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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비전펀드 1, 2와 라틴펀드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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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소프트뱅크 결산발표회에 나온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1, 2와 라틴펀드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대해서 간단히 메모해 둔다.

2016년말 100B규모로 결성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1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출자해서 정확히는 98.6B, 한화로는 111조원의 규모로 결성됐다. 사상최대규모의 벤처펀드다.

여기서 투자한 회사가 92개사다. 약 3년여만에 그 엄청난 자금을 다 투자했다. 그리고 그중 유일한 한국회사인 쿠팡이 올초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엑싯, 소프트뱅크에 가장 큰 투자수익을 가져다 줬다. 비전펀드에서 나온 이익이 37조원쯤 되는데 여기서 30조원가까이가 쿠팡에서 나왔다. (물론 회계상 이익이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2는 펀드1이 위워크 투자 실패 등으로 한창 비판받을 2019년말쯤 결성됐기 때문에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비전펀드 1에 비해서는 펀드 사이즈가 작다. 30B규모다. 이 돈을 출자한 회사도 소프트뱅크 본사 단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95개사나 투자했을 정도로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한국회사로는 유일하게 김동신 대표의 센드버드가 들어가 있다. (물론 엄밀하게 얘기하면 쿠팡이나 센드버드나 미국법인 회사다.)

라틴아메리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라틴펀드도 벌써 37개사에 투자했다. 이 펀드의 규모는 5B이다.

위는 라틴아메리카의 유니콘 기업 랭킹이다. 여기서 6개사가 소프트뱅크 라틴펀드에서 투자한 회사들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아마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면서 유니콘이 됐을 것이다.

위에 나온 3개 펀드 포트폴리오사는 모두 224개사인데 불과 3개월전의 발표에서는 164개사였다. 즉, 3개월만에 무려 60개사에 투자한 것이다. 휴일을 빼고 영업일에 하루 한 곳씩 투자를 집행한 셈이다. 무서운 투자속도다.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에게 얼마전 들은 얘기가 있다. 비전펀드2에서 투자검토를 한다고 해서 “48시간내에 결정해주지 않으면 클로즈할거다”라고 했더니 “47시간만에 투자결정을 해서 알려줬다”는 것이다. 수백억에서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의 투자를 집행하는 회사가 참으로 대단하다. 비전펀드에서 투자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Written by estima7

2021년 5월 16일 at 9:38 am

손정의회장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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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2일에 있었던 2021년 소프트뱅크의 결산 설명회 동영상을 봤는데 손정의 회장은 참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2021년 3월 마감 회계연도에서 소프트뱅크는 4.99조엔, 한화로 52조원이라는 일본기업 역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렸다.

여느 평범한 기업의 결산보고회라면 그냥 사업설명과 함께 5조엔이라는 엄청난 이익을 냈다는 것을 무미건조하게 설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손회장은 뭔가 달랐다. 결산보고와는 관계가 없지만 우선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의 한 기차 건널목과 주위 풍경을 담은 오래된 흑백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알겠느냐고 질문한다. 일본인이라도 도저히 알수가 없는 곳이다. 나도 보면서 여기가 어딜까 생각했다.

1981년 그가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던 후쿠오카 잣쇼노쿠마라는 곳의 사진이라고 한다. (이런 이상한 이름의 일본 지명은 처음 들어봤다.)

거의 시골 같았던 이곳에서 저 너머에 있는 하카다역, 그리고 더 멀리 있는 도쿄를 생각하며 사업확장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여기서 처음 채용한 2명의 직원을 앞에 두고 당시 손회장은 앞으로 소프트뱅크는 1조, 2조 조단위의 매출과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자신을 머리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두 명의 직원은 불과 일주일만에 그만뒀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정말 진심으로 그런 회사를 만들 생각이었고 드디어 오늘의 결산발표에서 드디어 매출도 이익도 조단위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한 장의 사진에 소프트뱅크 40년의 역사를 응축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창업 40년만에 52조원의 이익(매출이 아니다!)을 내는 회사를 만들었다니 정말 감회가 깊을 것 같다.

예전에도 손정의 회장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해서 블로그에 글을 쓴 일이 있다. 회사의 사업을 알기 쉬운 그래프와 글을 통해서 쉬운 말로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중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뛰어나다는 생각을 해봤다. 볼 때마다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이다.

Written by estima7

2021년 5월 15일 at 10:35 pm

소프트뱅크는 황금알 제조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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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0일 소프트뱅크의 분기 실적 발표회가 있었는데 유튜브로 뒤늦게 봤습니다. 흥미로운 부분들이 보여서 블로그에 조금 메모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소프트뱅크가 놀라운 실적을 냈다는 것부터 설명을 시작합니다. 지난 회계연도 1~3분기 당기순이익이 무려 3조552억엔으로 한화로 하면 약 32조원의 순이익을 낸 것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배 상승했습니다. 이런 놀라운 실적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코멘트가 재미있습니다.

“이 결산 숫자는 회계적인 것으로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가로서 태어나서 이 정도의 숫자에 만족할 생각은 없습니다. 4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해서 이 정도라는 것이 대단히 창피하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면서 소프트뱅크는 어떤 회사인가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합니다. 많은 이들이 소프트뱅크는 투자회사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는 투자회사가 아니고 제조업 회사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소프트뱅크는 정보혁명 거위를 통해 황금알을 낳는 (만드는) 제조회사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황금알은 미국의 야후 투자였고, 이후 뜸하다가 2014년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으로 다시 황금알 제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황금알 제조에 뛰어들기 위해 2016년말 비전펀드를 만들었고 그 결실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은 비전펀드를 비판했지만 자신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 결실이 지난 2~3년사이에 나오기 시작해 신규상장사(IPO)가 15곳이 나왔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사는 모두 131사입니다. 펀드1에서 92사, 펀드2에서 39사입니다. 말도 많았던 펀드2에서도 벌써 많이 투자했네요.

비전펀드의 분기별 손익입니다. 위워크 때문에 분기에 10조원 넘는 손실을 냈다가 엄청난 반전이 이뤄졌습니다.

이런 반전은 물론 최근 전세계적인 초강세 증시 덕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지난 12월에 상장한 미국의 배민, 도어대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2018년 도어대시에 미쳤다는 얘기를 들으며 7천억원 넘게 베팅했습니다. 그 과감한 투자가 불과 2년여만에 9조원 가까운 수익으로 돌아왔습니다. 13.2배의 엑싯입니다.

그 말이 많았던 우버 투자도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약 8조원을 투자해서 지금 지분 가치는 12조원대입니다. 1.5배입니다.

펀드 투자액중 아직도 상장이 안된 투자액이 펀드1의 경우 87%입니다. 이 중 실패로 끝날 투자도 있겠지만 아직 황금알을 더 낳을 가능성은 많이 있습니다.

비전펀드 1호 1.1조엔 투자액이 지금 시가로 3조엔이 됐는데 그중 도어대시와 우버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손회장은 지금도 비전펀드 2로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비전펀드2로 벌써 28개 기업에 투자를 했고 파이프라인에 있는 기업들도 A사~K사까지 11개사를 작업중일 정도로 투자활동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 이전에는 2주에 한번씩은 해외출장을 다니며 기업들을 만났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대신 매일 자정까지 줌미팅을 잡아서 하고 있어서 효율은 휠씬 좋아졌고 투자팀이 예전보다 더 많은 팀을 파이프라인에 두고 만나고 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합니다. 황금알을 만드는 터보차지 전략을 쓴다는 겁니다.

소프트뱅크의 더 큰 비전, 더 큰 자금, 소프트뱅크 그룹의 시너지를 통해서 황금알을 만드는 것을 가속화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기술, 비즈니스모델, 창업가, 시장, 경쟁회사를 분석하고, 투자회사로서 분야별 전문 팀을 두고 인센티브 시스템 등으로 동기부여를 강화하며, 투자면에서는 자금조달, 투자계약, (소뱅그룹과의) 시너지창출, IPO서포트 등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소프트뱅크 라틴펀드까지 해서 총 164개사를 투자했는데 여기서 황금알을 지속적으로 제조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약간 농담조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행진곡에 맞춰 황금알이 하나씩 나오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줍니다. 무척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

어쨌든 인류는 불, 농업, 자동차, 전기, 인터넷의 순서로 기술을 진보를 이뤘는데 이제는 AI의 차례고, 자신은 AI혁명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AI는 인류가 창조한 최대의 진화다”라며 한 시간이 넘는 프리젠테이션을 끝냅니다.

소프트뱅크가 황금알을 낳는 제조업 회사라는 그의 비유는 사실 그렇게 황당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엄청난 자금과 혁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될성부른 창업자를 찾아서 될 때까지 밀어준다면 도어대시 같은 초특급 황금알이 나올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워크 같은 실패사례도 나오겠죠.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 한다면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했던 쿠팡에 3.3조원을 투자했던 손정의 회장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또 한번 황금알을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손회장은 실리콘밸리에도 없던 초대형 스케일의 거대 투자회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21년 2월 15일 at 11:40 pm

2019년 테크트렌드를 보여주는 차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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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Recode에서 그 해의 테크업계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그래프나 차트를 연말에 소개한다. 이번에도 기사가 나와서 몇 개의 그래프를 기억해 두고자 내 블로그에도 기록해 둔다.

상장(IPO)후 주가가 폭락한 유니콘이 많았던 해였다. 특히 리프트와 슬랙은 반토막이 났다. 우버도 상장후 29%나 빠졌다. 그렇다고 다 주가가 빠진 것은 아니다. 화상회의 솔루션인 줌은 3.8% 올랐다. 의외인 것은 원격 동영상 피트니스 솔루션인 펠로톤이 20% 상장후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사실 가장 거품이 아닐까 생각했던 회사다.

이미 다 알고 있듯이 위워크의 상장전 밸류에이션이 47B에서 온갖 스캔들이 터진 후 7.8B까지 하향 조정되고 창업주인 애덤 뉴먼은 쫓겨났다. 위워크의 거품 붕괴는 유니콘 스타트업 관련해 올해 최고의 화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위워크의 거품붕괴와 우버, Wag 등의 손실 처리 때문에 잘 나가던 소프트뱅크가 갑자기 큰 7B 가까운 분기 적자를 냈다. 기본적으로 실질적인 현금흐름에서 오는 흑자가 아니라 투자회사의 평가 이익에서 오는 영업손익이라는 것이 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어쨌든 현재 회계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니 소프트뱅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프트뱅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크회사들의 힘이 너무 강해지면서 테크와 독점금지에 대한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의 파워가 커지면서 미국기업의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에서 아마존을 위협으로 언급한 경우가 이렇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큰 격차로 1등. 이 시장에 디즈니와 애플이 참전. 하지만 2020년까지는 넷플릭스의 독주가 계속될 것 같다. 디즈니와 애플은 당분간 콘텐츠에 계속 투자해야 할 듯.

사람들이 모바일 인터넷에 중독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에서 테크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과실은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시애틀, 샌디에이고, 보스턴만 가지고 가고 있다는 그래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앱이 미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그래프. 내년에도 이 인기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Written by estima7

2019년 12월 20일 at 10:56 pm

손정의회장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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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있었던 소프트뱅크G 손정의회장의 2019년 4~6월기 결산 보고회 동영상을 봤다.

이 분은 어떻게 이처럼 알기 쉽게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만들어 설명할까 감탄했다. 기억해 두기 위해 주요 슬라이드의 스크린샷을 캡처해서 메모해둔다.

새로운 시대를 제대로 탐험해서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낡은 지도가 아닌 새로운 지도를 가지고 항해에 나서야 하는데 소프트뱅크는 그런 새로운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 그리고 자기들에게는 전진만이 있다고.

소프트뱅크G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지주회사. 소프트뱅크G의 지난 분기 당기 순이익은 1조1천억엔규모로 일본기업 사상 최고치를 기록. 그리고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 승인으로 큰 짐을 덜었다는 얘기.

그러면서 소프트뱅크에 대해서는 시중에 이런 이미지가 있다고 이야기. 차입금이 많고, 통신회사 아니냐는 것. 참으로 슬라이드를 간단하고 보기 쉽게 만든다는 인상.

소프트뱅크의 보유 주식 가치는 26조엔. 원화로 하면 거의 300조원에 육박.

소프트뱅크의 부채가 많다고 하지만 보유주식에 비하면 19%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 결코 부채비율이 과중하지 않다는 것.

보유주식에서 순부채를 빼면 주주가치는 21조원이라는 아주 단순화한 설명.

그런데 지금 소프트뱅크G의 시총은 그 주주가치의 절반정도밖에 안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소프트뱅크비전펀드의 성과 이야기. 1호펀드는 7.7조엔을 투자해 투자이익은 2.2조엔.

그리고 비전펀드 2를 결성했다는 얘기. 108B달러짜리 펀드.

펀드출자사들. 소뱅이 40%정도를 냈고 애플, MS, 폭스콘,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그리고 일본의 금융기관들.

재무방침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 LTV25%미만으로 운용, 적어도 2년분의 사채상환자금을 보유, SVF 등 자회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배당수익을 확보.

소프트뱅크비전펀드 1, 2호를 합치면 22조엔 규모라고. 이는 실리콘밸리가 95년부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과 거의 비슷하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제는 유니콘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며,

소프트뱅크는 세계 10대 유니콘중 5개를 투자했을 정도로 잘 투자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것.

소프트뱅크의 지금까지의 투자리턴은 인터넷 15조엔, 통신 9조엔, 인공지능 2조엔.

그리고 이제 소프트뱅크의 미래는 비전펀드라는 이야기. 영업이익의 절반이상이 비전펀드에서 나온다.

다시 우리에게는 전진만이 있다는 얘기로 약 48분간의 프리젠테이션을 마무리.

그리고 나서 이후 약 55분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다. 한 기자당 최대 2개까지 질문을 받는다.

질문을 받을 때 스탭들이 통로에 나가 A-1, B-2하는 식으로 표찰을 든다. 그러면 손회장이 “B-2쪽에 있는 오가와 기자”하는 식으로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해서 질문을 받는다. 이름을 아는 기자도 많은 것 같다.

손정의 회장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요약하면 이런 것 같다. 우선 아주 쉽고 이해하기 쉬운 도해식의 슬라이드를 준비한다. 슬라이드 하나에 텍스트도 많지 않고 가능하면 단순한 그래프로 숫자를 설명한다. 그리고 쉽게 설명한다. 어려운 업계 용어는 가능한한 쓰지 않는다. 복잡한 회사의 실적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또 비유를 잘한다. 회사의 부채상황을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은행대출로 비유해서 설명하는 식이다. 시중에서 소프트뱅크에 대해서 논란이 되는 이슈들을 피하지 않고 직접 언급하고 바로 왜 문제가 아닌지 솔직하게 설명한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장시간에 걸쳐서 하나하나 받아서 설명한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저 정도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려면 저 정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회사에 대한 의심을 잠재우고 공개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계속 높일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투자자들을 설득해서 거액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손회장은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 발표 슬라이드는 단순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쉽게 이야기한다. 다만 잡스는 제품중심으로 비전을 설명하는데 능했다면 손회장은 회사의 재무실적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비전을 이야기하는데 능하다. 한국에도 이런 경영자가 나왔으면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8월 15일 at 10:38 pm

스타트업, 일본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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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는 이제 AI트래픽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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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9일 소프트뱅크그룹은 2019년 3월기 결산설명회를 개최했다. 소뱅은 3월에 1년 결산을 마감한다. 마침 닛케이에 ‘손정의씨, 열변 1시간반 소프트뱅크G 결산설명회 노커트’라는 전체 동영상이 올라왔기에 흥미롭게 보고 기억에 남는 부분을 블로그에 메모해 둔다. 영어로 동시통역되는 동영상과 슬라이드 자료는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손정의 회장 겸 사장은 설명회 서두에 이런 그래프를 보여준다. 지난 20년간의 소프트뱅크 주주가치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99년, 2000년의 닷컴버블기에 반짝 올랐다가 바닥까지 떨어진후 지금 23조엔까지 올랐다. (한화로는 245조원 가치다.)

그는 그리고 빨간 선을 같이 보여준다. 인터넷 트래픽의 증가추세다. 소프트뱅크의 주주가치는 인터넷 트래픽과 비례해서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프트뱅크의 영업이익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2018년도는 전년대비 81% 증가한 2조3천5백억엔이다. 약 25조원 규모다. 그중 절반이 SVF,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평가이익이다. 그는 실제 영업을 통해서 나온 이익이 아닌 기업가치 평가이익을 영업이익으로 잡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현재 회계처리방식에 의하면 그렇게 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보유주식 가치다. 알리바바, 소프트뱅크(통신), 스프린트, ARM,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이다. 아직도 알리바바의 가치가 압도적이다.

그리고 소프트뱅크비전펀드 설명으로 넘어간다. 120조원짜리 펀드를 만든 것이 불과 2년전인데 82개사에 투자해 이 펀드를 벌써 다 소진했다. 그리고 2호펀드를 만들겠다고 한다.

여기 나온 로고는 63개사다. 한국회사로는 쿠팡이 유일하다.

손회장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 LP의 수익률(IRR)이 45%라고 밝혔다. 고정형 수익률과 가변형을 합한 Blended IRR의 경우는 29%라고 한다. 어쨌든 아주 높은 것인데 펀드의 사이즈를 생각하면 더 경이적이다.

그는 이제 AI의 시대가 됐고 소프트뱅크의 투자전략은 AI군전략이라고 밝혔다. AI의 무리(군)을 지어서 투자하는 것이다.

각 섹터의 1등기업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1등만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한다. 그동안 인터넷이 혁신해 온 것은 광고와 소매(유통)이라는 것이다. 그 선두의 회사는 물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다. 하지만 그 분야는 미국의 GDP에서 소매(6%), 광고(1%) 정도를 점할만큼 작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AI는 모든 산업을 혁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그럼 AI는 무엇이 다른가. AI의 가치는 추론(Prediction)에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데이터에 의거해 수요를 예측해 공급을 최적화하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5G와 IoT와 연결되어 더욱더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런 비유를 했다. 지난 25년간 자동차산업의 시가총액은 약 10배 올랐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동차 생산대수의 증가와 비례해 올라간 것이라고 한다.

전체 공업의 시가총액은 23배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인터넷 기업의 시가총액은 1000배 올랐다는 것이다. 그 성장은 인터넷트래픽의 성장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물론 25년전에는 인터넷기업이라고 할만한 회사가 거의 없었으니 이렇게 1천배가 될 수는 있겠다. 어쨌든 가공할 만한 성장인 것은 맞다. 이제는 세계 시가총액 10위회사중 9개가 인터넷회사다.

그런 의미에서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아직 주주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 행사는 투자자들을 위한 행사다. 결국 소프트뱅크의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 트래픽에 비례해서 지금까지 소프트뱅크의 주주가치가 올라간 것처럼…

이제부터는 AI트래픽이 소프트뱅크의 주주가치를 더욱 더 크게 성장시킬 것이란 얘기다.

자신은 이제야 20년만에 이렇게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이제부터 주주들에게 크게 보답하겠다는 얘기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AI창업가집단’이라는 슬라이드를 보여줬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투자한 창업가들의 얼굴이다.

사진이 클수록 손회장이 아끼는 사람일 것 같다. 한국창업자로는 쿠팡의 김범석대표가 유일하게 들어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회사인데도 일본인 창업자는 한 명도 없다. 철저하게 글로벌 레벨의 창업자만 골라서 투자한다는 얘기다. 손회장은 “어제밤에도 그들과 밤늦게까지 미팅을 했는데 이들과 이야기를 하면 너무 즐겁다. 자신감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시간의 97%를 소프트뱅크비전펀드에 쓴다고 했다. 그야말로 전세계의 혁신 창업가들을 찾아내서 투자하고 도와주는데 모든 정열을 바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하루하루 올랐다가 떨어지는 주가나 시장상황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것보다는 길게 흐름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20년간 1천배가 오르는 분야가 있으면 그쪽에 올라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기존의 전통 산업이나… 아니면 1배성장, 아니면 아예 퇴보하는 분야에 미련을 가지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에는 과장이 섞여있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우버가 지난주 실망스러운 IPO를 하면서 소프트뱅크의 수익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너무 과도한 부채로 인한 금융 비용 때문에 소프트뱅크그룹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일본언론에서는 계속 나온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지난 20년간 계속 그런 비판을 뚫고 오늘에 이르렀다. 최소한 손정의 회장의 큰 흐름을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향후 20년간 AI트래픽이 소프트뱅크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그의 예측이 과연 맞아 떨어질지 궁금하다. 기억해 두고 싶어서 장황하게 블로그에 써둔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5월 12일 at 10:58 pm

자율주행차 실증실험이 활발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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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습관처럼 일본미디어도 닛케이신문(유료구독)과 ANN뉴스(유튜브채널구독)을 보고 있다. 보통은 제목만 보는데 그래도 매일처럼 보다보면 어떤 패턴이 보인다. 오늘 문득 느낀 것은 일본에서 자율주행 실증실험이 꽤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조금씩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오늘은 현행 버스 노선에서 자율주행 버스의 실증실험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위는 유튜브에 나온 ANN뉴스꼭지.

ANN뉴스화면 캡처

돗토리현 야즈쵸의 쵸영버스의 노선에서 실시됐다. 우리로 치면 면에서 운영하는 버스다. 이 야즈쵸의 인구는 1만6천명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약 7.2km의 구간을 최대 시속 38km로 주행한다고 한다.

GPS 등을 탑재하고 열차 건널목 등에서 일시정지도 프로그램됐다고 한다. 실제 버스 노선에서의 실험은 전국 최초라는 설명이다.

일본의 지방은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심각하다. 그래서 운전사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 지방에서 자율주행버스의 실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 이 자율주행버스는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합작으로 만든 SBDrive에서 진행했다.

위 뉴스와 동시에 일본의 게임회사인 DeNA와 닛산이 합작해서 만든 자율주행 택시서비스인 ‘이지라이드’가 실증실험을 공개했다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작년에는 미리 정해진 루트만 운행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승차지점으로 확대한 듯 싶다. ‘타다’처럼 다인승 밴으로 운행한다. 자율주행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주행이었다고 기자가 코멘트했다.

위 두 서비스는 물론 운전석에 안전을 위해 사람이 앉아있다. 얼마나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자율주행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두 서비스 모두 2020년, 즉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인구감소, 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현상으로 자율주행기술을 빨리 상용화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일본의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필요하다. 또 이 기술개발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할 토요타, 닛산, 혼다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과 함께 승차공유 등 기술에 세계에서 아마도 가장 거액을 투자한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버티고 있다.

우버 같은 라이드쉐어링 서비스는 일본 택시업계의 반발로 일본에서도 아직 도입이 안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의 택시업계도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빠르게 바뀌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자율주행차가 가장 빨리 상용화되는 것은 일본의 지방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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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4일 at 11:33 pm

CNBC의 손정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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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가볍게 본 손정의 인터뷰. 대단한 내용은 없지만 가볍게 메모.

그의 위워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적자이지만 이것은 서브스크립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나중에 결국 밸류가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너무 위워크를 좋아하고 열정적인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손정의를 매료시킨 위워크 창업자 아담 뉴먼도 대단하다.)

예전에 소프트뱅크의 통신비즈니스를 키울 때는 자신의 시간의 97%를 오퍼레이션에 할애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시간의 97%를 투자에 할애하며 3%를 오퍼레이션에 쓰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만큼 소프트뱅크의 스타트업 투자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프트뱅크가 너무 빚을 많이 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걱정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나는 균형을 맞출 자신이 있다”고 대답한다. 소프트뱅크는 어쩌면 자본시장을 최대한 이용해서 성장해 온 회사다. 최대한으로 자본시장에서 빚을 내거나 신주 발행을 해서 과감한 투자를 하고 그것이 적중해서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그만큼 “저 회사 망하는 것 아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10여년전에 일본 기자를 만났을 때 “소프트뱅크가 과중한 빚으로 도산한다는 루머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을 잊지 못한다. 어쩌면 소프트뱅크는 테슬라와 비슷하다. 항상 망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오늘 날까지 온 승부사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여전히 공격적이며 올해 벌써 30조원이상을 투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의 유니콘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소프트뱅크의 도움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른 무엇보다 손정의 회장을 초청해서 매력적인 한국의 유니콘 스타트업 후보들을 직접 소개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10여년전에 소프트뱅크에서 약 110여억원을 투자받은 한국 회사가 있었다. 그때 어떻게 된 일인가 물어본 기억이 있다. 한국의 고위인사가 손정의회장과 도쿄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회사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호기심이 동한 손회장은 그 회사의 CEO를 도쿄로 불렀고 그런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10여년전에 110여억원은 무척 큰 돈이었다…)

또 하나 생각나는 에피소드. 아는 일본의 VC가 있는데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 출장 온 손정의 회장의 미팅을 잡게 된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새벽 2시인가 3시였다고 한다. 그 시간에 가서 1시간 넘게 열띤 미팅을 가졌다고 한다.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참 그 집요한 열정에 감탄했다는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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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9일 at 11:0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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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고 책 읽고, 의무적으로 독후감까지… 그럼에도 트레바리를 찾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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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안 읽고 다들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보는 시대. 뭔가 읽기보다는 유튜브로 보고 듣는 것을 휠씬 편안해 하는 시대. 당장 나부터 그렇다. 이런 시대에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몇년전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독서모임을 사업화해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트레바리가 국내 대표VC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패스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45억원, 5억원 등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생각난 김에 지난해 2018년 10월에 나라경제에 기고한 트레바리 윤수영대표와의 인터뷰글을 내 블로그에 다시 소개해 둔다.

사진 : 나라경제

한국의 출판업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희귀동물이 됐다. 당연히 책도 잘 안 팔린다. 서점은 줄어들고, 출판사들은 경영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클럽을 만들어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트레바리’다. 트레바리는 ‘매사에 남의 말에 반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2015년 당시 27세의 윤수영 대표가 창업해 지적호기심을 가진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불과 3년 만에 3,500명이 참여하는 대형 독서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공짜로 강연도 듣고 식사까지 제공하는 무료 행사가 넘치는 시대에 트레바리는 4개월에 최고 29만원(클럽장 모임의 경우, 클럽장이 없는 클럽은 19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한다. 게다가 매달 자기 돈으로 책을 사 읽고, 독후감까지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윤수영 대표. 사진 나라경제

이런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될 리가 있나”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특히 출판계에 있는 분들일수록 더 그런 반응이다. 그런데 3,500명이 가입해 돈을 내고 참석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궁금해서 나도 지난 2018년 5월부터 트레바리에 직접 참가해봤다. 윤 대표의 집요한 요청에 스타트업에 관한 책을 읽는 클럽장을 맡아 트레바리를 경험한 것이다.

트레바리는 이렇게 진행된다. 클럽장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클럽을 개설하면 기존 멤버에게 신청 우선권이 주어지고, 일주일 뒤에는 외부에도 오픈된다. 참가비가 29만원이나 되는 내 클럽은 놀랍게도 며칠 만에 바로 마감됐다. 박지웅 패스트트렉아시아 대표 같은 스타급 클럽장의 경우는 오픈하자마자 바로 마감된다.

기본적으로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진행된다. 참가자는 미리 정한 책을 읽고 모임이 열리는 주 월요일 저녁까지 최소 400자의 독후감을 내야 한다. 모임은 저녁 7시 40분에 시작해 11시 20분에 끝나는 것이 기본이다. 뒤풀이 모임이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임이 시작되면 클럽장인 내가 책 내용에 대한 미니강연을 진행하고 토론이 이어진다. 스타트업이 전문 분야다 보니 보통은 내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참가자들이 고르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 질문하도록 유도한다. 3시간 40분은 의외로 후딱 지나간다.

사진 출처 : 트레바리 홈페이지

참석자들은 대체로 30대의 직장인이고 여성이 조금 더 많은 편이었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는 직장생활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사람과 색다른 생각을 접하고 싶은 갈증에서 트레바리에 참여한단다. 상당수가 트레바리를 시작한 뒤 길게 쭉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클럽을 몇 개씩 가입한 사람도 있다.
각 모임에는 ‘파트너’가 할당돼 모임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운영한다. 클럽장이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해도 독후감 제출을 독려하고 모임 내용을 정리해 공유한다. 

트레바리멤버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

독서모임 멤버가 되면 4개월 동안 클럽회원들을 위해 열리는 각종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책 강연회, 위스키·와인 시음회, 영화 시사회 등에 참가할 수 있다. 고급 콘텐츠를 즐기고 지적 호기심이 강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클럽에 가입한 셈이라고 할까. 어떻게 이런 매력적인 클럽을 만들어냈는지 윤 대표에게 창업동기를 물어봤다.

윤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2014년 1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다. 순탄하게 대학을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당시 다음은 포털시장의 헤게모니가 PC에서 모바일로 급속하게 변하면서 진통을 겪을 때였다. 신입사원이었던 윤 대표는 1년 내내 조직개편을 경험했다. 돈을 벌지 못하는 서비스는 가차 없이 정리됐다. 결국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와의 합병을 거쳐 사라졌다. 윤 대표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입사 1년 만에 창업을 결심했다.


“겨우 1년이었지만 다음에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텐센트, 버즈피드 같은 회사들이 급부상하면서 미디어·콘텐츠 시장이 급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대기업에 머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안전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실패해도 아직 젊기 때문에 전혀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 초 처음 생각한 창업 아이디어는 실패했다. 다음으로 도전한 것이 독서모임이다. 윤 대표는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의미 있는 성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독서모임이 많아져야 정상인데 왜 잘 안 될까 의문을 갖게 됐다.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료로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용을 들여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가설이 가능할지 확인하기 위해 2015년 중반에 월회비 3만원의 소규모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베타테스트였다. 그런데 반응이 좋았다. 독서모임에 참여한 10명 전원이 한 달 뒤 계속 하겠다고 답했다. 독서모임을 3개로 늘렸다. 그렇게 ‘가설이 검증’된 것을 확인하고 2015년 9월부터 3개월 단위의 시즌제로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정식 시작했다. 첫 시즌에는 4개의 클럽에 80명이 참가했다. 이제 3주년이 지난 트레바리는 10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200개의 클럽에 3,500명이 참가하고 있다. 3년간 40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런 트레바리의 급성장을 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이 목적이 아닌 사교클럽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윤 대표는 트레바리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트레바리에 오는 분들의 절반은 책을 전혀 읽지 않던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트레바리를 통해 습관적으로 책을 읽게 됩니다. 독서의 허들을 낮추는 것이 ‘트레바리 효과’입니다.”

또 책을 많이 사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쌓은 지식과 생각을 남들과 나누고 토론해야 진짜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이 윤 대표의 신념이다. 덕분에 시즌마다 1만개가 넘는 독후감이 트레바리에 쌓인다.

내가 직접 경험한 트레바리의 경쟁력은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제공한 기획력이다. 가치 있는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정확히 가격했다.

또 트레바리는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유명 작가나 SNS에서 인지도가 있는 유명 인사들을 윤 대표가 나서서 삼고초려하며 집요하게 설득해 클럽장으로 끌어들였다. 윤 대표는 “트레바리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번 돈은 좋은 기획을 위해 대부분 재투자한다.
윤 대표는 계속 성장을 갈구한다.

“트레바리가 만드는 변화가 커지면 세상을 꽤 의미 있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입니다. 어느 때보다 지적 업데이트가 필요하죠. 트레바리가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독특한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독서플랫폼이 된 트레바리가 이제 50억원을 투자금을 가지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궁금하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2월 12일 at 9:41 am

모빌리티 빅뱅, 뒤쳐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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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일본을 대표하며 세계최대의 자동차회사중 하나인 도요타와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이동통신회사이자 벤처투자회사이기도 한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날 양사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도요타 아키오 회장과 손정의회장이 웃으면서 악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30분에 걸쳐서 제휴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담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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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회사는 모네테크놀로지라는 신회사를 합작으로 설립해 2020년중반부터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언론은 “열도를 뒤흔든 뉴스”라며 대서특필했다.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물과 기름 같은 회사다. 그만큼 업종과 사업영역, 그리고 기업문화도 다른 회사다. 토요타는 연간 1천만대가 넘는 차를 생산하며 시가총액도 거의 300조원에 이르는 일본제조업의 간판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3위의 이동통신회사이자 약 1백조원규모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운영하는 벤처투자회사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일본의 대기업과는 달리 세계를 놀라게 하는 큰 투자를 감행하는 승부사 기질을 가진 회사다. 야후, 알리바바 같은 혁신회사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오늘의 소프트뱅크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됐다.

또 놀라운 것은 휠씬 큰 회사인 도요타가 먼저 소프트뱅크에 제휴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20년전에 이미 인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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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에 당시 막 성장하는 신흥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회장은 자동차 인터넷판매시스템을 가지고 가서 당시 도요타의 과장으로 일하며 대리점의 업무개선업무를 맡은 아키오회장에게 제안했다. (위의 사진이 20년전의 도요타 아키오 과장의 모습이다.)

그리고 아키오과장은 손회장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키오회장은 이번에 소프트뱅크에 제휴를 제안하면서 손회장이 그때 일을 기억하고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다고 한다. 손회장은 도요타의 제휴 제안에 깜짝 놀라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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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0년전의 일을 설명하면서 “당시에는 자신이 젊고 미숙해서 그런 실례를 저질렀다”며 90도로 손회장쪽에 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깜짝 놀란 장면이다. 세계최대 자동차회사의 총수가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자동차업계의 변화충격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 도요타는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20년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소프트뱅크는 우버, 디디추싱, 그랩, 올라 등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 승차공유의 강자 유니콘기업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대주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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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설명한 소프트뱅크의 ‘모빌리티AI군’ 전략이다. 승차공유부터 자율주행, 물류, 리스, 렌탈, 지도 등 관련 회사에 광범위하게 투자해서 일종의 그룹을 이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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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승차공유에 있어서 소프트뱅크는 세계최대의 우버, 디디, 그랩, 올라 등 주요지역을 석권한 회사들에 투자했다. 자칭 글로벌라이드쉐어포트폴리오다.

도요타도 그랩에 10억불, 우버에 5억불을 투자하기는 했지만 전세계에서 승차공유플랫폼회사와 협업하기에는 부족했다. 더구나 앞으로 자동차 및 운송업계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에서 필요할때만 불러서 사용하는 Maas(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시장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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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회장은 발표에서 올해 이미 우버, 디디추싱, 그랩, 올라의 운임총매출이 100조원을 넘겨 3년만에 7배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2030년까지 이 시장이 1조5천억불의 거대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토요타로서는 이 시장을 놓고 어차피 소프트뱅크와 경쟁아니면 제휴를 해야 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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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가 합작해 설립한 모네테크놀로지는 승합차로 시험서비스를 거쳐 2020년중반까지 도요타가 만든 자율주행 셔틀 이팔레트를 투입해 수요대응형 고객운송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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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지금 고령화로 65세 이상 인구가 4명중 1명이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사람들이 10년전에 비해 12배로 급격히 늘고 있다. 그래서 직접 쇼핑을 하거나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820만명이나 된다. 버스회사의 83%는 적자상태다. 또 의사가 없는 지자체 지역이 637지구에 달한다. 예산과 일손부족으로 이런 문제를 정부가 풀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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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와 소프트뱅크의 신회사는 이런 사회문제를 푸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통약자를 구제하고  지방교통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차세대 교통서비스로 사람들이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명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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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데스크 캡처

아이러니하게도 도요타와 소프트뱅크가 제휴를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가진 4일 같은 날, 경기도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앞에서는 택시노조 택시기사 5백여명이 카카오가 준비하고 있는 카풀 서비스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카풀서비스에 IT대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불법이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카풀서비스를 아무리 막아도 멀지 않아 자율주행차가 온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수는 없다. 하지만 카풀, 승차공유를 시도하는 한국회사들의 노력은 모두 좌절되고 있다. 새로 도전하는 회사도 없고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의 Maas시장은 외국의 플랫폼업체에게 그대로 먹혀버릴지도 모른다. 한국의 택시업계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협력을 통해 고객을 위한 서비스개선을 꾀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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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8일자 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8년 10월 9일 at 11:08 pm