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Posts Tagged ‘스타트업

규제 완화에 목마른 스타트업

with one comment

지난 3~4년간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정부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났고, 이를 통해 쭉쭉 성장하면서 수백 억원을 한번에 투자받은 스타트업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배달의 민족이나 송금앱 토스처럼 이제는 천만명이 사용하는 국민앱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큰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무작정 정부지원을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다음의 몇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다양한 신산업분야에서의 창업을 늘리기 위해 더 적극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사석에서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물어보는데 아직도 이구동성으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핀테크, 헬스케어 등 소위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기존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큰 기회가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분야에서 1조원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 스타트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관련 분야에서 유니콘스타트업이 나오기는 커녕 창업조차 많지 않다. 반면 규제가 없는 O2O서비스분야 등에 창업이 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도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골고루 활발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법규제의 틀을 쉽게 바꿀 수 없다면 규제 샌드박스, 규제프리존 등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보는 것도 좋겠다.

두 번째로 벤처캐피털(VC)산업을 민간주도로 선진화시켜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정부가 아니라 현지의 훌륭한 VC들이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며 키워냈기 때문에 혁신회사들이 즐비한 것이다. 우리도 모태펀드 등 주로 정부자금에 의존하는 창투사보다는 민간자금으로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 맞춰 소신 있게 투자하며 명문 VC 대접을 받는 투자회사들이 많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벤처캐피털 관련 규제를 줄여 VC들이 소신 있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며, 펀드의 운용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좋은 스타트업에 좀더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VC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좋은 스타트업도 같이 늘어나고 성장한다.

세번째로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더하기보다 빼기가 필요하다. 지난 박근혜정권에서는 각 부처별, 각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바람에 유사·중복 지원사업이 난립했다. 정부지원과제를 받은 스타트업이 사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종 보고서와 증빙자료 작성에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빼앗기는 일도 많았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정부과제를 따내기 위한 지원서 쓰는데 최적화된 스타트업도 많았다. 스타트업에게 일단 자금을 쥐어주는 창업정책보다는 간접지원으로 정책의 기조를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사령탑을 기존 관료나 교수보다는 실제 경험이 많고 스타트업계의 존경을 받는 명망가를 영입해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보다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네번째로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평등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들이 내부IT기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하청으로 싼 값에 소프트웨어를 사는 관행을 없애고, 공정하게 제값에 스타트업의 제품을 사주기만 해도 큰 시장이 형성된다.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시작하면 대기업들도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늘릴 것이다.

그 밖에도 필요한 것들은 많다. 학생들이 문제해결과정을 통해 창업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위주의 창업교육, 실패를 딛고 재도전하는 것을 격려하는 문화, 성공한 선배창업가가 후배창업자를 조건없이 돕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의 문화 등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문화가 앞서있는 실리콘밸리, 중국, 이스라엘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꾸준히 일관성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들을 우러러보고 롤모델로 삼는 방향으로 변하다 보면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업만 선호하는 사회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 디지털타임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6월 26일 at 11:18 오후

짧은 생각 길게 쓰기에 게시됨

Tagged with ,

Right time, right place

leave a comment »

Screen Shot 2017-06-13 at 5.44.29 PM
7월 12일 서울대 제4차 산업혁명 아카데미 입학식에 가서 한 격려사.
***
 
4차 산업혁명 아카데미 수강생 여러분 축하합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이런 시기에 이런 내용을 공부할 수 있다니요.
 
지금은 변곡점의 시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입니다.
 
제가 조선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95년쯤은 인터넷이 막 뜰 때였습니다. 인터넷을 쓰기는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복잡했습니다. 모뎀으로 PPP소켓 뭐 그런 방법으로 느린 인터넷을 힘들게 전화선으로 연결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메일주소조차 무슨 암호 같아 보였습니다. 이메일주소의 구조(?)를 설명하는 기사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97년 5월 한메일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더이상 이메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된 것이죠. 그 해에 아마존도 IPO를 했습니다. 야후가 떴습니다. 2000년의 닷컴버블기가 있기는 했지만 이후 구글이 뜨면서 완전히 인터넷세상이 왔습니다.
 
2007년에는 아이폰이 나왔습니다. 바로 이 즈음 2007년 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연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다들 보지도 못한 아이폰의 실력을 과소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 당시 애플의 시총이 100조원을 넘으면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섰습니다. 겨우 뮤직플레이어를 만드는 회사가 어떻게 세계 반도체 1등 회사를 앞서냐고 삼성전자 임원들이 화를 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자 모두 아이폰의 파괴력을 알게 됐습니다. 2011년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애플의 시총이 당시 세계 1위이던 시총 400조원의 엑손 모빌을 앞질렀습니다. 지금은 애플의 시총은 900조원쯤 됩니다. 구글은 모바일퍼스트를 선언했습니다. iOS와 안드로이드가 세상을 장악하게 됐습니다.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 물결을 빨리 알아차리고 창업하거나 제대로 대응한 회사들이 지금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세돌9단에 대한 알파고의 승리는 또 하나의 변곡점을 예고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 물결에 탄 회사들의 시가총액이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해 겨우 차를 8만대 생산하고 1조원의 적자를 낸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그 1백배가 넘는 차량을 생산하고 몇조씩 흑자를 내는 GM, 포드, BMW보다 앞섭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 또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본시장이 미래가치에 투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테슬라가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입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인공지능은 지금은 당장 어렵고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이메일이 처음에 그랬듯, 스마트폰이 처음에 그랬듯, 3~4년이 지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아주 쉬운 기술로 바뀔 것입니다. 스탠포드대의 인공지능 권위자 앤드류 응 교수는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라고 했습니다. 전기처럼 인공지능도 쉽게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바뀔 미래를 빨리 배우고 공부해두는 것은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배울 커리큘럼을 보니 아주 부럽습니다.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다만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론 공부만 하지말고 트렌드의 흐름을 꿰뚫어보라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10년마다 바뀌는 큰 흐름이 있습니다. 이 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그 물결에 미리 올라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번째는 스타트업에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트렌드에 대기업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단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스타트업입니다. 여러분들이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단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고, 아니면 대기업의 인공지능 담당자로서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더 큰 성취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큰 기회도 많은 시기입니다. 이런 물결에 탈 수 있는 여러분들은 어떤 면에서 행운아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MS의 빌 게이츠, 썬마이크로시스템의 스캇 맥닐리 등은 모두 동년배입니다. 당시 PC혁명에 올라탄 세대입니다. 비슷하게 네이버의 이해진의장, 다음의 이재웅 대표, 넥슨의 김정주회장 등은 모두 동년배입니다. 역시 비슷하게 인터넷이라는 트렌드에 동시에 올라탄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큰 물결에 탈 수 있는 기회가 놓여있는지 모릅니다.
 
스폰지처럼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공부벌레가 되지 말고 인생도 즐기면서 사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미래를 잘 내다보고 앞으로 right time에 right place에 있기를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6월 13일 at 6:11 오후

1조원짜리 에어비앤비 투자기회를 날린 투자자

leave a comment »

요즘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받는데 있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The Upstarts라는 책에서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이 있어 간단히 소개해 두고 싶다. 아래는 책의 한 부분을 요약한 것.

Screen Shot 2017-06-11 at 8.40.54 AM

***

2008년 여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당시 막 시작한 에어비앤비(Airbnb)가 초기투자금을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들은 LA베이스의 페이지 크레이그라는 엔젤투자자를 만나게 됐다. 해병대출신인 그는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숙박비즈니스에 투자할 기회를 찾다가 에어비앤비를 만나게 됐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의 열정과 성실한 자세에 반한 그는 25만불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지금 환율로 약 2억8천만원) 6주간에 걸친 협상끝에 가을에 만나서 밸류에이션까지 합의하고 같이 저녁식사까지 했다. 다음날 사인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에어비앤비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사인을 거부하고 투자를 받지 않기로 했단다. 그리고 이유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책 저자인 브래드 스톤이 브라이언 체스키의 지인을 통해 취재한 바로는 식사를 마치고 술 한잔을 하면서 이 페이지 크레이그가 브라이언 체스키에게 있어 어려운 투자자(a difficult partner)가 될 것 같은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right investor는 회사에 도움을 주지만 difficult partner는 회사에 끝없는 문제를 가져다 준다는 통설이 있기 때문에 피했을 것이란 얘기다.

영문을 모르던 페이지 크레이그는 몇년뒤 지인을 통해서 당시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그를 “Crazy marine”(미친 해병)으로 결론내리고 마음을 바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이런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이 책의 저자에게 이메일로난 그들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서 화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구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보면바보같은 돈‘(dumb money)라고 나와 있었거든요. 그게 제 이미지였습니다. 그 일이 제가 커리어경험을 다듬고, 창업자들에게 더 프렌들리한 브랜드를 만들어 좋은 투자를 할 수 있게 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물론 아주 비싼 교훈이었죠“라고 말했다.

***

책에 보면 당시 에어비앤비는 만나는 투자자마다그게 되겠냐며 거절을 당하고 있던 시절이다. 그런 상황에서 거의 3억원이나 되는 투자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브라이언 체스키는 이 투자자의 성향과 평판을 보고 막판에 투자받는 것을 철회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 페이지 크레이그라는 투자자도 반성하고 자신의 좋은 브랜드를 쌓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리콘밸리가 확실히 평판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Screen Shot 2017-06-11 at 8.46.22 AM

지금은 당시보다도 이런 평판시스템이 휠씬 강화됐다. 내가 올초에 버클리에 갔다가 유명한 엔젤투자자인 코슬라벤처스의 벤 링 Ben Ling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엔젤투자를 할 때는 빨리 결정을 내려줘라. 안할 것이면서 질질 끌지 마라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그러면서 “Founder talks”라고 덧붙였다. 창업자들에게 안좋은 투자자라는 인상을 남기면 그들이 온라인 등에서 이야기하게 되고 그게 당신의 평판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장차 좋은 딜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페이지 크레이그 25만불을 투자해서 한 10~20%의 지분을 투자했더라면 지금 그 가치는 못해도 1~2조원이 됐을지도 모른다. 에어비앤비의 지금 기업가치가 거의 40조원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그의 이름 Paige Craig를 구글링해보고 흥미로운 글을 찾아냈다. 그가 에어비앤비에 투자기회를 놓친 경험에 대해서 “Airbnb, My $1 Billion Dollar Lesson”이라 제목으로 쓴 블로그 글이다. 블로그에서는 책과는 조금 다르게 브라이언 체스키가 막판에 투자를 안받기로 한 이유를 YC(와이콤비네이터)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인 것으로 썼다. 어쨌든 인상적인 것은 아래 부분이다. 

“에어비앤비 같은 딜을 놓친 것은 너무 뼈아프다. 하지만 이런 거절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다. 퇴짜를 먹은 뒤에 나는 내가 밖으로 나가서 더 훌륭한 지식을 흡수하고, 인맥을 만들고, 투자자로서의 브랜드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처음 에어비앤비를 찾아냈을 때는 투자자세계에서 난 아무 것도 아니었다. 노바디(Nobody)였다. 하지만 그 이듬해 나는 미국전역을 돌아다니며 창업자와 투자자를 만나는데 썼다. 수십개의 이벤트에 참석하거나 내가 이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최대한 많이 읽고 공부했으며 1대1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비로소 다음 딜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지금 페이지 크레이그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좋은 회사에 많이 투자한 꽤 훌륭한 투자자로 나온다. 깔끔한 위키피디아 소개페이지까지 있다. 저절로 된 것이 아니고 그가 다년간 노력해서 쌓은 것이다. 그리고 그 동네에서는 이런 레벨의 투자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 그래야 유명 스타트업의 딜에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Screen Shot 2017-06-11 at 8.48.04 AM

실리콘밸리에 좋은 스타트업이 몰리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이처럼 경쟁을 통해 실력을 갖추고 높은 신뢰도와 좋은 평판을 쌓은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타트업투자생태계도 이렇게 평판시스템으로 바뀌어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6월 11일 at 8:52 오전

음식주문 대기시간을 8분에서 1분으로 줄인 파네라의 디지털 혁신

with 3 comments

Screen Shot 2017-06-05 at 10.35.55 PM

2013년초쯤 보스턴근교의 파네라브레드에 갔다가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오랜만에 가본 그 가게에는 사람이 주문을 받는 계산대가 절반이하로 줄고 그 자리에 아이패드를 이용한 주문시스템이 대신 자리잡고 있었다. 화면위의 음식사진을 눌러 주문하고 신용카드를 긁고 번호표를 받아가면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사용은 간편했다.

나는 당시 이것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전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겨레에 “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칼럼을 썼었다. 나는 당시에 이런 조치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뿐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Screen Shot 2017-06-05 at 11.42.28 PM

그런데 오늘 WSJ에서 “어떻게 파네라가 모쉬핏(Mosh Pit)문제를 풀었는가”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모쉬핏은 공연등에서 군중이 무대앞에 몰리는 것을 뜻하는데 주문한 음식을 받으러 사람들이 몰려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파네라는 이 디지털주문시스템으로 고객이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을 평균 8분에서 1분으로 줄였다. 그리고 회사의 실적도 대폭 향상됐다.

파네라브레드는 주로 샌드위치, 샐러드, 수프를 파는 빵집이다. 가격이 적당하고 맛이 좋아서 나도 애용했던 체인이다. 일찍부터 모든 매장에서 성능좋은 무료 wifi가 제공했다. 또 Pick 2라는 메뉴는 샐러드나 샌드위치, 수프 중 2개를 골라서 반반씩 시키면 가격이 7불대로 저렴해서 자주 이용했다.

Screen Shot 2017-06-05 at 11.46.11 PM

(위는 Tripadvisor에서 가져온 사진. 내가 제일 좋아하던 조합은 시저샐러드와 감자수프, 그리고 바게트 한 조각.)

문제는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많은 미국인 고객들은 점심시간에 가서 차를 주차하고 줄서서 주문하고, 음식을 픽업해서 가지고 나와서 사무실로 돌아가서 먹는다. 어쩔 수 없이 제법 시간이 걸린다. 라이코스에서 일하던 나도 점심에 나가서 파네라음식을 픽업해오는데 아무리 빨라도 30분은 걸렸다. 나는 원래 그러려니 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파네라의 CEO 로날드 쉐이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정말 깊이 고민했던 것 같다.

Screen Shot 2017-06-05 at 11.41.48 PM

WSJ기사에 따르면 쉐이크 CEO는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디지털기술로 풀고자 했다. 그리고 2012년 매사추세츠주의 파네라매장에 처음 타블렛주문시스템을 시범 설치했다. 그리고 그는 그냥 회장실에 앉아있지 않았다. 타블렛주문시스템을 설치한 파네라매장에 일주일에 100시간씩 나가서 무엇이 문제인지 주시했다는 것이다. 그가 찾아낸 것은 크게 한두가지를 고치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수백가지의 작은 것들(hundreds of little things)를 찾아내 조정했다. 고객이 사용하는 주문대의 타블렛 UI나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직원들이 보는 키친디스플레이시스템 등의 미세하게 불편한 점을 찾아내 고친 것이다.

이렇게 한 결과 파네라매장의 디지털주문은 지금 전체주문의 26%까지 올랐다. 또 디지털주문시스템 덕분에 효율적으로 배달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전체매장의 24%에서 배달주문이 되고 연말까지  미국전체 파네라매장의 40%까지 배달주문이 가능해진다. 3불의 배달비를 내면 5불이상주문부터 배달해준다는데 내가 미국에 있었다면 매일처럼 이용했을 것 같다.

Screen Shot 2017-06-05 at 11.53.15 PM

이런 혁신 덕분에 올해 1분기 미국 패스트푸드체인의 매출이 2.2% 줄어든 가운데 파네라는 오히려 5.5% 매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 파네라의 타블렛주문시스템을 본 2013년부터 이후 3년동안 매년 1천억원이상의 디지털 투자가 이뤄졌다. 그 기간동안 이익은 제자리였고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늘리라는 투자자들의 압력도 거셌다. 하지만 이를 이겨낸 파네라는 2016년 1분기부터 경쟁사를 따돌리고 큰 실적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실적이 뒷받침되자 주가도 계속 오르기 시작했고 올해 4월에는 유럽의 JAB홀딩스가 20%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약 8조원에 파네라브레드를 인수했다. 일종의 스타트업 엑싯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파네라의 이런 성공을 보며 대기업의 혁신 과정도 스타트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1. 고객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혁신으로 고치려는 창업자 : 일주일에 100시간씩 매장에 나가서 고객을 관찰한 파네라 CEO 로널드 쉐이크.
  2. 디테일이 강한 실행력 : hundreds of little things를 찾아내서 고치는 실행력.
  3. 인내력을 가지고 장기 투자 : 매년 1천억원정도의 비용을 디지털 업그레이드에 투자. 3년간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개선이 없었음에도 끈기 있게 진행.

결국 모든 것은 리더의 비전과 실행력에 달렸다는 생각을 파네라를 보면서 했다.

가끔 내가 만나는 대기업중에 “사장님이 직원들이 스타트업처럼 일하도록 교육시켜달라고 하십니다”라는 얘기를 듣는다. 자사 직원들이 대기업에 다닌다고 안주하지 말고 스타트업 직원들처럼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처구니가 없다. 나는 “리더부터 스타트업처럼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직접 나서서 혁신하는 방식으로 솔선수범하셔야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Lead by example이다.

무엇보다 파네라의 쉐이크 CEO처럼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큰 회사를 만들었다고 회장실에 숨어있으면 안된다. 고객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에 가서 살펴보고, 고객과 직원들과 대화하고, 끊임없이 작은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타블렛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찾아보니 파네라브레드의 고용인원수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만명에서 5만명으로 1만명 늘어났다. WSJ에 따르면 파네라는 음식배달 기사를 올해 1만명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좋은 일자리는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당장 고용의 감소는 없어서 다행이다.

Screen Shot 2017-06-05 at 11.59.25 PM

Written by estima7

2017년 6월 6일 at 12:02 오전

1%의 고품질 교육을 99%가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 ST유니타스

leave a comment »

Screen Shot 2017-05-02 at 9.04.47 PM

전세계의 누구나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누구나 전세계 최고의 선생님에게 최고의 교육을 수돗물을 틀어 물쓰듯이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세계최고의 글로벌교육플랫폼 회사에 도전하는 ST유니타스 윤성혁대표(37)의 말이다.

나는 솔직히 ST유니타스라는 회사를 잘 몰랐다. 그런데 지난 2월중순 갑자기 이 회사가 미국의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프린스턴리뷰가 어떤 회사인가. 1981년 설립되어 36년간 미국의 명문대입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랭킹을 발표하고 각종 교재를 출판하며 학원을 운영하는 회사다. 4천명의 교사들이 이 회사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 14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나도 이 회사가 출판한 워드스마트라는 책으로 공부한 일이 있다. 그런 글로벌한 유명교육회사를 한국의 듣보잡 회사가 인수했다고? 믿기 어려웠다.

Screen Shot 2017-05-02 at 10.05.17 PM

그래서 ST유니타스의 윤성혁대표에게 연락해서 만나봤다. 그리고 내가 잘 몰랐던 이런 로켓 같은 스타트업이 있었구나하고 감탄했다.

2010년 윤성혁대표가 창업한 ST유니타스는 영단기, 공단기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 7년간 쾌속성장을 기록해 2016년 매출액 4천억원에 직원수만 1천2백명에 달하는 에듀테크회사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메가스터디, 이투스 등의 경쟁회사들을 모두 추월해 이런 인터넷교육영역에서는 세계최대규모의 회사중 하나가 됐다. 단기이익보다는 성장을 택하며 인수합병을 통해 60여개분야의 다양한 교육영역에 진출하며 급성장한 ST유니타스를 “교육업계의 아마존”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제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해 글로벌시장에 도전하려 한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불과 7년만에 이런 회사를 만들수 있었을까. 그 놀라운 창업스토리를 윤성혁대표에게 들어봤다.

공대에서 토목을 전공했던 윤대표는 졸업후 컨설팅회사에서 잠시 일하다 이투스라는 회사로 옮기면서 교육업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2010년 1900만원의 자본금으로 4명이서 교육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우리가 일상속에서 만나는 문제를 잘 해결해내는 회사다. 그에게도 꼭 풀고 싶은 문제가 있었다.

“기존의 교육업체들은 학생의 실력을 올려주는 것보다는 공부를 오래하게 만드는 것에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한달공부하면 끝날 것을 두달, 세달씩 하도록 하는 식이었죠. 그래야 매출이 오르니까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영어시험공부를 단기간에 쉽게 정복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영어단기학교, 즉 ‘영단기’였다. 토익 단기 고득점자 1444명을 연구해 그들의 공부습관과 공부법을 녹여냈다. 그리고 2010년 11월에 이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오픈했다. 처음에는 강의의 절반가량을 무료로 열었다. 콘텐츠를 잘 만드니까 고객들이 호응했다. 8개월이 지난후 보니 90%이상의 고객이 유료로 전환했다.

Screen Shot 2017-05-02 at 10.08.14 PM

그 다음으로는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공단기’를 내놨다. 당시에는 7,9급 공무원, 경찰소방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데 노량진에 가서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하면 꽤 큰 돈이 들었다. 역시 몇만명의 합격자를 분석해 단기간에 준비해 합격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인생을 걸고 준비하는 시험인데 이름도 없는 회사의 강의를 듣겠냐는 주위의 우려도 있었지만 좋은 콘텐츠로 승부했다.

 그렇게 시작한 영단기, 공단기가 지금은 ST유니타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표상품이 됐다.

다음은 ST유니타스에서 내가 특히 감탄한 부분이다.

첫번째로 1%만 누리는 고품질 교육의 기회를 기술을 이용해서 99%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철학이다. 훌륭한 강사를 확보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며 가격파괴를 통해 싼 값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영단기가 도입한 ‘프리패스’가 대표적이다. 매달 3만원대만 내면 1만5천개의 영어강좌를 무제한으로 수강할 수 있다. 윤대표는 “ST유니타스는 교육계의 넷플릭스”라는 말을 듣는다고 소개했다. 월 1만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로 세계를 석권한 넷플릭스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초기 성공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다. 윤대표는 “어떤 특정 교육시장에서 제일 비싼 제품이 무엇인가 확인한다. 그리고 그것을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ST유니타스는 약 60개분야의 교육분야에 진출했다. 대학입시, 어학에서 출발해 취업, 공무원시험, 교원임용시험, 법무사 등 전문직 자격증시험, 유학시험 심지어는 약대, 의대시험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직장의 직무교육까지 확대하는 등 어린이부터 성인층까지 평생교육영역까지 도전하고 있다.

세번째는 M&A(인수합병)을 통한 적극적인 확장 전략이다. 대학입시교육을 하는 스카이에듀 인수를 비롯해 유니타스브랜드, MBC 뷰티아카데미, 서점 리브로 등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 프린스턴리뷰 인수는 벌써 13번째 인수다. 윤대표는 “대부분은 인재인수”라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분야별로 제일 잘하는 분들을 모시고 싶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네번째로는 투명과 평등을 강조하는 스타트업 문화다. 윤대표는 특히 “회사의 모든 정보를 모두 오픈하면 누구나 경영진처럼 행동하고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같이 경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오전 약 70명이 참여하는 본사 경영진회의인 ST포럼은 1천2백명 전 직원에게 실시간 라이브중계된다. 직원들은 전사경영현황에 대한 내용을 낱낱이 보고 자기의견을 댓글로 적을 수도 있다. 대표부터 일반사원까지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크기의 책상에 앉아 서로 ‘님’으로 부르며 수평하게 일한다. 대표이사라고 따로 방을 가지고 있지 않다.

Screen Shot 2017-05-02 at 10.26.19 PM

매달 전직원이 낸 아이디어를 복도에 전시하고 상사가 피드백을 주는 문화도 스타트업다웠다.

Screen Shot 2017-05-02 at 10.12.52 PM

무엇보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대표가 듣고 반영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ST유니타스 교육 홈페이지에는 가장 잘보이는 왼쪽에 “대표에게 바란다”라는 버튼이 있다. 여기를 누르면 대표에게 1:1 건의하기 페이지가 나오며 이곳을 통해 누구나 윤성혁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윤대표는 “사이트가 다운되면 고객들의 항의메일이 바로 빗발치는 바람에 회사에서 제가 제일 먼저 알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어떤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고객들에게 직접 얻는다.

그에게 이제 어떻게 프린스턴리뷰를 통해 미국시장을 공략할 예정인지 물어봤다. “프린스턴리뷰에서 제공하는 고급 입시지도는 시간당 1천5백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역시 고급교육은 비싼 것이죠.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미국교육시장에서도 가격혁명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특히 영단기, 공단기를 운영하면서 쌓은 데이터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저희는 쌓인 데이터를 통해서 우리 고객인 학생이 시험에 합격할지 떨어질지 타이밍을 당겨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데이터를 쌓아서 학생들이 어떤 대학에 가는 것이 좋을지 예측해주는 인공지능 가정교사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항상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모델을 배우고 따라하기 바빴다. 그런데 ST유니타스는 선진교육시장인 한국에서 태어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장한 로켓스타트업이다. 이 토종 스타트업이 과연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을 정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만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ST유니타스가 미국학생들의 문제를 해결줄 수 있다면 성공신화를 글로벌하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나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맨 위 윤성혁대표 사진의 출처는 나라경제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5월 2일 at 10:31 오후

본엔젤스 같은 VC가 더 많이 필요하다.

with 3 comments

내가 지난 3년여동안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지켜보면서 나름 내린 결론이 있다. 스타트업생태계를 활성화해서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게 하고, 특히 그 스타트업들이 큰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좋은 벤처캐피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좋은 스타트업을 일찍 찾아내서 투자해주고 성장과정에서 값진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성장단계에 맞는  자금을 적절히 펀딩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투자가들이다. 일생을 걸고 뭔가에 도전하는 창업가들 못지 않게 위험을 감수하며 함께 투자해주는 사람들이다. 이런 VC들의 존재가 정부지원보다 휠씬 중요하다.

실리콘밸리는 처음에 미국정부가 한국전쟁이후 국방프로젝트를 많이 주고 NASA가 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성장은 페어차일드반도체 같은 벤처를 시작한 창업가들과 그 창업가들에게 돈을 투자해준 VC들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이어진 애플컴퓨터의 창업과 IPO, 넷스케이프, 야후, 시스코, 구글, 페이스북 등의 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비범한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좋은 벤처캐피털을 창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테헤란로펀딩클럽이란 행사를 올해초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대표, 캡스톤벤처스 송은강대표, DSC인베스트먼트 윤건수대표, 케이큐브벤처스 유승운대표, 정신아상무를 모셨다. 5번째 행사에는 특별히 한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일본의 글로벌브레인 스즈키 파트너를 모셨다. 매회 이 행사의 PM인 이유진 매니저가 거의 녹취록에 가까운 자세한 후기포스팅을 올리고 있다.

Screen Shot 2017-04-16 at 5.38.10 PM

매번 그렇지만 특히 지난주 수요일 모신 본엔젤스 강석흔 대표의 펀딩클럽 발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본엔젤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나온 강대표는 30분 발표시간이 짧으면 시간을 더 쓰셔도 된다고 했더니 1시간을 꽉 채워서 발표하셨다. (그나마 빨리 끝내달라고 신호를 보내서 한시간만에 끝낸 것이다…)

아래는 강석흔 대표의 강연과 Q&A에서 내가 해둔 메모다. 기억해두고자 블로그에도 적어둔다. 괄호안은 내 생각 메모다. (아래 삽입한 슬라이드들은 강석흔대표의 발표자료에서 인용했다.)

***

우리도 스타트업이다. 투자벤처라고 있다. 우리도 계속 도전한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데 많은 경우 VC 창업자다. 독립해서 자신의 펀드를 만들고 비즈니스로 성립시키기 위해서 도전하는 것이다. 자신의 투자철학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본엔젤스 탄생의 의미는 수요자(창업자)관점의 자금 공급을 하는 VC 탄생이라는 점이다.

예전에 초기투자를 한다고 하면그것으로 어떻게 돈을 버냐. 자선사업하는 아니냐 얘기를 들었다. 그런 말이 듣기 싫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기가 생겼다.

우리의 철학과 비전은 “PaceMaker”.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 같이 뛰어주며 도와준다는 것이다. 지금 VC자금은 넘쳐난다. 돈은 범용재다. 돈이상의 가치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자는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에서 같이 뛸 동반자를 구하는 마음으로 VC를 선택해야 한다. 돈만 보고 선택하면 안된다. 그 VC가 돈 말고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Screen Shot 2017-04-16 at 5.40.37 PMScreen Shot 2017-04-16 at 5.40.52 PM

우리의 팀은 거의 창업경험과 개발경험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파트너 9명이 거의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경험후 창업했다. 그래서 창업자들의 마음을 안다. 마크테토는 우리에게 글로벌시각 다양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창업자가 엑싯을 하고 파트너로 조인한 경우도 3명이나 된다. (창업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는 투자파트너로 창업자출신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창업경험보다는 금융계출신이 많다. 창업자출신과 금융계출신이 적절히 조화롭게 섞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이 SW개발자출신이거나 이공계다. 심사역도 모두 그렇다.

엄청나게 비싼 사람들을 파트너로 모아놓았다. 그런데 월급을 주지 않는다. 무임금 노동이다. 어차피 대부분 수백억 자산가인 사람들이다. 돈으로 동기부여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파트너가 자신의 돈을 본엔젤스펀드에 투자한 LP이기도 하다. ( 부분에서 놀랐다. VC LP(Limited Partner)에게 자금을 투자받아서 펀드를 운영하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펀드운용수수료로 2%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운용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벤처파트너들이 월급을 받아가도 당연한데 본엔젤스는 안받아간다고 한다. 그만큼 본엔젤스의 운영비용을 가볍게 하고 투자한다는 뜻 같다. 물론 안받아도 될만한 분들이니 그렇게 했을 것이지만 대단하다. LP입장에서도 더 신뢰가 갈 것 같다.)

수요일 오전에 파트너 9명이 모두 모여서 회의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다 화상으로라도 참가한다. 자신이 가져온 투자딜을 가지고 발제를 하고 격한 토론을 한다. 모든 파트너가 동등하다. 얼굴마담으로 이름만 올려놓은 사람은 없다. 수요회의를 하고 나면 엄청나게 배운다. 한권을 읽은 느낌이다. 다양한 분야의 고수들이 자신의 시각을 거침없이 나누기 때문이다. ( 회의를 언제 기회가 되면 참관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본엔젤스에서 투자를 경험한 파트너분들이 나중에 나가서 자신의 창투사를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본엔젤스는 성공한 분들이 스타트업투자자로 변신하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학교역할도 한다. M&A 회사를 매각한 창업가가 있으면 내가 조용히 연락해서 만난다. 그래서 본엔젤스 LP 들어도록 유도한다. 권도균대표님 많은 유명한 분들이 LP 참여하고 계시다. (엑싯해서 돈을 버신 분들중에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못하겠다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정말 본엔젤스가 ‘학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서 정말 귀중한 역할이다.)

Screen Shot 2017-04-16 at 5.40.04 PM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가 안되는지 비판하는 것보다 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 가면안되는 이유전문가가 득시글하다. 위대한 혁신일수록 소위똘끼 강하다. 이런 똘끼를 통역해서 투자심사를 해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가 너무 똑똑하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이노베이션을 겸허하게 받아줄 있다. (어떤 스타트업의 사업제안서에 대해 사정이 안맞아 어쩔 수 없이 많이 거절을 하지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혁신’을 평가할 자격은 없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겸손한 자세.)

우리는 펀드가 하나다. 이노베이션을 가장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VC펀드다. 대한민국VC 아마 유일하게 정부자금 없이 완전 민간자금으로 운영되는 펀드다. 그래서 꼬리표가 없다. 많은 펀드가 ‘4차산업혁명펀드‘, ‘청년창업펀드같은 이름이 달려있다. 그것 자체가 꼬리표다. 3년이내 창업기업, 무슨 무슨 분야만 투자해야하는 식으로 제한되어 있다. 공공자금을 받은 VC 경우는 국민의 세금으로 펀드를 운용한다는 딜레머가 있다. 돈을 날리면 안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업의 본질은 Risk taking이다. 위험을 두려워하면서 투자하면 안된다. 우리는 그런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눈치안보고 자신있게 투자한다. 신속한 실무가 가능하고 본질에 집중한다. 우리는 의전을 싫어한다.

투자를 하고 나서도 우리는 창업자들에게 값진 조언이 가능하다. 창업을 하고 수백명이상의 회사로 키우고 엑싯을 해본 사람들이 파트너로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한 창업자 3명이 나중에 파트너로 컴백해 참여했다. 투자한 창업자 7명이 LP로 컴백 참여했다. 이렇게 순환생태계 모형을 실현하고 있다.

새로운 LP 지평을 열고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우리 펀드에 투자하면서 LP 처음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이런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만나고 새로운 성장동력 엔진, 수익원 엔진을 찾을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해서 스타트업투자의 가치를 알게 되면 다른 VC LP 들어가게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이 이렇게 해서 스타트업을 알게 되면 M&A 이어질 확률도 커진다. 이렇게 스타트업생태계에 공헌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알도록 도와주는 것, 정말 중요한 일이다.)

Screen Shot 2017-04-16 at 5.44.15 PM

스타트업창업자들에게 좋은 평판을 쌓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렇게 해서 창업자들에게 최우선 선택을 받는 VC 되고 싶다. VC로서 우리도 계속해서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변화발전하지 않으면 다음번 펀딩을 기약할 없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창업자들사이에서 인정받는 VC가 되고 싶다는 얘기다. 이렇게 좋은 평판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창업자들이 가장 투자받고 싶어하는 VC가 될 것이다.)

글로벌투자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장에 관심이 많다. 해외의 한국계인재를 허브로 투자하고 있다.

Screen Shot 2017-04-16 at 5.44.08 PM

-10년간 114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평균 2개씩 투자한다. 그중 11 회사가 M&A됐다. 보통 콜드메일로 일년에 1천개정도 들어온다. 그외 네트워크로 소개받아 검토하는 해서 연간 2천개쯤 본다. 전체 보는 것중 1% 투자하는 셈이다. ( 이것이 현실이다. VC에게 투자받는 것은 진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셈이다.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계속 사업모델과 발표내용을 개선해가며 시도해봐야 한다.)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권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학생들에게 바로 창업하지 말고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다녀보라고 한다. 좋은 스타트업을 어떻게 찾냐고? VC 투자한 스타트업을 우선적으로 보라고 한다.

-(스타트업생태계가 잘되기 위해서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규제를 없애줘야 한다. P2P대출업체인 테라펀딩에 투자했는데 당시에 모태펀드에 금융업에 투자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어서 다들 눈치보던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이 융합되는 시대에 의미 없는 규제인데 그것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큰 펀드를 굴리는 VC가 초기투자를 직접 하기 어려우니 작은 VC에 출자를 해서 초기 간접 투자를 하기를 원할 수 있는데 그것도 한국에서는 금지되어 있다. 반면 한국VC가 해외VC에 투자하는 것은 가능하다. 역차별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모태펀드로 돈을 받은 한국VC들이 서로 펀드돌리기를 하는 것을 막기위해서라고 들었는데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

한국의 벤처투자생태계가 민간주도의 자생적인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업가중심의 민간 VC가 많이 나오고 또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본엔젤스 같은 VC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엔젤스도 이런 철학에 맞는 투자로 향후 높은 수익률을 올려서 투자모델을 증명하고 더 많은 자금을 끌여들여 펀드사이즈를 키우고 글로벌한 VC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4월 16일 at 6:01 오후

2017년 2월 실리콘밸리 방문 후기

with 3 comments

나는 보통 업무나 정보수집차 1년에 평균 2번 정도씩 실리콘밸리를 다녀온다. 예전부터 쭉 정보기술(IT)업계에 있는 사람은 그래야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미국에서 만나는 업계사람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Screen Shot 2017-03-13 at 9.06.33 PM

UC버클리법대에서 열리는 벤처캐피털딜캠프라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2월중순에 실리콘밸리지역을 다녀왔다. 매번 갈 때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력은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각종 혁신서비스가 일상 곳곳에 침투되어 있고 활발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출장의 방법을 바꾼 우버와 에어비앤비

예를 들어 지난해부터 내 미국출장의 방법 자체가 바뀌고 있다. 우선 렌트카를 전혀 빌리지 않게 됐다. 대신 우버를 사용한다. 예전에 출장 갈 때는 미리 며칠전에 렌트카를 예약했다. 도착해서 공항에서 나와서 렌트카 사무실까지 셔틀열차나 셔틀버스를 타고 간다. 가서 줄을 선 다음에 복잡한 서류작성과 사인을 하고 차를 인도받는다. 보통은 이 과정이 한시간쯤 걸린다. 기름을 채워서 반납하고 보면 단 며칠을 써도 몇백불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렌트카를 빌리는 과정이 이제는 전혀 필요없게 됐다. 그냥 스마트폰을 꺼내서 우버앱으로 행선지를 입력하고 차를 부르면 된다. 이번에는 공항 출국장에서 나오면서 차를 부르면 5~10분쯤 걸리겠거니 하고 나오기 직전에 여유있게 미리 불렀는데 차가 2분만에 오는 바람에 황급히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 나가느라 바빴다.

Screen Shot 2017-03-13 at 9.11.30 PM

<버클리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우버를 호출한 경우. 왼쪽이 합승인 우버풀, 오른쪽이 혼자 타고 가는 우버X가격이다.>

또 이번에 보니 우버의 앱 디자인이 많이 달라졌다. 행선지를 입력하면 혼자서 타고 가는 것(우버X)와 합승을 하는 것(우버풀)의 요금과 도착시간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공항에서 팔로알토까지 가는데 합승을 하면 혼자타는 것보다 10불이상이 더 싸다. 대신 시간은 10여분 더 걸린다. 시간여유가 있어서 우버풀을 선택했더니 중간에 다른 사람을 태워서 간다. 예전에 택시를 이용하면 팁을 포함해서 100불은 줘야 할 거리를 28불만 내고 갔다.

우버는 이제 사람들의 일상에 완전히 자리잡았다. 우버 운전사도, 승객도, 더이상 우버를 신기해 하지 않는다. 당연하다는듯이 이용한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브라이트스톰의 김범수대표는 “우버 덕분에 저녁에 술 약속이 있을때 너무 편해졌다. 음주운전이 많이 줄었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이제는 실리콘밸리에서 우버가 거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전 직원의 성희롱고발과 구글의 자율주행차 자회사인 웨이모의 우버소송 등 갖은 스캔들이 끊이지 않지만 우버의 성장세만큼은 정말 감탄스럽다.

3년도 안되는 사이에 직원수가 9백명에서 1만2천명이 된 우버

Screen Shot 2017-03-13 at 9.15.51 PM

2014년 6월에 막 새로 이사한 샌프란시스코의 우버 본사에 방문한 일이 있다. (위 사진은 그때 대외담당 나이리와 찍은 것.) 그때 나이리가 우버직원이 전세계에 9백명쯤 된다고 해서 “앱 하나를 만드는 회사가 직원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Screen Shot 2017-03-13 at 9.16.25 PM

<우버가 새로 빌려서 전체를 쓰고 있는 20층 빌딩>

그런데 지난 2월 방문했을때 보니 추가로 샌프란시스코의 20층 빌딩 전체를 빌려쓰고 있고 추가로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에 신사옥을 짓고 있다고 했다. 직원수가 몇명이냐고 물어보니 1만2천명쯤 된다고 한다. 3년도 안되는 사이에 1만명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중 엔지니어가 4천명쯤 된다고 한다. 이런 우버를 택시나 부르는 O2O회사라고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우버는 미래에 구글, 페이스북 못지 않은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긴다는 가정하에서.)

Screen Shot 2017-03-13 at 9.18.44 PM

하나 내 출장의 패턴을 바꾼 것은 에어비앤비다. 이번에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팔로알토에 묵으려고 하니 웬만한 호텔은 1박에 4백불이 넘었다. 한국돈으로 1박에 50만원이 넘는 돈이다.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는 허름한 모텔도 2백불이 넘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찾아봤고 다운타운에서 걸어서 7분정도 되는 거리의 조용한 집의 방을 하나 빌렸다. 집주인인 백인 청년은 친절했고 방도 깨끗했다. 3박에 40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예약하면서 개인여행이 아니고 비즈니스출장이라고 했더니 에어비앤비는 50불짜리 쿠폰을 주면서 주변 직장 동료들에게도 알려주라고 했다. 이제는 비즈니스출장자들도 에어비앤비를 자주 쓰게 되지 않을까.

새로운 서비스의 베타테스트장인 실리콘밸리

이밖에도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스타트업의 실험장이라는 느낌이다. 팔로알토 중심에 있는 베타라는 상점은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같은 곳에 나온 신기한 제품만 모아놓고 파는 상점이다.

Screen Shot 2017-03-13 at 9.23.32 PM

새로 생긴 스시집에 갔더니 좌석마다 타블렛이 있고 그것을 통해서만 음식을 주문하도록 되어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Waitlist.me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서비스를 이용해 타블렛에 등록하고 자동으로 대기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받는다.

Screen Shot 2017-03-13 at 9.23.13 PM

원격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Telepresence 로봇을 파는 Beam의 팔로알토 무인매장에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직원들은 모두 원격으로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에는 스마트폰앱으로 30분에 3불을 내고 빌려타는 전동스쿠터가 있다. 타보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좀 위험할 것 같아서 포기.

인도계가 점령한 스티브 잡스의 고향

Screen Shot 2017-03-13 at 9.24.05 PM

애플의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는 내가 살던 4년전보다 인도계인구가 더욱 늘어난 것 같다. 쿠퍼티노도서관에서 문득 밖을 내다보면서 내가 지금 실리콘밸리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도의 어느 동네에 있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샌프란시스코로 몰리는 스타트업들

샌프란시스코로의 스타트업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내가 아는 많은 스타트업이 남쪽 실리콘밸리지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사무실을 옮겼다. 공기품질을 측정해주는 스마트기기 어웨어의 노범준대표도 최근 사무실을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더 좋은 인력을 뽑을 수 있어서라는 것이다.

역시 2년전에 만난 거스토Gusto라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핀테크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그사이 직원이 50명에서 4백여명으로 늘어났다. 거스토도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2년전에 이사온 스타트업이다. 그새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겨 유니콘스타트업이 됐다. 한국계 에드워드 김이 CTO다.

각종 도구를 이용해 단순업무를 자동화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이들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핵심이 아닌 일은 모두 외부서비스나 도구를 이용해 자동화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내가 방문한 테슬라, 우버부터 작은 스타트업들까지 입구에서 타블렛을 하나 놓고 엔보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손님을 받는다.

Screen Shot 2017-03-13 at 9.49.12 PM

타블렛에 이름을 입력하고 만나려고 하는 직원을 선택하면 비밀유지서약서가 나오면서 사인하게 한다. 그리고 카메라로 얼굴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출입용 배지스티커가 인쇄된다. 그리고 만나려고 하는 직원에게 자동으로 문자로 통지된다. 입구에 앉아있는 직원과 아예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로 일하는 이준원씨는 “한국스타트업은 비슷한 일을 하는데 실리콘밸리스타트업보다 더 많은 인력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실리콘밸리에서 핵심에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Screen Shot 2017-03-13 at 9.54.18 PM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엔지니어들

스타트업붐속에 구글, 페이스북 같은 안정된 대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스타트업으로 옮기거나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한인엔지니어들도 마찬가지다. 한 구글의 지인 엔지니어는 매직리프라는 증강현실(AR)기술개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이 회사는 아직 제품을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투자받은 돈이 1조5천억원이 넘고 직원수는 1천명이 넘는다. 또 지난 1월 테슬라에서 나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팬텀아이를 창업한 조형기박사도 많은 벤처캐피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기업에 관심이 커지고 대기업의 인수합병 타겟이 되면서 투자도 늘어나는등 기회가 넘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타트업 폭발현상은 계속될 듯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실리콘밸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엔지니어를 해외에서 조달해온 많은 실리콘밸리회사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아직 영주권을 받지 못하고 취업비자상태인 사람들이나 학교를 졸업하고 OPT(임시취업)비자로 인턴으로 일하며 구직중인 사람들은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실리콘밸리투자생태계 자체는 계속 뜨거울 전망이다. 중동의 오일달러와 중국자본 등 실리콘밸리 생태계로 돈이 계속 모이고 있고 기존 IT대기업이외에도 GM, 유니레버 같은 전통 기업들이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Screen Shot 2017-03-13 at 9.51.43 PM

이런 기회를 타고 지금까지 1천6백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500 스타트업의 데이브 맥클루어는 앞으로 4~5년뒤에는 일년에 1만개씩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폭발현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냅챗의 스냅의 25조원규모의 상장(IPO)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이 상장이 성공한다면 많은 유니콘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상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었다.

반면 이같은 호황의 그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나 버클리에 눈에 띄게 홈리스가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에도 여기저기 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는 홈리스들이 많이 보였다. 엄청난 연봉을 받는 소프트웨어엔지니어들 사이에 이런 홈리스들이 공존하는 곳. 교사, 소방관 등 보통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살 수 없을 정도로 말도 안되게 집값과 집세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곳이 실리콘밸리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3월 13일 at 10:10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