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Posts Tagged ‘카카오

4차 산업혁명 가로막는 정부

with 3 comments

지난 2월초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다. 한국은 4차산업혁명이 난리지 실리콘밸리에서는 “그게 도대체 뭐냐”는 분위기다. 실리콘밸리의 한국분들은 내게 “그게 도대체 뭐길래 한국에서 그 난리냐”고 핀잔을 준다. 그렇다고 실리콘밸리가 4차산업혁명의 본류인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등 개발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공룡기업들의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Screen Shot 2017-03-09 at 8.37.36 PM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구글의 연간매출. 출처 : Statista.com

구글을 보자. 구글의 2016년 매출은 약 894억불로 한화로 약 100조원이다. 한국의 일등기업 삼성전자의 2016년 매출 201조원의 절반정도다. 하지 영업이익을 보면 230억불, 즉 27조원정도다. 반도체 영업호조로 좋은 실적을 보인 삼성전자의 29조원과 2조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성장률이다. 삼성전자의 2016년 매출성장률은 겨우 0.6%인 반면 구글의 경우는 그 덩치에 22%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3월초 현재) 구글의 시가총액은 사상최고가인 삼성전자의 282조원의 2.4배인 680조원이나 된다. 그것은 시장에서 구글의 미래가치를 삼성의 그것보다 더 높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Screen Shot 2017-03-09 at 8.51.55 PM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글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구글은 검색, 유튜브 등 핵심부문이외를 기타 투자(Other bets)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사업인 네스트나 미래기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글X, 자율주행차 사업인 웨이모, 바이오벤처사업인 버릴리 등이 이 영역에 속해있다. 이 부문의 지난해 적자는 29억불로 한화로 약 3조2천억원이다. 구글은 최근 몇년간 계속 이렇게 적자를 내면서도 계속 투자중이다. 구글이 얼마나 미래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이 구글의 기타투자 영역이 바로 요즘 한국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승부처다.

이런 미래사업의 승부처는 돈싸움이다. 구글은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인 네스트를 지난 2014년에 약 3조5천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GM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크루즈를 지난해 거의 1조원을 주고 인수했다. 포드는 지난 2월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아르고 AI에 향후 5년간 1조여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인재확보에 목마른 글로벌기업들은 그냥 해당 스타트업을 거액을 주고 통째로 인수해버리는 시대다.

<알리바바가 9천억원을 투자한 매직리프의 증강현실 홀로그램 데모 동영상>

중국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시가총액은 296조원쯤 되는 알리바바는 미국의 미래기술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중이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증강현실(AR)기술을 개발하는 실리콘밸리의 매직리프라는 스타트업에 약 9천억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IT삼인방의 실리콘밸리 투자는 삼성전자의 벤처투자를 최근 몇년간 압도하고 있다.

이런 투자전쟁에서 국내기업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네이버의 2016년 매출이 4조원이고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하지 글로벌 공룡 IT기업에 비하면 전투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사내 연구개발조직 네이버랩스를 분사시키고 향후 3년간 1천2백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랩스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로봇 등을 연구한다. 네이버의 과감한 투자소식은 반갑지  아직 한참 모자란다고 느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분야의 치열한 글로벌경쟁속에서 그 정도는 소액투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요즘 움직임이다. 방통위는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을 규제하겠다고 한다. 전통미디어를 제치고 막대한 광고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란다. 또 방송광고시장과 형평성차원에서 온라인광고규제를 검토해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세계 미디어시장을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장악해 가는 시대에 방송광고시장도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그런데 방송사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그나마 잘되는 회사를 규제하겠다니 시대착오도 이이 아니다.

Screen Shot 2017-03-09 at 9.26.00 PM

글로벌 주요 IT기업들과 네이버, 카카오의 시가총액비교. (단위, 조원. 2017년 3월9일 종가기준)

한국이라는 우물안에서 보면 네이버나 카카오가 큰 회사로 보인다. 하지 애플(시총 850조원), 구글(680조원), 마이크로소프트(580조원),아마존(469조원), 페이스북(460조원), 알리바바(296조원), 텐센트(297조원) 등과 비교하면 우리 기업들은 난장이(네이버26조, 카카오 5조6천억)에 가깝다. 정부는 각종 규제로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끊어버린 국내게임업계처럼 인터넷생태계도 또 규제로 압사시켜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꼭 눈에 보이는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 철강 등을 들어야 큰 회사인가? 4차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인터넷-소프트웨어회사들이다. 제발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미래의 주인공이 될 회사들을 옭아매지 말자.

***

3월7일자로 문화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블로그에 좀 더 풀어서 썼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3월 9일 at 9:38 오후

카카오를 위한 변명

leave a comment »

Screen Shot 2016-06-15 at 11.00.27 PM

대기업이 된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이 많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분야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들어가 시장을 개척중인데 카카오가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예약 등 분야에 들어와서 막강한 자본력을 업은 마케팅으로 스타트업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에 들어가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는 재벌대기업과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대기업이 하면 반드시 스타트업을 이기고 O2O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릴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터넷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을 당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 대기업이 많았다.

지금은 재벌기업 취급을 받는 카카오도 원래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니다.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당시의 대기업이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내놓은 마이피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나는 다음의 미국자회사인 라이코스CEO를 맡고 있었다.

Screen Shot 2016-06-15 at 11.00.50 PM

다음은 당시 최고의 인기였던 걸그룹 소녀시대를 기용해서 TV광고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카카오톡에 무릎을 꿇었고 합병되서 회사 자체가 사라졌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기업은 생각만큼 쉽게 스타트업을 이길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다.

우선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은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조직이다. 전직원이 밤낮없이 핵심 제품 하나만을 놓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 반면 대기업은 보통 이미 돈을 잘 벌어주는 기존 사업이 있다. 다음의 경우에는 검색, 뉴스, 카페, 게임 등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마이피플이라는 새로운 메신저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해도 회사전체의 역량을 집중해서 밀어주기는 쉽지 않았다.

두번째로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특히 관료주의에 시달리는 대기업은 의사결정이 느리다. 초기 카카오가 카카오톡에 사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을때는 팀에서 그냥 토의해서 합의한뒤 바로 실행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스타트업에서는 위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말단 개발자가 바로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해당 사업팀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되어 있다. 여러가지 사업을 동시에 맡고 있는 임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원회의에 안건으로 올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 실제 현장을 모르는 임원들과 CEO에게 왜 이런 기능을 집어넣어야 하는지 진땀을 빼며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현장에서 원하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료주의에 좌절한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세번째로 대기업직원들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스타트업직원보다 높기 어렵다. 성공에 대한 보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는 신사업이 성공해도 큰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사내 포상을 받거나 승진하는 정도가 전부다. 반면 스타트업구성원에게는 스톡옵션 등 큰 인센티브가 주어져서 성공하면 목돈을 마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 카카오의 경우가 그랬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라고 해도 스타트업과의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없다. 덩치가 크면 오히려 동작이 굼띨 수 있다. 민첩한 작은 회사가 현장에서는 실제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TV광고 등 마케팅공세를 퍼부어도 잠깐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결국 쓰기 편한 서비스로 돌아간다.

나는 오히려 카카오가 걱정된다. 5년전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전쟁에서 다음, 네이버, SKT(틱톡) 등 대기업을 멋지게 이겼다. 심지어 공룡회사들인 이동통신사들은 조인(Joyn)이라는 메신저를 만들어서 카카오에 도전하기까지했지만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카카오는 그리고 2014년 5월 다음과 합병해서 지금의 대기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는 오히려 너무 많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매출성장과 수익은 둔화되고 있다. 예전의 다음과 비슷하다.

카카오택시도 미완의 성공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수익모델은 없다. 콜비를 유료화하는 순간 지금의 사용자들이 상당수 외면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우버,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같은 수십조가치의 공룡경쟁기업들과 경쟁하기엔 갈 길이 멀다.

물론 나도 카카오가 한국에서 작은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글로벌무대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맞짱을 뜨면서 경쟁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카오가 내수사업을 하면 안된다고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악이고 작은 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누가 만들든 소비자를 위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결국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민첩한 스타트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대기업이 알게 되면 결국은 손을 들고 오히려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거나 인수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사실 카카오는 그동안 김기사, 파크히어 등 스타트업을 많이 인수해 왔다. 또 김범수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서도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이번에도 O2O시장에서 직접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카카오는 계속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스타트업을 응원한다. 대기업이었던 다음을 누르고 시장을 평정한 예전의 스타트업 카카오처럼 대기업이 된 카카오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시장을 압도하는 스타트업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6월 15일 at 11:11 오후

다음에 “카톡왔숑” 긴장하라 ‘이웃집’

with 3 comments

Screen Shot 2014-06-14 at 1.54.28 AM

판교테크노밸리의 카카오본사로비와 제주도의 다음 스페이스닷원 사옥.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설이 <매일경제>에 최초로 보도된 5월24일 오전, 네이버의 한 임원과 함께 있었다. 그는 라인 메신저를 통해 회사에서 받은 메시지를 보더니 “이 합병설은 진짜인 것 같다.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5월26일 다음과 카카오는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사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한국 1위 모바일 메신저 기업 카카오와 한국 2위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 기업 가치 4조원에 가까운 거대 인터넷 기업 ‘다음카카오’가 탄생한다는 소식이었다.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으며, 오는 8월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 올해 안에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병은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는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상장기업이지만 기업 가치가 훨씬 큰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음이 주식 4300만 주를 새로 발행해 카카오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카카오 주식 1주에 다음 주식 1.556주로 산정됐다. 합병 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다음카카오’ 지분 39.8%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된다. 현재 다음의 최대 주주인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4대 주주(지분율 3.4%)가 된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일본에서도 빅뉴스였다. 일본 도쿄 라인 본사에서 만나는 일본인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라며 의견을 물어왔다. 모바일 메신저 전쟁이 글로벌하게 벌어지는 지금, 이번 합병은 전 세계 IT 업계에도 큰 화제가 된 듯했다.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회원 수만 1억4000만명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1위다.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사실에 놀라워한 이들이 있을 정도다.

카카오톡은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다음의 마이피플, SK플래닛으로 인수된 매드스마트의 틱톡, 네이버의 라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카카오톡이 2012년께 한국 시장을 ‘천하통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을 접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었다. 매출과 이익이 급등하면서 가입자 성장과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다음카카오, 알고 보면 정략결혼?

하지만 카카오가 한국 시장에만 몰두하는 사이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일본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네이버의 라인이 아시아 시장을 석권해 나갔다. 라인은 일본, 타이완, 타이에서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오르며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시장은 (카카오의 투자자이기도 한) 텐센트의 위챗이 장악했다. 위챗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라인과 격전 중이기도 하다. 이 밖에 세계 대부분의 지역은 올해 초 19조원에 페이스북에 인수된 와츠앱이 장악하고 있다.

카카오는 한국 시장에서 승리를 거둔 후 숨을 돌리며 해외 시장을 돌아보다 충격을 받았다. 이미 다른 업체가 전 세계 곳곳에 깃발을 꽂아놓은 것이다. 카카오는 2012년부터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가 많고 스마트폰 전환 추가 수요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성장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만났던 한 업계 CEO는 “요즘 카카오의 임원들은 다 인도네시아에 가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신주쿠의 라인 스토어.

신주쿠의 라인 스토어.

일본에서는 라인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일본 인터넷 업계의 최강자 야후재팬과 카카오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덕분에 2012년 야후재팬이 카카오톡재팬에 자본 참여를 하는 방식으로 제휴가 이뤄졌다. 카카오는 야후재팬을 등에 업고 일본에서 카카오톡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성과는 미미했다. 철옹성 같은 라인의 아성을 꺾기에는 이미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의 한계는 명확했다. 게임 비즈니스로 2013년에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성장한 카카오지만, 매년 몇천억원을 TV 광고 등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붓는 텐센트, 네이버 같은 ‘공룡’들과 맞붙어 경쟁할 만한 여력은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카카오의 고민은 인력이었다. 지난 5월6일 <뉴스1>은 ‘카카오, 매주 채용… “연내 1000명 뽑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현재 600여 명이 근무하는 카카오가 근무 인원의 2배에 가까운 인원을 연내에 뽑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모바일 상품권 등 다양한 신규 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카카오에 엄청난 수의 추가 인력이 필요해졌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카카오 내부에는 “네이버 라인 쪽과의 경쟁 때문에 좋은 엔지니어 확보가 어렵다”라며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있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까지 모바일 엔지니어 확보에 나서면서 인재 확보 전쟁이 격해진 것이다. 다음은 좋은 엔지니어 인력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 쪽의 인력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매출(약 5300억원, 2013년 기준)이나 인력(약 2600명) 등 외형상으로는 카카오보다 휠씬 크지만 기업 가치 면에서는 카카오의 절반 이하(약 1조원)에 불과했던 다음의 고민은 카카오보다 훨씬 깊었다. 업계가 모바일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다음은 무엇 하나 잘되는 것이 없었다. 한메일, 미디어다음, 카페서비스, 검색서비스 등 기존 데스크톱 인터넷 영역에서는 여전히 어느 정도의 사용자와 트래픽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자가 빠르게 모바일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다음이 큰 기대를 걸었던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도 카카오톡에게 밀려 시장에서 거의 외면당하고 있었다.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2011년 PC 기반 골프 온라인게임으로 유명한 온네트를 인수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2013년 버즈피아를 인수해 확보한 인기 안드로이드 런처앱 ‘버즈런처’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빈손’

한때는 겨뤄볼 만한 경쟁 상대로 여겼던 네이버와의 격차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 지금의 네이버는 다음에게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상대가 되었다. 다음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270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이다. 네이버의 같은 기간 실적은 매출 6380억원, 영업이익 1898억원이다. 시가총액에서도 라인의 성공에 힘입어 기업 가치가 약 25조원으로 뛰어오른 네이버와 1조원 가치의 다음은 약 25배 차이가 난다.

이번 합병으로 양사는 국내 시장에서만은 확실히 시너지를 올릴 수 있으리라 보인다. 국내 시장을 석권한 카카오톡에 다음의 뉴스·웹툰 같은 콘텐츠를 잘 접목하면 파괴력 있는 신규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인력 활용 면에서도 양사가 조직 운영의 묘를 잘 살린다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통합 후 39% 지분으로 강력한 1대 주주가 되는 김범수 의장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창업자 중심의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한 공격적인 경영을 기대할 수도 있다. 원래 내년 5월 IPO(기업공개)를 예정했던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으로 우회 상장을 하게 된 만큼 한눈팔지 않고 성장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앞날에 아직도 큰 물음표로 남는 영역이 있다. 바로 ‘글로벌 시장’이다. 양사의 통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이석우 대표와 다음 최세훈 대표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글로벌 IT 모바일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실상은 내수 중심의 기업 두 곳의 합병에 불과할 뿐,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역량이 내재화되어 있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도 라인을 성공시키기 전 10여 년간 일본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잭팟’이 터지지 않는다면 다음카카오의 한계는 명확하다. 한국의 스마트폰 내수 시장이 이미 포화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하는 다음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찻잔속의 태풍이 될지 아니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

시사인 최근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6월 15일 at 3:45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