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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나섰더니… 바지락·감귤·원단 등 전통산업도 해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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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약탈자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굳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중간에서 비싼 ‘통행세(수수료)’를 걷는다는 것이다. 전업 주부나 프리랜서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플랫폼 스타트업엔 “기존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고 24시간 노동자를 착취하는 시스템 아니냐”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다. 소비자를 위해 새로운 가치와 편리함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많은데도 이래저래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스타트업 중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전통 산업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상생의 모델을 갖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통 산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에 판로를 늘려주는 것이다. 신선함을 넘어 하나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볼 수 있다.

수아랩 송기영 대표

지난 2014년 송기영 대표가 설립한 수아랩은 제조 공장의 현장 라인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불량품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정상품과 불량품의 사진을 기계에 학습시키면 알아서 불량품을 골라낸다. 사람이 육안으로 하나씩 보고 확인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 일손 부족으로 시달리는 공장에서 작업 효율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수아랩의 기술은 삼성, SK 등 한국의 대기업에 적용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만드니 눈 밝은 외국 대기업이 바로 인수에 나섰다. 지난주 미국의 인공지능 공장 자동화 기술 대기업 코그넥스는 수아랩을 2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설립된 패브릭타임은 동대문 원단 시장을 디지털화해서 글로벌하게 원단을 판매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한국의 동대문 원단 시장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파편화되어 있다. 한국 원단에 관심이 있는 해외 독립 디자이너들은 동대문에 직접 가기 전에는 원단을 구입할 방법이 없다. 원단 샘플을 미리 볼 수도 없고, 전화를 해도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패브릭타임 정연미대표 (사진 출처 나라경제)

패브릭타임 정연미 대표는 18만개의 원단 샘플을 하나하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디지털화해서 스와치온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원단 샘플을 보내주고 주문도 받는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완전히 노가다다. 3000곳의 동대문 원단 상인들과 해외 디자이너들을 일일이 상대해 연결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 출처 조선일보

패브릭타임은 복잡한 원단 샘플 배송 및 주문받는 과정을 최대한 자동화하고 비용을 줄였다. 예를 들어 샘플 원단 박스 주문 제작 과정을 9.5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또 10가지 복잡한 수출 서류 처리 과정도 자동화해 1시간에서 30초로 줄였다. 이렇게 하니 이젠 전 세계 52개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주문의 70%가 영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패션 강국이다. 패브릭타임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원단 이미지 분류 및 검색 추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에스랩 이수아 대표

2015년 설립된 에스랩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의 먹거리를 신선하게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는 특수 박스를 개발한 콜드체인 물류 회사이다. 이수아 대표는 동남아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냉장차, 항공편, 통관 과정 등의 국제 배송 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되거나 맛이 변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동남아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상태로 상품을 보낼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상자 포장을 연구하고 개선했다. 몇 년을 노력한 끝에 상자 내부에 특수 원단으로 단열해서 외부 열기를 막아 배송 중 신선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박스를 개발했다. 따로 전기를 쓰지 않고도 일정 온도를 24시간 동안 지속시킬 수 있도록 했다. 냉장 상태가 6시간 정도 지속되는 스티로폼 상자보다 4배 이상 효과가 좋다. 또 IoT(사물인터넷) 장치를 달아 상자의 위치 및 온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가능하도록 했다.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살아 있는 바지락, 동죽, 꼬막, 백합 등 한국산 어패류를 싱가포르까지 신선 배송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 싱가포르에서 제주 감귤이 인기를 얻어 2500건 이상 배송하기도 했다. 한국 신선식품을 최상의 상태로 전 세계로 보내기 위한 인프라를 깔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스타트업들 덕분에 한국 전통 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 수아랩은 한국 제조 공장을 ‘스마트팩토리’화하고 있다. 패브릭타임은 한국 원단 산업의 해외 판로를 넓혀주고 있다. 에스랩은 국산 신선 식품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풀기 어려운 시장의 문제에 도전해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 이것이 기업가정신이다. 전통 산업의 약점을 보완하는 참신한 해결 방법을 찾아 산업 전체가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 부족한 예산, 담당자의 의욕 부족으로 중도에 포기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는 달리 이 창업자들은 거듭되는 시행착오에 좌절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해결 방법을 만들어 낸다. 이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이니까 최소한의 비용으로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정체된 한국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이런 창업가와 스타트업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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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블로그에 재발행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10월 27일 at 10:06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