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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애플의 저자 애덤 라신스키인터뷰

샌프란시스코시내 엠바카데로센터빌딩에 있는 Time Inc 샌프란시스코지국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애덤 라신스키. 그의 방은 기자답게 조금 정신없는 모습. 그가 평상시 기자작성을 위해 쓰는 컴퓨터는 PC였고 폰은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얼마전까지 블랙베리를 썼었다고)
다음은 2012년 3월23일자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실린 인사이드애플의 저자 애덤 라신스키의 인터뷰. 마침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길에 시간을 잡아 1시간동안 그의 사무실에서 이야기했다. 그의 자신의 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 꽤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다. 애플이 정말 취재하기 어려운 회사이긴 했지만 그의 십수년간의 실리콘밸리인맥을 총동원해 발로 뛰어서 쓴 책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을 차례로 꺼내놓는 것을 보더니 “애플팬이라는 것을 과시하려고 하느냐”며 “나는 사실 원래 애플팬이 아니다. 이런 내가 지금은 서서히 애플제품을 구입하고 있다는 자체가 애플이 대단한 기업이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Update : 드디어 출간된 ‘인사이드애플'(청림출판)- YES24 구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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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Jobs)는 애플이 대기업병(病)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기업이 규모가 커지고 안주하면서 관료화되고 혁신의 싹이 죽어버리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DNA를 애플 조직에 심어놓았습니다.”
올 1월 말 ‘인사이드 애플(Inside Apple)’을 출간한 애덤 라신스키(45·Lashinski) 포천(Fortune)지 선임기자(Senior Editor at Large)의 지적이다. 라신스키는 애플의 경영에 대해서 외부에서 가장 깊숙하게 탐구한 미국 저널리스트이다. 애플은 일반인은 물론 취재진과 학계(경영대학원 교수 등 포함)에도 방문 취재나 개별 인터뷰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비밀주의’를 고수한다. 그래서 애플이 세계 최대 기업으로서 글로벌 산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 반해서 애플 내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런 마당에 그가 쓴 ‘인사이드 애플’은 애플의 최고위층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40여명의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직접 인터뷰로 ‘애플이 어떻게 움직이고,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기업문화는 어떠한지’에 대해 생생한 육성(肉聲)을 통해 사상 처음 입체적으로 심층 취재한 분석서로 평가받는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애플은 규율이 제대로 서있고(disciplined), 비즈니스에 밝으며(business like), 제품에 집중(product focused)돼 있는 조직입니다. 단순함을 숭상하며 목표를 향해 아주 근면하게 일하는 조직이지요. 애플은 효율성이 높으며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조직입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쫓기보다는 일단 주어진 과업을 완료하는 데 집중합니다. ”
산호세머큐리뉴스, TheStreet.com을 거쳐 2001년부터 경제 전문지인 포천지(誌)에서 IT업계를 취재하고 있는 전문 저널리스트인 라신스키는 실리콘밸리 유명 기업의 거의 모든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15년여 동안 비즈니스 세계는 애플이 진정으로 대기업병으로 인한 죽음의 올가미를 피하는 방법을 찾았는지,아니면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시기가 다시는 볼 수 없는 한 특별한 천재의 활약에 인한 황금과 같은 예외의 시기였는지 드라마를 보게 될 것”이라며 “만약 전자(前者)가 사실이라면 애플은 거의 모든 비즈니스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부터 먼저 묻겠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상태에서 애플이 현재와 같은 전성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애플은 지난 15년간 현대 기업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성과를 보였지만 지금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15년간 이런 성과를 계속 보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팀 쿡에게 그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애플에는 아직도 많은 뛰어난 장점이 있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가 그동안 애플에 가르치고 심어 왔던 것이다. 팀 쿡과 경영진은 그의 가르침을 잘 배웠다. 그들은 아직도 많은 일들을 대단히 잘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의문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명의 천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훌륭한 결정을 내려온 프로세스를 복제(複製)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향후 몇년간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무엇일지는 모르겠다. ”
―그렇더라도 애플은 지금 같은 기세를 몇년간 이어갈 것으로 보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의 문화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문화는 대단히 천천히 변한다. 기업의 문화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나는 일본 소니(Sony)의 문화는 좀 알고 있다.(그는 일본 경제 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에서 1년 동안 일했다) 소니의 문화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 문화는 좋은 영향을 끼쳤고 그 이후 오랫동안에는 나쁜 영향도 끼쳤다. 애플의 문화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그 문화 속에서 계속 성공을 유지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에서는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내 생각에 디자인은 앞으로도 계속 엄청나게 애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 디자인이 계속 좋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은 앞으로도 계속 애플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것이 애플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인가?
“약점이라기보다는 도전(Challenge)이라고 해두자. 이제는 애플의 커진 덩치가 도전으로 다가온다. 예전의 애플은 이렇게 큰 회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제품군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은 상대적으로 작은 제품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예전과 비교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포커스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애플은 개인 유저 경험을 제공하는 데는 강하지만 여러 명의 유저 경험을 제공하는 데는 취약하다. 나와 내 아내는 아이튠스, 아이포토 계정을 공유(共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역사적으로 애플은 다른 회사만큼 소셜미디어를 잘 다루지 못했다. 이것은 그들의 DNA에 속해있지 않다. 인터넷 분야에도 약하다고 할 수 있다.”
―팀 쿡이 애플 CEO를 오래할 것으로 예상하나?
“그가 얼마나 CEO를 오래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그에게는 CEO로서 오래 재직할 만한 충분한 금전적 인센티브가 있다. 또 지금의 제품 라인업은 최소한 18개월간은 그대로 호조를 유지할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도 길면 3년 동안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회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 책에 따르면 애플은 직원들끼리도 담을 쌓고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한다. 통상적으로 직원 간 활발한 소통과 정보 공유를 강조하는 기업문화나 경영학 이론과는 반대된다. 이런 구조에서 애플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Mahatir) 전 총리는 ‘미국 스타일의 민주주의가 현대 국가를 통치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피터 드러커의 투명한 경영이론 역시 현대 기업을 경영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애플은 기업을 경영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비밀주의가 올바른 길인지는 모르겠다. 투명성이 결여된 경영이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당신과 앉아 있는 지금 애플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왔다.”
그는 또 “지난 30년간의 트렌드는 경영의 글로벌화였는데도 애플은 구식(舊式)의 본사 중심 회사다. 모든 중요한 일은 쿠퍼티노에 있는 본사에서 행해진다. 비디오 화상회의를 갖기보다는 직접 대면(對面)회의를 선호한다. 이것이 맞는 방식인가? 난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애플의 방식이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위원회가 없는 구조, 한 사람의 직원이 특정 업무를 책임지고 진행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며, 다른 기업들은 왜 이렇게 못하나?
“회사는 법적(法的)인 개체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주주의 자산을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책임을 나눠갖는 것이다. 이것은 수비적인 자세다. 애플은 공격적으로 조직이 짜여 있다. 애플은 공격하기를 좋아하는 회사다. 수비하지 않는다. 공격에 들어갈 때는 누가 공격하는지를 확실히 정해줘야 한다. 수비를 한다고 하면 그 책임을 나눠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애플의 문화이다. DRI(Directly Responsible Person·직접책임자)라는 표현은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하기 전부터 애플에 있었다. 그가 발명한 것은 아니다.”
―제품 발표에 관한 한 애플의 비밀주의가 앞으로도 고수될 수 있을까?
“애플이 지금 같은 비밀주의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스티브 잡스가 없다. 그는 비밀을 단속하는 데 있어 강력한 ‘1인 기관’ 같은 위치였다. 팀 쿡은 잡스 같은 성격과 인맥을 갖고 있지 않다. 문제는 애플의 사이즈다. 이제는 너무 커져 버려서 그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쉬워졌다. 예전에 몸집이 작고 사람들의 관심이 적을 때는 비밀을 유지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10년, 15년 전에는 애플 팬만이 애플을 주목했다. 이제는 모든 이들이 애플을 주목한다. 제품 개발에 관한 비밀이 중국 등에서 새어나간다. 물론 그런 비밀 누설을 완벽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직 애플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애플 재직 시절을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회사가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행복하지 않은데도 왜 애플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느냐는 질문인가? 애플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다. 내 생각에 중요한 질문은 그들에게 있어 일이 재미있느냐(Having fun)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 꼭 재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 이외에도 일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것도, 환상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도, 당신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는 것도 만족스러운 일이다. 애플 직원들은 누구나 ‘미션’을 성취하기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 어떤 곳에 가서 주위를 둘러봤을 때 모두 자신이 만드는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만큼 짜릿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는 된다.”
라신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 직원들은 자랑스러운 일을 성취하기 위해 일하는 이유가 강하다. 그들은 훌륭한 제품을 만들 일을 생각하지 이것으로 돈을 얼마나 벌 것인가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애플은 10개 미만의 제품으로 연간 100조원이 넘는 매출을 낸다. 또 거대 조직이지만 내부 문화는 벤처기업을 닮았다. 어떻게 이게 애플에서 가능한가?
“애플은 회사 전체가 스타트업(startup·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 인위적으로 스타트업의 환경을 사내에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그들이 선택적으로 필요할 때 이런 문화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제품 개발을 제외한 부품 공급망, 재무 부서 등 다른 부서들은 여느 미국의 대기업처럼 돌아간다. 다만 훨씬 효율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이긴 하지만 대기업이다.”
―삼성·LG 같은 한국 IT 기업들은 애플의 어떤 점을 벤치마킹해야 할까?
“한국 기업이나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 질문에 잘 대답할 수가 없다. 다만 애플이 모든 기업에 주는 교훈은 있는 것 같다. 우선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브랜드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고민하고 그것을 항상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가. 파트너는 우리 브랜드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것, 이런 것이 애플이 아주 잘하는 것이다. 또 우리 임직원들은 회사의 미션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는가. 회사가 잘못되거나 필요없는 프로젝트에 내부적으로 ‘아니오’라고 하는가. 훌륭한 아이디어에 ‘아니오’를 이야기하면서 꼭 필요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는가. 이런 것은 문화, 지역에 상관없이 중요한 포인트다.”
―애플은 새로운 건물 안에 직원들끼리 우연한 만남을 조장하고 있다. 잡스 역시 서로 다른 종류의 문화가 뒤섞이는 것을 강조한 적이 있다. 이런 모순이 애플 안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가?
“많은 사람들이 픽사와 애플의 문화 차이에 대해서 내게 묻는다. 픽사에서는 우연한 만남을 강조한다. 하지만 애플은 다르다. 애플은 직원끼리의 우연한 만남을 강조하는 문화가 아니고 만나도 정보를 교환하게 놔두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픽사를 매일매일 경영한 일이 없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서 챙겼을 뿐 픽사는 에드 캣멀과 존 라세터의 회사였을 뿐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회사다. 그래서 문화가 다르다.”
굿바이, 스티브 잡스.
갑작스러운 스티브 잡스의 서거를 접하고 블로그에 뭔가 남겨야 할 것 같아 우선 그의 죽음을 전하는 신문들의 1면을 소개.
다가오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그처럼 면밀하게 사후를 준비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팀 쿡을 후계자로 양성해 세계최고 가치의 회사를 원만하게 물려주고 퇴진, 자신의 전기출판을 마무리하고(10월25일출간예정), 그리고 애플의 새로운 보금자리청사진을 그리고…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을텐데도 모든 일에 솔선수범해서 마지막까지 자신이 직접 다 마무리하고 사라진 외계인 같은 사람….
Rest In Peace
내가 그동안 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썼었던 블로그 포스팅 목록.
빅 곤도투라의 스티브 잡스와의 일화 잡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일화. 스티브 잡스가 황야에서 배운 것(NYT) 망나니같았던 잡스가 넥스트컴퓨터시대를 통해 어떻게 리더쉽을 키워왔는지 보여주는 기사. 애플의 인상적인 광고 2제 가슴 뭉클한 광고. 1984, Think Different 광고 이야기. Run by ideas, not hierarchy 스티브 잡스의 리더쉽에 대한 생각. 7년전의 맥월드취재기를 읽고 든 단상 2003년 맥월드 키노트행사에서 잡스를 실제로 처음보고 썼던 글.
Run by ideas, not hierarchy
흔히들 잡스를 신경질적으로 디테일에 집착하는 마이크로매니저, 부하를 괴롭히는 폭군으로 묘사하는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소개했던 구글 빅 곤도투라의 잡스와의 일화에서도 “일요일날까지도 부하를 괴롭히는 최악의 보스”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도저히 그런 식으로 회사를 경영해서는 애플같은 회사를 키워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애플이 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위대한 제품을 만들어낸 세계최대 가치의 회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편집광적인 리더가 이끄는 회사는 단기적인 성공을 거둘지는 모르지만 결국 인재들이 떠나가며 오래지 않아 붕괴하기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무리 인류가 낳은 천재라고 해도 그도 결국 한명의 인간일 뿐이다. 4만명 직원이 있는 회사를 독불장군이자 마이크로매니저 혼자서 이끌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시 토목공사만 하는 건설회사라면 또 모르겠는데 애플은 창의력이 핵심역량인 IT회사다.
그렇지만 가끔씩 흘러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디테일에 대한 병적인 집착 관련한 에피소드는 그의 리더쉽에 대한 오해를 더욱 깊게 할 뿐이었다. 애플의 임원들과 직원들은 모두 스티브 잡스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꼭두각시들일까? 분명히 그의 리더쉽에는 뭔가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평소에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갈까? 그런 궁금증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궁금증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얻은 것이 지난해의 D8컨퍼런스다. WSJ의 베테랑기자 월트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도 평소에 잡스가 애플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의문이었던 것 같다. 이 대담에서 그들은 아주 작심을 하고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그리고 잡스의 답변을 들어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이 대화에서 그의 리더쉽의 일단을 엿볼 수 있기에 한번 옮겨봤다.(위 동영상 처음부분부터 3분40초부분까지의 이야기다. 아래 스크립트에서는 생략하고 어설프게 번역한 부분이 많기에 꼭 직접 동영상을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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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a: “What do you do all day?”(당신은 하루종일 무엇을 하면서 보냅니까?)
Jobs: “I have one of the best jobs in the world. I get to hang out with some of the most talented, committed people around and together we get to play in this sandbox and build these cool products….(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가장 재능이 넘치며 열정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저런 실험을 합니다. 그리고 멋진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Mossberg : What is your personal role? (개인적으로 애플에서 맡고 있는 롤이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합니다. 정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Jobs : Apple is an incredibly collaborative company. You know how many committees we have at Apple? Zero. We’re organized like a start-up. We’re the biggest start-up on the planet. And we all meet 3 hours once a week to discuss our business, everything we do…and there’s tremendous teamwork at the top and that filters down throughout the company.(애플은 놀라울 정도로 협업이 잘 되는 회사입니다. 애플에 위원회가 몇개있는지 아나요? 제로입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마치 스타트업처럼 조직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입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3시간씩 만나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토의합니다. 그리고 우리 임원진은 대단한 팀웍을 가지고 있고 그 팀웍이 회사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And teamwork is dependent on trusting the other folks with come through their part without watching them all time. That’s what we do really well.(팀웍은 각 분야를 맡고 있는 친구들을 감시하지 않고 잘 할 것이라고 믿고 맡기는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정말 잘하는 것입니다.)
Jobs: What I do all day is meet with teams of people and work on ideas and solve problems to make new products, to make new marketing programs, whatever it is. (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은 팀원들과 만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궁리해내거나 신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마케팅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등입니다.)
Mossberg: And are people willing to tell you you’re wrong? (그럼 직원들이 (잡스가 틀렸을때) 당신이 틀렸다고 기꺼이 발언을 하는지요?)
Jobs: (laughs) Yeah.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럼요.”)
Mossberg: I mean, other than snarky journalists, I mean people that work for… (내 말은, 짜증나는 기자들이 아닌, 당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Jobs: Oh, yeah, no we have wonderful arguments. (아, 물론이죠. 우리는 항상 멋진 논쟁을 벌입니다.)
Mossberg: And do you win them all? (그럼 당신이 항상 모든 논쟁을 이기겠지요?)
Jobs: Oh no I wish I did. No, you see you can’t. If you want to hire great people and have them stay working for you, you have to let them make a lot of decisions and you have to, you have to be run by ideas, not hierarchy. The best ideas have to win, otherwise good people don’t stay. (아닙니다. 내가 모든 논쟁을 다 이겼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만약 뛰어난 사람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당신을 위해서 계속 일하게 하고 싶다면 그들이 많은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회사의 계급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되며 아이디어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항상 논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들은 회사를 결국 떠나게 됩니다.)
Mossberg: But you must be more than a facilitator who runs meetings. You obviously contribute your own ideas. (하지만 잡스 당신은 단순히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 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자신의 아이디어로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Jobs: I contribute ideas, sure. Why would I be there if I didn’t? (물론 나도 내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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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요약하면 잡스의 리더쉽은 “Trust에 기반한 Teamwork”, “아이디어존중(You have to be run by ideas, not hierarchy)” 그리고 이런 권한이양(Empowerment)의 리더쉽을 통해 인재들을 끌어안는다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어떤 훌륭한 인재도 압도하는 그의 비전과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의 별명중 하나는 “Talent Magnet”이라고 한다. 물론 그의 이런 리더쉽이 젊은 시절부터 자연적으로 갖춰진 것은 아닐터이고 오랜 시간동안 시련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잡스가 황야에서 배운 것. 참고)
스티브 잡스가 황야에서 배운 것(NYT)
1985년에 만약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애플이 있었을까?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이 HP이사회가 마크 허드를 내보낸 것을 두고 NYT에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애플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쫓아낸 이래 가장 최악의 인사다“(the worst personnel decision since the idiots on the Apple board fired Steve Jobs many years ago.) –(Update : 일년이 지난 지금 이 악담은 현실화되고 있다. HP주가는 일년동안 거의 반토막이 났고 지금도 회사의 진로를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12년간의 넥스트컴퓨터와 픽사를 경영하는 외도기간이 없이, 그대로 애플창업자겸 회장으로 남아있었다면, 애플은 지금보다 더 위대한 회사가 됐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망하거나 다른 회사에 흡수합병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가정에서 2010년 10월 2일자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랜달 크로스의 “What Steve Jobs Learned in the wilderness“라는 글은 참 읽어볼만한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이 글에 따르면 애플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컴퓨터를 창업하고도 본인의 문제(독선)를 전혀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자신의 취향에 집착해서 아무도 사지 않을 지나치게 비싼 컴퓨터를 만드는데 열을 올리다 결국 하드웨어생산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당시 넥스트컴퓨터의 중역들이 회사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스티브잡스는 전혀 듣지 않았다. 92~93년 2년간 넥스트컴퓨터의 부사장 9명중 7명이 자의반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다.
Mr. Jobs’s lieutenants tried to warn him away from certain disaster, but he was not receptive. In 1992-93, seven of nine Next vice presidents were shown the door or left on their own. (잡스휘하의 간부들은 그에게 재앙으로부터 피할 것을 경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92년부터 93년까지 9명중 7명의 넥스트사 부사장이 해고되거나 아니면 자의로 회사를 떠났다.)
이처럼 이 글에서 당시 스티브 잡스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부하들에게 권한위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In this period, Mr. Jobs did not do much delegating. Almost every aspect of the machine — including the finish on interior screws — was his domain. The interior furnishings of Next’s offices, a stunning design showplace, were Mr. Jobs’s concern, too.(이 시기에 잡스는 그다지 부하들에게 권한위임을 하지 않았다. 컴퓨터에 있어서 거의 모든 부분-심지어는 내부의 나사못까지-그의 결정사항이었다. 사무실의 내부가구-인테리어(멋진 디자인전시장이었던)도 잡스만의 관심영역이었다.)
특히 중요한 비지니스파트너사의 중역들이 방문했는데 서서 기다리게 해놓고 잡스는 회사 조경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스프링쿨러헤드의 정확한 방향을 지시하느라 20분을 소비했다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그 답다.
According to one of them, while a delegation of visiting Businessland executives waited on the sidewalk, Mr. Jobs spent 20 minutes directing the landscaping crew on the exact placement of the sprinkler heads.(당시 한 간부의 이야기에 따르면 회사를 방문한 파트너사의 중역들을 옆에 서서 기다리게 한채 잡스는 20분간 회사 조경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스프링쿨러를 놓을 정확한 위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언제나 잘했던 것은 인재를 끌어모으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강력한 자석이나 되는 것처럼 그에게는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잡스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뿐 그 인재를 끌어안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애플을 떠나있던 12년간의 고행(?)에서 그는 자신의 결점을 고친듯 하다. 최근 애플의 내부 사정을 들어보면 임원진이 아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한다.
And he had always been able to attract great talent. What he hadn’t learned before returning to Apple, however, was the necessity of retaining it. He has now done so. One of the unremarked aspects of Apple’s recent story is the stability of the executive team — no curb filled with dumped managers.(잡스는 언제나 대단한 인재를 끌어모아왔다. 하지만 그가 애플로 복귀할때까지 배우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인재를 잡아두어야할 필요성이었다. 그는 지금은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애플의 성공신화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중 하나는 견고한 임원진이다. 예전처럼 버려진 매니저들은 보이지 않는다.)
즉, 스티브잡스는 리더진의 팀웍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고 나서 깨달은 듯 싶다. 그가 이런 자신의 결점을 고쳤기 때문에 오늘날의 애플이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런 성격을 완전히 다 고쳤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부하의 말을 듣는듯 싶다)
넥스트컴퓨터시절 스티브 잡스의 비즈니스파트너였던 케빈 컴톤은 애플로 복귀한 다음의 잡스를 이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He’s the same Steve in his passion for excellence, but a new Steve in his understanding of how to empower a large company to realize his vision.” Mr. Jobs had learned from Next not to try to do everything himself, Mr. Compton said. (“그는 최고를 추구하는 열정에 있어서는 똑같은 스티브다. 하지만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큰 조직을 움직이고 권한이양을 하는 방법을 깨달은 점에 있어서는 새로운 스티브기도 하다.” 넥스트에서의 경험을 통해 스티브는 모든 것을 자기가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케빈 컴톤)
랜달 크로스는 아래와 같이 글을 끝맺는다. 그의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니 위에 썼던대로 잡스가 이런 고난의 시간을 겪지 않고 애플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오늘날 애플컴퓨터는 사라졌을 수도 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스티브잡스의 독선과 오만때문에.
It took 12 dispiriting years, much bruising, and perspective gained from exile. If he had instead stayed at Apple, the transformation of Apple Computer into today’s far larger Apple Inc. might never have happened. (잡스가 이것을 깨닫는데 고난의 12년이 걸렸다. 만약 그가 애플에 그대로 남았다면 ‘애플컴퓨터’가 오늘날의 휠씬 거대한 ‘Apple Inc’로 변신하는 것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나도 내 결점을 깨닫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실행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 타고난 성격대로 살게 되어 있으니까.
10개월후의 Update : 잡스가 CEO에서 사임한 지금 2011년 8월말시점에서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다. 세계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의 정권교체(?)를 큰 잡음없이 이뤄낸 것도 잡스의 성숙한 리더쉽과 경영능력이 아닐까 싶다.
또 한가지 독불장군이었던 그가 이처럼 부하들을 배려하고 따라오게 만드는 리더쉽을 가지게 된 데는 안정적인 결혼생활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일본의 지인 유카와상이 쓴 스티브잡스에 대한 글에 이런 부분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친구가 스시레스토랑을 하는데 스티브 잡스가 그곳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스시집주인의 이야기다.
友人によると家族で食事にくるとジョブズは、まったく別人のように夫人に甘えるのだという。「奥さんはスティーブをまるで子供のように扱うんだよ」ー。世界を変革してきたCEOという外の顔とは、正反対の別の顔があるのだそうだ。(스시레스토랑을 하는 친구이야기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러 오는 잡스는 평상시와는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부인에게 아양을 떤다고 한다. “잡스부인은 그를 마치 어린애다루듯이 한다니까”(친구의 말). 세상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왔던 위대한 CEO라는 외부에 알려진 얼굴과는 정반대의 얼굴이 있는 듯 싶다.)
잡스는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초청강연을 하다가 만난 로렌 파웰과 1991년에 결혼해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두고 있다고 한다. 사랑스런 가족에 둘러싸인 안정된 가정생활이 독불장군이며 날카로왔던 그를 그나마 둥글게 둥글게 인간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일본서점에서 보는 IT트랜드
항상 일본에 가면 서점부터 들른다. 서점에 나온 책을 한바퀴 둘러보면 지금 일본인들이 어떤 것에 꽃혀있는지 약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제 호텔옆에 있는 항상 가는 서점에 잠깐 들렀다. 역시 아이폰이 대세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의 진열모습.
대부분 아이폰 활용가이드들. 오른쪽 위에 ‘아이폰의 본질, 안드로이드의 진가’, ‘처음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같은 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안드로이드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올라가는 단계.
가운데 보면 ‘트위터의 충격’ 등 트위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책들도 등장중. ‘클라우드컴퓨팅 업무방법’ 같은 클라우드컴퓨팅을 활용하자는 책도 나온다.
소프트뱅크가 입주한 건물에 있는 서점이라 그렇겠지만 손정의와 스티브잡스에 대한 책도 엄청 많다. 스티브잡스의 일하는 방법, 스티브잡스 신의 교섭력. 스티브잡스는 이미 신격화되어 있다.(신의 노하우를 훔쳐라!라는 서브타이틀까지^^) 손정의 사장도 손정의 전기, 손정의 어록, 소프트뱅크 ‘상식외’의 성공법칙 등 연구서가 많다.
맨아래 왼쪽 ‘아이폰어플로 주말창업'(4개월에 5천만엔을 번 사람도 있다!)라는 책 제목이 눈에 띈다.
또하나 인상깊게 본 것은 ‘선전회의’라는 잡지의 커버스토리. 선전회의는 광고업계 사람들을 위한 전문잡지.(이 잡지가 앞에 진열되어 있는 것은 옆 빌딩이 덴츠본사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 특집기사의 제목은 ‘기업과 소셜미디어의 관계'(부제 이름없는 개인의 발언력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살짝 들여다봤는데 트위터를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일본내의 영향력있는 트위테리언들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발언을 140자로 예쁘게 편집. 잡지편집자기 이미 상당히 깊게 소셜미디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요즘 일본 IT의 분위기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부터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만나면서 물어봐야지.
사족하나. 항상 한류관련 잡지 도서로 가득차있던 코너가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식객’ 책자밖에 안보인다. (아주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겉에 진열된 책중에서는…) 이젠 정말 한류가 많이 식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사람들 이야기 들어봐야 알겠지만.
7년전의 맥월드취재기를 읽고 든 단상
웹을 서핑하다가 제가 2003년에 썼던 이메일클럽 글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읽어보니 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 글을 쓴지 벌써 7년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많은 일들을 겪었네요.
한번 읽어보시죠. 읽고 나시면 제가 7년동안 겪은 변화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임정욱 기자의 맥월드 취재기
▶ 2003/1/10
안녕하세요. 임정욱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메일클럽 회원 여러분들과
만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취재현장에서 떠나있었습니다만 정말 오래간만에 해외 취재
출장을 나왔습니다. 저는 지금 맥월드 취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컨벤션센터에 와있습니다. 미디어센터 안입니다.
사실 저는 이번 맥월드 취재에 적합한 기자는 아닙니다. 맥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80년대 초반 애플II 호환기종으로 컴퓨터를 처음
접하긴 했지만 언제나 맥킨토시는 제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대였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윈도3.1이 나오기 이전인 90년대 초반까지 DOS환경에
익숙해 있던 당시로서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매킨토시는 그야말로
환상의 컴퓨터였습니다. 적어도 대부분의 국내 사용자에게는 말이지요.
사실 당시만해도 “아이콘을 클릭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자체가
명확하지 않던 때 였습니다. 당시 엘렉스라는 회사에서 독점 수입하는
맥은 정말 소수의 전문가만이 사용하는 컴퓨터로만 알았습니다.
가난한 학생으로서 그림의 떡으로만 여기던 맥을 가까이서 접한 것은
조선일보에 입사한 뒤 키드넷 캠페인을 하던 96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진짜 애플의 맥은 아니고 UMAX라는 대만 업체가 만든 클론 맥을 사용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미 윈도 95에 익숙해 있었던 탓인지 맥에 대한
신선한 감정은 많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급속히 발전하는
PC를 쫓아가기에도 벅찼고, 사실 모든 관심이 인터넷으로 집중되기
시작해 맥은 잊고 지냈습니다.
물론 97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며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이맥
Imac을 소개하며 부활의 노래를 불렀지만 그건 우리에게 먼 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했죠.
그런 제가 지금 맥월드 미디어센터에서 주위의 눈치를 보며 소니
바이오 노트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있는데 좀 과장하면 맥의 점유율이 90%이상입니다. 여기서 PC를 쓰고
있으면 핀잔을 듣기 일쑤라는군요.
각설하고 이번 맥월드에서 느낀 스티브 잡스와 애플컴퓨터, 그리고
맥에 관해서 느낀 점을 몇가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맥월드 기조연설
스티브잡스의 기조연설(Keynote speech)는 사실 처음 들어보는데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약 2시간동안 수천명의 청중을 휘어
잡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까만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섰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좀 늙어보이긴
하더군요.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선명하고 커다란 그래픽 화면과 힘있는 폰트의
커다란 글자를 적절히 섞어가며 진행됐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소개할 때는 필요한 부분의 그래픽을 화면
가득히 확대해 소개하고 기능 등을 구구절절 한 화면에 나열하지
않고 큰 글자로 한 구절 한 구절을 화면에 가득히 비추고 그 내용만을
힘주어 강조하는 식입니다. 최근 애플의 소식을 ‘Update’하면서
시작하고 아이라이프, 사파리 등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더니 마지막에는
새로운 17인치 파워북을 소개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한
아이템을 소개하고는 꼭 마지막에 그 제품의 특징을 간결하게 요약하고
지나가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간결하긴 하지만 힘있는 그의 스타일과 잘 조화되는 프리젠테이션
파일이 어떻게 제작됐는지 사실 그의 연설을 들으면서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MS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것 같지는 않고, 따로 그래픽 부서가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한 것인지 궁금했죠. 그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키노트’를 발표하면서죠.
파워포인트에 대응하는 키노트는 프리젠테이션에 관심이 많은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02년의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그가 베타버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실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자주 제작하는 요즘 비즈니스유저들에게
키노트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선 텍스트나
그래픽의 크기를 완전히 자유조절할 수 있고 앵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미지 라이브러리에는 그래픽에 강한 애플의 이미지를
충분히 살린 뛰어난 그래픽화면들이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클립아트가
아닌 진짜 사진으로 된 그래픽이 많습니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테마도 훌륭하며 슬라이드를 전환할 때 마다 화면을 360도 돌리는
등 3차원 입체효과기능도 뛰어납니다. 스티브 잡스는 “전문 그래픽
부서가 모두 매달려 밤새워 만든 것 같은 슬라이드를 누구라도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키노트 연설 참석자 전원에게
99불짜리 키노트소프트웨어를 즉석에서 선물,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다른 일반적인 IT업계의 CEO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세세한 부분을
스티브 잡스는 꼭꼭 챙기고 그런 모습에 장내를 가득 매운 청중(대부분
맥유저)들은 열렬히 호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맨 처음
소개한 제품이 애플의 MP3플레이어 IPOD를 장착할 수 있는 스노우보더용
재킷이었고 그런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너무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새로운 17인치 파워북의 경우 키보드가 주위 조명도를
자동으로 감지, 어두워지면 빛을 발하는 소위 쿨(COOL)한 기능이
들어있는데 잡스는 다른 것보다도 더욱 의기양양하게 이 기능을 소개했고,
맥 유저들은 좋아서 자지러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점을 보며 정말 애플의 모든 제품은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취향이
강하게 반영됐고, 맥유저들은 그 점 때문에 더욱 맥킨토시에 충성스러워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대단합니다. 스티브 잡스!
◆그래도 유지는 하는 맥월드
너나 할 것 없이 파리를 날리는 각종 IT전시회 중에 샌프란시스코
맥월드는 그래도 체면치레를 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맥월드는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연중
전시회중 최고의 참관객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약 8만명정도가
참가했고, 올해에도 비슷한 숫자가 참관할 것으로 전망하더군요.
컴덱스 등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맥월드 도쿄는 취소됐고
다른 지역의 맥월드 행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그래도 애플의 본거지 쿠퍼티노에 인접해 있고,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스피치 등이 관심을 끌어 체면치레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IT경기에 동요되지 않는(?) 맥유저들의 열성도 큰 힘입니다. 화요일
행사장에는 “I love 스티브 잡스” 피켓을 든 열성 여성팬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키노트 스피치를 보기위해 새벽 2시반부터 줄을 섰다고
합니다.
발표 내용을 키노트 스피치 전까지 철저히 함구하는 것도 애플 전략의
일부입니다. 바로 전날까지도 아이포드 2가 발표된다는등 잘못된
예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만큼 키노트스피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지요.
그래도 “그들만의 행사”가 되지 않도록 더욱 맥킨토시의 저변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맥의 한국에서의 위상
미국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다지만 한국에서의 맥의
위상은 사실 초라합니다.(제가 잘못 알고 있다면 죄송합니다.) 출판이나
그래픽 등 전문 직종에서의 맥사용을 제외하고 일반 사용자가 맥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미국 다음의 맥시장인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사실 이렇게 된 것은 고압적인 자세로 맥을 독점 수입해 왔던 엘렉스의
후유증이 큽니다. 워낙 맥이 비싸고 해서 일반사용자까지 저변 확대가
쉽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애플 코리아 지사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우선 맥킨토시가 훌륭한 컴퓨터긴 하지만 아직은 가격이 비쌉니다.
고성능이라고는 해도 국내 PC가격이 너무 낮아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PC와의 호환성 문제외에도 인터넷사용문제도 큰 문제입니다.
일부 인터넷뱅킹 사이트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맥킨토시가 지원
안되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리니지 등 인기 온라인게임의 매킨토시
버전이 전혀 나와 있지 않은 것도 젊은 층에 어필하기 어려운 요인중
하나입니다.
애플코리아측은 게임업체에 맥 버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지만
워낙 시장이 작아 업체쪽에서 난색을 표명한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사이에 급속히 성장한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MS쪽의 윈도OS하고만
프로토콜을 맞추며 앞질러 가버린 탓이죠.
저 개인적으로도 맥, 그중 파워북은 정말 탐나는 제품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몇 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또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이 되네요. 이번 맥월드에서 발표된
웹브라우저 사파리, 멀티미디어 편집 프로그램 아이라이프,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 키노트 등이 맥을 더욱 특별히 만들어주고 있긴 하지만
과연 애플이 윈텔제국의 아성에 얼마만큼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어쨌든 이번 출장에 애플의 MP3플레이어 iPod(PC용)는 꼭 하나 살
생각입니다. 20기가의 하드디스크로 최대 4000곡을 저장할 수 있다는
아이포드는 “COOL”하다는 영어표현이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샌프란시스코에서 임정욱 드림
제가 그때 스티브잡스를 처음보고 참 여러가지로 감탄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당시 사파리브라우저와 iLife 그리고 Keynote등이 발표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사파리브라우저는 왜 만들었나했습니다. 당시 맥유저가 아니어서 많은 부분을 정확히 이해는 못했지만 그래도 참 즐겁게 스티브잡스의 기조연설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에 보면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맥을 사용하기는 부담이 된다고 했는데… 그 시점에는 소니바이오노트북과 아이리버MP3플레이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녀오자마자 첫번째 아이팟을 구입했습니다. 당시는 아이팟신화가 시작되기 이전입니다. 그런데 별로 만족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샀던 아이팟을 동생에게 넘기고 아이리버를 다시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팟셔플을 사고 아이팟나노, 클래식 등 몇개를 거쳐가며 아이팟이 제 생활의 중심이 됐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Audible.com의 오디오북포맷을 지원하는 것과 Podcast가 아이팟을 구매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2006 년 6월에는 아이폰이 발매되던 주에 뉴욕에 있었던 죄로 영감(?)을 받아서 바로 아이폰을 구매했습니다. 그 이후 한국에서는 아이팟대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했고 미국 출장올때마다 Unlock을 해서 썼지요. 그래도 정말 일찍 아이폰을 써본 덕에 많이 배웠습니다. 써보자마자 아이폰이 전세계의 모바일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을 예감했다고 해야 할까요?
2005 년 6월에 다음으로 옮기면서 맥북프로를 처음 샀습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업계로 옮기는데 맥에 대해서 좀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때도 IE가 지배하고 있던 당시라 맥을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맥을 쓰게 된 것은 사실 해외를 다니면서입니다. 해외사이트를 보는데 맥이 아무 문제가 없고 특히 영문과 일문의 유려한 폰트때문에 맥에서 기사를 읽는 것이 휠씬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맥을 자주 사용하게 됐고 특히 사내외 발표를 많이하게 되면서 모든 발표자료를 키노트로 만들게 됐습니다. 지금은 열렬한 키노트애용자입니다. 발표자료를 ‘스티브잡스’스타일로 만들기 때문에 뭐든지 만들면 장수가 100장을 쉽게 넘어버려서 문제입니다. ㅎㅎ (대신 어디 출장을 갈때마다 노트북을 2개 들고 다녀야하는 문제가 있어서 힘들었습니다. T-Login이 끝까지 맥을 지원안해서…) 맥북에어는 사서 쓰다가 누구에게 양도했습니다. 너무 발열이 심해서 전 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나오자마자 사서 마루타가 된 것이 아닌가싶기도 합니다)

발표용으로 애용했던 키노트와 맥북프로. 지금은 가족용!
애플TV도 사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뭐 아주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TV에 연결해서 주로 Podcast를 보는데 이용하고 있습니다.(이것도 어떤 제품인지 궁금해서 완전 충동구매)
결론적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회사에서 iMac, MacBook을 같이 쓰고 있고, 가정용으로는 가족들이 제가 원래 쓰던 MacBook Pro를 쓰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제가 3GS, 와이프가 1세대 아이폰을 쓰고있고요. 물론 윈도랩톱과 PC도 또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애플빠라고 생각해본 일은 없는데 어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미국라이코스는 사내에 맥유저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맥을 쓴다고 해서 업무에 지장이 있는 점은 전혀 없으니까 자유롭게 쓰고 있습니다) 돈은 많이 썼지만 인터넷으로 밥을 먹고 사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윈도7이 나오면 윈도데스크탑도 하나 다시 장만할 생각입니다.
7년전(정확히 6년9개월전) 생각을 하다가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옛날에 이 이메일클럽 글을 보내고 많은 분들에게 답장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 스티브잡스가 얼마나 IT업계를 흔들어놓았는지를 생각하면 전율이 흐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은 맥을 쓰기 편한 환경이 아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