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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슈미트의 혁신 이야기
오늘자 워싱턴포스트에 Google CEO 에릭 슈미트가 “Erasing our innovation deficit”(혁신결핍증 없애기)라는 제목의 컬럼을 썼다.
내가 이 인터넷업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CEO가 있다면 주저않고 에릭슈미트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카리스마와 천재성이 넘치지만 그만큼 괴팍하기도 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어떤 면에서는 신 같은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를 존경한다기보다는 두려워하는, 경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에릭슈미트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느껴지면서도 대단한 지식, 실력, 인품 등을 다 갖춘 최고의 CEO다. 현자다. 유튜브에 가면 그의 강연 동영상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있는데 들어보면 단순히 인터넷을 넘어서 구글의 프로덕트하나하나의 디테일부터 우리 사회에 대한 구석구석에 대한 그의 지식과 통찰력에 대해 찬탄을 금할 수가 없다. 도대체 모르는게 없다. 저렇게 바쁜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평소에 공부하면 저렇게 잘 알까.
예전에 구글에 있는 후배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구글직원들 모두가 에릭슈미트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감복하며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덕트매니저라면 에릭슈미트에게 직접 보고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그때 직접 이야기를 해보면 그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에 모두 감복한다는 것이다.
구글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페이지의 원대한 비전과 커다란 그릇이 구글을 만들었다. 하지만 에릭슈미트라는 걸출한 CEO를 파트너로 얻지 못했다면 결코 오늘의 구글이 있지 못했을 것이다.
에릭슈미트는 항상 혁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이 불황을 극복하고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늘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도 어떻게 하면 ‘혁신결핍증’을 미국이 극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대한민국보다는 휠씬 미국이 혁신이 많은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이 칼럼을 읽어보고 그의 혁신에 대한 생각과 혁신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간단히 소개해보고 싶었다. 다음은 컬럼에서 일부 인상적인 부분 발췌.
그가 생각하는 혁신은 이렇다.
More than ever, innovation is disruptive and messy. It can’t be controlled or predicted. The only way to ensure it can flourish is to create the best possible environment — and then get out of the way. It’s a question of learning to live with a mess.
요즘 세상에는 갈수록 혁신은 파괴적이며 엉망진창이다. 혁신은 통제할 수 없으며 예측할 수도 없다. 혁신이 마음껏 일어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주고 절대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난장판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즉, 정부가 혁신을 만들겠다고 억지로 예산을 투입해봐야 소용없다.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5가지를 이야기한다.
First, start-ups and smaller businesses must be able to compete on equal terms with their larger rivals.
첫번째로 스타트업과 작은 회사들은 더 큰 규모의 라이벌회사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혜택을 주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공평하게만, 기존 강자들이 텃새를 부리지 않도록 경기장을 고르게 만들어주면 된다.
Second, encouraging risk-taking means tolerating failure — provided we learn from it.
두번째, Risk-taking이라는 것은 실패를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분야에서 리더가 되려면 그만큼 투자를 날릴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자. 성공률이 100%인 프로젝트가 있다고? 거기에는 혁신이 0%일 것이다. (Show me a program with a 100 percent success rate, and I’ll show you one with 0 percent innovation.)
Third, we need to invest more in our knowledge base.
세번째, 지식기반에 더 투자해야한다. 지식을 쌓도록 R&D에 세금혜택을 주자.
Fourth, information must become even more open and accessible.
네번째, 정보는 앞으로 더 개방되어야 하며 모든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지원 연구자료는 모두 공개해 ‘아이디어의 위키피디아’로서 창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Finally, we need to hang on to talented people.
마지막으로 인재를 붙잡아야 한다. 미국에 공부하러온 전세계의 인재들을 졸업하고 남아있도록 해야한다.
나는 위에서 특히 첫번째와 두번째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다.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평등하게 파트너로서 대하는 것.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갑-을-병-정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문화에서는 참 보기 어려운 일이다. 작은 벤처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가지고 골리앗과 같은 대기업을 무너뜨리는 스토리는 미국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극히 어려운 이야기다. 공정한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의 위험이 없는 혁신은 없다. 이것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또 너무나 쉽게 간과되고는 한다. 작은 실패를 통해서 진짜 성공, 혁신을 이뤄내는 법인데 모두들 항상 돌다리만 두드려보고 가려고 한다. 심지어는 돌다리를 두드리다 부숴버리기까지 한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모험보다는 수성에만 집중한다.
생각해보면 이미 구글안에 저런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평등하지만 혼란(Chaos)스러운 조직. 20%타임을 통해서 자유롭게 제안되는 새로운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평등하게 경쟁하는 사내 그룹들. 내부적으로 개방된 모든 정보, 지식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전세계에서 모인 천재적인 두뇌들….
위 5가지 혁신촉진의 방법은 대한민국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업계의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보며
일요일 오후 힘들여 블로그기사를 하나 읽었다. 제목은 Google CEO Eric Schmidt On Newspapers & Journalism. 서치엔진전문의 유명블로거인 서치엔진랜드의 Danny Sullivan이 지난주에 가진 에릭슈미트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에릭슈미트가, 아니 구글이 지금 신문업계의 위기와 앞으로 저널리즘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수 있는 심도깊은 인터뷰다. 구글이 신문을 죽인 언론계의 공적, 뱀파이어로 일부언론인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생각은 아주 중요하다.
읽으면서 감탄했다. 평생을 IT, 인터넷업계에 몸바친 그가 어떻게 이렇게 정리된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고백한다. 나는 원래 에릭슈미트팬이다) 그는 죽어가는 신문을 위한 정부보조금 등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며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어떻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Investigative Journalism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특히 미국의 로컬저널리즘의 역할을 이야기하며 기존의 신문들이 없어지면 누가 City Hall에 나가서 부패를 감시할 것인가를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Politico나 Techcrunch같은 새로운 언론브랜드의 대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니설리번의 이야기처럼 미신문협회가 그를 “신문업계의 대변인”으로 삼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글들을 보면 참 미국은 신문의 미래-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이 오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글들이 정말 많아 읽기에 바쁘다.
지난 9월말에는 NYU교수로 ‘Here Comes Everybody’라는 명저로 유명한 Clay Shirky가 하버드케네디스쿨에서 강연을 가졌다. 하버드의 Nieman Journalism Lab은 Clay Shirky:Let a thousand flowers bloom to replace newspapers; don’t build a paywall around a public good라는 장문의 포스팅을 올렸다. 고맙게도 클레이교수의 강연을 Transcript로 전문 제공하고 현장을 녹음한 MP3까지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너무 길어서 나중에 들어야지 하고 일단 포기) 클레이의 이야기는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탐사보도를 근원으로 하는 Accountability Journalism은 끝장났다는 이야기인듯 싶은데(아직 완독을 못했음) 여기에 대해서도 수많은 블로그와 댓글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하버드는 고맙게도 며칠전에 클레이교수의 강연을 Youtube에까지 올려주었다. 클레이의 발음과 억양은 좀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역시 오디오보다는 영상을 통해서 보는 것이 낫다. 나중에 천천히 시간날때 볼 생각이다.
미국신문산업의 위기는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금융위기가 없었더라도 비즈니스모델의 붕괴로 힘들었을 상황인데 …. 지난 2003년에 한 미국명문대 저널리즘스쿨에서 미국 언론인들과 1년 연수를 했던 선배가 있다. 그 선배이야기가 “지금 다시 미국에 와서 보니까 당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의 절반이 실업자가 됐다”라고 한다.
아래 비디오는 현장의 절박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올 2월에 문을 닫은 록키마운틴뉴스의 Final Edition 비디오다. 불과 두달이면 150년 역사를 채우는 신문사가 149년 311일째에 마지막 신문을 찍는 가슴아픔이 절절히 전해져오는 동영상이다. (회사가 문닫는 상황에서 어찌 이렇게 멋진 기록을 남겼는지 감탄스러울 뿐이다)
영어의 압박이 있지만… 참 생각해볼 내용을 많이 제공하는 비디오다.
또하나 미국신문업계의 위기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그래픽을 만났다.
Mint.com이 만든 The Death of the Newspaper라는 Infographic이다.
Budget help from Mint.com
저널리즘의 미래를 놓고 치열하게 생산되는 이런 다양한 콘텐츠를 매일 보면서 한국의 언론계는 과연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좀더 많은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 온라인저널리즘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미국의 미디어업계를 보면서 강건너 불처럼 생각하지 말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트위터로 가끔씩 단편적으로 던지던 얘기를 조금 길게 끄적거려봤다. 저널리즘의 변화에 대해 한국발로도 더많은 현장의 목소리와 고민을 들을 수 있기를….
사족: 에릭슈미트는 지금도 2개의 종이신문을 구독하며 매일 읽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신문이 무엇인가는 인터뷰의 유일한 ‘Off the record’로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ㅎㅎ 난 뭔지 알 것 같다. NYT와 WSJ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