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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은 한국스타트업의 중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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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강국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에는 어마어마한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인텔이 15B(16조)을 주고 인수한 모빌아이부터 나스닥에 상장해 7B(8조)이상 가치의 테크회사가 된 wix.com 등 대단한 회사가 많습니다. 지난 10년간 큰 성과를 낸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이 표를 보면 우리가 모르는 조단위 엑싯을 한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큰 엑싯 성과를 보여주는 표(IPO와 M&A) 출처 : Entree Capital

하지만 이스라엘에 가보면 오히려 한국을 부러워합니다. 이스라엘에는 의외로 큰 대기업이 없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이스라엘에 없습니다. 모빌아이나 윅스, 웨이즈 같은 유명한 스타트업들도 자세히 보면 이스라엘보다 미국쪽에 더 중심을 두고 있는 회사들이라 완전히 이스라엘회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결국 미국회사에 매각되고 비즈니스의 중심이 해외로 이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은 나라라서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죠.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부족한 점이 많고 스타트업 강국인 이스라엘처럼 되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도 처음부터 이렇게 스타트업들이 잘 된 것은 아닙니다.

ICQ Messenger by Mirabilis

처음 계기는 미라빌리스라는 작은 스타트업이 만들었습니다. 98년 ICQ라는 인터넷 메신저를 만든 미라빌리스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미국 AOL에 4억불(지금 환율로 약 4천4백억)에 매각된 것입니다. 매출이 거의 없는 기업인데도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거액에 미국 공룡 IT기업에 팔린 것이죠. 단번에 이스라엘의 영웅이 됐습니다. 이 딜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엄청난 자극이 됐다고 합니다. 이들을 흉내낸 많은 테크 스타트업 창업이 이어졌습니다. 미라빌리스의 엔젤투자자였던 요시 바르디는 투자 수익으로 계속 활발히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갔고 이것이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루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제 이스라엘 같은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2015년까지만해도 테크 스타트업의 가장 큰 엑싯이라고 해봐야 내비게이션앱 김기사가 카카오에 626억에 팔린 정도였습니다. 수천억원대의 스타트업M&A딜은 실리콘밸리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2019년말에 수아랩이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2300억원에 미국 코그넥스에 인수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배달의 민족앱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이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5조원 규모로 인수되는 딜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디오채팅앱 아자르로 유명한 하이퍼커넥트가 약 1조9천억원에 미국의 매치그룹에 인수되는 딜이 나왔습니다. 하이퍼커넥트는 그동안 사실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서 1조원대 가치의 유니콘 스타트업 리스트에도 들어있지 않던 기업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되서 30조원 이상 가치의 회사가 될 예정입니다.

혹자는 이런 알짜기업들이 해외에 팔리면 국부유출이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해외에 매각된다고 그 회사를 들어서 외국으로 옮기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그대로 한국에 남아있습니다. 거액의 인수자금은 이 회사들을 창업한 창업자와 위험을 감내하고 초기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에 돌아가게 됩니다. 이스라엘 미라빌리스의 사례처럼 이런 딜로 돈을 번 창업자와 스타트업 임직원들은 다시 창업에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자들도 더 열심히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서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사실 스타트업창업에 있어서 전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은 열심히 공부하고 해외유학까지 다녀온 젊은 인재들을 많이 보유한 나라입니다. 카이스트, 포스텍, 유니스트 같은 훌륭한 연구중심 이공계 대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장도 그리 작지 않습니다. 1인당 3만불이상의 국민소득을 가진 5천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얼리어답터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은 나라가 이커머스시장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일 정도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강한 제조업 역량을 가진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고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입니다. 200곳이상의 벤처캐피탈 투자사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연간 7조원이상의 벤처자금이 스타트업에 투자됩니다. 이런 혁신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줄만한 IT대기업들도 많습니다. 네이버, 카카오는 수십조원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 대기업, 그리고 1조원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스타트업도 10개가 넘게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창업지원에 있어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나라입니다. 많은 나라들을 다녀봤지만 이 정도로 환경이 잘 갖춰진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같은 한국의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 역량을 해외에서는 아직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과 하이퍼커넥트 같은 메가 딜이 나오면서 이같은 상황도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많은 해외 투자자들과 IT기업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케이팝과 한국드라마, 영화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타이밍이라 더 좋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10년이 스타트업 코리아의 중흥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이 10년뒤에는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스타트업 강국으로 글로벌하게 인정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실 20여년전을 돌이켜보면 삼성전자, 현대차가 이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 되고,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을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한국스타트업들도 전세계적인 한류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Written by estima7

2021년 2월 13일 at 12:53 pm

나날이 발전해가는 글로벌 원격의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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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ES에서 화제를 모은 회사중에 타이토케어(Tyto Care)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제품이 눈에 들어와서 메모.

이 회사는 이런 기기를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환자의 상태를 의사에게 전달해서 진단받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타이토앱을 이용해서 의사와 연결한 다음 의사의 지시에 따라 타이토기기로 간단한 검사를 한다. 그리고 진단을 받고 필요하면 약처방도 받는다.

동영상을 보면 더 이해가 쉽다.

찾아보니 2012년에 이스라엘의 베테랑 창업자들이 설립한 회사로 지금까지 400억원 가까운 투자를 받았다. 이 제품은 2016년 FDA승인을 받았고 2017년부터 미국에 보급되고 있다. 투자자중 미국의 약국 체인인 월그린과 중국의 핑안보험회사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새삼 원격진료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미 좋은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주에는 일본에서 라인이 엠쓰리라는 의료정보포털회사와 온라인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라인헬스케어주식회사’를 설립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2019년중에 메신저를 통한 원격진료사업, 약처방 및 배송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네이버가 한국에서는 못하는 사업을 일본에서 한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에는 원격진료 플랫폼 사업자로 이미 많은 회사가 있는데 그중 텔레닥이 선두다. 2002년에 설립된 회사인데 2015년에 상장했다. 2017년 매출이 2천6백억원정도 됐는데 성장률이 거의 2배다. 지난해 매출은 거의 4천6백억원대가 될 것 같다. ‘헬스케어의 우버’라고 불린다. 현재 시가총액은 4조3천억원대다.

이미 125개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 그래픽은 텔레닥의 Investor day 프리젠테이션에서 가져왔다.)

보험회사를 통해서, 기업을 통해서, 약국을 통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원격진료를 제공한다.

텔레닥의 홍보비디오다.

경쟁회사도 많다. 위는 Doctor on demand라는 회사의 홍보비디오다. 이밖에도 American Well, MD Live, HealthTap 등이 인기있는 원격진료앱이라고 한다.

여행하면서 아프면 큰일이다. 여행을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위 동영상은 여행을 다니면서 원격진료앱을 통해서 쉽게 의사의 진찰을 받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원격진료가 허용된 일본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이 UrDoc서비스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들이 아플 때 손쉽게 자신의 언어로 의료상담을 앱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심지어 중국의 시골에서도 이처럼 원격의료가 일반화됐다. 시골의사가 대도시의 원격의료센터에 화상으로 연결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다.


본인이 원하는 의사를 골라서 진료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글로벌 원격의료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휠씬 더 빨리 사람들이 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도 환영하는 인상이다. 무엇보다 세계곳곳에서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편하고 저렴하게 진찰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궁금해서 원격의료 관련된 내용을 찾아서 봤는데 놀란 것은 전혀 ‘규제’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해외의 원격의료 관련 기사와 동영상보도에서 Regulation이란 단어를 만나기가 어려웠다.(내가 본 것중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처럼 전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원격의료는 더이상 규제 이슈가 아니라는 것을, 아주 당연한 기술발전이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라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원격의료가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한국은 진정한 갈라파고스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헬스케어분야의 문외한이지만 원격의료 기술트렌드의 발전을 기억해 두고자 메모.

Written by estima7

2019년 1월 13일 at 6:44 pm

TIPS의 원형인 이스라엘 TIP에 대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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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출처 : 팁스홈페이지

더벤처스 호창성대표의 구속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TIPS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위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민간투자회사가 1억원정도를 투자하면 정부에서 5억원, 경우에 따라 9억원까지 추가로 매칭 투자해주는 방식이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초기 기술스타트업에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취지다. 지금까지 팁스는 21개 투자파트너사와 함께 157개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나는 외국에서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보러온 외국손님들에게 항상 팁스프로그램을 가장 성공적인 한국정부의 스타트업지원프로그램으로 소개해왔다. 실제 스타트업업계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 이스라엘의 TIP(Technological Incubators Program)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난 막연히 이스라엘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역할을 다해서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고 그게 아닌 것을 알았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살아있고 잘 운영되고 있는 듯 싶다.

참고 삼아 이스라엘의 TIP에 대해 아래 메모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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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이 TIP은 1991년 시작됐다. 91년 2월 걸프워가 끝나고 아무도 이스라엘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라버린 기업투자에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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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은 이스라엘정부기관인 OCS(오피스 오브 치프 사이언티스트)에서 주관한다. (OCS는 이스라엘 경제부 하부조직으로 국가R&D를 담당한다.)

현재 20개의 인큐베이터가 있다. 이 인큐베이터들 소속으로 160개의 기업이 프로그램에 들어와있다. 인큐베이터 라이센스는 받으면 8년간 유효하다.

프로젝트당 예산은 50만불에서 80만불사이에서 결정된다. 이중 15%를 인큐베이터가 부담하고 나머지 85%는 정부에서 제공한다. 성공할때 되갚으면 된다. 스타트업은 향후 나오는 매출에서 3~5%를 로열티로서 정부에 이자포함 전액을 갚을 때까지 내면 된다. (한국TIPS는 성공시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내는 방식으로 R&D출연금의 10%까지만 갚으면 된다.)

인큐베이터는 투입예산의 15%만 투자하면 되며 50%까지의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한국TIPS는 40%까지 지분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60개 회사중 40%는 의료기기회사, 8%는 바이오테크 및 약품, 15%는 클린테크, 35%가 ICT다.

91년에서 2013년까지 이스라엘정부는 1900개의 기업에 누적으로 7억3천만불을 투자했다. (대략 8천3백억원정도의 돈으로 한 기업당 4억원정도 투자한 셈.)
이중 2년뒤 졸업한 회사는 1600개. (300곳은 2년안에 문닫았다는 뜻인듯) 그중 60%는 민간투자회사에서 후속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약 960사) 2013년말 졸업한 회사중 35%정도는 아직 살아있다. ( 약 560개사) 어쨌든 지금까지 이들 회사들이 받은 누적민간투자는 40억불이라고.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나서서 위험을 지는 방식으로 매년 70~80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OCS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3년 이후의 데이터는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이스라엘정부로서는 대외적으로 크게 자랑하는 정책이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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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5년이나 운영된 프로그램인데 항상 칭찬만을 받는 것은 아닌 듯 싶다. Haaretz라는 이스라엘매체에서 2년쯤전에 “테크인큐베이터 : 이제는 그 역할이 끝난 것인가?“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썼다. 이 기사의 부제는 “이 정부프로그램은 지난 20년간 스타트업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과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이용해먹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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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흥미로워서 소개해 본다.

The program still suffers the reputation of a refuge for lesser-quality startups. Many suffer from what the industry calls Death Valley — an inability to raise capital after leaving the incubator. According to one startup investor, it’s an open secret that investors shun incubator startups because they use their capital poorly.

이 프로그램은 질이 떨어지는 스타트업의 피난처라는 평판에 아직 시달리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터를 떠난 뒤 펀딩을 하지 못해 고전한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큐베이터스타트업을 기피한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중략

In addition, the government lets incubators take too large a percentage of startups’ shares, often between 30% to 50%, says the investor. In most cases they take the maximum. All this dampens an entrepreneur’s incentive to make a company a success, he says.

게다가 정부는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의 지분을 30~50%까지 너무 많이 가져가게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인큐베이터는 최대치를 지분으로 가져간다. 이렇게 하면 창업자가 회사를 성공시킬 동기부여가 안된다.

Critics say another problem is that life for incubator operators is too comfortable. They put up very little of their own money and the government takes most of the risk, making the upside sizable. It’s no wonder so many big companies and wealthy investors want in. There’s a suspicion that big companies use the incubators as an R&D arm at the public’s expense.

또다른 문제는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것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그들은 약간의 돈만 투자하면 되고 대부분의 위험은 정부가 가져간다. 덕분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있게 된다. 대기업이나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R&D용 인큐베이터를 공공자금을 들여 지탱해준다는 비판도 있다.

***

이렇게 읽어보니 중기청이 디자인한 TIPS가 이스라엘 TIP과 아주 유사하다. 이스라엘에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될때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 지분의 30~50%까지나 가져갈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좀 놀랍다. 25년전 당시만해도 워낙 투자가 말라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따라서 그래서 한국에서도 인큐베이터가 40%까지 지분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부분은 좀 다르게 했어도 좋았을텐데.

어쨌든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도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뒷말이 나온다. 하지만 크게 보아 이스라엘 TIP처럼 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었다면 그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창성대표의 구속 사건을 계기로 팁스프로그램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사실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재판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팁스프로그램이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계속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이스라엘TIP처럼 20년뒤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Update :  2016년 10월7일 호창성대표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성문님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이 스타트업투자와 팁스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하 인용.)

팁스 총괄 운영지침에 따르면 운용사에게는 창업팀이 팁스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추천하고 멘토링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호씨 등이 창업팀들에 반드시 팁스에 선정될 것을 약속했다거나 선정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다는 증거가 없으니 이는 직무 범위 내에서 적법한 것. 초기 기업은 정당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자본금 외 유무형의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투자계약 체결에서 고려된다. 이 때문에 해당 벤처 가치를 더 낮게 잡고 적은 액수의 투자금으로 더 많은 지분을 인정받고자 하는 투자자와도 계약체결이 가능하며 팁스 운용지침에도 운용사가 창업팀에 지원하게 될 보육서비스를 고려해 투자 지분을 획득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사건 창업팀들이 대등하게 투자 지분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협상이 유리했다 하더라도 이는 민간 투자주도형 기술투자를 효율적으로 하려는 팁스의 목적을 위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인센티브를 이용한 것이니 허위 계약서를 토대로 중소기업청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 투자계약서상에 피고인들이 제공한 서비스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은 것은 맞으나 관계자들이 당연히 아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창업팀 또한 법정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고 있고 만족한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을 통해 지급받을 자격이 없는 창업팀이 지원 범위를 초과한 보조금을 지급받은 근거도 없다.

정말 다행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고 잘 성장하도록 돕는지에 대해 VC들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다. 더구나 그 과정에 보조금으로 정부돈이 들어간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확실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 초기스타트업에 큰 위험을 감수하고 현금을 투자하는 벤처투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처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면 안된다. 잘못이 없는 투자자를 사기꾼으로 몰고 감옥까지 집어넣는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5일 at 11:20 pm

스타트업 폭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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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정욱입니다. 저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 인터넷회사들이 힘을 합쳐 함께 만든 민관협력네트워크입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고 우리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미션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역동적인 인터넷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도움이 될만한 회사끼리 연결해주는 일을 워낙 좋아했습니다. 열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창업자분들을 만나면 그들의 창의적인 기운이 제게까지 전염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직업으로서 국내외 스타트업계분들을 마음껏 만나게 되는 일을 하게 돼서 무척 즐겁습니다. 지난 8개월동안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 벤처투자자들은 물론 세계각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을 만났습니다. 또 영국, 이스라엘, 실리콘밸리, 싱가폴, 일본 등을 방문하면서 현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볼 기회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말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폭발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각국의 정부관계자들은 모두 신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으로 스타트업이 가진 파괴력에 주목하고 자국에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각지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을 ‘쿨(Cool)’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창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세계적인 공룡기업으로 단시간에 성장한 실리콘밸리의 구글, 페이스북 같은 업체들은 실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거액에 사들이면서 창업자들에게 대박 신화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캄브리안 모우먼트'(Cambrian Moment)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보냈습니다. 5억4천만년전에 지구상에 캄브리아기의 폭발이 일어나 다양한 생명체가 급속히 증가했던 것처럼 지금 전세계에 스타트업들이 급속히 증가해 산업 전체를 재편하고 있으며 기업의 개념도 바꾸어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런던, 싱가폴은 물론 중동의 암만에까지 벤처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수 많은 스타트업들의 보금자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1월 표지>

세계적인 스타트업 폭발시대.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지난 8개월간 다녀본 세계 각국 스타트업 현장의 짤막하고 (주관적인) 인상기를 공유합니다.

영국

영국은 런던의 동쪽지역인 이스트런던을 전략적으로 ‘테크시티'(Tech City)라고 이름짓고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로 집중육성하고 있습니다. 원래 옛날 공장이나 창고건물로 가득차 있어 런던 중심지역에 비해 그다지 발전이 없던 지역인데요. 2008년부터 10여개의 테크기업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2010년 데이빗 카메론총리가 이 지역을 테크허브로 키우겠다고 천명하면서부터 스타트업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영국투자청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는 1,300여개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런던 테크시티>

지난해 11월 제가 이곳에 갔을 때는 쇼디치에 위치한 ‘캠퍼스런던’을 방문했습니다. 낡은 6층건물에 자리잡은 이 구글이 만든 스타트업의 산실에서는 각종 스타트업 관련 모임과 교육이벤트가 상시 열리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이곳을 ‘유럽진출의 전진기지’로서 활용하라고 세계각국의 창업자들에게 손짓하고 있습니다. 일단 영어가 통하고 금융의 중심지인데다 유럽의 관문이라는 설명이지요. 실제로 프랑스인 등 많은 유럽본토인들이 이곳에 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온 스타트업팀이나 창업자는 찾기가 힘들었고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스타트업은 별로 없다는 것이 약점인 것 같았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도서관내에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Co-working space공간.

텔아비브의 한 도서관내에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Co-working space공간.

이제는 인구 1인당 스타트업 숫자가 가장 많은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서 전세계에 알려진 이스라엘에는 상업도시인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직선적이고 거리낌없이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인들의 기질에 도전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트업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느끼기에 가장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스타트업 문화를 가진 곳이 이스라엘입니다.

전세계의 유대인들이 이민 와서 만들어진 나라답게 이스라엘 스타트업 멤버들의 면면도 다국적입니다. 미국출신, 러시아출신, 아르헨티나출신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유대인들이 팀을 이루기 때문에 사고 자체가 처음부터 글로벌합니다. 인구가 겨우 8백만밖에 안 되는 소국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은 모두 안중에도 없고 미국이나 유럽시장을 공략할 궁리부터 합니다.  (참고 포스팅 :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

요즘 한국은 ‘창업국가 이스라엘 배우기’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한국처럼 잘살고 삼성, 현대 등의 세계적인 대기업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왜 우리를 부러워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합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커지면 대부분 미국 대기업에 비싼 값으로 팔려나갈 뿐, 글로벌한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오히려 한국을 부러워합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갖춘 사람은 없는 이치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본

일본은 대기업중심의 보수적인 사회입니다. 토요타, 소니, 히다치, 미츠비시 같은 대기업들이 경제를 이끌어왔고 부모들과 젊은이들은 작은 회사에 가는 것보다 고용이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했습니다. 명문대를 나와서 벤처기업에 간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본도 최근엔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기 경제불황에 평생고용신화는 사라지고 있으며 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일본전자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일본 국내 휴대폰시장도 ‘아이폰공습’으로 초토화되었습니다. 네이버의 일본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에서 내놓은 라인메신저는 일본인들의 생활패턴을 바꾸면서 일본 IT업계의 지형도도 바꾸고 있습니다. (참고포스팅: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석권중인 라인메신저의 인기)

이런 파괴적인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존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의 혁신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이버에이전트, GREE, DENA 등 많은 인터넷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일본최대의 광고대행사 덴츠, TV방송국 후지테레비 등 미디어대기업들도 벤처캐피털자회사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사이버 에이전트 인큐베이터>

이처럼 스타트업 투자열기가 후끈해지면서 일본 스타트업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뉴스를 개인취향에 맞게 골라서 보여주는 모바일앱을 만드는 ‘구노시(Gunosy)’라는 스타트업은 앱다운로드가 2백만회도 안되는 상태에서 1,000억원 가까운 기업가치로 약 120억원을 투자 받아 큰 화제가 됐을 정도입니다.

일본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아직 일본에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이 충분히 많지 않다”는 말을 합니다. 또 “일본 스타트업은 국내시장에 만족할 뿐 해외진출의지가 약해서 아쉽다”는 말도 합니다.

싱가폴


<싱가폴의 한인 창업자들과 함께>

동남아시아의 부강한 도시국가 싱가폴은 강력한 정부주도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제 싱가폴에서 만난 창업자들은 “정부지원금만 잘 받아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할 정도입니다. 싱가폴은 유럽의 전진기지를 자처하는 런던처럼 ‘동남아시아진출의 전진기지’로 자신을 포장해서 세계각국의 창업가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영어가 잘 통한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싱가폴의 대표적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창업보육기관)로 유명한 JFDI에서 만난 한국스타트업창업자 CELUV 이은호대표는 “우리를 포함해서 이곳의 스타트업프로그램에 선발된 10개팀중 단 1팀만 싱가폴현지팀이어서 놀랐다. 그만큼 다국적이며 열린 분위기”라고 제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의 핀터레스트본사.

샌프란시스코의 핀터레스트본사.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IT업계의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그곳에는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우글우글합니다. 대부분 대박의 꿈을 안고 전세계에서 몰려든 인재들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며 대박의 꿈을 쫓는 이런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사실 160년전 골드러시때부터 면면히 흘러내려오는 것입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같은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 수천억원 규모의 대형투자가 이뤄질만큼 돈이 많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고 세계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 그런 최고의 스타트업을 비싼 가격으로 사줄 수 있는 거대 IT기업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IT이야기만 해서 비IT업계인에게는 좀 재미없고 지루한 곳일 수도 있습니다. 창업을 통해 수백억원이상을 챙긴 자산가들이 발로 채일 정도로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IT에 관한한은 실리콘밸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실리콘밸리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는 곳은 중국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 년뒤부터는 실리콘밸리와 중국 IT기업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 같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테헤란로 커피클럽 모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테헤란로 커피클럽 모임.

그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떨까요. 한국만큼 정부가 나서서 열심히 창업자들을 지원해주는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각 부처, 지자체별로 많은 창업지원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디캠프, 마루180, 드림엔터,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같은 창업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고 많은 스타트업 관련 모임들이 활발히 열리고 있습니다. 혹자는 너무 과열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합니다.

한 페이지로 정리해본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스타트업얼라이언스제작)

한 페이지로 정리해본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스타트업얼라이언스제작)

하지만 저는 창업자들을 지나치게 과보호하지 않고 초기에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런 열기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많이 시도하면 할수록 성공한 스타트업도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은 위에 소개한 다른 스타트업 생태계처럼 좀 더 국제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인재들도 한국에 많이 와서 한국에서 창업하거나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한국 스타트업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화해서 세계진출에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해외인재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곳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네이버레터로 기고했던 글을 추가 보완해서 블로그에 백업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7월 5일 at 7:45 pm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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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14-03-22 at 6.25.03 PM
최근 이스라엘에 다녀왔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적으로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 잘 알려져 있다. 인구 800만의 아랍의 적으로 둘러싸인 소국에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처음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나는 이곳의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와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난 이스라엘 스타트업 사람들은 마치 실리콘밸리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마치 실리콘밸리 사람들을 그대로 이스라엘에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할까. 이후 여러번 이스라엘을 여러번 방문했던 나는 항상 이 작은 나라에서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쏟아져나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하는 내 나름대로 생각해본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다.

텔아비브의 한 도서관내에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Co-working space공간.

텔아비브의 한 도서관내에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Co-working space공간.

첫번째는 이스라엘이 이민 국가라는 점이다. 이는 전세계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이 현지 IT기업의 핵심 인재층을 채우고 있는 실리콘밸리와 비슷하다. 현 이스라엘 유대인 인구의 30%는 본인이 직접 이민온 1세대이며 나머지도 모두 이민 가정의 2세, 3세다. 특히 구소련 연방에서 이민온 러시아계 유대인들이 큰 인재풀이 됐다. 이들 중 주로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학교에서 히브리어를 국어로 배우며 교육 받지만, 집에서는 영어나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부모의 모국어를 사용해 다국어 능통자가 많다. 또 부모의 모국에 친척이 남아있거나, 이중 국적자로서 활발히 교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스라엘인들로 스타트업이 구성되면 저절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좁은 국내 시장이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800만명 정도다이다. 서울 인구 만큼도 안된다. 그중에서 아랍계 인구를 빼고 나면 히브리어를 쓰는 유대 인구는 6백만 밖에 되지 않는다. 즉, 히브리어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팔리는 내수시장은 세계시장에 비하면 한 줌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스라엘 기업은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하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차별화된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큰 내수시장이 있다면 외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모방해서 국내 시장을 겨냥해도 되겠지만 애초부터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시장을 겨냥하다 보니 뛰어난 기술이나 제품이 없으면 안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초의 인터넷 전화나 인터넷 메신저는 모두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처음 내놓은 것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글로벌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세번째는 전 국민의 높은 수준의 영어 실력과 글로벌한 비즈니스 감각이다. 이스라엘에 가보면 평범한 식당의 종업원이나 버스 운전사도 상당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아 깜짝 놀라게 된다. 영어가 공용어도 아니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이 히브리어로 이뤄지는데도 그렇다. 히브리어가 영어와 비슷해서 잘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면 “히브리어는 오히려 아랍어와 비슷하며 영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할까.

Hasoffers.com 텔아비브지사에서 만난 아리. 그의 설명처럼 이스라엘TV는 웬만한 서구 프로그램을 다 더빙없이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Hasoffers.com 텔아비브지사에서 만난 아리. 그의 설명처럼 이스라엘TV는 웬만한 서구 프로그램을 다 더빙없이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해즈오퍼스(Has Offers)라는 미국스타트업의 텔아비브지사를 맡고 있는 아리 아트셜 씨는 미국에서 성장한 뒤 성인이 돼 이스라엘로 건너온 유대인이다. 그래서 히브리어보다 영어가 휠씬 편하다. 그는 이스라엘인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을 미국 프로그램을 더빙하지 않고 항상 자막을 달아서 방영하는 이스라엘 TV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인펠드’ 같은 미국의 인기 드라마를 어릴 때부터 원어로 즐기면서 자랐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TV 방송을 살펴보니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까지 자막으로 방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그는 “많은 이스라엘 회사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사내 문서나 이메일은 영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나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일하기가 아주 편하다”고 말했다.

구글이 스타트업에게 개방한 공간인 '캠퍼스 텔아비브'에서 만난 Zula의 CEO 데이빗.(왼쪽) 벌써 몇번의 창업을 경험한 이스라엘에서 잘 알려진 연쇄창업자라고.

구글이 스타트업에게 개방한 공간인 ‘캠퍼스 텔아비브’에서 만난 Zula의 CEO 데이빗.(왼쪽) 벌써 몇번의 창업을 경험한 이스라엘에서 잘 알려진 연쇄창업자라고.

네번째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활발한 창업 생태계다. 1998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 메신저 ICQ를 개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미라빌리스가 미국의 AOL에 2억8700만달러에 매각됐다. 그런데 돈을 번 창업자들은 이후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재창업에 나서고 있다.
이런 ‘연쇄 창업자’들이 만든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매년 미국의 글로벌 IT기업에 매각되거나 나스닥에 상장된다. 그렇게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쏟아져 나오고, 그들이 똑똑한 인재들을 모아 다시 기업을 만들어 성공시키면서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돈도 모이고 인재도 모이게 된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요즈마펀드 등 이스라엘 정부의 스타트업 진흥정책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이스라엘은 그야말로 스타트업이 가득한 ‘창업 국가’가 됐다.

구글 텔아비브캠퍼스에서 만난 한 구글 직원은 “텔아비브에서 돌을 던지면 90%는 창업자에게 맞는다는 농담이 있다”며 “구글을 퇴사하는 직원들도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할 정도다.

이스라엘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한 '창업국가'(Startup Nation)의 공저자 사울 싱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서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니 미국에서 나서 자라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24살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고.

이스라엘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한 ‘창업국가'(Startup Nation)의 공저자 사울 싱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서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니 미국에서 나서 자라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24살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고.

다섯번째는 전세계의 끈끈한 유대인 네트워크의 힘이다. 내가 같이 일해 본 이스라엘인들은 내 예상보다 휠씬 긴밀하게 같은 유대인들끼리 연결되어 있었고, 수시로 서로를 돕고 소개해 주고 있었다. 종교와 전통, 애국심으로 묶인 전세계 유대인들의 동질감이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이스라엘 창업자들은 뉴욕과 실리콘밸리를 분주하게 오가며 현지의 유대인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지사를 설립하고 투자를 받는 것이 일종의 공식으로 되어 있었다. 또 IT 업계에서 성공한 미국의 유대계 미국인들도 분주하게 이스라엘을 드나들며 투자나 협력 대상을 찾는 경우가 많다.

텔아비브시내의 쇼핑몰에 가보니 젊은 군인들이 가득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모두 3년간 의무복무를 해야한다.

텔아비브시내의 쇼핑몰에 가보니 젊은 군인들이 가득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모두 3년간 의무복무를 해야한다.

여섯번째는 독특한 군대 경험이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3년간 의무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대개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군대를 간다. 군대에서 보낸 시간은 귀중한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부분 군대 경험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어린 나이에 위기 대처 능력과 리더십을 배우며, 인간으로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였으며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의 아이디어를 군대 경험에서 얻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Umoove의 캠핀스키 CEO

Umoove의 캠핀스키 CEO

눈의 동공과 안면 움직임으로 스마트폰과 타블렛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유무브(Umoove)라는 예루살렘스타트업의 이츠 켐핀스키 CEO는 “군대에 있을때 이런 첨단기술을 군사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보고 민간에 적용해볼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런 친구들에게 군대에서 정확히 뭘했었냐고 물으면 “보안 상 말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개는 이스라엘 보안부대에 근무했던 경우다. 적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군사력을 만회하기 위해서 이스라엘 군대(IDF)는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편이고 거기서 배울 기회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환경에 대해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 데이빗 노이. 영어문법교정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진저소프트웨어의 CMO다.

하지만 내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사람들에게 느낀 가장 큰 강점은 따로 있었다. 위험을 수반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헝그리정신이었다.

영어 교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진저소프트웨어의 마케팅 최고책임자 데이빗 노이 씨는 내게 “이스라엘인들은 기존의 틀을 부수고 바꿔보려는 습성이 있다”며 “그런 마음에서 그까짓 것 한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이스라엘인들의 도전 의식이 젊은 인재들로 하여금 변호사나 의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가기 보다 스타트업에 쏠리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신 이스라엘인들은 스타트업을 크게 키우지를(Scale up) 못한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약하고 중간에 매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에서는 거꾸로 삼성, LG, 현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있는 한국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모든 것을 다 갖추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

2014년 3월 8일자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기고했던 내용입니다. 위에 진저소프트웨어의 데이빗 노이(애칭 두두)와 했던 이야기를 ‘보스와 부하가 평등하게 토론하는 이스라엘 조직문화’라는 글로 쓰기도 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3월 22일 at 6: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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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토론에서 나오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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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가 주재하는 어떤 한국 회사의 회의에 초대되어 간 일이 있다. 6명쯤이 같이 한 회의였는데 한 시간 동안 그 리더와 나 둘이서만 이야기했다. 이상하게도 그 리더 밑에서 일하는 다른 참석자들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반면 그 리더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회의가 끝났다. 그러자 그 리더는 사무실로 들어가고 남은 사람들은 “차 한잔 하자”며 나를 잡아끌었다. 회사 밖의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그들은 그제야 내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래서 “아니 왜 아까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리더가 부하들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의견을 내면 면박만 준다. 그래서 점차 시키지 않으면 아무도 말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벼락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위계질서와 자기검열이 이 정도로 심한데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이 조직에서 나오고 실행될 수 있을까. 그 리더가 스티브 잡스라도 이런 조직에서는 혁신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에 이스라엘에 다녀왔다. 이스라엘인들은 회의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몇년 전에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사람들과 워크숍을 한 일이 있다. 그때 서로 싸움을 하듯이 거칠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상대적으로 나는 조용히 듣기만 했는데 나중에 상관인 이스라엘 CEO에게서 주의를 받았다. “모든 사람이 다 자기 머릿속에 있는 의견을 꺼내놓아야 한다”며 나에게도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낼 것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만난 한 이스라엘 벤처기업 임원에게도 당신들도 그렇게 평등하게 회의에서 토론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좀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이란 단서를 달며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부하가 CEO와 임원인 자기와 같이 회의를 할 때 CEO나 임원의 의견에 대해서 “어리석은 생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하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말을 할 수 있고 그것을 CEO나 임원들이 받아들이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첨단 스타트업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는 ‘창업국가’로 유명하다. 과연 이런 명성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D스쿨과 데이빗 켈리(사진출처 스탠포드대와 IDEO홈페이지)

D스쿨과 데이빗 켈리(사진출처 스탠포드대와 IDEO홈페이지)

혁신적인 디자인 사고를 가르치는 곳으로 유명한 미국 스탠퍼드대의 D.School이라는 곳이 있다. 이 학교의 공간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디자인컨설팅회사 아이디오의 데이비드 켈리는 <공간 만들기>(Make Space)라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서 우리의 첫번째 과제 중 하나는 학생들과 교수진의 위치를 평등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실에 들어오면 누가 가르치는 사람인지, 누가 배우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혁신은 이런 평등함 속에서 번창합니다. 보스나 교수가 방의 머리 부분에 서 있으면 마치 ‘무대 위에 서 있는 현인’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스가 내 생각을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에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공간적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참여를 진정으로 환영한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One of our first challenges was to equalize the respective status of students and faculty. When you walk into one of our classes, it’s almost impossible to tell who’s teaching and who’s learning. Innovation thrives on this kind of equality. With a boss or a professor standing at the head of the room, it feels like a “sage on stage”-people are reluctant to share their ideas(“What if the boss doesn’t like it?”). Reconfiguring the physical relationship is a powerful signal that participation is truly welcome. -David Kelley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다양한 의견에서 나온다. 회의석상에서 윗사람이 권위로 아랫사람을 짓눌러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나온 아이디어가 발전하기도 어렵다. 여러 사람이 모인 ‘팀’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회의실에서 권위주의를 몰아내고 모두가 평등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북돋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으로 기고한 글.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스티브 잡스의 ‘run by ideas, not hierarchy’ 라는 말이 생각났다.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이지만 워낙 인상에 남는 부분이며 ‘평등한 토론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낳는다’는 윗 글의 주제에도 연결되는 것 같아 다시 옮겨본다.

(2분 50초지점부터 아래 부분 시작)

Jobs: What I do all day is meet with teams of people and work on ideas and solve problems to make new products, to make new marketing programs, whatever it is. (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은 팀원들과 만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궁리해내거나 신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마케팅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등입니다.)

Mossberg: And are people willing to tell you you’re wrong? (그럼 직원들이 (잡스가 틀렸을때) 당신이 틀렸다고 기꺼이 발언을 하는지요?)

Jobs: (laughs) Yeah.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럼요.”)

Mossberg: I mean, other than snarky journalists, I mean people that work for… (내 말은, 짜증나는 기자들이 아닌, 당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Jobs: Oh, yeah, no we have wonderful arguments. (아, 물론이죠. 우리는 항상 멋진 논쟁을 벌입니다.)

Mossberg: And do you win them all? (그럼 당신이 항상 모든 논쟁을 이기겠지요?)

Jobs: Oh no I wish I did. No, you see you can’t. If you want to hire great people and have them stay working for you, you have to let them make a lot of decisions and you have to, you have to be run by ideas, not hierarchy. The best ideas have to win, otherwise good people don’t stay. (아닙니다. 내가 모든 논쟁을 다 이겼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만약 뛰어난 사람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당신을 위해서 계속 일하게 하고 싶다면 그들이 많은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회사의 계급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되며 아이디어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항상 논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들은 회사를 결국 떠나게 됩니다.)

Mossberg: But you must be more than a facilitator who runs meetings. You obviously contribute your own ideas. (하지만 잡스 당신은 단순히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 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자신의 아이디어로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Jobs: I contribute ideas, sure. Why would I be there if I didn’t? (물론 나도 내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Written by estima7

2014년 2월 21일 at 11:09 pm

보스와 부하가 평등하게 토론하는 이스라엘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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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스라엘을 3번째로 방문해서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만남을 가졌다. 특히 스타트업업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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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대학의 벤처인큐베이터인 StarTAU의 행사에 갔다가 한국 중진공의 프로그램으로 이스라엘의 유명 스타트업 Wix.com에서 인턴으로 몇달간 일한 노경민씨와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니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약간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무엇보다 보스와의 관계가 한국과 다른 것이 가장 놀란 점이었습니다. 정말 보스에게 뭐든지 이야기할 수 있더라고요. 정말로 평등한 관계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그때 상사와의 한국식 상하관계를 돌이켜보면 보스와 부하가 평등하게 소통하는, 아니 부하가 보스에게 들이받기도 하는 이스라엘 회사에서의 경험은 아주 놀랍다는 것이다. (Wix는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되서 회사가치가 1조가 넘는, 이미 크게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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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u씨.

Dudu씨.

영작문 교정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Ginger software의 CMO인 Dudu씨와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나는 또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의 평등한 조직 문화에 대해서 한번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좀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이란 단서를 달며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부하가 CEO와 CMO인 자기와 같이 회의를 하는 경우에 자신이 낸 의견에 대해서 “It’s stupid”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발언에 대해서 자기나 CEO도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직장에서 사장, 상무와 함께 일반 과장이 회의를 하면서 과장이 상무의 의견에 대해서 “멍청한 생각이다”라고 발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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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말 직선적이다. 돌려말하지 않는다. 궁금하면 바로 속사포 질문을 날린다.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이야기한다. 이스라엘사람들을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같이 일을 시작한뒤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척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다.

라이코스를 인수한 이스라엘회사와 일할 때의 일이다. 이스라엘쪽과 화상회의를 하면서 내가 회의 마무리를 좀 잘못한 일이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지라 내가 진행한 회의를 좀 어색하게, 찜찜하게 끝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보스에게서 바로 왓츠앱으로 메시지가 왔다. “정욱, That was rude. I don’t like it.” 그는 내가 잘못한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무례를 범한 상대에게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내가 잘못한 일이니까 사과하기는 했지만 신속하고 직선적인 그의 피드백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일에 대해서 나중에 그에게 다시 이야기한 일이 있는데  그는 이스라엘사람들은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자기에게 그렇게 솔직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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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스타트업생태계를 다룬 ‘창업국가(Startup Nation)’이란 책을 보면 이런 농담이 소개되어 있다.

Four guys are standing on a street corner . . . an American, a Russian, a Chinese man, and an Israeli. . . . A reporter comes up to the group and says to them: “Excuse me. . . . What’s your opinion on the meat shortage?”

The American says: What’s a shortage?
The Russian says: What’s meat?
The Chinese man says: What’s an opinion?
The Israeli says: What’s “Excuse me”?

—MIKE LEIGH, Two Thousand Years

이스라엘 사람들과 일하기 시작한지 한달쯤 지난 시점에서 이 조크를 라이코스매니저들에게 읽어준 일이 있다. 다같이 동감하면서 폭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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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벤치마크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윗사람에게 얌전(?)하고 고분고분하게 대하는 것이 한국의 조직문화다. 그리고 윗사람들이 부하들의 의견을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한국문화에서 정말로 이스라엘의 장점을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곤 한다. 이스라엘에서 느낀 점중 하나를 잊어버리기 전에 가볍게 메모해봤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1월 30일 at 4:10 pm

스마트폰이 바꾼 여행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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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스라엘출장을 왔다. 예전에 두번 이스라엘에 왔을 때는 매번 호텔에 묵었는데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행에게서 조금 떨어지는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Airbnb를 이용하겠다고 마음먹었다. Airbnb를 이용하면 무엇보다 현지인들의 생활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진짜 이스라엘사람의 동네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것이다.

Screen Shot 2014-01-26 at 9.12.55 PM그리고 위에 보이는 집을 예약해서 왔다. 아주 싸지는 않지만 원래 묵으려고 했던 호텔보다는 싸다. 거실도 있고 키친도 있다. 무엇보다도 호텔은 wifi가 하루에 15불씩하는데 이 집에서는 추가비용없이 여러대의 랩탑, 스마트폰, 타블렛 등을 마음대로 연결해서 빠른 속도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집주인이 6일동안 이스라엘전화번호와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USIM을 1만5천원에 대여해줘서 편리하게 쓰고 있다. 덕분에 가지고 간 안드로이드폰에 USIM을 꽃고 비싼 데이터로밍비용을 걱정할 것 없이 마음껏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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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가지고 여행하는 시대에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에 가나 마음껏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Screen Shot 2014-01-26 at 9.20.09 PM

 오늘 숙소에서 텔아비브대학에 다녀오는데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지도를 가지고 나설 필요도 없이 구글맵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선택하니 버스 25번을 타라고 나온다. 구글이 인도하는대로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25번을 기다렸다 탔다. 그리고 지도상의 내 위치를 보고 있다가 내가 내릴 곳이 되면 그냥 내리면 된다. 버스운전사나 승객을 붙잡고 “어디에서 내려야 하느냐. 내릴 때가 되면 알려달라”고 부탁할 필요가 없다. 말이 안통해도 하나도 두렵지 않다.

버스에 앉아서 마음 편하게 천천히 사람구경, 동네구경을 하는 것이 즐겁고 진짜 현지인들의 생활속에 들어가 관찰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Screen Shot 2014-01-26 at 9.46.57 PM

나는 이런 방식으로 구글맵을 이용해 워싱턴DC, 뉴욕 등에서 주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다녔고 거의 문제가 없었다. (인터넷이 안돼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는 지하철안에서는 좀 문제긴 하다.) 버스의 운행상황이 GPS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한국의 경우는 더욱 편리하다.

Screen Shot 2014-01-26 at 9.20.24 PM

그리고 그 나라의 말을 몰라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서는 워낙 히브리어로만된 거리의 표지판이 많아 좀 불편하다. 그런 경우 Google Translate앱(안드로이드)를 써서 사진을 찍으면 히브리어를 번역해준다. 아주 정확하고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써보니 그럭저럭 없는 것보다는 휠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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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은 앞으로 더욱 똑똑해질 것이다. 내가 “텔아비브대를 버스로 가고 싶다”고 스마트폰에 말만 하면 자동으로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을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음성으로 알려줄지도 모른다. 정류장에 도착하면 “앞으로 1분후에 25번 버스가 오니 8 셰켈을 내고 승차하라”고 알려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릴때가 되면 자동으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라”고 말해줄 것이다.

스마트폰카메라를 읽을줄 모르는 외국어표지판에 비추면 자동으로 해석해준다든가 자동으로 음성인식을 해서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것도 금새 가능하게 될지 모르겠다.

확실히 우리는 스마트폰이 여행의 방법을 바꿔놓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오늘 텔아비브 시내를 누비며 다시 실감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1월 27일 at 4:45 am

유대인과 한국인의 비슷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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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중앙일보의 나탈리포트먼 인터뷰를 트윗으로 소개했다. “유대인과 한국인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는 포트먼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부터 유대인들(정확히는 이스라엘인들)과 긴밀하게 일하고 있는 나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점이다.

●한국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한국에 한 번도 못 가봤다. 진짜 가보고 싶은데…. 내가 자란 환경엔 유대인과 한국인이 많았다. 내가 다닌 학교의 학생 중 절반이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유대인과 한국인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교육, 가정, 그리고 음식조차도 마치 내가 속해 있는 사회 같다고 할까. 내가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본 것들이다. 한때 LA의 한인타운 근처에도 살았다. 그래서 한국어로 된 노래방·식당 간판도 많이 봤다. 물론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실제 한국 이미지와는 다를 것이다.”-중앙일보 나탈리포트먼인터뷰에서

이후 내 트윗에 대해 “유대인과 한국인이 어떤 점이 비슷한가요”고 질문을 해주신 분들이 계셨다.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분들도 계셨다. 물론 섣부른 일반화는 위험하다. 나로서도 일부 유대인을 접해보고 받은 느낌일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그래도 생각난 김에 내가 왜 유대인과 한국인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끼는지를 짤막하게 정리해봤다.

일에 대한 열정

-일을 밤낮없이 한다. 회사일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편이다. Work ethic(일에 대한 윤리)가 미국인, 유럽인과는 다르고 오히려 한국인과 비슷하다.

교육열이 대단하다

-내가 아는 친구들은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하지만 보스턴에서 알게된 교수님들과 벤처기업CEO가 있는데 애들교육시키는 것이 한국인 버금간다. 아버지도 MIT교수고 자기도 MIT출신인 CEO분은 요즘엔 자기옛날 공부한 수준으로는 MIT를 절대로 못들어간다며 아이들에게 엄청 과외활동을 시켜야한다고 내게 이야기했다. 고교다니는 큰 아들은 여름방학에 남미로 조정경기 연수를 간다고 한다.

-얼마전 미국에서 중국엄마교육논란을 불러일으킨 에이미추아 예일대법대교수나 하버드법대 석지영교수의 남편이 모두 같은 대학원의 동료교수이며 유대인인 것도 우연이 아닐듯 싶다.

머리가 좋다

-물론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같이 일을 하면서 확실히 느꼈다. 일에 대한 빠른 이해력, 정확한 판단력, 순발력에 많이 감탄했다.

다혈질이고 직선적이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돌려서 물어보지 않는다. 툭 까놓고 물어본다. 직설적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이 일하기 당황스러웠다. 성격도 급하고 강한 편이다. 결정을 빨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면에서 한국인과 비슷하다.

군대에 간다.(민방위훈련도 간다)

-2년인가 3년인가 모든 남녀가 군대에 다녀오는 징병제다. (물론 예외도 있다. Haredim이라는 종교인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 예비군까지 소집된다.

좁은 사회다. 다 연결된다.

-이스라엘은 인구 7백만의 작은 나라다. “Everybody knows everybody”라는 말을 자주 한다. 누구든지 한두다리 건너면 다 연결된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작은 나라다.

-바다와 적국으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다. 물론 면적면에서는 한국보다 이스라엘이 휠씬 작다.

IT회사가 많이 모여있는 지역의 한 골목 모습. 정신없이 빽빽하게 (약간은 무질서하게) 주차를 해놓은 모습이 마치 서울의 한 사무실밀집지대를 연상케 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을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뭔가 친밀감을 많이 느꼈다. 식사를 하러 같이 갔는데 밥 비슷한 것도 나오고 고추장 비슷한 소스도 나오고 해서 “음식조차 비슷한 면이 있네”하는 느낌까지 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에 있는 동안 매일같이 같이 밥먹어주고 손님대접에 신경을 쓰는 점이나 뭔가 급속히 건설붐이 일어나며 아파트빌딩이 우후죽순으로 올라가는 모습 등에서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스라엘음식. 아랍음식의 짬뽕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왼쪽에 보면 보리밥 같은 것도 있고 고추장같은 매운 소스도 있다. 그래서 의외로 먹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물론 다른 면도 많다. 유대교라는 종교에 사실상 종속된 정교일치의 국가라는 점. 세계에서 몰려든 다양한 유대민족으로 구성된 이민국가라는 점. 사방이 적국으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라는 점 등…

라이코스의 새로운 모회사인 Ybrant Digital 이스라엘의 직원들 모습.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과 달리 아주 가족적인 분위기다.

어쨌든 유대인은 전세계에 1천5백만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보다 미국(6백여만명)에 더 많은 유대인이 있다. 남한인구 4천8백만명에 비교해도 사실 얼마 안되는 숫자다. 그런데도 그 존재감은 거의 1억인구에 버금간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와 유대인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게 되니 미국과 중동의 미묘한 역학관계가 조금 더 잘 보이는 듯 싶다.

한국과 너무 먼 나라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스라엘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스라엘인들도 한국인에 대해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Update : 쓰고 나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한국인과 유대인(이스라엘인)의 가장 큰 차이중 하나는 영어실력이다. 유대인들은 어찌 그리 영어를 잘하는지! 한국인들이 유대인만큼 영어를 잘한다면 정말 대단할텐데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Update 2: 이 글을 쓰면서 아카데미시상식을 보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블랙스완의 나탈리포트먼이 여우주연상을 수상. 축하! 중앙일보기사를 읽기 전에는 그녀가 유대인인지 몰랐다.

Written by estima7

2011년 2월 27일 at 10:0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