를 합작으로 설립해 2020년중반부터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언론은 “열도를 뒤흔든 뉴스”라며 대서특필했다.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물과 기름 같은 회사다. 그만큼 업종과 사업영역, 그리고 기업문화도 다른 회사다. 토요타는 연간 1천만대가 넘는 차를 생산하며 시가총액도 거의 300조원에 이르는 일본제조업의 간판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3위의 이동통신회사이자 약 1백조원규모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운영하는 벤처투자회사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일본의 대기업과는 달리 세계를 놀라게 하는 큰 투자를 감행하는 승부사 기질을 가진 회사다. 야후, 알리바바 같은 혁신회사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오늘의 소프트뱅크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됐다.

또 놀라운 것은 휠씬 큰 회사인 도요타가 먼저 소프트뱅크에 제휴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20년전에 이미 인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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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에 당시 막 성장하는 신흥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회장은 자동차 인터넷판매시스템을 가지고 가서 당시 도요타의 과장으로 일하며 대리점의 업무개선업무를 맡은 아키오회장에게 제안했다. (위의 사진이 20년전의 도요타 아키오 과장의 모습이다.)

그리고 아키오과장은 손회장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키오회장은 이번에 소프트뱅크에 제휴를 제안하면서 손회장이 그때 일을 기억하고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다고 한다. 손회장은 도요타의 제휴 제안에 깜짝 놀라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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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0년전의 일을 설명하면서 “당시에는 자신이 젊고 미숙해서 그런 실례를 저질렀다”며 90도로 손회장쪽에 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깜짝 놀란 장면이다. 세계최대 자동차회사의 총수가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자동차업계의 변화충격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 도요타는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20년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소프트뱅크는 우버, 디디추싱, 그랩, 올라 등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 승차공유의 강자 유니콘기업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대주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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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설명한 소프트뱅크의 ‘모빌리티AI군’ 전략이다. 승차공유부터 자율주행, 물류, 리스, 렌탈, 지도 등 관련 회사에 광범위하게 투자해서 일종의 그룹을 이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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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승차공유에 있어서 소프트뱅크는 세계최대의 우버, 디디, 그랩, 올라 등 주요지역을 석권한 회사들에 투자했다. 자칭 글로벌라이드쉐어포트폴리오다.

도요타도 그랩에 10억불, 우버에 5억불을 투자하기는 했지만 전세계에서 승차공유플랫폼회사와 협업하기에는 부족했다. 더구나 앞으로 자동차 및 운송업계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에서 필요할때만 불러서 사용하는 Maas(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시장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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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회장은 발표에서 올해 이미 우버, 디디추싱, 그랩, 올라의 운임총매출이 100조원을 넘겨 3년만에 7배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2030년까지 이 시장이 1조5천억불의 거대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토요타로서는 이 시장을 놓고 어차피 소프트뱅크와 경쟁아니면 제휴를 해야 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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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가 합작해 설립한 모네테크놀로지는 승합차로 시험서비스를 거쳐 2020년중반까지 도요타가 만든 자율주행 셔틀 이팔레트를 투입해 수요대응형 고객운송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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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지금 고령화로 65세 이상 인구가 4명중 1명이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사람들이 10년전에 비해 12배로 급격히 늘고 있다. 그래서 직접 쇼핑을 하거나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820만명이나 된다. 버스회사의 83%는 적자상태다. 또 의사가 없는 지자체 지역이 637지구에 달한다. 예산과 일손부족으로 이런 문제를 정부가 풀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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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와 소프트뱅크의 신회사는 이런 사회문제를 푸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통약자를 구제하고  지방교통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차세대 교통서비스로 사람들이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명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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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데스크 캡처

아이러니하게도 도요타와 소프트뱅크가 제휴를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가진 4일 같은 날, 경기도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앞에서는 택시노조 택시기사 5백여명이 카카오가 준비하고 있는 카풀 서비스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카풀서비스에 IT대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불법이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카풀서비스를 아무리 막아도 멀지 않아 자율주행차가 온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수는 없다. 하지만 카풀, 승차공유를 시도하는 한국회사들의 노력은 모두 좌절되고 있다. 새로 도전하는 회사도 없고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의 Maas시장은 외국의 플랫폼업체에게 그대로 먹혀버릴지도 모른다. 한국의 택시업계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협력을 통해 고객을 위한 서비스개선을 꾀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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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8일자 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8년 10월 9일 at 11:08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