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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텐벤처스 안세민 매니징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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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라쿠텐벤처스 안세민 매니징파트너를 모시고 런치클럽을 가졌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안파트너가 한국에 온다고 연락이 와서 오는 김에 라쿠텐벤처스를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좀 설명을 해주고 가시면 어떠냐고 제안한 것인데 흔쾌히 승락해준 것이다. 안파트너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아쉽게도 녹음해두거나 메모해 두지를 못했는데 기억나는대로 적어둔다.

우선 라쿠텐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97년 일본에서 미키타니 코지 회장이 창업한 라쿠텐은 일본의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인터넷 1세대 벤처라고 보면 된다. 라쿠텐이치바(시장)이라는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성장했으며 이제는 금융, 마케팅에 이동통신사업까지 진출하는 인터넷 그룹이라고 보면 된다. 2018년 매출이 처음으로 1조엔(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프로야구구단도 소유하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중 하나다. 시가총액은 약 12조원대다.

라쿠텐벤처스는 그 라쿠텐그룹의 벤처캐피탈이다. 약 2억불의 글로벌펀드와 8천9백만불의 일본펀드를 가지고 2013년부터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는 17개다.

미국, 싱가포르,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스타트업까지 투자영역을 넓히고 있다. 투자회사중에 인도네시아의 고젝이 유니콘회사다. 라쿠텐은 이밖에 호창성, 문지원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비키를 2013년에 2억불에 인수했으며, 이스라엘의 모바일메신저 바이버를 2014년에 9억불에 인수한 바 있다. 그리고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에 투자해 지분 약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핀터레스트에도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만큼은 안되지만 스타트업투자로도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안세민파트너는 이런 딜에 대부분 다 관여했으며 상당수 투자 회사에 보드멤버로 참가하고 있다. 도대체 젊은 한국인이 어떻게 일본 인터넷기업의 투자를 총괄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일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싱가포르에서… 게다가 라쿠텐벤처스 투자팀 5명중 무려 3명이 한국인이다. 일본인은 한 명도 없다.

안파트너는 2007년 서강대를 졸업했다. 신문방송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문과생이다. 어릴 적에 외교관인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와 폴란드에서 살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현대카드에서 브랜드매니저로 일년여동안 일했다. 그리고 2008년에 구글코리아로 이직할 기회를 잡게 된다.

구글에서 애드센스매니저로 시작했다. 그리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신나게 일했다. 그러다가 구글 싱가포르로 옮길 기회를 얻었다. 프로덕트에서 파트너쉽개발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었다. 2013년에 구글이 너무 커진 것 같아서 또 다른 기회를 찾다가 라쿠텐과 인터뷰하게 된다.

“어차피 라쿠텐에 꼭 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어서 편하게 하고 싶은 말 썰을 다 풀었습니다. 그런데 합격이 되고 들어가서 나중에 보니 제가 한 말이 대부분 그대로 들어 맞았어요. 그러면서 승진을 하게 된 것이죠.”

미키타니 회장의 눈에 든 그는 VC경험이 하나도 없이 투자를 맡게 됐다. 게다가 그는 일본말도 잘 못한다. “야쿠자 영화를 좋아해서 저는 좀 이상한 일본어를 합니다. 라쿠텐은 영어가 공용어인 회사기 때문에 일본말을 못해도 전혀 일하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특히 엔지니어의 80%가 외국인입니다.” (라쿠텐의 직원수는 1만2천명이다.)

안파트너는 일년에 한달이상을 일본에서, 또 한달이상을 미국에서 그리고 나머지를 싱가포르에서 보낸다. 라쿠텐벤처스의 다른 2명의 멤버는 싱가포르에 그와 같이 있고 한국인 멤버 둘은 도쿄에 있다. 왜 싱가포르에 있냐고 물어봤다.

“싱가포르에 있으면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전세계에 투자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자리잡고 있으면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미키타니회장과는 비디오채팅을 많이 합니다.”

투자팀에 어떻게 한국인이 3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역시 한국인이 제일 같이 일하기 좋습니다. 뛰어납니다. 회사에서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습니다.”

어떻게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는지 물었다. “레퍼럴(소개)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투자할 영역을 열심히 리서치합니다. 그냥 구글링을 합니다. 어떤 분야가 중요하고 뜰 것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파면서 좋은 회사를 찾아냅니다. 그런 다음에 우리가 먼저 연락해서 투자합니다. 그런 식으로 인도네시아의 고젝을 찾아내서 초기에 투자했습니다.” 라쿠텐은 고젝에 2016년 4월에 투자했다. 고젝의 지금 기업가치는 거의 10조원이다. 

모바일 메신저 바이버의 경우는 괜찮아서 미키타니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했는데 너무 잘 설득했는지 덜컥 거의 1조원을 주고 2014년 2월 인수를 해버렸다. 그래서 일본인 경영진에게 “미친 한국인에게 넘어가 회장이 너무 비싸게 샀다”는 비판을 들었는데 다행히 그해 10월에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21조원이나 주고 사는 바람에 잘 넘어갔다. 유저당 인수금액을 따져보면 휠씬 싸게 샀다는 것이다. 바이버는 지금도 러시아 등 발틱 국가에서 잘 된다고 한다.

한국스타트업에는 센드애니웨어라는 파일전송기술을 가진 이스트몹에 유일하게 투자했다. 뛰어난 파일전송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찾아서 메일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한국회사였더라는 것이다.

한국스타트업에도 많이 투자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냥 아무 회사나 좋으면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투자하고 싶은 영역이 굉장히 구체적이다. 인공지능 회사, 모빌리티 회사, 이런 것이 아니고 특정한 문제를 풀어주는 회사를 찾는다. 한국의 개발자수준은 굉장히 뛰어나서 기대가 된다고 한다. (하이퍼커넥트 칭찬을 상당히 했다.)

그 정도로 큰 회사면 회장님이나 사업부에서 지시하거나 요청하는 것을 실행하느라 바쁠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상당히 독립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몇년전 안세민님을 처음 만났을 때 “아니 어떻게 이렇게 젊은 한국사람이 라쿠텐의 투자부문을 이끌고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 의문이 많이 풀렸다. 능력만 있으면 거침없이 국적을 초월해 과감히 인재를 등용하는 미키타니회장의 용인술이 새삼 감탄스럽게 느껴진다. 이상 생각나는대로 메모. 세민님 감사합니다!

Written by estima7

2018년 12월 15일 at 4:30 pm

싱가포르와 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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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세계전기통신연합(ITU)이 개최한 ‘아시아 디지털사회정책 포럼’ 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인데 항공료, 숙박비 등도 모두 ITU에서 부담해줬다. 덕분에 동남아시아 정부관련인사들에게 한국스타트업생태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싱가포르와 태국의 스타트업동네도 잠시나마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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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여한 세션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의 보니는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국 소속 공무원인데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최문기 전미래부장관의 제자라고.

정확히 2년전 싱가포르를 방문한뒤 다시 처음 동남아시아권에 간 것인데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스타트업 바람이 동남아시아에서도 예외 없이 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년전과 비교해 크게 확장된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단지

포럼 참석 전에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싱가포르도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앞장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 기업 유치를 위한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유망 스타트업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해외 스타트업 기업들의 아시아 지사를 유치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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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방문했을때 찍은 블록71 건물 빌딩.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 ‘블록71’이다. 블록71은 싱가포르국립대 인근에 자리한 스타트업 단지다. 2년 전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구로공단처럼 보이는 허름한 공장형 건물에 수많은 스타트업 관련 지원기관이 모여 있었다. 2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 다시 가 봤더니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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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71 스타트업단지가 확장되고 있는 모습. 79, 73 건물은 이제 모두 오픈했고 그 옆에 휠씬 더 큰 빌딩을 건설중이다. 사진 출처 TechinAsia.

우선 스타트업 건물이 블록79와 블록73 건물들로 확장됐다. 예전에는 근처에 커피숍이나 식당도 찾기 힘들 정도로 외진 장소였지만 지금은 이 건물들 사이에 거대한 식당가와 공연장까지 들어서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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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건물이 블록 7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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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79뒤에는 거대한 후드코트와 공연장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밤낮으로 모여든다.

새로 생긴 블록79 건물 3층에는 싱가포르 최대의 협업 공간(코워킹 스페이스)인 배쉬(Bash)가 자리잡고 있었다. BASH는 Building Amazing Startup Here의 약자라고.
싱가포르 정보통신부(IDA) 주도로 지난해 2월 문을 연 700평이 넘는 공간에는 스타트업부트캠프핀테크, 플러그앤플레이, 핀랩 등 수많은 해외 액셀러레이터(육성업체)들이 들어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마침 스타트업부트캠프핀테크가 10팀의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을 선발, 3달간의 집중 양성과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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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부트캠프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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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쉬의 브루어리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배쉬의 브루어리(맥주양조장)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는 수시로 다양한 스타트업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건물 각 층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벤처투자회사들이 들어차 있었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를 능가하는 활기와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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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빌딩 입구마다 각종 행사와 구인광고 등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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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존 빌딩들옆에 더 넓은 부지에 제2 단계 빌딩이 건설되고 있다.

동남아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랩과 우버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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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는 스마트폰 교통 혁명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말레이시아 출신 스타트업으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Grab)이 약진 중이었다. 2011년 말레이시아에서 스마트폰용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로 출발한 그랩은 우버의 대항마로 성장하고 있다.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한 그랩은 이제는 ‘우버X’처럼 개인이 보유한 차량을 이용해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출퇴근 시 운전자가 같은 방향의 동승자를 저렴한 가격에 태워주는 ‘그랩히치’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싱가포르정부가 그랩이나 우버를 규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현지에 계신 분에게 했다. 그랬더니 택시 등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어서 그랩, 우버 등을 정부가 묵인하고 있는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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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쿠알라룸푸르, 페낭 등 말레이시아 9개 도시에서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지금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은 그랩은 싱가포르 곳곳에서 거대한 광고판을 통해 공세를 펼치고 있고,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까지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우버와 그랩은 동남아 각국에서 현지 상황에 맞는 ‘우버모토’ ‘그랩바이크’ 등 독특한 서비스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서비스들은 동남아시아 도시들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차량 대신 오토바이를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는 서비스다. (방콕에서 한번 써보려고 용감하게 우버모토를 신청했는데 호출한 오토바이가 결국 오지 않아서 써보질 못한 것이 유감이다.)
그랩은 최근 싱가포르에 200명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우버도 싱가포르에 250여명이 근무하는 동남아시아 본사를 개설하고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구글의 싱가포르 거점에는 3천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정부의 지원을 받아 대폭 늘리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기업을 유치하는데 있어서 싱가포르정부의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 타일랜드’로 변신하는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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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문한 시기에 스타트업 타일랜드 행사가 열렸다. 미래부 최양희장관도 참석했다.

태국도 최근 ‘스타트업 타일랜드’를 선언했다. 정부가 5억7천만달러(약 6천500억원)의 창업펀드를 조성, 2년 내 태국의 스타트업 기업을 1만개까지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태국 부총리를 포함한 정부 사절단은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돌아보고 갔다.
태국의 디지털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급격하게 이용자가 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보면 가늠해볼 수 있다. 태국의 이동통신업체 DTAC의 앤드류 크발세스 최고전략책임자는 “태국의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라인과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100%”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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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DTAC CSO의 발표중 한 슬라이드. 태국인들이 하루에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평균 7시간에 이르고 그중 라인이나 페이스북을 쓰는 비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고. 스마트폰 중독에 있어 세계최고 수준인 듯 싶다.

지난해 9월 기준 태국 인구 6,700만명 가운데 3,700만명이 매달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의 월간 페이스북 이용자 수 1,600만명의 두 배가 넘는다.) 라인의 태국이용자수는 3,300만이다. 태국인들의 페이스북 평균 이용 시간도 하루 2시간35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페이스북과 라인은 모두 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태국 정부가 나서 스타트업 육성 계획인 스타트업 타일랜드를 선언한 배경이 수긍이 간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열심히 쓰는 국민들이 있는데 해외서비스만 쓰니까 아쉽다는 것이다. 토종 태국스타트업이 만든 모바일서비스가 나와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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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스타트업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태국의 첫 번째 스타트업 협업 공간 ‘허바’(Hubba)다. 일반 주택을 개조해 만든 아담한 공간에 수십 명의 창업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었다. 이곳을 이용하는 태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5 대 5다. 일본 벤처투자업체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는 아예 이 곳에 태국지사 사무실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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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바 2층에 있는 태국 스타트업 스토리로그. 맨 오른쪽이 CEO 피포다.

이 곳에 둥지를 튼 태국 스타트업 ‘스토리로그’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이야기를 올리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자 피포는 전세계 스타트업 업계에서 경전처럼 꼽히는 ‘린스타트업’을 읽고 자극을 받아 스토리로그를 시작했다. 그는 통신업체들이 개최하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나중에 합격해 초기 투자 자금도 받고 멘토도 소개받았다. 현재 스토리로그는 매달 50만명 이상이 이용한다. 이제 초기 투자를 받은 것을 넘어서 휠씬 더 큰 스타트업에서 추가투자를 받아서 시리즈A단계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의 창업과 성장스토리는 여느 한국스타트업창업자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남아서 큰 존재감 없는 우리 기업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투자를 시작했지만 놀랄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그랩 같은 교통혁신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핀테크 서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ITU행사에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던 세션은 의외로 핀테크세션이었다. 질문이 끝도 없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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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전역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해가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이통사 Axiata의 발표에서 인상적으로 본 슬라이드다. 크레디트카드는 물론 은행계좌조차 없는 동남아국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장차 금융의 중심이 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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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웨이브머니 홈페이지. 노르웨이 이통사인 텔레노어와 미얀마 요마은행의 모바일머니 조인트벤처다.

ITU포럼에 참석한 브래드 존스 ‘웨이브머니’ 최고경영자는 “금융 인프라가 낙후돼 국민의 절반 가량이 신용카드도 없고 은행계좌조차 없는 미얀마에서도 최근 모바일 머니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며 핀테크 스타트업이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단면을 보여줬다.
중국과 일본의 자본과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은 이를 보고만 있지 않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동남아의 디지털 경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최근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으로 통하는 온라인쇼핑몰 ‘라자다’를 약 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유럽 통신업체와 호주 은행들도 동남아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영역에서 우리 기업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라인을 한국회사라고 여긴다면 라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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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열린 라인 타일랜드 미디어데이 행사 모습. 사진출처 라인.

싱가포르와 태국 방콕 곳곳에 있는 일본계 백화점과 일본대기업들의 광고를 보며 일본자본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도 여전히 실감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정부와 스타트업들은 앞서있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교류하며 경험을 배울 수 있길 갈망한다. 아직 비어있는 영역이 많은 동남아시아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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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보완하고 사진을 더 집어넣어서 포스팅.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5일 at 9:13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